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엔 돈 몰리고, 중소기업엔 대출 문턱”…OECD 경고에 국책은행까지
은행권의 자금이 신용도 높은 대기업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대출은 늘었지만 전체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년 연속 줄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금융시장의 신용 격차를 경고한 가운데,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야 할 국책은행에서도 대출 축소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고 정부 배당도 크게 늘었지만,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개선되는 동안 정작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의 대출 여건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 OECD가 짚은 대출 쏠림… 중소기업 비중 3년 연속 하락 OECD가 27일 공개한 한국 기업금융 관련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기업대출 잔액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82.8%에서 2022년 81.3%, 2023년 79.8%, 2024년 78.6%로 낮아졌습니다. 3년 사이 4.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922조 원에서 1,086조 원으로 164조 원 증가했습니다. 대출 규모는 늘었지만 전체 기업대출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중소기업의 비중이 줄었습니다. OECD는 2022년 이후 금융시장 충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내 은행권이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에 대출 자금을 집중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은행들은 금융 불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건전성을 유지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자금 조달 비용 상승과 금융 접근성 악화에 직면했다는 진단입니다. ■ 9월 기업대출 10조 7,000억 증가… 대기업에 7조 5,000억 최근 은행 대출 통계에서도 기업 규모에 따른 차이가 확인됩니다. 한국은행의 9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 기업대출은 한 달 전보다 10조 7,000억 원 증가했습니다. 대기업 대출이 7조 5,000억 원 늘어 전체 증가액의 70.1%를 차지했습니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3조 2,000억 원으로 대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대기업의 설비투자와 회사채 상환을 위한 자금 수요 등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 달간의 증가액만으로 장기적인 대출 편중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OECD가 지적한 기업 규모별 자금 공급 격차와 같은 흐름입니다.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대출 여건도 악화됐습니다. OECD가 인용한 기업은행 조사에서 은행 대출을 받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졌다고 답한 기업은 2024년 41%에 달했습니다. 전년보다 12.7%포인트 높아져 조사 시작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중소기업 평균 대출금리는 2022년 약 4.1%에서 2024년 약 5.0%로 상승했습니다. 같은 해 대기업 평균 대출금리는 약 4.9%였습니다. 금리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중소기업은 담보와 신용도, 대출 기간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국책은행은 배당 67% 늘었는데… 중소기업 대출 13.7% 감소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한국수출입은행의 자금 운용도 논란입니다. 전날(26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수출입은행에서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022년 13.38%에서 지난해 17.71%로 4.3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은이 자체적으로 정한 관리목표 13%는 물론 산업은행 14.24%, 기업은행 14.78%보다도 높았습니다. BIS비율은 은행이 위험가중자산에 비해 얼마나 충분한 자기자본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입니다. 정부 출범 이후 결정된 수은의 지난해 결산 배당은 6,201억 원으로 전년 3,703억 원보다 2,498억 원, 67.5% 증가했습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10조 5,178억 원에서 9조 785억 원으로 1조 4,393억 원 줄었습니다. 감소율은 13.7%입니다. 은행의 자본 여력과 정부 배당이 확대되는 동안 중소기업에 공급된 대출은 감소했습니다. ■ 대기업 대출 78.9%… 중소기업은 6.5%에 그쳐 수출입은행의 대출 구조에서도 기업 규모에 따른 차이가 컸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대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8.9%였습니다. 중소기업 비중은 6.5%에 그쳤습니다. 평균 대출 만기는 대기업 5.7년, 중소기업 0.9년으로 약 6.3배 차이가 났습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짧은 기간 안에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만기를 연장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위기기업에 대한 만기연장 지원 규모도 2023년 5,371억 원에서 지난해 1,081억 원으로 약 80% 감소했습니다. 올해 들어 자료 집계 시점까지 수은 지원기업 가운데 부도가 발생한 기업은 14곳으로, 지난해 연간 부도기업 수와 같았습니다. 윤영석 의원은 수은이 충분한 자본 여력을 확보하고도 중소기업 지원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부 배당의 일정 부분을 정책금융 재원으로 다시 투입하고,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장기·저리 금융상품과 중장기 자금 공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 중소기업 부실채권 비율, 대기업의 1.7배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6월 말 국내은행 부실채권 현황에 따르면 중소기업 여신의 부실채권 비율은 0.92%로 대기업(0.53%)의 약 1.7배였습니다. 중소법인은 1.08%로 더 높았습니다. 은행 전체 부실채권 규모도 18조 9,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1조 2,000억 원 증가했습니다. 부실 위험이 커질수록 은행은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상환 능력이 검증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려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신규 대출과 만기연장에 제약을 받고, 자금 부족이 다시 경영 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내수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수출 대기업의 실적 개선에도 경기 회복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운전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 원자재 구매와 인건비 지급은 물론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OECD는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신용위험 평가체계를 정교하게 만들고 정책보증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담보와 과거 신용 이력뿐 아니라 기업의 사업성과 상환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도 자금이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2026-10-27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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