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서귀포관광극장.. 건축단체 2개월 연구 끝 대안 내놨다
서귀포관광극장 철거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주건축 3단체가 구성한 ‘2060 서귀포관광극장 제주건축 TF팀’이 2개월간의 조사와 기록 작업을 바탕으로 4가지 보존·활용 대안을 공식 제안했습니다. TF팀은 오는 12일 열리는 ‘2025 제주건축포럼’을 통해 대안을 시민 사회와 공유하며 본격적인 공론화 절차에 들어갑니다. 서귀포관광극장은 1960년 완공, 1963년 개관한 서귀포 최초의 근대식 영화관이자 공연장으로, 65년 넘게 시민들의 생활사와 문화 기억이 축적된 공간으로 자리 매김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9월 돌벽 일부가 사전 논의 없이 철거되면서 보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급격히 확산됐습니다. 이에 대한건축사협회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 대한건축학회 제주지부 등 건축 3단체가 연대해 TF팀을 꾸렸고, 원형 보전 가능성과 안전 보강 방안 등을 검토해 왔습니다. TF팀은 “서귀포관광극장은 단순한 노후 건물이 아니라 지역의 시간과 기억이 중첩된 핵심 문화유산”이라며 “구조 보강을 전제로 한 재생형 보존이 최우선 원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건축 3단체가 제시한 ‘4대 보존·활용 대안’ ① 원형 복원 및 구조 보강안 첫 번째 대안은 원형을 보강하고 구조를 보강하는 안입니다. 이 안은 무너진 돌담 다시 쌓고 극장의 초기 형태를 최대한 복원하고, 현무암 외벽과 주요 구조를 보강해 ‘100년의 극장’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안입니다. TF팀은 시각적·역사적 상징성을 유지하면서도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합니다. ② 현재 모습을 ‘기억의 공간’으로 남기는 상징 보존안 두 번째 대안은 '기억의 공간'으로 훼손된 벽면을 남기는 안입니다. 이미 훼손된 벽면의 일부를 현재 형태 그대로 남겨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기억의 단면’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보존과 재생 사이에서 상징적 의미를 극대화한 절충안으로 평가됩니다. ③ 외벽 존치 + 내부 철골 구조로 재구성하는 복합문화공간안 세번째 안은 문화적 가치가 높은 현무암 외벽을 유지하되 내부는 철골 구조로 새롭게 구성해 전시·공연·교육 등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안은 이중섭미술관과 연계한 문화 동선 확대도 고려했습니다. ④ 현무암 재활용 + 목구조 캐노피를 활용한 ‘노천극장형 재생안’ 네번째 안은 철거 과정에서 발생한 현무암을 재활용해 야외공연장과 공공 광장을 조성하는 방식입니다. 지역 돌문화를 담은 개방형 문화시설로 재구축하는 구상으로, 시민 참여형 문화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TF팀은 각 안에 대해 “모든 안의 공통된 핵심은 최대한의 존치·재사용·재생”이라며 “현장에 남아 있는 돌과 구조를 미래 세대의 문화 자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제주 돌 장인 ‘돌챙이’ 조환진 대표는 TF팀 조사에서 “9m 높이의 현무암 석축은 지금도 보기 드문 최고 수준의 기술”이라며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지금이 가장 빠른 때…100년의 극장으로 남길 기회” 앞서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김진애 위원장도 현장을 방문해 “시간의 힘이 쌓인 공간은 무엇보다 소중하다”며 보존 필요성에 힘을 실었습니다. 제주건축계 역시 “지역의 대표적 근대 건축이 사라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며 TF팀 활동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TF팀은 “서귀포의 풍경과 문화, 주민의 기억을 담은 공간을 지켜야 한다”며 “보존과 재생을 중심으로 한 합리적 도시관리 방안을 함께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TF팀은 오는 12일 ‘2025 제주건축포럼’에서 이번 4가지 대안을 시민·전문가와 공유하고, 서귀포관광극장의 보존 방향을 놓고 공식적인 공론화 절차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2025-12-09
제주방송 신효은 (yunk98@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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