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뉴스]"끝까지 집에서"... 10년 간병의 어버이날
[6·3 우리 동네 일꾼] ⑲ 무주공산 노형을.. 민주·개혁·무소속 3파전
“우리는 계속 서로를 바라본다”… 안소희 《모아레, 조용히 바라보기》, 그런데 감정은 끝내 같은 자리에 닿지 못한다
“왜 아이한테 ‘오빠’라 시켰나”… 정청래 논란, 박지현이 꺼낸 ‘호칭 권력’
“탄핵의 강 건넜다던 한동훈… 왜 결국 정형근 앞에서 말이 막혔나”
[자막뉴스]"끝까지 집에서"... 10년 간병의 어버이날
제주시 삼도동 병상에 누운 시어머니를 살뜰히 돌보는 조인순 씨. 올해 97살인 시어머니는 10여 년간 치매와 신부전증을 앓았고, 현재는 거동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조인순 / 제주시 삼도동(65살) "어머니 이걸로 이렇게 비비면 안 돼요. 이거 다 문드러져요." 시어머니를 모신 지는 벌써 40여 년, 본격적으로 병수발을 든 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시어머니가 자리에 눕게 되면서 다니던 직장도 그만둬야 했습니다. 조인순 / 제주시 삼도동(65살) "(시어머니가) 90세 되니까 딱 자리에 눕기 시작하니까 제가 어디 전혀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죠. 어머니 옆에 붙어 있어야 되니까..." (수퍼)-1년 전 남편도 파킨슨병 진단...생계 홀로 이어가 1년 전에는 남편까지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간병에 생계까지, 조 씨 혼자 감당해야 하는 몫이 더 커졌습니다. (수퍼)-"요양원 보내지 말아 달라던 말씀 귀에 맴돌아...직접 모셔" 그래도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집에서 지내고 싶다"던 부탁이 마음에 남았기 때문입니다. 조인순 / 제주시 삼도동(65살) "힘들 때가 많죠. 힘들 때가 많은데... 그 말이 귀에 맴도는 거예요. 어머니가 그렇게 부탁을 하셨는데 제가 (요양원에) 모셔다 놓으면 내 마음이 편하겠어요. 안 편하지요." 조 씨에게 시어머니는 단지 남편의 어머니가 아닙니다. 어린 시절 부모를 먼저 떠나보낸 자신에게, 오랜 시간 빈자리를 채워준 또 다른 어머니였습니다. 조인순 / 제주시 삼도동(65살) "시어머니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친정 어머니처럼... 또 어머니도 딸처럼 이렇게 살갑게 잘 해주고 하니까...시어머니지만 내 부모처럼 최선을 다해야지 하고 아직까지는 그냥 묵묵히 해요." 누군가는 카네이션을 건넨 어버이날. 무너져 가는 하루 곁에서, 한 사람을 끝내 혼자 두지 않았습니다. 사연이 알려지면서 조 씨는 제54회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장관상을 받았습니다. JIBS 권민지입니다. 영상취재 윤인수
2026-05-08 제주방송 권민지(kmj@jibs.co.kr)윤인수(kyuros@jibs.co.kr) 기자

“내가 누군지 몰라”라는 말이 이렇게 뜨거울 줄은 몰랐다
제주시 무근성 골목 안쪽, 조금 이상한 제목의 전시가 걸렸습니다. 《내가 누군지 몰라》. 처음엔 체념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이 말은 금세 다른 쪽으로 기웁니다. ‘모르겠다’는 고백은 무너진 사람의 말이 아니었습니다. 자기 삶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이 마지막까지 붙든 문장으로 다가옵니다.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에서 열리는 이번 기획전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오래된 물음을 크게 외치지 않습니다. 대신 육아가 남긴 반복의 선, 보이지 않는 노동의 무게, 낯선 지역에서 다시 짜이는 관계, 사라져가는 공간과 사물의 기억, 인간과 비인간 생명체가 함께 놓인 자리를 전시장 안으로 불러옵니다. 참여 작가는 권민오, 권혜진, 김도마, 박해빈, 이상홍, 이아람, 이애리, 이유진, 장윤하, 전선영, 정정엽, 정재훈 등 12명입니다. 회화와 드로잉, 영상, 오브제, 입체 설치 등 50여 점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전시는 자기를 명확하게 소개하라는 시대의 요구 앞에서 다른 태도를 취합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라 서둘러 결론 내리지 않고, “아직 이 물음 안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 머뭇거림이 오히려 가장 강한 힘입니다. ■ 이름 붙이기 어려운 삶을, 먼저 알아보는 작품들 이번 전시에서 중요한 것은 물음의 크기가 아니라, 그 말이 놓이는 자리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문장은 오래됐습니다. 너무 자주 쓰였고, 그래서 쉽게 비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가 누군지 몰라》는 이 말을 책상 위 개념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작가들은 자기 삶에서 피할 수 없었던 시간, 관계, 몸의 기억, 반복되는 노동, 지역과 이동의 경험을 화면과 사물, 영상과 설치 안으로 가져옵니다. 권혜진 은 제주로 이주한 뒤 육아와 일상이 겹치는 시간 속에서 반복되는 선과 패턴의 이미지를 페인팅으로 이어갑니다. 이아람 은 세상의 주변부로 밀려난 노동과 소외의 자리를 시각화합니다. 정정엽 은 보이지 않는 여성의 노동과 삶을 오래 응시해온 흐름을 이번 전시로 끌어옵니다. 전선영 은 조각과 미술심리치료를 공부하고 신경다양성 아이들과 함께해온 경험을 작품으로 확장합니다. 정재훈 은 현실의 풍경을 초현실적인 화면으로 바꾸며 익숙하다고 믿었던 세계 안쪽의 낯섦을 드러냅니다. 여기서 자기 존재는 완성된 답안이 아닙니다. 계속 바뀌고, 흔들리고, 관계 속에서 다시 쓰입니다. 하나의 이름으로 자신을 고정하기보다, 삶의 변화와 관계의 압력 속에서 다시 구성됩니다. 그렇다고 전시는 이 말을 어렵게 설명하려 들지 않습니다. 각자의 작품이 이미 그 설명을 대신합니다. ■ 거대한 주제보다, 오래 바라본 사물과 관계가 먼저 온다 《내가 누군지 몰라》는 하나의 주장으로 작품들을 몰아가지 않습니다. 그 점이 오히려 전체의 밀도를 만듭니다. 권민오 는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새로운 공간에서 생기는 만남과 이별의 순간을 영상으로 다룹니다. 이유진 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 사라져가는 공간과 사물, 동물에 대한 애정을 오브제와 영상 설치로 풀어냅니다. 장윤하 는 공존하는 생명체에 대한 관심을 자기 언어로 옮깁니다. 이애리 는 삶 주변의 풍경을 평면 위에 담담하게 옮깁니다. 박해빈 은 청주의 ‘APT 빈공간’을 운영하며 익숙한 일상의 풍경을 통해 회화의 평면성을 실험합니다. 김도마 는 제주에서 조각과 입체 작업을 이어가며 물질과 형태가 만들어내는 긴장을 탐색합니다. 이들 작품은 서로 닮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잘 보입니다. 한 전시 안에서 12명의 작가가 각자의 언어를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획이 너무 강하면 작품은 주제의 설명 자료가 되고, 반대로 느슨하면 전체가 흩어집니다. 이번 전시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습니다. 차이를 억지로 정리하지 않으면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드러나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 결과 전시 제목은 개인의 혼란을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삶이 한 공간에 놓였을 때 비로소 보이는 오늘의 복잡한 표정을 보여줍니다. ■ 무근성의 빈공간, 골목의 시간이 작품 사이로 들어오다 장소도 가볍게 지나칠 수 없습니다. 전시가 열리는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은 제주시 관덕로3길, 무근성 마을 안에 있습니다. 대형 미술관이나 상업 갤러리의 매끈한 동선과는 결이 다른 곳입니다. 관람객은 골목을 지나고, 오래된 도시의 시간을 통과한 뒤 전시장에 발을 디딥니다. 이 입지는 전시의 방향성과 맞물립니다. 전시가 붙드는 것은 완성된 자기소개가 아닙니다. 살던 곳을 떠나온 사람의 시간, 돌봄과 노동을 반복해온 몸의 기억, 사라지는 공간을 지켜보는 시선, 다른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는 마음이 한곳에 놓입니다. 그런 말들은 번쩍이는 전시장보다 생활의 흔적이 남은 공간에서 더 또렷하게 들립니다. 물론 작품들이 모두 이 장소를 위해 제작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무근성 골목과 빈공간이라는 장소는 이번 전시를 읽는 방식에 분명한 층위를 더합니다. 작품이 놓이는 자리가 배경에 머물지 않고, 감상 방식과 의미를 함께 바꾸는 순간입니다. ‘빈공간’이라는 이름 역시 묘합니다. ‘비어 있다’는 말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으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다시 들어올 수 있는 자리라는 뜻까지 품고 있습니다. 전시는 그 빈자리에 각자의 삶에서 길어 올린 문장을 놓습니다. ■ 모른다는 말이 예술의 시작이 되는 순간 《내가 누군지 몰라》는 명확한 결론을 주지 않습니다. 자신을 너무 빨리 설명해버리는 사회에서, 아직 말로 다 정리되지 않은 것들을 조금 더 오래 붙들게 합니다. 누군가에게 존재는 이름과 이력으로 정리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돌봄의 시간이고 손에 남은 노동의 기억이며, 떠나온 장소의 잔상이면서 함께 살아온 생명체의 온기입니다. 그래서 이 제목은 나약한 고백으로 다가서지 않습니다. 지금 이 세계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모른다는 말은 끝이 아닙니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는 그 말이 사라지지 않도록, 각자의 삶에서 길어 올린 것들을 가만히 붙들고 있습니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제주시 관덕로3길 15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에서 열립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며, 월요일은 쉽니다. 관람은 사전 예약제로 진행됩니다.
2026-05-08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6·3 우리 동네 일꾼] ⑲ 무주공산 노형을.. 민주·개혁·무소속 3파전
['6·3 우리 동네 일꾼'은 오는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도의원 선거구별 출마 후보자들을 소개하는 기획으로,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마련됐습니다. 오늘은 열아홉 번째로 제주의 가장 큰 도심 지역인 제주시 노형동을 선거구입니다. 이상봉 도의회 의장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이곳에선 비례대표 현역으로 지역구에서 재선을 노리는 이경심, 제주에서 유일하게 개혁신당 간판으로 나서는 이건우, 국민의힘에서 무소속으로 재도전에 나서는 고민수 예비후보의 3파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이경심 "생활밀착 정치로 현안 집중 해결" 더불어민주당 이경심(59) 예비후보는 제주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과에 재학 중이며 전 인권교육연구센터 모다들엉 대표를 지냈고 제12대 도의회에선 비례대표로 활동했습니다. 전과는 없습니다. 지역 현안으로는 교통과 주차, 통학 안전 등을 꼽았고, 거창한 구호보다는 생활 현안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공약으로는 노형오거리 교통 흐름 개선을 위한 지능형 교통체계 도입,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한 인공지능 기반의 공유주차 플랫폼을 제시했습니다. 또 단절된 자전거도로의 재점검과 위험구간 개선을 비롯해 작은도서관 등 교육인프라 확대, 청년과 소규모 창업자를 위한 공유 오피스 등을 약속했습니다. ■ 개혁신당 이건우 "전국 청년들이 찾는 젊은 노형으로" 개혁신당 이건우(33) 예비후보는 부산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개혁신당 노형동 지역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전과는 없습니다. 지역의 가장 큰 현안은 도시가 노후화 구간에 진입하며 생겨나는 부족한 주차장 등 교통 문제를 꼽으며 도시 기반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주요 공약으로는 전국의 청년들이 찾는 노형동을 위한 주거 기반시설 개선과 상권 활성화 등을 제시했습니다. 교통 분야에는 AI 교통·보행·주차 혁신구역 지정을 공약했고, 이밖에 노후 공동주택 리모델링 확대 지원과 공실을 활용한 제주형 통합돌봄도 약속했습니다. ■ 무소속 고민수 "4년을 기다려온 일꾼.. 생활정치 실천" 무소속 고민수(57) 예비후보는 서울 스포츠 대학원 대학교 스포츠 산업경영학과를 졸업했고 KCTV제주방송 부장과 대기고등학교 총동문회장을 지냈습니다. 전과는 1건입니다. 지역 현안으로는 주차 공간 부족을 꼽았고, 주차 타워나 대규모 지하 주차장 등 복합 시설물 신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 교통에 있어선 출퇴근 노형오거리 흐름 개선과 현재 공사 중인 우회도로의 조속한 개통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공약으로는 도심형 4·3역사관 건립과 AI 기반 스마트 교통도시 실현, 전선 지중화 사업을 비롯해 도시 가스 공급 확대, 파크 골프장 조성과 축산 시설 유입 저지 등을 제시했습니다.
2026-05-08 제주방송 하창훈 (chha@jibs.co.kr) 고승한 (q890620@naver.com)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기자

“우리는 계속 서로를 바라본다”… 안소희 《모아레, 조용히 바라보기》, 그런데 감정은 끝내 같은 자리에 닿지 못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처음, 얼굴이 먼저 들어옵니다. 유난히 크게 열려 있는 눈, 중심을 잃은 자세, 어딘가에서 갑자기 멈춰버린 듯한 몸. 시선을 조금 더 오래 붙들고 있으면 눈은 천천히 다른 곳으로 밀려갑니다. 벽과 바닥의 결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있고, 화분과 옷걸이 같은 사물들도 자기 자리를 끝내 편안하게 차지하지 못합니다. 피아노 위에 놓인 손도 연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중간에서 멈춰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전시장을 나오고 난 뒤까지, 다른 얼굴보다 그 멈춰 있는 손의 자세가 더 오래 남습니다. 2025년 제주자치도 미술대전 대상 수상 작가 안소희의 초대전 《모아레(Moiré), 조용히 바라보기》가 서울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대상 수상작 〈우리를 위한 연주〉를 포함한 전시는 제주에서 이어져 온 최근 작업들을 서울로 옮겨온 자리입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수상 이후 대표작을 소개하는 자리로만 읽히지 않습니다. 안소희는 여기서 오래 붙들어온 질문을 더 좁고 깊게 밀어 넣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면서도 끝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 가까이 있는데도 같은 자리에 닿지 못하는 관계의 불일치가 전시의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 안소희의 눈,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 인물들은 예외랄 게 없이 눈이 크다 못해 과잉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기이한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 눈이 감정을 과장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선명해집니다. ‘어쩌면 이 눈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본 상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지만 끝내 완전히 붙잡지 못합니다. 시선은 먼저 도착했는데 감정은 아직 따라오지 못한 상태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입은 거의 사라지듯 축소돼 있습니다. 말을 잃었다기보다 감정이 언어가 되기 전에 먼저 흔들려버린 듯한 인상입니다. 그래서 그 얼굴은 하나의 표정으로 닫히지 않습니다. 슬픔처럼 보이다가도 금세 공허한 얼굴로 바뀌고 불안처럼 읽히다가도 어느 순간 무표정 가까운 상태로 미끄러집니다. 감정이 하나로 정리되지 못한 채 얼굴 위를 계속 부유하는 셈입니다. 안소희는 굳이 감정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설명되지 못한 상태 그대로를 바라봅니다. ■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사람보다 공간이다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인물보다 공간이 더 불안해집니다. 피아노와 의자, 화분과 옷걸이, 벽지와 바닥 패턴은 분명 익숙한 실내를 이루고 있는데도 내부에서는 서로 매끄럽게 맞물리지 못합니다. 바닥의 무늬는 원근을 따르지 않고, 벽은 평면으로 밀려 올라오며, 사물들은 중력에서 살짝 비껴난 듯 위태롭게 놓여 있습니다. 특히 반복되는 선과 결은 인물을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안쪽으로 거듭 밀어 넣습니다. 인물이 공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안에서 조금씩 눌리면서 잠식되는 듯한 기분이 이어집니다.    이때 전시 제목인 ‘모아레(Moiré)’가 단어가 아니라 감각으로 다가옵니다. 서로 다른 층위가 겹칠 때 발생하는 일종의 간섭과 떨림입니다. 안소희는 이 현상을 단순히 시각 효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겹칠수록 분명해지는 대신, 오히려 더 흔들리고 더 어긋나는 상태를 회화 전체로 퍼뜨립니다. 관람객은 그림을 감상한다기보다, 자기 감각의 균형이 조금씩 이동하는 시간을 통과합니다. ■ 〈우리를 위한 연주〉… 관계는 끝내 하나의 박자로 맞춰지지 않는다 대표작 〈우리를 위한 연주〉는 이번 전시가 천착하는 질문이 가장 짙게 스며 있습니다. 인물들은 서로 가까이 붙어 있습니다. 몸은 기대고 있지만 시선은 각자 다른 방향을 향합니다. 연결은 존재하는데 감정은 같은 곳에 도착하지 못합니다. 안소희는 관계를 화해나 안정으로 마무리하지 않습니다. 서로 바라보지만 감정은 계속 어긋나는 상태, 가까이 있는데도 끝내 같은 자리에 닿지 못하는 시간을 붙잡고 있습니다. 피아노 위에 놓인 손 역시 그렇습니다. 연주로 이어져야 할 손은 중간에서 끊긴 채 정지해 있습니다. 옷은 제대로 걸리지 못하고, 사물들은 균형을 잃은 채 미세하게 흔들립니다. 이 안에는 완료된 동작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요소가 도착 직전에서 멈춰 있습니다. 그래서 안소희의 회화는 결과보다 멈춰 있는 시간을 보여줍니다. 끝난 감정이 아니라 아직 지나가지 못한 감정, 완성된 관계가 아니라 끝내 맞물리지 못한 관계를 오래 붙들고 있습니다. ■ 반복 끝에 자기만의 시선을 만들다 안소희는 제주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제주를 기반으로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서울과 부산, 파리 등에서 개인전을 열며 꾸준히 인물과 시선, 감정 사이의 미세한 거리감을 탐색해왔습니다. 최근 작업으로 올수록 얼굴은 더 낯설어졌고, 공간은 더 쉽게 기울어집니다. 사물들은 본래의 균형을 잃고, 표정은 하나의 감정으로 쉽게 닫히지 않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런 변화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자리처럼 읽힙니다. 지금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같은 장면을 보고 있어도 마음은 늘 다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누군가는 이미 지나온 감정을, 또 누군가는 뒤늦게 통과합니다. 안소희는 그 느린 시간의 차이를 그리고 있습니다. 전시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 이어집니다. 남는 건 그림보다, 서로를 바라보면서도 끝내 같은 마음에 닿지 못했던 시간들입니다.
2026-05-08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결국 무산된 개헌.. 우원식 "계엄 반성한다며 거부한 국힘, 역사의 죄인 될 것"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오는 6·3지방선거 때 국민 투표를 목표로 추진되던 헌법 개정안이 국민의힘의 반대로 끝내 국회 본회의를 넘지 못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늘(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에 "더는 의사 진행이 소용없다고 판단해 헌법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며 "오는 6월 3일 국민투표 개헌안은 오늘로써 중단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본회의에서 처리 예정이던 비쟁점 민생 관련 법안 50여건도 상정하지 않고 회의를 산회했습니다. 우 의장의 개헌안 상정 보류로 오는 6·3지방선거 때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 투표를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우 의장은 "헌법개정안은 국민의힘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 의결될 수 없는 구조"라며 "찬성이든 반대든 들어와서 표결하면 될 일인데 무제한 토론을 신청한 것은 제도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39년 만의 개헌을 무산시키지 않기 위해 본회의를 열었지만 국민의힘은 어제는 표결 불참으로, 오늘은 필리버스터로 개헌을 막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을 향해선 "불법 비상계엄을 반성한다고 해놓고 결국 개헌을 거부했다"며 "이렇게 해서 20년, 30년 뒤 또다시 불법계엄과 내란이 벌어진다면 국민의힘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공세에 나섰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역사적 책무를 다하자는 자리에 국민의힘이 없었다면 이번 6·3지방선거에서도 잘 판단하길 바란다"라며 국민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심판론을 꺼냈습니다. 한병도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은 개헌안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하며 의원 개인의 양심과 소신까지 틀어막았다"며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으로 정작 국민이 판단할 기회를 빼앗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필리버스터를 이런 식으로 비정상적으로 사용하면 국회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2026-05-08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