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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장애공감프로젝트_EP.11 #시청각장애인가족의삶/ with.정우정실장 (제주도농아복지관)
222.9.14.수.제라진day
JIBS 창사20주년기획, 20부작 EP11. 시청각장애공감프로젝트 [어둠과 적막으로부터 ]
with.제주도농아복지관 정우정 실장

'시청각장애인'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장애인을 말합니다.

김민경의 나우제주는 그동안 잘 모르고 놓쳐왔던
시청각장애인들의 삶을 조명해보려고 합니다.
시청각장애 공감프로젝트 [어둠과적막으로부터]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한 것입니다.

[11회] 시청각장애인의 가족

1. 오늘은 시청각장애인 분들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텐데요,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못지 않게 가족 분들도 어려운 삶을 살고 계실 것 같아요.

실태조사를 다니다보면 혼자 살거나 가족의 관심을 못받고 계신 분도 있는 반면에, 또 가족 분들이 전적으로 당사자 분의 케어와 함께 경제적인 부분까지 전적으로 책임지고 부담하면서 굉장히 힘들게 지내시는 분들도 많은데 시청각장애인 분들이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복지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보니 그 책임을 오롯이 가족 분들이 지게 된다. 그렇다보니 가족 분들은 개인의 생활은 모두 포기하고 하루 24시간 당사자 분만을 위한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많음. 이런 상황 때문에 시청각장애인의 가족들 또한 경제적 문제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우울감과 부담감, 스트레스가 심하고,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끼시고 계심.

2.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3분의 사례를 준비했는데요. 첫 번째 사례는 부부의 이야기. 시청각장애인 분이 아내 분이시고 이 분은 한쪽눈은 전혀 안보이시고 다른 한쪽 눈은 약간의 시력이 남아 있는데 눈 앞에 아주 가까이 대면 간신히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정도고, 청력도 한쪽은 전혀 안들리시고 다른 한쪽도 보청기를 착용해도 거의 안들리시는 분이다. 소리는 들을 수 있지만 발음의 구분이 거의 되지 않아서 소리가 있다는 정도만 아실 수 있는데 허리도 많이 안좋으셔서 오래 앉아 있는 것도 힘들고, 자리에 앉거나 앉았다 일어서는 것도 혼자서는 불가능하심.
자녀 분들은 모두 독립하고 남편 분과 함께 살고 계시는데 남편 분이 24시간 옆에 계시면서 모든 일상생활을 도와주심. 집 안에서 넘어져서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있어서, 집 안에서조차도 혼자 이동하기에는 위험한 상황이고, 지금은 혼자 움직이는 것 자체가 힘든 상태다. 집 밖으로 외출하는건 병원 진료와 아주 가끔 시장에 가는 것이 전부인데 그것도 남편 분이 동행해야만 가능하심.
그렇다보니 남편 분도 경제 활동도 하지 못하고, 받고있는 국민연금과 장애수당 약간으로는 생활비와 병원비, 약값으로 쓰기에는 부족해서 젊었을 때 모아둔 적금을 조금씩 쓰면서 살고 계셨고, 그마저도 바닥나면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상황임.

3. 활동지원서비스 같은 지원받을 수 있는 부분이 없으셨나요?

아무런 지원도 받지 않고 계셨는데, 남편 분께서는 아직까지는 본인께서 모든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지원은 더 어려운 분들이 받으셔야 한다고 안받는다고 하셨고. 남편 분의 건강이 괜찮을 때까지는 아무런 도움이 필요 없으시다고 하셨고 앞으로 더 힘들어지고 남편 분이 지원을 할 수 없게 되면, 그때에는 신변처리나 이동 등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시겠다고 하심.
하루종일 아내분의 식사나 화장실 가는 것, 약을 챙기거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집안일을 하시느라 쉴 시간도 없고, 개인적인 외출이나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하는 일 없이 오로지 아내만을 위해 생활하시는 것이 안타까워 보임.

4. 두 번째 사례는 어떤 분이신가요?

이 분도 여성분인데 따님과 함께 생활하고 계심. 원래 집이 있지만 혼자 사시다가 건강이 안좋아지면서 따님 집으로 잠시 옮겨와서 지내고 있고 이 분은 전혀 안보이시는 전맹이시고 청력은 남아있지만 잘 듣지는 못하심. 지금 옮겨온 집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빌라인데, 그렇다보니 혼자서는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집에 계실 수밖에 없었고 외출 자체를 전혀 하지 않고 생활하시고 4층을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병원에도 갈 수가 없어서 자녀분들이 대신 약만 받고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임. 원래 살던 집이 시골집이지만 자가이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대상도 아니었고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인데 따님이 모든 지원을 다함. 하루종일 어머니를 케어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주간보호시설이라도 다닐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떻게 신청할 수 있는지 정보가 없어서 신청하지 못하심. 활동지원사나 요양보호사 제도를 이용하려면 기초생활수급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부담 비용이 발생하는데, 수급권자는 아니지만 형편이 어려워서 자부담 비용이 부담스러워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도 아니다.
시골에 작은집 하나가 있을 뿐 다른 재산이나 소득도 없는데 형편이 너무 어려운데도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어려움을 크게 호소하시면서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이 경제적인 지원이라고 하심. 수급자가 아니더라도 시청각장애가 있다면 활동지원사를 비용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도 필요함.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를 전담해서 케어하느라 경제활동을 전혀 할 수 없는 가족의 현실을 생각하면 당연한 요구라는 생각이 들었고 따님이 아무것도 못하고 어머니를 계속 케어하고 있는데, 이런 가족에 대한 지원은 왜 없는지 가족을 지원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호소. 복지 서비스에 대한 정보도 전혀 없고 지원받는 것도 없이 모든 것을 다하고 있는 따님의 어려움이 공감되면서 정말 안타까워서 기억에 남는 사례였다.

5.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지원이 부족하니 이런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겠네요.
세 번째도 비슷한 사례인데요. 여성분이신 이 분은 혼자 살고 계셨고 따님이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따님도 가정이 있지만, 어머니가 혼자 사시게 되면서 케어할 수 있게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된 상황, 생계도 꾸려가야 하니 근처에서 밭일을 하면서 하루 두 번 세 번씩 어머니에게 방문해서 식사도 준비하고 집안일도 하는 등 모든 것을 도맡아 하심. 어머니도 딸에게만 의지하시고 다른 사람이 방문하는 것도 꺼려하심. 독거노인 말벗서비스 같은 것도 원하지 않으심.
어머니가 시청각장애도 있지만 다리도 불편하셔서 보행이 전혀 안되시고 집안에서도 앉아서나 기어서만 이동을 하시는데, 장애 등록은 경증의 시각,청각장애로만 되어 있고 아주 오래전 장애 등록을 해서 지금 상태에서 더 높은 등급을 받거나 지체장애를 추가로 등록할 수 있다는 것도 전혀 모르시고 교통약자이동지원서비스나 활동지원사, 요양보호사 등의 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도 전혀 모르심. 따님도 모르고 있었고. 딸이기 때문에 가족이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고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었음. 밭에서 일을 하면서도 한두시간 단위로 어머니에게 계속 전화를 하는데 전화를 받지 않으면 혹시 무슨 일이 생겼을까봐 하던 일을 모두 놓고 집에 와서 확인해보는 등 일상생활이 거의 되지 않고 아주 불안한 상태임. 어머니도 이런 사실을 알고 미안한 마음이 크기 때문에 어디가 아파도 아프다고 말씀도 안하고 참으시는데. 아프다고 하면 따님은 만사 제쳐놓고 병원에 가자고 할테고 그러면 그날은 하루종일 일을 못하게 될테니 그렇게 참으시다가 증상이 심해지면 따님은 또 그때 아시고 왜 미리 말하지 않았냐며 답답해 하심. 서로에게 미안함과 답답함, 안타까움을 함께 가지고 두 분 모두 힘들게 살아가고 있음.

6.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나 제도에 대해서는 더 많이 알릴 수 있어야 되겠네요.

요즘은 정보가 넘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정보 접근이 어려운 분들이 많음. 특히 읍면지역에 거주하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 더 한계가 많고, 그나마도 이용할 수 있다는 자체를 모르시는 경우가 있음. 제도는 있으나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이용 자격이 되지 않거나 비용 부담으로 서비스 이용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이 나타남. 가족이기 때문에 희생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그 가족을 위한 지원은 거의 없다는 것 또한 문제라고 생각함.
시청각장애인 가족을 위한 시청각장애 이해 교육과 이용 가능한 복지서비스에 대한 정보 제공과 신청 지원, 잠시라도 돌봄의 의무를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
당사자를 위한 서비스지원체계도 제대로 마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에 대한 지원을 말하기도 조심스러운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무시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이 들고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전문적인 서비스 지원 체계가 탄탄하게 마련된다면 가족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현실이 개선되고 그만큼 무거운 어깨도 좀 덜어지면서 가족들 또한 일상적인 삶을 회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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