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에 백화점이 있었다”… 그곳에서 젊었던 여자의 시간이 다시 흐른다
"삼다수 못 마시면 1등 놓쳐요"...19세 세계 챔피언 이현지의 루틴도 징크스도 '삼다수'
[자막뉴스] 생명 구한 알바생 정체가?..."前 특전사 소령 늦깎이 간호대생"
“우리가 편리해질수록 누가 아팠을까”… 제주 돌담 틈에서 태어난 요정이 물었다
제주, '교육혁신 선도지역' 공모 탈락
"삼다수 못 마시면 1등 놓쳐요"...19세 세계 챔피언 이현지의 루틴도 징크스도 '삼다수'
제주가 키운 열아홉살 유도 유망주가 세계 정상에 올랐습니다. 제주 남녕고 출신으로 용인대에 재학 중인 여자 유도 국가대표 이현지 선수가 주인공입니다. 이현지 선수는 지난달 아제르바이잔 에서 열린 2026 국제유도연맹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78㎏ 이상급 결승에서 프랑스의 로만 디코를 한판으로 꺾고 우승했습니다. 이현지 선수는 첫 경기부터 결승까지 다섯 경기를 모두 한판승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준결승에선 세계랭킹 1위인 이스라엘의 라즈 헤르슈코를 경기 시작 46초 만에 제압했습니다. 한국 유도는 지난해 김하윤 선수에 이어 2년 연속 세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 우승자를 배출했습니다. 이현지 선수의 성장 속도는 남달랐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유도를 시작한 뒤 금세 두각을 나타냈고, 남녕고 1학년 때는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됐습니다. 지난 2023년 세계유소년유도선수권대회, 2024년 세계청소년유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습니다.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지난해에는 바리시 그랜드슬램과 도쿄 그랜드슬램에서 잇따라 우승했습니다. 이제 시선은 오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금메달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를 메친 열아홉살 챔피언이 꼽은 우승 비결은 뜻밖에도 물이었습니다. 고향 제주에서 마시던 삼다수입니다. 이현지 선수는 최근 JIBS [시사이슈 결]에 해외 대회에 나갈 때마다 삼다수를 챙겨 간다고 털어놨습니다. 중학교 때 처음 해외 시합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부모님이 물이 맞지 않을 수 있으니 혹시 몰라 챙겨 가라고 해서 가져간 게 시작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대회 성적이 아주 좋았습니다. "삼다수를 못 먹은 시합마다 자꾸 1등을 놓치더라고요. 그게 너무 분해서 계속 챙겨 다녔더니 시합도 계속 성적이 좋았고,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번 원정길에 챙기는 양은 500㎖짜리 12병, 6리터에서 7리터 정도입니다. 그래도 늘 모자라 최대한 아껴 마신다고 했습니다. 삼다수를 챙기지 못해 대회 기간 살이 많이 빠지는 바람에 힘들었던 경험담도 애기했습니다. 예전에는 물을 너무 못 마셔 살이 많이 빠지는 바람에 무척 힘들었다고 돌아봤습니다. "코치 선생님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지만, 저는 삼다수를 마셔야 잘하게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조금 더 많이 챙기고 있습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경기 직전 음악을 듣거나 정해진 행동을 하는 루틴, 또는 나름의 징크스를 하나쯤 갖고 있습니다. 이현지 선수에게도 있었습니다. "오직 삼다수입니다." 경기 전 삼다수를 마시는게 루틴이고, 삼다수를 마시지 못하면 시합에서 진다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학생 딸을 걱정한 부모님의 당부에서 시작된 생수 한 병이 세계 챔피언의 루틴이자 징크스가 된 셈입니다. 이때문에 해외로 시합이나 훈련을 가게 되면 직접 삼다수를 구입해 트렁크를 가득 채우고 다니고 있습니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가 이 소식을 듣고, 이현지 선수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제주 삼다수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경기 출전에 필요한 삼다수를 지원할 방침입니다.  이젠 물 걱정 없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고향의 물 삼다수를 승리의 주문처럼 품고 세계를 메친 열아홉 이현지. 오는 2028년 LA 올림픽에서, 한국 유도계의 오랜 금메달 갈증까지 시원하게 풀어내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2026-11-03 제주방송 강석창(ksc064@naver.com) 기자

“3자 비밀연합 증거 없다” 김민석 사과… 정청래 “김민석은 유죄”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제기했던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 의혹에 대해 증거가 없었다며 사과했습니다. 당 차원의 조사 결과를 보고하기로 한 날, 의혹을 처음 제기한 김 대표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인정하면서 예정됐던 보고도 취소됐습니다. 당시 의혹 제기에 반발했던 정청래 전 대표는 "당원과 정청래는 무죄가 되고 김 대표는 유죄가 된 것"이라며 공개 사과와 책임을 요구했습니다. 당 지도부는 의원총회에서 김 대표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사안을 마무리했다는 입장이지만, 정 전 대표는 공개 사과와 책임을 요구했고 친청계 의원들도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초 관심이 쏠렸던 신천지 관련 조사 내용도 의원총회에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 조사 결과 보고 앞두고 사과… “3자 비밀연합 증거 없었다” 김 대표는 오늘(3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선원 당원 정비 태스크포스(TF) 단장의 신천지 관련 조사 결과 보고에 앞서 사과했습니다. 김성회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김 대표는 "조사 결과 3자 비밀연합의 증거는 없었다"며 "본의 아니게 피해 입은 분들께는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은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김 대표는 반명 세력과 분열주의 세력, 신천지가 비밀리에 연합했다는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했습니다. 당권 경쟁자였던 정 전 대표는 자신과 지지 세력을 겨냥한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후 민주당은 박선원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당원 정비 TF를 통해 관련 의혹을 조사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날 김 대표가 사과하면서 예정됐던 박 단장의 조사 결과 보고는 취소됐습니다. 박 단장은 일부 유튜버들이 주장한 특정 지역 신천지 교인들의 대규모 민주당 입당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정청래 “당원과 나는 무죄, 김민석은 유죄” 정 전 대표는 김 대표의 사과 직후 공개적으로 반발했습니다.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상처받은 당원들에게 비공개 의총에서 숨어서 죄송하다고 하는 게 아니라 공개 사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원에 모욕감과 혼란, 당을 심대한 위험에 빠뜨리게 한 행위는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대표의 정치적 책임도 요구했습니다. 정 전 대표는 "본인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그 부분도 공개적으로 밝혀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당원과 정청래는 무죄가 되고 김 대표는 유죄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대로 그냥 넘어갈 수 있겠나"라며 "자업자득,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지도부는 박수로 마무리… 친청계는 항의 김 대표의 사과에 대한 당 지도부와 정 전 대표 측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사과 도중 감정이 북받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성회 원내대변인은 "의원들이 진정성에 대해 받아들이고 박수로 그 건은 종료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수사 의뢰를 하거나 당내에 이것으로 더 큰 갈등을 일으키자는 쪽으로 말씀하시거나 의견을 내신 의원은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신천지 관련 조사 결과를 보고하지 않는 데도 이견이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친청계 의원들은 김 대표의 사과 직후 의원총회에서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전 대표도 의총 직후 공개 사과와 정치적 책임을 요구했습니다. 민주당은 후속 처리 방향을 최고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입니다.
2026-11-03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우리가 편리해질수록 누가 아팠을까”… 제주 돌담 틈에서 태어난 요정이 물었다
호랑이가 물가에서 등불을 들고 있습니다. 수달은 나비를 바라보고, 분홍색 셔츠를 입은 고릴라는 나무뿌리에 기대어 쉽니다. 곱슬머리의 작은 요정은 맨발로 그들 사이에 앉아 있습니다. 나무에서는 흰 잎들이 길게 늘어지고, 짙푸른 밤하늘에는 작은 빛들이 떠 있습니다. 물가의 버섯들은 청록색으로 빛납니다. 호랑이는 사냥하지 않고, 수달은 위험을 피해 달아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생명들이 한 공간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냅니다. 한항선이 그린 숲입니다. 이 다정한 세계가 태어난 곳은 역설적으로 나무와 돌담이 사라져가는 제주입니다. “한 달 주기로 나무와, 풀과, 돌담이 사라졌다. 물이 흐르던 곳들은 시멘트로 메워져 썩은 악취가 진동을 하고 익숙했던 풍경들은 콘크리트 숲으로 변해갔다.” 제주에서 태어나 섬과 육지를 오가며 그림을 그려온 한항선이 목격한 변화입니다. 익숙한 풍경이 사라지는 동안 새로운 건물과 시설이 들어섰습니다. 인간에게는 발전과 편리함으로 기록된 시간이 다른 생명에게는 살아갈 공간을 잃어가는 시간이었을 수 있습니다. 한항선은 “내가 느꼈던 편리함이 그들에겐 큰 아픔이었음에 잠시나마 ‘트멍이’를 통해 반성의 마음을 전한다”고 작업 배경을 밝혔습니다. 그 마음에서 인간과 동물의 모습을 함께 지닌 작은 존재 ‘트멍이’가 태어났습니다. 지난 2일 제주시 갤러리 이호에서 시작된 한항선의 개인전 《트멍; 땅속 깊이 뿌리내린, 다정한 온기》는 사라진 풍경에 대한 기억에서 출발해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갈 공간을 상상합니다. ■ 돌담의 빈틈은 누가 비워둔 자리인가 ‘돌담에도 트멍이 있어사 된다.’ 제주에 전해오는 옛말입니다. ‘트멍’은 구멍이나 틈새를 뜻하는 제주어입니다. 제주의 돌담은 돌과 돌 사이를 완전히 메우지 않습니다. 거센 바람에 맞서기보다 바람이 지나갈 길을 남겨둡니다. 돌담을 지탱하는 힘이 오히려 그 빈틈에서 나옵니다. 한항선은 이 오래된 지혜에서 작품의 중심 개념을 가져왔습니다. 돌과 돌 사이의 틈은 비어 있기에 바람을 받아들이고, 바람이 지나갈 수 있기에 돌담은 제자리를 지킵니다. 어느 한쪽이 모든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방식으로 서로의 존재를 견디는 셈입니다. 그런데 돌담의 빈틈을 인간과 다른 생명의 관계로 옮겨놓으면 질문은 한층 날카로워집니다. 누군가에게 살아갈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 누가 자신의 공간을 비워야 할까. 인간이 편리함을 위해 차지해 온 공간을 조금 덜어낼 때, 다른 생명에게는 살아갈 자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포기해야 할 편리함이 다른 생명에게는 생존의 조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트멍은 무엇을 더 채울 것인가보다, 무엇을 남겨두어야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 현무암을 머리에 얹은 아이, 사라진 풍경의 무게를 지다 트멍이는 머리에 현무암을 얹고 있습니다. 인간을 닮은 얼굴에 동물의 특징을 함께 지닌 작은 존재입니다. 한항선은 트멍이를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서로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만들었습니다. 머리 위의 현무암에는 제주에서 목격한 변화가 담겨 있습니다. 나무와 풀이 사라지고 물길이 메워지는 풍경에서 인간이 자연에 남긴 흔적을 읽었습니다. 한항선은 제주의 변화를 현대사회의 축소판으로 바라보며, 그 시간을 ‘우리가 짊어져야 할 현 시대의 무게’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트멍이는 제주의 돌을 머리에 이고 다른 생명들 사이에 앉아 있습니다. 작은 몸 위에 놓인 현무암은 제주라는 장소의 표식이자 인간이 남긴 변화의 무게로 읽힙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한항선은 인간중심적인 삶을 반성하면서도 인간이 중심이 되어 다른 생명을 포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간에게 세계를 지배할 권리가 없다고 보면서도, 인간이 훼손한 자연에 대한 책임은 인간에게 묻고 있습니다. 트멍이는 그 두 생각 사이에 서 있습니다.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에게만 속하지 않고, 동물들과 어울려 살아가면서 인간이 감당해야 할 책임을 떠올리게 합니다. ■ 사냥하지 않는 호랑이, 고통을 지운 숲의 역설 한항선의 숲에서 호랑이는 등불을 듭니다. 포식자의 발톱과 이빨보다 어둠을 밝히는 행동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수달은 나비에게 손을 내밀고, 고릴라는 나무뿌리에 몸을 기댑니다. 현실의 자연에서는 포식과 경쟁, 죽음과 재생이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한항선의 숲에서는 생존을 둘러싼 긴장 대신 평화로운 일상이 펼쳐집니다. 한항선은 “트멍이와 친구들은 그림 속에서 만큼은 고통스럽지도 연약하지도 않은 모습으로 그들만의 유토피아를 만들어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평화에는 또 하나의 역설이 있습니다. 모든 생명이 안전하게 살아가는 세계를 그리기 위해 자연의 일부인 포식과 경쟁을 화면에서 덜어냈습니다. 생명들의 공존을 상상하면서 실제 자연에 존재하는 갈등은 잠시 지워둔 셈입니다. 한항선은 현실의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경쟁과 갈등을 덜어내고, 상처받은 생명들에게 고통 없는 시간을 내어줍니다. 등불을 든 호랑이에게서 포식자의 위협은 사라지고, 나비를 바라보는 수달에게서도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림 안에서 가능한 평화가 그림 밖에서도 가능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한항선의 유토피아는 그 질문을 남깁니다. ■ 비움을 말하면서 화폭은 가득 채웠다… 붓질 사이에도 ‘트멍’ 그림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촘촘합니다. 나무껍질의 굴곡과 잎맥, 이끼와 풀의 표면에 수많은 붓질이 쌓여 있습니다. 짙은 녹색과 연두색, 청록색이 겹쳐지고 검푸른 밤하늘에는 작은 빛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흰 잎들은 길게 늘어지고, 물가의 버섯들은 저마다 다른 빛을 냅니다. 전시의 중심 개념은 비어 있는 틈인데, 정작 그림에는 작은 풀 한 포기까지 빼곡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이 촘촘한 붓질 사이에도 ‘트멍’이 있습니다. 한항선은 한지 위에 세필붓으로 가로 방향의 채색을 여러 차례 반복합니다. 그 과정에서 붓질과 붓질 사이에 미세한 틈이 우연히 생겨납니다. 이러한 틈에도 ‘트멍’의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제주 돌담에서 바람이 지나가는 길이었던 트멍이 한지 위에서는 붓질 사이에 나타납니다. 돌을 쌓으며 남겨둔 틈과 색을 쌓다가 생겨난 틈이 하나의 개념으로 이어집니다. 비움은 작품의 주제인 동시에 제작 과정에도 스며 있습니다. 한항선은 세필붓으로 색을 여러 차례 올리는 작업을 수행에 비유했습니다. 주어진 재료를 남김없이 사용하며 붓질마다 마음을 쌓아간다고 설명했습니다. 풀 한 포기, 버섯 하나에도 공들인 흔적이 배어 있습니다. 촘촘하게 쌓인 색과 선에는 작은 생명 하나도 소홀히 지나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숲을 생명으로 가득 채우면서 인간에게는 무엇을 비워둘 수 있는지 묻습니다. ■ 누군가의 쉼을 위해, 인간은 무엇을 비워둘 수 있을까 한항선이 기억하는 제주에는 나무와 돌담이 있었고, 물이 흐르던 길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건물과 시멘트가 들어섰습니다. 새로 들어선 것들은 눈에 보이지만, 사라진 것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에서 희미해집니다. 트멍이는 그 사라진 자리를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개발할 수 있어도 남겨두는 숲, 더 많은 것을 차지할 수 있어도 비워두는 공간. 다른 생명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선택에는 인간의 불편함이 따를 수도 있습니다. 한항선은 “아파하는 동물들과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게도 잠시나마 ‘트멍’이 되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돌담의 작은 틈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인간이 얼마나 많은 공간을 차지하며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 가운데 무엇을 비워야 다른 생명이 편안해질 수 있을까. 그 질문을 품은 한항선의 개인전 《트멍; 땅속 깊이 뿌리내린, 다정한 온기》는 오는 9일까지 열립니다. 제주자치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2026년도 문화예술지원사업 후원으로 마련됐습니다.
2026-11-03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자막뉴스] 생명 구한 알바생 정체가?..."前 특전사 소령 늦깎이 간호대생"
지난달 31일 / 제주 'ㅎ' 예식장 식사를 하던 60대 남성이 갑자기 쓰러집니다.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숨을 쉬지 못하는 위급한 상황. 사람들이 몰려들고 심폐소생술을 해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모두가 당황한 사이, 침착하게 나선 한 아르바이트생. 심정지가 아닌 기도 폐쇄인 걸 확인하고는 즉시 하임리히법을 실시합니다. 수분간 이어진 응급 처치 끝에 쓰러진 남성은 의식을 되찾았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습니다. 당시 신속하게 응급 처치를 한 강태성 씨는 예식장 아르바이트생으로,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었습니다. 강태성 / 제주대학교 간호학과 3학년 "입술이 청색증으로 산소가 돌지 않고 있다는 게 보였고 호흡도 완전히 없는 상태였습니다. 복부 움직임이 아예 없는 상태여서 매우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됐습니다." 특전사 예비역 소령 출신인 강 씨는 서른 넘어 대학교에 다시 입학한 늦깎이 대학생입니다. 공무원으로 일하던 당시 의료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간호사들을 보며 새로운 꿈을 키운 겁니다. 세 자녀의 아빠로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가족의 든든한 신뢰와 지지 덕분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강태성 / 제주대학교 간호학과 3학년 "앞으로도 이런 응급 상황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 같습니다.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따뜻한 간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순간 망설이지 않고 용기 있게 나선 강태성 씨. 강 씨의 신속하고 침착한 대응 덕분에 환자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JIBS 권민지입니다. (영상취재 강명철)
2026-11-03 제주방송 권민지 (kmj@jibs.co.kr) 강명철 (kangjsp@naver.com) 기자

제주대에 '4.3정신계승비' 세운다.. 직접 나서는 학생들
정부의 공식 조사보고서 채택과 제주4·3특별법 제정 이후에도 '4·3 흔들기'가 여전한 가운데 제주대학교 학생들이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학내에 '제주4·3정신계승기념비'를 세웁니다. 제주대학교 제58대 드림(DREAM) 총학생회는 오늘(3일) 4·3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규명에 앞장섰던 선배 세대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주4·3정신계승기념비: 평화와 기억의 자리'를 건립한다고 밝혔습니다. 기념비 건립은 지난 8월 총학생회가 중앙운영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공식 의결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이후 모든 단과대학 학생회가 참여하면서 학내 전체가 함께하는 사업으로 확대됐습니다. 그동안 역대 총학에서는 4·3을 맞아 교내에 우체통을 설치하고 유족들에게 추모와 공감의 마음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이번 기념비 건립은 4월 3일을 전후한 일회성 추모 행사를 넘어, 학생들이 일상에서 4·3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공간을 스스로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 1985년 4월 제정된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칙은 첫 문장을 '4·3의 후예 제주대학교 총학생회는.. '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칙 제정 이후 41년 동안 교내에는 4·3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은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기념비는 대학 예산 지원 없이 학생과 학내 구성원, 도민들의 자발적인 모금과 후원금만으로 건립됩니다. 모금은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며, 기념비는 다음 달 중 제막할 예정입니다. 양유준 총학생회장은 "2021년 4·3 특별법 전부개정 이후의 4·3은 제주의 청년들이 직접 고민하고 이끌어가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연내 제주4·3정신계승기념비 건립을 통해 역사 왜곡에 맞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가교 역할을 우리 제주대학교 학생들이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학생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청년위원회도 "청년들이 4·3의 세대 전승 주체로 스스로 일어서는 기반이자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호응했습니다. 청년위원회는 "'4월 3일 단 하루의 4·3'을 넘어 '일상의 4·3'으로 나아가려는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며 "학생들이 매일 오가는 캠퍼스 한가운데 세워질 기념비는 4·3을 1년에 단 하루가 아닌 언제든 마주하고 되새기는 기억으로 바꿔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청년위원회는 그러면서 "41년 전 선배들이 남긴 '4·3의 후예'라는 이름에 오늘의 학생들이 기억의 자리로 응답했다"며 "우리 청년들도 그 곁에 함께 서겠다"고 덧붙였습니다.
2026-11-03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