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기획] ③ 드림타워 다음 질문… 카지노의 돈은 어떻게 ‘도시의 시간’이 되는가
“같은 일 했는데, 왜 덜 받아?”… 李대통령, ‘최저임금이 아니라 적정임금’ 공식 문제제기
무너진 서귀포관광극장.. 건축단체 2개월 연구 끝 대안 내놨다
“꽃의 형상을 빌려, 존재에 닿다”... 색은 아래에서 올라오고, 먹은 위에 자리를 잡았다
[자막뉴스] 20년 넘게 문 닫힌 학교 부지에 '공공주택' 들어선다
자격 없는 일반교사가 교감 직무대리?.. 감사 지적에도 '버티기'
李 "위법 종교단체 해산" 발언 두고 국민의힘 전·현직 대표 쌍끌 맹폭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9일) 국무회의에서 위법 행위를 하는 종교단체는 해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것과 관련해 야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특정 종교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통일교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면서 국민의힘의 전·현직 대표가 모두 맹비난에 나섰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어제(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이 또 다시 국무회의에서 '종교단체 해산' 이야기를 끄집어 냈다"며 "'해산이 가능하냐, 재산은 정부에 귀속되냐, 해산 권한은 주무관청에 있는 것 아니냐' 등을 줄줄이 이야기하며 민생문제 논의하기도 바쁜 국무회의 시간을 '종교탄압 토론회'로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에 불리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자, '더 말하면 씨를 말리겠다'고 공개적으로 겁박한 것"이라며 "앞으로 얼마나 더 터져 나올지 많이 불안하기는 한 모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장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당대표를 하던 시절에 통일교 인사에게 민주당 당직을 맡겼다는 보도까지 나왔다"라며 "이 대통령은 '정치 개입하고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을 했다고 비난했는데, 그 '이상한 짓'으로 이익을 본 당사자는 바로 이 정권과 민주당 사람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통일교가 해산되어야 한다면, 민주당도 해산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을 향해선 "자신에게 주어진 대통령의 권한을 '방탄'과 '정적 죽이기'에 악용해 왔다"며 "이제 그 권한으로 종교를 탄압하고 국민의 입을 막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오물은 아무리 덮어놓아도 냄새까지 막을 수는 없다"며 "모든 진실이 드러나는 날,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또 어떤 궤변을 늘어놓을지 궁금하다"고 말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통일교 게이트',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 할애비라도 못 막는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한 전 대표는 "통일교가 민주당에 돈 준 것 폭로 못하게 입틀막하려고 민중기 하청특검이 몇달간 사건 뭉갰고, 이 대통령이 12월 2일, 9일 '통일교 해산'으로 입틀막 협박했다"며 "'민주당 돈 준 거 불면 죽인다' 이거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통일교를 향해선 "혹시라도 이 대통령 협박 때문에 말 바꾸면 나중에 더 힘들어지고 감당 못할 것"이라며 "이미 녹취까지 나와있으니 다 털어놓고 국민에게 맡기라"고 당부했습니다.
2025-12-10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기자

"민주당 딱가리, 탄압 자랑하는 후진국"·"입 다물라, 尹 내란은 선진국이냐".. 조희대 공수처 입건에 '기싸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법원장을 입건한 것을 두고 여야 의원들의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어제(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를 향해 "민주당 하명기관 노릇 언제까지 할 건가"라며 "할 일이 그렇게 없나"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선 "자기 선거용으로 홍보까지 하고 나섰다"고 저격했습니다. 앞서 김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대법원장 입건을 두고 "제가 내란특위에서 수차례 촉구한 조희대 수사의 문이 열렸다"라며 "사법개혁은 아직 시작도 안 됐다. 저는 끝까지 간다"라고 말한 것을 꼬집은 겁니다. 주 의원은 이를 두고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대법원장 탄압을 자랑삼아 말하는 후진국이 됐나"라고 비판했습니다. 공수처를 향해선 "권력의 감시자를 자처하며 출범했지만 5년간 민주당 인사를 수사한 실적이 0건"이라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비서실장 등 고위공직자가 김현지 부속실장과 공모하여 인사 농단을 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며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해야 공수처가 산다"며 직접적인 대상은 언급하지 않은채 "어이, 민주당 딱가리"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김병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진우 그 입 다물라"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김 의원은 "조희대 입건이 후진국이면, 윤석열 내란은 선진국인가"라며 "윤석열 김건희 명백한 인사 전횡은 눈에 안 보이나"라고 받아쳤습니다. 그러면서 "내란 척결이 선거용 홍보라고 한다면 내란 세력 옹호는 선거 심판으로 척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공수처는 어제(9일) 정례 브리핑에서 "조 대법원장 관련 고발 사건이 다수 접수돼 수사 3·4부에 배당했다"며 "고발 건수가 워낙 많아 사건을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사 진행 상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조 대법원장의 입건 사실을 밝혔습니다.
2025-12-10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기자

61년 만에 국회의장 강제 '필버' 중단.. "상관없는 발언"·"우원식, 제2 추미애냐"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 본회의가 여야 간 공방으로 결국 파행을 빚었습니다. 국회는 어제(9일) 본회의에서 64건의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의 허용 여부를 놓고 국회의장이 61년만에 강제 중단시키자 여야는 더욱 거세게 충돌하고 있습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어제(9일) 국회 관례인 국회의장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필리버스터를 시작하며 더불어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나 의원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신속 처리 안건인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며 국회 담당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의결 없이 본회의에 상정한 부분을 문제 삼았습니다. 나 의원은 "국민의힘은 가맹사업법에 관해 찬성 입장"이라며 "그러나 민주당이 무도하게 8대 악법(惡法)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철회 요구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어 민주당의 사법개혁 법안들을 비판하자 우 의장은 "의제 내 발언을 하라"며 제지했지만 나 의워닝 발언을 이어가자 결국 우 의장은 13만 분에 나 의원의 마이크를 끄라고 지시했습니다. 의장이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중단시킨 것은 지난 1964년 이효상 의장이 김대중 의원이 마이크를 끈 이후 61년 만입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석으로 가 "이게 바로 독재", "제2의 추미애냐. 우미애(우원식+추미애)"라고 항의했습니다. 고성 끝에 나 의원의 발언은 재개됐지만 우 의장은 "의제와 관련 없다"며 재차 마이크를 끄고 정회했습니다.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장이 대한민국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 발언을 방해하고 마이크를 끄는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비판했고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임의로 본회의를 정회시킨 건 매우 참담한 조치"라고 비판했습니다. 국회는 이후 본회의를 속개했고, 나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이어갔지만 우 의장은 또다시 나 의원의 마이크를 껐습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늘(10일)부터 임시국회를 소집한 상태로 추가 본회의를 열어 중점 법안들을 처리한다는 방침입니다.
2025-12-10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기자

임은정 "백해룡에 추측과 사실 구분하라 충고도.. 마약 밀수범 거짓말 속은 것"
임은정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이 세관직원의 마약밀수 연루나 윗선의 수사 외압도 없었다고 잠정 결론낸 것을 두고, 의혹을 폭로한 백해룡 경정이 "검찰이 사건을 덮으려 한다"며 대검찰청 등 6곳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며 맞불을 놓자 임 지검장이 백 경정을 비판했습니다. 임 지검장은 어제(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백해룡 경정님을 작년 12월 내부고발자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라며 "자세한 내용은 몰랐지만 내부고발자의 고달픈 하루하루를 모르지 않아 멀리서 응원했다"며 백 경정과의 인연을 소개했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선 "서울동부지검에 부임하여 관련 기록을 검토하고 많이 당황했다"라며 "백 경정님의 국회 증언에 따르더라도 세관 연루 의혹의 증거가 마약 밀수범들의 경찰 진술과 마약 밀수범들의 현장 검증에서의 진술이 전부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마약 밀수범들의 말은 경찰 조사 중 이미 오락가락했으며, 마약 밀수범들이 말레이시아어로 백 경정님 등 경찰 앞에서 거짓말을 거침없이 모의하는 게 영상으로 찍혀 있으니 당황할 수 밖에"라고 토로했습니다. 임 지검장은 "마약 밀수범들의 거짓말에 속아 경찰 수사 타겟이 사실상 마약 밀수 조직에서 세관 직원들로 전환됐고, 마약 수사의 한 축인 세관 직원들은 마약 밀수 공범으로 몰려 2년이 넘도록 수사를 받느라 마약 수사에 전념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세관 직원 개개인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여러모로 피해가 큰 사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백 경정에 대해선 "지난 10월 제 사무실에서 제가 내부고발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늘 해오는 충고를 백 경정님에게도 드렸다"라며 자신의 방식을 밝혔습니다. 임 지검장이 문제제기 전 자신에게 묻는 질문으로는 "확실한가, 입증할 수 있는가, 방어할 수 있는가, 견딜 수 있는가"라며 "모두 예라고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저는 공개적으로 문제를 삼는다. 느낌과 추측을 사실과 구분해서 말해야 한다.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말을 함에 있어 "내부고발자 모임에서의 인연이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고민하고 주저했지만 서울동부지검 파견 이후 사실과 다른 백 경정님의 여러 주장과 진술을 겪은 터라 백 경정님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 조금은 홀가분하게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백 경정의 역할로는 "세관 연루 의혹 이외에도 백 경정님이 제기한 의혹이 많아 저 역시 다른 분들이 그러하듯 백 경정팀이 제대로 수사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백 경정님이 2023년 인천공항 실황조사 영상에서 확인되는 것과 같은 실수와 잘못을 더는 범하지 않도록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꼬집었습니다. 앞서 백 경정은 동부지검의 발표 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서울중앙지검과 인천지검에서 각각 세관 마약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 두 명을 피의자로 입건하겠다"며 "공수처에도 범죄 사실 인지를 통보할 것"이라며 검사들을 공수처 수사 대상으로 넘기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백 경정은 "외압이 있었지만 억울하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최고 권력자가 (마약이 밀수되도록) 국경을 열어줬다는 게 사건의 본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2025-12-10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기자

무너진 서귀포관광극장.. 건축단체 2개월 연구 끝 대안 내놨다
서귀포관광극장 철거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주건축 3단체가 구성한 ‘2060 서귀포관광극장 제주건축 TF팀’이 2개월간의 조사와 기록 작업을 바탕으로 4가지 보존·활용 대안을 공식 제안했습니다. TF팀은 오는 12일 열리는 ‘2025 제주건축포럼’을 통해 대안을 시민 사회와 공유하며 본격적인 공론화 절차에 들어갑니다. 서귀포관광극장은 1960년 완공, 1963년 개관한 서귀포 최초의 근대식 영화관이자 공연장으로, 65년 넘게 시민들의 생활사와 문화 기억이 축적된 공간으로 자리 매김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9월 돌벽 일부가 사전 논의 없이 철거되면서 보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급격히 확산됐습니다. 이에 대한건축사협회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 대한건축학회 제주지부 등 건축 3단체가 연대해 TF팀을 꾸렸고, 원형 보전 가능성과 안전 보강 방안 등을 검토해 왔습니다. TF팀은 “서귀포관광극장은 단순한 노후 건물이 아니라 지역의 시간과 기억이 중첩된 핵심 문화유산”이라며 “구조 보강을 전제로 한 재생형 보존이 최우선 원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건축 3단체가 제시한 ‘4대 보존·활용 대안’ ① 원형 복원 및 구조 보강안 첫 번째 대안은 원형을 보강하고 구조를 보강하는 안입니다. 이 안은 무너진 돌담 다시 쌓고 극장의 초기 형태를 최대한 복원하고, 현무암 외벽과 주요 구조를 보강해 ‘100년의 극장’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안입니다.  TF팀은 시각적·역사적 상징성을 유지하면서도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합니다. ② 현재 모습을 ‘기억의 공간’으로 남기는 상징 보존안 두 번째 대안은 '기억의 공간'으로 훼손된 벽면을 남기는 안입니다. 이미 훼손된 벽면의 일부를 현재 형태 그대로 남겨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기억의 단면’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보존과 재생 사이에서 상징적 의미를 극대화한 절충안으로 평가됩니다. ③ 외벽 존치 + 내부 철골 구조로 재구성하는 복합문화공간안 세번째 안은 문화적 가치가 높은 현무암 외벽을 유지하되 내부는 철골 구조로 새롭게 구성해 전시·공연·교육 등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안은 이중섭미술관과 연계한 문화 동선 확대도 고려했습니다. ④ 현무암 재활용 + 목구조 캐노피를 활용한 ‘노천극장형 재생안’ 네번째 안은 철거 과정에서 발생한 현무암을 재활용해 야외공연장과 공공 광장을 조성하는 방식입니다. 지역 돌문화를 담은 개방형 문화시설로 재구축하는 구상으로, 시민 참여형 문화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TF팀은 각 안에 대해 “모든 안의 공통된 핵심은 최대한의 존치·재사용·재생”이라며 “현장에 남아 있는 돌과 구조를 미래 세대의 문화 자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제주 돌 장인 ‘돌챙이’ 조환진 대표는 TF팀 조사에서 “9m 높이의 현무암 석축은 지금도 보기 드문 최고 수준의 기술”이라며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지금이 가장 빠른 때…100년의 극장으로 남길 기회” 앞서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김진애 위원장도 현장을 방문해 “시간의 힘이 쌓인 공간은 무엇보다 소중하다”며 보존 필요성에 힘을 실었습니다. 제주건축계 역시 “지역의 대표적 근대 건축이 사라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며 TF팀 활동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TF팀은 “서귀포의 풍경과 문화, 주민의 기억을 담은 공간을 지켜야 한다”며 “보존과 재생을 중심으로 한 합리적 도시관리 방안을 함께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TF팀은 오는 12일 ‘2025 제주건축포럼’에서 이번 4가지 대안을 시민·전문가와 공유하고, 서귀포관광극장의 보존 방향을 놓고 공식적인 공론화 절차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2025-12-09 제주방송 신효은 (yunk98@jibs.co.kr) 기자

“꽃의 형상을 빌려, 존재에 닿다”... 색은 아래에서 올라오고, 먹은 위에 자리를 잡았다
꽃을 경유하지만, 이 전시의 방향은 끝내 인간을 향해 접힙니다. 김현숙의 작업에서 형상은 질문의 밀도로 변환되고, 색과 먹은 그 질문이 스스로를 증명하는 압력으로 남습니다. 제17회 개인전 ‘彩/彩/墨/墨(채/채/묵/묵)’은 꽃을 출발점으로 삼아, 존재가 스스로를 호출하는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13일부터 19일까지 제주시 연북로 애플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입니다. 1980년대부터 이어진 개인전 17회, 국내외 기획·초대전 490여 회 출품이라는 이력은 양(量)의 기록이 아니라 시간의 축적에 가깝습니다. 채색과 수묵, 장지와 순지, 전통과 동시대 감각은 전시에서 맞물리고, 꽃은 그 겹침 속에서 가장 농도 짙은 기호로 떠오릅니다. ■ 배채법, 색이 시간을 통과하는 방식 김현숙의 색은 장지의 앞이 아니라, 뒤에서 출발합니다. 여러 번 쌓인 채색은 수분과 농도를 견디며 시간을 통과하고, 그 축적의 결과가 비로소 위로 스며 나옵니다. 배채법은 기법이라기보다 시간의 압축에 가깝습니다. 색은 즉각 드러나지 않고, 기다림을 거쳐 형상으로 환원됩니다. 전시의 채색은 표면을 장식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아래에서 올라온 색은 정서를 떠받치는 힘이 되고, 그 위에 놓인 꽃의 이미지보다 먼저 작가가 견뎌온 시간의 두께를 전면에 밀어 올립니다. 작업은 빠른 인상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천천히 쌓인 것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속도로 숨 쉬며, 보는 이의 감각도 그 리듬에 맞춰 늦춰놓습니다. ■ 순지와 먹, 밀도로 형상이 세워지는 과정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이 가장 먼저 느끼는 변화는, 꽃이 ‘보이는 대상’이라기보다 ‘공기를 눌러 오는 기운’으로 다가온다는 점입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순지의 병용입니다. 채색이 축적된 장지 위에, 먹 작업이 이뤄진 순지를 빠삐에 꼴레 기법으로 부착하는 구조입니다. 여러 겹의 장지가 만들어내는 안정된 질감 위에, 얇고 민감한 순지가 얹히며 표면의 긴장은 한층 다른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순지 위에 내려앉은 먹은 선보다 덩어리에 가깝습니다. 잎맥은 과장되고, 꽃잎은 먹의 입자로 해체됩니다. 그 과정에 설명보다 압축된 존재감이 먼저 자리를 잡고, 인식은 그 뒤를 따라옵니다. ■ 꽃이 놓이는 자리, 질문이 시작되다 김현숙이 오래 붙잡아온 꽃은 더 이상 특정한 종이나 계절의 표식으로 머물지 않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꽃은 인식이 작동하는 지점에 놓입니다. 형태가 희미해질수록 감각은 무엇을 끝까지 붙드는지, 이름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남는지, 그 감각의 경계에 꽃을 남겨 둡니다. 관람객은 자연을 바라보던 일상의 시선에서 벗어나, 질문이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꽃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의 위치를 다시 확인하게 만드는 감각의 장치로 작동합니다. ■ 40년의 시간, 그리고 태도를 위한 한걸음 김현숙의 시간은 작업실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미술관과 제도, 현장을 모두 통과해온 경로는 이력의 나열이 아니라, 작업을 떠받치는 하나의 ‘태도’로 굳어졌습니다. 제주도립미술관장과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장을 지낸 이력 역시 그 태도가 외부로 드러난 흐름에 가깝습니다. 태도는 작품의 구조 안에서도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채색은 아래에서 축적되고, 먹은 위에서 형상을 단단히 붙잡습니다. 전통은 해체되지 않은 뼈대로 남고, 동시대의 감각은 과잉 없이도 팽팽한 긴장을 유지합니다. 그 균형은 화면을 안정시키면서도 쉽게 풀어지지 않는 밀도를 만들어냅니다. 꽃은 그 안에서 감정과 시간, 기억과 현재가 만나는 순수의 도상으로 자리합니다. ■ 색과 먹이 전하는 하나의 응답 ‘彩/彩/墨/墨’은 기법의 나열이 아니라, 색과 먹이 만든 응답에 가깝습니다. 배채된 색은 아래에서 서서히 올라와 정서를 채우고, 먹은 그 위에 밀도로 자리합니다. 시간은 층을 이루고, 감각은 겹치며, 그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형태가 옅어질수록 감각은 또렷해지고, 설명이 줄어들수록 존재감은 더 선명해집니다. 김현숙의 작업은 이 지점에 ‘꽃’을 다시 소환합니다. ■ 꽃이 남기는 질문 꽃은 소리 없이 시선을 붙잡습니다. 빛보다 밀도로, 색보다 층위로 말을 건넵니다. 그 앞에 서는 어느 순간, 이렇게 묻게 될지 모릅니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무엇으로 남아 있는가.” 그렇게 김현숙의 꽃은 질문이 처음 생겨나는 자리에 머뭅니다. 한때 ‘꽃’이라 불리던 모습은 천천히 이름을 벗고, 지금은 누군가의 인식 깊은 곳에 온전히 제 무게를 얻으며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 되돌려 보내는 하나의 단단한 물음으로 남습니다.
2025-12-09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같은 일 했는데, 왜 덜 받아?”… 李대통령, ‘최저임금이 아니라 적정임금’ 공식 문제제기
비정규직은 덜 받아도 되는 구조가 유지돼도 되는지, 정부는 최저임금만 지키면 역할을 다한 것인지, 플랫폼 기업은 사고가 나도 벌금으로 넘어가도 되는지. 9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 세 가지 질문을 한꺼번에 꺼냈습니다. 노동, 고용, 제재, 플랫폼, 공공부문 관행이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여 있다는 인식이 공개 석상에서 동시에 드러났습니다. ■ “같은 일, 더 불안하면 더 받아야”… 임금 산식 자체를 다시 놓았다 이 대통령은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줘야 하지만, 고용이 불안하면 오히려 더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에 ‘고용 안정’이라는 변수를 공식적으로 결합한 발언입니다. “똑같은 일을 시키면서 정규직에 더 많이 주는 구조는 정상적이지 않다”는 지적은 임금 격차의 존재를 넘어, 격차를 만들어온 계산 방식 자체를 문제 삼은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호주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는 50~60%까지 적게 준다”고 한 발언은 격차의 규모가 이미 정책 논쟁을 넘어선 수준에 와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대목입니다. ■ “최저임금은 하한선”… 공공부문의 ‘최저선 고용’부터 손보라는 지시 문제 제기는 곧바로 공공부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일용직이나 비정규직에 예외 없이 최저임금을 준다”고 지적하며 “최저임금은 권장선이 아니라 법적 하한선”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최저임금이 사실상 ‘표준 임금’처럼 작동해온 공공 고용 구조에 대한 직접적인 수정 요구로 받아들여지는 발언입니다. 이 대통령은 고용노동부에 정부와 공공기관 전반의 비정규직 임금 지급 실태를 점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공공부문이 ‘최저 기준’에 머물러 있는 구조를 더 이상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 “1년 11개월, 다시 계약”… 퇴직금 회피 관행, 직접 지목 쪼개기 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표현 수위가 한층 더 높아졌습니다. “2년 전에 끊어서 내보낸다”, “퇴직금 안 주려고 한 달 쉬게 했다가 다시 부른다”는 발언은 특정 사례가 아니라 행정 전반에 퍼진 구조적 관행을 지목한 표현입니다. 이 대통령은 정상적인 상시 업무는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다른 부처와 공기업의 채용 구조를 직접 점검하고 시정 명령까지 검토하라는 지시가 동시에 내려졌습니다. ■ 쿠팡 언급하며 “경제제재가 안 아프다”… 과태료 체계 손본다 노동 문제와 함께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제재 구조도 동시에 거론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례를 들며 “형사 처벌은 사회적 비용만 크고, 경제 제재는 실제로 기업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강제 조사권을 부여하고, 과태료 등 경제 제재 수위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법제처에 검토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입 절차만큼 탈퇴 절차도 쉬운지 여부를 직접 질문한 사실도 함께 전해졌습니다. 이는 플랫폼 기업의 위반 행위가 과태료로 흡수되는 구조를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제재 체계 조정 신호로 읽힙니다. ■ “개혁은 마찰을 전제로 해”… 입법 갈등에도 속도 조절 없다는 입장 이 대통령은 이날 사법개혁 관련 입법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법왜곡죄,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등을 둘러싼 이견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여야 합의로 예산안이 처리된 점에 대해서는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입법 과정에서는 국민의 뜻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불합리한 것을 정상화하려면 갈등은 피할 수 없다”는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2025-12-09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자막뉴스] 20년 넘게 문 닫힌 학교 부지에 '공공주택' 들어선다
옛 무릉중학교 / 오늘(9일) 낮 조용한 마을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학교 부집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물 주변으로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습니다. 지난 1999년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통합되며 임대 시설로 사용해왔지만 수년 전부턴 제대로 관리가 안 된 채 방치돼 온 겁니다. 신효은 기자 "이곳 학교가 문을 닫은지 20여 년을 훌쩍 넘긴 가운데 학교 공간이 새로운 곳으로 탄생되고, 임대주택도 들어설 예정입니다." 부지에 30여 세대 공공주택이 건설되고 학교 건물은 도서관 등 교육 시설로 정비됩니다. 구좌읍 송당리 체육용지 / 오늘(9일) 낮 구좌읍 송당리에 오랜 기간 자리를 비워온 체육용지에도 임대주택 30여 세대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제주자치도와 도교육청, 제주자치도 개발공사가 손을 잡고 폐교 유휴부지를 활용한 공공주택을 공급하기로 한 겁니다. 오영훈 / 제주자치도지사 "제주의 대표적인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여러분과 함께 지혜를 모으면서 최선을 다해서.." 인구 수 감소로 학생 수가 줄어들 위기에 있는 읍면 학교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광수 / 제주자치도교육감 "2031년, 32년 이때부터 수직으로 학생들이 줄어들어서 상당히 고민이 많아질 텐데 이런 사업이 있다고 해서 아주 바람직하다." 지역주민들도 주민협의체 구성원으로 참여해 지역 내 공감대를 확산하고 기존 건축물 활용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안하게 됩니다. 나용근 / 무릉1리 이장 "학교 학부모들이 농촌지역으로 오면서 아무래도 좀 더 동네가 활발해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김영남 / 송당리장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게 되면서 마을 분위기가 많이 활성화되고 건전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 사업비 190억 원을 들여 진행되는 공공주택 공급 사업은 내년부터 본격 시작되고 오는 2028년 말 완공될 예정입니다. JIBS 신효은입니다. (영상취재 강명철)
2025-12-09 제주방송 신효은 (yunk98@jibs.co.kr) 강명철 (kangjsp@naver.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