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에서 밀린 제주] ➀ 관광객은 오는데, 왜 제주를 ‘다시’ 고르지 않을까
제주 관광은 수치상 회복 국면에 들어선 듯 보입니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붐비는 공항, 연말연초 성수기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항공 좌석은 매진됐습니다. 제주도정은 항공 노선 유지와 증편 지원, 단체 관광객 유치 인센티브를 통해 관광객 수 방어에 집중해 왔습니다. 사실 겉으로 보면 ‘버텼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회복은 ‘선택의 회복’과는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28일 소비자 리서치 플랫폼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제주 여행지 관심도는 TCI 66(기준 100)으로, 주요 여행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여행을 안 간다는 뜻이 아닙니다. 여행은 계속되는데, 제주를 고르지 않는 흐름이 먼저 나타났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연속기획은 겉으로 보이는 회복과 실제 선택이 엇갈리기 시작한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관광객 수와 항공 좌석, 탑승률로는 설명되지 않는 변화, ‘얼마나 왔는가’와 ‘왜 선택됐는가’ 사이에서 벌어진 어긋남을 따라, 제주 관광이 어디에서, 어떻게 선택 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는지 를 짚습니다. ■ 회복의 숫자와 선택의 판단, 다른 궤도로 움직였다 제주 관광을 설명하는 가장 익숙한 언어는 관광객 수입니다. 몇 명이 왔는지, 항공 좌석이 얼마나 찼는지, 성수기 객실 가동률이 어느 수준인지가 성과로 제시돼 왔습니다. 실제로 항공 노선 지원과 단체 관광 인센티브 정책은 코로나 이후 급락을 막는 데 일정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여행 시장의 판단 기준은 이미 이동했습니다. 얼마나 많이 오느냐보다, ‘왜 다시 고르고’, ‘또 가야 하는지’입니다. 최근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서 2025년 12월 국내 숙박여행 경험률은 64.4%로 전년 동월과 비슷했습니다. 평균 여행 기간은 2.94일, 1인당 총 경비는 23.6만 원 수준입니다. 여행 수요 자체는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 여행이 어디로 향했느냐였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제주 여행지 관심도는 TCI 66으로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관광객 수는 버텼다고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선택은 빠져나간 셈입니다. ■ “제주는 이미 가본 곳, 그래서 더 계산하게 된다” 서울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A씨는 제주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제주는 좋아요. 다만 짧은 휴가에서는 계산기를 먼저 두드리게 됩니다. 항공, 숙소, 렌터카까지 생각하면 이번에는 다른 여행지가 낫다고 느꼈어요.” 여행을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목적지를 바꾼 결정이었습니다. 제주는 이미 경험된 여행지입니다. 가봤고, 알고 있고, 기대치가 형성돼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의 관심도 하락은 단순히 유행 변화로 치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경험 이후의 평가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 숫자는 관성으로 남고, 선호는 먼저 이탈한다 관광객 수는 일정 기간 관성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단체 수요와 성수기 효과가 이를 떠받칩니다. ‘선호’는 다릅니다. 한 번 꺾이면 회복에 시간이 걸립니다. 문제는 이 변화가 늘 숫자보다 먼저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제주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성수기에는 객실이 차 있지만, 예전처럼 ‘다음에 또 올게요’라는 말을 듣는 빈도가 줄었다”며 “요즘은 ‘잘 쉬다 간다’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만족과 재선택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체감입니다. ■ 제주의 위기, 감소가 아니라 ‘재선택’에서 출발했다 제주 관광은 침체 국면에 들어간 것이 아닙니다. 재선택 경쟁에서 밀린 상태에 가깝습니다. 이 국면을 관광객 수로만 판단하면 대응은 항상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항공 노선은 유지되고 평균 탑승률도 일정 수준을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보면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수치는 선호가 유지된 결과라기보다 공급과 노선이 버텨낸 결과에 가깝습니다. 제주는 여전히 사람들이 찾는 곳입니다. 그렇지만 다시 고르는 곳인지는 이미 다른 문제가 됐습니다. 관광의 성패는 이제 ‘얼마나 실어 나르느냐’가 아니라 ‘왜 선택됐느냐’에서 갈립니다. 이 전환 구도를 읽지 못하면, 회복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한 국적사 관계자는 “제주 노선은 정책 지원과 공급 조정으로 노선 자체는 유지되고 있지만, 예전처럼 자연 수요만으로 채워지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탑승률이 버틴다고 해도 고객이 제주를 1순위로 고르는 흐름은 확실히 약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여행업계 체감도 다르지 않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 문의는 꾸준하지만, 실제 예약 단계에서는 일정 대비 체감 비용을 다시 계산한 뒤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전환되는 경우가 눈에 띈다”며 “항공편이 남아 있어도 상품 선택에서 밀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전에는 ‘국내면 제주’라는 공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비교표에 올려놓는 순간 설득이 길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속기획은 이 질문을 끝까지 따라갑니다. 2편에서는 국내 평균 여행비 구조와 해외여행에서 나타나는 ‘가치 소비’ 흐름을 대비해, 제주가 소비자의 계산표에서 왜 불리한 입지에 서게 됐는지를 비용의 언어로 짚습니다. 선택에서 밀린 이유를, 선택의 기준으로 해부합니다
2026-01-28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