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줄였다는데, 출국장은 한산해지지 않았다
여행을 줄였다는 말은 많아졌지만, 출국장은 한산해지지 않았습니다. 2025년의 여행 시장은 감소와 집중이 동시에 나타난 한 해였습니다. 덜 나간다는 인식과 달리, 해외로 나가는 숫자는 쉽게 줄지 않았습니다. 이런 불일치는 체감이 아니라 수치로 확인됐습니다. 2015년부터 매주 여행 소비를 추적해온 컨슈머인사이트 장기 조사에서, 한국인의 여행 선택은 뚜렷하게 갈라진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리서치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는 매주 500명씩, 연간 약 2만 6.000명을 대상으로 여행지 관심도와 여행 계획률, 지출 의향, 실제 경험률, 여행 비용과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를 26일 내놨습니다. 분석에서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이후 변화를 지수화한 ‘여행코로나지수(TCI)’를 활용했습니다. 조사 결과 국내여행은 관심·계획·경험·만족 지표가 동시에 하락 국면에 들어섰고, 해외여행은 일부 소비자의 반복 출국이 통계를 떠받치는 구조로 굳어졌습니다. 변화의 충격은 지역 관광으로 이어졌고, 제주에서 가장 먼저 감지됐습니다. ■ 국내여행, 반등 이후 일상이 된 하강 국내여행의 변화는 하나의 지표로만 설명되지가 않습니다. 관심도와 계획, 실제 경험이 나란히 내려왔습니다. 국내 여행지에 대한 관심도는 2019년을 기준으로 2022년 TCI 113까지 치솟았지만, 2024년 TCI 87로 급락했고 2025년에는 85까지 내려갔습니다. 이동이 크게 제한됐던 코로나 초기보다 낮은 수준이 2년 연속 이어졌습니다. 관심은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2025년 국내 숙박여행 계획률은 65.9%로, 2019년 대비 TCI 93에 머물렀습니다. 실제 숙박여행 경험률도 같은 해 64.4%(TCI 93)로 3년 연속 하락했습니다. 국내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을 완전히 포기했다기보다는, 고민 단계에서 접는 경우가 늘었다고 봐야 한다”며 “결정을 미루기보다 아예 선택지에서 지워버리는 흐름이 뚜렷해졌다”고 말했습니다. ■ 지갑은 닫혔고, 만족도는 동반 하락세 지출 의향 변화는 더 분명했습니다. 향후 1년간 국내여행비를 더 쓰겠다는 응답은 2019년 34.7%에서 2025년 30.3%(TCI 87)로 떨어졌습니다. 보복 수요가 정점을 찍었던 2022년 이후 3년 연속 하락입니다. 여행 예산은 늘어난 게 없는데, 비용 부담은 줄지 않았습니다. 국내 숙박여행 평균 총비용은 2025년 23만3300원으로, 2019년 대비 TCI 110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명목 금액은 비슷했지만, 누적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실질 여행 여력은 줄어든 상태입니다. 이 구조는 만족도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국내여행 만족률은 2019년을 기준으로 2024년 이후 TCI 90 수준에서 정체됐습니다. 긴축 여행이 늘면서 숙박과 체험, 체류 시간의 질이 동시에 줄어든 결과로 해석됩니다. 한 지역 여행업계 관계자는 “예산을 줄인 여행이 늘수록 체험이 빠지고, 그 실망이 지역 전체 이미지로 되돌아온다”고 전했습니다. ■ 해외여행,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해외여행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2025년 해외여행 경험률은 33.7%로, 2019년 대비 TCI 81에 그쳤습니다. 반면 출국자 수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거나 이를 웃돌았습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이 차이를 해외여행 소비의 양극화로 해석했습니다. 해외여행을 포기한 다수가 있는 반면, 일부 소비자가 더 자주 출국하면서 ‘횟수’가 통계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비용 구조도 달랐습니다. 2025년 해외여행 평균 총비용은 175만 4,300원으로, 2019년 대비 TCI 124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해외여행 1일당 평균 지출은 꾸준히 상승해, 같은 해 국내 2박3일 여행 총비용보다 해외여행 하루 비용이 더 커지는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해외여행 상품을 다루는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커졌다는 느낌보다는, 가능한 고객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구조가 굳어졌다”고 말했습니다. ■ 소비 축소의 충격, 제주에서 먼저 드러났다 여행 소비 구조 변화의 충격은 지역 관광지에서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서 제주 관련 지표의 변동 폭은 전국에서 가장 컸습니다. 제주에 대한 국내여행 계획률은 2021년 TCI 129까지 올랐다가, 2025년에는 TCI 64로 반 토막이 났습니다. 여행지 관심도 역시 2021~2022년 TCI 117에서 2024년 TCI 66으로 급락한 뒤 회복이 제한된 상태입니다. 관광업계에서는 원거리 이동이 필수인 구조와 체류형 소비 비중이 높은 특성이 소비 축소 국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제주 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여행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굳이 안 가도 되는 곳’부터 빠진다”며 “제주는 선택의 문턱이 가장 먼저 높아지는 지역”이라고 말했습니다. ■ 2026년, 여행 소비의 기준은 ‘확대’가 아니라 ‘선별’ 컨슈머인사이트는 2026년 여행 시장이 2025년보다 뚜렷하게 나아질 요인을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여행이 소비자 지출 구조에서 더 이상 ‘늘릴 항목’이 아니라, 사실상 ‘조절 대상’으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조사 결과는 동시에 방향을 보여줍니다. 여행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 방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더 짧고 확실한 경험을 고르고, 불확실한 선택지는 빠르게 배제하고 있습니다. 가격보다 ‘예측 가능한 만족’이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해외여행과 국내여행의 만족도 격차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시간과 비용에 여유 있는 소비자는 평가에서도 여유를 갖기 마련이고, 이 점이 해외여행 만족도를 지탱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비용 대비 만족’의 구조에서 비롯됩니다. 해외여행은 비일상성과 차별적 경험이 분명해 ‘고비용-높은 만족’의 연결이 비교적 용이한 반면, 국내여행은 비용 부담에 비해 체감 효과가 제한돼 ‘큰 지출-작은 만족’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 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특히 제주를 포함한 지역 관광은 양적인 회복보다 소비자의 선택 목록에 다시 오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국면”이라며 “여행 소비의 선택 구조가 바뀐 상황에서 방향을 잘못 잡으면 회복은 숫자로 나타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2026-01-2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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