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취업자 110만 명, 노동시장의 ‘빈칸’ 채웠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취업자가 처음으로 1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역대 최고치라는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성과라고 부르기가 망설여집니다. 외국인 노동력은 빠르게 늘었고, 유학생 취업은 폭증했지만 임금 수준과 일자리의 질은 위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이번 증가세는 노동시장이 확장됐다기보다, 버티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내국인이 빠져나간 자리를 외국인이 채우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고, 그만큼 의존도만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취업자 110만 명 돌파, 증가의 중심은 유학생과 비전문취업 18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외국인 취업자는 110만9,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2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1년 전보다 9만9,000명 늘었고, 증가율은 9%를 웃돌았습니다. 증가를 이끈 축은 외국인 유학생과 비전문취업(E-9) 인력으로 나타났습니다. 유학생 취업자는 6만 8,000명으로 1년 새 70% 이상 늘었습니다. 비전문취업 인력도 32만 1,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의 유학생 유치가 체류 외국인 확대로 이어졌고, 이들이 곧바로 노동시장으로 유입되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학업과 취업을 병행하는 구조 속에서 유학생 취업은 상당 부분 저임금·단시간 일자리에 집중돼 있습니다. ■ 외국인 노동, ‘사람 구하기 힘든 곳’으로 몰려 외국인 취업자는 산업별로 광·제조업에 가장 많이 분포했습니다. 이어 도소매·숙박·음식점업, 개인·공공서비스업 순이었습니다. 반면 건설업 취업자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경기 둔화의 영향이 외국인 고용에도 그대로 반영된 모습입니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구조는 더 분명해집니다. 외국인 취업자 10명 중 7명은 종사자 29명 이하의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4명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만 해도 26만 명을 넘습니다. 내국인 채용이 쉽지 않고 근무 여건이 열악한 영역에 외국인 노동이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외국인 노동은 더 이상 대체재가 아니라, 특정 산업을 떠받치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 월급 300만 원 이하가 절반 이상, 임금 사다리는 멈췄다 외국인 임금근로자의 절반 이상은 월 200만~300만 원 구간에 몰려 있습니다. 월 300만 원 이상을 받는 비중은 36.9%에 그쳤습니다. 언뜻 수치만 보면 낮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체류 기간과 숙련도를 고려하면 임금 상승 속도는 더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외국인 취업자의 94% 이상이 임금근로자이고, 자영업이나 직무 이동을 통한 상향 경로는 여전히 제한적이었습니다. 노동시장에 진입할 통로는 넓어졌지만, 위로 올라갈 계단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분석입니다. ■ 만족도는 올랐지만, 이유는 ‘비교 기준’ 때문 외국인 임금근로자의 직장 만족도는 68.7%로 1년 전보다 높아졌습니다. 근무 환경과 안전, 복지 여건에 대한 평가가 개선된 영향입니다. 그러나 불만 요인 1순위는 여전히 임금이었고, 이직을 희망하는 비율도 10%를 넘었습니다. 만족도 상승을 곧바로 처우 개선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선택지가 제한된 상황에서의 상대적 평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노동을 일시적 보완 인력으로 둘 것인지, 지속 가능한 노동 구성원으로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선택이 필요하다”며 “임금 구조와 직무 이동, 숙련 축적 경로가 함께 설계되지 않으면 외국인 고용 확대는 해법이 아니라 연장전에 머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2025-12-18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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