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K도시를 꿈꾸는 동안, 우리는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나… 그 ‘머묾’이 빛나는 이유
부산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항만과 공단의 도시였던 부산이 이제 ‘해양 K문화도시’를 선언합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주도하는 ‘가자! 문화관광수도 부산’ 구상은 지역의 슬로건을 넘어 도시의 구조를 새로 짜겠다는 선언으로 읽힙니다. 한 세대 동안 산업으로 성장해온 부산이 이제는 사람의 시간, 문화의 기억으로 도시의 방향을 옮기고 있습니다. 이 선택은 단지 부산만의 변화가 아니라, 지금 관광의 미래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제주는 물론 전국 도시들에게 새로운 질문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 시민, 먼저 ‘도시의 언어’를 바꿨다 9일 정연욱 의원실이 부산 시민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은데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60.8%)이 ‘10년 뒤 바람직한 부산의 모습’으로 ‘세계인이 찾는 해양 K관광·문화도시’를 꼽았습니다. ‘산업·물류 중심 도시’ 응답은 19.6%에 불과했습니다. 또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문화·관광 도시로의 전환’을 택한 시민은 63.1%, 문화·관광 중심도시 추진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88.3%였습니다. 결과가 지향하는 바는 명확했습니다. 부산 시민은 이미 ‘성장의 도시’가 아니라 ‘머무는 도시’를 택했습니다. 정 의원은 “부산의 힘은 시설이 아니라, 그곳을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에서 나온다”며 “한때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문화와 기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속도를 좇던 도시가 사람의 시간을 존중하기 시작할 때, 진짜 경쟁력이 만들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 “오는 도시에서 머무는 도시로” 이러한 흐름은 10일 열릴 정책토론회 ‘가자! 문화관광수도 부산’에서 구체화됩니다. 정연욱 의원이 주최하고 박형준 부산시장이 참석하는 자리는 청년 창작자, 지역 상인, 예술인, 관광업 종사자 등 현장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시민들도 함께합니다. 박 시장은 관광·교육 연계, 상권 활성화, K콘텐츠 산업 결합, 해안·시장·수변 공간을 잇는 관광 동선 정비, 교통·숙박 편의 개선, 재방문 기반 데이터 정책 등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관광은 교통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의 문제”라는 그 인식은 이미 부산 정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길이 아니라 이유, 시설이 아니라 기억. 부산은 그러한 ‘머묾의 이유’를 설계하려 합니다. ■ 산업의 부산이 문화를 택한 이유 이런 변화는 ‘도시 미화’가 아닙니다. 부산은 산업 중심 성장의 속도가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했습니다. 이제 도시는 생산의 현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머물면서 삶을 느끼는 구조로 재편되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경제의 수치보다 경험의 시간, 시설보다 콘텐츠, ‘얼마나 오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남는가’가 경쟁력의 기준이 됐습니다. 그 변화의 인식은 제주와도 맞물립니다. ■ 제주, 이미 ‘오는 도시’의 한계에 닿았다 제주는 매년 천만 명 이상이 찾지만, 그 발길이 지속 가능성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8일까지 누적 관광객이 1,180만 명을 넘겼지만 소비는 정체되고 체류는 짧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음에도 저가 숙박 경쟁, 짧은 체류, 쇼핑 편중 소비로 인해 매출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오는 도시’의 구조가 만들어낸 피로입니다. 그만큼 부산의 ‘오는 도시에서 머무는 도시로’ 전환은 제주가 이미 겪은 관광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실험으로 읽힙니다. 산업의 부산이 문화를 택했다면, 제주는 자연의 풍경을 ‘삶의 무대’로 다시 써야 합니다. ■ 도시의 경쟁력은 속도가 아니라 ‘시간’ 부산이 택한 건 ‘느림’이 아니라 ‘지속’입니다. 빠른 도시에서 깊은 도시로, 한 번의 방문보다 다시 찾는 도시로 가는 길입니다. 제주는 이미 그 언어를 알고 있습니다. 여행객이 많다는 사실보다, 그들이 얼마나 머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압니다. 다만 그 감각이 아직 산업의 구조나 숫자의 언어로 완전히 옮겨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지역 관광 학계 한 관계자는 “방문객 수보다 머무는 시간의 질이 도시 경쟁력을 결정한다”며 “‘머묾’은 단순히 ‘체류’가 아니라, 지역과 여행자가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며 “부산이 산업의 도시에서 문화를 꺼냈다면, 제주는 문화를 일상으로 스며들게 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습니다. 머무는 이유가 있는 도시, 그게 진짜 경쟁력이라는 말입니다. ■ 부산의 선언, 그리고 제주의 질문 ‘K도시 부산’은 산업의 시대가 끝난 뒤, 도시가 무엇으로 살아남을 것인가를 묻는 실험입니다. 부산이 ‘머묾의 도시’를 설계하는 지금, 제주는 ‘다시 찾는 도시’의 이유를 써야 합니다. 두 도시는 각자의 길 위에서 내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경쟁력은 속도가 아니라, 시간이 쌓아 올린 신뢰와 기억의 깊이에서 갈립니다. 10일 부산 광안신협 신사옥에서 열릴 토론회에서는 박형준 시장과 정연욱 의원이 시민, 예술인, 청년들과 함께 ‘머묾으로 성장하는 도시’의 모델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정 의원은 “관광과 교육의 연계, 지역 상권 활성화, K콘텐츠 산업 연계 구조 등 다양한 경제 활성화 방안을 다룰 것”이라며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2025-11-09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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