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대행”과 “대선 주자” 사이.. 국정인가 출마인가, 경계 흐려지는 중
통합 외치며 광주·울산·부활절까지.. 메시지마다 반복된 단어는 ‘국민 통합’
野 “대권 저울질, 즉각 사퇴하라” vs. 與 일각 “국익 위해 등판 필요” 엇갈린 해석
“통합이 곧 상생입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탄핵 기각 후 복귀 첫 메시지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4·19혁명 기념사, 장애인의날 축사, 부활절 기념 축사까지—그가 마이크 앞에 설 때마다 반복된 단어는 ‘통합’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해석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한 권한대행의 이 메시지들은 진심어린 국정 복귀의 선언일까, 아니면 대선을 향한 수순을 밟는 신호일까.
‘통합’이라는 키워드 뒤에 숨겨진 정치의 셈법이 본격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했습니다.
■ “탄핵 이후 첫 메시지부터 통합”.. 일정과 발언 모두 계산된 퍼즐?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탄핵 소추를 기각하며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권한대행은 연설과 메시지, 지역 일정에서 빠짐없이 ‘통합’을 언급해왔습니다.
4·19혁명 기념식에서는 “국론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라며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이 위기 극복의 열쇠”라고 했고, 장애인의날 행사에서도 “존중과 이해의 사회”를 강조했습니다.
지역 일정도 이 메시지와 궤를 같이 합니다.
한 대행은 광주의 기아 오토랜드를 찾은 뒤 곧바로 울산 HD현대중공업을 방문했습니다. 광주는 보수 진영의 험지, 울산은 중공업 기반의 경제 현장으로, 자영업자들과의 만남, 현장 격려 일정이 이어졌고, 정치권은 이를 ‘광역 통합 행보’로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이 계산된 듯한 메시지와 동선은 정치적 해석을 불러옵니다.
‘통합’이라는 단어 자체보다 그것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시기와 맥락이, 총리 권한대행을 넘어 대권 주자로 자신을 정비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습니다.
■ FT 인터뷰 “아직 결정 안했다”.. 여권 내부도 “사실상 출마 예열”
정치권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든 건 20일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입니다.
한 대행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결정하지 않았다(Not yet)”라 답하면서도 “노코멘트(No comment)”라고 덧붙였습니다.
즉답은 피했지만, 문은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 반응도 엇갈렸습니다.
나경원 후보는 “당당하지 못하다”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실망한 국민들이 한덕수를 지지할 수 있는데, 정작 본인은 확답을 피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경선이 밋밋한 상황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나쁜 게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관련해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영호남을 하루 간격으로 찾은 건 정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100% 대권 신호로 본다”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출마 여부보다 중요한 건 국민의 관심을 끌고, 다음 주자를 형성하는 ‘존재감’이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 민주당 “대권 셈법 멈추고 사퇴하라”.. ‘공정한 선거’ 논란 확산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민수 대변인은 “권한대행이 대권의 망상에 빠져 있다”라며 “공정한 대선 관리를 기대할 수 없고, 지금 당장 사퇴하라”라고 직격했습니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1인 시위를 이어가며 “출마할 거면 오늘 사퇴하라. 안 할 거면 불출마 선언하라”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문제 제기는 ‘출마 반대’를 넘어,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실상 대선 주자로 움직이고 있는 구조 즉 이중적인 위치 자체에 대한 구조적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 보수진영 내 ‘이중 역할론’.. “대미 통상 대표로 전면 등판시켜야”
한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오히려 한 대행의 전면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윤상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미 통상 협상의 골든타임”이라며, 정치 셈법이 아닌 국익을 위한 전략적 인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박형 협상에 대응하려면 경제·외교·안보를 아우르는 전략가가 필요하다”라며 “한 대행은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주미대사, 무역협회장을 두루 거친 실전형”이라며 적임자임을 강조했습니다.
즉, 민주당이 출마를 이유로 사퇴를 요구하는 사이, 여권 일각에서는 ‘출마하든 말든 일단 국익부터’라는 이중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 국정과 대권, 권한대행의 이중주.. 정치적 무게중심 향방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현재 위치는 이례적으로 보입니다.
국정을 이끄는 권한대행이자 동시에 차기 대선 주자로 주목받는 상황 속에서, 야당은 공직자의 중립성 훼손을 문제 삼고 있고, 여권 일부에선 정치적 존재감 부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통합이라는 명분이 국정 안정의 기조인지, 대권을 향한 수순인지 아직은 분별하기 어렵다”라면서도, “어느 쪽이든 한덕수라는 이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의 시계는 이미 멈추지 않고 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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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외치며 광주·울산·부활절까지.. 메시지마다 반복된 단어는 ‘국민 통합’
野 “대권 저울질, 즉각 사퇴하라” vs. 與 일각 “국익 위해 등판 필요” 엇갈린 해석

지난 19일 서울 강북구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5주년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SBS 캡처)
“통합이 곧 상생입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탄핵 기각 후 복귀 첫 메시지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4·19혁명 기념사, 장애인의날 축사, 부활절 기념 축사까지—그가 마이크 앞에 설 때마다 반복된 단어는 ‘통합’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해석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한 권한대행의 이 메시지들은 진심어린 국정 복귀의 선언일까, 아니면 대선을 향한 수순을 밟는 신호일까.
‘통합’이라는 키워드 뒤에 숨겨진 정치의 셈법이 본격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했습니다.
■ “탄핵 이후 첫 메시지부터 통합”.. 일정과 발언 모두 계산된 퍼즐?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탄핵 소추를 기각하며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권한대행은 연설과 메시지, 지역 일정에서 빠짐없이 ‘통합’을 언급해왔습니다.
4·19혁명 기념식에서는 “국론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라며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이 위기 극복의 열쇠”라고 했고, 장애인의날 행사에서도 “존중과 이해의 사회”를 강조했습니다.
지역 일정도 이 메시지와 궤를 같이 합니다.
한 대행은 광주의 기아 오토랜드를 찾은 뒤 곧바로 울산 HD현대중공업을 방문했습니다. 광주는 보수 진영의 험지, 울산은 중공업 기반의 경제 현장으로, 자영업자들과의 만남, 현장 격려 일정이 이어졌고, 정치권은 이를 ‘광역 통합 행보’로 해석했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기아 오토랜드 광주공장을 방문, 시설을 참관하고 자동차산업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그러나 이 계산된 듯한 메시지와 동선은 정치적 해석을 불러옵니다.
‘통합’이라는 단어 자체보다 그것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시기와 맥락이, 총리 권한대행을 넘어 대권 주자로 자신을 정비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습니다.
■ FT 인터뷰 “아직 결정 안했다”.. 여권 내부도 “사실상 출마 예열”
정치권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든 건 20일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입니다.
한 대행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결정하지 않았다(Not yet)”라 답하면서도 “노코멘트(No comment)”라고 덧붙였습니다.
즉답은 피했지만, 문은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 반응도 엇갈렸습니다.
나경원 후보는 “당당하지 못하다”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실망한 국민들이 한덕수를 지지할 수 있는데, 정작 본인은 확답을 피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경선이 밋밋한 상황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나쁜 게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관련해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영호남을 하루 간격으로 찾은 건 정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100% 대권 신호로 본다”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출마 여부보다 중요한 건 국민의 관심을 끌고, 다음 주자를 형성하는 ‘존재감’이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 민주당 “대권 셈법 멈추고 사퇴하라”.. ‘공정한 선거’ 논란 확산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민수 대변인은 “권한대행이 대권의 망상에 빠져 있다”라며 “공정한 대선 관리를 기대할 수 없고, 지금 당장 사퇴하라”라고 직격했습니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1인 시위를 이어가며 “출마할 거면 오늘 사퇴하라. 안 할 거면 불출마 선언하라”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김민석 의원 (더불어민주당)
민주당의 문제 제기는 ‘출마 반대’를 넘어,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실상 대선 주자로 움직이고 있는 구조 즉 이중적인 위치 자체에 대한 구조적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 보수진영 내 ‘이중 역할론’.. “대미 통상 대표로 전면 등판시켜야”
한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오히려 한 대행의 전면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윤상현 의원 페이스북 일부 캡처
윤상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미 통상 협상의 골든타임”이라며, 정치 셈법이 아닌 국익을 위한 전략적 인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박형 협상에 대응하려면 경제·외교·안보를 아우르는 전략가가 필요하다”라며 “한 대행은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주미대사, 무역협회장을 두루 거친 실전형”이라며 적임자임을 강조했습니다.
즉, 민주당이 출마를 이유로 사퇴를 요구하는 사이, 여권 일각에서는 ‘출마하든 말든 일단 국익부터’라는 이중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 국정과 대권, 권한대행의 이중주.. 정치적 무게중심 향방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현재 위치는 이례적으로 보입니다.
국정을 이끄는 권한대행이자 동시에 차기 대선 주자로 주목받는 상황 속에서, 야당은 공직자의 중립성 훼손을 문제 삼고 있고, 여권 일부에선 정치적 존재감 부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통합이라는 명분이 국정 안정의 기조인지, 대권을 향한 수순인지 아직은 분별하기 어렵다”라면서도, “어느 쪽이든 한덕수라는 이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의 시계는 이미 멈추지 않고 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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