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만들면 항공사가 알아서 띄운다?”… 제주~인천 ‘졸속’ 질책, 현장은 달랐다
제주~인천 노선에 지방비 2억 원을 투입하는 것을 두고 제주도의회에서 ‘졸속행정’이라는 질책이 나왔습니다. 행정이 돈을 줘 비행기를 띄울 게 아니라 항공사가 스스로 운항을 늘릴 만큼 승객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승객만 충분하면 항공사는 비행기를 늘릴까. 21일 항공업계에 확인한 답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대형 국적사 A사 관계자는 “탑승률이 높다는 건 분명 좋은 신호지만 그것만 보고 비행기를 더 띄우지는 않는다”며 “한정된 기재를 제주~인천에 넣을지, 다른 국내선이나 국제선에 넣을지까지 비교해야 하고 운임과 슬롯, 실제 수익성을 함께 본다”고 말했습니다. 저비용항공사(LCC)에서도 비슷한 설명이 나왔습니다. 수요가 확인된 노선이라도 기재 운용과 운임, 슬롯, 다른 노선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 등을 종합해 공급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는 겁니다. 도의회가 대안으로 제시한 환승전용 내항기도 확인해봤습니다. 제주~인천 환승전용 내항기는 14년 전인 2012년에도 검토됐습니다. 당시에도 항공사 수익성과 인천공항 슬롯, 세관·출입국·검역(CIQ) 등이 실제 운항까지 넘어야 할 문제로 꼽혔습니다. 전날 제기된 ‘졸속’ 논란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두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승객이 있으면 항공사가 알아서 공급을 늘리는지, 환승전용 내항기를 도입하면 운항장려금을 대신할 수 있는지입니다. ■ “88% 찼는데 왜 더 안 띄우나”… 항공사는 그렇게 계산하지 않는다 현재 제주~인천 노선의 평균 탑승률은 88.5%입니다. 항공사 입장에서 높은 탑승률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그러나 증편을 결정하는 계산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항공사는 보유한 항공기를 여러 노선에 나눠 투입합니다. 제주~인천에 한 편을 더 넣는다면 같은 시간 다른 국내선이나 국제선에는 해당 기재를 투입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탑승객 숫자뿐만 아니라 실제 판매 운임과 운항비용, 원하는 시간대의 슬롯 확보 여부, 다른 노선에 같은 항공기를 투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까지 비교합니다. 승객이 있다는 것과 항공사가 공급을 늘릴 만큼 사업성이 확보됐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저비용항공사인 'P'사 한 관계자는 “수요가 없는 노선을 지원금만으로 계속 운항하기는 분명 어려울 것”이라며 “수요가 확인된 노선에서 초기 운항 부담을 낮춰 공급 확대를 유도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10년 전 제주~인천 노선이 사라진 이유 역시 결국 사업성이었습니다. 당시 40~50%대에 머문 탑승률과 적자가 이어지면서 항공사들이 운항에서 손을 뗐습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평균 탑승률이 88.5%까지 올라왔지만, 그것만으로 추가 기재 투입까지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 2억 효과는 어떻게 따지나… “비행기가 더 떴느냐” 그렇다면 제주도의 운항장려금도 평가할 방법은 있습니다. B사 관계자는 “결국 장려금을 평가할 기준은 돈을 줬느냐가 아니라 비행기가 더 떴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2억 원을 투입하고도 주 2회 운항이 그대로라면 제주도는 정책 효과를 설명해야 합니다. 반대로 증편이나 다른 항공사의 추가 취항을 끌어냈다면 실제 공급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놓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내년 계획된 4억8,000만 원의 추가 지원 역시 올해 결과를 확인한 뒤 따져볼 사안입니다. 지원금을 주는 조건도 운항 실적과 연결돼 있습니다. 제주~인천 직항노선 운항장려금은 실제 운항 실적이 승인된 운항계획의 80%에 미달하면 지급하지 않을 수 있고, 이미 지급된 지원금 역시 환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항공사가 계획대로 운항하지 않아도 지방비로 손실을 계속 메워주는 구조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재정지원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종료 시점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은 필요합니다. 다만 출구전략을 요구하는 것과 올해 장려금 자체를 ‘졸속’으로 규정하는 것은 별개의 판단입니다. ■ 대안으로 꺼낸 내항기… 14년 전에도 검토했다 도의회가 제시한 대안은 제주~인천 노선을 환승전용 내항기로 운영하고 제주 무사증과 연계하는 방안입니다. 그런데 이게 처음 나온 구상은 아닙니다. 2012년에도 제주~인천 환승전용 내항기 도입이 검토됐습니다. 당시 정부와 관계기관이 들여다본 사안은 세관·출입국·검역을 비롯해 터미널 시설, 인천공항 슬롯, 항공사의 운항 의지와 운항 가능 횟수 등이었습니다. 항공사 참여를 위해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문제도 당시부터 제기됐습니다. 올해 정부가 인천과 지방공항을 연결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선택한 방식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김해~인천은 환승전용 내항기를 증편하는 반면 제주~인천은 국내선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구분했습니다. 그게 제주에 환승전용 내항기를 도입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14년 전에도 검토했던 방안을 다시 대안으로 제시했다면 당시 현실화를 가로막았던 조건이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지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주 무사증을 결합하면 풀어야 할 문제는 안팎으로 더 늘어납니다. 인천에서 입국절차를 밟지 않은 외국인이 제주행 항공편으로 갈아탄 뒤 제주에서 입국심사를 받고 무사증을 적용받도록 하려면 기존 출입국 체계와의 정합성을 맞춰야 합니다. 실제 제주~인천 환승전용 내항기는 2012년에도 제주도의 건의로 관계부처와 항공사 등이 협의했지만, 당시 국토해양부는 운항 여부와 일정조차 결정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무사증과 환승체계를 결합하는 구상 역시 당시 논의 대상이었습니다. 김봉현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도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사 등과 협의해 제주 적용과 무사증 연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현재 제시된 것은 관계기관 협의와 사업성 검토를 거친 실행안이 아니라, 이제부터 그 가능성을 따져봐야 할 제안입니다. 14년 전에도 관계부처와 항공사가 검토했던 사안을 다시 대안으로 꺼냈다면, “검토하라”는 주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동안 무엇에 막혔고 이번에는 어떻게 풀 것인지까지 제시돼야 정책 대안으로서 무게가 실릴 수 있습니다. ■ 내항기는 환승객, 장려금은 좌석… 같은 처방이 아니다 여기서 운항장려금과 환승전용 내항기의 성격도 갈립니다. 환승전용 내항기는 인천공항의 국제선 승객을 제주로 연결하는 방안입니다. 운항장려금은 항공사가 제주~인천에 좌석을 더 공급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수단입니다. 국적사 A사 관계자는 “내항기로 승객을 연결하는 것과 항공사가 실제 좌석을 더 공급하는 것은 별개의 판단”이라며 “수요를 끌어오는 정책과 항공편을 늘리는 정책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같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환승객을 끌어와도 제주행 좌석이 부족하면 수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반대로 좌석만 늘리고 이용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항공사가 노선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환승전용 내항기와 무사증 연계가 현실화된다면 운항장려금을 대신하는 방안이라기보다 공급 확대 정책과 맞물려 추진할 여지가 있는 셈입니다. 김 위원은 올해 2억 원 지원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10년 만에 재개된 노선의 초기 안착을 위한 한시적 마중물이라는 점에서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내년에 4억 8,000만 원을 추가 투입하기 전에 재정지원 없이 유지될 수 있는 수요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제주도에는 2억 원을 투입한 뒤 결과를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운항 횟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추가 취항 항공사가 생겼는지, 공급좌석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과가 없다면 내년 추가 지원을 다시 따져야 합니다. 도의회가 내놓은 대안도 같은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14년 전에도 검토했던 내항기를 다시 꺼냈다면 당시부터 제기됐던 수익성과 슬롯, 출입국 문제를 이번에는 어떻게 풀 것인지가 뒤따라야 합니다. “승객부터 만들라”는 주문만으로 비행기는 늘지 않습니다. 누가 좌석을 늘리고, 어떤 조건에서 항공사가 움직일 것인지까지 답해야 정책이 됩니다.
2026-08-21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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