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제주의 성장 공식] ② 600만 명 넘었다… 그런데 왜 예전 같지 않을까
600만 명. 이제 곧 마무리될 올 상반기 제주 관광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수치입니다. 14일 제주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닐(13일)까지 제주를 찾은 누적 관광객은 614만 5,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증가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제주 관광은 회복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현장 체감은 달랐습니다. 상권은 어렵다고, 소비는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관광객 증가 소식과 지역경제 분위기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격이 존재합니다. 최근 제주 관광이 마주한 고민도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 늘어나는 관광객, 체 감 '제자리' 조금 더 긴 시간축으로 보면 다른 장면이 보입니다. 제주 관광객 수는 최근 4년 연속 1,300만 명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2022년 1,388만 명, 2023년 1,337만 명, 2024년 1,377만 명, 2025년 1,384만 명입니다. 종전 최고 기록인 2016년 1,585만 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200만 명 안팎 적은 수준입니다. 관광객의 발길은 이어지고 있지만 더 늘지는 않고 있습니다. 제주 관광은 지금 성장과 정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구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 누계는 증가... 최근 흐름은 달라 올해 누적 통계는 분명 증가세를 보여줍니다. 최근 흐름은 다릅니다. 6월 들어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줄었습니다. 내국인 관광객 감소 폭은 14.7%에 달한 반면, 외국인 관광객은 18.6% 증가했습니다. 외국인이 전체 관광객 수를 떠받치고 있지만 내국인 시장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같은 통계 안에 회복과 위축이 동시에 존재하는 셈입니다. ■ 관광객 수보다 먼저 달라진 소비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실물경제 동향은 관광시장 변화가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난 4월 제주지역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은 전달보다 둔화됐습니다. 도민 소비는 감소세를 이어갔고 관광객의 씀씀이 증가폭도 줄었습니다. 대형마트 판매 역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사람은 오고 있지만 돈이 돌던 속도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관광객 증가가 소비로 이어지고, 지역경제 회복을 이끌던 익숙한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말입니다. 한국은행은 유류할증료 인상과 항공료 부담, 공급석 감소 등이 관광경기 여건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제주공항 도착 공급석은 4월 6.8%, 5월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여행은 간다… 소비 더 따져 최근 여행객들은 목적지보다 비용을 먼저 살핍니다. 항공권을 확인하고 숙박비를 비교합니다. 렌터카와 식비까지 계산합니다. 여행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 과정에서 지출을 더 꼼꼼히 따집니다. 같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아도 소비 규모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관광객 수와 지역 상권 체감경기가 예전처럼 함께 움직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소비심리는 낮아지고 물가 올라 시장 분위기는 소비심리에서도 확인됩니다. 지난 4월 제주 소비자심리지수는 94.5를 기록하며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물가는 올랐습니다. 5월 제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를 기록하며 2023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어섰습니다.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20.5%에 달했습니다. 개인서비스 물가도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관광객에게는 항공료 부담으로, 도민에게는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소비는 신중해지고 생활비 부담은 커지고 있습니대. 가계와 시장 모두 부담을 느끼는 환경입니다. ■ 관광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시대 과거 제주 관광은 방문객이 늘면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면 지역경제도 살아나는 구조에 기대 성장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같은 관광객이 찾아도 지역 상권이 체감하는 온도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체류 방식이 달라졌고, 지출은 더 신중해졌습니다. 관광객 유치 자체보다 제주 안에서 소비가 이뤄지고 지역으로 순환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614만 명이 찾은 올해 제주 관광은 회복과 정체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주 관광이 마주한 과제도 사람을 더 불러들이는 데서, 찾아온 사람들의 소비가 지역 안에 남게 하는 데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2026-06-14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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