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달렸다, 세계가 호흡했다”.. 1만 명이 만든 평화의 풍경
25일 일요일 아침. 제주의 동쪽 끝 구좌에서 시작된 발걸음이 세계의 리듬을 깨웠습니다. ‘세계 평화의 섬’ 지정 20주년을 맞아 열린 제29회 제주국제관광마라톤축제에는 국내외 마라토너와 가족 포함 1만 명이 참가해 사상 최대 규모의 장관을 이뤘습니다. 제주가, 달리는 축제를 넘어 세계가 호흡하는 장소로 거듭났습니다. 5월, 제주는 ‘달리는 섬’으로 또 한 번 자신의 얼굴을 새로 썼습니다. 이날 1만 명의 힘찬 뜀박질은 기록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세계와 함께 움직이는 흐름에 자신을 실어보낸 몸짓이었습니다. 결승선이 아닌 출발선으로 기억될 하루. 제주가 세계를 초대하고, 세계가 제주의 숨을 함께 쉰 순간이었습니다. ■ 제주, 러너의 섬으로 떠오르다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축제는 연례 스포츠 행사를 넘어섰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러닝 열풍을 반영해 참가 규모를 대폭 확대했고, 올해는 처음으로 풀코스를 신설하며 제주를 ‘러너의 섬’으로 새롭게 정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김녕에서 종달까지 이어지는 해맞이 해안도로 코스는 ‘달리는 제주, 걷는 풍경’이라는 표현을 현실로 옮겨놓은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접수 시작 5시간 만에 1,000명이 몰리는 등 이례적인 반응을 얻었고, 현장 분위기 역시 단순한 마라톤을 넘어선 열기와 호응으로 채워졌습니다. 중국, 일본, 홍콩, 대만, 프랑스, 영국, 미국 등 각국에서 모인 러너들은 국적을 넘어선 '숨결의 공동체'로 제주의 길 위에 함께 섰습니다. ■ 기록보다 깊은 울림.. 세계가 완주한 하루 김녕리 풍물패와 해병대 제9여단 군악대의 공연으로 막을 연 이번 축제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김한규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세계와 함께 달리는 하루’의 의미를 함께 나눴습니다. 경기 결과 역시 의미를 더했습니다. 풀코스 남자부는 조영옥(충남 당진) 씨가 2시간 39분 13초, 여자부는 문이경미(제주시) 씨가 3시간 16분 31초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각각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하프코스는 신정식(울산) 씨와 홍콩의 퀑 윙 케이(Kwong Wing Kei) 씨가, 10km는 일본의 우에노야마 코키(UENOYAMA KOKI) 씨와 장미정(서귀포) 씨가 각각 1위에 올랐습니다. 이날의 완주는 빠른 기록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국적과 나이를 달리하는 이들이 같은 길 위에서 함께한 시간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또한 참가자 전원에게 수여된 메달과 연령대별 시상은, 순위보다 중요한 ‘각자의 여정’에 대한 존중이 축제의 전반에 깃들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 체험이 머물다.. 체류로 이어지다 현장에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펼쳐졌습니다. 전복죽 시식, 제주 특산품 홍보, 리사이클 체험, 줍젠 비치클린 등을 운영했고 ‘코스프레 런웨이’ 이벤트는 축제의 유쾌한 분위기를 끌어올렸습니다. 여행 할인쿠폰과 경품 제공을 통해 참가자들의 제주 체류를 유도하면서, 지역 관광의 경제적 파급효과도 동시에 꾀했습니다. ■ 세계 도시와 나란히 달린 제주 이번 대회에는 제주도관광협회와 우호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오키나와·고베·이바라키), 태국(태국여행업협회), 중국(구이린·양저우), 그리고 제주시의 자매도시인 벳푸시와 와카야마시 대표단이 함께했습니다. 이들은 마라톤이라는 하나의 무대에서 제주의 길을 함께 걷고 뛰며, ‘함께하는 도시’로서의 연대를 직접 체감했습니다. 현장은 세계 각지의 도시들이 제주의 이름 아래 한자리에 모인 교류의 장이 되었고, 관광을 넘어 도시 간 신뢰와 연결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 빈틈 없는 운영.. 공동체가 완성한 축제 이번 축제는 도내 10여 개 읍면리와 20여 개 기관·단체의 협력이 더해지며 운영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제주자치도 자치경찰단, 동부소방서, 자원봉사센터, 대한적십자사 제주지사, 해병전우회, 관광통역사협회, 한라병원, 지역 부녀회를 비롯한 여러 조직이 행사 전반을 든든하게 뒷받침했습니다. 안전과 질서, 그리고 세밀한 운영의 흐름은 기계적 시스템이 아니라, 제주의 공동체적 역량에서 비롯된 결과였습니다 강동훈 제주도관광협회장은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이번 축제는 제주가 국제 마라톤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다가오는 제30회 대회는 더욱 세계적인 시야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설계해, 제주만의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2025-05-25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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