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깐 ‘오빠’ 녹취… “복지부 푸시해줄까” “물건 잔뜩 챙겨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을 둘러싸고 이번에는 ‘우연히 마주쳤다’는 해명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김 후보자 측은 4일 브로커로 지목된 양모 씨, 당시 서울서부지법 정모 판사와 함께 찍은 2022년 2월 사진에 대해 “공개된 사적 모임에서 정 판사와 양 씨를 우연히 마주쳤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하루 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당시 김 후보자와 양 씨가 직접 나눈 통화 녹취를 공개했습니다. 양 씨가 “지금 달려갈게”라고 하자 김 후보자는 “기다릴게”라고 답했습니다. 이어진 통화에서는 양 씨가 “물건을 잔뜩 챙겨서 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양 씨가 당시 SNS에 김 후보자의 연락을 받고 자리에 갔다는 취지의 글을 남긴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한 의원은 2021년 양 씨가 제3자와 나눈 통화도 추가 공개했습니다. 여기에는 “인허가 푸는 거는 승원 오빠”, “보건복지부에다가 푸시 해줄까”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네”… 그날 밤 잡힌 약속 한 의원이 5일 공개한 녹취는 2022년 2월 9일 김 후보자와 양 씨가 나눈 통화입니다. 김 후보자는 양 씨에게 “동생”이라고 부르며 “보고 싶어서 눈에서 눈물이 나네, 그냥”이라고 말합니다. 양 씨가 “오빠, 지금 달려갈게. 어디야”라고 묻자 김 후보자는 “여의도야”라고 답했습니다. 하남에 있던 양 씨가 도착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자 김 후보자는 “기다릴게”라고 했습니다. 이어진 통화에서 김 후보자가 “20, 30분밖에 못 보면 아쉽잖아”라고 하자 양 씨는 “안 아쉬워. 물건을 잔뜩 챙겨서 가고 있으니까 일단 있어봐”라고 말합니다. 김 후보자는 “그래, 그래, 있을게”라고 답했습니다. 한 의원은 이 대목을 공개하며 당시 양 씨가 가져갔다는 ‘물건’이 무엇인지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공개된 녹취에는 ‘물건’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실제 전달 여부는 담겨 있지 않습니다. ■ ‘우연’이라던 사진… 양 씨 SNS에도 “의원님 전화” 녹취가 공개되기 전부터 두 사람이 사전에 연락했다는 정황은 나와 있었습니다. 양 씨가 당시 김 후보자, 정 판사와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야근 중 김 후보자의 전화를 받았고 “무조건 갈게요, 기다려 주세요”, “주소 문자 주세요”라는 취지로 적은 게시물입니다. 해당 게시물은 이후 삭제됐습니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 준비단은 전날 세 사람이 함께 찍힌 사진에 대해 “공개된 사적 모임에서 정 판사와 양 씨를 우연히 마주쳤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음 날 공개된 녹취에는 김 후보자가 양 씨에게 자신이 있는 곳을 알려주고, 양 씨가 하남에서 여의도로 향하겠다고 하자 기다리겠다고 답하는 과정이 담겼습니다. 한 의원은 이를 근거로 김 후보자의 해명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에는 정 판사와 사전에 만남을 약속한 내용은 나오지 않습니다. ■ “인허가 푸는 건 승원 오빠”… 이번엔 복지부 한 의원이 이날 공개한 또 다른 녹취는 2021년 10월 양 씨가 다른 사람과 나눈 통화입니다.양 씨는 신약 인허가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인허가 푸는 거는 승원 오빠”라고 말합니다. 이어 “승원 오빠가 식약처장에다가 얘기하고 오늘 또 ‘보건복지부에다가 푸시 해줄까’ 그러는데”라고 했습니다. 정치후원금 한도인 500만 원도 등장합니다. 양 씨는 김 후보자가 “후원금도 500만 원밖에 안 되니까 너가 잘돼야지”, “너보고 다 움직이는 건데”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상대방에게 전했습니다. 한 의원은 이 녹취를 공개하며 김 후보자가 양 씨의 사업상 이익을 위해 정부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복지부 푸시’와 후원금 관련 내용은 김 후보자의 직접 녹취가 아니라 양 씨가 제3자에게 전한 발언입니다. ■ “내년 오빠 선거할 때 좋기도”… 이 대통령·민주당까지 겨눠 한 의원은 앞서 공개했던 2021년 9월 14일 김 후보자와 양 씨의 통화도 다시 꺼냈습니다. 양 씨는 사업의 “자금화”를 언급하며 “내년 오빠 선거할 때 좋기도 하고”라고 말했습니다. 한 의원은 2021년의 이듬해인 2022년에는 총선이 아닌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고, 김 후보자가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는 친한계 인사의 지적을 소개했습니다. 이어 “그러니 이재명 민주당은 김승원 ‘오빠 독약 로비’를 옹호한다”며 “김승원 철회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 사진 속 정 판사, 1년 10개월 뒤 제넨셀 대표 영장 기각 김 후보자와 양 씨가 함께 찍힌 사진에 등장하는 정 판사는 약 1년 10개월 뒤인 2023년 12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업체 제넨셀 대표 강모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검찰이 다시 영장을 청구하면서 강 씨는 2024년 1월 다른 영장전담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따라 구속됐습니다. 김 후보자 측은 사진 촬영 당시 향후 수사나 영장 청구를 예상할 수 없었고, 정 판사에게 사건과 관련해 연락하거나 부탁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양 씨에 대한 두 차례 구속영장 청구는 정 판사가 아닌 다른 영장전담판사들이 심사해 기각됐다는 설명도 내놨습니다. ■ 민주당 “윤석열 정부 검찰도 기소 못해” 민주당은 한 의원 등의 의혹 제기가 도를 넘었다며 반격했습니다. 김성회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5일 윤석열 정부 당시 검찰이 김 후보자 관련 의혹을 장기간 수사하고 압수수색과 소환조사까지 벌였지만 기소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지휘하던 검찰의 결론을 이제 와 부정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2021년 양 씨의 요청을 받고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과 관련해 신속한 처리를 요청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김 후보자가 직접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고 청탁의 위법성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2024년 12월 기소유예 처분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금품이나 접대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치료제 허가를 청탁한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으로서 공익적 고충 민원을 전달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6-09-05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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