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젠 죄인이 아닙니다."...마음의 짐 덜어내
(앵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도 4·3 평화 공원을 찾는 유족들의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4·3 당시 행방불명된 희생자 추모 공간에도 많은 유족들이 찾았습니다.
4·3 특별법이 개정되고 행방불명 수형인들의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잇따라 받아, 4·3 평화공원을 찾는 유족들은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김연선 기잡니다.
(리포트)
(자막)"아버지 이제는 죄인이 아닙니다. 우리 한도 풀었습니다. 사진 한 장 없고.. 아버지 이제 죄인 아닙니다. 우리 만나면 뭐라고 아버지한테 말을 할까요."
74살의 오옥순 할머니는 4·3 당시 태어난 직후 아버지를 여의었습니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 석자로만 기억되는 아버지지만, 한 평생 맘속에서 잊힌 적이 없습니다.
오옥순/4·3희생자 유족
(인터뷰)-(자막)"아버지 얼굴을 몰라서 너무 억울합니다. 진짜로. 나라가 왜 그렇게 원수가 돼서 이렇게 했는지."
유족들은 구천을 떠도는 영령들에 닿길 바라며 묘석 앞에 앉아 맘속 이야기를 터놓습니다.
이순자/4·3희생자 유족
(인터뷰)-(자막)"(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등에 업었던) 작은딸 (군.경이) 다리 잡고 빼가서 '죽으면 어떻게 하냐' 하며 울면서 차에 잡혀가셨는데. 저 이제까지 살아서 아버지 차례상 차리고 잔 드리러 왔습니다."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리듯, 제주4·3 평화공원엔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김연선 기자
(s/u)"강한 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이곳 제주4·3 평화공원을 찾는 유족들의 발길은 이어졌습니다."
21년 만에 4·3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된 소식과, 재심에서 4·3 희생자들의 연이은 무죄 판결 소식에서 유족들은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
한태범/4·3희생자 유족
(인터뷰)-(자막)"다 무죄로 되고 있으니까. 편히, 이 자리에 편히 영면하시길 바라는 (소원) 그거 한 가지."
영상취재 강명철
제주 4·3이 완전한 해결을 향해 한걸음 더 내딛게 되면서, 4.3 유족들은 70여 년간 가슴 속에 묻어뒀던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낸 채 4.3평화공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자막)"얼굴도 모르는 며느리입니다."
JIBS 김연선입니다.
김연선(sovivid91@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