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은 넘치는데 왜 동네는 조용할까”… 제주, 여행의 방향을 다시 묻기 시작했다
제주 여행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유명 장소를 빠르게 돌고 인증사진 몇 장 남긴 뒤 떠나는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사람을 오래 붙잡기 어려워졌습니다. ‘어디’를 갔는지보다, 그 지역 안에서 ‘무엇’을 경험했고 ‘누구’와 연결됐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는 흐름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제주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27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제주와의 약속’ 파트너스 2기 네트워킹 데이를 열고 지속 가능한 관광 실천 모델 운영에 본격 착수했다고 28일 밝혔습니다. 선정된 기업과 단체는 모두 19곳입니다. 이들의 참여 규모 자체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관광을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무엇을 더 보여줄지보다, 사람들을 지역 안에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 이제 ‘동네’를 찾기 시작했다 파트너스 명단을 보면 변화의 흐름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김녕 런케이션, 가파도 백패킹, 강정 자전거 투어, 로컬푸드 체험, 해녀 이야기 프로그램, 티마카세, 전통 가문잔치 체험까지. 대부분 지역 주민의 생활 방식과 마을 문화를 중심에 둔 콘텐츠들입니다. 예전 제주 관광이 풍경과 소비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지역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는 체류형 경험이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입니다. 관광시장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국내외 여행업계에서는 최근 ‘런케이션’, ‘웰니스’, ‘슬로우 트래블’, ‘로컬 체류’, ‘생태 기반 여행’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체류형 관광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짧고 강한 소비보다 오래 머무르는 일정, 지역민과 연결되는 경험, 환경 부담을 줄이는 여행에 선호가 뚜렷합니다. 이번 파트너스에 포함된 박쥐 야간 생태투어나 마을 밥상 체험, 러닝 프로그램 역시 같은 축 위에 놓여 있습니다. 관광객을 관광지 바깥으로 이동시키는 걸 넘어, 지역의 시간과 생활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 “관광객은 많았는데 왜 남는 건 없었나” 제주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비슷한 문제 제기가 반복돼 왔습니다. 관광객 수는 계속 늘었는데, 정작 지역 안에 남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입니다. 소비는 특정 관광지와 일부 상권에 집중됐고, 마을 공동체가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교통 혼잡과 쓰레기, 생활 갈등 같은 피로 역시 함께 쌓여왔습니다.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도 그 지점에 있습니다. 관광을 외부 자본 중심 구조로만 바라보지 않고, 지역 주민과 마을 공동체가 직접 설계하는 방식으로 바꿔보자는 시도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2기에는 협동조합과 마을기업, 지역 기반 소규모 콘텐츠 기업들이 다수 포함됐습니다. 대형 관광지나 프랜차이즈 공간보다, 동네 골목과 식문화, 사람 사이 관계가 관광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오기 시작한 셈입니다. ■ 관광객 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시대 지속 가능 관광은 이제 선언적인 구호만으로 다룰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 관광시장은 이미 오버투어리즘과 지역 소모 문제를 핵심 변수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왔는지보다, 그 관광이 지역을 얼마나 오래 유지시키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제주 역시 같은 고민 앞에 놓여 있습니다. 최근 제주 관광은 체류시간 감소와 소비 편중, 내국인 관광 수요 변화 같은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습니다. 관광객 숫자 경쟁만으로는 지역 관광의 미래를 설명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입니다. ‘제주와의 약속’이라는 이름 역시 결국 같은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제주를 한 번 소비하고 떠나는 장소로 남길 것인지, 아니면 지역과 함께 오래 머무는 방식의 여행으로 바꿔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관광업계와 지역사회가 함께 지속 가능한 제주관광의 실천 모델을 만들어가는 협력 네트워크”라며 “앞으로도 제주 자연을 보전하고 지역과 상생하며 제주만의 문화를 존중하는 관광 문화를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주와의 약속 파트너스 2기에는 △구좌마을여행사협동조합(김녕 런케이션) △주식회사 그릿브로(가파도 백패킹) △낭만지구인(제주 신화 야행 살강길) △런투유제주(러닝 프로그램) △모다드렁와산에(쑥 체험) △무릉외갓집영농조합법인(카름 밥상) △사단법인 마로(바람의 기메) △쇄길 주식회사(소길리 로컬관광) △㈜숨비페어스(로컬 상생) △유인원 필드스테이션(Bat-Night 투어) △잇더컴퍼니(로컬푸드 체험) △제주런케이션(로컬푸드 체험) △탐나는놀이터 탐라그라운드(조선으로 떠나는 제주 여행) △한화호텔앤드리조트(제주 로컬문화 체크인) △주식회사 해녀키친그룹(제주 전통 구옥) △제주행원마을협동조합(광해와 해녀의 만남) △회수다옥(티마카세) △하효마을협동조합(가문잔치) △아웃투어(강정 자전거 투어) 등이 참여합니다.
2026-05-28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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