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에서 객실, 객실에서 체험… 여행업계가 ‘예약 다음’을 노린다
항공권을 예매한 뒤 숙소를 찾고, 호텔에 들어가 식사와 체험을 고르는 여행의 순서가 하나의 판매망으로 묶이고 있습니다. 항공사는 객실 예약을 연결하고, 호텔은 유아용품과 어린이 프로그램, 뷰티 제품을 객실 안으로 들입니다. 서로 다른 업종이 각자의 상품을 따로 파는 데서 벗어나 이미 결제를 마친 고객을 다음 소비로 이어주고 있습니다. 올여름 여행시장의 제휴는 할인 혜택을 보태는 수준보다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여행을 준비하고 이동해 머물다 돌아가는 전 과정에 고객과 접점을 넓히고, 그 안에서 편의와 만족도를 함께 높이는 경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 아이보다 먼저 부모의 준비를 봤다 그랜드 조선 제주는 21일 프리미엄 유아용품 브랜드와 함께 가족 고객을 겨냥한 스위트 전용 상품을 선보였다고 밝혔습니다. 유아용 여행용품 제공과 휴대용 유모차 대여,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 식음 혜택을 한데 묶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혜택의 종류보다 여행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호텔에 도착한 뒤만이 아닙니다. 부모가 집에서 짐을 꾸리고 아이와 이동한 뒤, 호텔 안에서 하루를 보내는 과정까지 상품 안에 담았습니다. 유모차를 따로 챙기는 수고를 줄이고, 아이가 보낼 시간을 미리 마련해 부모가 여행 중 일정을 다시 짜야 하는 부담도 낮췄습니다. 그랜드 조선 제주 관계자는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의 편안함과 차별화된 키즈 호캉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이번 협업을 기획했다”며 “다양한 프리미엄 브랜드와 함께 패밀리 고객 대상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호텔업계가 외부 브랜드와 협업을 확대하는 흐름도 엿볼 수 있습니다. 아이와 관련된 제품은 부모가 안전성과 사용 편의를 꼼꼼하게 따지는 영역입니다. 호텔은 관련 분야에서 인지도를 쌓은 브랜드를 통해 가족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보강하고, 유아용품 업체는 아이를 동반해 스위트 객실을 선택한 고객에게 제품을 직접 경험시킬 수 있습니다. 객실이 숙박 공간이면서 제품 체험 공간으로도 기능하는 구조입니다. ■ 객실료를 깎기보다 머물 이유를 더했다 그랜드 조선 제주가 일반 객실이 아닌 스위트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한 점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가격을 낮추기보다 여행용품과 어린이 프로그램, 식음 서비스를 더해 고객이 해당 객실을 선택할 이유를 보강했습니다. 가족은 호텔 안에서 아이의 놀이와 식사 일부를 해결할 수 있고, 호텔은 객실 이용을 식음과 부대시설 소비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놀거리와 여행용품을, 부모에게는 준비와 이동의 편의를 제안했습니다. 키즈 상품을 어린이만을 위한 서비스로 두지 않고 비용을 결제하는 부모의 시간과 수고까지 함께 겨냥했습니다. 그랜드 조선 제주는 앞서 캐릭터 협업에 이어 이번에는 유아용품 브랜드와 손잡으며 가족 고객 대상 콘텐츠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객실 안에서 머무는 시간을 넘어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까지 상품으로 끌어들인 셈입니다. ■ 항공권과 객실, 서로 고객을 보낸다 항공사와 호텔의 제휴는 고객을 다음 예약으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티웨이항공과 소노호텔앤리조트는 항공권을 예약한 고객에게 객실 혜택을 제공하고, 호텔 예약 고객에게는 국내선과 국제선 항공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제휴 프로모션을 다음 달까지 진행합니다. 항공사가 확보한 고객을 숙박으로 보내고, 호텔은 투숙객을 다시 항공권 구매로 연결합니다. 여행 의사가 확인된 고객을 서로의 예약 창구로 넘긴다는 점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할인 행사와 차이가 있습니다. 고객도 항공권과 숙소 혜택을 각각 찾아다니는 과정을 줄일 수 있습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항공과 숙박을 함께 이용하는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제휴를 마련했다”며 “여행의 편의성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협업을 확대하겠다”고 전했습니다. ■ 객실에서 쓴 제품, 귀가 뒤 소비까지 서울 도심 호텔에서는 숙박과 식음에 뷰티·헤어케어를 결합한 여름 상품이 등장했습니다. 메리어트 계열의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과 목시 서울 명동은 각각 다른 브랜드와 협업한 패키지를 선보였습니다.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은 객실과 식음 혜택에 헤어·바디케어 제품을 더했습니다. 샴푸와 헤어 마스크, 바디워시, 바디로션으로 구성된 여행용 키트를 제공해 투숙객이 객실에서 직접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목시 서울 명동은 국내 뷰티 브랜드 제품을 숙박 상품에 담았습니다. 호텔에서 제품을 체험하고 일부는 집으로 가져가도록 구성해, 투숙 중 시작된 경험을 귀가 뒤의 일상까지 잇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들 호텔은 객실을 제품 진열 공간이 아니라 직접 써보는 체험 공간으로 활용했습니다. 호텔은 별도 시설을 새로 만들지 않고도 투숙 경험에 새로운 내용을 더하고, 소비재 업체는 매장이나 온라인 광고와 다른 환경에서 고객을 만납니다. ■ 여행 한 번을 어디까지 연결할까 항공과 숙박, 소비재 브랜드의 협업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달라진 건 고객의 여행 과정을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단계마다 연결한다는 데 있습니다. 항공권을 예약한 고객은 호텔로 향하고, 호텔에 들어온 고객은 식음과 체험을 이용합니다. 객실에서 만난 제품은 여행이 끝난 뒤의 구매까지 겨냥합니다. 그랜드 조선 제주는 아이 동반 여행의 준비와 이동, 놀이를 스위트 객실 안에 묶었습니다. 티웨이항공과 소노호텔앤리조트는 서로의 예약 고객을 연결하고,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과 목시 서울 명동은 객실에서의 경험을 일상 소비로 확장합니다. 가격을 크게 낮추기보다 여행객과 만나는 순간을 늘리고, 해당 상품을 선택할 이유를 보태는 전략입니다. 기존 호텔 경쟁이 고객을 시설 안에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할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항공권을 찾는 순간부터 귀가한 뒤까지 소비를 어디까지 연결할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상품을 많이 묶는다고 고객에게 모두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용 조건이 복잡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혜택이 가격에 포함되면 편의보다 부담이 먼저 커질 수 있습니다. 여행업계에서는 항공과 숙박, 체험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역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여행객이 준비와 이동, 예약에 들이던 시간과 비용을 실제로 줄였다고 느껴야 제휴 혜택도 다음 예약과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항공권을 찾는 순간부터 숙소에 머물고 귀가할 때까지 이어지는 모든 선택이 새로운 상품 기획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26-07-21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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