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은 “걱정하지 말라” 했고, 김용현은 “두렵지 않다” 했다
9일 내란 혐의 사건에 대한 검찰의 구형을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나란히 지지자들을 향한 메시지를 내놓았습니다. 무죄를 주장하지 않았고, 혐의를 반박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지지층을 안심시키고, 판결 이후를 대비하는 언어를 선택했습니다. 법정은 판단의 공간이지만, 두 사람의 언어는 판단보다 결속을 향했습니다. ■ 법정 안에서 나온 말, 법정을 향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에서 열린 내란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재판은 밤 9시 30분까지 이어졌고, 방청석에는 지지자들이 다수 자리했습니다. 특검 측 발언에는 야유가 나왔고, 피고인 측 발언에는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재판장은 여러 차례 제지했습니다. 휴정 시간, 퇴정하던 윤 전 대통령은 방청석을 향해 “정숙하시고 보세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를 향한 설명도, 혐의에 대한 입장도 아니었습니다. 지지자들을 안심시키는 말이었습니다. 발언이 나온 시점도 중요합니다. 김 전 장관 측이 “비화폰 내용이 방청석 모니터에 노출된다”며 비공개를 요구한 직후였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그걸 볼 필요 없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증거 공개의 정당성이나 절차에 대한 논쟁 대신, 지지층을 향해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한 셈입니다. 법정은 진실을 가르는 공간인데, 그 방향은 판사도 기록도 아니었습니다. 방청석을 향했습니다. ■ “답은 정해졌다”는 말, 재판을 먼저 규정했다 김 전 장관 쪽 변호인단은 8일 유튜브 채널 게시판을 통해 김 전 장관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답은 이미 정해진 재판이다. 그러나 나는 두렵지 않다”는 말이었습니다. 이는 두 기능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재판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프레임을 깔고, 지지자들에게는 투쟁의 언어를 던집니다. 변호인단은 “모든 것을 다 바치고 끝까지 싸우겠다”, “우리는 반드시 이긴다”고 덧붙였습니다. 법률적 변론이 아니라 정치적 동원에 가까운 언어입니다. 재판은 설득이 아니라 증명의 절차인데, 증거보다는 감정을 겨냥합니다. 결과를 미리 정치화함으로써, 어떤 결론이 나오든 그 결과를 ‘사법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공격’으로 바꿀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두는 장치로 풀이됩니다. ■ 구형을 앞둔 두 사람의 말이 향하는 같은 방향 윤 전 대통령의 “걱정하지 말라”와 김 전 장관의 “두렵지 않다”는 표현은 다르지만 기능은 같습니다. 지지층을 안정시키고, 판결 이전에 해석의 틀을 선점하는 언어입니다. 이들은 무죄를 주장하지 않습니다. 사실을 반박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분위기를 관리합니다. 재판은 법으로 끝나지만, 평가는 여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정확히 겨냥합니다. 특히 “답은 이미 정해졌다”는 표현은 재판 결과가 불리할 경우 책임을 외부로 이전하기 위한 사전 작업입니다. 유죄가 나오면 ‘예상된 정치 재판’이 되고, 무죄가 나오면 ‘버텨서 이긴 투쟁’이 됩니다. 어느 쪽이든 그에 맞는 서사는 이미 준비돼 있습니다. ■ 결심공판의 의미를 흐리는 방식 9일 결심공판은 이 사건의 법적 판단이 공식적으로 정리되는 절차입니다. 특검의 구형, 변호인의 최후변론, 피고인의 최후진술이 이어집니다. 이 순간은 원래 피고인이 사실과 책임을 놓고 마지막으로 말하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발언들은 그 자리를 향한 준비라기보다, 그 자리를 둘러싼 해석 전쟁에 가깝습니다. 법정에서의 말은 기록으로 남지만, 방청석과 온라인으로 흘러나간 말은 감정적 파장을 띠며 번집니다. 이번 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유무죄 이전에, 이 사건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되는가입니다. 헌정 질서를 흔든 행위가 무엇이었는지, 지휘와 책임이 어디까지였는지, 군과 경찰이 어떻게 동원됐는지가 법의 언어로 분명히 정리돼야 합니다. 그러나 피고인들의 언어는 그 질문을 피합니다. 지지와 결속, 불신과 투쟁이라는 정치의 언어로 이 사건을 옮겨놓고 있습니다. 재판은 끝을 향해 가고 있지만, 말들은 이미 판결 이후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 전직 군 간부들,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 사건을 모두 병합했습니다. 9일 오전 10시부터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 피고인 8명에 대한 내란 재판을 종결하는 결심공판이 열립니다. 공판에서는 특검팀의 최종 의견과 구형, 변호인의 최후변론, 피고인의 최후진술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2026-01-09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