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담장에 바다가 생겼다”… 대학생들이 그린 건 벽화뿐이었을까
하얀 담장에 바다가 차오릅니다. 푸른 물이 들어오고 문어와 조개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돌고래 한 마리도 벽 위를 헤엄치기 시작합니다. 붓을 든 건 대학생들입니다. 오늘(3일) 부산 수영구 민락초등학교. 국립부경대학교 학생들이 학교 담장 앞에 모였습니다. 누군가는 바탕을 칠하고, 누군가는 그 위에 바다 생물을 그려 넣었습니다. 평범했던 학교 담장에 작은 바다가 생겼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대학생들의 벽화 봉사활동입니다. 벽화가 그려지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면 조금 다른 장면이 보입니다. 학교에 필요한 일이 있었고, 그 요청이 대학으로 건너갔습니다. 학생들은 그 요청을 받고 현장으로 나왔습니다. ■ 시작은 학교의 작은 부탁 민락초등학교는 학교 외부 벽화 작업을 꾸준히 요청해 왔습니다. 큰 지역 현안도, 많은 예산이 필요한 사업도 아니었습니다. 학교에는 필요했지만 선뜻 해결하기 어려웠던 일이었습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부산 수영구)이 학교 측 요청을 국립부경대학교와 연결했습니다. 국립부경대학교 중앙동아리 ‘절영회’와 PKNU 학생봉사단이 참여했고 학생들은 직접 붓을 들었습니다. 정 의원과 김동욱 수영구의원, 국민의힘 수영구당원협의회 관계자들도 작업에 함께했습니다. 학교의 요청이 대학으로 건너가자 학생들이 왔고, 비어 있던 담장에 색이 입혀지기 시작했습니다. ■ “한 번이라도 웃었으면” 학생들이 바란 건 크지 않았습니다. 절영회 성예린 회장은 “지나가시는 시민분들이 여기를 보고 한 번이라도 웃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PKNU 학생봉사단 박승민 부장도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어 무척 기쁘다”며 “어린 친구들도 좋아해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박남규 국립부경대학교 사무국장은 “학생들이 지역사회 발전에 보탬이 되는 봉사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전했습니다. 작업을 마치면 학생들은 돌아갑니다. 아이들은 내일도 그 앞을 지납니다. 학교가 부탁했던 일 하나는 그렇게 대학생들의 손을 거쳐 담장에 남았습니다. ■ 대학이 가진 것, 동네가 필요한 것 대학이 가진 역량은 강의실 안에만 머물 이유가 없습니다.학생들의 전공과 아이디어, 교수와 연구자의 전문성이 필요한 곳은 대학 밖에도 많습니다. 문제는 서로를 찾는 일입니다. 동네에서 필요한 일이 대학까지 닿아야, 대학이 가진 사람과 기술도 현장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민락초의 벽화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 부산의 벽화를 제주로 가져와 보면 제주에도 같은 숙제가 있습니다.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내건 RISE에 5년간 2,500억 원이 투입됩니다. 인재 양성과 산학협력은 물론, 대학의 역량을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연결하는 것도 사업의 한 축입니다. 민락초에서 먼저 움직인 건 대학이 아니었습니다. 학교에 필요한 일이 있었고, 그 요청이 대학까지 닿자 학생들이 움직였습니다. 제주 RISE도 여기서 갈립니다. 대학이 정한 사업에 지역을 맞출지, 지역에서 필요한 일을 찾아 대학의 사람과 기술을 연결할지입니다. 2,500억 원을 어디에 쓰느냐에 앞서, 어디에서 시작하느냐의 문제입니다. ■ 2,500억 원이 동네 곳곳에 닿으려면 정연욱 의원은 이날 “수영구와 민락초등학교를 위해 발 벗고 나서주신 국립부경대학교 관계자와 학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대학생 봉사단을 비롯한 다양한 기관·단체와 협력해 지역 민원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제주 RISE에는 앞으로 5년간 2,500억 원이 투입됩니다. 관건은 그 사업이 대학 안에서 끝나지 않고 지역이 실제 필요로 하는 곳까지 얼마나 닿느냐입니다. 민락초에서는 학교의 요청 하나가 대학생들을 담장 앞으로 불러냈습니다. ■ 벽화는 바래도 오늘 그린 벽화도 언젠가는 빛이 바랩니다. 푸른 바다는 흐려지고 돌고래와 문어에도 다시 색을 입혀야 할 날이 옵니다. 그래도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학교와 대학이 만났던 경험은 남습니다. 제주에서도 대학과 지역을 잇는 RISE가 시작됐습니다. 5년간 2,500억 원이 향할 곳은 결국 지역입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그 연결이 학교 담장 하나에서 시작됐습니다. 오늘 그 하얀 벽에 바다가 생겼습니다.
2026-10-03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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