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만 원 벌면 깎였던 연금”… 국민연금, 37년 만에 결국 물러섰다
은퇴 뒤 다시 일하면 국민연금이 깎였습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동시장에 남아 있었는데, 소득이 생겼다는 이유로 노후소득이 줄어드는 구조였습니다. 월 320만 원 정도만 벌어도 감액 대상이 됐습니다.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정부가 결국 제도를 손보기로 했습니다. 18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개정 국민연금법이 오는 6월 17일부터 시행됩니다. 핵심은 노령연금 감액 기준 완화입니다. 다음 달부터는 월 500만 원대 소득까지 국민연금을 전액 받을 수 있게 됩니다. ■ “일하면 손해” 지적받던 구조 기존 국민연금 제도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면 연금을 감액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기준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 평균소득인 이른바 ‘A값’입니다. 올해 기준 월 319만 원입니다. 은퇴 뒤 재취업하거나 자영업을 이어가며 월 320만 원만 벌어도 연금이 줄어들 수 있었던 셈입니다. 감액은 최대 5년 동안 이어졌고, 경우에 따라 연금의 절반 가까이가 삭감됐습니다. 실제 지난해에만 약 13만 7,000명의 수급자가 소득 활동을 이유로 총 2,429억 원 규모의 연금을 감액당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노후 생활을 위해 계속 일해야 하는 현실인데, 제도는 오히려 노동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왔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한국의 국민연금 감액 구조가 고령층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며 개선 필요성을 여러 차례 지적해왔습니다. ■ 월 519만 원까지 전액 수령 개정안은 감액 기준 계산 방식 자체를 바꿨습니다. 기존 A값에 추가로 200만 원을 공제하도록 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기준 감액선은 기존 월 319만 원에서 약 519만 원으로 높아졌습니다. 월 소득이 519만 원 이하라면 국민연금을 전액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종전 기준이었다면 매달 10만~15만 원 안팎의 연금이 깎였던 수급자 상당수가 앞으로는 감액 없이 연금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공단은 법 시행 이전인 올해 1월 1일 발생 소득부터 개정 기준을 이미 적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소득 때문에 연금이 삭감된 수급자 가운데 일정 기준 이하 소득자는 감액분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2025년 기준 A값인 309만 원에 추가 공제 200만 원을 더한 월 509만 원 이하 소득자가 대상입니다. 다만 국세청 소득 자료 확정 시점에 따라 실제 환급 시기는 개인별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초고령사회 현실 뒤늦게 반영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고, 은퇴 이후에도 계속 일하는 고령층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그동안 ‘노후 보장’과 ‘노년층 경제활동’이 충돌하는 구조를 유지해왔습니다. 특히 재취업이나 자영업 등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는 순간 연금이 줄어드는 방식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이번 감액 기준 완화로 향후 5년간 약 5,356억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논의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일정 소득 이상이면 연금을 깎는 현행 구조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향후 재정 상황과 다른 직역연금과의 형평성 등을 종합 검토해 고소득 구간에 대한 감액 제도 폐지 여부도 논의할 방침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주요 선진국 가운데서는 노령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고령층 근로소득을 직접 감액하는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개정안에는 이른바 ‘패륜 유족’ 급여 제한 규정도 함께 담겼습니다. 가족을 살해하거나 부양 의무를 현저히 저버려 상속권을 상실한 경우에는 유족연금과 미지급 급여, 반환일시금 등을 받을 수 없도록 했습니다. 부정 수급이 확인되면 이자까지 더해 환수 조치됩니다.
2026-05-18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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