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이제는 안 뽑아도 되는 시험?”.. 지방 9급 ‘경쟁률 붕괴’에 담긴 구조적 경고
2025년 지방공무원 9급 필기시험 경쟁률이 8.8대 1로, 최근 5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채용 인원은 늘었지만, 지원자는 줄었습니다. 시험 방식을 바꿨지만,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는 오히려 더 낮아졌습니다. ‘공무원은 더 이상 매력적인 직장이 아니다’라는 냉정한 인식이 숫자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인기 하락 정도가 아니라, 공공직에 대한 구조적 외면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입니다. ■ ‘10대 1 붕괴’.. 경쟁률, 5년 만에 최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1일 실시된 2025년도 지방공무원 9급 공개·경력경쟁 필기시험에는 11만9,066명이 지원했습니다. 선발 예정 인원은 1만3,596명으로, 평균 경쟁률은 8.8대 1에 그쳤습니다. 2021년부터 유지되던 ‘10대 1 안팎’ 경쟁률 흐름이 무너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공개경쟁채용은 8.7대 1, 경력경쟁채용은 10.6대 1로 각각 집계됐으며, 부산(29.6대 1), 대구(18.1대 1), 광주(17.7대 1) 등 일부 도시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경쟁률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특히 충남(5.4대 1), 충북(5.5대 1), 강원(5.6대 1)은 ‘지원 기피’ 현상이 뚜렷했습니다. ■ ‘시험이 쉬워졌다’가 아니라 ‘일자리가 외면받고 있다’ 경쟁률 하락은 단순히 시험 난이도나 채용 규모 때문만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공무원직 자체의 매력도가 떨어진 구조적 문제를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공무원 보수는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연금 개편 등 복지 축소 이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정성’ 하나로 유지되던 공직의 매력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여기에 만성적인 업무 과중과 민원 스트레스까지 겹치며, 젊은 세대 사이에선 “차라리 민간 기업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 “시험만 고쳤다”.. 구조는 그대로 올해부터 국어·영어 과목은 암기 중심에서 ‘현장 직무 능력’ 중심 출제로 전환됐고, 시험 시간도 100분에서 110분으로 늘었습니다. 그러나 시험장의 체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은 “출제 방식은 개선됐지만, 조직문화나 근무환경이 그대로라면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결국 제도는 손봤지만, 여전히 ‘일하고 싶은 일자리’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 성별·연령 구도는 그대로.. 수요는 사라졌다 지원자 중 여성 비율은 56.7%, 남성은 43.3%였습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48.3%로 가장 많았고, 30대(37.6%)가 뒤를 이었습니다. 비율은 예년과 비슷하지만, 공시장에서 청년층의 이탈은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전공을 살려 민간 기업으로 가거나, 보다 유연한 직업을 찾는 흐름이 강해지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 ‘시험장 양극화’.. 지역·직군별 쏠림 심화 지역 간 경쟁률 격차도 커지고 있습니다. 부산·대구·광주 등 대도시는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지만, 충북·충남·강원 등 비수도권 지역은 실질적 지원 기피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직군별로도 쏠림이 나타나 행정직은 10.6대 1이었지만, 과학기술직은 6.2대 1에 불과했습니다. 기술직군의 경우 “기업 취업이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지며 공공직 기피가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 ‘이탈’은 시작됐다.. 숫자가 아닌 구조의 문제 올해 경쟁률 하락은 시험 제도나 채용 인원 변화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공무원은 더 이상 선택받는 직장이 아니다’라는 현실이 응시율로 드러났을 뿐입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 시험 기피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일자리로서의 구조적 매력 하락”이라며, “시험 방식만 바꿔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지원자 감소는 정책 변화 때문이 아니라, 직업을 바라보는 기준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2025-06-21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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