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기획] ③ 드림타워 다음 질문… 카지노의 돈은 어떻게 ‘도시의 시간’이 되는가
제주 카지노 시장은 지금 ‘하나의 성공’과 ‘다음 단계의 숙제’가 동시에 떠오른 지점에 서 있습니다. 드림타워의 기록은 이미 숫자로 증명됐습니다. 이제 질문은 달라집니다. 이 돈이 복합리조트만의 실적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도시 전체의 체류 구조로 확장될 것인지가 새로운 검증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김지훈의 ‘맥락’] 3편은 드림타워 이후 제주 카지노 시장이 반드시 마주하게 될 다음 구조, 즉 ‘카지노→ 도심→ 관광→ 지역경제’로 이어지는 체류형 확산 모델의 조건 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 마카오·싱가포르·라스베이거스는 이미 ‘카지노 밖’에서 돈을 벌고 있다 세계 주요 카지노 시장은 공통된 진화 경로를 밟았습니다. 처음엔 카지노 안에서 돈을 벌었고, 다음 단계에서 카지노 밖에서 더 큰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마카오 코타이 스트립(The Cotai Strip)은 대표적입니다. 카지노 내부 매출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뒤부터는 구도심, 세계유산, 미식 거리, 공연 콘텐츠로 체류 동선을 확장시켰습니다. 카지노는 출발점이 됐고, 소비는 도시 전반으로 흘렀습니다. 싱가포르는 더욱 선명합니다. 마리나베이샌즈의 카지노 고객은 곧바로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아트사이언스 뮤지엄, 미식 거리, 야간 크루즈로 분산됩니다. 카지노는 ‘핵’이 되지만, 매출은 ‘도시 전체’가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라스베이거스는 더 극단적입니다. 도박 비중은 이미 카지노 매출의 절반 이하로 내려왔고, 쇼·스포츠·컨벤션·미식·야간경제가 도시의 진짜 수익원이 됐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카지노는 목적지가 아니라, 도시 체류의 점화 장치”라는 인식이 비교적 구조화돼 있다는 점에 맞춰집니다. ■ 제주는 지금 그 ‘문턱’까지 와 있다 제주 역시 구조적으로 보면 같은 초입에 서 있습니다. 드림타워를 통해 외국인 체류가 늘고, 카지노·호텔·식음업 매출이 동시에 반등하며 ‘체류형 복합리조트 모델’이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적 단계로 진입한 상황입니다. 다만, 아직 제주는 결정적인 한 단계를 넘지 못했습니다. 카지노 내부에서 발생한 소비가 도심·외곽 관광·야간경제로 ‘시스템화된 동선’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제주의 구조는 카지노는 ‘카지노 안’에서만, 도심은 ‘도심 안’에서만, 관광지는 ‘관광지 안’에서만 소비가 이뤄지는 게 보통으로 여겨졌습니다. 이 세 개의 공간이 ‘하루의 동선’으로 설계된 적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 ‘도보 15분권’, 관광이 아니라 ‘도시 설계’의 문제 드림타워 반경을 기준으로 보면, 연동·노형 일대는 이미 사실상의 비공식 도보 체류권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식당, 와인바, 쇼핑, 카페, 숙박, 병원, 문화 공간이 밀집돼 있고 실제 외국인 이동도 이 안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동선이 정책·상품·지도·플랫폼으로 공식화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지금 보여지는 이동은 ‘시장 반응’일 뿐, ‘도시 전략’은 아닙니다. 만약 이 도보 체류권이 하나의 체류형 관광권역으로 설계된다면, 카지노 고객은 자연스럽게 도심 상권으로 흘러가고 도심 소비는 다시 숙박·교통·야간경제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때 카지노는 더 이상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아니라, ‘도심을 움직이는 펌프’가 됩니다. ■ 복합리조트 콘텐츠는 ‘내부 행사’가 아니라 ‘외부 상품’ 돼야 지금까지 복합리조트의 공연·미식·전시는 대부분 투숙객과 카지노 고객을 위한 내부 소비용에 머물러 왔습니다. 제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해외 사례는 완전히 다릅니다. 복합리조트의 콘텐츠는 곧바로 도시 전체의 관광 상품으로 분화·유통됩니다. 공연이나 전시, 미식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관광 목적지가 됩니다. 제주 역시 이 전환을 준비해야 합니다. 드림타워 내부에서만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도심·외곽 관광지·야간경제·로컬 상권과 결합해 ‘독립 관광 상품’으로 재탄생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이 구조가 만들어지는 순간, 카지노는 더 이상 따로 노는 산업이 아니라 제주 관광 전체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엔진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 업계, 시선이 바뀐다… “안에서만 돌릴 수 없다” 카지노 업계 내부에서도 이같은 인식 변화는 뚜렷해지는 모습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카지노 안에서 돈을 돌리면 됐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만 갈 수 없는 구조가 됐다”며 “체류형 소비를 어디까지 밖으로 확장시키느냐가 다음 경쟁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최근 ‘중·일령’ 이후에는 중국 단일 시장 의존 구조의 변동성에 대한 경계심도 업계 전반에서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시장 다변화와 함께 체류형 소비의 외부 확산 없이는 지금의 성과도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드림타워 역시 객실 가동률 상승, 500억 원대 월 매출 구간이 반복해서 관측된 이후 ‘규모의 경제’에서 ‘질적인 경제’로 이동해야 할 시점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 제주는 ‘복합리조트 단독 성공’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지금 제주 카지노 시장은, 한 곳의 독주가 전체 복원의 신호가 될 수 있는 드문 국면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독주는 동시에 분명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이 구조가 카지노 내부 실적에서 멈추는 순간, 제주는 다시 ‘숫자만 남고 지역은 남지 않는 관광’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이 구조가 도심·야간경제·로컬 산업으로 확장되면, 제주는 아시아에서도 드문 ‘도심형 체류 복합관광 모델’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 “이 돈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1편에서는 드림타워 내부에서 체류경제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장면 을 확인했습니다. 2편에서는 그 힘이 지역 카지노 시장 전체의 위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를 짚었습니다. 그리고 3편에서는 “이 거대한 매출과 체류 흐름을, 제주 전체 산업의 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주는 복합리조트의 기록을 도시의 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문턱 앞에 서 있습니다. 카지노가 도시를 빨아들이는 구조로 남을지, 도시가 카지노를 확장시키는 구조로 진화할지는 정책과 업계, 그리고 지역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드림타워는 이미 숫자로 보여줬고, 질문은 던져졌습니다. “제주는 이 성공을 ‘도시 전체의 체류 시간’으로 번역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제주가 답을 내놓을 차례입니다.
2025-12-09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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