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를 감사히 먹을 거예요”… 모종 심던 아이들, 넉 달 뒤 농부의 마음을 배웠다
“열매가 맺히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지난 4월 모종을 조심스럽게 쥐던 아이들이 넉 달 뒤 직접 키운 참외와 가지, 무, 고추를 수확했습니다. 그 사이 달라진 것은 작물의 크기만이 아니었습니다.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생명을 돌본 아이들은 농업인의 수고를 알게 됐고, 식탁에 오르는 채소를 대하는 마음도 달라졌습니다. 농협 제주본부는 21일 제주북초등학교에서 제주형 스쿨팜 시범사업을 마무리하고, 학생들이 지난 4월부터 정성껏 키운 참외와 가지, 무, 고추 등을 함께 수확했다고 밝혔습니다. 넉 달 전 작은 모종을 심었던 아이들은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하루하루 달라지는 작물을 지켜봤습니다. 교실에서 접했던 농업은 학교 텃밭에서 손끝으로 익히는 경험이 됐고, 먹거리와 더불어 농업인의 수고를 바라보는 마음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 흙을 만지며 알게 된 '기다림의 시간' 학생들은 씨앗과 모종을 심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물을 주고 잡초를 제거하며 작물의 생육 과정을 꾸준히 관찰했고, 변화하는 모습을 기록했습니다. 친구들과 역할을 나누고, 함께 텃밭을 관리하면서 협력의 의미도 자연스럽게 익혔습니다. 탐구와 체험 중심의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제주북초는 스쿨팜을 교실 밖 탐구 수업으로 활용했습니다. 식물이 왜 빨리 자라지 않는지, 물은 얼마나 필요한지, 날씨가 생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학생들이 직접 관찰하고 토론하며 답을 찾아갔습니다. 정답을 외우는 대신 변화를 기다리는 시간이 수업이 됐습니다. ■ "식물이 다칠까 손이 떨렸어요" 넉 달 동안 작물을 돌보면서, 아이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졌습니다. 제주북초 5학년 3반 나유주 학생은 “처음 모종을 심을 때는 식물이 다칠까 손이 떨리고 심장도 빠르게 뛰었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새순이 돋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잡초를 뽑느라 손가락 사이에 흙이 가득 묻었을 때는 “나도 정말 농부가 되어가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텃밭을 가꾸며 배운 책임감 속에 소중한 생명을 지켜나갈 답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열매가 맺히는 과정이 신기했다”, “농업인의 정성과 노력을 알게 됐다”, “친구들과 협력하는 즐거움을 배웠다”며 “앞으로 채소를 감사한 마음으로 먹겠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직접 심고 돌본 넉 달의 경험이 식탁에 오른 채소와 농업인의 노동을 바라보는 태도까지 바꾼 셈입니다. ■ 학교 텃밭에서 시작된 제주형 농업교육 이번 사업은 제주농협이 추진하는 농심천심(農心天心) 운동의 하나로 마련됐습니다. 제주 원도심 학교와 지역 기관이 함께 참여해 농업과 교육을 연결하는 제주형 스쿨팜 모델을 시범 운영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습니다. 이춘협 제주농협 본부장은 "오늘의 수확은 농작물의 결실인 동시에 학생들의 성장과 배움의 결실"이라며 "미래 세대가 농업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제주농협은 시범사업 운영 과정과 성과를 사례집으로 제작해 교육기관과 유관기관에 공유하고,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형 스쿨팜 모델도 지속적으로 보완·확대할 계획입니다.
2026-07-21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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