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흔들리는 하늘길] ③ “일본은 가도 제주는 망설인다”… 가장 먼저 꺾인 내국인 관광
공항은 북적인다고 하지만, 관광업계 분위기는 무겁습니다. 겉으로 보면 관광객은 다시 움직이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예전처럼 바로 예약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숙박 예약 시점은 늦어졌고, 렌터카와 식당 예약도 여행 직전까지 비교·문의가 이어지는 분위기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달라진 건 내국인 움직임입니다. 실제 수치도 꺾였습니다. 11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39만 1,212명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줄었습니다. 특히 내국인 관광객 감소 폭이 컸습니다. 이달 제주를 찾은 내국인은 30만 8,994명으로 지난해보다 8.1% 줄었습니다. 월별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감소세로 돌아선 건 지난해 5월 이후 1년 만입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은 23.9% 증가했습니다. 관광업계 안에서는 “외국인은 늘고 있는데 정작 제주 관광의 기반이던 내국인 흐름이 먼저 꺾이기 시작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연속기획 [다시 흔들리는 하늘길] 마지막 편은 항공권 가격 변화가 제주 관광시장과 지역 경제를 어떻게 바꾸기 시작했는지 , 또 왜 제주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지 짚었습니다. ■ “제주부터 줄인다”… 항공권 부담이 가장 먼저 닿는 곳 제주는 구조적으로 항공 의존도가 절대적인 지역입니다. 육지에서는 비행기값이 여행 비용 일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달리 움직입니다. 항공권 가격은 단순 교통비를 넘어 여행 자체를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합니다. 특히 가족 단위 관광객일수록 항공권 총액 변화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실제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이달부터 기존 7,700원 수준에서 3만 4,100원까지 뛰었습니다. 불과 한 달 만에 4배 넘게 오른 셈입니다. 다음 달에는 3만 5,200원까지 인상될 예정입니다.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이처럼 항공권 부담이 커지자 제주 관광시장도 즉각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제주를 갈까 말까”보다 “항공권 총액이 얼마냐”를 먼저 묻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설명합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숙박 할인이나 렌터카 문의가 먼저였다면 최근에는 항공 티켓 부담부터 이야기하는 경우가 확실히 늘었다”며 “4인 가족이면 항공료 차이가 체감상 훨씬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 분위기도 비슷합니다. “일본은 가도 제주는 망설여진다”, “항공권 검색하다 그냥 해외로 돌렸다”, “예전엔 특가 기다렸는데 지금은 총액 계산부터 한다”는 반응이 잇따르는 실정입니다. 지금 제주 관광시장은 여행지 경쟁 이전에 ‘항공권 부담 경쟁’부터 마주한 분위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 공급석까지 줄어… “비싸고 자리도 없다” 문제는 항공권 가격만이 아닙니다. 국내선 공급 자체도 줄고 있습니다. 올해 하계 스케줄 기준 제주 기점 국내선은 주 1,534회 운항 예정입니다. 지난해보다 주 24회 감소했습니다. 항공업계에서는 지속되는 중동전쟁 여파 속에서 고유가 부담이 커질수록 수익성이 낮은 노선부터 조정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최근 국제선을 중심으로 감편과 무급휴직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한 LCC 관계자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유류비 부담이 커질수록 수익성이 높은 노선을 우선 볼 수밖에 없다”며 “국내선 공급 축소 우려가 계속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객선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주 항로 유류할증료 역시 편도 기준 최대 7,650원까지 오른 상태입니다. 선사들의 온라인 할인 행사도 상당수 멈춘 상황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 제주 관광시장은 단순히 “비싸졌다” 단계에서 나아가, “비싸고 자리도 줄어드는 상황”까지 함께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관광객 오는데… 현장 체감은 왜 다를까 겉으로 보면 제주 관광이 완전히 꺾인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이어지는 것도 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광업계에서는 최근 흐름을 두고 “사람은 오는데 소비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합니다. 짧게 머무르고, 선택적으로 소비하고, 검증된 장소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강해졌다는 말입니다. 여행 전체 예산 가운데 항공료 비중이 커질수록 현지 소비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관련해 관광 정책당국의 한 실무 관계자는 “예전에는 관광객 숫자 증가 자체가 지역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체류 시간과 실제 소비가 어디로 연결되는지가 훨씬 중요해졌다”며 “단순 방문 규모보다 지역 안에서 얼마나 머무르고 소비가 순환하느냐를 함께 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주 관광시장 역시 이제는 방문객 수보다 체류와 소비의 질을 함께 따질 수밖에 없는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 “왜 다시 제주를 선택해야”… 관광 전략이 바뀌고 있다 제주도 역시 긴급 대응에 들어갔습니다. 최근 관광시장 활성화를 위해 약 31억 원 규모 긴급 지원책을 투입했습니다. 2박 이상 체류객 대상 지역화폐 지급과 숙박·렌터카 할인 지원 등 관광객 유치 대책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이같은 단기 할인이나 임시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 관광학계 관계자는 “지금은 항공권 부담과 여행 패턴 변화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기”라며 “단체 관광객 숫자 경쟁보다 체류형 관광과 지역 소비 연결 구조를 얼마나 만드느냐가 앞으로 훨씬 중요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주 관광은 오랫동안 ‘얼마나 많이 오느냐’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시장은 관광객 숫자보다 먼저 다른 비용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값입니다. 항공권 부담이 커지자 관광객들은 이제 “제주를 갈 수 있느냐”보다 “그 비용을 감수하고도 다시 갈 이유가 있느냐”를 먼저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지금 제주 관광이 마주한 과제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더 오게 하느냐”가 아니라 높아진 이동 비용까지 감수하고도 더 머물고, 더 쓰고, 다시 찾을 이유를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그 중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2026-05-11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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