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열리는데, 서울은 막혔다”… 지방공항 활짝, 김포는 포화의 벽
국토교통부가 확정한 ‘2025년 동계 정기 항공편 일정’이 하늘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습니다. 국제선 248개 노선, 주 4,973회. 국내선은 20개 노선, 주 1,784회 운항합니다. 이 가운데 12개가 제주행입니다. 양양~제주 노선이 2년 만에 복귀했고, 군산·포항·원주 등 지방 노선도 하계 수준을 유지합니다. 이번 겨울, 지방공항의 하늘은 다시 붐빌 전망입니다. 반면 서울 등 수도권은 여전히 막혀, 관광 수요의 흐름이 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 남쪽은 폭증, 수도권은 ‘정체’ 국토부는 국내외 항공사들이 신청한 2025~2026년 동계기간(10월 26일~내년 3월 28일) 국제선과 국내선 정기편 운항 일정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동남아 노선은 하계 대비 주 381회 늘어나며 36.7% 급증했습니다. 베트남은 주 234회로 64.6% 증가했고, 싱가포르(29.5%), 태국(22.8%)도 큰 폭으로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김포공항은 ‘유지 기조’입니다. 김포~제주, 김포~김해, 김포~울산, 김포~광주 등 주요 노선이 그대로 이어지지만 증편은 없습니다. 국토부 자료에서도 김포발 노선 증감에 대한 언급은 빠졌습니다. 이착륙 허용 횟수(slot‧슬롯) 여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한 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결국 정부는 노선을 늘리는 대신, 수요를 지방공항으로 분산시키는 전략으로 방향을 튼 셈입니다. ■ 지방공항의 귀환, 전국 하늘망 다시 연결 양양, 군산, 포항, 원주, 사천. 그동안 ‘휴면공항’으로 불리던 지역들이 이번 동계 일정에 모두 포함됐습니다. 제주행 노선만 주 1,502회로 국내선의 84%를 차지했고 지방공항 간 이동망이 다시 살아납니다. 특히 양양~제주 노선의 재개는 상징적입니다. 2023년 중단 이후 2년 만에 복원되면서,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제주 접근성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김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전국 균형형 항공체계로 전환되는 변화로 평가됩니다. ■ 서울 하늘길, 확장 대신 ‘관리의 시대’ 김포공항 포화는 단순히 운항 횟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김포~제주 노선은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국내선으로 꼽힙니다. 영국 글로벌 항공 데이터 분석기관인 OAG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제주~김포 노선은 하루 약 3만 9,000명(연간 1,420만 석)이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항공 노선 1위를 기록했습니다. 좌석은 매진이 일상이고, 항로 혼잡은 항공사에도 부담입니다. 서울 하늘길은 이제 ‘확장’이 아니라 ‘관리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김포는 더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없는 공항”이라며, “슬롯을 조정하면 전국 노선 배치가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수도권이 막힌 대신, 지방이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 안전 강화, 하늘길의 두 번째 축 또한 국토부는 지난 4월 발표한 ‘항공안전 혁신방안’을 이번 운항계획에 반영했습니다. 항공기 확보 상태, 정비시설, 인력 배치 등 안전요소를 기존의 ‘취항 직전’이 아닌 노선 허가 신청 단계에서부터 검토하도록 제도를 강화했습니다. ‘운항 허가=안전 인증’이라는 인식이 제도화된 셈입니다. 잇따른 항공 보안 사고 이후, 효율보다 ‘검증’이 앞서는 구조적 전환입니다. ■ 제주 관광, 비행보다 ‘머묾’이 문제 양적으로 항공편은 늘었지만, 제주에 주어진 과제는 여전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행기가 많아져도 머무는 시간은 짧고, 소비는 얇다”며, “단기 체류 중심의 구조가 지속된다면, 하늘길 회복이 곧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관광 전문가들은 “결국 이번 동계 항공 스케줄의 진짜 성패는 운항 횟수가 아니라 체류 전략에 달려 있다”면서, “비행기가 늘수록, 그만큼 머무는 이유의 설계가 절실하다. 겨울의 제주가 진짜 살아나려면, 하늘보다 ‘제주의 시간’이 더 길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25-10-2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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