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를 줄이자 길이 열렸다… 제주산 ‘달코미’가 서울에서 팔리는 방식
서울의 대형 유통 매대 한가운데, 제주산 소형 양배추가 조용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름은 ‘달코미’. 눈길을 끄는 것은 가격표가 아니라 그 크기입니다. 우연이 아니라, 지금의 소비 구조를 정확히 겨냥한 결과물입니다. 농협 제주본부는 지난 16일 한림농협이 농협중앙회 서울본부와 서울지역 12개 농협과 함께 서울서남부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제주산 ‘달코미양배추’ 공동구매 행사를 열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제주의 농협과 서울지역 농협이 함께 만든 공동구매 행사였지만, 이를 단순히 판촉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들의 만남은 제주산 농산물이 도시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방식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 작아진 식탁, 바뀐 선택… ‘많음’보다 ‘맞음’의 시대 1~2인 가구가 일상이 된 이후, 농산물의 기준은 달라졌습니다. 더 크고 더 많은 것이 아니라, 남기지 않고 쓰기 좋은 것이 선택의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달코미양배추’는 일반 양배추의 약 3분의 1 크기입니다. 조리 부담을 줄이고, 보관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구조가 바뀐 결과입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양’을 사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활 리듬에 맞는 ‘규격’을 고릅니다. 달코미는 그 질문에 정확히 답한 ‘맞춤’ 상품입니다. ■ 4년의 시험재배, 소형화는 타협이 아니었다 크기를 줄이면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통념은 여기서 통하지 않습니다. 달코미는 4년에 걸친 시험재배 끝에 상품화됐습니다. 달콤한 맛과 아삭한 식감은 소형화의 부작용이 아니라, 부단한 설계의 결과입니다. 이 지점에서 달코미는 ‘농산물’에서 ‘상품’으로 이동합니다. 이름은 기억을 돕고, 크기는 결정을 빠르게 만들며, 맛은 재구매를 부릅니다. 제주 농산물이 가격 경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 공동구매의 핵심은 할인보다 ‘도달’ 행사 당일, 달코미양배추는 기존 판매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시중에 공급됐습니다. 하지만 이 공동구매의 본질은 할인에 있지 않습니다. 생산자와 유통 주체가 함께 서서, 왜 이 크기인지, 왜 이 품종인지 설명할 수 있었던 구조 자체가 궁극적인 마케팅 목표였습니다. 공동구매는 물량을 묶는 방식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로가 됩니다. 제주 농산물이 수도권 소비자에게 ‘이해되는 상품’으로 도착하는 과정이었습니다. ■ 제주 농산물의 생존 공식, 이제는 ‘원물’이 아니다 최근 유통 흐름은 분명합니다. 원물 경쟁은 한계에 닿았고, 상품 설계가 성패를 가릅니다. 가구의 소규모화에 맞춘 규격화, 용도를 전제로 한 품종 선택, 이름과 이야기를 갖춘 브랜드화가 기본값이 됐습니다. 달코미는 이 공식을 충실히 따릅니다. ‘제주라서 사는 상품’이 아니라, ‘지금의 생활에 맞아서 소비자가 찾아 선택하는 상품’입니다. 제주 농산물은 ‘비싸다’는 인식을 넘어, ‘가치’ 중심의 구도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 판로는 넓히고, 리스크는 나누는 구조로 이 같은 시도는 생산농가에도 의미가 큽니다. 특정 시기와 특정 채널에 의존해온 구조에서 벗어나, 공동구매와 지역 연계를 통해 유통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농가 소득은 가격 변동성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팔릴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한 통의 양배추가 서울 식탁에 오르기까지, 제주 농업은 한 단계를 건너왔습니다. 더 크게,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정확하게입니다. 달코미는 유행을 좇지 않습니다. 이미 바뀐 생활을 전제로, 다음 선택을 준비합니다. 차성준 한림농협 조합장은 “서울지역 농협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제주 농산물을 수도권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생산농가와 함께 품질 경쟁력을 강화해 안정적인 판로 확대와 농가 소득 증대에 힘쓰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춘협 농협 제주본부장은 “농가와 밭의 성실함 위에 유통의 설계를 얹어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적 지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2026-01-21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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