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밀리는 이유] ② 운수권은 풀렸지만, 결과는 달랐다
운수권은 확대됐습니다. 같은 정책 아래에서 노선도 함께 늘었습니다. 노선이 놓인 위치는 공항마다 달랐습니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중 여객은 약 439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국제선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장거리 노선 부담이 커지면서 중국과 일본 등 근거리 노선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습니다. 이번 배분에서 갈린 지점은 수요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그 수요를 실제 운항으로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이었습니다. 2편에서는 이 여건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왜 제주만 다른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짚어봅니다. ■ 운수권은 같았지만, 노선 갈렸다 국토부의 운수권 배분에서 지방공항과 인천공항은 상하이와 베이징 등 수요가 집중되는 핵심 노선을 확보했습니다. 인천공항은 기존 노선을 증편하며 확장에 들어갔습니다. 반면 제주는 청두 주 2회, 충칭 주 3회 등 주 5회에 머물렀습니다. 같은 운수권이 배분됐지만 노선이 놓인 위치는 달랐습니다. 결과는 처음부터 나뉘어 있었습니다. ■ 배분 기준, 수요만으로 설명되지 않아 표면적으로는 수요 회복에 따른 배분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요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항공사는 노선을 수요만 보고 결정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운항이 가능한 조건, 즉 슬롯(slot‧시간당 항공기 운항편수)과 운항 여건, 기재 운영 효율까지 함께 고려합니다. 한 국적사 관계자는 “운수권이 배분돼도 실제 노선 투입은 항공사가 결정한다”며 “운항 여건이 확보된 공항이 우선순위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번 배분은 수요를 기준으로 열리고, 운항 조건에 따라 실제 배치가 달라지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 비용 변화, 노선 선택에도 영향 최근 국제선 유류할증료 상승도 노선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내선 유류할증료 역시 7,700원에서 3만 4,100원으로 4배 이상 인상됐습니다. 장거리 노선일수록 연료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항공사와 소비자 모두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단거리 노선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 여행업계에서는 유럽 등 장거리 수요가 줄고, 일본과 중국 등 근거리 노선이 상대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비용 차이는 중국 노선 중심의 이번 배분 결과와도 맞물립니다.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비용 부담이 낮은 노선부터 항공편이 붙는 모습입니다. ■ 늘릴 수 있는 공항에 먼저 배치된다 같은 항공기라도 더 많이 띄울 수 있는 공항이 유리합니다. 제주공항은 시간당 약 34~35회 수준에서 운항이 관리되고 있습니다. 확장이 가능한 공항은 운수권을 받은 뒤에도 운항을 추가로 이어갈 수 있고, 그만큼 수익성과 효율이 높아집니다. 이 상황에서는 운수권이 운항 여력이 있는 공항으로 먼저 배치됩니다. 반면 운항 여건이 제한된 공항은 신규 노선 투입보다 기존 운항 유지가 우선됩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은 공항으로 기재를 배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 제주, 활용 가능한 선택지 좁아 제주는 이 지점에서 제약이 한층 두드러집니다. 운수권을 받더라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시간대와 횟수가 제한됩니다. 노선을 설계할 수 있는 폭 자체가 넓지 않습니다. 같은 조건에서도 선택 가능한 조합이 줄어들면서 노선 배치는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핵심 노선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 외국인 수요 회복… 충분하지 않은 연결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다시 늘고 있습니다. 중국과 대만을 중심으로 인바운드 수요가 회복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를 받아낼 항공편은 그만큼 늘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내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수요는 살아나고 있지만 노선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직접 유입을 더 늘리기 어려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요는 늘었지만 이를 처리할 수 있는 항공편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 마케팅과 정책, 운항 여건의 한계 제주도는 외국 항공사까지 포함한 노선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고, 동남아와 장거리 노선 유치를 위한 재정 지원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노선 확대는 공항의 운항 여건과 맞물려 움직입니다. 관광 마케팅으로 수요를 끌어와도 이를 받아낼 항공편이 충분하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연결이 막힌 상태에서는 수요 확대가 곧바로 유입 증가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 이번 배분 결과, 조건에서 갈렸다 운수권 배분의 결과는 ‘확대’였습니다. 그렇지만 그 확장은 같은 방향으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늘릴 수 있는 공항은 핵심 노선을 확보했고, 그렇지 못한 공항은 각자 가능한 범위 안에서 움직였습니다. 1편에서 확인된 결과는, 이 조건에서 이미 방향이 정해진 상태였습니다. ■ 과제는... 배분, 그 이후 이번 운수권 배분은 노선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요 회복과 노선 확대를 중심으로 운수권을 배분했다”며 “지방공항 활성화와 국제선 회복을 함께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배분 이후 단계에 대한 고민도 함께 제기됩니다. 공항 운영 측면에서는 운항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여건 개선이 핵심 변수로 꼽힙니다. 제주공항은 시간당 약 34~35회 수준에서 운항이 관리되고 있습니다. 최근 항공 안전 관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슬롯 운용도 더 엄격해졌습니다. 이런 여건에서는 노선 확대보다는 기존 운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우선순위가 놓입니다. 신규 노선을 추가할 수 있는 여지는 자연스럽게 좁아집니다. 한 항공사 노선 담당자는 “운수권이 배분돼도 실제 노선 투입까지 이어지려면 운항 조건이 맞아야 한다”며 “슬롯과 기재 운영 여건이 맞지 않으면 계획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수요와 연결의 간극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내 여행사 관계자는 “외국인 수요는 회복되고 있지만 항공편이 충분하지 않으면 직접 유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노선이 막히면 수요는 다른 지역이나 경유 형태로 분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운수권 확대만으로는 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난 셈입니다. 노선 배분과 함께 이를 실제 운항으로 연결할 수 있는 공항 운영과 여건 개선까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운수권이 아니라 ‘조건’ 이번 배분에서 갈린 것은 양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운수권이 풀렸지만 결과는 공항의 조건과 비용 차이에 따라 나뉘었습니다. 늘릴 수 있는 공항은 핵심 노선을 가져갔고, 그렇지 못한 공항은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주는 운수권이 아니라, 그 운수권을 실제 운항으로 연결할 수 있는 조건에서 이미 밀리고 있습니다.
2026-04-2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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