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의 ‘12조 연설’ 앞두고 여야 정면충돌
민주당 “대선용 무대”.. 본회의 침묵 예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에 나섭니다. 1979년 최규하 이후 46년 만에 권한대행이 국회 연단에 서는 이례적 장면입니다.
명분은 추경이지만, 시선은 ‘정치적 선언’에 쏠리고 있습니다.

추경 심사가 본격화되기도 전, 국회는 이번 연설의 ‘성격’부터 놓고 격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본회의에서 12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설명하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할 예정입니다.

예산안 제출 시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권한대행이 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46년 만에 처음입니다.

정부는 ‘국가적 위기 대응’을 위한 신속한 예산 처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연설의 시기와 방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연설을 “사실상 대선 출마용 무대”로 규정했습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국가적 위기를 자신의 정치 기회로 삼고 있다”라며, “공직을 사적 욕망에 이용하고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은 본회의장에는 참석하되, 연설 내내 일체 반응 없이 ‘침묵’으로 항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여권은 뚜렷한 공식 대응 없이 관망 중입니다.

그러나 공개 지지에 나선 목소리도 있습니다.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은 위기 대응 능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인물”이라며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지만, 이번 연설이 갖는 ‘상징성’은 분명합니다.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의 시정연설, 그 자체가 극히 드물며, 대선을 앞둔 시점과 맞물려 더욱 무게를 얻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연설이 민생과 통상 등 현안 설명에 국한된다는 입장이지만, 46년 만의 이례적 장면 앞에서, 관심은 추경이 아니라 그 한 사람에게 쏠리고 있습니다.

한 권한대행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면서, 민주당의 전략적 고민도 깊어지는 상황입니다.

민주당은 앞서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을 이유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했지만 헌재는 이를 기각했고, 오히려 그의 정치적 존재감을 키워준 결과를 낳았습니다.

직접적인 탄핵 재추진에 부담을 느끼는 가운데, 민주당은 ‘내란 방조’ 의혹을 정조준한 특검법 재발의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은 내란 방조자임에도 권한대행의 책임은커녕 차기 대선을 향해 입맛을 다시고 있다”아고 비판하며, “역사에 길이 남을 이 사건의 진실은 특검을 통해서만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연설은 과연 예산의 시간이 될까, 아니면 결심의 순간으로 남게 될까.

이제, 시선은 국회가 아니라 연단 위 단 한 사람을 향해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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