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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과적막으로부터 EP.10] 시청각장애 청년의 삶 with. 신철웅 청년 (시청각장애인 사례)
2022.08.31.제라진day
JIBS 창사20주년기획, 20부작 EP10. 시청각장애공감프로젝트
[어둠과 적막으로부터 ]
with.시청각장애인 청년 신철웅씨와 함께 ...

'시청각장애인'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장애인을 말합니다.

김민경의 나우제주는 그동안 잘 모르고 놓쳐왔던
시청각장애인들의 삶을 조명해보려고 합니다.
시청각장애 공감프로젝트 [어둠과적막으로부터]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한 것입니다.

오늘 주제 : [10회] 시청각장애 청년의 삶

1. 오늘은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이시며, 청년이신 신철웅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제주 토박이로 33년째 거주하고 있는 신철웅입니다. 반갑습니다.

2. 장애 등급이 폐지되면서 심한 장애와 심하지 않은 장애로 구분되는데요. 신철웅님의 장애는 어느정도 이신가요?

시청각장애를 가지신 분들께선 2가지 이상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거의 심한 장애로 분류된다. 저도 마찬가지로 심한 장애로 구분되어 있고,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왼쪽 귀는 90데시벨, 오른쪽 귀는 60데시벨 정도구요. 시각장애는 시야 장애로 약 4도정도 남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데시벨을 일상 소재와 연결해서 말씀드리면 60데시벨은 보통의 대화소리, 백화점내 소음 정도이고 90데시벨은 소음이 심한 공장 안에서 나는 소리 정도라고 함.
저의 시야의 경우에는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있으며 이 병은 전 세계적으로 약 5,000명 당 1명 꼴로 발생하는 걸로 알려져있고, 시각 세포가 손상되면서 점차 시야가 좁아지며 끝내 시력을 잃게 되는 병이라고 설명은 나와있지만 병원에선 환자마다 진행속도가 다름. 특별히 뛰어난 치료법이나 약이 없고, 줄기세포 치료, 전기 자극치료, 안약 치료 등의 가능성이 논의되지만 실험 단계에 있는 정도, 병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평소에 눈을 잘 보호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더 나빠지지 않게 관리하는게 최선임,
초기 증상 같은 경우에는 야맹증으로 인해 갑자기 어두운 곳에 들어간다거나 실내에서 조명을 끈다거나 하면 눈이 적응이 어려워 잘 보이지 않고, 점차 양안의 시야가 좁아지게 되면서 망원경을 통해 보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데 이걸 터널시야라고 하는데 점점 시야가 희미해지며 글을 읽지 못 하거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병.

3. 청각과 시각의 장애는 갖게 된건 언제쯤이며,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청력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보다 귀가 어둡구나 하는 정도로 알고 있다가 mp3가 한참 유행이였을 때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듣는데 왼쪽 귀에서 들리는 볼륨의 크기와 오른쪽에서 들리는 크기가 달라 이상함을 느꼈음, 워낙 비염도 심해서 귀에 이명도 잤았었는데 그때 이비인후과 원장님께서 비염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며 넘어가셨고, 이미 청각장애는 시작되고 20대가 되고나서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군대를 가기 전에 신체검사를 받게 되는데 그때야 발견할 수 있었다. 좀 더 빨리 청각장애인 것을 인지하고 보청기를 더 빨리 착용했더라면 학창생활을 전보단 더 즐겁게 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야는 성인이 되고 나서 운전을 하는데 낮에 하는 운전과 밤에 하는 운전이 많이 달랐다. 낮에는 곧잘 했던 운전도 밤이 되면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가는 모습을 아버지께서 보시곤 안과에 라식을 받아보자며 병원을 데려가셨다. 거기서 처음 망막색소변성증인 걸 진단받고 혹시 몰라 서울에 안과로 유명한 병원에 가서도 같은 진단이 나왔다. 그때 희귀병 질환자로 등록을 하고 그게 장애가 될 줄은 몇 년 후에야 알게 됐다.
초기 증상은 야맹증부터 시작하는데 학창시절에도 또래 친구들보다는 시야가 좁다고는 생각했지만 제가 좀 둔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 본격적으로 안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을 땐, 2015년도에 수어통역센터에서 일하면서 알게 되었다.
일하면서 운전할 때마다 사고횟수도 많아지기 시작하고 수어통역을 하려면 수어를 잘 보고 의사를 전달해야하는데 잘 보질 못해, 많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이직을 생각하게 됨, 마침 2020년도에 실시되었던 행정직 9급 공무원 중증장애인 경력 채용을 보게 되었고, 이 일이면 지금으로써의 내가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지원했고 그 계기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함.

4.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나서 일 할 때, 일상생활할 때 불편한 점은 뭐가 있을까요?

우선 이동에 대한 제약이 많이 생김. 출장도 어렵고 같은 건물 내에서 작게는 사무실에 이동할 때에도 발밑에 물건들은 아예 시야에 들어오지 않아 부딪히는 일이 잦다. 예를들면 택배 박스나 쓰레기통 이런 것들에 부딪치거나 계단을 안보고 갔다가 발을 헛디뎌 발목이 꺾이는 일들이 일상처럼 일어남. 일상에서 심했던 적은 이름은 모르겠는데 찾아보니 주차 방지 말뚝이라고 적힌 U자를 거꾸로 뒤집어놓은 모양에 쇠였는데 급하게 이동하려고 하다 발에 걸려 쇠에 박아 입술이 찢어져 7바늘 꾀맨적도 있고, 겨울 저녁에 후레시 없이 길을 걷다 나무에 걸려 있는 쇠에 찍혀 눈에 흉터가 남은 것도 있음. 그때는 눈이 찍히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함. 또 전등이 고장난 건물에서 밖으로 나오다가 문이 닫혀 있는 걸 보지 못하고 그대로 나오다 안경에 부딪쳐서 코가 찢어진 적도 있었고, 주위에서 아는 사람들이 반갑게 아는 척 인사를 해주셔도 못보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간혹 오해를 갖는 분도 있고 제가 누구보다 인사를 잘하는 사람인데 이럴 땐 조금 억울함.
그리고 정보에 대한 소식이 항상 늦어서 회의를 한다거나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얘기한다거나 목소리가 얇은 여성분과 대화를 할 때면 말의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져서 소통이 어려울 때가 있음
이렇게 제가 다치거나 불편한 것들은 제가 감수하면 되지만 그것보다 참기 힘든 건 사실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함.

5.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하셨어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수 있나요?

예를 들면 업무적으로는 제가 항상 밖으로 출장을 가야하는 일이 생길 때 바쁜 직원들에게 부탁해서 가야할 때가 많고. 시야의 각도가 좁기 때문에 아는 분들도 그냥 지나치는 경우,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마트나 사람들이 많은 곳에 혼자 다닐 때는 어린이들과 자주 부딪쳐서 정말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속상할 때가 많다. 그리고 아들에게 충분히 해줄만큼 다 해주시고도 이젠 제가 보답해드려도 한 없이 부족한데 늘 주기만 하시는 부모님께 가장 죄송스럽다.

6. 그럼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요?
친구들이나 여자친구랑 다닐 때는 항상 팔을 잡고 다니고. 문제는 혼자 다닐 때가 제일 고민이고 걱정이다. 흰 지팡이를 가지고 다닐까 생각하고 하나 장만했지만 사실 사용하기가 두려운 점이 있음.



7. 어떤 점이 두려웠나요?
아는 사람과 흰 지팡이에 대해서 얘기하다가 “너는 맹인도 아닌데 흰 지팡이를 쓰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그 질문에 제 성격처럼 당당히 아니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그 말에는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고, 주변에 길을 걷는 시각장애인 분들을 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시각장애만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기도 하고 청각장애는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시각장애인인 게 티가나면 느껴질 사람들의 시선과 그걸 악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음.

8. 그런 불안함들을 없애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시청각장애인 분들의 당사자의 목소리들이 반영되고,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그에 맞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 그에 맞춰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함.

9.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나요?
앞으로 제 장애는 얼마만큼, 얼마의 기간동안 진행될지 아니면 유지될지는 모름. 하지만 그 불확실함에 주저앉지 않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려고 함. 시야가 좁아져서 눈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면 소리에 의존하면서 소통하고 청력마저 나빠지게 된다면 인공와우 수술을 할 것 같음. 만약 청력이 먼저 나빠진다면 시력을 지키기 위해 인공와우 수술을 미루겠지만 아직까지의 의료기술로는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사람은 MRI 촬영이 어렵다고 들어서 이처럼 상황에 따라 맞춰가면서 지낼 생각임.

MC: 시청각장애 공감프로젝트 [어둠과 적막으로부터]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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