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돈도 나누자”… 한 줄 던졌다가 코스피 무너졌다
코스피는 8,000선을 눈앞에 두고 급락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공산주의”, “반시장”, “왜곡”이라는 말이 종일 쏟아졌습니다. 출발은 법안도 아니고, 정부 발표도 아니었습니다. 청와대 정책실장 개인 SNS 글 하나였습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AI·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발생하는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이른바 ‘국민배당금’ 구상을 언급하면서 시장과 정치권이 동시에 흔들렸습니다. SNS에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라며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결국 AI 기업 이익을 국가가 다시 배분하겠다는 것 아니냐.” 투자자들은 그렇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 “초과 세수”라 했는데… 시장은 ‘새 세금’부터 떠올려 김 실장이 직접 언급한 건 ‘초과 세수’였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AI·반도체 기업들이 초호황으로 막대한 법인세를 내게 되면, 그 늘어난 세수를 청년 창업이나 연금, 농어촌 지원 같은 영역에 전략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실제 정치권과 시장에서는 내년도 반도체 기업 법인세 규모가 100조 원 안팎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거론됩니다. 그렇지만 시장은 세수 활용보다 더 앞단을 먼저 의심했습니다. “앞으로 AI 기업들 대상으로 새로운 부담을 더 얹는 것 아니냐”는 말입니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의 경우 이날 한국 증시 급락 배경 가운데 하나로 김 실장 발언을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AI 수혜 기업에 대한 새로운 과세 가능성, 이른바 ‘한국형 횡재세’ 신호로 시장이 받아들였다는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8,000선 돌파 직전까지 갔다가 한때 5% 넘게 밀리며 7,400선대로 급락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정부 고위 인사가 던진 메시지 치고는 파급력이 너무 컸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 청와대 급히 선 긋기도… “공식 검토 아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빠르게 진화에 들어갔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역시 국민배당금 TF 구성설까지 부인하며 확대 해석 차단에 나섰습니다. 그만큼 시장 반응이 예상보다 거칠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최근 정부·여당이 증시 부양과 코스피 8,000 시대 가능성을 강조해온 상황에서, AI 기업 이익 환원 논쟁 자체가 투자심리를 흔드는 변수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지 않았습니다. 결국 청와대는 “정책 논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조기 차단에 나선 셈입니다. ■ “공산주의냐”, “왜곡이다”… 정치권, 이념 전쟁 번져 야권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많이 벌면 정부가 가져가는데 누가 투자하겠느냐”고 비판했고, 송언석 원내대표는 김 실장 경질까지 요구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삼성·하이닉스에 짐을 더 얹으려 한다”고 직격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기업 돈을 강제로 빼앗자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안도걸 의원은 “AI·반도체 초호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인세 초과 세수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논쟁은 세금 수준을 넘어선 모습입니다. AI 시대에 국가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초거대 기술기업의 부를 사회 전체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결국 그 철학 자체가 충돌하면서 논란을 거듭하는 양상입니다. ■ 시장, ‘분배’보다 ‘방향’에 민감 이번 논란에서 중요한 건 아직 실제 정책이 없다는 점입니다. 횡재세 법안이든 추가 과세안도 없고, 국민배당금 제도 역시 공식 검토 단계조차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시장은 크게 흔들렸습니다. 이유는 하나, 세금보다도 먼저 방향을 읽기 때문입니다. 반도체와 AI 인프라가 코스피 상승을 끌어온 상황에서, 정부 핵심 인사가 ‘과실 환원’을 언급하자 투자자들은 곧바로 ‘기업 부담 확대 가능성’부터 떠올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미국과 유럽에서도 빅테크 규제와 디지털세, 초과이익 환수 논쟁은 이미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 시장은 성장 둔화 우려와 증시 체력 불안이 겹친 상황이라 반응 속도가 훨씬 가팔랐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 AI 시대 초과 이익, 누구에게 돌아가나 이번 논란은 아직 결론이 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제 시작에 가깝습니다. AI 산업이 국가 인프라와 전력망, 데이터, 세제 지원, 인재 공급 위에서 성장하는 구조로 커질수록 앞으로 비슷한 질문은 계속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초거대 기술기업의 이익을 어디까지 기업 성과로 볼지, 그리고 국가와 사회는 그 과실을 어디까지 공유할 수 있을지. 김용범 실장의 SNS 글은 결국 그 질문을 예상보다 빨리 꺼내버렸습니다. 시장은 그 질문이 생각보다 훨씬 민감하다는 사실부터 먼저 보여줬습니다.
2026-05-12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