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 © JIBS 제주방송
[기획 上] 영리병원 개념과 국내 첫 영리병원의 '태동'
최근 급격히 확산한 코로나19 상황으로 평소 거의 병원에 가지 않았던 시민들도 많이 병원을 찾고 있는데요.
우리가 진료를 위해 방문하는 병원은 모두 '비영리병원'입니다. 비영리병원은 말 그대로 영리를 취하지 않는 의료기관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최근 제주에서 '영리병원' 개설과 관련해 행정과 외국 법인간 소송이 벌어져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 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제주도 내 영리병원 개설과 관련하여 제주자치도가 병원측에 내건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이 적법한 것인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것인데요.
1심 재판이긴 했지만 결과는 병원측의 승소로 일단락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차후 우리 주변에 영리병원이 들어서는데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제주는 물론, 전국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영리병원과 관련한 개념과 개설 과정, 법적 쟁점 등을 시리즈로 정리해봤습니다.
영리병원-비영리병원, 뭐가 다른 거죠?
앞서 잠깐 언급한 대로 우리가 진료를 위해 방문하는 모든 병원은 비영리병원입니다.
비영리병원은 환자를 상대로 진료비를 받긴 하지만 '의료기관'이 갖는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게 운영됩니다.
비영리병원은 병원 운영을 통해 발생한 수익에 대해 의료시설 확충이나 의료기기 구매, 연구비, 인건비 등 의료기관의 본래 취지에 맞게 재투자해야 합니다.
반면, 영리병원은 말 그대로 영리 추구를 우선으로 하는 병원입니다.
설립 주체나 운영 방식 등에 따라 '투자개방형 병원(투자자를 모집하고 이윤을 배당하는)'을 비롯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영리 의료법인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립니다.
현재 논란이 되는 제주 영리병원은 '외국인 투자병원', '투자개방형 외국의료기관' 등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돈을 투자한 중국 법인이 법원 지분의 상당수를 국내 법인에 처분해버리면서 이러한 명칭으로 불리기에는 애매한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쨌든 영리병원은 운영 수익을 병원에 재투자할 필요 없이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선 일반 주식회사와 같습니다.
병원 설립 주체에 있어서도 차이점이 있습니다.
의료법에 따르면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병원(비영리법원)은 의사를 비롯해 학교, 사회복지단체 같은 비영리단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설립할 수 있습니다.
반면, 영리병원은 일반 투자자들이 나서 병원을 세울 수 있습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병원의 경우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 총액의 절반 이상이거나 미화 500만 달러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외국계 의료기관이면 설립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문을 연 영리병원은 없습니다.
제주도에 국내 첫 영리병원 '태동'
제주도는 물론 전국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영리병원 논란의 연원은 지난 2006년 2월 제정된 제주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법은 쉽게 말해 '국제자유도시 제주특별자치도'의 근간을 이루는 법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당 법령은 사람, 상품, 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는 '국제자유도시'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부칙을 제외하고도 법 조항이 481개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 안에는 영어교육도시 내 외국인학교, 자치경찰제, 교육의원, 외국인 무사증제 등 제주에서만 특별하게 운영되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영리병원에 관한 조항(제307조)도 이 중 하나입니다. 관련 법 조항에 따르면 제주도지사가 허가를 하면 병원 설립 권한이 없는 외국 법인도 제주도에 의료기관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2015년, 외국 법인 녹지그룹(綠地團體)은 이 법을 근거로 제주특별자치도와 보건복지부에 영리병원 설립 허가 및 사업계획 승인을 요청합니다. 녹지그룹은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 국영기업으로, 중국 최대의 부동산 개발업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녹지그룹은 보건복지부로부터 병원건립 사업 승인 반려를 받는 등 우여곡절 끝에 2015년 12월 18일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최종 승인받습니다.
수개월이 흐른 2016년 4월 5일에는 사업비 778억원을 투입해 서귀포시 토평동 소재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2만 8,000여 ㎡ 부지에서 병원 건물을 착공합니다.
제주녹지병원은 이듬해인 2017년 7월 28일 47개 병상을 갖춘 지상 3층, 지하 1층, 연면적 1만 7,000여 ㎡ 규모로 준공됩니다.
녹지그룹은 한 달 후인 2017년 8월 28일 녹지국제병원 해설허가 신청서를 제주도에 제출합니다.
그러다 제주에 들어설 것으로 보였던 국내 1호 영리병원 개설에 돌연 제동이 걸립니다.
오래 전부터 의료민영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던 영리병원 논란이 제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반대 여론이 크게 일었던 것인데요.
2018년 2월에는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영리병원 문제와 관련해 도민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해야 한다며 이 사안은 숙의형 민주주의 공론조사에 부쳐야 한다고 요구하기에 이릅니다.
제주자치도는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녹지국제병원 해설 허가의 건을 숙의형 공론조사를 조사에 부쳤습니다.
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는 공론조사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의 공론조사는 신고리원전 사례가 있었지만, 지방 정부에서 지역 현안을 공론조사에 부친 것은 첫 사례였습니다.
2018년 4월 7일부터 약 6개월간 진행된 이 공론조사에서는 영리병원 해설 허가와 관련해 과반(58.9%)이 반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납니다. 찬성은 38.9%에 그칩니다.
이에 공론조사위원회는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불허할 것을 권고합니다.
그러나 원희룡 제주지사는 공론조사 결과를 수용하겠다던 당초 입장을 뒤집고 2018년 12월 5일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조건으로 병원 개설을 허가하게 됩니다.
녹지그룹은 제주도가 내건 진료 제한 조건에 대해 반발하며 행정 소송을 벌이게 되고, 사태는 법적 싸움으로 비화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영리병원 개설을 둘러싼 법정 싸움의 전개 과정과 법적 쟁점 등에 대해 설명을 이어가겠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급격히 확산한 코로나19 상황으로 평소 거의 병원에 가지 않았던 시민들도 많이 병원을 찾고 있는데요.
우리가 진료를 위해 방문하는 병원은 모두 '비영리병원'입니다. 비영리병원은 말 그대로 영리를 취하지 않는 의료기관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최근 제주에서 '영리병원' 개설과 관련해 행정과 외국 법인간 소송이 벌어져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 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제주도 내 영리병원 개설과 관련하여 제주자치도가 병원측에 내건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이 적법한 것인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것인데요.
1심 재판이긴 했지만 결과는 병원측의 승소로 일단락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차후 우리 주변에 영리병원이 들어서는데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제주는 물론, 전국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영리병원과 관련한 개념과 개설 과정, 법적 쟁점 등을 시리즈로 정리해봤습니다.
영리병원-비영리병원, 뭐가 다른 거죠?
앞서 잠깐 언급한 대로 우리가 진료를 위해 방문하는 모든 병원은 비영리병원입니다.
비영리병원은 환자를 상대로 진료비를 받긴 하지만 '의료기관'이 갖는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게 운영됩니다.
비영리병원은 병원 운영을 통해 발생한 수익에 대해 의료시설 확충이나 의료기기 구매, 연구비, 인건비 등 의료기관의 본래 취지에 맞게 재투자해야 합니다.
반면, 영리병원은 말 그대로 영리 추구를 우선으로 하는 병원입니다.
설립 주체나 운영 방식 등에 따라 '투자개방형 병원(투자자를 모집하고 이윤을 배당하는)'을 비롯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영리 의료법인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립니다.
현재 논란이 되는 제주 영리병원은 '외국인 투자병원', '투자개방형 외국의료기관' 등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돈을 투자한 중국 법인이 법원 지분의 상당수를 국내 법인에 처분해버리면서 이러한 명칭으로 불리기에는 애매한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쨌든 영리병원은 운영 수익을 병원에 재투자할 필요 없이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선 일반 주식회사와 같습니다.
병원 설립 주체에 있어서도 차이점이 있습니다.
의료법에 따르면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병원(비영리법원)은 의사를 비롯해 학교, 사회복지단체 같은 비영리단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설립할 수 있습니다.
반면, 영리병원은 일반 투자자들이 나서 병원을 세울 수 있습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병원의 경우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 총액의 절반 이상이거나 미화 500만 달러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외국계 의료기관이면 설립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문을 연 영리병원은 없습니다.
제주도에 국내 첫 영리병원 '태동'
제주도는 물론 전국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영리병원 논란의 연원은 지난 2006년 2월 제정된 제주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법은 쉽게 말해 '국제자유도시 제주특별자치도'의 근간을 이루는 법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당 법령은 사람, 상품, 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는 '국제자유도시'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부칙을 제외하고도 법 조항이 481개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 안에는 영어교육도시 내 외국인학교, 자치경찰제, 교육의원, 외국인 무사증제 등 제주에서만 특별하게 운영되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영리병원에 관한 조항(제307조)도 이 중 하나입니다. 관련 법 조항에 따르면 제주도지사가 허가를 하면 병원 설립 권한이 없는 외국 법인도 제주도에 의료기관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2015년, 외국 법인 녹지그룹(綠地團體)은 이 법을 근거로 제주특별자치도와 보건복지부에 영리병원 설립 허가 및 사업계획 승인을 요청합니다. 녹지그룹은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 국영기업으로, 중국 최대의 부동산 개발업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녹지그룹은 보건복지부로부터 병원건립 사업 승인 반려를 받는 등 우여곡절 끝에 2015년 12월 18일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최종 승인받습니다.
수개월이 흐른 2016년 4월 5일에는 사업비 778억원을 투입해 서귀포시 토평동 소재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2만 8,000여 ㎡ 부지에서 병원 건물을 착공합니다.
제주녹지병원은 이듬해인 2017년 7월 28일 47개 병상을 갖춘 지상 3층, 지하 1층, 연면적 1만 7,000여 ㎡ 규모로 준공됩니다.
녹지그룹은 한 달 후인 2017년 8월 28일 녹지국제병원 해설허가 신청서를 제주도에 제출합니다.
그러다 제주에 들어설 것으로 보였던 국내 1호 영리병원 개설에 돌연 제동이 걸립니다.
오래 전부터 의료민영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던 영리병원 논란이 제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반대 여론이 크게 일었던 것인데요.
2018년 2월에는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영리병원 문제와 관련해 도민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해야 한다며 이 사안은 숙의형 민주주의 공론조사에 부쳐야 한다고 요구하기에 이릅니다.
제주자치도는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녹지국제병원 해설 허가의 건을 숙의형 공론조사를 조사에 부쳤습니다.
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는 공론조사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의 공론조사는 신고리원전 사례가 있었지만, 지방 정부에서 지역 현안을 공론조사에 부친 것은 첫 사례였습니다.
2018년 4월 7일부터 약 6개월간 진행된 이 공론조사에서는 영리병원 해설 허가와 관련해 과반(58.9%)이 반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납니다. 찬성은 38.9%에 그칩니다.
이에 공론조사위원회는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불허할 것을 권고합니다.
그러나 원희룡 제주지사는 공론조사 결과를 수용하겠다던 당초 입장을 뒤집고 2018년 12월 5일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조건으로 병원 개설을 허가하게 됩니다.
녹지그룹은 제주도가 내건 진료 제한 조건에 대해 반발하며 행정 소송을 벌이게 되고, 사태는 법적 싸움으로 비화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영리병원 개설을 둘러싼 법정 싸움의 전개 과정과 법적 쟁점 등에 대해 설명을 이어가겠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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