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자리가 없지” 좌석을 줄이니 가격이 올랐다
자리가 없다는 불만은 체감이었지만, 좌석 축소는 선택이었고, 결과는 가격 인상이었습니다. 22일 정책당국이 내린 결론은 이 흐름을 공식화했습니다. 기업결합 이후 좌석 공급을 줄이지 말라는 시정조치를 어긴 데 대해 64억 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됐고, 마일리지 통합안은 다시 반려됐습니다. 통합의 효과가 소비자 편익이 아니라 공급 축소로 나타났다는 판단입니다. ■ 공정위 “경쟁 제한 우려 해소 전까지, 좌석은 줄이지 말았어야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 승인 조건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업결합 승인 당시 “구조적 조치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경쟁 제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좌석 공급과 운임 등 주요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 핵심 조건이 ‘2019년 대비 공급 좌석수 90% 미만 축소 금지’입니다. 이는 권고가 아니라, 통합으로 경쟁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습니다. ■ 69.5%… 공정위가 ‘관리 실패’가 아닌 ‘위반’으로 본 이유 문제가 된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에서 두 항공사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공급한 좌석은 8만 2,534석이었습니다. 2019년 같은 기간 11만 8,728석의 69.5% 수준입니다. 기준선인 90%에 20.5%포인트(p) 못 미칩니다. 공정위는 “공급 좌석 수는 항공기 좌석 수와 운항 횟수를 곱해 산정되는 핵심 지표로, 이를 대폭 축소한 것은 시정조치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시적 조정이나 불가피한 운영 문제가 아니라, 명시된 조건을 어긴 사안이라고 진단했습니다. ■ “좌석을 줄이면 운임 인상 압력이 발생한다”는 전제 공정위가 좌석 하한선을 설정한 이유도 분명합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승인 당시 “좌석 공급이 축소될 경우 탑승률이 상승하고, 이는 운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제했습니다. 이번 제재는 그 전제가 실제 시장에서 작동했는지를 확인한 결과입니다. 항공권 가격은 좌석 공급과 분리될 수 없습니다. 공급이 줄면 가격 신호는 즉각 반응합니다. 좌석 축소는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으로 전가됩니다. ■ 마일리지 통합 반려… 공정위가 찍은 지점은 ‘사용처’ 공정위는 또 마일리지 통합안에 대해서도 보완명령을 내렸습니다. 전환 비율 자체는 핵심 쟁점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통합 이후 실제로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마일리지를 쓰라고 해놓고 정작 보너스 좌석이나 좌석 승급 물량이 제한된다면, 통합은 장부상의 허울 좋은 숫자에 그칩니다. 공정위는 “마일리지 통합 방안은 전 국민적 관심 사안으로, 형식적 통합이 아니라 소비자가 마일리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6월에도 “마일리지 통합 비율의 근거가 미흡하다”며 대한항공이 제출한 통합안을 반려한 바 있습니다. 이후 대한항공은 지난 9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1대0.82 비율로 통합하고,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의 가치를 10년간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또다시 제동이 걸렸습니다. ■ 반복되는 시정조치 위반… 공정위의 경고 수위가 달라진 이유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평균 운임 인상 한도를 초과한 혐의로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았고, 사안은 고발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좌석 공급과 운임 관리 모두에서 기업결합 승인 조건이 반복적으로 어겨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대해 “시정조치 위반이 반복될 경우 엄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시정조치 준수 기간인 2034년 말까지 이행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통합 이후의 일탈을 예외로 보지 않겠다는 경고로 풀이됩니다. 대한항공 측은 “공식 의결서 수령 후 처분 결과에 대한 구체적 사유와 대응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2025-12-23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