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친일재산 다시 캔다… 팔아버린 재산도 ‘대가’까지 환수
친일재산을 찾아 국가로 환수하는 조사기구가 16년 만에 다시 움직입니다. 2010년 활동을 끝낸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오는 12월 재출범합니다. 그동안 법무부가 이미 확인된 친일재산을 놓고 소송을 이어왔다면, 앞으로는 국가기구가 새롭게 드러난 재산을 직접 조사하고 친일재산 여부와 국가귀속을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환수 범위도 넓어집니다. 후손 등이 친일재산을 이미 처분해 원래 토지나 재산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처분 대가를 환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상속과 증여, 매매를 거듭하며 소유관계가 달라진 재산의 흐름까지 다시 추적할 수 있게 됩니다. 16일 법조계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제정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 등에 관한 특별법’은 오는 12월 3일부터 시행됩니다. ■ 조사위 사라진 16년… 새 친일재산 조사할 기구 없었다 친일재산을 전담하는 국가 조사기구가 처음 출범한 것은 2006년 7월입니다. 1기 친일재산조사위는 2010년 7월까지 4년 동안 활동하면서 친일반민족행위자 168명의 토지 2359필지에 대해 국가귀속 결정을 내렸습니다. 친일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후손 24명에 대해서도 친일재산 확인 결정을 했습니다. 당시 국가가 환수한 재산은 시가 기준 총 2,37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위원회는 활동기간이 끝난 2010년 해산했습니다. 이후에도 이미 확인된 친일재산을 국가로 돌려놓기 위한 법무부의 소송은 계속됐습니다. 그러나 새롭게 발견되는 재산을 조사하고 친일재산에 해당하는지 판단해 국가귀속 여부를 결정할 별도의 조사기구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특별법은 이 같은 조사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 재산 팔아 명의 바뀌어도… ‘처분 대가’까지 추적 새 특별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친일재산이 이미 처분된 경우입니다. 친일재산이 후손에게 상속된 뒤 제3자에게 매각됐다면 현재 등기만 확인해서는 해당 재산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특별법은 친일재산 자체를 국가에 귀속할 수 없는 경우 친일반민족행위자나 상속인 등으로부터 처분 대가를 환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재산이 팔려 원래 형태가 사라졌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은 경제적 이익을 환수할 길을 열어뒀습니다. 다만 현재 소유자의 권리까지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아닙니다. 친일재산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하는 등 법률이 정한 경우에는 제3자의 권리를 보호합니다. 이에 따라 2기 조사에서는 현재 누구 명의로 재산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과 함께 최초 취득 이후 상속과 증여, 매매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처분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갔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뒤따르게 됩니다. ■ 100년 넘게 묻힌 재산 찾는다… 신고 포상금 도입 숨겨진 친일재산을 찾아낼 통로도 추가됩니다. 친일재산을 신고하거나 조사에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가 새로 도입됩니다. 국가기관이 확보한 토지와 등기 자료뿐 아니라 민간에 남아 있는 기록과 정보까지 조사로 연결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새 조사위는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조사·선정하고 관련 재산을 조사해 친일재산 여부와 국가귀속을 결정하게 됩니다. 친일재산의 처분 대가를 조사하고 환수하는 업무도 맡습니다. 일본인 명의로 남아 있는 토지를 조사하고 정리하는 업무 역시 포함됩니다. 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2명을 포함해 모두 9명으로 구성됩니다. 활동 기간은 위원회 구성을 마친 날부터 3년 이내이며 필요한 경우 한 차례에 한해 2년 연장할 수 있습니다. ■ 땅은 이미 팔렸다… 78억원 놓고 진행 중인 소송 조사기구가 없었던 기간에도 친일재산을 둘러싼 법적 절차는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친일반민족행위자 이해승 후손을 상대로 한 소송입니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이해승의 후손이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토지 31필지를 처분해 얻은 약 78억원을 반환하라며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래 친일재산이었던 토지가 이미 매각돼 그대로 국가에 귀속하기 어려워지자 매각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의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법무부는 이해승을 비롯해 신우선, 임선준, 박희양 등 친일반민족행위자 후손을 상대로 재산 환수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광복절인 지난 15일 이 가운데 임선준 후손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1심 전부 승소했다고 밝혔습니다. ■ 11명 준비단 먼저 움직였다… 12월 조사 착수 준비 정부는 조사위 출범에 앞서 지난 6월 22일 설립준비단을 발족했습니다. 준비단은 이영창 검사를 단장으로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국가보훈부, 산림청 등 관계 부처 인력 11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오는 12월 조사위 출범 전까지 관련 법규와 조직·예산을 정비하고 조사 대상과 방식, 세부 조사계획 등을 마련합니다. 정부가 현재 예상하는 추가 환수 규모는 최소 325억원 이상입니다. 정성호 장관은 지난 15일 “2기 친일재산조사위가 출범하면 최소 325억원 이상의 친일재산을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환수된 재산은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의 복지를 위해 사용한다는 방침입니다. 1기 조사위가 활동을 끝낸 2010년 이후 16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남아 있던 재산은 다시 상속됐을 수 있고, 팔렸거나 다른 형태로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오는 12월부터 시작되는 2기 조사는 현재 남아 있는 친일재산뿐 아니라 그동안 이동하고 처분된 재산의 흐름까지 추적하게 됩니다.
2026-08-1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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