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오는데, 안방 손님은 등 돌렸다”… 돈 풀어도 제주 관광·소비 뒷걸음
외국인 관광객이 2만 명 늘어나는 동안 제주를 찾는 국내 관광객은 12만 명 넘게 줄었습니다. 제주에 온 관광객의 카드지출도 감소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가려진 제주 관광의 현실입니다. 제주도가 관광객 유치와 소비 진작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이달 전체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10만 명 넘게 감소했습니다. 지역화폐 탐나는전 사용액은 14.7% 늘었는데, 제주지역 전체 카드매출은 오히려 3.7% 줄었습니다. 항공좌석을 확보하겠다던 제주도의 요청과 달리 올겨울 국내선 운항편은 주 118편 축소됐습니다. 민간 건설수주도 44.5% 급감했습니다. 한국은행은 3분기 제주 경기가 소폭 개선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과 대규모 스포츠행사 수요가 집중된 대형호텔·리조트와 달리 중소형 숙박업소와 지역 상권은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제주도가 관광객 유치와 소비 지원에 재정을 투입해 온 사이, 국내 관광객 감소와 소비 위축은 계속됐습니다. 한국은행은 4분기 관광경기 회복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외국인 2만 명 늘 때 국내 관광객 12만 명 감소 제주도관광협회가 집계한 28일 기준 잠정통계에 따르면 이달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10만 8,64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 397명, 8.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국인 관광객은 89만 5,712명으로 지난해 101만 6,717명보다 12만 1,005명 줄었습니다. 감소율은 12%에 달합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은 21만 2,928명으로 2만 608명, 10.7% 증가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도 국내 관광객 감소 규모가 여섯 배 가까이 컸습니다 올해 누적 관광객은 1,160만 3,1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내국인은 939만 4,549명으로 4만 8,680명 감소했습니다. 외국인은 220만 8,626명으로 27만 7,420명 증가했습니다. 전체 관광객 증가를 외국인 관광시장이 이끌고 있는 반면, 국내 관광시장은 지난해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오늘(29일) 발표한 3분기 경제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9.4%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1분기 26.9%, 2분기 13.6%에 이어 둔화세를 이어갔습니다. ■ 대형호텔은 웃었지만… 중소 숙박업소·지역 상권 부진 관광객 구성의 변화는 숙박업 실적에서도 확인됐습니다. 대형호텔과 리조트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대규모 스포츠행사 개최에 힘입어 객실 점유율과 매출이 개선됐습니다. 그렇지만 농어촌 민박 등 중소형 숙박업소는 국내 관광객 감소와 업체 간 경쟁 심화로 부진을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음식점업도 관광객 방문이 집중되는 지역에서 매출이 늘었지만,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은 제한적이었습니다. 한국은행은 숙박·음식점업을 중심으로 3분기 서비스업 생산이 소폭 증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도소매업 생산은 감소했고, 렌터카와 여행업도 부진했습니다. 면세점 매출은 2분기 0.7% 증가에서 7~8월 3.2% 감소로 돌아섰습니다. 외국인 면세점 매출 증가율은 14.6%에서 3.5%로 둔화됐고, 내국인 매출은 11.1% 감소했습니다. 카지노업도 이용객 증가가 매출 확대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제주 카지노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드림타워 카지노는 3분기 이용객이 전분기보다 2.9% 늘었지만 매출은 13.4% 줄었습니다. 레저·스포츠 목적의 내국인 관광객도 7~8월 31.2% 감소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매출 개선이 일부 대형 숙박시설과 관광객 밀집지역에 집중된 가운데, 지역 상권 전반의 부진은 계속됐습니다. ■ 관광객 줄고 카드지출도 감소… 탐나는전만 늘어 관광객 감소에 소비 위축까지 겹쳤습니다. 제주관광 빅데이터 플랫폼에 따르면 올해 1~9월 내국인 관광객의 제주지역 카드지출액은 1조 5,31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감소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카드지출액은 5,201억 원으로 38.7% 증가했습니다. 내국인 관광객의 카드지출 총액은 여전히 외국인 관광객의 약 2.9배에 달했습니다. 지난 9월 내국인 관광객의 제주지역 BC카드 이용액도 36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7% 감소했습니다. 지역 전체 소비지표 역시 좋지 않습니다. 제주도가 지난 26일 민생경제상황실 회의에서 제시한 3분기 지역 카드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줄었습니다. 지난해 3분기에도 4.6% 감소해 2년 연속 뒷걸음쳤습니다. 탐나는전 일반사용액은 14.7% 증가했습니다. 제주도는 9~10월 탐나는전 캐시백 적용 한도를 월 7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확대하고, 추석 전통시장 농축수산물 구매액에 대한 온누리상품권 환급사업도 시행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소비촉진 정책에 힘입어 소형 소매업장 매출이 일부 개선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탐나는전 사용이 늘어난 사이 제주지역 전체 카드매출은 감소했고, 도소매업 생산도 줄었습니다. ■ 항공좌석 확보 요청에도… 동계 국내선 운항 축소 제주도가 국내선 항공좌석 확보에 나섰지만, 올겨울 운항편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지난 25일부터 적용된 제주공항 동계 국내선 운항계획은 주 2,948편으로 직전 하계보다 118편, 지난해 동계보다 90편 감소했습니다. 하루 평균 약 17편이 줄어드는 규모로, 189석 항공기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하루 3,000석이 넘는 공급량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국제선은 주 486편으로 지난해 동계보다 39.3% 증가했습니다. 제주도는 지난 8월 국내선 항공좌석 감소를 관광객과 소비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공급 확대에 나섰습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 항공사 등이 참여하는 항공 접근성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항공사에는 동계 운항편과 좌석 공급 유지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동계 운항계획에서는 국내선 공급이 더 축소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가 지난 26일 내놓은 관광 비수기 대응책은 기존 관광·문화·체육행사와 지역축제를 연계한 '더 제주 포시즌' 캠페인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제주야 페스타'와 '로맨틱 제주 안트레 페스티벌', 함덕·표선 해변의 '비치 크리스마스' 등을 묶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제주를 오가는 국내선은 줄고, 항공료 부담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국내선 편도 유류할증료는 8월 1만 6,500원에서 11월 2만 5,300원으로 53.3% 인상됩니다. 한국은행은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제주 기점 국내선 운항편이 추가로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 민간 건설수주 44.5% 급감… 공공공사도 42.8% 미발주 건설업 침체도 계속됐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7~8월 제주지역 민간 건설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5% 급감했습니다. 1분기 38.0%, 2분기 37.4% 감소에 이어 부진이 계속됐습니다. 8월 말 제주지역 미분양 주택은 3,268호로 2분기 말보다 359호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주택은 2,336호로 전체 미분양의 71.5%를 차지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2분기 제주지역 집합상가 공실률은 18.3%로 전국 평균 10.5%보다 7.8%포인트 높았습니다. 제주도는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공공공사 조기 발주와 대형공사 분할 발주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소규모 공공공사 발주계획 452억 원 가운데 9월 말까지 실제 발주한 금액은 259억 원, 57.2%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193억 원, 전체 계획의 42.8%는 발주되지 않았습니다. 대형공사 분할 발주는 지난해 3건에서 올해 7건으로 늘었고, 관련 사업 규모는 2,369억 원입니다. 한국은행 조사에서는 공공부문 건설수주액이 7~8월 1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공 발주 확대에도 민간 건설시장의 침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 4분기 회복도 제한적… 관광·소비에 또 예산 한국은행은 4분기 제주 관광경기 회복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대규모 스포츠행사, 제주도의 관광 비수기 대응책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내국인 여행 수요 둔화와 항공료 상승, 제주 관광 안전 문제, 일본 등 근거리 해외여행 수요 증가가 회복을 제약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제조업 생산도 3분기 소폭 감소했습니다. 반도체 수출은 호조를 보였지만 생수와 주류 등 식음료 업종은 내수 판매와 수출이 모두 부진했습니다. 제주도는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지역화폐 관련 예산 267억 원과 디지털관광증·관광객 감사 프로모션 등 관광 활성화 사업비 28억 원을 확보해 집행할 계획입니다. 내년도 민생경제 전략으로는 생활물가와 가계부담 완화, 지역소비 활성화, 일자리 확대, 지역산업과 기업 지원 등을 제시했습니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지난 26일 민생경제상황실 회의에서 그동안 추진한 대책이 도민 생활과 지역 상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내년도 경제대책에 대해서도 사업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 실행 가능한 방안으로 구체화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도정은 정책 성과 점검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국인 관광객 감소와 지역 소비 위축, 민간 건설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제주경제의 회복 전망에는 그늘이 더 짙어지고 있습니다.
2026-10-29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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