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도, “산재보험 의무화”… 정부, 2027년 ‘전국민 산재보험’ 띄운다
정부가 일하는 모든 사람을 산재보험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전국민 산재보험제’라는 이름으로, 자영업자의 산재보험 의무가입을 추진하는 내용입니다.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사실상 모든 노동형태를 포괄한다는 구상입니다. 정부는 “위험 업종부터 보호하겠다”고 하지만, 현장에선 “보험료는 결국 자영업자 몫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 자영업자 100명 중 1명도 안 들어 있는 현실 산재보험은 원래 노동자 보호 장치였습니다. 일터에서 다쳤을 때 사업주가 감당하지 못하는 비용을 공적 기금으로 보상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자영업자는 이 틀 밖에 있었습니다. 노동자가 다치면 사업주가 100% 보험료를 냅니다. 하지만 자영업자는 사업주이자 노동자라,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합니다. 지난 7월 기준, 1인 자영업자 산재보험 가입률은 0.52%로 1%가 안 됐습니다. 100명 중 한 명도 가입하지 않은 셈입니다. ■ “재해위험 높은 업종부터 의무화”… 정부, 2027년 전국민 제도 구상 10일 정부당국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자영업자 산재보험 확대 적용 방안’ 연구용역을 시작했습니다. 재해 위험이 높은 업종부터 ‘당연가입’으로 묶는 방안이 1차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음식점 운영자나 건설하도급 1인 사업자, 화물·배달업 종사자가 첫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는 이를 시작으로 ‘3.3% 사업소득자’로 불리는 무늬만 프리랜서까지 단계적으로 포함시켜 2027년, 사실상 전국민 산재보험제 완성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위험 직종부터 보호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취지로,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지원책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전했습니다. ■ “좋은 취지, 하지만 부담은?” 문제는 보험료 부담입니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좋은 제도’보다 ‘매달 내야 하는 돈’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매출이 들쭉날쭉한 영세 업종일수록 부담은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 발생률은 1.11%, 전체 평균(0.66%)보다 1.7배 높지만, 그만큼의 여력이 없습니다. 정부가 보조를 하겠다고 해도 아직 ‘얼마나, 언제까지’라는데 대한 구체적 답은 없습니다. 현장에선 “보험료까지 떠안으면 아예 문 닫는 자영업자도 나올 것”이라는 불안이 벌써부터 나옵니다. ■ 형평성·지속성·현장 수용성, 세 축이 문제다 정부가 말하는 ‘위험 업종 중심’ 접근은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누가 ‘위험 직종’으로 분류되는지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택배, 미용, 요식업처럼 애매한 업종은 경계에 서 있습니다. 또 하나는 지속성입니다. 보험은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습니다. 국민연금·고용보험처럼 재정이 흔들리면 신뢰도 같이 무너집니다. 결국 재원 설계나 지원 규모, 운영 투명성 모두 제도보다 더 큰 문제로 남습니다. ■ “좋은 제도는 타이틀이 아니라 실행이 만든다” 전국민 산재보험은 방향만 놓고 보면 옳습니다. 일하는 형태가 달라진 시대에 ‘노동자냐 아니냐’로 안전망을 갈라놓는 건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현장이 숫자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자영업자의 통장을 얼마나 들여다봤는지, 그리고 ‘의무’를 밀어붙일 만큼의 현실 감각이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이 제도가 진짜 ‘보호’가 될지, 또 하나의 ‘부담’이 될지는 책상 위의 계획이 아니라 현장의 체감이 결정할 것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노동정책 분야의 한 전문가는 “정부가 위험 직종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하더라도, 보험료 부담 구조를 건드리지 않으면 실효성은 반쪽에 그칠 것”이라며, “‘의무화’ 이전에 ‘지속 가능한 구조’를 먼저 보여줘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상공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건 모두 공감하지만, 매출이 들쭉날쭉한 현실에서 보험료까지 의무로 매기면 생존이 흔들린다”면서, “진정한 보호책이 되려면 먼저 업계의 숨통부터 틔워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당연가입으로 보험료 부담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 노사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험료 지원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2025-10-10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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