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 200만 원도 안 된다… 청년의 ‘첫 일자리’, 시작부터 어긋났다
청년의 첫 일자리가 더 이상 사회로 들어가는 출발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은 하지만 생활은 성립되지 않고, 취업은 했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습니다,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 반복되는 미스매치가 한꺼번에 겹치며 청년 노동시장의 ‘입구’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첫 일자리가 경험의 시작이 아니라, 이탈과 대기의 출발점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13일 한국고용정보원이 공개한 ‘청년층 첫 일자리와 일자리 미스매치 분석’ 보고서는 이 같은 현실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드러냈습니다. ■ 첫 월급 200만 원 미만 68%… 일은 정상, 보상은 비정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청년층(15~29세)의 첫 일자리 월평균 임금이 200만 원 미만이라는 응답은 68.0%에 달했습니다. 200만 원 이상을 받는다는 응답은 32.0%에 그쳤습니다.근로시간은 전 연령 평균의 94.9% 수준으로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월 임금 총액 비율은 69.6%에 불과했습니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보상은 70% 수준에 머무는 구조입니다. 첫 일자리가 생계의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청년에게 ‘노동시장 적응’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 계약직·시간제 확대… ‘첫 직장’이 아니라 ‘임시 체류지’ 고용 형태도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청년층 첫 일자리 가운데 계약직 비중은 2020년 33.0%에서 2025년 37.5%로 늘었습니다. 시간제 일자리 비중 역시 같은 기간 21.0%에서 25.0%로 확대됐습니다. 첫 일자리가 정착의 공간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임시 구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청년들이 첫 일자리를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근로 여건 불만족(보수·근로시간 등)’으로 46.4%에 달했습니다. ‘계약기간 만료’도 15.5%로 뒤를 이었습니다. 퇴사의 원인이 개인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조건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 지역·임금·직종, 셋 다 안 맞는다… 미스매치의 고착 일자리 미스매치는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현재 직장이 희망했던 지역·임금·직종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지난해 14.9%로 집계됐습니다. 2022년 11.4%, 2023년 13.2%에서 매년 상승세입니다. 반대로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는 비율은 같은 기간 10.5%에서 7.9%로 낮아졌습니다. 청년 상당수는 처음부터 맞지 않는 자리에 진입하고, 그 불일치는 해소되지 않은 채 누적되고 있습니다. ■ 남성 청년의 이탈 압력… 기대와 현실의 간극 남성 청년의 불일치 비율이 여성보다 높았습니다. 남성은 실제 취업 임금이 더 높지만, 희망 임금 역시 높아 기대와 현실 간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이 구조가 남성 청년의 조기 퇴사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임금의 절대 수준보다 ‘기대 대비 실현 가능성’이 이탈을 좌우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 일 대신 시험장으로… 노동시장 진입을 미루는 선택 이탈은 대기 상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용정보원의 ‘취업 무경험 남성 실업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청년 남성 실업자 11만 6,000명 가운데 취업 경험이 전혀 없는 인원은 2만 3,000명으로, 1년 전보다 9,000명 증가했습니다. 취업 경험이 없는 남성 청년의 32.3%는 공무원 시험 등 ‘시험 접수·응시’를 선택했습니다. 취업 경험이 있는 남성(5.1%)의 6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특히 25~29세에서는 41.8%가 시험 준비를 택했습니다. 일자리에 들어가느니, 기다리는 편이 더 합리적인 선택으로 인식되는 노동시장입니다.
2025-12-13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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