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미제 14만 건 쌓였는데… 해킹에 검찰 보완수사까지 “산 넘어 산”
경찰이 올해 들어 8개월 동안 새로 관리미제로 등록한 사건이 13만 9,271건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22만 건에 이어 올해도 20만 건 안팎에 이를 추세입니다. 여기에 검찰청 폐지와 함께 또 다른 사건 부담이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지난달 말 검찰청에 남아 있던 미제사건은 역대 최대인 18만 6,307건입니다. 이 가운데 99.9%가 경찰과 특별사법경찰 등이 수사해 검찰에 넘긴 송치사건입니다. 기존 사건에 적용된 90일 경과기간이 끝나는 오는 12월 31일부터 추가 수사가 필요한 송치사건은 경찰 등 원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합니다. 검찰 미제 18만여 건이 모두 경찰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남은 기간 공소청에서 처분되는 사건도 있고 추가 수사가 필요하지 않은 사건도 있습니다. 관건은 얼마나 남느냐입니다. 해마다 20만 건 안팎의 신규 관리미제가 발생하는 경찰이 기존 사건과 새 사건을 처리하면서 공소청의 보완수사 요구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경찰 새 미제 하루 573건꼴… 올해도 20만 건 안팎 7일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새로 등록된 관리미제 사건은 13만 9,271건으로 파악됐습니다. 8개월 243일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약 573건입니다. 관리미제는 경찰이 수사를 진행했지만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거나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사건을 마무리하지 못해 별도로 관리하는 사건입니다. 신규 등록은 2021년 16만 7,449건에서 2022년 21만 4,882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도 22만 525건에 달했습니다. 올해 1~8월 월평균 약 1만 7,409건입니다.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약 20만 8,900건입니다. 수사가 재개된 관리미제는 2021년 2,340건, 2023년 4,136건, 지난해 5,695건이었습니다. 장기 미제도 상당합니다. 올해 6월 기준 경찰이 관리하는 미제사건은 480만 6,058건으로, 이 가운데 10년 이상 지난 사건이 303만 6,447건, 63.2%를 차지했습니다. 10건 중 6건은 장기 미제인 셈입니다. ■ 검찰도 18만 6,307건 남겨… 한 달 새 2만 1,485건 증가 검찰 미제사건은 폐지를 앞두고 빠르게 늘었습니다. 공소청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전국 검찰청에 남아 있던 미제사건은 18만 6,307건입니다. 6월 말 14만 513건에서 7월 말 16만 5,020건으로 늘었고 8월 말 16만 4,822건을 거쳐 9월 말 18만 6,307건까지 증가했습니다. 석 달 사이 4만 5,794건 늘었습니다. 9월 한 달 증가분만 2만 1,485건으로, 한 달 전보다 13.0% 증가했습니다. 공소청 측은 합동수사본부와 특검 파견에 따른 인력 부족과 중수청 출범을 앞둔 사직·휴직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처분할 수 있는 사건에 업무가 집중되면서 미제 적체가 커졌다는 내부 분석도 나왔습니다. ■ 미제 99.9%가 송치사건… 12월 말부터 보완수사 요구 검찰 미제사건의 대부분은 경찰과 특별사법경찰 등이 이미 한 차례 수사한 사건입니다. 검사가 직접 수사를 시작한 인지사건은 전체의 약 0.1%이고 나머지 99.9%가 송치사건입니다. 지난 2일 공소청 출범과 함께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직접 보완수사권은 없어졌습니다. 기존 사건은 최장 90일의 경과기간 동안 종전 방식으로 수사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기한은 오는 12월 30일까지입니다. 이튿날부터 공소청 검사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송치사건은 직접 보완할 수 없습니다. 경찰이나 특별사법경찰 등 원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합니다. 물론 18만 6,307건 전체가 다시 경찰로 넘어가는 구조는 아닙니다. 공소청이 경과기간 안에 처분하는 사건을 제외하고 남은 사건 가운데 추가 수사가 필요한 경우에 보완수사 요구가 이뤄집니다. 경찰 등으로 돌아갈 사건 규모는 남은 기간 공소청의 미제사건 처리 규모에 따라 달라집니다. ■ 기존 미제에 해킹까지… 전담수사팀 28명 투입 새 사건도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은행 등 금융기관을 겨냥한 해킹 사건에는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를 중심으로 4개 팀, 28명의 전담수사팀이 투입됐습니다. 해킹 사건은 서버와 IP, 침입 경로를 추적하고 해외 인프라가 이용됐을 경우 국제공조까지 필요합니다. 피의자 특정과 증거 확보까지 상당한 수사력이 장기간 투입될 수 있습니다. 중수청 출범으로 사이버범죄 일부가 중수청 수사 대상에도 포함되면서 사건 배당과 이첩 기준을 정리하는 작업도 남았습니다. 대형 사건에 수사력이 집중될 경우 기존 사건을 맡고 있는 일선 수사팀의 부담도 커질 수 있습니다. ■ 경기남부 2만 9,523건, 세종의 29배 관리미제 규모는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올해 1~8월 경기남부경찰청의 신규 관리미제는 2만 9,523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서울경찰청 2만 3,621건, 부산경찰청 1만 600건이 뒤를 이었습니다. 세종경찰청은 1,006건으로 가장 적었습니다. 경기남부와 약 29배 차이입니다. 사건 발생 규모가 다른 데다 새로 출범한 중수청의 지역별 인력 상황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 제주엔 중수청 없어… 광주가 제주 중대범죄까지 제주에는 별도의 지방중수청이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일 제주지검이 제주지방공소청으로 전환되면서 직접수사를 담당했던 수사과가 폐지됐습니다. 제주공소청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정원도 기존 제주지검보다 약 20% 줄어들 예정입니다. 제주에서 발생하는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법왜곡 등 중수청 소관 7대 중대범죄는 광주지방중수청이 담당합니다. 광주중수청은 광주·전북과 제주까지 관할하지만 정원 240명 가운데 현원 140명으로 출범했습니다. 충원율은 58.3%로 전국 지방중수청 가운데 가장 낮았습니다. 임은정 광주중수청장은 6일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범해 당장 정상적인 가동이 어렵다는 취지로 밝혔습니다. 제주·전북 등 원거리 사건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 출장조사를 통해 수사기관이 직접 이동하는 방안도 언급했습니다. 수사 현장에서는 연말 이후 보완수사 요구가 늘어날 경우 민생사건 처리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 현직 법조계 관계자는 “문제는 사건이 어느 기관으로 넘어가느냐보다 이를 처리할 수사 인력이 함께 따라갈지가 의문”이라며 “경찰은 이미 상당한 규모의 미제사건을 안고 있는데 공소청의 보완수사 요구까지 늘어나면 일선 수사관 한 명이 맡아야 할 사건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오래된 미제사건의 재수사나 당장 처리해야 할 민생사건이 밀릴 수 있는데, 이를 감당할 인력 대책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게 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2026-10-07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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