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10년 늦추자고?”… 65세→75세, 603조 아끼는 대신 생기는 ‘공백’
연금을 10년 늦추는 대신, 603조원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노인 기준을 75세까지 올릴 경우 기초연금 지출을 최대 603조 4,000억 원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같은 계산을 뒤집으면, 603조 원은 그 기간 동안 지급되지 않는 연금 규모이기도 합니다. 논쟁은 ‘얼마를 아끼느냐’가 아니라 ‘언제까지 버티게 할 것이냐’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 603조 줄이는 구조… 방법은 ‘늦추기’ 27일 기획재정부 의뢰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현행처럼 65세부터 기초연금을 지급할 경우 향후 40년간 약 2,075조 4,0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기준 연령을 올리면 구조는 꽤 단순해집니다. 지급 시점을 늦추고 대상을 줄일 경우 총지출은 바로 감소합니다. 70세까지만 올려도 203조~372조 원이 줄고, 75세까지 상향하면 최대 603조 4,000억 원 절감이 가능하다는 분석입니다. 결국 재정만 놓고보면 지급 시점을 뒤로 늦춰서 지출을 줄이자는 대책이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 절감 603조… 동시에 ‘받지 못하는 603조’ 하지만 이같은 방식은 그대로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연령 기준이 올라가면 그만큼 연금을 받는 시점이 뒤로 밀립니다. 절감된 603조 원은 같은 기간 누군가가 받지 못한 연금 총액이기도 합니다. 65세에서 75세로 기준이 올라갈 경우에는 최대 10년의 ‘연금 공백 구간’이 생깁니다. 공백 구간에 대한 별도 보완 장치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 같은 65세, 이미 다른 조건 지금까지는 65세 이상을 하나의 기준으로 묶어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습니다. 60대 후반은 노동시장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지만 70대 중반 이후는 일자리 자체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연령이라도 누군가는 소득이 이어지고 누군가는 바로 끊깁니다. 이 상태에서 기준만 올리면 버틸 수 있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 “수명 늘었으니 늦추자”… 계산과 체감의 간극 보고서는 ‘잔존 기대수명’을 기준으로 제시했습니다. 남은 기대수명이 15~20년 이하로 떨어지는 시점을 노인 기준으로 삼자는 방식입니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기준도 올리자는 접근입니다. 계산상으로는 타당하지만, 현실에서는 체감이 다릅니다. 건강 상태, 고용 여건, 소득 구조는 기대수명처럼 일정하게 늘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같은 기준이 오히려 불균형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정부, 한 발 물러서… ‘연령’ 대신 ‘분배’ 정부는 기초연금 개편 논의를 시작했지만 연령 기준 상향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21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개편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연령 조정보다는 저소득층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16일 엑스(X)에“소득이 낮을수록 더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면서 “하후상박(소득이 적을수록 더 지원)도 방법일 듯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부 내부에서도 연령 기준 상향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초연금 지출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24조 3,000억 원에서 2050년 58조 9,0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재정 부담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6-04-27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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