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父 학대로 학교 자퇴.. 알바 생활하던 자녀에 생긴 변화
나경원 "李 정부 5년 짧다? 재플릭스? 기막혀.. 조기종영해라"
K드라마 효과, 제주로 향한 외국인 발길 늘어
연쇄 테러 협박, 기업·공권력 마비…제주도 예외 아니다
100년 된 '사랑나무'.. 팽나무 연리목 제주 도심 한복판 공원에
윤어게인과 선을 그었다… 한동훈, 첫 집결로 보수의 기준을 다시 세우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처음 선택한 대형 공개 무대는 복귀 선언도, 세력 과시도 아니었습니다. 21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첫 토크콘서트는 지금 보수가 어디까지 와 있고,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지를 드러낸 자리였습니다. 한 전 대표는 ‘윤어게인’, 계엄 옹호, 부정선거 음모론을 향해 우회 없이 선을 그었고, 그메시지는 1,500석 매진과 행사장 밖까지 몰린 수천 명의 인파 앞에서 공개 제시됐습니다. 행사는 팬미팅이 아니라, 보수 내부의 기준선을 다시 설정하려는 정치적 신호로 읽히고 있습니다. ■ 8분 만에 매진된 1,500석… 조직이 아닌 자발적 집결 한 전 대표는 이날 킨텍스에서 첫 토크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입장권 1,500장은 예매 개시 8분 만에 모두 소진됐고, 티켓을 구하지 못한 시민들까지 행사장 로비와 주변에 몰리며 현장은 수천 명 규모로 확장됐습니다. 현장에는 배현진·김예지·박정훈·정성국·안상훈·진종오 의원 등 친한계 현역 의원들이 참석했고, 김종혁 전 최고위원 등 원외 인사들도 지지자들과 만났습니다. 정당 조직의 동원이나 차량 집결은 두드러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개인 네트워크를 통해 형성된 자발적 집결로 해석됩니다. ■ “민주당과 싸우는 나를 공격한다”… 화살은 당 안으로 한 전 대표는 발언 초점을 당 내부로 돌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과 싸우는 저와 싸워 정치적 탈출구를 만들려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진영 내부의 비판은 감내할 수 있지만, 당의 권한을 이용해 특정 인사를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은 처음 본다고도 했습니다.  이는 최근 당무감사위를 중심으로 이어진 ‘당원 게시판 의혹’과 친한계 인사들에 대한 징계 움직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 “잘못 바로잡는 것도 용기”… 윤어게인 정치와의 선 긋기 이날 가장 분명한 메시지는 ‘윤어게인 정치’와의 거리두기였습니다. 한 전 대표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잘못을 바로잡을 줄 아는 것도 용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아스팔트에서 태극기를 들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추종하는 것은 보수가 아니다”라며, 자유로운 시민의 선택과 그 과정에서의 책임을 보수의 핵심 가치로 제시했습니다.  계엄 옹호와 음모론을 끌어안는 당내 흐름과의 노선 구분이 분명해진 대목입니다. ■ ‘들이받는 소’ 발언… 우회 없는 자기 위치 설명 한 전 대표는 검찰 재직 시절 권력 수사 이후 겪은 좌천과 압박을 언급하며, 자신을 “권력에 들이받는 소 같은 공직자”에 비유했습니다.  직접적인 인물 언급 없이도, 최근 당내 논란을 염두에 둔 말로 받아들여집니다. 과잉 투쟁보다 일상을 지켜내는 태도가 결국 힘이 됐다고 설명하며, 정치적 고립을 버텨낸 방식으로 ‘생활’을 강조했습니다. ■ “여러분을 지키겠다”… 지지층 향한 정치적 약속 행사 말미, “1년 전 ‘저를 지키지 말고,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 약속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밝혔습니다. 당권 도전이나 조기 행보를 시사하는 발언은 없었습니다. 대신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비판해 달라고 요청하며, 지지층을 동원 대상이 아니라 판단의 주체로 호명했습니다. 다만 이번 집결이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실제 정치 지형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향후 선택과 책임이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는지에 따라 가늠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5-12-21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술 취한 父 학대로 학교 자퇴.. 알바 생활하던 자녀에 생긴 변화
"술에 취한 아빠가 아무 이유도 없이 집기를 부수고 엄마를 때려요.." 지난 7월 이 같은 내용의 112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는 부친 A 씨가 술에 취해 아내를 폭행하고 집 안을 난장판으로 만든 겁니다. A 씨는 아동학대 전력이 있었습니다. 자녀들은 가정생활의 어려움으로 학교를 자퇴하고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경찰은 '제주보안관시스템(JSS)'에 참여하고 있는 10개 기관과 함께 지원에 나섰습니다. JSS 참여기관들은 피해자 치료비 전액 지원과 트라우마 치료 상담, 만 24세까지 가족 돌봄 지원, 학교밖지원센터 학습 지원, 생필품 지원 등을 실시했습니다. 이러한 도움으로 A 씨는 자신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반성했습니다. "자녀들에게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며 관계 회복 의지를 보인 A 씨는 일상으로 복귀했습니다. JSS는 제주지역 치안 약자의 보호망, 안전망 구축을 위해 운영되는 공동관리 시스템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11월까지 최근 3년간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범죄 유형별 총 278건의 피해 사례에 대한 JSS 실무협의회가 열렸습니다. 사례별로 평균 5~6개 참여기관이 협업해 경제, 의료, 상담 등 871건의 맞춤형 피해자 보호와 지원이 제공됐습니다. 경찰 이외 제주도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다른 기관에서도 19건의 안건을 제출해 지원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JSS 30개 참여기관들은 지난 18일 제주경찰청에서 범죄 피해자 공동 대응 협의체 정기 회의를 열어 주요 보호·지워 사례를 공유하고, 피해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협력을 강화키로 했습니다. 이날 정기 회의에서는 JSS 발대 3년째를 맞아 초심을 되새기기 위한 '핸드프린팅 퍼포먼스'도 진행됐습니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지역사회 안전망을 보다 촘촘하게 구축해 범죄 피해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며 "재발 방지와 피해 회복에도 적극 개입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2025-12-21 제주방송 김재연(Replaykim@jibs.co.kr) 기자

서울을 떠나 제주에 왔다… K콘텐츠가 만든 이동, 정책은 따라왔나
외국인 관광의 지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서울은 여전히 가장 큰 방문지지만, 이제 여행은 서울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관광의 중심이 ‘유명한 곳’에서 ‘이유가 있는 이동’으로 옮겨가면서, 그 변화의 한복판에 제주가 들어왔습니다. 동시에 경북과 경남 등 일부 비수도권 지역으로 외국인 관광의 발길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됩니다. 이러한 흐름 자체는 분명 성과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이같은 변화가 곧바로 정책의 결과인지, 아니면 콘텐츠·국제행사·교통 여건 등 외부 요인이 만든 기회를 각 지역이 받아낸 결과인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됩니다. ■ 제주 방문율 10.5%… ‘관심’이 아니라 ‘실제 이동’이 발생했다 21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외래관광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제주 방문율은 올해 1분기 8.9%, 2분기 9.0%, 3분기 10.5%로 분기마다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수치(9.9%)도 넘어섰습니다. 같은 기간 3분기 서울 방문율은 77.3%로 지난해(78.4%)보다 1.1%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외국인 관광의 중심지라는 위치는 유지했습니다. 제주의 상승 흐름은 3월 공개된 폭싹 속았수다의 방영 시점과 맞물립니다. 한국관광데이터랩 기준 제주 외국인 관광객 증감률은 4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증가로 전환됐고, 7월에는 76.0%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번 변화는 단순히 화제성이나 노출 효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콘텐츠가 실제 항공 이동을 자극하고, 체류와 소비로 이어지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여기까지의 흐름은 성과로 평가해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 경북·경남도 늘었다… 제주만의 성과? 전국적 흐름? 물론 제주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같은 조사에서 경북과 경남의 외국인 관광객 방문율도 지난해보다 올랐습니다. 경북은 경주를 중심으로 국제회의와 대형 행사를 계기로 외국인 방문이 늘었고, 경남 역시 부산을 거점으로 한 관광 수요가 남해안권으로 확장되는 흐름이 확인됐습니다. 관광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외국인 관광이 ‘서울’이라는 단일축에서 벗어나, 콘텐츠와 이벤트를 매개로 지역으로 분산되기 시작한 신호”라는 해석을 내놓습니다. 이 지점에서 제주가 마주한 질문도 더 분명해집니다. 증가세가 제주만의 정책 성과인지, 아니면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의 일부인지를 가려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 관광객 1,341만·외국인 219만… 성과는 인정, 해석은 신중해야 제주자치도는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누적 관광객 1,341만여 명, 외국인 관광객 219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200만 명을 넘은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입니다. 도 당국은 여행주간 운영, 단체관광 인센티브, 개별여행 지원, 각종 마케팅 정책이 관광 반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합니다. 외국인과 내국인 관광이 동시에 회복됐다는 점도 성과로 제시합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다소 해석을 달리합니다. 지역 관광 업계 한 관계자는 “관광객 수가 늘어난 건 분명하지만, 그 증가분이 어떤 지역과 업종으로 흘러갔는지는 잘 체감되지 않는다”며 “그저 보이는 숫자만으로 정책 성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 자화자찬이 앞서면, 다음 판단이 흐려진다 성과를 둘러싼 또 하나의 쟁점은, 그 성과를 너무 빨리 ‘확정’하려는 태도입니다. 관광객 수 반등이 확인되자마자 정책 성과로 연결 짓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현장에서는 “자화자찬이 앞서는 것 아니냐”는 뼈 아픈 지적도 나옵니다. 관광정책을 분석해온 한 현장 전문가는 “성과를 빠르게 선언할수록 정책의 검증 단계가 생략될 위험이 커진다”며 “관광은 반등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잘했다는 평가보다, 무엇이 작동했고 무엇이 아직 작동하지 않는지를 구분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정책 성패는 ‘몇 명이 왔는가’가 아니라 ‘어디로, 얼마나, 어떻게’ 또 다른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 정책의 성패를 방문객 수 하나로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합니다. 관광객이 어디로 분산됐는지, 평균 체류 기간은 늘었는지, 소비가 특정 지역이나 업종에 쏠리지 않았는지, 가격과 품질에 대한 불만은 줄었는지가 함께 제시돼야 정책 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는 주문입니다. 관광 데이터 분석 분야의 한 전문가도 “현재 공개되는 자료는 양적 증가에 집중돼 있다”며 “정책이 실제로 이동 동선과 체류 구조를 바꿨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 콘텐츠는 이동을 만들었다… 정책은 체류를 만들고 있나 K콘텐츠가 만든 유입 효과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유입 흐름이 지역 상권과 장기 체류로 연결되는 구조는 아직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제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공통으로 제기되는 문제입니다. 또 다른 관광 업계 한 관계자는 “경북은 국제행사 이후를, 제주는 콘텐츠 이후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체류와 소비를 설계하지 못하면 반등은 지역을 막론하고 오래가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 성과 이후의 단계… 전국 흐름 속에서 제주의 선택 이번 외국인 관광 확산은 제주만의 사건이 아니라, 전국 관광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제주는 그 흐름의 선두에 섰지만, 동시에 다른 지역과 나란히 비교 평가를 받는 위치에도 올라섰습니다. 남은 것은 선택입니다. 관광객 수 증가 자체를 성과로 관리할 것인지, 아니면 이동·체류·소비가 어디에서 어떻게 발생하도록 제주만의 구조를 설계하는 단계로 넘어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입니다. 수요는 정책 밖에서 시작됐습니다. K콘텐츠와 국제행사, 교통 여건이 움직임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 수요가 일회성으로 스쳐 갈지, 반복되고 축적되는 구조로 남을지는 정책 설계에 달려 있습니다. 이번 반등이 전국 흐름 속 한 장면으로 남을지, 제주만의 구조로 굳어질지는 그 선택의 결과로 갈리게 됩니다. ‘회복’이라는 이름으로 관광객 수는 이미 답을 냈습니다. 이제 정책이 답을 내야 할 차례입니다.
2025-12-21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나경원 "李 정부 5년 짧다? 재플릭스? 기막혀.. 조기종영해라"
김민석 국무총리가 대통령 임기를 두고 "5년도 짧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기어이 이재명 장기집권의 군불을 땐다"고 질타했습니다. 나 의원은 오늘(21일) SNS를 통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장기 독재를 획책하려는 위험천만한 간 보기"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는 "이 망언을 낯부끄러운 아부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며 "국민들은 '5년이 너무 짧다'가 아니라 '남은 임기를 어떻게 버티냐'며 가슴을 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환율은 천장을 뚫고 물가는 고공행진이며 민생 경제는 그야말로 '폭망' 직전"이라며 "부동산 정책 실패로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박살 났고, 외교 안보는 벼랑 끝"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도대체 어느 별에서 살다 왔기에 '경제 흐름이 반등했다'는 딴소리를 하는가"라며 "지난번엔 국정과제인 대통령 4년 '연임'과 '중임'도 구분 못 해 망신을 당하더니, 이번엔 국민 고통을 외면한 채 장기집권 간 보기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대통령 주재 업무보고가 넷플릭스보다 재미있는 '재플릭스'라고? 기가 막힌다"며 "이재명 정부 5년은 스릴러도, 로맨스도 아닌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재난 영화이자 끝이 안 보이는 생존 호러물"이라고 했습니다. 나 의원은 "지금 총리가 챙겨야 할 것은 대통령 기분이 아니라 바닥난 국민의 삶"이라며 "재플릭스니 뭐니 한가한 소리 집어치우고, 제발 해야 할 일을 하라"고 비꼬았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은 재플릭스, 재난 영화, 범죄 스릴러의 조기 종영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이재명 개인 범죄 재판 재개로 빠르게 조기 종영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김 총리는 어제(20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김대중강당에서 열린 국정 설명회에서 "대선 전엔 (이재명 정부 임기) 5년이 너무 길다'고 했는데, 요새는 '너무 짧다', '더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정부 업무보고 생중계에 대해서는 "넷플릭스보다 재미나는 재플릭스"라고 평가한 뒤 "재미있으시죠? (보고)하는 사람은 괴롭고 아주 힘들고 강도와 긴장감이 만만치 않지만, 많이 배운다"고 말했습니다. 경제 상황에 대해선 "최근 모두가 걱정하는 환율과 수도권 부동산 문제 등이 남아있지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경제의 큰 흐름이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025-12-21 제주방송 김재연(Replaykim@jibs.co.kr) 기자

용산은 끝났고, 청와대는 돌아온다
‘용산 대통령실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립니다. 권위 해체와 소통 강화를 명분으로 출발했던 집무실 이전은 3년 7개월 만에 종료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청와대 복귀를 선택했습니다. 과거로 회귀가 아니라, 실패한 운영 실험을 정리하겠다는 정치적 판단입니다. ■ 소통을 내세웠던 용산, 설득에 실패한 이유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과 함께 시작된 용산 대통령실은 ‘열린 집무 공간’을 상징으로 내걸었습니다. 기자들과의 도어스테핑, 청와대 개방, 권위주의 청산이 핵심 키워드였습니다. 그러나 실천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도어스테핑은 취임 6개월 만에 중단됐고, 핵심 의사결정은 더 밀폐된 방식으로 이동했습니다. 공간은 바뀌었지만, 작동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쌓였습니다. 이전 과정에서 불거진 막대한 이전 비용과 관저 공사 특혜 의혹, 무속 논란은 용산의 상징성을 빠르게 잠식했습니다. ‘소통을 위해 옮겼다’는 설명은 반복됐지만, 설명이 늘어날수록 설득력은 약해졌습니다. 용산은 결국 ‘개방의 상징’이 아니라 ‘논란의 집적지’로 굳어졌습니다. ■ 비상계엄의 기억, 공간에 남은 정치적 상처 용산 대통령실이 정치적으로 더 이상 중립적 공간이 되기 어려워진 결정적 계기는 비상계엄 논의와 탄핵 정국이 겹치며 형성된 기억입니다. 한 공간이 특정 정권의 위기 서사와 결합될 경우, 다음 정부가 그 상징을 그대로 이어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용산 집무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습니다. ‘무덤 같다’는 공개 발언은 감정적 평가가 아니라, 국정 운영의 상징 공간으로서 용산이 이미 기능을 상실했다는 판단에 가까웠습니다. ■ 청와대 복귀, 과거 회귀가 아닌 운영 재설계 이재명 정부의 선택은 대통령 집무 공간을 다시 청와대로 옮기되, 과거의 ‘구중궁궐’ 운영으로 돌아가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여민관을 중심으로 한 집무 체계는 비서실·정책실·안보실이 밀착된 구조입니다. 의사결정의 속도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겠다는 설계입니다. 본관은 정상회담과 임명장 수여 등 공식 행사 중심으로, 영빈관은 외빈 접견과 국가 의전을 담당하는 기능 공간으로 활용됩니다. 관저 이전도 단계적으로 진행됩니다. 명칭 역시 ‘대통령실’이 아닌 ‘청와대’로 환원됩니다. 상징은 복구하되, 운영은 다시 정의하겠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 공간은 돌아왔고, 이제 방식이 관건 청와대 복귀와 함께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 방식을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정 공개 확대와 온라인 생중계 강화가 그 축입니다. 공간 이전의 명분을 ‘보여주는 정치’가 아닌 ‘작동하는 행정’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됩니다. 관심은 그 장소가 아니라 방식에 모아집니다. 청와대가 다시 닫힌 공간으로 인식되는 순간, 복귀 의미는 즉시 퇴색됩니다. 반대로 용산이 실패한 지점, 즉 설명 부족과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을 바로잡는다면 공간은 다시 정치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 용산의 종착지, 그리고 남겨진 평가 향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는 국방부 부속 건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한때 ‘권력 이동’을 상징했던 공간은 다시 행정 시설로 환원됩니다. 보수 원로로 통하는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용산 이전을 윤 전 대통령의 대표적 실책 중 하나로 지목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상징은 강했지만,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 청와대라는 이름이 남긴 시간 청와대는 1948년 일제강점기 총독 관사를 모태로 하고 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이 건물에 ‘경무대’라는 이름을 붙여 집무실로 사용했습니다. ‘청와대’라는 명칭은 1960년 취임한 윤보선 전 대통령이 처음 사용했습니다. 4·19 혁명 이후 이승만 정권이 남긴 부정적 역사 인식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이후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의 집무실로 사용됐습니다. 도심과 다소 떨어진 입지 탓에 ‘구중궁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국민과의 접점을 넓히려 노력했지만, 경호 문제 등으로 번번이 제약을 받았습니다.
2025-12-21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