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만 한 번에 30억, 줄도산 공포.... 이란전쟁에 국적선 25척 호르무즈 갇혀
유가 5% 급락에 뉴욕 증시 3대 지수 일제히 사상 최고…마이크론 이틀째 질주
당근마켓서 '먹튀' 이제 못 한다…모바일 신분증 인증 의무화 추진
국민연금 170조 매도폭탄 터지나…오늘 기금위 결정에 증시 촉각
구치소서 "나 억울하다"…권성동 옥중 선거 메시지 논란
탄핵 전직 대통령이 선거판 전면에… "탄핵 재평가" VS "박어게인?"
보험료만 한 번에 30억, 줄도산 공포.... 이란전쟁에 국적선 25척 호르무즈 갇혀
이란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국적선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보험료 폭탄을 맞고 있습니다. HMM 소속 유니버설 위너호가 지난 20일 이란 당국의 허락을 받고 가까스로 호르무즈 해협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 한 번의 통과를 위해 HMM이 지불해야 하는 보험료가 약 200만달러, 우리 돈으로 3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통과 보험료는 선박 가치의 3~5% 수준으로, 평시와 비교하면 수십 배 높은 수준입니다. 이란전쟁 발발 이전까지 해운사들은 선체보험과 화물보험 등 일반 보험료만 부담해왔습니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이 발생하면서 전쟁.테러.군사행동 위험을 제외한 기존 약관의 한계가 드러났고, 해운사들은 기본 보험에 전쟁위험보험,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통과 전용 특별 보험까지 더해지는 3중 구조의 보험료를 떠안게 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들이 기존 전쟁위험보험 외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과 전용 특별 보험 상품을 새로 도입하는 추세라며, 해당 해역에서 선박 나포와 무력 충돌 위험이 크게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피해는 보험료만이 아닙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는 국적선은 초대형 원유운반선.석유화학제품운반선.액화천연가스 운반선.액화석유가스 운반선 등 약 25척으로, 이 가운데 16척은 HMM을 포함한 대형 선사 9곳 소속이고 나머지 10척은 중소 선사가 운용하는 선박들입니다. 이들 선박에서 하루 발생하는 손실액은 총 143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21억원에 이릅니다. 운항을 못하면서도 선박 내 기계는 계속 가동해야 해 멈춰 선 채로 기름을 소진해야 하는 이중고까지 겹쳐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이 이달 말까지 이어질 경우 누적 피해액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확보한 추가경정예산 1448억원 가운데 국적선박 피해 지원으로 14억원을 배정했습니다. 그러나 해운업계가 당초 요구했던 금액은 150억원으로, 실제 배정액은 요구액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에 비해 지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봉쇄가 길어지면 중소 선사들의 줄도산이 우려된다고 호소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로, 한국이 들여오는 가스의 20%도 이 해협을 거칩니다. 이란과 미국 사이의 종전 협상 타결 여부가 해운업계 생존의 열쇠가 된 상황입니다.
2026-05-28 제주방송 강석창(ksc064@naver.com) 기자

유가 5% 급락에 뉴욕 증시 3대 지수 일제히 사상 최고…마이크론 이틀째 질주
이란과 미국의 종전 합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5% 넘게 급락했고,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현지시간 27일 일제히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2.60포인트(0.36%) 오른 5만644.28로 장을 마치며 지난 22일 이후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24포인트(0.02%) 상승한 7520.36, 나스닥지수는 18.55포인트(0.07%) 오른 2만6674.74로 마감하며 이틀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0.69포인트(4.06%) 내린 16.32를 기록했습니다. 유가 급락의 최대 수혜를 입은 건 항공.크루즈 등 여행 관련 종목들이었습니다. 유나이티드 항공이 6.33% 급등한 112.62달러로 뛰어올랐고, 델타항공도 3.04% 오른 81.80달러로 마감했습니다. 크루즈 운영사 카니발은 4.75% 오른 27.98달러, 노르웨이 크루즈는 6.14% 급등한 18.15달러로 치솟으며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반도체 분야에선 마이크론의 독주가 눈에 띄었습니다. 전날 19% 넘게 폭등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던 마이크론은 이날도 32.53달러(3.63%) 추가 상승한 928.41달러로 뛰어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또 새로 썼습니다. 반면 나머지 반도체 종목들은 대체로 약세였습니다. 대장주 엔비디아는 1.05% 하락한 212.60달러로 마감하며 실적 발표 이튿날인 지난 21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주가가 미끄러졌습니다. 인텔도 1.42% 내린 121.77달러, AMD는 1.66% 하락한 495.54달러로 장을 마쳤습니다. 빅테크 종목들은 엇갈렸습니다. 테슬라가 1.56% 오른 440.36달러, 애플이 0.82% 상승한 310.85달러로 마감한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0.81% 내린 412.67달러, 팔란티어는 2.99% 하락한 132.51달러로 약세를 보였습니다. 이란 핵 협상의 최종 타결 여부가 국제 유가와 글로벌 증시 방향을 가를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뉴욕 증시가 유가 하락을 발판 삼아 동반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6-05-28 제주방송 강석창(ksc064@naver.com) 기자

당근마켓서 '먹튀' 이제 못 한다…모바일 신분증 인증 의무화 추진
당근마켓.중고나라.번개장터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앞으로는 모바일 신분증으로 본인 인증을 해야 거래가 가능해집니다. 행정안전부는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에 모바일 신분증 기반 신원 인증 표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용자가 모바일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으로 본인 인증을 마치면 플랫폼 안에서 인증 마크가 표시되는 방식입니다. 행안부는 현재 플랫폼들이 대부분 휴대전화 본인 인증에 의존하고 있어 대포폰 사용 가능성 등 한계가 있다며 얼굴 확인이 가능한 모바일 신분증 인증으로 신뢰도를 높이려는 취지라고 밝혔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 관련 사기 피해는 해마다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직거래 사기 건수는 지난 2021년 약 8만건에서 지난해 12만건으로 늘었고, 피해 금액도 같은 기간 2574억원에서 8741억원으로 3배 이상 불어났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중고거래 플랫폼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지난해 175건으로 집계됐는데, 지난 2022년과 비교하면 약 10배 수준으로 치솟은 수치입니다. 피해 유형도 달라지는 추세입니다. 과거에는 개인 간 단순 사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플랫폼이 개입하는 결제.환불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커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중고 플랫폼에서 180만원짜리 노트북을 구매한 뒤 거래를 취소했는데 카드 결제 취소가 지연돼 환불을 받지 못했다거나, 안심결제를 통해 산 상품을 판매자 요청으로 반품했는데 대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2026-05-28 제주방송 강석창(ksc064@naver.com) 기자

국민연금 170조 매도폭탄 터지나…오늘 기금위 결정에 증시 촉각
170조원 규모의 매도폭탄이 터질 것인지를 두고 증시가 오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결정에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코스피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의 두 배 수준까지 불어났고, 리밸런싱 유예 시한도 다음달로 다가왔습니다. 금융투자업계 분석을 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평가액은 395조1000억원으로 전체 운용자산의 24.5%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6244포인트대였던 코스피가 8200선을 훌쩍 넘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현재 1800조원 규모로 불어난 것으로 알려진 국민연금 운용자산을 단순 대입하면 국내주식 평가액은 520조원을 넘어서고, 비중은 28.9%에서 최대 29.7%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추산됩니다. 올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목표 비중이 14.9%인 점을 감안하면 14%포인트 이상을 초과한 셈입니다. 국민연금은 전략적자산배분과 전술적자산배분 허용범위를 합산해 최대 19.9%까지는 기계적 매도 없이 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비중은 이 상한선마저 크게 웃돌고 있어 원칙적으로 162조원에서 177조원 규모의 리밸런싱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국민연금은 다음달까지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한 상태인데, 시한이 가까워지면서 시장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 최대 기관투자자인 만큼 리밸런싱이 본격화될 경우 수급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어서입니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오늘 오후 열리는 기금운용위원회입니다. 기금위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적용될 중기자산배분안을 결정하면서 달라진 국내 증시 위상을 반영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중간보고 당시 기금위는 국내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 4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가운데는 리밸런싱이 필요 없는 수준까지 비중을 높이는 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참여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30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올해 목표치 14.9%에서 과도하게 확대하는 것이 적절한지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연금행동은 기금 운용의 목적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으로 국민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데 있다며 현 상황에 대한 분석과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결정하면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오늘 기금위 결정이 170조원 규모의 리밸런싱 압박을 해소할 출구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논란의 시작이 될지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2026-05-28 제주방송 강석창(ksc064@naver.com) 기자

구치소서 "나 억울하다"…권성동 옥중 선거 메시지 논란
구치소 담장 안에서도 선거 메시지가 날아들었습니다.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수감 중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SNS에 글을 올려 지지를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권 의원은 스스로를 이재명 정권의 정치보복 희생양이라고 규정하면서 강릉을 사랑하는 국민의힘 일꾼들을 지켜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강릉으로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다짐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권 의원의 혐의는 법원이 1심과 2심 모두에서 유죄로 인정한 사안입니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28일 권 의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하며, 정치권력과 특정 종교의 유착 위험을 야기한 범행으로 죄질이 중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권 의원 측은 억울하다며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입니다. 교도소 담장 너머로 선거유세에 나선 권 의원을 향해 야당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거꾸로 역사를 되돌리고 뻔뻔하게 성찰 없는 퇴행적 모습에 국민이 준엄한 심판을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와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국 유세 현장을 누비는 것도 직격했습니다. 정 대표는 촛불혁명으로 탄핵된 대통령이 지금도 부끄러움도 모르고 선거운동에 투입되는 국민의힘의 모습을 보면 내란 옹호 정당이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탄핵된 전직 대통령이 유세 현장을 뛰고, 수감 중인 의원이 담장 너머로 표를 호소하는 이 장면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불편한 기류가 감지됩니다. 당내 한 관계자는 윤어게인을 넘어 박어게인까지 가는 거냐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보수 지지층이 오히려 떠나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6.3 지방선거를 닷새 앞두고 과거의 인물들에 점점 기대는 국민의힘의 선택이 보수 결집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중도층 이탈을 부를지 주목됩니다.
2026-05-28 제주방송 강석창(ksc064@naver.com) 기자

탄핵 전직 대통령이 선거판 전면에… "탄핵 재평가" VS "박어게인?"
국정농단으로 파면된 전직 대통령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유세 현장의 주인공이 된 듯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산.울산.경남을 돌며 국민의힘 후보들을 지원하고 나선 건데, 지난 23일 대구를 시작으로 충북.대전을 거쳐 영남권까지 사실상 선대위원장 역할을 도맡고 있는 모습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부산 기장시장에서 박민식 국민의힘 부산 북갑 보궐선거 후보, 박형준 부산시장과 동행 유세를 하며 박민식 후보의 부친이 베트남 전쟁에서 전사했다며 나라를 지키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고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탄핵 이후 9년 만에 이뤄진 전격적인 선거판 복귀입니다. 여기에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의 발언이 불을 질렀습니다. 신 최고위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탄핵의 정당성에 대한 평가라는 것도 앞으로는 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법적 판단을 부인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정당한 탄핵이었는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이미 사법.역사적으로 결론이 난 사안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현직 대통령을 파면했고, 법원도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을 거쳐 징역 22년의 중형을 확정했습니다. 보수 진영 원로도 선을 그었습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역사적으로 이미 종결된 사항을 가지고 새롭게 무슨 딴 얘기를 할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윤어게인'에서 이제 '박어게인'까지 가자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조 총장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최순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국민들의 분노를 잊었느냐며 국민의힘만 거꾸로 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구속됐고, 장동혁 대표는 보수층에서도 외면받고 있어, 선거판에 내세울 인물이 박 전 대통령 말고는 마땅치 않다는 게 당 내부 분위기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늘(28일)도 강원과 경북을 추가로 방문할 예정입니다. 역사적 심판이 끝난 사안을 되살려 선거에 활용하려는 전략이 표심을 결집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중도층 이탈을 부를 역풍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2026-05-28 제주방송 강석창(ksc064@naver.com) 기자

“춤추던 유세차가 멈췄다”… 붕괴 참사 뒤, 부산 수영구가 택한 ‘조용한 선거’
선거철 거리에는 늘 소리가 먼저 도착합니다. 유세차 음악이 골목을 훑고, 후보 이름을 반복하는 로고송이 상가와 횡단보도를 채웁니다. 율동과 확성기는 지방선거의 익숙한 풍경으로 굳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부산 수영구에서는 그 흐름이 멈췄습니다.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사고 직후였습니다. 철거 공사 중 구조물이 무너지며 사상자가 발생했고, 서울 도심 열차 운행까지 차질을 빚었습니다. 사고 이후 정연욱 국회의원과 수영구 지역 시·구의원 후보들은 기존 집중 유세를 중단했습니다. 유세차에서는 빠른 템포의 선거 음악 대신 잔잔한 추모곡이 흘렀고, 유세단은 율동을 멈춘 채 검은색 추모복을 입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손에는 “희생자를 애도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렸습니다. 사실 정치권이 재난 직후 애도 메시지를 내놓는 일 자체는 낯설지 않습니다. 다만 유세차 음악과 현장 분위기까지 바꾸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 “잘 부탁드립니다”보다 먼저 나온 안전 점검 27일, 수영구 유세에서 먼저 등장한 건 지지 호소보다 생활 안전 이야기였습니다. 이날 정연욱 의원은 현장에서 “정치의 본질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광안리 해변과 민락동 골목, 수영강변 기반시설 점검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조병제·김보언 후보 역시 통학로와 도로, 생활환경 안전 점검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유세차 음악이 멈춘 거리에서는 박수 소리보다 고개 숙인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재난 직후 사람들의 시선도 결국 비슷한 곳으로 향했습니다. 거대한 개발 계획이나 추상적인 비전보다, “우리 동네는 괜찮은가”라는 질문입니다. 특히 이번 사고는 노후 구조물과 철거 현장 관리 문제가 함께 겹쳐 있었습니다. 서소문 고가차도 역시 수십 년간 사용되며 구조물 손상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개발 계획보다 유지·관리 문제를 먼저 바라보는 분위기가 선거 현장까지 번진 셈입니다. ■ 제주 등 관광도시... 안전 이슈, 이미 선거 안으로 이런 장면이 제주에서도 낯설지 않게 읽히는 건 지역 구조가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관광객과 생활인구가 밀집된 지역일수록 안전 문제는 행정 통계보다 생활 체감으로 먼저 다가옵니다. 해변과 번화가, 노후 상권과 다중이용시설이 가까이 붙어 있는 지역 특성 역시 비슷합니다. 실제 제주에서도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학로 개선과 재난 대응 체계, 생활 기반시설 정비 같은 안전 관련 공약은 꾸준히 언급되고 있습니다. 최근 제주자치도와 행정시 역시 숙박시설과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집중 안전점검을 이어가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번 사례가 시선을 끈 건 안전 공약 자체보다도, 유세 현장 분위기와 방식까지 바꿨다는 데 있습니다. 확성기 소리를 줄이고, 율동을 멈추고, 추모 메시지를 선거 전면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관광객과 유동 인구가 몰리는 지역일수록, 사람들은 이제 얼마나 새로 짓는가보다 안전하게 관리되는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 확성기보다 오래 남은 추모곡 현장에서는 다른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도 추모 유세 취지에 공감하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확성기보다 조용히 인사드리는 분위기에 주민 반응도 차분했던 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재난 직후의 상징 정치 아니냐는 해석도 함께 나옵니다. 더불어 실제 안전 정책으로 이어질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유세는 적어도 익숙한 선거 문법 하나를 잠시 멈춰 세웠습니다. 평소라면 후보 이름이 반복됐을 유세차 스피커에서는 이날만큼은 추모곡이 더 크게 들렸습니다.
2026-05-27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괜찮아”라는 말이 끝내 사람을 놓아주지 않던 그 밤, 좌혜선의 《안녕.》
사람들은 이제 그림도 빠르게 지나칩니다. 몇 초 안에 읽혀야 하고, 바로 이해돼야 하고, 그러다 금세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이 작업 앞에서는 속도가 붙지 않습니다. 쉽게 지나쳐지지 않습니다. 제주 원도심 대안예술공간 새탕라움에서 열리고 있는 좌혜선 개인전 《안녕.》입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안녕.’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영화 자막 같기도 한 짧은 인삿말이 그림 아래 놓여 있습니다. 그 말은 한 방향으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반가운 인사로 읽히다가도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전언으로 바뀌고, 어느 순간에는 하루를 간신히 버틴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겨우 건네는 혼잣말로 남습니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마주한 ‘안녕.’은 처음의 문장과 전혀 다른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 ‘해피엔딩을 원해.’… 그런데 그림 속 밤은 끝내 밝아지지 않고 전시장 안에는 목탄으로 그린 밤 풍경이 이어집니다. 새벽 편의점, 횡단보도, 불 꺼진 골목, 늦은 귀가길. 한 번쯤 지나봤을 법한 장소들입니다. 그 앞에서는 자꾸 발이 느려집니다. 그 위에 얹힌 짧은 말들 때문입니다. ‘괜찮아’, ‘봄이 왔다’, ‘해피엔딩을 원해’. 결코 사람을 다정하게 달래지 않습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마음이 스스로를 붙들기 위해 겨우 내뱉는 말이 그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그 말들이 그림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보통 자막은 장면을 정리하거나 풀어줍니다. 하지만 좌혜선의 자막은 의미를 닫아버리지 않습니다. 말은 그림 안으로 다 들어가지 못하고, 그림 역시 그 말을 완전히 품지 못합니다. 서로 조금씩 어긋난 채 같은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그 앞에서 오래 시선을 떼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 흔들리던 종이들 사이로, 지워내지 못한 시간들이 드러난다 공간 구성 역시 제법 인상적입니다. 벽면 작업만 따라가는 전시가 아닙니다. 전시장 한가운데 빨랫줄을 연상시키는 종이들 사이를 직접 지나가야 합니다. 종이들은 공기를 따라 흔들리고, 관람객은 그림 앞면뿐 아니라 손자국과 목탄 자국이 남은 뒷면을 마주합니다. 시선은 완성된 결과에 맞물려 그 이전의 시간을 향합니다. 지우고, 덧칠하고, 다시 문질렀던 자리들. 목탄이 번진 자국에는 오래 눌러두었던 마음이 배어 있습니다. 좌혜선의 그림은 매끈하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대신 사람 안에서 오래 마르지 않는 감정을 붙들고 있습니다. ■ 글을 쓰던 사람과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 끝내 따로 남지 못한 채 만든 작업 좌혜선은 1984년 제주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 동양화전공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연구했습니다. 장지 위에 분채를 여러 겹 두껍게 올린 뒤 다시 닦아내는 방식으로, 오래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간을 그려왔습니다. 최근에는 그림과 글쓰기를 함께 이어가며 자신만의 ‘자막 드로잉’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 시작에는 작가 스스로도 “난감함”이라고 표현한 오래된 충돌이 놓여 있습니다. 작가는 “쓰지 못할 것이면서 감히 미술대학에 진학했고, 그릴 것을 한가득 옆에 두고 너무 많이 읽고 써버렸다”라며 “매일 쓰면서 또 매일 그리는 일은 나를 느리고 둔하게 만들었지만, 그 어긋남 안에서 이미지와 활자가 함께 떠다니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오랫동안 그림을 그려왔지만 문장을 버리지 못했고, 계속 문장을 써왔지만 끝내 이미지 바깥으로만 머물지도 못했던 시간들입니다. 작업은 바로 그 오래된 충돌 위에서 움직입니다. 문장은 그림 안에 완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그림 역시 그 말을 끝내 밀어내지 못합니다. 그 사이에 남겨진 감정들이 전시장 안을 천천히 떠다닙니다. 작가는 “‘안녕’이라는 글자를 오래 바라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말이 스스로 소리를 내며 그림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라며 “가만히 작업을 들여다보다 갑자기 활자가 떠오르고, 이미지와 소리가 한순간 겹쳐지는 때가 있었다”고 돌아봤습니다. 그러면서 “자막 드로잉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됐다”라며 “활자와 이미지가 서로 겹치고 스쳐 지나가며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길 바랐다”고 적었습니다. 무언가를 선명하게 설명하려 하기보다, 끝내 말로 다 옮겨지지 못한 감정들을 오래 붙들어온 작업입니다. 전시장 안에는 그런 순간들이 조용히 내려앉아 있습니다. 목탄이 번진 검은 바탕. 늦은 밤 골목 끝 불빛. 그리고 ‘괜찮아’라면서도, 조금도 평온해 보이지 않던 문장 하나. 출구 앞에서 다시 마주한 ‘안녕.’이 그렇습니다. 그 말은 끝내 인사로 들리지 않습니다. 오래 삼키지 못했던 마음이 마지막 순간에야 겨우 입 밖으로 밀려 나왔다가, 끝내 입안에 남은 말입니다. 전시가 열리는 새탕라움은 제주를 기반으로 실험적 현대미술을 소개해 온 공간입니다. 전시와 레지던시,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 생산과 비평, 국제 교류를 연결하는 현대미술 플랫폼 역할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좌혜선 개인전 《안녕.》은 오는 29일까지 제주시 동문로14길 새탕라움에서 이어집니다. 전시 마지막 날인 29일 오후 7시에는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도 진행됩니다. 별도 신청 없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2026-05-27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