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의 시간을 춤으로 부르는 밤… 제주국제무용제, 별방진 돌담 앞에 관객을 앉힌다
제주의 여름에는 바람이 먼저 붑니다. 올해는 그 바람을 따라 춤이 섬 곳곳으로 번집니다. 서귀포예술의전당 무대에서 출발한 공연은 애월의 마을 앞마당으로 퍼지고, 구좌 별방진 돌담을 배경으로 바다를 향해 열린 길 위에 무용수들이 섭니다. 관객도 객석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마을에서 춤을 배우고, 길 위의 공연을 따라 걸으며 제주를 저마다 감각으로 만끽합니다. ㈔제주국제무용제 조직위원회는 1일 오전 제주자치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6 제주국제무용제’ 추진 일정과 세부 프로그램을 공개했습니다. 조직위에 따르면 올해 제주국제무용제 JIDANCE 2026은 12일부터 25일까지 서귀포예술의전당과 BeIN; 비인,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애월읍 납읍동, 제주숨비소리길 별방진 일원 등에서 열립니다. 벨기에·포르투갈·독일·네덜란드·미국·일본·타이완·한국 등 8개국 무용수 100여 명이 함께합니다. 개막 갈라와 국제댄스프린지, 제주 토속음악 창작무용, 마을 댄스캠프, 장소특정공연, 국제무용콩쿠르와 워크숍 등 11개 프로그램으로 축제를 꾸렸습니다. ■ 발레와 스트릿댄스, 제주 굿 음악이 한 무대에 개막공연은 12일 오후 4시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립니다. 제주 다온무용단의 〈탐라의 소리〉, 미국 ABT 스튜디오 컴퍼니와 네덜란드 국립주니어발레단의 〈탈리스만〉,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중 흑조 그랑 파 드 되, 독일 라이프치히발레단의 〈천지창조〉 중 아담과 이브 2인무, 스트릿잼의 〈Floor Riot〉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오릅니다. 정통 발레와 현대무용, 스트릿댄스가 한 공연 안에 놓입니다. 고전 발레의 긴장감과 거리에서 태어난 리듬, 제주를 소재로 한 한국무용이 같은 순서 안에서 맞붙습니다. 16일 BeIN; 비인에서는 제주 전통 민요와 굿 음악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무용 네 편이 관객을 만납니다. 제주 연무용단의 〈마당족은똘〉, 이음마을예술단의 〈제주의 여인〉, 팀오르다의 〈제주 아리랑〉, 제주춤아카데미의 〈섬의 소리, 삶의 몸짓〉이 제주 여성의 삶과 무속의 정서, 섬사람들의 생활 감각을 각기 다른 안무로 풀어냅니다. ■ 독일 무용단이 꺼내는 제주 해녀 국제댄스프린지는 19일과 22일 오후 7시 BeIN; 비인에서 열립니다. 이 가운데 독일 오스나브뤼크 극장은 제주 해녀를 소재로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릴 예정입니다. 제주 해녀라는 지역의 상징을 해외 무용단이 어떤 움직임과 장면으로 풀어낼지 관심이 쏠립니다. 19일 국제댄스프린지Ⅰ에는 벨기에 로라 들레망스 컴퍼니, 일본 카오리 후지이 컴퍼니, 독일 오스나브뤼크 극장, 한국 수 무브가 참여합니다. 22일 국제댄스프린지Ⅱ에는 포르투갈 보르티스 댄스 컴퍼니와 타이완 핀슈오 린, 한국 라인 온 플릭, Dear, my space가 이름을 올립니다. ■ 애월 마을마당에서 시작해 별방진까지 이번 무용제는 공연장을 벗어난 프로그램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18일 애월읍 납읍동에서는 제주 마을 댄스캠프가 열립니다. 마을 주민과 여행객, 무용가와 연주자가 함께 공연을 보고 제주 토속 춤과 노래를 배웁니다. 제주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나누는 자리도 있습니다. 참가비는 없습니다. 마을 앞마당은 그날 하루 객석이자 식탁이 됩니다. 공연을 본 뒤 흩어지는 방식보다, 춤을 사이에 두고 처음 만난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시간을 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20일에는 제주숨비소리길 별방진 일원에서 〈길 위의 춤〉이 펼쳐집니다. 4개국 무용수들이 참여하는 장소특정공연으로, 공연 뒤에는 관객이 함께 춤추는 시간도 이어집니다. 별방진 돌담과 해안 바람,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이 공연에서 주변 풍경으로 남지 않습니다. 그날의 햇빛과 바람, 파도 소리가 안무의 인상까지 바꿉니다. 검은 무대와 조명으로 완성되는 공연과는 다른 방식으로 제주는 작품 안으로 들어옵니다. ■ 콩쿠르와 워크숍, 축제의 다음 장 23일부터 25일까지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는 2026 제주아시아 퍼시픽 국제무용콩쿠르가 열립니다. 24일과 25일에는 청소년 무용공연과 콩쿠르 수상자 공연도 무대에 오릅니다. 23일에는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발레 워크숍, 65세 이상을 위한 시니어 무용프로젝트 〈둥그래 당실〉이 진행됩니다. 24일에는 국제댄스필름페스타 〈발레, 스크린에서 피어나다〉도 관객을 만납니다. 박인자 제주국제무용제 이사장은 “제주의 전통문화가 세계 무용예술과 만나 새롭게 재탄생하는 과정을 통해 제주 문화의 세계화와 세계 문화의 제주화를 이뤄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주국제무용제는 올해 네 번째 여름을 맞습니다. 14일 동안 춤은 극장을 나와 마을과 길, 돌담 앞을 찾습니다. 그 사이 관객이 알던 제주도 조금 다른 표정으로 남습니다.
2026-07-01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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