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인데, 왜 값이 먼저 흔들리나
겨울채소 시장이 본격적인 공급 확대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동시에 늘었고, 가격은 일부 품목에서 이미 조정 신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겨울채소는 작황의 문제가 아니라, 수급 관리 역량이 가격을 좌우하는 구조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농협 제주본부는 27일, 전날 겨울무·당근·양배추 수확 현장을 점검하며 이러한 흐름을 집중적으로 살폈다고 밝혔습니다. 현장은 풍년이었지만, 시장은 이미 다음 국면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 재배면적·생산량 동반 확대… 공급 압력 현실화 제주자치도에 따르면 2025년산 겨울무·당근·양배추 재배면적은 9,945헥타르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습니다. 생산량은 3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서 집계된 월동채소 전체 통계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됩니다. 재배면적은 1만 2,033헥타르로 14.6% 증가했고, 예상 생산량은 57만 2,000톤으로 26.6% 늘었습니다. 특히 양배추는 재배면적 증가율이 20%를 넘었고, 생산량 증가 폭도 34%대로 추산됩니다. 면적과 단수가 동시에 확대된 구조는 출하 시점이 겹칠 경우 가격 하락 압력을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 가격은 일부 품목에서 이미 조정 국면 26일 기준 가락시장 상품 경락가격을 보면, 당근은 평년 대비 36% 낮은 20kg당 2만 2,465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양배추도 평년보다 7% 하락한 8kg당 5,971원을 기록했습니다. 겨울무는 20kg당 1만 3,201원으로 평년 대비 8%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분산 출하 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출하 물량이 본격적으로 집중될 경우 가격 방어가 지속될지는 불확실합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품목별로 가격 흐름이 갈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 수급 안정의 관건은 ‘대응 수단’보다 ‘개입 시점’ 제주농협과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는 당근 시장격리, 겨울무 분산 출하를 위한 운송비 지원, 양배추 조기·분산 출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행정도 자율 감축과 가공용 수매 등 추가 대응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국면에서 핵심은 대책의 종류가 아니라 개입 시점입니다. 출하 곡선보다 먼저 움직이지 못할 경우, 가격 방어 효과는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춘협 제주농협 본부장은 “제주 겨울채소는 국민 밥상을 책임지는 핵심 농산물”이라며 “현장 중심의 점검과 선제적인 수급 대응으로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유통 상황을 면밀히 관리하고, 마케팅 지원을 병행해 제주 겨울채소가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판촉은 구조 해법이 아니라 보조 장치 대형 유통업체를 통한 제주물산전, 전국 단위 홍보, 겨울채소 페스타 등 소비 촉진 전략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공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보다는, 단기적인 수요 흡수를 돕는 보조 수단에 가깝습니다. 출하 관리와 생산 조절이 먼저 작동하지 않으면, 판촉만으로 가격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유통 현장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 풍년 이후를 대비한 근본적 점검 필요 올해 제주 겨울채소는 작황 실패가 아니라, 공급 확대가 만든 시험대에 올라 있습니다. 농가·행정·농협 모두 물량 증가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정보가 아니라 실행입니다. 유통업계와 현장에서는 “앞으로 몇 주간의 출하 관리가 수급 안정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이번 겨울채소 시장은 제주의 농산물 수급 관리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2026-01-27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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