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은 3천 원인데, 점심은 이미 1만 원... 서민 메뉴부터 줄줄이 올랐다
김밥은 아직 3,000원대입니다. 그러나 점심은 이미 1만 원이 됐습니다. 지난 1년 사이 김밥·칼국수·김치찌개 같은 대표적 생활 메뉴가 동시에 오르면서, 외식 물가의 중심이 고급 메뉴가 아니라 ‘매일 먹는 한 끼’로 이동했습니다. 물가는 위에서 내려온 게 아니라 아래에서 밀려 올라왔고, 그 변화는 이제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 가장 일상적인 메뉴부터 올랐다 25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외식비 상승의 출발점은 삼계탕이나 특식이 아니라 김밥·칼국수·백반 같은 생활 메뉴였습니다. 김밥은 1년 사이 대부분 지역에서 3~6%가량 올랐고, 칼국수는 여러 지역에서 1만 원선에 근접하거나 넘어섰습니다. 김치찌개 백반 역시 8,000원대 후반으로 이동했습니다. 서울의 경우 김밥 평균 가격은 지난해 11월 3,500원에서 올해 3,700원으로 5.7% 올랐고, 칼국수는 9,385원에서 9,846원으로 4.9% 상승했습니다. 김치찌개 백반도 8,192원에서 8,577원으로 4.7% 올랐고, 삼계탕은 1만8,000원 선으로 이동했습니다. 냉면·삼겹살·비빔밥·자장면 등 주요 메뉴 가격도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외식비의 ‘기준선’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특별한 메뉴를 고를 때만 가격 부담이 컸다면, 이제는 어떤 메뉴를 선택해도 체감 비용이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로 바뀌고 있습니다. ■ 제주, ‘생활 메뉴’가 더 비싸다 제주의 변화는 더 선명합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제주의 칼국수 평균 가격은 1만125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1년 전 9,875원에서 또 한 번 올랐습니다. 삼겹살(환산 후)은 1만7,944원으로 이미 서울·수도권 상단과 같은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김치찌개 백반도 9,625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은 위치에 고정돼 있습니다. 반면 김밥은 3,375원으로 상대적으로 낮아 보입니다. 하지만 김밥 가격이 눌려 있는 동안 다른 메뉴들이 빠르게 올라 평균 점심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점심 가격 구조는 ‘김밥 하나로 해결되던 체계’에서 ‘무엇을 골라도 만 원 안팎’인 체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 고급화가 아니라 하방 경직 이 같은 외식 물가 상승은 고급화라는 말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더 좋은 재료를 써서가 아니라, 내려갈 수 없는 비용이 먼저 올랐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가 임대료, 전기·가스 요금 같은 고정비가 동시에 상승했고, 환율 상승이 수입 식자재와 연료 가격을 밀어 올리면서 원가 구조 전체가 위로 이동했습니다. ■ 환율은 늦게 찍히고, 오래 남아 환율 상승은 즉각적인 가격 인상보다 더 위험한 변수입니다. 수입 원자재 가격은 계약 시점의 환율로 고정되고, 그 비용은 몇 달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 가격에 전가됩니다. 한 번 전가된 비용은 환율이 내려가도 쉽게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인건비와 임대료는 이미 오른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외식 물가는 단기 급등보다 장기 누적의 형태로 부담을 키웁니다. 지금 3~5% 상승은 기준선 자체가 위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 어디부터 비싸졌나 김밥이 비싸졌다는 사실보다 김밥을 포함한 생활 메뉴 전반이 동시에 올랐다는 점이 더 주목됩니다. 이로 인해 외식 물가는 특정 메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비 전반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고급 메뉴가 먼저 오르면 소비자가 선택을 바꿀 수 있지만, 일상 메뉴가 먼저 오르면 부담을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외식 물가 상승은 소비 패턴 변화라기보다 생활비 구조 변화로 해석됩니다. 전문가들은 “원료 가격이 내려가도 환율이 높으면 체감 가격은 크게 내려가지 않는다”며 “이미 생산자물가와 환율이 상승한 상태여서 통상 3~6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2025-12-25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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