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유치원 CCTV 논쟁, ‘의무’다
아이를 지켜본다는 장치는 있었지만, 기록은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강원 춘천의 한 국공립 유치원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의심 사건을 계기로, 모든 유치원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해 달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지난 12일 공개됐습니다. 청원은 CCTV 설치 여부를 넘어, 작동과 관리 책임을 법으로 명시하자는 요구를 담고 있습니다. ■ 교실에 CCTV는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아 1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전날(12일) ‘국공립 유치원 CCTV 설치 의무화 및 관리제도 개선에 대한 청원’이 공개됐습니다. 청원은 해당 사건의 피해를 호소한 아동의 부모가 제기한 것으로, 국공립 유치원의 CCTV 설치와 관리 기준을 법으로 정비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유치원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교실과 교무실 모두 카메라는 달려 있었지만, 실제로는 통신이 연결되지 않아 영상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사건 당시 남은 증거는 피해 아동의 진술과 주변 아동들의 말뿐이었습니다. CCTV가 없는 공간으로 아이를 데려가 행위가 이뤄졌다는 진술이 나왔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설치는 돼 있었지만, 작동을 점검하고 책임을 묻는 제도는 없었던 셈입니다. ■ 어린이집은 의무, 유치원은 권고 어린이집은 2015년 인천 송도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영유아보육법이 개정되면서 CCTV 설치가 의무화됐습니다. 반면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상 권고 사항에 머물러 있습니다. 같은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이지만, 법적 기준은 갈라져 있습니다. 이 차이는 설치율에서도 드러납니다. 사립 유치원의 CCTV 설치율은 95% 수준으로 높은 반면, 국공립 유치원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입니다. 공공이라는 이름 아래, 오히려 강제 규정이 비어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 설치 문제가 아니라, 작동·책임의 문제 청원인은 국공립·사립 구분 없이 모든 유치원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교실을 포함해 아동과 교사가 상호작용하는 모든 공간으로 설치 기준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여기에 CCTV의 지속적 작동 의무와 정기 점검 제도화, 분쟁·사고 발생 시에 한해 제한적으로 열람 가능한 음성녹음 기능 도입도 포함됐습니다. 카메라가 달려 있었는지가 아니라,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제도적으로 확인하자는 요구입니다. ■ 증거 없는 공방… 아이와 교사 모두 취약해진다 영상 기록이 남지 않으면서, 사실 확인은 아동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 아이들은 반복적인 진술 요구에 노출되고, 심리적 부담을 떠안게 됩니다. 동시에 교사 역시 명확한 기록이 없어 무고 논란에 취약해집니다. 청원인은 이를 두고 “CCTV는 감시 장치가 아니라, 학대 예방과 교사 권리 보호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민동의청원은 공개 후 30일 이내 동의 인원 5만 명을 달성하면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에 회부됩니다. 앞서 춘천의 해당 유치원에서는 학예회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달 13일, 담임교사가 아동 2명을 교무실로 데려가 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피해 아동 부모는 사건 직후 CCTV 확인을 요청했지만, 교무실이나 교실 모두 카메라만 설치돼 있었을 뿐 통신이 연결되지 않아 영상을 확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5-12-13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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