사람인) 4.3을 위로하는 시인 정찬일
제주4.3평화재단은 4,3의 아픈 상처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매년 평화문학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시 부문 수상작인 취우는 4.3의 내일을 열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서정의 힘에 치유까지 담았다는 극찬을 받았는데요.
시 '취우'의 작가 정찬일 시인을 이효형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봄비 맞습니다. 누가 급히 흘리고 갔나요. 밑돌 무너져 내린 잣담에서 밀려 나온 시리 조각. 족대 아래에서 불에 타 터진 시리 두 조각 호주머니 속에서 오래도록 만지작거립니다. 손이 시린 만큼 시리 조각에 온기가 돕니다. 온기 전해지는 길에서 비 젖는 댓잎 소리 혼자 듣는 삼밧구석입니다.
4.3으로 잃어버린 마을 삼밧구석을 주제로 한 시 취우입니다.
삼밧구석의 슬픔을 서정적으로 표현한데다 그 속에서도 치유의 과정을 담아낸 점이 높게 평가돼, 제6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정찬일 시인은 이 시를 위해 계절마다, 시간마다, 수십번씩 심밧구석을 찾았습니다.
정찬일 / 시인
"시루 조각이 따스한 온기를 가지듯이 많은 상처를 받은 분들이 있겠지만 자기 쪽에서 먼저 온기를 전해줘야 4.3의 상처도 치유되지 않을까"
20대에 문학으로 4.3의 무게를 접한 정찬일 시인은 4.3을 작품세계에 녹여내기 위해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했습니다.
김 시인은 문학의 상상력은 현실에서 나온다며 시를 쓸 때마다 4.3 증언자들의 채록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찬일 / 시인
"그 당시의 상황을 알기 위해서 지금까지 채록했던 기록을 통해서 많은 것을 읽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 분들에게 많은 빚을 졌다는거죠"
그는 올해 4.3을 주제로 한 시집을 펴낸 뒤, 소설로도 4.3을 다룰 계획입니다.
4.3의 의미를 보다 넓히기 위해 문학이 해야할 일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찬일 / 시인
"다양한 관점에서 4.3을 문학적으로 풀어내야 그 의미가 앞으로 더 확대되고 역사적인 의미도 조금씩 더 진행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젖은 눈길과 마음이 오래도록 머물게 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정찬일 시인.
그에게 올해 4.3 70주년은 더욱 무겁게 다가옵니다.
JIBS 이효형입니다.
이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