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지는 제주] ② 관광객은 쓰고 있다, 회복이 남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관광은 돌아왔습니다. 유입 역시 분명히 회복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지난해 12월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11만 9,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11만 1,000명 늘었습니다. 올해 1월 들어서도(1~13일 기준) 전년보다 8만 7,000명 더 늘며 증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항공 접근성 개선과 국제선 증편 효과가 맞물리면서 ‘들어오는 흐름’ 자체는 다시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회복 체감은 제한적입니다. 이때 자주 등장하는 설명이 하나 있습니다. “관광객은 쓰는데, 도민이 안 써서 내수가 안 살아난다.” 그러나 지금 제주의 핵심 문제는 소비 주체의 태도가 아니라, 소비가 지역 안에서 얼마나 돌고 남느냐의 구조에 있습니다. 관광객은 분명히 쓰고 있습니다. 그 소비가 도민의 소득으로, 다시 지역의 고용과 투자로 이어지는 고리는 아직 복구되지 않았습니다. 얇아지는 제주를 짚는 연속기획, 2편에서는 회복이 왜 ‘전환’으로 이어지지 않는지를 그 흐름 을 확인합니다. ■ 관광객 소비는 늘었지만, 내부 지표는 함께 움직이지 않았다 16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최근 실물경제 동향을 보면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신용카드 사용액은 분명한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숙박·외식·운송 등 관광 연관 업종 결제는 회복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관광객이 돈을 쓰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같은 자료가 보여주는 내부 지표는 다릅니다. 지난해 11월 제주 대형마트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10.1% 감소했습니다. 전국 평균 감소폭(-14.1%)보다는 작지만, 회복으로 읽히기에는 분명한 하락입니다. 관광객들의 소비는 늘었는데, 지역 내 대표적인 소매 지표는 반등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소비가 발생하는 지점과 그 소비가 지역 소득으로 귀속되는 경로가 일치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소비가 있느냐’가 아니라, 소비 이후의 흐름입니다. 제주시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객실 점유율은 회복됐지만, 예전처럼 연박이나 부가 소비로 이어지는 비율은 높지 않다”며 “관광객 수가 늘어도 매출이 지역 전체로 확산된다는 느낌은 아직 약하다”고 말했습니다. ■ 도민 소비는 사라진 게 아니라, 압축됐다 도민 소비가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같은 기간 제주 지역화폐 적립률이 10%에서 13%로 상향되면서 체크카드 사용액은 오히려 크게 늘었습니다. 2024년 4분기 741억 원이던 지역화폐 사용액은 2025년 4분기 1,783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도민 소비가 줄었다기보다, 대형 유통 중심 소비에서 생활 밀착형·할인 유도형 소비로 이동했음을 보여줍니다. 총량의 문제가 아니라, 소득 여력과 소비 구조가 동시에 압축된 상태에 가깝습니다. 유통업계에서도 비슷한 해석이 나옵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매장 매출은 줄었지만, 할인이나 적립이 붙은 소비는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출을 멈췄다기보다 조정하며 쓰는 모습에 가깝다”고 설명했습니다. 도민이 소비를 안 해서 회복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소득이 두터워지지 못한 상태에서 소비 방식만 바뀌고 있는 국면입니다. ■ 고용은 늘었지만, 소득을 키우는 고용이 아니었다 고용 지표만 보면 개선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2월 제주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4,000명 늘었고 고용률도 68.1%에서 68.9%로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격이 다릅니다. 증가한 일자리의 상당 부분은 관광 수요에 연동된 서비스업입니다. 숙박·음식·도소매·운수 중심의 고용은 계절과 수요 변동에 민감하고 장기 고정 고용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반면 비교적 안정적인 소득과 파급효과를 만드는 건설 부문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귀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손님은 늘었지만, 장기적으로 함께 갈 인력을 뽑기엔 불확실성이 크다”며 “성수기 대응 인력 위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자리는 늘었지만, 도민의 지출 여력을 구조적으로 키우는 고용은 충분히 늘지 않았습니다. ■ 투자 판단이 멈춘 이유는 불황이 아니라 ‘확신 부족’ 투자 지표는 더 분명합니다. 지난해 11월 제주 건설수주액은 전년 대비 41.1% 감소했고, 건축 허가면적과 착공면적도 각각 41.1%, 39.3% 줄었습니다. 미분양 주택 역시 높은 수준에서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허가와 착공이 동시에 줄었다는 것은 관광 회복이 지역 소득·인구·소비로 이어질지에 대한 민간의 판단이 유보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건설·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관광객 수 회복만으로는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면서 “이 수요가 상주 인구와 안정적인 소비로 이어질지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도정은 인프라 투자 확대와 신용보증 강화로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단기 완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민간 투자가 다시 움직이기 위해서는, 회복 이후의 경로에 대한 신뢰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유입은 회복됐지만, 순환은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관광객은 쓰고 있습니다. 도민은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쓸 여력이 충분히 커지지 않았습니다. 정책은 투입되고 있지만, 민간의 판단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제주는 ‘들어오는 경제’는 회복됐지만, 그 흐름이 지역 안에서 반복되고 축적되는 ‘돌아가는 경제’는 아직 작동하지 않는 국면에 놓여 있습니다. 소비는 일부 업종과 특정 구역에 집중되고, 그 수익이 고용과 소득으로 충분히 전환되지 못한 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소득이 두터워지지 않으니 도민 소비는 조정되고, 소비가 얇으니 투자는 다시 관망으로 돌아갑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관광객이 더 늘어도 체감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회복의 속도가 아니라, 회복이 연결되는 경로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제주의 국면은 불황도, 완전한 회복도 아닌 전환 대기 상태에 가깝다”며 “관광 수요가 지역 소득과 장기 고용,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고리를 복원하지 못하면 회복 지표와 체감 괴리는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2026-01-1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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