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도 힘든데 성공이라니”… 대통령실 ‘3고 인식’ 논란 확산
고금리와 고물가, 고환율. 서민들에겐 생활비와 대출이자, 장바구니 부담으로 다가온 현실입니다. 대통령실은 이를 두고 “성공의 비용”이라고 표현했습니다.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한국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고 밝히면서 정치권과 금융시장 논쟁이 거세게 번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반도체와 AI 산업 호황으로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설명했지만, 야당은 “민생 고통을 낙관론으로 포장했다”고 반발했습니다. 시장 안에서도 “일부 업종 성과를 국가 경제 전체 체력으로 확대 해석하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특히 최근 환율과 물가 부담이 취약계층으로 빠르게 번지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경제 진단을 넘어 정권의 현실 인식 자체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는 분위기입니다. ■ “위기의 전조 아니다”… 대통령실이 꺼낸 경제 해석 25일 김 실장은 자신의 글에서 “기업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수출은 넘쳐나는데 금리는 오르고 환율은 불안하고 집값은 다시 들썩인다”며 “혼란의 근원은 경제 자체보다 경제를 바라보는 인식 틀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논리는 ‘명목 성장 국면’입니다. 반도체와 AI 산업 중심 수출 호황으로 기업 이익과 임금, 자산가격이 함께 상승하고, 세수 확충과 국가부채 비율 안정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실장은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금리 상승과 환율 불안 역시 “위기의 신호가 아니라 경제 구조가 한 단계 올라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환율 진단은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근 원화 약세가 외화 부족 때문이 아니라, 코스피 급등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과정에서 발생한 환전 수요 영향이라는 설명입니다. 김 실장은 올해 코스피 상승으로 외국인 보유 국내 주식 평가액이 지난해 말 1,300조 원 수준에서 최근 2,600조 원까지 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과정에 누적 110조 원이 넘는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났고, 이 자금이 달러로 빠져나가며 환율을 밀어 올렸다고 진단했습니다. 즉, 지금의 원화 약세를 경제 취약성이 아니라 “성공이 만들어낸 역설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입니다. ■ “국민은 힘든데, 누구의 성공이냐” 야당은 곧바로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현실 부정과 희망사항을 섞은 글 같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곡학아세의 고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분에 수출이 늘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품목 수출은 오히려 감소했다”며 산업 편중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대출 이자와 물가 부담으로 고통받는 서민 현실을 성공의 비용으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면서 “정부 무능을 감추기 위한 말장난이자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도 “환율은 방어하지 않고 민생은 챙기지 않는다”며 “국민이 다 보고 있다”고 직격했고, 김웅 전 의원은 “그 논리라면 베네수엘라가 가장 성공한 나라”라고 꼬집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경제 구조 변화를 읽지 못한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습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3고는 전 세계적으로 주어진 환경”이라며 “달라진 조건 속에서 새로운 성장 전략을 찾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강준현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시장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 이동 규모도 커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일부 현상만 떼어내 위기론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시장도 경고… “반도체 착시 가능성 있다” 금융시장 안에서는 대통령실 논리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습니다. 외국인 차익 실현이 최근 환율 상승에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이를 한국 경제 전체의 체질 변화로 확대 해석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반도체와 AI 중심 성장 흐름이 내수와 중소기업, 자영업 경기까지 이어지고 있느냐를 두고는 회의적인 평가도 나옵니다. 외환시장에서는 정책 당국자의 메시지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환율은 기대 심리에 민감한 시장인데, 원화 약세를 ‘성공 과정의 현상’으로 읽는 메시지가 반복될 경우 정부의 환율 방어 의지가 약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고환율은 에너지와 식품,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체감 물가를 다시 자극하고 있습니다. 결국 환율 충격은 기름값과 식비, 공공요금, 대출이자 형태로 일상 곳곳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 현실과 간극 더 커질 수도 이번 논쟁은 경제지표만 두고 벌어진 충돌이 아닙니다. 수출과 증시는 뛰지만, 정작 시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오히려 더 팍팍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충돌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반도체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자영업 폐업은 늘고, 코스피는 급등했지만 한쪽에서는 여전히 생활비 부담을 호소하는 국면입니다. 정부는 이를 “새 성장 국면에서 나타나는 가격 재조정”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야당은 “일부 산업 호황을 국민 삶 전체로 포장한 착시”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반도체 실적과 증시 상승이 이어져도, 생활비와 이자 부담 앞에서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면 ‘성공’이라는 말 자체가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표와 시장은 살아났다고 하지만, 정작 국민 삶 안에서 그 변화가 얼마나 체감되고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2026-05-25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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