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채웠더니 2억이 아깝나… 제주~인천 지원, 정말 ‘졸속’인가
10년 전에는 좌석을 제대로 채우지 못해 사라졌습니다. 이번에는 평균 88.5%가 찼습니다. 당초 석 달만 운항하려던 제주항공은 수요를 확인한 뒤 10월까지 운항기간을 늘렸습니다. 제주자치도가 2억 원 규모의 운항장려금 지원사업을 공고하기 전입니다. 그런데 제주~인천 노선 지원을 놓고 20일 제주도의회에서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행정이 돈을 줘 비행기를 띄울 게 아니라 항공사가 스스로 운항을 늘릴 만큼 승객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재정지원이 장기화하는 구조를 경계하고 출구전략을 요구하는 것은 의회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노선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을 시간 순서와 숫자로 놓고 보면, 승객 없는 노선을 재정으로 연명시키는 상황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승객은 이미 움직였습니다. 따져야 할 것은 2억 원을 썼느냐가 아니라, 이 돈으로 확인된 수요를 실제 증편과 추가 취항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입니다. ■ 50% 안팎에 접었던 노선… 10년 뒤 88.5% 제주~인천 노선은 이미 한 차례 시장에서 퇴장한 전력이 있습니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함께 운항을 시작했지만 김포~제주 노선에 밀려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탑승률은 40~50%대에 머물렀고 적자가 이어졌습니다. 항공사들이 차례로 운항을 줄이면서 2016년 10월 결국 노선이 끊겼습니다. 10년 만인 지난 5월 12일 제주항공이 다시 주 2회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초반 결과는 과거와 달랐습니다. 6월 말까지 평균 탑승률은 88.5%를 기록했습니다. 첫 달인 5월에도 89% 수준을 보였습니다. 10년 전 노선 중단 당시와 비교하면 30%포인트(p) 이상 차이가 납니다. 물론 이 수치를 곧바로 수익성으로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주 2회라는 제한된 공급에서 나온 탑승률이고, 항공사의 채산성은 운임과 유류비, 공항비용, 기재 운용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운항 횟수가 늘어난 뒤에도 지금의 탑승률을 유지할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더라도 과거와 같은 시장으로 보기 어려워진 것은 분명합니다. ■ 승객 30.6%가 외국인… 김포~제주와도 다른 그림 좌석을 누가 채웠는지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제주항공 집계에서 제주~인천 노선의 외국인 비중은 30.6%였습니다. 같은 기간 김포~제주 노선의 외국인 비중은 10%였습니다. 인천~제주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세 배가량 높았습니다. 중국인과 미국인, 캐나다인 등 다양한 국적의 승객이 이용했습니다. 인천공항이라는 국제선 관문을 제주와 바로 연결했을 때 기존 국내선과 다른 수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외국인은 다시 김포공항으로 이동하지 않고 제주로 내려올 수 있고, 제주도민은 해외 출국을 위해 제주~김포를 이용한 뒤 인천공항까지 육로로 옮겨가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주에서 제3국으로 이동하는 연간 여객 약 35만 명 가운데 17만 명가량이 인천공항 수요로 전환될 경우 연간 2,240억 원의 경제적 부가가치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17만 명과 2,240억 원은 아직 현실화한 실적이 아니라 공사의 전망치입니다. 실제 운항 이후 외국인 비중이 30%를 넘어선 결과는 이 노선을 기존 수도권 국내선과 같은 잣대로만 보기 어려운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 지원 공고보다 먼저… 항공사가 운항부터 늘렸다 이번 논란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시점입니다. 제주항공은 당초 5월 12일부터 8월 7일까지 약 석 달 동안 운항하며 시장 반응을 확인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초기 탑승률이 89%에 이르는 등 수요가 확인되자 운항기간을 10월 24일까지 늘리기로 하고 국토교통부에 사업계획 변경을 신청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6월 26일 연장 운항을 인가하고 이를 공식화했습니다. 제주도가 2억 원 규모의 제주~인천 운항장려금 지원사업을 공고한 것은 8월 11일입니다. 운항 재개와 높은 탑승률 확인, 항공사의 연장 신청, 국토부 인가가 먼저 이뤄졌습니다. 제주도의 2억 원 장려금 지원사업은 그 뒤에 나왔습니다. 따라서 현재 제주항공의 연장 운항을 두고 제주도가 돈을 줘 비행기를 계속 띄우게 했다고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2억 원의 지원 필요성과 효과를 따지는 것과, 이미 일어난 운항 연장의 원인을 지원금으로 보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 2억은 ‘빈 비행기 손실보전’과도 달라 제주도가 추진하는 사업 성격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편성된 운항장려금은 2억 원입니다. 편당 250만 원 안팎의 지원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지원 대상은 제주~인천 국내 정기여객노선을 운항하는 국내 항공운송사업자입니다. 제주항공 한 곳에 2억 원을 일괄 지급해 적자를 메워주는 방식은 아닙니다. 제주도는 현재 주 2회에 머문 공급을 안정시키고 다른 항공사의 취항까지 유도한다는 방침입니다. 여기에 운항계획의 80% 이상을 이행해야 지원받을 수 있는 조건도 붙였습니다. 결국 정책의 성패는 지원금 지급 자체가 아니라 이 돈이 실제 좌석 공급 증가로 이어지는지에서 갈립니다. ■ 인천공항도 비용 낮춰… 왜 제주만 손 떼야 하나 공공부문이 노선 안착을 지원하는 것도 제주도만의 선택은 아닙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말까지 인천공항 출발 국내선 여객의 공항이용료를 50% 감면하고 있습니다. 항공사가 부담하는 착륙료와 체크인카운터 사용료, 스마트체크인 서비스 사용료도 면제하고 있습니다. 인천~제주 노선 재개 자체도 인천공항에 집중된 외국인 관광객을 지방으로 연결하려는 정부 관광정책과 맞물려 추진됐습니다. 정부가 길을 다시 열고 인천공항이 운항비용을 낮추는 상황에서 제주도만 항공사에 시장 위험을 모두 맡기는 것이 반드시 더 나은 정책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특히 낮은 탑승률과 적자로 한 차례 끊겼던 노선이라면 초기 시장이 자리 잡을 때까지 일정한 유인을 제공하는 정책적 판단도 가능합니다. 문제는 지원 여부가 아니라 지원 효과입니다. ■ “승객부터 만들어라”… 이미 나온 88.5%는 20일 김봉현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행정이 돈을 줘서 비행기를 띄울 게 아니라 항공사가 스스로 운항을 늘릴 만큼 승객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2억 원은 10년 만에 재개된 노선의 초기 안착을 위한 한시적 마중물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추가 재정투입에 앞서 지원 없이도 유지될 수 있는 수요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재정지원에 종료 시점과 기준이 따라야 한다는 문제 제기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승객을 만들어야 한다”는 진단에는 이미 나타난 시장 반응도 함께 놓아야 합니다. 88.5%의 탑승률과 30.6%의 외국인 비중이 확인됐습니다. 항공사는 이 성과가 나온 뒤 예정된 시험운항 종료를 기다리지 않고 10월까지 운항기간을 늘렸습니다. 지금은 승객이 없는 노선에 지방비를 투입해 수요부터 만들어야 하는 단계라기보다, 이미 확인된 수요를 증편과 추가 취항으로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는지를 시험할 시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 내항기·무사증도 필요… 장려금과 양자택일할 일인가 도의회가 제안한 인천공항 환승 내항기와 제주 무사증 연계 방안은 별도로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외국인이 입국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주행 내항기로 갈아탄 뒤 제주에서 입국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제주 무사증 제도와 연결하자는 구상입니다. 인천~부산·대구 구간에서는 국제선 환승객을 위한 내항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만 제주에 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무사증 제도까지 연계하려면 출입국 절차와 제도 변경이 필요한 만큼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등의 검토가 선행돼야 합니다. 현재 단계에서 도입 가능성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환승수요 확대와 운항장려금을 서로 대체할 정책으로 볼 이유도 없습니다. 환승객을 제주로 끌어들이는 것은 수요를 만드는 일이고, 운항장려금은 이를 받아낼 항공편을 늘리는 수단입니다. 환승수요를 만들어도 제주~인천 좌석이 부족하면 받을 수 없습니다. 반대로 운항편만 늘리고 승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과거의 적자 구조가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이 두 축을 함께 설계해야 노선 안착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 2억이 아까운지는 ‘지금’보다 ‘결과’로 물어야 제주도에도 숙제가 남습니다. 올해 2억 원을 노선 안착을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면 돈을 투입한 뒤 무엇이 달라졌는지 결과로 보여줘야 합니다. 주 2회가 몇 회로 늘었는지, 제주항공 외 다른 항공사가 들어왔는지, 외국인과 환승객은 얼마나 증가했는지가 평가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지원 종료 기준도 필요합니다. 운항 횟수와 이용객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장려금을 줄일 것인지, 어느 시점에 재정지원을 끝낼 것인지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마중물’은 반복 지원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추가 지원 역시 그 성과를 확인한 뒤 판단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다고 올해 2억 원을 두고 지금부터 ‘졸속’이라고 결론 내리기에는 이미 확인된 시장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10년 전에는 탑승률 50% 안팎과 적자로 노선이 끊겼습니다. 이번에는 평균 탑승률이 88.5%까지 올라왔고 외국인 비중도 30%를 넘었습니다. 항공사는 2억 원 장려금 공고보다 먼저 운항기간을 연장했고, 국토교통부는 6월 26일 이를 공식 인가했습니다. 국적사 한 관계자는 “항공사나 정책을 미리 몰아붙일 게 아니라 이제는 실제 성과를 봐야 할 단계”라며 “2억 원이 아까운지는 지원했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할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 돈을 넣고도 주 2회가 그대로이고 다른 항공사도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때 지원 효과를 제대로 따져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26-08-20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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