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객은 왜 줄었나… 사건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 흐름
제주 여행을 취소했다는 사람이 나왔습니다. 외진 곳을 찾기가 꺼려진다는 여행객도 있습니다.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생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고, 장 씨는 석 달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다른 실종 사건 처리에서도 문제가 드러나면서 경찰의 관리·감독 체계까지 수사와 감찰 대상에 올랐습니다. 경찰이 제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데서 시작된 사건입니다. 불안이 생긴 배경도 가볍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파장은 경찰 조직을 넘어 제주라는 여행지 전체로 번졌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제주 여행이 무섭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여행을 취소했다는 사례도 나왔습니다. 인신매매와 장기밀매, 범죄조직 개입 등 현재까지 수사로 확인되지 않은 주장까지 함께 퍼졌습니다. 일부 뉴스 콘텐츠의 대표 화면에는 이런 미확인 범죄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사건을 파헤치는 것과 제주 전체를 위험한 여행지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은 어디에서 갈리는지, 관광시장에는 어느 정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지 짚어볼 시점입니다. 마침 8월 한 달 관광객 잠정치가 나왔습니다. ■ 8월 내국인 -2.5%… 앞선 석 달보다 감소폭 줄어 1일 제주도관광협회 집계 결과 지난달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34만 1,373명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8월 134만 2,504명보다 1,131명, 0.1% 감소했습니다. 내국인은 107만 2,403명으로 2.5% 줄었고 외국인은 26만 8,970명으로 10.9% 증가했습니다. 내국인 관광객 감소는 8월에 시작된 현상이 아닙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5월 7.1%, 6월 10.2%, 7월 5.2% 줄었고 8월 감소율은 2.5%였습니다. ‘5월 -7.1% → 6월 -10.2% → 7월 -5.2% → 8월 –2.5%.’ 실종 사건과 경찰의 허위 종결 파문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8월 하순을 포함한 월간 집계에서 내국인 감소폭은 앞선 석 달보다 작았습니다.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관광객은 933만 5,08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했습니다. 내국인은 1.6%, 외국인은 14.6% 늘었습니다. 사건을 접한 뒤 여행을 취소한 사례가 나온 것과 별개로, 5월부터 이어진 관광객 감소를 이번 사건의 결과로만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 관광객 증감, 사건 하나로 움직이나 반대쪽으로 성급하게 결론 내릴 이유도 없습니다. 8월 내국인 감소폭이 줄었다고 이번 사건이 여행 심리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내국인 관광객은 24일을 제외하면 지난해 같은 날보다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일부 숙박업체에서는 사건에 대한 불안을 이유로 예약을 취소하거나 숙소를 변경한 사례도 나왔습니다. 관광객 증감에는 여러 조건이 함께 작용합니다. 제주는 항공편과 공급 좌석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여행 수요가 있어도 좌석 공급이 받쳐주지 않으면 입도객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성수기와 비수기, 연휴와 요일 배열, 항공운임, 국내외 여행 수요도 변수입니다. 하루 단위 입도객 비교 역시 이런 조건에 따라 편차가 커질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여행 수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항공편과 공급 좌석, 항공·숙박 예약과 취소율, 9월 이후 입도객 추이를 함께 놓고 봐야 합니다. 8월 감소폭이 줄었다는 이유로 사건의 영향을 지우는 것도, 몇몇 취소 사례만으로 제주 관광 전체가 흔들렸다고 단정하는 것도 이릅니다. ■ 여행 취소 인터뷰 뒤에 붙은 ‘5·6·7월 감소’ 최근 일부 기사에서는 이번 사건을 접한 뒤 부모의 제주 여행을 취소했다는 시민의 말을 전했습니다. 한적한 제주를 즐겨 찾았지만 당분간 외진 곳을 다니기 망설여진다는 여행객의 반응도 소개했습니다. 그 뒤에는 제주 관광객이 5월 7.1%, 6월 10.2% 감소했고 7월 내국인 관광객도 줄었다는 통계가 이어졌습니다. 여행 취소 사례도 확인됐고 관광객 감소율도 공식 통계에 잡혀 있습니다. 하지만 시점을 맞춰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5월과 6월, 7월의 감소는 실종 사건과 경찰의 허위 종결 파문이 전국적인 논란으로 번지기 전에 나타났습니다. 8월 잠정치에서는 내국인 감소폭이 2.5%까지 좁혀졌습니다. 각각 맞는 사실을 나란히 놓았다고 그 사이의 인과관계까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두 현상을 하나로 연결하려면 예약 취소가 평소보다 얼마나 늘었는지, 항공과 숙박 수요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공급 좌석에는 변화가 없었는지까지 따라가야 합니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5월 이후 관광객 감소세를 이번 사건과 연결하기 어렵습니다. ■ 본문에는 없던 범죄, 대표 화면에는 등장 온라인에서는 이번 사건을 인신매매와 장기밀매, 범죄조직 개입 등과 연결하는 주장까지 퍼졌습니다. 현재까지 경찰 수사에서 최근 실종 사건과 이 같은 범죄의 연관성이 확인됐다는 발표는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제주 여행 불안을 다룬 일부 뉴스 콘텐츠의 썸네일에는 ‘인신매매’라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해당 내용과 이번 사건의 연관성을 확인한 취재 내용은 본문에 없었습니다. 온라인에 어떤 주장이 퍼지고 있는지 소개하는 것과 수사로 확인되지 않은 범죄명을 대표 화면에 내거는 것은 무게가 다릅니다. 썸네일만 접한 이용자에게는 취재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인지, 인터넷에 떠도는 주장인지 구분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검증하는 대신 가장 자극적인 단어를 앞세우는 순간, 괴담은 뉴스의 외피를 입습니다. ■ “없는 말까지 얹어 조회수”… 현장이 보는 경쟁 관광업계가 민감하게 보는 지점도 여기에 있습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확인되지 않은 추측과 정보가 확산하면서 제주 전체가 위험지역으로 인식되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명백한 허위·조작 정보가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유통돼 관광 신뢰와 지역경제에 피해를 줄 경우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내놨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더 직접적이었습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사건을 제대로 파헤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확인되지도 않은 말을 붙이고 더 자극적인 제목이나 화면으로 조회수를 끌려고 하면 결국 그 피해는 숙박업이나 음식점, 관광업 종사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안전 문제가 있다면 고치라고 계속 지적하는 건 맞다. 그걸 피할 생각은 없다”면서 “확인된 사건과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는 구분해줬으면 한다. 제주 전체가 위험하다는 식으로 번지고 나면 현장에서는 예약 취소로 바로 체감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A 특급호텔 관계자는 “있는 위험을 외면하면서 안전하다고 홍보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도 “반대로 없는 범죄까지 붙여 제주가 위험하다고 하는 것도 매도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 달아오를 때 몰리고, 식으면 떠나는 현장 경찰의 허위 종결과 부실한 실종 수사, 작동하지 않은 관리·감독 체계는 끝까지 파고들어야 할 사안입니다. 문제는 사건이 주목받기 시작하면 비슷한 사례와 자극적인 온라인 반응, 확인되지 않은 의혹까지 한꺼번에 끌어와 불안을 키우는 방식입니다. 여행 취소 인터뷰에 사건 이전부터 이어진 관광객 감소 통계를 붙이고, 본문에서 확인하지 못한 범죄명까지 대표 화면에 얹으면 각각의 내용은 맞더라도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관심이 높을 때 시선이 몰리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묻혀 있던 문제를 끄집어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열기가 가라앉은 뒤 허위 종결은 왜 가능했는지, 상급자의 결재와 점검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다른 실종 사건은 제대로 처리됐는지에 대한 추적까지 끊긴다면 본질은 남지 않습니다. 사건을 세게 다루는 것과 사건을 세게 보이게 만드는 건 같은 일이 아닙니다. ■ 안전 문제는 현장에서 고쳐야 관광업계에도 책임은 남습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관광사업체 종사자들이 현장의 위험 요소와 이상 징후를 살피고, 도움이 필요한 관광객을 경찰과 소방 등 관계기관에 신속히 연결하도록 협력체계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제주도는 CCTV 영상 보존기간을 현행 30일에서 60일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경찰·소방·해경 등이 참여하는 실종·위기사건 대응체계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업계가 과장된 불안을 경계하는 것과 별개로, 사건에서 드러난 안전망의 허점은 현장에서 메워져야 합니다. 여행객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뒤따라야 할 대목입니다. ■ 경찰 책임 추궁한 한동훈도 ‘제주 위험론’엔 선 정치권에서도 사건의 책임과 제주 전체의 위험도를 구분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 대응을 강하게 문제 삼아왔습니다. 장 씨 실종 당시 주변 방범·교통 CCTV 118대의 영상이 보존기간 경과로 삭제됐고, 경찰의 공식 영상 열람 요청이 최초 신고 96일 뒤에야 이뤄진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최초 신고 당시에는 영상이 남아 있었지만 경찰이 제때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한 의원도 지난달 26일 최근 사건은 철저하게 수사해 책임을 묻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면서 “제주가 특별히 범죄가 많다거나 위험하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제주의 인구 대비 범죄율이 높게 나타나는 데 대해서도 관광객과 장·단기 체류자가 많은 지역 특성상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산출한 통계를 여행 위험도로 곧바로 해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경찰 책임을 묻는 것과 제주 전체를 위험한 지역으로 규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 다음 확인 지점은 9월 사건 이후 여행을 취소한 사례가 나왔고 내국인 입도객이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한 날도 있었습니다. 이런 양상이 9월까지 이어지고 항공과 숙박 예약 취소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면 사건이 제주 관광시장에 미친 영향도 한층 구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항공편과 공급 좌석, 운임, 계절적 수요 등 다른 변수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경찰의 허위 종결과 관리·감독 실패는 수사와 감찰을 통해 계속 밝혀져야 합니다. 여행객의 불안 역시 가볍게 취급할 사안이 아닙니다. 그 불안이 여행 수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이제부터 확인할 영역입니다.
2026-09-01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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