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벚나무 '일본산?' 논란 자초 국립수목원, '바로잡기' 후속 연구
'일본산이다', '우리 자생식물이다'를 두고 오랫동안 논란을 빚어온 왕벚나무의 기원을 밝히는 연구가 추진됩니다. 앞서 지난해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가로수로 널리 사용되는 '왕벚나무'가 일본산인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발표해 자초한 논란을 바로잡기 위한 후속 연구입니다. 28일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올해부터 3년간 왕벚나무(Prunus x yedoensis)의 기원과 자생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합니다. 연구 과제명은 '왕벚나무(Prunus x yedoensis)의 분류학적 검토를 위한 현지조사 및 인문·역사학적 연구'. 이번 연구는 국립수목원이 '제주왕벚나무'와 '왕벚나무'의 종을 구분하며 제주왕벚나무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이지만, 왕벚나무는 일본산인 것처럼 해석될 수 있게 발표한 것을 바로잡기 위한 후속 연구로 볼 수 있습니다. 국립수목원은 이를 위해 지난해 학술세미나와 전문가 간담회 등을 실시했고, 올해부터 왕벚나무의 기원과 우리나라 특산식물임을 밝히는 연구를 본격 추진합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왕벚나무 전문가와 산림·식물분류·유전체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연구자문단을 구성해 연구의 객관성과 성과를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국립수목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지난 2018년 한국 특산식물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제주왕벚나무(Prunus x nudiflora)에 이어 왕벚나무(Prunus x yedoensis)의 기원을 밝혀내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면서 국립수목원은 한국산림과학회, 한국식물분류학회 등 학계에서 가로수 등으로 널리 심는 왕벚나무의 우리나라 기원 여부를 밝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국립수목원은 지난 2014년 한반도 특산식물의 종분화와 기원에 관한 공동연구를 수행했고, 제주도 한라산에 자생하는 제주왕벚나무(Prunus x nudiflora)에 대한 전체 유전체를 완전 해독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결과는 지난 2018년 국제 학술지 『Genome Biology』에 게재해 제주왕벚나무가 한국 특산식물임을 인정받았습니다. ■ 전 연구소장의 '양심선언', 정치권까지 번졌던 '사쿠라' 논란 우리나라에 있는 벚나무가 일본산이냐, 아니냐하는 논란은 사실 예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그렇지만 이 논란이 격화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2018년 9월 국립수목원에서 배포한 한 건의 보도자료 때문입니다. 당시 「세계 최초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 유전체 해독」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는 국내 대학 연구진이 세계 최로로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의 전체 유전체를 완전 해독했으며, 이를 통해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는 기원과 종이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쉽게 말해 서울 벚꽃 명소인 윤중로를 비롯해 전국에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는 왕벚나무와 제주도 한라산 일부 지역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된 제주산 왕벚나무가 완전히 다른 종이라는 취지입니다. 실제 국립수목원이 속한 산림청은 지난 2018년 자생종으로 등록돼 있던 제주산 왕벚나무를 각각 제주왕벚나무(자생종)와 왕벚나무(재배종)로 구분해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생종'은 우리나라에서 원래부터 자랐던 토종 식물, '재배종'은 외부에서 들여와 자라는 식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왕벚나무를 주제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찬수 전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4월 제주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별도의 기자회견까지 열며, 왕벚나무가 일본산이라는 국립수목원 측의 주장은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찬수 박사는 당시 "국가표준식물목록 내 자생식물에서 지난 2020년 왕벚나무를 삭제해 공식적으로 한국 고유종의 지위를 박탈했다"며 "이것은 왕벚나무가 일본 원산이라는 일본의 주장을 수용해 결과적으로 왕벚나무 생물주권을 일본에 무상 양도한 셈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근거가 빈약한 벚꽃 관련 연구 결과로 인해 우리나라의 토종 식물인 왕벚나무에 '왜색'이 씌워지는 게 안타까워 이번에 기자회견을 통해 진실을 알리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한 쓴소리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민주당, 제주 서귀포)은 "산림청이 왕벚나무가 일본종이라는 잘못된 인식 확대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전수조사를 비롯한 철저한 연구를 통해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왕벚나무에 대한 연구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23-03-28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ㄴ
"왕벚나무 생물주권 일본에 넘긴 국립수목원"
ㄴ
근거없는 '왕벚나무 일본산' 논란, 발단은 산림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