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무너진 자리에, 제주가 없었다”… 시장은 이미 ‘다른 선택’을 하고 있었다
외부 변수 하나에 시장이 동시에 흔들리는 건 보통 단기간의 반등을 상상하게 만들지만 지금 동아시아 여행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킵니다. 일본행 수요가 꺼졌다고 해서 제주가 자동으로 채워지는 구조는 이미 끝났습니다. 대신 항공·크루즈·내국인 아웃바운드가 얽힌 ‘3중 수요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제주가 먼저 대응하지 않으면 자칫 시장 변두리로 밀릴 수 있다는 경고가 업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 일본행 단체 취소, ‘기회’가 아니라 ‘무질서한 재배치’의 시작 6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중국 외교부가 일본 여행 자제를 공지한 시점부터, 간사이·중부권을 중심으로 한 단체 관광은 최대 50~70%까지 취소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중국 주요 항공사들은 일본행 공급을 2025년 3월까지 축소 상태로 유지한다는 내부 방침을 사실상 굳힌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과연 이 대규모 취소 물량이 제주로 향하고 있을까. 현재까지는 그럴 만한 이동 흐름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한국행으로 전환할 여력은 발생했지만, 일본 노선 관리가 급해 공급을 당장 제주로 돌리기는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일본이 ‘비자국’으로 내려간다고 해서 한국, 더 나아가 제주가 자동으로 반사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 크루즈는 더 냉정했다… 1박 기항지 경쟁에서 “글쎄” 크루즈 수요는 더 뚜렷한 방향을 보여줍니다. 일본이 주춤하면 한국·대만·동남아가 반사 이동을 기대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실제 흐름은 정반대입니다. 면세점 업계에서 크루즈 기항·매출 데이터를 분석하는 한 관계자는 “제주에 1박 기항이 눈에 띄는가 싶더니, 다시 일정을 조정해 부산이나 동남아 쪽으로 선회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며 “기항지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운 흐름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수요가 비었다고 해서 제주가 채우는 구조가 아니고, 오히려 일본·부산·동남아 등 다양성쪽으로 빠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특히 중형·대형 크루즈는 소비력 높은 그룹일수록 기항지 선택을 더 공격적으로 바꾸는 경향이 있어, 제주가 올해 놓친 기항 수요는 단순히 ‘일시 감소’가 아니라 경쟁력 평가에서 뒤처졌다는 신호로도 해석되는 모습입니다. ■ 내국인, 다시 일본 향했다… ‘반사’는커녕 제주를 압박하는 중 중국 등 외국인의 일본행 기피와 반대로,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환율, 쇼핑 가격, 접근성 모든 면에서 일본이 재차 우위를 회복한 가운데,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을 확대하자 내국인 여행객 흐름도 즉각 반응했습니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10월 이후 국내 여행 전환을 기대했던 흐름은 재빠르게 일본으로 돌아섰다”고 밝혔습니다. 즉, 제주는 외국인도, 내국인도 동시에 다른 목적지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 모든 흐름을 종합하면, 제주가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정답에 가깝습니다. ■ ‘빈 자리’로 수요 움직이지 않아… 제주가 마주한 건, ‘경쟁 체계의 재정렬’ 시장의 실제 메커니즘은 매우 단순합니다. 수요는 빈자리에 들어오지 않고, 더 매력적인 곳으로 흘러갑니다. 지금은 일본의 공백이 제주로 번지기 전에 부산·대만·동남아가 먼저 자리를 채우는 시장 재편 국면입니다. 업계는 이 흐름을 ‘이상 신호’가 아니라 향후 3~5년을 정의할 구조 변화의 초기 단계라고 보고 있습니다. 크루즈 기항, 항공 공급, 내국인 여행 전략 모두에서 제주는 이미 경쟁에서 뒤늦게 출발한 상태입니다. ■ ‘일본의 공백’ 좇는 전략이 아니라, 직접 만드는 수요 필요 제주가 이번 시장 재편에서 실질적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건이 명확합니다. 기항지 선택의 이유를 다시 설계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고, 관광 상품의 단가와 체류시간 구조 또한 현 요청 수준에 맞게 재구성해야 합니다. 더불어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덩어리로 취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목적지 성향에 맞춘 분리 전략이 요구됩니다. 항공사·크루즈사와의 공동 기획을 통해 ‘왜 제주인가’를 분명히 제시하는 전략 또한 필수 요소로 거론됩니다. 여행업계 한 대표는 “제주가 반사이익을 기대할 상황은 이미 지나갔다”며 “지금 시장은 목적지별 경쟁력이 다시 평가되는 국면이고, 준비된 지역만이 선택을 받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재편 국면에서 제주가 놓친 것은 ‘한 번의 기회’가 아니라, 목적지 순위표 자체가 새로 짜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일본의 공백이 자연스럽게 제주를 향해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빈자리는 부산이나 서울, 대만, 동남아 주요 도시들이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정교하게 채우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음 변곡점에서 제주가 다시 경쟁 테이블에 서려면 기다리는 전략은 의미가 없다”며 “제주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반사효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 구조를 다시 설계해 직접 수요를 끌어오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025-12-0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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