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한국 개미 향해 ‘도박’까지 꺼낸 외신
AI 반도체 열풍을 타고 급등락을 거듭한 한국 증시에 해외 유력 경제지가 거친 경고를 던졌습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 증시를 분석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개인투자자의 공격적인 레버리지 투자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습니다. 한국 개인투자자들을 ‘충동적 도박꾼(impulsive gamblers)’에 빗댄 뒤, 금융당국이 뒤늦게 후회하더라도 이미 카지노에 들어간 투자자들을 밖으로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국내 금융당국도 투자 문턱을 높였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 원에서 현금 3,000만 원으로 올리고 시행 시기까지 앞당겼습니다. 시장이 빠르게 커진 뒤 신규 상장을 막은 데 이어 개인투자자의 추가 진입까지 제한하고 나서는 모습입니다. ■ 반도체 실적은 호평… 투자 방식에는 경고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증시 강세를 이끈 배경으로 AI 산업 확대를 꼽았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주도하면서 국내외 투자 자금이 몰렸고, 두 기업의 실적도 투자 수요를 뒷받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문제 삼은 대목은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이 아니라 이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였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특정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합니다. 주가가 오르면 수익이 커지지만 하락할 때는 손실도 같은 배율로 불어납니다. 운용사는 정해진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기초자산을 사고팝니다. 상승할 때 추가 매수하고 하락할 때 매도하는 거래가 반복되면서, 상품 규모가 커질수록 해당 종목의 가격 변동을 증폭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 “이미 깊이 빠져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레버리지 ETF에 약 100억 달러, 우리 돈 약 14조 6,000억 원을 투자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한국 투자자들이 이미 이른바 ‘매력적인 신상품’에 깊이 빠져들었다며, 금융당국이 이제 와 후회하더라도 이들을 카지노 밖으로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에 ‘충동적 도박꾼’이라는 표현도 동원했습니다. 짧은 기간에 배수 수익을 노리는 거래가 확산되고, 고위험 상품을 둘러싼 투기적 매매가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금융당국도 뒤늦게 투자 문턱 높여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상품 도입 과정을 되돌아보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관련해 제도 도입을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후회한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ETN 투자에 필요한 기본예탁금을 현금 3,000만 원으로 상향합니다. 기존에는 주식과 ETF, 채권 등 대용증권도 예탁금으로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현금만 인정됩니다. 계좌에 3,000만 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도 현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신규 투자나 추가 매수를 할 수 없습니다. 기존 투자자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됩니다. 보유 물량을 매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추가로 사려면 현금 3,000만 원을 갖춰야 합니다. 당초 다음 달 시행하려던 일정도 시장 안정을 이유로 이달 말로 앞당겼습니다.
2026-07-2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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