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가 무너졌다… ‘사탐런·영어 쇼크’에 12만 탈락자, 정시 전면전 돌입
수시의 문이 전국에서 동시에 꺼졌습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는 난이도 논쟁을 넘어, 대입 구조를 정시 중심으로 강제로 이동시킨 첫 해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사회탐구(사탐) 쏠림과 영어 초유의 난도 상승이 맞물리며 전국적으로 수시 탈락자가 12만 명 이상 급증했고, 그 충격은 인문계에 더 깊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올해 정시는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의 통로가 됐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 수시 탈락 12만 명 급증… 붕괴, 지방에서 먼저 시작 7일 기준 2026학년도 전국 수시모집 정원 대비 지원 건수를 분석한 결과, 수시 탈락 규모는 전년 대비 12만 155건, 증가율 5.6%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서울은 1만 8,057건, 경기는 628건 증가에 그친 반면, 지방 대학은 한 해 만에 10만 1,470건이 추가 탈락했습니다. 지방 대학의 수시 탈락자는 2025학년도 약 85만 명에서 2026학년도 약 95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증가율 11.9%입니다. 수시 체제 균열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먼저 가시화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 ‘사탐’이 만든 착시, 인문계가 더 많이 떨어졌다 2026학년도 주요 10개 대학 기준 인문계 수시 지원자는 20만 3,543명, 선발 인원은 9,305명으로 탈락자가 19만 4,238명에 달했습니다. 인문계 수시 탈락자는 전년 대비 1만 5,281명(8.5%) 증가한 반면, 자연계 탈락자는 6,924명으로 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학별로는 서울대(-7.5%), 한양대(-2%), 경희대(-4.8%)를 제외한 7개 대학의 탈락 규모는 모두 증가했습니다. 성균관대는 931명 모집에 3만 2,187명이 지원해 탈락 규모가 전년 대비 37.1% 급증했고, 서강대도 탈락 건수가 1,991건(15.4%) 늘었습니다. 수시에서 탈락한 이들 상당수는 정시로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문계 탈락자가 늘어난 만큼 정시 경쟁은 구조적으로 더 과열될 수밖에 없습니다. ■ ‘사탐런’ 확산… 상위 등급은 늘고, 이과 재도전 줄어 올해 대입 판도를 뒤흔든 핵심 변수는 ‘사탐런’입니다. 이과 계열 학생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부담이 낮은 사회탐구에 응시하면서, 사회탐구 2등급 이내 인원은 7만 9,611명, 과학탐구 3만 7,308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배를 넘는 격차입니다. 반면 과탐 상위 등급 인원은 사실상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의대 모집 정원이 다시 축소돼 이과 최상위권 N수생의 재유입 가능성도 함께 낮아진 상황입니다. 사탐은 수능 최저 충족에는 유리했지만, 결과적으로 인문계 내부 경쟁 밀도는 폭발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했습니다. ■ 수학도 인문계로 쏠려… ‘확통’ 선택 비율 56.1% 수학 영역에서도 변화가 뚜렷합니다. 통합수능 도입 이후 처음으로 ‘확률과 통계’ 선택 비율이 56.1%까지 상승했습니다. 2022학년도 이후 최고치입니다. 미적분·기하 선택자는 감소하며 선택과목 간 쏠림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이는 인문계 수험생 응시 비중이 구조적으로 확대됐음을 의미하며, 정시에서 인문계 컷 경쟁이 전례 없이 치열해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영어 1등급 3%대 붕괴… 수시 최저 기준 기능 상실 이번 수능에서 영어는 수시 붕괴의 직접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영어 1등급 비율은 3.11%로, 전년도 6.22%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하며 역대 최저 기록을 찍었습니다. 1·2등급 합산 비율 역시 22.57%에서 17.46%로 5.11%포인트(p) 하락했습니다. 수치로 환산하면 영어 1·2등급을 받지 못한 인원이 불과 1년 만에 2만 3,519명 증가한 셈입니다. 수시 최저 기준이, ‘보완 조건’이 아니라 ‘결정적 변수’로 전면 전환된 첫 해입니다. ■ “인문은 더 조심해야”… 정시, 전략 싸움으로 진입 종로학원은 주요 10개 대학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문계 정시 경쟁이 자연계보다 더 격화될 가능성을 공식 분석했습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인문계 수험생은 영어, 국어, 대학별 탐구 변환표준점수까지 모두 동시에 점검해야 하는 구조”라고 평가했고, 자연계에 대해서는 “과탐 고득점자가 줄고, 자연계 수능 응시생 자체가 감소한 상황에서 의대 정원 축소 변수까지 겹쳐 정시 판도는 작년보다 다소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25-12-07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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