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미수 판단 기준 판례 따라 '고의성 증명 핵심'
주취 감형 인정하지 않는 판결 추세에 가중 처벌?
"주취범죄자 가중 처벌 개정안 입법 어렵다" 전망
“10㎝가 넘는 돌로 얼굴을 가격 당했고, 차가 다니는 도로 위로 쓰러져 위험했는데 ‘살인미수’가 적용돼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난달 길거리 공연을 보던 사람의 얼굴을 돌로 때려 광대뼈가 부러지게 한 20대 남성 A씨.
A씨는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돼 최근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술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같은 A씨 진술과 범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CCTV까지 보도되자 분노 섞인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살인미수가 적용돼야 하는 게 아닌가”, “도로 위에 쓰러졌는데 차라도 지나갔으면 어떡하나”, “술 마신 범죄자는 가중 처벌해야 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경찰 역시 무고한 시민이 묻지마 폭력으로 전치 3주 이상의 진단을 받자 A씨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살인미수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도 검토했습니다.
■ 살인미수 아닌 특수상해 적용된 이유는
경찰은 A씨 범행 전후 상황을 전반적으로 조사한 결과 살인에 대한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의 상황을 고려할 때 길거리 공연을 보던 피해자를 돌로 때려 목숨을 잃게 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윱니다.
A씨가 당시 만취 상태였던 점, 일면식 없던 A씨와 피해자 관계, 범행 계획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이 고려됐습니다.
여기까지는 피의자인 A씨를 직접 검거해 조사한 경찰의 판단입니다.
검찰 수사에 결과에 따라 기소 죄명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 살인미수, 특수상해 법원 판단 기준도 고의성 증명 핵심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특수상해죄로 최종 확정 판결이 난 판례가 있습니다.
2018년 6월 서울에서 B씨가 임대차 문제로 분쟁을 겪던 C씨를 향해 자동차를 돌진하고, 도망가는 C씨를 향해 망치를 던지고 몸싸움을 벌여 다치게 한 사건입니다.
당시 검찰은 B씨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하고, 특수상해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 선고가 확정됐습니다.
이 판례에서도 살인에 대한 고의성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B씨가 자동차로 C씨를 향해 돌진했을 때 속도는 시속 21㎞에 불과했던 점, 몸싸움이 있었지만 상처는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처라는 점, B씨가 쇠망치를 빼앗겼으나 적극적으로 되찾으려는 행동을 하지는 않은 점 등이 고려됐습니다.
이러한 범행 상황을 토대로 법원은 B씨에게 살인의 고의 내지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살인미수는 무죄로 판단하고, 특수상해 혐의를 인정한 것입니다.
돌로 얼굴을 가격한 A씨를 조사한 경찰이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검토한 이유도 B씨와 같은 판례 영향 때문일 것으로 보입니다.
■ 주취범죄자 감형 문제도 논란으로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
A씨의 이 같은 진술은 주취범죄를 가중 처벌해야 한다는 논란으로도 번졌습니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술에 취한 상태에서 형법상 죄를 범했을 때 심신장애로 형을 감면하지 않고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의 2배까지 가중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까지 발의했습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현실적으로 입법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현수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명백한 단죄의 대상”이라면서도 “법원의 판결 추세가 형법 제10조 제2항 즉, 주취자 감형을 대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형법 제10조 2항은 2018년 개정됐습니다.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에서 '감경한다'는 조항 내용이 '감경할 수 있다'로 바뀐겁니다.
김 교수는 “개정안의 취지는 이해가 되나 여러 사정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측면이 있어 국회 통과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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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 감형 인정하지 않는 판결 추세에 가중 처벌?
"주취범죄자 가중 처벌 개정안 입법 어렵다" 전망

“10㎝가 넘는 돌로 얼굴을 가격 당했고, 차가 다니는 도로 위로 쓰러져 위험했는데 ‘살인미수’가 적용돼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난달 길거리 공연을 보던 사람의 얼굴을 돌로 때려 광대뼈가 부러지게 한 20대 남성 A씨.
A씨는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돼 최근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술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같은 A씨 진술과 범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CCTV까지 보도되자 분노 섞인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살인미수가 적용돼야 하는 게 아닌가”, “도로 위에 쓰러졌는데 차라도 지나갔으면 어떡하나”, “술 마신 범죄자는 가중 처벌해야 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경찰 역시 무고한 시민이 묻지마 폭력으로 전치 3주 이상의 진단을 받자 A씨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살인미수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도 검토했습니다.
■ 살인미수 아닌 특수상해 적용된 이유는
경찰은 A씨 범행 전후 상황을 전반적으로 조사한 결과 살인에 대한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의 상황을 고려할 때 길거리 공연을 보던 피해자를 돌로 때려 목숨을 잃게 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윱니다.
A씨가 당시 만취 상태였던 점, 일면식 없던 A씨와 피해자 관계, 범행 계획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이 고려됐습니다.
여기까지는 피의자인 A씨를 직접 검거해 조사한 경찰의 판단입니다.
검찰 수사에 결과에 따라 기소 죄명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 살인미수, 특수상해 법원 판단 기준도 고의성 증명 핵심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특수상해죄로 최종 확정 판결이 난 판례가 있습니다.
2018년 6월 서울에서 B씨가 임대차 문제로 분쟁을 겪던 C씨를 향해 자동차를 돌진하고, 도망가는 C씨를 향해 망치를 던지고 몸싸움을 벌여 다치게 한 사건입니다.
당시 검찰은 B씨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하고, 특수상해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 선고가 확정됐습니다.
이 판례에서도 살인에 대한 고의성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B씨가 자동차로 C씨를 향해 돌진했을 때 속도는 시속 21㎞에 불과했던 점, 몸싸움이 있었지만 상처는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처라는 점, B씨가 쇠망치를 빼앗겼으나 적극적으로 되찾으려는 행동을 하지는 않은 점 등이 고려됐습니다.
이러한 범행 상황을 토대로 법원은 B씨에게 살인의 고의 내지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살인미수는 무죄로 판단하고, 특수상해 혐의를 인정한 것입니다.
돌로 얼굴을 가격한 A씨를 조사한 경찰이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검토한 이유도 B씨와 같은 판례 영향 때문일 것으로 보입니다.

■ 주취범죄자 감형 문제도 논란으로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
A씨의 이 같은 진술은 주취범죄를 가중 처벌해야 한다는 논란으로도 번졌습니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술에 취한 상태에서 형법상 죄를 범했을 때 심신장애로 형을 감면하지 않고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의 2배까지 가중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까지 발의했습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현실적으로 입법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현수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명백한 단죄의 대상”이라면서도 “법원의 판결 추세가 형법 제10조 제2항 즉, 주취자 감형을 대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형법 제10조 2항은 2018년 개정됐습니다.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에서 '감경한다'는 조항 내용이 '감경할 수 있다'로 바뀐겁니다.
김 교수는 “개정안의 취지는 이해가 되나 여러 사정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측면이 있어 국회 통과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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