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2천 조를 넘었는데”… 호황, 숫자와 체감이 갈라졌다
삼성전자가 시가총액 2,0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코스피는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습니다. 반도체 수출은 빠르게 늘고 있고,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2,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지표들은 연이어 최고 기록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공개된 다른 숫자들은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카드론 장기 연체액은 카드대란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고, 보험을 해지해 생활비를 마련하는 가입자도 급증했습니다. 개인파산과 법인파산 신청 역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제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생활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그만큼 크지 않았습니다. ■ 삼성은 다시 엔비디아 겨냥 30일 경제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E 12단 샘플 출하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HBM은 AI 가속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특히 다음 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을 앞둔 시점에 나온 발표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HBM4 양산 이후 불과 몇 달 만에 차세대 제품 샘플 공급까지 시작하며 AI 반도체 경쟁에서 다시 속도를 높였습니다. 주가도 즉각 반응했습니다. 삼성전자는 5% 넘게 상승했고, SK하이닉스와 AI 관련 종목들도 강세를 보였습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 확대 기대감이 반영된 LG그룹 계열사와 네이버 역시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코스피는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습니다. ■ 수출은 세계 4위를 향해 반도체 호황은 국가 경제 지표에서도 확인됩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2,500억 달러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사상 최대였던 1,230억 달러의 두 배 수준입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보다 100%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전체 수출 역시 큰 폭으로 늘면서 한국은 중국,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 수출국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 안팎에서는 명목성장률이 두 자릿수에 근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반도체가 다시 한국 경제를 끌어올리는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입니다. ■ 늘어나는 연체와 파산 하지만 생활 현장에서 마주하는 수치들은 달랐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카드론 6개월 이상 장기 연체액은 4,709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1년 전보다 83.9% 증가한 규모로, 카드대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은행권 부실채권도 늘고 있습니다. 1분기 말 기준 부실채권 규모는 17조 7,000억 원으로 2019년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상환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보험 해지 가입자도 증가했습니다. 생명보험업계 해약환급금은 전년보다 27% 넘게 늘었습니다. 생활비와 대출 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노후 대비 자산까지 꺼내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개인파산과 법인파산 신청 건수 역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 등 지방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시중은행 평균의 세 배를 웃돌았습니다. 지역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지방 경제의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 호황세 속… 남는 온도차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분명 한국 경제에 큰 기회입니다. 실제로 수출은 늘고 있습니다. 증시는 최고치를 경신했고,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규모를 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카드론 장기 연체는 카드대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불어났고, 보험 해약과 파산 신청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수출 엔진은 다시 힘을 내고 있습니다. 반면 생활 현장에서는 대출 상환 부담과 내수 부진, 지역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는 AI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생활비와 이자 부담을 견디기 어려운 가계와 자영업자가 늘고 있습니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사상 최대 수출과 사상 최고 증시가 곧바로 체감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거리가 있습니다.
2026-05-30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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