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주차장에서 급발진 추정 사고…운전자 경상
크리스마스였는데...구좌읍 광어 양식장에 화재
섬식정류장 보완 공사 후 교통 마비...정책 오류 덮으려 시민 불편은 뒷전
"외식도 여행도 포기해야?"…얼어붙는 제주 서민 지갑
계란값 또 뛰는거야?..제주는 운송비 추가돼 추가 인상 우려
세계 첫 신종 '쏙류' 찾아냈다…제주 문섬서 신종 무척추동물 발견
원내대표의 ‘대화 공개’, 선 넘었나… 김병기 텔레그램 논란의 진짜 쟁점
국회 원내대표가 전직 보좌진의 사적 텔레그램 대화를 공개한 순간, 논란은 개인 갈등을 넘어 제도 문제로 바뀌었습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공개한 대화방을 두고 전직 보좌진이 “동의 없는 불법 취득”이라며 형사 고소에 나서면서, 쟁점은 ‘무엇을 말했느냐’가 아니라 권력이 어떻게 사적 영역에 접근했느냐로 이동했습니다. 정치인의 처신 문제가 아니라, 공적 권력이 사적 통신에 닿는 방식 자체를 묻는 사안으로 쟁점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 쟁점의 이동... 내용에서 취득 경로로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김병기 원내대표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텔레그램 대화의 성격이 아니라, 그 대화가 어떤 방식으로 확보됐는지에 있습니다. 전직 보좌진은 막내 보좌직원의 계정을 김 원내대표의 부인이 당사자 동의 없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설치해 대화를 취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일 경우 통신비밀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습니다. 개인 윤리와 법적 책임 문제를 함께 묻고 있습니다. ■ 해명의 구조... 설명이 새로운 질문 만들어 김 원내대표는 비밀 대화방을 알게 됐고, 그 사유를 알기에 직권면직을 통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설명은 왜, 어떤 경로로 대화를 알게 됐는지에 대한 답은 담고 있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명은 의혹을 정리하기보다 대화 취득 경로라는 새로운 쟁점을 만들어냈습니다. ■ 사적 공간의 붕괴... 내부 발언의 외부화 전직 보좌진은 대화 내용이 주로 업무와 권한 남용 문제에 관한 것이었으며 일부 발췌 공개로 왜곡됐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내부 비판과 토론이 전제돼야 할 사적 공간이 외부로 노출되는 경로가 합법적이지 않았다면, 이는 민주적 견제 기능 자체에 대한 침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형사 고소... 개인 대응을 넘어 제도 판단으로 전직 보좌진이 통신비밀보호법·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고소하고 공익제보자 보호를 요청한 것은 개인 방어를 넘어 제도적 판단을 요청하는 행위입니다. 수사 여부와 무관하게, 이번 사안은 정치권과 공공기관 전반의 내부 소통 관리 기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 권력의 접근, ‘경계’는 어디까지 이번 논란은 누가 옳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영역이냐의 문제입니다. 공적 권력과 그 주변이 사적 통신에 접근할 수 있는 범위, 그것을 공적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조건, 그리고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인지를 이번 사건은 정면에서 묻고 있습니다. 김병기 원내대표와 전직 보좌진의 공방은 개인 감정이나 정치적 공방의 차원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권력이 사적 영역에 개입할 수 있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그 선을 넘는 순간 언제부터 위법이 되는지를 가르는 기준을 이 사건이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논란은 한 정치인의 거취를 넘어 공적 권력과 사적 영역 사이의 경계가 앞으로 어떻게 설정될지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정치권 안팎이 그 추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2025-12-25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섬식정류장 보완 공사 후 교통 마비...정책 오류 덮으려 시민 불편은 뒷전
제주시 광양로터리 인근 탐라장애인복지관 버스 정류장에서 차로 조정 공사가 진행됐습니다. 탐라장애인 복지관 버스정류장에서 제주시청 방향으로 우회전하는 거리가 짧아, 버스 운행에 차질이 생기고 사고 우려도 크다는 지적 때문이었습니다. ◇버스 우회전 차로 신설...불편 초래 제주자치도가 내놓은 대책은 기존 버스 전용 차선 바로 옆으로 버스 전용 우회전 차선을 추가로 신설하는 거 였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급하게 차로 변경을 하지 않아도 우회전 전용 차로를 따라 버스가 이동하면 버스 운행에 불편이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2개 차선의 버스 전용 차로가 생겨난 겁니다. 문제는 버스 우회전 차로를 만들기 위해 일반 차량이 다니던 나머지 2개 차로를 차량 흐름이나 안전을 감안하지 않은 채 조정해 버렸다는 겁니다. 버스정류장 앞에서 갑자기 일반 차량 직진 차로가 사라지고, 버스 우회전 차로를 만들다보니, 주행하던 차량들이 갑자기 차선을 바꿔야만 합니다. ◇운전자 혼란에다 사고 위험까지 게다가 기존 일반차량 직진 차로가 좌회전 차로로 갑자기 바뀌면서, 운전자들이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더욱이 그동안 제주시청 방향 우회전 차로였던 4차선 차로가 직진 차로로 조정됐지만 노면 표시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습니다. 우회전 차로를 버스 정류장을 지나서야 나타나고, 고작 20미터 정도에 불과합니다. 속도를 내고 달리던 차량들이 급하게 차로를 바꿔야하는 지점이 서너곳이나 되는 겁니다. 버스 우회전 차로가 없을때보다 오히려 차량 정체는 더 심해졌고, 사고 위험은 몇배가 커지게 됐습니다. 특히 버스 우회전 차로를 추가하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좁아던 차로 폭은 더 좁아져 버렸습니다. 운전자들은 “버스정류장 설치 목적도 좋지만, 실제 도로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결정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아수라장이 됐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도로 흐름 무시한 일방 행정 비판 커져◇ 섬식버스정류장은 버스와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로 안쪽에 섬 모양으로 정류장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오영훈 지사의 교통혁신 정책 일환으로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사업입니다. 시행 과정에서 차량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와 시민 의견 수렴 부족이 반복되면서 곳곳에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섬식 정류장 설치로 인해 일반 차량의 통행 공간이 줄고, 병목현상이 심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탐라장애인 복지관 섬식정류장은 설치 초기부터 우회전 차량을 감안한 위치 선정이 필요했지만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광양로터리까지 고작 100여미터 밖에 안되는 지점에 섬식정류장을 설치한 것 자체가 오류였다는 겁니다. 도로 구조상 여유 공간이 부족한 구간에서는 섬식정류장보다 기존 노상형 정류장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사업 오류 인정했지만 수습은 일방통행 끊이지 않는 논란과 지적 때문에 당초 내년에 추진하려던 동광로 구간 섬식정류장 설치 사업은 중단됐습니다. 오영훈 지사가 직접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서광로 섬식정류장 구간의 논란과 민원을 해결하려는 방식은 또 일방적으로 결정됐고, 벌써 기존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잘못과 오류를 인정했다면, 해결과 수습 방안은 그래도 충분한 전문가 자문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민 불편을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졌야만 했을 것입니다. 
2025-12-25 제주방송 강석창(ksc064@naver.com) 기자

쿠팡, 결국 ‘단독범행’?…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결론이 남긴 것
쿠팡이 최근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전직 직원의 단독 범행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포렌식 결과를 근거로 고객 정보의 외부 유출이나 제3자 전달 정황은 없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은 ‘누가 했느냐’가 아닙니다. 왜 가능했느냐입니다. 개인의 일탈로 닫을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 대규모 플랫폼이 개인정보 접근을 어떤 기준과 구조로 통제하고 있었는지를 묻는 문제로 번집니다. ■ 접근 가능 구조, 저장 현실화 25일 쿠팡 측 설명에 따르면 전직 직원은 탈취한 내부 보안 키를 이용해 약 3,300만 명 고객 계정의 기본 정보 접근 권한을 확보했습니다. 이 가운데 실제 저장된 정보는 약 3,000개 계정 분량이었고, 공동현관 출입번호는 2,609건이었습니다. 외부 전송 정황이 없다는 설명과는 별개로, 이미 접근과 저장이 가능했다는 사실 자체가 보안 체계의 취약성을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공동현관 출입번호는 디지털 정보에 그치지 않고 물리적 공간의 안전과 직결되는 정보입니다. 이 지점에서 이번 사태는 개인정보 문제를 넘어 생활 안전의 문제로 성격이 바뀝니다. ■ ‘전직 직원’ 프레임의 한계 쿠팡은 유출자가 전직 직원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쟁점은 신분이 아니라 권한 관리입니다. 퇴사 이후에도 작동 가능한 보안 키가 존재했고, 그것이 개인 단말기에서 사용 가능했다는 사실은 접근 통제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차단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개인의 불법 행위와는 별개로, 기업의 권한 회수 절차, 접근 감시 체계, 이상 행위 탐지 시스템이 실제로 얼마나 작동했는지를 묻는 문제입니다. ■ 포렌식의 역할과 한계 쿠팡은 글로벌 보안 기업들을 통한 포렌식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는 사건의 경로를 확인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포렌식은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설명하는 도구일 뿐, 왜 그런 구조가 가능했는지에 대한 해답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은 내부자 위협 대응 체계, 접근 최소화 원칙, 비정상 접근 자동 차단 시스템이 실제로 얼마나 작동하고 있었는지를 검증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습니다. ■ ‘무사 통과’가 아니라 ‘재발 불가’의 기준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죄 선언이 아니라 재발 불가능성입니다. 과거에 외부 유출이 없었다는 설명은 미래의 위험을 차단하지 않습니다. 플랫폼 신뢰는 사고의 유무가 아니라, 사고 이후 무엇이 바뀌는지로 결정됩니다. 또한 보안 키 관리 방식, 퇴사자 접근 차단 절차, 내부 접근 감시 기준이 어떻게 바뀌는지가 공개되지 않는다면, 이번 해명은 일시적 봉합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플랫폼 거버넌스의 문제 이번 사건은 해킹 사건이 아니라, 사회 인프라가 된 플랫폼의 통제 실패 사례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3,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업은 기술 기업을 넘어 공적 책임을 지는 인프라 운영자입니다. 그런 인프라에서 발생한 균열은 개인의 일탈로만 정리될 수 없습니다. 현재 유출자는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돼 있던 정보를 모두 삭제했다고 진술했고, 현재까지 조사 결과는 이 진술과 부합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쿠팡은 추가 조사 경과를 계속 안내하고, 고객 보상 방안도 별도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며 “정부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2차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5-12-25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늘어도 괜찮다”는 말이 나왔다… 제주는 이미 줄어드는 쪽을 선택했나
제주 도민 절반이 “인구가 늘어도 괜찮다”고 답했습니다. 6년 전과는 정반대입니다. 하지만 이 변화는 개방이 아니라 ‘적응’입니다. 늘어도 괜찮아진 게 아니라, 줄어드는 현실을 먼저 받아들인 쪽에 가깝습니다. ■ 반감이 사라진 게 아니라, 기대가 사라졌다 25일 제주통계포털과 국가데이터처 제주사무소, 제주도에 따르면 2019년 제주 사회는 인구 유입을 부담으로 봤습니다. 주거 압박, 환경 부담, 생활비 상승이 우려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반감은 줄었고, 대신 기대도 사라졌습니다. 지역이 잘 돌아갈 때는 유입을 경계합니다. 흔들릴 때는 유입을 환영합니다. 지금 제주의 태도는 분명히 후자입니다. ■ 현실은 이미 반대로 가고 있다 제주는 순유출 상태입니다. 출생보다 사망이 많고, 청년층은 빠집니다. 늘어날 조건이 아니라 줄어들 구조입니다. 제주 인구는 2024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 11월 기준 69만 3,297명까지 줄었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인구가 제주로 들어오는 인구보다 더 많고,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자연감소가 동시에 나타난 결과입니다. 실제 2023년 1,687명, 2024년 3,361명이 순유출 됐습니다. 2009년 시작된 이주 열풍은 사실상 끝났습니다. 제주는 14년 만에 ‘빠져나가는 지역’으로 전환됐습니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 높은 물가, 높은 부동산값에 따른 주거비 부담,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한 이동이 주요 원인입니다. 그래서 “늘어도 괜찮다”는 말은 낙관이 아니라 사후 수용입니다. ■ 생활 조건이 먼저 무너졌다 노동자 10명 중 7명이 전국 평균 임금에 못 미칩니다. 가구 절반이 월 400만 원 아래 소득입니다. 부채 가구는 절반에 가깝고, 주된 이유는 주택입니다. 이 구조에서 유입은 기회가 아니라 완충재입니다. 무너지는 속도를 늦추는 역할에 그친다는 뜻입니다. ■ 행복은 떨어지고, 걱정만 둔해졌다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은 모두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걱정’만 줄었습니다. 이는 삶이 좋아졌다는 뜻이 아니라, 이 상태가 기본값이 됐다는 신호입니다. 삶의 만족도(6.41점), 지역생활 만족도(6.48점), 어제 느낀 행복감(6.39점)은 모두 전년보다 낮아졌습니다. ■ 도민 요구는 분명하다 도민은 제주도가 집중해야 할 정책으로 ‘청년이 찾는 좋은 일자리 창출’(52.7%)과 ‘도민 누구나 촘촘한 복지’(44.7%)를 꼽았습니다. 인구가 아니라 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제주의 위기는 인구 감소가 아니라 ‘기준 하락’ 인구는 줄었습니다. 하지만 더 위험한 건, 그 사실이 더 이상 경고가 아니라 전제가 됐다는 점입니다. “늘어도 괜찮다”는 말은 개방이 아니라 정상선 하향 선언입니다. 제주는 지금 줄어드는 게 아니라, 줄어드는 쪽을 기준으로 사회를 다시 맞추고 있습니다. 이게 지금 제주의 진짜 변화입니다.
2025-12-25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김밥은 3천 원인데, 점심은 이미 1만 원... 서민 메뉴부터 줄줄이 올랐다
김밥은 아직 3,000원대입니다. 그러나 점심은 이미 1만 원이 됐습니다. 지난 1년 사이 김밥·칼국수·김치찌개 같은 대표적 생활 메뉴가 동시에 오르면서, 외식 물가의 중심이 고급 메뉴가 아니라 ‘매일 먹는 한 끼’로 이동했습니다. 물가는 위에서 내려온 게 아니라 아래에서 밀려 올라왔고, 그 변화는 이제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 가장 일상적인 메뉴부터 올랐다 25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외식비 상승의 출발점은 삼계탕이나 특식이 아니라 김밥·칼국수·백반 같은 생활 메뉴였습니다. 김밥은 1년 사이 대부분 지역에서 3~6%가량 올랐고, 칼국수는 여러 지역에서 1만 원선에 근접하거나 넘어섰습니다. 김치찌개 백반 역시 8,000원대 후반으로 이동했습니다. 서울의 경우 김밥 평균 가격은 지난해 11월 3,500원에서 올해 3,700원으로 5.7% 올랐고, 칼국수는 9,385원에서 9,846원으로 4.9% 상승했습니다. 김치찌개 백반도 8,192원에서 8,577원으로 4.7% 올랐고, 삼계탕은 1만8,000원 선으로 이동했습니다. 냉면·삼겹살·비빔밥·자장면 등 주요 메뉴 가격도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외식비의 ‘기준선’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특별한 메뉴를 고를 때만 가격 부담이 컸다면, 이제는 어떤 메뉴를 선택해도 체감 비용이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로 바뀌고 있습니다. ■ 제주, ‘생활 메뉴’가 더 비싸다 제주의 변화는 더 선명합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제주의 칼국수 평균 가격은 1만125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1년 전 9,875원에서 또 한 번 올랐습니다. 삼겹살(환산 후)은 1만7,944원으로 이미 서울·수도권 상단과 같은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김치찌개 백반도 9,625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은 위치에 고정돼 있습니다. 반면 김밥은 3,375원으로 상대적으로 낮아 보입니다. 하지만 김밥 가격이 눌려 있는 동안 다른 메뉴들이 빠르게 올라 평균 점심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점심 가격 구조는 ‘김밥 하나로 해결되던 체계’에서 ‘무엇을 골라도 만 원 안팎’인 체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 고급화가 아니라 하방 경직 이 같은 외식 물가 상승은 고급화라는 말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더 좋은 재료를 써서가 아니라, 내려갈 수 없는 비용이 먼저 올랐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가 임대료, 전기·가스 요금 같은 고정비가 동시에 상승했고, 환율 상승이 수입 식자재와 연료 가격을 밀어 올리면서 원가 구조 전체가 위로 이동했습니다. ■ 환율은 늦게 찍히고, 오래 남아 환율 상승은 즉각적인 가격 인상보다 더 위험한 변수입니다. 수입 원자재 가격은 계약 시점의 환율로 고정되고, 그 비용은 몇 달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 가격에 전가됩니다. 한 번 전가된 비용은 환율이 내려가도 쉽게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인건비와 임대료는 이미 오른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외식 물가는 단기 급등보다 장기 누적의 형태로 부담을 키웁니다. 지금 3~5% 상승은 기준선 자체가 위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 어디부터 비싸졌나 김밥이 비싸졌다는 사실보다 김밥을 포함한 생활 메뉴 전반이 동시에 올랐다는 점이 더 주목됩니다. 이로 인해 외식 물가는 특정 메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비 전반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고급 메뉴가 먼저 오르면 소비자가 선택을 바꿀 수 있지만, 일상 메뉴가 먼저 오르면 부담을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외식 물가 상승은 소비 패턴 변화라기보다 생활비 구조 변화로 해석됩니다. 전문가들은 “원료 가격이 내려가도 환율이 높으면 체감 가격은 크게 내려가지 않는다”며 “이미 생산자물가와 환율이 상승한 상태여서 통상 3~6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2025-12-25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외식도 여행도 포기해야?"…얼어붙는 제주 서민 지갑
제주시에 사는 40대 주부 안모씨는 요즘 마트에 갈 때마다 한숨부터 나옵니다. 장바구니를 들고 채소 코너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예전 같으면 카트 가득 채웠는데, 요즘은 꼭 필요한 것만 사게 돼요." 안씨의 장바구니에는 시금치 한 단과 계란 한 판, 우유 두 팩이 전부였습니다. 계산대 앞에서 안씨는 한 달 전보다 더 오른 물건 값에 놀랍니다. 남편 월급은 그대로인데 지출은 계속 늘어나고 고민이 커집니다. 외식도 꺼려지게 됐습니다. 방학때면 계획했던 여행도 이번엔 포기해야하나 걱정입니다. 안씨처럼 지갑을 닫은 제주 주부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3.5로 나타났습니다. 전월 108.0보다 4.5포인트 떨어진 수치입니다. 한 달 만에 다시 급락한 겁니다. 전국 평균 109.9보다 6.4포인트 낮은 수준입니다. ◇외식비·여행비 전망 '뚝'◇ 소비 지출 전망 중에서도 외식비와 여행비 전망이 특히 나빴습니다. 외식비 전망지수는 88로 전월보다 5포인트 떨어졌고, 여행비는 87로 7포인트나 급락했습니다. 교양·오락·문화비도 86으로 5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모두 지난 5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반면 꼭 써야 하는 생활필수 경비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교육비 전망은 97, 교통·통신비는 106, 주거비는 102로 각각 전월보다 1~4포인트 올랐습니다. 경기 전망도 어두워졌습니다. 현재경기판단지수는 87로 전월보다 8포인트 떨어졌고, 향후경기전망지수는 94로 7포인트 하락했습니다. ◇환율·물가 우려 커졌다◇ 주부들이 지갑을 닫은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환율이 치솟고 생활물가가 오르면서 가계 부담이 커진 겁니다. 물가수준전망지수는 140으로 전월보다 4포인트 올랐고, 금리수준전망지수도 101로 4포인트 상승했습니다. 특히 제주는 섬 지역 특성상 운송비가 내륙의 2배 수준이라 물가 상승 압박이 더 큽니다. 안씨는 당분간 허리띠를 더 졸라매려는 주부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5-12-25 제주방송 강석창(ksc064@naver.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