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엔 큰아버지 자녀로" 뒤틀린 가족관계 어쩌나
(앵커)
4·3 배보상 원년을 맞아 오는 6월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 신청 접수를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호적 때문에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는 유족들이 많은 데다, 시간이 흐르면서 청구권자 인원이 많아져 누락될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권민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4·3 희생자 유해 신원확인 작업을 통해 지난 2월 74년 만에 아버지를 만난 고산옥 할머니.
평생 그리워했던 아버지를 찾았지만 반가움도 잠시, 4·3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금 신청 접수를 앞두고 근심이 깊어졌습니다.
4·3의 광풍에 뒤틀린 가족관계를 바로 잡기 위해선 갈 길이 멀기 때문입니다.
고 할머니는 아버지가 사망한 이후 둘째 큰아버지의 자녀로 호적에 등록됐습니다.
서류 상으론 사망한 친 아버지의 조카로 돼있는 겁니다.
이 경우 두 차례의 소송을 거쳐야만 가족관계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큰아버지가 친부가 아님을 먼저 인정받아야 하고, 다음으로 아버지의 친자임이 법적으로 확인돼야만 가족관계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한 차례의 소송으로도 호적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는 특례 조항이
4·3특별법 개정안에서 빠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개별 소송을 진행해야 해 모든 절차가 유족들 개인에게만 맡겨져 있다 보니, 고령층인 유족들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고산옥(75) / 4·3유족
"아버지를 찾긴 찾았는데 호적 관계가 (잘못돼 있습니다.) 소송 같은 것도 한다고 TV에서 나왔는데, 모르니까 어디에 가서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고. 지금 그게 걱정이죠."
제주자치도는 올해 예산 1억 원을 투입해 가족관계 정정을 위한 행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조영재 / 제주자치도 4·3지원과 4·3지원팀장
"(4·3 희생자 가족관계 문제를) 사법의 영역에서 다루고 있지만 행정의 영역에서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해서, 또는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지금 연구 용역이 입찰 들어간 상태고요."
한편 4·3 희생자 보상금 청구가 오는 6월부터 본격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청구권자 확인을 위한 1차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주까지 조사된 결과에 따르면 한 명의 희생자에 대한 청구권자가 30명을 넘는 경우는 77명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상취재 윤인수
올해 4·3 보상금 지급을 위해 편성된 예산은 1810억 원으로, 2천여 명에게 지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JIBS 권민지입니다.
제주방송 권민지(kmj@jibs.co.kr) 제주방송 윤인수(kyuros@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