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떴지만, 그 ‘여행’은 머물지 않았다”.. 황금연휴 제주, 돌아온 발걸음 속 향방은?
2025년 어린이날 황금연휴, 반환점을 지났습니다. 제주공항은 흐린 하늘 아래에서도 분주했고, 하늘길은 연이어 열렸습니다. 수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지만, 그 발걸음이 남긴 것은 단순히 활기만은 아니었습니다. 단기 반등과 구조적인 회복 사이, 제주 관광은 여전히 갈림길 위에 서 있는 모습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숫자가 가져다주는 작은 흥분이 아니라, 그 이면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 흐린 날씨 뚫은 입도 반등.. 예상 넘었지만, 균형은 흔들렸다 4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사흘간 제주를 찾은 입도객은 총 13만 9,023명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당초 예상치(13만 8,530명)를 소폭 넘은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로는 2.8% 증가한 수치입니다. 연휴 초반인 1~2일은 각각 4만 8,907명, 4만 7,639명으로 강풍과 비를 뚫고도 많은 관광객이 몰렸습니다. 하지만 정점으로 예상됐던 3일 주말은 4만 2,477명으로 꺾이며 흐름이 주춤했습니다. 관광협회 관계자는 “기상 영향도 있었지만, 초반을 지나며 체류 피로와 가격 민감도가 분명히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 외국인은 빠지고, 내국인만 돌아왔다 징검다리로 이어지는 연휴 사흘(1~3일) 동안 외국인 입도객은 2만 360명으로, 전년 대비 14.9% 감소했습니다. 3일 하루만 보면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49% 급감하며 사실상 반 토막이 났습니다. 반면 내국인은 사흘 동안 11만 8,663명이 찾아 6.6% 늘며 명확한 대조를 이뤘습니다. 복수의 여행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5월 국내여행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해외여행의 세 배 이상에 달했고, 해외여행 계획자는 한 자릿수에 그쳤습니다. 이처럼 뚜렷해진 내수 수요가 황금연휴 후반 제주로 집중되며 입도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3월까지는 해외 수요가 우세했지만, 4월부터 국내 쪽으로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었다”며 “물가, 항공료, 일정 피로감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해외보다 국내여행이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럽게 느껴진 시기였다”고 전했습니다. ■ 전국 흐름도 ‘국내로’.. 제주가 놓치면 안 되는 시그널 이러한 흐름은 제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수도권 근교, 강원, 전남 등 전국 주요 관광지의 예약률과 체류 수요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대형 리조트뿐 아니라 자연휴양림, 농촌체험마을, 지역 소도시까지 수요가 고르게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전문가들은 “국내여행 회귀는 일시적인 반등이 아니라, 해외여행에 대한 피로감과 불확실성 속에서 구조적으로 움직이는 흐름”이라며 “제주는 이 변화를 가장 먼저 구조화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지역”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만큼 지금은, 단순 소비지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다시 찾고 싶은 목적지로 전환할 수 있는 결정적 분기점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습니다. ■ 공급은 늘었지만, 체류는 짧아졌다 연휴 기간 제주행 국내선은 총 1,328편, 공급 좌석 수는 약 24만 9,000석. 전년 대비 공급은 늘었지만, 평균 탑승률은 91%에서 88%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지역 숙박업계에 따르면 “예약은 대부분 조기 마감됐지만, 실제 투숙은 1박에 그치는 일정이 많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연휴 직후부터는 예약률도 빠르게 하락세로 돌아서는 모습입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수요가 있었다는 건 확인됐지만, 그 수요가 제주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 또한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 신뢰는 낮고, 기억은 흐릿해.. 돌아온 손님이 남긴 과제 여전히 가격에 대한 피로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저 비싸서가 아니라, 지불한 금액만큼의 경험과 신뢰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인식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예약과 실제가 다르고, 같은 일정인데도 콘텐츠가 별 차이가 없어요.” 짧은 일정 안에 반복된 구성에 지친 여행자들의 목소리입니다. 관광지 콘텐츠도 여전히 지역 고유의 색보다 유사한 포맷의 재생산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제주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손님들이 ‘다 비슷하더라’는 말을 자주 한다”며 “그 순간 다시 찾을 이유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 연휴는 끝을 향하고, 질문만 남았다 “손님은 왔지만, 다시 올 거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까요.” 제주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의 말입니다. 또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도 “한 번쯤 오는 것과, 다시 오는 손님으로 만드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지금은 숫자에 반응할 때가 아니라, 구조를 설계해야 할 타이밍”이라며 “먼저 바뀐 지역이 결국 다음 흐름을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관광은 자연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신뢰와 기억이 쌓일 때, 다시 찾게 되는 산업입니다. 성공적인 연휴란, 연휴가 끝난 뒤에도 다시 오고 싶은 여행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바람은 분명히 불었습니다. 이제, 그 바람을 어떻게 붙잡을지가 남았습니다.
2025-05-04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