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 국제선 늘린 정부, 국내선은 감편
정부가 지방공항 국제선 확대를 성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김해와 청주공항은 슬롯까지 늘렸고, 국제선 운항 규모는 역대 동계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국내선은 거꾸로 줄었습니다. 특히 제주공항은 지난해 겨울보다도 운항편이 감소했습니다. 국제선 유치에는 적극적인 정부가 제주를 오가는 내국인 관광객과 도민의 이동 편의에는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는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28일 한국공항공사의 동계 운항계획을 분석한 결과, 전국 14개 공항의 국제선은 직전 하계보다 주 332편 증가했지만 국내선은 222편 감소했습니다. 제주공항에서만 118편이 줄었습니다. 제주도는 정부와 항공사에 항공좌석 확보를 요청해 왔지만, 확정된 운항계획에서 제주 국내선은 지난해 겨울 수준도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국제선 늘려 전체 운항 증가… 국내선 감편은 가려져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내년 3월 27일까지 전국 14개 공항의 주간 정기 운항편은 1만 208편입니다. 직전 하계보다 110편, 1.1% 증가했습니다. 국제선은 주 2,874편에서 3,206편으로 332편, 11.6% 늘었습니다. 국내선은 주 7,224편에서 7,002편으로 222편, 3.1% 감소했습니다. 국제선 증편 규모가 국내선 감편 규모를 웃돌면서 전체 운항편은 증가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확정한 전국 노선별 운항계획에서도 국내선 감소가 확인됩니다. 올겨울 국내선은 제주 연결 노선 13개와 내륙 노선 7개 등 모두 20개 노선에서 최대 주 1,735회 운항합니다. 지난해 동계 1,784회보다 49회, 직전 하계 1,806회보다 71회 줄었습니다. 그런데 국제선은 44개국 264개 노선에서 최대 주 5,353회 운항합니다. 지난해 동계보다 380회 증가한 역대 동계 최대 규모입니다. ■ 국내선 순감 규모의 53.2% 해당… 제주에 감편 집중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제주공항의 올겨울 국내선 운항계획은 주 2,948편입니다. 직전 하계 3,066편보다 118편, 3.8% 감소했습니다. 한국공항공사 관할 14개 공항의 국내선 순감 규모 222편과 비교하면 제주공항 감소분은 53.2%에 해당합니다. 제주 국내선은 지난해 동계 주 3,038편보다도 90편, 3.0% 줄었습니다. 국제선은 지난해 동계 주 349편에서 올해 486편으로 137편, 39.3% 증가했습니다. 취항 노선도 17개에서 25개로 늘었습니다. 해외에서 제주로 들어오는 직항편은 확대됐지만 국내 관광객과 도민이 이용하는 항공편은 줄었습니다. ■ 항공업계 “국제선 수요·수익성 고려”… 국내선은 후순위? 항공사들은 한정된 항공기와 운항 인력을 국내선과 국제선에 배분하면서 노선별 수요와 수익성을 따집니다. 국제선은 노선에 따라 국내선보다 높은 운임과 부가수익을 확보할 수 있지만, 운항시간과 비용도 다릅니다. 국내선은 운항거리가 짧고 운임 수입에 한계가 있어 탑승률과 항공기 가동률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한 대형 국적사 관계자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수요가 많고 수익성이 높은 노선에 항공기를 우선 투입할 수밖에 없다”며 “국제선 운항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내선 공급을 유지하려면 별도의 유인책이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동계 운항계획에서 김해와 청주공항의 슬롯 확대를 주요 성과로 소개했습니다. 김해공항의 하루 운항 가능 횟수는 평일 354회에서 370회, 주말 486회에서 540회로 늘었습니다. 청주공항도 평일 132회에서 149회, 주말 144회에서 180회로 확대됐습니다. 부산~광저우와 샤먼, 청주~샤먼, 제주~스자좡 등 지방공항을 출발하는 중국 직항노선도 새로 개설됐습니다. 정부는 국제선 확대를 위해 공항의 운항 여력을 늘렸지만, 국내선 공급 감소에 대응한 구체적인 개선 목표는 이번 발표에서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 여행업계 “항공권 못 구하면 관광상품도 못 팔아” 지역 여행업계의 우려는 항공편 감소가 관광상품 판매에 미칠 영향입니다. 무엇보다 항공좌석이 줄면 여행객이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에 항공권을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단체관광은 같은 항공편에서 여러 좌석을 확보해야 해 공급 감소에 더 민감합니다. 항공권 가격이 오르면 숙박과 관광시설 이용을 묶은 여행상품 전체 가격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한 중견 여행업체 대표는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할인행사와 지원금을 내놓아도 정작 제주행 항공권을 구하기 어렵거나 가격이 비싸면 여행상품을 팔기 힘들다”며 “항공좌석이 확보되지 않으면 관광객 유치 대책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제주 관광업계는 앞서 항공좌석 확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항공료 인상과 공급 감소가 겹칠 경우 제주 여행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더했습니다. ■ 청주~제주는 증편… 출발 지역에 따라 달라진 접근성 국내선 감편이 모든 노선에서 동일하게 나타나진 않았습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청주~제주 노선은 올겨울 주 758편으로 직전 하계 678편보다 80편, 11.8% 증가했습니다. 인천~제주 노선도 지난 5월 운항 재개 이후 주 2회에서 3회로 확대됩니다. 그러나 일부 노선의 증편에도 제주공항 국내선 전체 운항편은 감소했습니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하계 제주~김해 노선은 지난해 하계 주 237회에서 209회로 28회 줄었습니다. 제주~대구 노선도 133회에서 119회로 14회 감소했습니다. 대구공항은 올해 1~8월 월평균 국내선 운항편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 줄었습니다. 이용객은 8.1% 감소했지만 탑승률은 80.7%에서 83.6%로 높아졌습니다. 운항편이 줄면 남은 항공편에 승객이 집중돼 탑승률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출발 지역과 시간대에 따라 제주행 항공편 선택의 폭도 달라집니다. ■ 항공교통 전문가 “국제선 실적과 국내 이동권은 구분해야” 국제선 확대 성과는 실제 여객 실적에서도 드러납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9월 지방공항 국제선 누적 여객은 1,503만 7,50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9% 증가했습니다. 김해공항은 지난 22일 종전 연간 국제선 여객 최다 기록인 1,033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제주공항도 지난 10일 기존 최고 기록인 303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조기 달성을 목표로 지방공항 국제선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선 취항 확대가 국내선 공급 유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주는 다른 지역과 육상 교통으로 연결되지 않은 섬입니다. 도민들은 다른 지역의 병원 진료와 교육, 취업, 업무를 위해 항공편을 이용해야 합니다. 항공교통 분야에서는 국제선 확대가 공항 활성화에 도움이 되더라도 국내선은 주민 이동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제주처럼 항공교통 의존도가 높은 지역은 운항편 수뿐 아니라 시간대별 좌석 공급과 항공료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국제선 여객 증가와 국내선 공급 감소를 별도로 평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제주도 항공좌석 확보 요청에도 감편… 정부 대응은 어디에 제주도는 지난 8월 국내선 공급 감소가 내국인 관광객과 관광 소비 위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항공좌석 확보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 항공사 등이 참여하는 항공 접근성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제주도는 항공사에 동계 국내선 운항편과 공급좌석 유지를 요청했고, 국토교통부에도 도민 항공이동권 문제를 건의했습니다. 그러나 확정된 동계 운항계획에서 제주공항 국내선은 직전 하계뿐 아니라 지난해 겨울보다도 줄었습니다. 일부 노선은 증편됐지만 전체 공급 감소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 5월부터 6개월째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1~9월 내국인 관광객의 제주지역 카드 지출액도 1조 5,31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줄었습니다. 제주도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원금과 할인행사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선 항공편 공급은 관광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동계 운항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민의 선택권 확대와 이동 편의 증진을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김해와 청주공항의 슬롯을 늘리고 국제선 운항 규모를 역대 동계 최대 수준으로 확대했습니다. 반면 전국 국내선은 지난해 겨울보다 주 49회 줄었고, 제주공항 국내선도 90편 감소했습니다. 국제선 확대 성과는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됐지만, 제주 국내선 공급 감소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과 개선 목표는 이번 발표에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제주도가 항공좌석 확보를 요청하는 동안, 확정된 운항계획에서는 오히려 제주행 국내선이 줄었습니다.
2026-10-28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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