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출신 제주도, 나는 가본 적 없지만”… 그 래퍼가 처음 제주에 왔다
“할아버지 출신 제주도, 나는 가본 적 없지만.” 올해 한국에서도 화제가 된 일본 래퍼 PM Kenobi의 노래 ‘할아버지와 아버지(Haraboji & Aboji)’에 등장하는 제주입니다. 정작 노래를 만들 때까지 제주에 한 번도 와보지 못했습니다. 지난 15일 PM Kenobi가 처음 제주 땅을 밟았습니다. 가족의 뿌리가 닿은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바닷가를 걷고, 너븐숭이기념관과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았습니다. 할아버지에게 전해 들었던 고향이 자신의 기억 속 장소로 바뀌기 시작한 순간입니다. 제주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PM Kenobi와 제주 크리에이터 ‘뭐랭하맨’이 함께 제주를 여행하는 ‘Jeju Roots & Beats’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오늘(19일) 밝혔습니다. ■ 한국까지 번진 ‘Haraboji & Aboji’… 랩 속에 있던 제주 PM Kenobi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힙합 아티스트입니다. 한국에서 이름을 알린 계기는 가족 이야기를 담은 자작 랩이었습니다. 일본어 랩 사이로 ‘할아버지’, ‘아버지’, ‘제주도’ 같은 한국어가 등장합니다. 일본에서 살아온 재일코리안 청년이 가족의 역사와 자신의 정체성을 음악 안에 풀어냈습니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PM Kenobi 관련 영상은 SNS에서 누적 800만 회 이상 조회됐습니다.공사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주목한 것도 유명세보다 그가 제주와 맺고 있는 개인적인 연결고리였습니다. 노래에 등장했던 제주를 실제 여행으로 옮기고, 그 과정을 다시 음악과 영상으로 담겠다는 구상입니다. ■ 처음 걸어본 가족의 고향, 조천 신흥리 일정에서 PM Kenobi가 찾은 곳 가운데 하나는 조천읍 신흥리입니다. 가족의 뿌리가 닿아 있는 마을입니다. 신흥리 바닷가를 걸은 뒤 인근 북촌리의 너븐숭이기념관을 방문했습니다. 제주4·3평화공원도 찾아 참배했습니다. 가족에게 전해 들었던 제주와 자신이 직접 마주한 제주 사이에 비어 있던 시간을 채우는 일정이었습니다. PM Kenobi는 “한국과 제주는 늘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 들었던 뿌리와 같은 곳이었다”며 “어릴 적 할아버지께서 들려주셨던 제주의 풍경을 직접 보고 가족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을 걸으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여정을 통해 자신이 어디에서 이어져 왔는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도 했습니다. ■ 제주 청년과 보낸 사흘… 집밥 먹고 축구장으로 PM Kenobi의 제주 일정에는 로컬 크리에이터 ‘뭐랭하맨’이 함께했습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뭐랭하맨과 일본에서 성장한 PM Kenobi가 또래의 시선으로 제주 곳곳을 함께 경험하도록 구성했습니다. 제주 오합주 장인 김태자 어르신의 집에서는 제주 집밥을 맛봤습니다. 동문시장을 둘러봤고, 축구를 좋아하는 PM Kenobi는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SK FC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서귀포 사계해안과 제주시 탑동도 찾았습니다. 가족사와 4·3에만 머물지 않고 지금 제주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음식, 스포츠, 바다까지 일정에 담았습니다. PM Kenobi에게 제주를 ‘조상의 고향’으로만 보여주지 않고 현재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경험하게 한 셈입니다. ■ 관광지 대신 한 사람의 이야기… 일본 MZ 향한 다른 접근 프로젝트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일본 관광시장에 제주를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제주관광공사는 유명 관광지를 차례로 소개하는 익숙한 홍보 방식에서 벗어나 제주에 뿌리를 둔 한 청년의 가족사를 콘텐츠 중심에 놓았습니다. 재일제주인의 역사는 제주와 일본을 연결해온 오랜 흐름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일본에는 제주에서 건너간 이주민과 그 후손들의 삶이 세대를 이어왔습니다. PM Kenobi 역시 음악을 통해 가족의 역사와 재일코리안으로 살아가며 느낀 정체성을 다뤄왔습니다. 이 개인의 이야기를 제주 여행과 결합해 일본 젊은 층과 재일동포 사회까지 접점을 넓혀보겠다는 시도입니다. 관광 콘텐츠의 초점도 ‘제주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보다 ‘왜 이 사람이 제주에 왔는가’에 맞춰졌습니다. 다만 제주4·3과 재일제주인의 역사를 관광 콘텐츠 안에서 다루는 만큼 앞으로 공개될 영상이 해당 역사를 어떤 맥락과 깊이로 담아낼지는 지켜볼 부분입니다. ■ 제주서 찍은 뮤직비디오… 한·일 콘텐츠로 공개 PM Kenobi는 이번 제주 방문 기간 새로운 뮤직비디오 촬영도 진행했습니다. 제주 곳곳에서 촬영한 영상은 앞으로 음악과 함께 공개될 예정입니다. 뭐랭하맨도 두 사람이 함께한 사흘을 유튜브 콘텐츠로 제작합니다. 제주도와 관광공사는 해당 콘텐츠를 롱폼과 숏폼 등으로 다시 제작해 출연진 SNS와 비짓제주 등을 통해 한국과 일본에 순차적으로 선보이기로 했습니다. 한·일 방송사도 제주 일정에 동행해 PM Kenobi를 취재했고, 재일동포 청년의 정체성과 제주와의 연결을 다룬 내용을 향후 각각 방송할 계획입니다.
2026-08-19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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