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위에 쌓인 기억, 신화로 깨어나다”... 섬과 북방이 만나는 자리
제주는 다시, 스스로를 향해 묻습니다. 돌과 신화, 그리고 유배. 섬의 기억을 예술의 언어로 되살리는 여정이 이번 주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열립니다. ‘2026 제5회 제주비엔날레’를 앞두고 열리는 사전 컨퍼런스가 15일 오백장군갤러리 공연장에서 개최됩니다. 주제는 ‘섬의 기억과 감각 – 돌, 신화, 유배’. 제주의 자연과 생태, 유배의 흔적을 예술의 시선으로 다시 엮는 자리입니다. ■ 돌·신화·유배, 제주의 근원을 묻다 이번 컨퍼런스는 예술인과 연구자, 시민이 함께 섬의 기억을 다시 쓰는 대화의 장입니다. 1부는 ‘돌문화’, ‘신화’, ‘유배’ 세 축으로 나뉘어 각 분야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집니다. 김종일 서울대학교 교수는 ‘북방 유라시아의 거석 기념물과 제주도의 돌문화’, 김순이 제주문학관 명예관장은 ‘제주 신화와 함께’, 최열 미술사학자는 ‘제주의 추사’를 주제로 발표합니다. 정광중·강소전·양진건 교수가 각각 질의자로 참여해 논의의 깊이를 더할 예정입니다. 2부 원탁토론은 미술평론가 홍경한이 진행하며, 현장 참가자들이 직접 발언자로 나섭니다. 섬의 기억이 예술로 어떻게 확장될 수 있을지, 그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제주의 기억, 새 언어로 말하다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은 “제주비엔날레는 섬의 자연과 문화, 역사적 경험을 동시대 예술 언어로 풀어내는 실험의 장”이라며 “이번 사전 컨퍼런스는 제주의 근원적 키워드인 돌·신화·유배를 통해 섬의 기억을 새롭게 해석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말처럼 이번 행사는 비엔날레의 큰 방향을 드러내는 무대가 될 전망입니다. 2024년 제4회 제주비엔날레가 ‘표류’를 통해 남방 해양문명의 교차를 보여줬다면, 2026년 비엔날레는 그 반대편, 북방의 길을 따라섭니다. 고대 제주 문명의 축을 따라 북방문화의 흔적과 변용의 과정을 읽고, 섬과 대륙이 연결되는 예술적 지평을 펼치려는 시도입니다. ■ 섬의 질문에, 예술의 답은 돌은 제주의 몸이고, 신화는 그 기억의 언어입니다. 유배는 고립이 아니라 변형의 시간입니다. ‘돌문화’는 섬이 품은 물질적 기억이고, ‘신화’는 그 위에 쌓인 공동체의 상상력입니다. ‘유배’는 제주의 시간을 깊게 파내는 역사적 체험입니다. 세 가지가 맞물리며 예술은 더 이상 장르의 문제가 아니라, 기억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의 문제로 향합니다. ■ 예술, 다시 섬을 그리다 컨퍼런스는 2026 제주비엔날레로 이어질 예술적 사유의 출발점입니다. 제주는 이제 남방의 섬이 아니라, 북방까지 닿는 문명적 교차점으로 서려 합니다. 돌 위에 쌓인 시간, 신화 속에 남은 이름, 유배로 이어진 사유의 궤적이 새로운 언어로 깨어날 때 예술이 그리는 섬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제주는 자신을 새로 기억하기 시작합니다.
2025-11-10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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