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은 폭증했지만, 국내 항공은 갈렸다
국내 항공 여객 수가 사상 처음 1억 2,500만 명에 육박했지만, 성장은 균등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중국 단거리 국제선은 급증했고, 국내선과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는 후퇴했습니다. 언뜻 호황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이동 구조의 재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주 관광과 항공 산업은 지금 이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10일 국토교통부·한국항공협회 항공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항을 이용한 항공 여객 수는 1억2479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19년의 기존 기록을 넘어섰고, 증가분의 대부분은 국제선이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회복은 ‘복귀’라기보다 ‘재배치’에 가깝습니다. 이동은 늘었지만, 이동 방향과 수익 흐름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 국제선이 끌고 국내선이 밀린 구조 국제선 이용객은 9,454만 명으로 1년 새 6.3% 증가하며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반면 국내선은 3,024만 명으로 2.8% 줄었습니다. 이동 수요가 줄었다기보다, 그 성격이 바뀌었다는 신호입니다. 해외 단거리 여행은 일상화됐고, 국내 이동은 선택형 소비로 밀려났습니다. 항공산업 구조를 연구해온 한 항공정책 전문가는 “이번 통계는 항공 수요가 회복됐다는 의미보다 이동 선택이 재편됐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며 “사람들은 이동을 줄인 게 아니라, 국내 대신 해외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관광 회복이 ‘총량’이 아니라 ‘방향’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더 많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맞지만, 그 움직임이 국내 지역 관광으로 자동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제주를 포함한 국내 관광지는 이 구조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 일본·중국이 만든 성장과 그 성격 국제선 증가의 중심은 일본과 중국입니다. 일본 노선은 2,731만 명으로 2019년 대비 44.8% 급증했고, 중국 노선도 1,680만 명으로 22% 늘며 회복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엔저, 비자 완화, LCC의 소도시 노선 확장이 맞물렸습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은 가격 경쟁력, 중국은 제도 변화가 결정적이었다”며 “두 시장 모두 한국으로 오는 수요라기보다 한국이 나가는 수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흐름은 한국이 더 많이 ‘나가는 나라’가 됐다는 뜻이지, 더 많이 ‘찾아오는 나라’가 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일본 증가는 한국인의 해외 소비 확장이고, 중국 증가는 외교·제도 변화의 반영입니다. 항공 통계가 관광 수지나 지역 경제와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 항공사는 성장했지만, 모두가 크지는 않았다 총량은 늘었지만, 항공사별 성과는 갈렸습니다.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은 각각 9%, 7.4% 감소했습니다. 반면 에어로케이,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는 큰 폭으로 성장했습니다.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소폭 증가했습니다. 항공업계 한 임원은 “안전 이슈 이후 일부 수요가 대형항공사로 이동했고, 신규 항공사들은 특정 노선에 집중해 성과를 냈다”며 “중간 규모 LCC는 가격 경쟁력과 신뢰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화는 가격 경쟁이 아니라 신뢰, 노선, 브랜드 안정성의 문제입니다. 기존 LCC 일부는 구조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셈입니다. ■ 제주 관광은 수요가 아니라 연결의 문제 제주는 이 변화의 가장 민감한 지점에 있습니다. 국내선 의존도가 높고, 관광 소비 구조가 항공 좌석과 직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선 감소는 곧 체류형 관광의 위축 신호입니다. 국제선 증가는 제주로의 유입이 아니라 제주를 경유하지 않는 이동을 늘리고 있습니다. 지역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관광객 수보다 체류 기간과 소비가 더 중요해졌는데, 국내선이 줄면 체류형 관광이 타격을 받는다”며 “제주는 지금 관광 수요보다 연결 구조에서 밀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이동은 늘었지만 제주는 그 이동의 중심에 있지 않습니다. 관광 수요의 위기가 아니라 연결 구조의 위기를 맞고 있으며, 제주의 문제는 사람들이 여행을 안 가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경로에서 밀리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 회복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배치의 방향 이번 통계가 말하는 것은 항공 산업의 회복이 아니라 이동 경제의 재편입니다. 해외와의 접점은 늘고 국내선은 줄었으며, 항공사는 재정렬됐고 관광지는 다시 경쟁 상태로 들어갔습니다. 관광정책 분야 한 관계자는 “이제 중요한 것은 관광객 수가 아니라 어떤 경로로, 어떤 구조로 들어오느냐”라며 “제주는 접근성과 가격, 체류 콘텐츠를 동시에 다시 설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주 관광과 국내 항공 산업이 마주한 과제는 분명합니다. 더 많은 사람을 불러오는 전략이 아니라, 왜 선택받지 못하는지를 설명하고 고치는 전략을 서둘러야 합니다. ‘항공 여객 1억’은 축하가 아니라 질문의 숫자입니다. 늘었다는 사실보다, 그게 어디로 움직였는지를 읽는 일이 지금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2026-01-10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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