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 집 짓는다는데 ‘어디에’가 없다… 23만호 공급의 첫 시험대
정부가 수도권 23만 호 이상 추가 공급 카드를 꺼낸 뒤 서울에서 가장 뜨거워진 땅은 용산입니다.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도심 한복판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정작 용산공원에서는 사업의 출발점인 공급 부지조차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마주 앉고도 접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이미 시설물이 들어선 곳을 골라 활용하자는 입장이고, 서울시는 그 땅 역시 앞으로 공원이 돼야 할 곳이라며 맞섰습니다. 논쟁이 길어지면서 용산공원 본체 대신 캠프킴을 비롯한 주변 부지가 절충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회도 캠프킴의 공급 확대와 맞물린 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오는 26일로 미뤘습니다. 8·13 대책에서 제시한 공급 목표가 실제 주택으로 바뀌려면 개별 사업지에서 땅과 물량, 일정이 확정돼야 합니다. 용산에서는 그 첫 단계부터 정부와 서울시 계산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 같은 땅인데… 정부는 ‘훼손지’, 서울시는 ‘공원 예정지 ’ 22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 20일 오 시장과 만난 뒤 용산공원 전체를 개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훼손된 곳을 정화해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공원 보존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기존 건축물이나 시설물이 자리 잡은 땅을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오 시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용산공원 본체는 남산에서 한강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의 핵심인 만큼 면적이 크든 작든 주거용 전환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김 장관과의 회동 결과를 설명하면서는 이에 동의할 경우 서울시장으로서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회동 다음 날인 21일에도 공방은 이어졌습니다. 오 시장은 정부가 말하는 곳은 ‘훼손된 부지’가 아니라 미군기지 반환 뒤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한 ‘공원 예정지’라고 재차 반박했습니다. 정부는 현재 땅의 이용 상태에서 활용 가능성을 찾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앞으로 공원이 된다는 계획에 무게를 둡니다. 공급 면적을 조정하기에 앞서 땅의 성격부터 합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 후보지 여럿인데 정작 ‘공급지’는 없다 용산공원 안에서 검토 가능성이 거론되는 땅은 적지 않습니다. 방위사업청 편입부지 약 9만 5,000㎡와 군인아파트 편입부지 약 4만 5,000㎡, 용산어린이정원 약 30만㎡, 장교숙소 4·5·7단지 약 13만㎡, 미 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 약 1만 7,400㎡ 등입니다. 모두 합치면 약 58만 7,400㎡에 이릅니다. 이 면적 전체를 주택 공급 대상지로 볼 수는 없습니다. 어느 곳을 실제 주택용지로 사용할지 정부가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 장관도 특정 부지를 정해놓고 추진하는 단계는 아니라며 공론화 과정에서 대상지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부지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용산공원 본체에서 공급할 가구 수도 현재로서는 확정할 수 없습니다. 23만 호라는 수도권 전체 공급 목표는 나왔지만 용산에서는 아직 개별 사업 물량으로 옮기는 단계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 막힌 공원 대신 주변으로… 다시 떠오른 캠프킴 첫 회동에서 확인된 협상의 여지는 용산공원 밖에 있습니다. 오 시장은 본체에 집을 짓는 방안에는 반대하면서도 캠프킴과 경리단 인근, 외교부 주차장 등 주변 부지를 활용하는 데에는 협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서울시가 대안으로 제시한 산재부지는 캠프킴과 유엔사, 수송부 등을 합쳐 약 18만㎡ 규모입니다. 여기에 국군재정관리단 부지 약 3만 3,000㎡, 외교부 주차장 약 4,000㎡, 후암동 한국은행 숙소 약 4,300㎡ 등도 거론됐습니다. 특히 캠프킴은 새로 등장한 공급 후보지가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8·4 대책에서 이곳에 3,1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이후 규모를 1,100가구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현 정부는 올해 1·29 대책에서 다시 2,500가구 공급 방안을 내놨습니다. 국회 논의도 이곳과 맞물려 있습니다. 여야는 지난 20일 처리하려던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을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다시 다루기로 했습니다. 김 장관과 오 시장의 추가 협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취지입니다. 또한 이 법안이 통과된다고 용산공원 본체에 바로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논의되는 개정안 핵심은 캠프킴 등 복합시설조성지구의 공원·녹지 확보 기준을 완화해 개발 여력을 넓히는 내용입니다. 본체의 주거용 전환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본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이미 공급 논의가 진행된 캠프킴과 주변 국공유지에서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이 다음 협상의 주요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 합의해도 바로 못 지어… 반환·정화까지 남아 정부와 서울시가 다음 주 본체 활용에 합의하더라도 바로 착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행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미군기지 본체를 국가공원으로 만드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주택을 넣으려면 용도 변경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근거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대상지가 확정되면 도시계획과 공원 조성계획을 조정하고 교통과 학교 등 기반시설 문제도 관계기관과 협의해야 합니다. 미군으로부터 아직 돌려받지 못한 땅은 반환 절차가 선행돼야 합니다. 반환된 부지 역시 토양오염 조사와 정화가 필요합니다. 부지가 결정됐다고 곧바로 터파기에 들어갈 수 있는 사업이 아닌 셈입니다. 때문에 현재 공개된 계획만으로 착공은 물론 입주 시점까지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오 시장이 정부 임기 안에 착공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 청년 내세웠지만…‘언제 입주하나’ 답 없어 정부가 용산공원 공급의 주요 대상으로 내세운 것은 청년과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입니다. 서울시는 공급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언제 현실화될지 모르는 사업만으로 현재의 주거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오 시장은 디딤돌대출의 주택가격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대출한도를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높이고 장기전세 공급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 등을 요구했습니다. 정부가 장래의 주택 공급에 방점을 찍었다면 서울시는 지금 이용할 수 있는 금융·임대 수단을 함께 손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신규 공급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용산공원을 청년 주거대책의 주요 카드로 내세우려면 그 사이의 주거 부담을 어떻게 메울지도 남은 문제입니다. 현재 확정된 것은 공급 대상으로 거론되는 계층입니다. 이들이 어느 집에 언제 들어갈지는 아직 답하기 어렵습니다. ■ 공급 발표 잇따랐지만…용산은 이제 협상 시작 정부는 지난해 9·7 대책에서 수도권 135만 호 공급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 1·29 대책에서 5만 9,000호, 이번 8·13 대책에서는 23만 호 이상의 추가 공급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실제 공급까지는 부지 확정과 인허가, 착공과 준공 등의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용산공원은 공급 대상지와 규모부터 정해야 합니다. 김윤덕 장관과 오세훈 시장은 다음 주 다시 만나 본체 활용 문제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캠프킴 공급 확대와 맞물린 특별법은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예정돼 있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공급 규모도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1만 가구, 서울시는 8,000가구를 제시한 상태입니다. 용산 일대의 공급 규모와 대상지가 구체화될지는 다음 주 정부와 서울시의 후속 협의, 국회의 특별법 처리 결과에 따라 윤곽이 드러날 전망입니다.
2026-08-22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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