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녕의 바람에서 리플로우의 결론까지”… 일본은 그 72시간에서 ‘제주의 시장’을 확인했다
제주의 워케이션은 설명보다 풍경이 먼저 말을 겁니다. 김녕에서 시작된 바람의 박자, 탑동에서 쌓인 업무의 속도, 그리고 리플로우에서 차분히 정리된 하루의 결론까지. 일본워케이션협회와 기업 실무진이 마주한 72시간은 ‘가능성 점검’이 아니라, 이미 작동 중인 시장의 내부를 직접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첫날 오후 이후 단 한 번도 “제주가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럴 이유가 없었습니다. 일·생활·로컬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 자체가, 일본이 아직 완성하지 못한 바로 그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 김녕에서 시작한 리듬… ‘일·생활·로컬’이 한 동선으로 붙었다 27일 오전 김녕. 일본 팀은 안내보다 ‘흐름’을 먼저 봤습니다. 노트북으로 시작한 업무는 바다와 마을, 해녀 작업장까지 중간에 단 한 번도 끊기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것을 이벤트성 체험이 아니라, “환경이 만드는 일상의 리듬”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일본 측 한 실무자는 “업무·생활·로컬이 이렇게 가까이 붙는 구조는 일본에선 구현이 어렵다. 제주는 애초에 이 흐름을 갖고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 탑동에서 확인한 ‘도심 워크 베이스’의 속도 제주시 탑동의 도심 워크 공간 ‘맹그로브 제주시티’는 일본 팀의 인식을 또 한 번 뒤흔들었습니다. 공항 접근성, 숙소와 식당의 밀집도, 업무와 휴식의 간격이 사실상 ‘0’에 수렴하는 구조는 도시형 워케이션이 갖춰야 할 조건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현장에서 나온 평가는 더 직설적이었습니다. “제주는 여행지가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 업무 베이스다.” 관광지가 아닌, 하나의 ‘도시 제주’를 정확히 포착한 시선이었습니다. ■ 마지막 날 ‘리플로우’… 일본 팀이 내린 최종 결론 마지막 일정은 제주시 원도심, 탑동의 스테이&코워킹 스페이스 ‘리플로우’에서 이어졌습니다. 전날 밤, 일본워케이션협회와 기업 실무진은 사흘간의 동선을 다시 펼쳐놓고 자체 회의를 진행했고, 그 자리에서 내려진 판단은 예상보다 훨씬 뚜렷했습니다. “제주는 후보지가 아니다. 목적지다.” 그리고 세 가지 구체적 결론이 도출됐습니다. 첫째, 제주에 대한 일본 내 인지도는 이미 충분하며, 지금이 ‘워케이션 목적지’ 이미지를 선점할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점. 둘째, 일본 워케이션 모델의 고질적 한계인 ‘업무–숙소–로컬’의 분절 구조가 제주에서는 하나의 하루에 자연스럽게 엮여 있었다는 사실. 셋째, 일본 디지털 노마드가 선호하는 1개월 이상 장기 체류 패턴에 맞춰 교통·숙박·체험·예약 정보 인프라를 정교하게 보완할 필요성입니다. 이 분석은 이후 제주관광공사가 일본 전략을 재편하는 핵심 근거가 됐습니다. ■ 일본 측 “제주 고유의 자연·문화·힐링 기반, 일본 시장과 가장 정확히 맞아” 일본 팀은 거듭 “제주를 서울·부산과 함께 비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주는 ‘한국의 한 지역’이라는 범주를 넘어서, 일본 노마드에게는 아예 다른 목적지이자 독립된 카테고리라는 의미였습니다. 이들은 “일–걷기–마을 생활–힐링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제주만 가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일본 워케이션 정보 시장은 아직 완전히 열리기 전 단계라, 지금이 제주가 선제적으로 이미지를 잡아갈 황금 구간”이라고 진단했습니다. ■ 제주관광공사 “일본이 본 제주의 강점, 이제는 설계 단계로 들어간다” 제주관광공사는 이같은 평가를 토대로 전략 방향을 구체화했습니다. 공사 관계자는 “일본 시장에서의 워케이션 목적지 이미지를 제주가 선제적으로 구축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일본 팀이 제주 자연·문화·힐링 요소를 디지털 노마드 수요층에 최적이라고 평가한 만큼, 교통·숙박·예약 정보 정비와 플랫폼 홍보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계자는 “일본 맞춤형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인프라–콘텐츠–교류–문화’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시범 운영한 뒤, 정규 프로그램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양측은 내년에 ‘한일 워케이션·노마드 교류 프로그램’도 공동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 글로벌 워케이션 구도 속 ‘제주의 자리’ 유럽은 이미 ‘디지털 노마드 비자(Digital Nomad Visa)’, 동남아는 ‘원격근무자 장기체류 프로그램(Remote-Worker Long-Stay Program)’, 미국 기업들은 ‘리트릿형 워케이션(Work Retreat)’을 복지제도 안으로 편입시키고 있습니다. 세계는 더 이상 ‘여행지’를 고르지 않습니다. 머무는 ‘베이스(Base)’, 즉 일과 삶이 동시에 지속 가능한 거점을 선택하는 시대로 이동했습니다. 이번 일본 팸투어는 그 흐름 속에서, 제주가 베이스로서 갖춰야 할 필수 요건(환경·리듬·동선·로컬성)을 이미 충족하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김녕의 리듬, 탑동의 속도, 그리고 리플로우에서 정리된 결론. 일본 팀이 마주한 제주의 72시간은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스케치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시장이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드러낸 장면이었습니다. 그들의 판단은 놀라울 만큼 분명했습니다. “이 흐름이라면, 제주가 2026년 이후 동북아 워케이션·노마드 시장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아시아권 협업모델을 다시 구성할 출발점도 제주가 유력하다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제주의 워케이션은 성격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가능성을 가늠하는 실험 무대가 아니라, 글로벌 흐름과 직접 맞닿아 움직이는 완성도 높은 시장으로 평가됩니다. 세계가 다음 기준점을 설정할 때 참고해야 할 사례로 손꼽힐 만한 깊이도 확보했습니다. 남는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입니다. “이 시장을 누가, 어떤 방향으로 설계하느냐”는 대목입니다. 그 답을 기다리는 동안, 제주는 이미 자신의 위치를 선명하게 보여줬습니다. 흐름을 따라가는 지역이 아니라, 다음 지도를 먼저 그려 넣는 쪽에 가까운 곳. 그래서 앞으로 전개될 워케이션·노마드 시장 중심에 제주가 놓일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추정에 그치지 않고, 확신에 가까운 판단으로 다가왔습니다.
2025-11-28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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