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늘었는데 지갑이 안 열린다”… 제주경제, 관광까지 꺾였다
제주경제 지표들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취업자는 늘고 물가 상승 압력도 누그러졌습니다. 그런데 소비가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습니다. 생산은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지만 회복의 힘이 약하고, 제주경제의 한 축인 관광은 관광객과 소비가 함께 둔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용 개선이 가계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가운데 내국인 관광시장까지 약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8일 한국지역혁신연구원이 내놓은 ‘제주 사회경제 현황 지표’에 따르면 물가는 ‘약한 호전세’, 고용은 ‘제한적 호전세’로 평가됐습니다. 생산도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며 ‘약한 호전세’로 분류됐습니다. 반면 소비는 ‘약한 악화세’, 제주 주력산업인 관광은 5개 분야 가운데 유일하게 ‘뚜렷한 악화세’ 판정을 받았습니다. 제주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9월 첫 일주일간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8.4%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일주일치 집계인 만큼 월간 흐름을 단정하기에는 이르지만 가을 초입 관광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할 상황입니다. ■ 물가 덜 올라도… 이미 오른 가격 물가는 최근 상승 압력이 완화되면서 ‘약한 호전세’로 평가됐습니다. 그렇다고 도민이 느끼는 부담까지 그만큼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물가는 최근 1년 동안 전년 같은 달보다 높은 수준을 이어왔고 생활물가 역시 상승분이 누적됐습니다.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물가는 지난 2월 이후 전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물가가 오르는 속도는 느려졌지만 이미 높아진 가격 수준은 가계 부담으로 남아 있습니다. 연구원도 최근 상승 압력 완화와 높은 물가 수준을 함께 짚었습니다. 물가 흐름은 나아지고 있지만 누적된 고물가 부담은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 대형소매점 판매 약 26%↓… 고용 개선에도 소비 뒷걸음 제주경제의 엇갈린 흐름은 소비에서 더 선명합니다. 제주지역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는 지난해 5월 101.8에서 올해 6월 75.1로 떨어졌습니다. 1년여 만에 약 26% 하락한 수준입니다. 소비심리도 약해졌습니다. 제주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8월 108.4에서 올해 7월 100.8로 7.6포인트(p) 내려갔습니다. 최근 도민 카드소비에서는 일부 개선 신호가 나타났지만 장기간 이어진 소매판매 부진과 소비심리 약화를 되돌리지는 못했습니다. 가계 재무여건도 녹록지 않습니다.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가계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이 확대되고 있고, 예금은행 연체율도 전국보다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연구원이 소비를 ‘약한 악화세’로 판단한 배경입니다. ■ 취업자 늘었지만… 상용근로자 비중 전국보다 11.6%p↓ 고용지표는 나아졌습니다.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이 상승했고 취업자 수는 늘었습니다. 실업률은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취업자 지위를 들여다보면 고용의 질은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올해 7월 기준 제주 상용근로자 비중은 전국보다 11.6%p 낮았습니다.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전국보다 10.0%p 높았고 임시근로자 비중도 1.8%p 웃돌았습니다. 무급가족종사자 비중은 제주가 6.1%로 전국 2.9%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취업자 증가가 안정적인 임금 일자리 증가로 그대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연구원도 임시근로자의 큰 폭 증가와 일용근로자 증가를 고용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고용에 ‘호전세’가 아닌 ‘제한적 호전세’라는 평가를 붙인 이유입니다. ■ 관광은 유일한 ‘뚜렷한 악화’… 9월 첫 주도 8.4%↓ 가장 강한 경고등이 들어온 분야는 관광입니다. 연초까지 강했던 관광객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됐고, 주력시장인 내국인 관광수요가 약해지면서 전체 관광객도 지난 5월을 기점으로 감소 전환했습니다. 관광소비도 약해졌습니다. 전체 관광객 카드소비액 증가율은 지난 2월 25%를 기록한 뒤 빠르게 낮아졌고 6월에는 1.5% 감소로 돌아섰습니다. 관광객 감소에 제주에서 쓰는 돈까지 줄어드는 흐름이 겹친 셈입니다. 외국인 관광객과 소비가 늘면서 일부 충격을 흡수하고 있지만 내국인 시장의 약세를 모두 메우지는 못하고 있다는 게 연구원의 판단입니다. 제주도관광협회 잠정 집계에서 8월 관광객은 134만 1,373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 감소했습니다. 내국인이 2.5% 줄었지만 외국인이 10.9% 늘면서 전체 관광객 수는 지난해 수준을 가까스로 지켰습니다. 하지만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관광객은 25만 1,17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줄면서 감소 폭이 커졌습니다. 내국인은 8.2%, 외국인도 9.1% 감소했습니다. 일주일치 잠정 집계인 만큼 9월 전체 관광 흐름으로 확대 해석할 단계는 아니라고 하지만 8월 2.5%까지 좁혀졌던 내국인 감소 폭이 9월 첫 주 다시 커졌습니다. ■ 연휴 예약 찼는데… 9월 평일은 주춤 여행업계가 체감하는 시장에서도 온도차가 나타납니다. 업계에 따르면 추석과 10월 연휴를 앞두고 주말 등 선호 날짜의 예약은 상당 부분 마감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9월 평일 신규 예약은 위축됐습니다. 최근 제주 안전 관련 이슈에도 기존 예약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움직임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관련 정보가 계속 확산될 경우 신규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들도 가을 비수기 관광객을 잡기 위해 숙박·레저 할인과 체류형 상품, 문화·관광 연계 프로그램 등을 내놓으면서 평일과 개별관광객 수요 확보 경쟁에 들어갔습니다. 제주에서도 가을 수요는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올레길과 오름을 연계한 트레킹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50·60세대의 2박 3일 단체상품 문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추석 이후 관련 상품 판매가 확대될 것이라는 게 현지 업계의 전망입니다. 순례길과 실속형 골프상품 등 목적형 여행 수요도 가을철 모객에 들어갔습니다. 연휴 예약과 관광시장 전반의 회복 사이에는 간극이 있습니다. 주말과 연휴에는 예약이 몰리는 반면 9월 평일 신규 예약은 주춤하면서 가을철 수요를 얼마나 고르게 끌어낼지가 남은 변수입니다. ■ 생산 플러스 전환에도… ‘장기 저성장’ 벽 올해 1분기 제주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과 서비스업 성장률은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그렇지만 연구원은 생산을 ‘약한 호전세’로 평가했습니다. 전국보다 낮은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고, 장기간 누적된 저성장 흐름도 여전히 제약 요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기업심리는 기준치 100 아래에서 등락하고 있고 건설부문도 지표별 편차가 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연구원은 앞으로 물가와 소비, 생산, 고용, 관광을 연결한 사회경제 현황 지표를 매달 발표할 계획입니다. 문만석 원장은 “제주의 현황을 진단해 매달 지표의 흐름을 파악함으로써 제주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제주의 내일을 위한 올바른 해법과 시사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26-09-08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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