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행 자제’에 한국이 떴다… 中 여행 수요 급선회, 제주가 가장 먼저 출렁인다
중국 정부가 일본 여행 자제를 공식화한 뒤, 중국발 해외여행 수요가 빠르게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일본행이 비는 순간 한국이 최상단으로 치고 올라왔고, 중국 여행 플랫폼에서도 한국이 해외 목적지 1위로 포착되는 흐름이 확인됐습니다. 이 변화는 곧장 제주로 연결될 수 있는 시장 구조와 맞물리면서, 업계와 정책 라인이 동시에 긴장을 높이고 있습니다. 단순히 반사효과가 아니라 동아시아 관광 질서가 다시 재배치되는 초기 신호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 일본행 단체예약, 줄줄이 무너져 19일 정치권과 여행업계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무력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직후 중국 외교부는 14일 일본 여행 자제를 발표했습니다. 이어 중국 문화여유부도 같은 내용을 재공지하며 조치 수위는 더 높아졌습니다. 베이징·상하이 주요 여행사들은 “일본행 단체 예약이 하루 만에 절반 가까이 취소됐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주요 항공사들도 일본행 항공권 무료 취소·변경을 즉시 허용하며 조치에 동참했습니다. ■ 취날에서 한국 1위… 비는 자리, 가장 가까운 목적지가 채워 중국 여행 플랫폼 취날(Qunar)은 지난 주말(15~16일) 해외 여행지 검색·결제 모두에서 한국이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행 항공권 판매가 가장 많았고, 제주·부산행 항공권 조회도 일주일 전보다 뚜렷하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여행상품 기획자는 “일본이 비면 한국과 동남아가 동시에 치고 들어오지만, 이번에는 한국 쪽 이동이 훨씬 선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중국인 소비 20조 원 규모… 일본은 충격 불가피 일본관광청(JNTO)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일본 방문객 중 중국인은 25%. 이들이 쓴 소비는 약 15조 원, 연간 환산하면 20조 원에 이릅니다. 지출 여력이 큰 집단이 빠지는 만큼 일본 관광업계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외교 갈등 때마다 ‘관광 조절’ 반복… 한국도 사드에서 이미 경험 중국은 외교 갈등 때마다 여행·관광 분야를 정책 신호로 활용해 왔습니다. 사드 사태 당시 한국 전체 중국인 방문객은 807만 → 417만 명, 제주는 300만 → 75만 명으로 급락했습니다. 이번 조치 역시 같은 패턴의 연장선이란 분석이 적지 않습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반사효과로 끝날지, 다시 급격한 역풍으로 이어질지는 지금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 전체 시장은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존재 올해 방한 중국인은 약 46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단체관광이 중심인 시장은 늘어날 때도 빠르고, 빠질 때는 더 빠르게 움직입니다. 한 국적 항공사 노선 담당자는 “지금은 기회처럼 보이더라도 중국 시장은 항상 출렁임이 먼저 온다”며 “속도전만 보고 대응하면 금세 뒤처지는 시장”이라고 말했습니다. ■ 제주가 가장 먼저 흔들리는 구조 제주는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입니다. 2023~2024년 외국인 방문이 연간 약 180만 명까지 회복되는 과정에서, 일부 달에는 중국인이 60~75%까지 올라간 적도 있습니다. 중국발 직항 중심 구조, 단거리 노선, 단체관광 비중이 겹쳐 일본행 수요가 흔들릴 경우 가장 먼저 반응하는 지역으로 분류됩니다. 사드 당시에도 제주 외국인 방문객은 300만→ 75만 명 수준으로 떨어진 경험이 있어, 업계가 이번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제주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사드 때는 수요가 돌아오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이번 일본 변수도 흐름을 지켜보는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 늘어나는 흐름보다, 버틸 구조가 중요 물론 이번 변화가 제주에 단기 유입을 만들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업계 시선은 ‘늘어남’이 아니라 ‘출렁임을 견딜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데 더 가깝습니다. 제주 카지노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인 비중이 큰 업종일수록 국제 정세가 흔들릴 때 매출 탄력이 더 크게 반응한다”며 “올라갈 때보다 빠질 때 버틸 장치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반사수요는 분명 기대하지만, 현재는 다양한 국가 수요를 넓히고 기존 VIP 유치 전략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중화권 흐름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도 “중국인 고객 증가 조짐은 있지만 사드 당시 매출 급락이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다”면서 “단기 효과를 쫓기보다는 변동에 견디는 내부 구조가 먼저”라고 말했습니다. 관광정책 실무진 역시 “제주는 특정 국가 비중이 높을수록 외부 변수 충격이 배로 온다”며 “지금 흐름은 단순한 호재라기보다 관광 체질을 손볼 시점에 가깝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중국–일본 갈등이 만든 이동은 시작 단계일 뿐”이라며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제주 관광의 몇 년 후 모습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2025-11-19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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