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상한액 6년 만에 오른다… 인상이라기보다, ‘뒤늦은 조정’
내년부터 실업급여와 육아 관련 고용보험 제도가 동시에 손질됩니다. 겉으로 보면 ‘인상’인데, 속을 들여다보면 이번 조치는 혜택 확대라기보다 제도적 충돌을 수습하기 위한 조정에 가깝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업급여 하한액이 상한액을 넘어서는 상황이 발생했고, 정부는 6년 만에 상한액을 손보며 뒤늦게 균형을 맞췄습니다. 이와 함께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기업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재설계됐습니다. ■ 상한액 인상,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한 수습 16일,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실업급여(구직급여) 하루 상한액을 기존 6만 6,000원에서 6만 8,100원으로 3.2% 인상한다고 밝혔습니다. 2019년 이후 6년 만의 조정입니다. 이를 위해 구직급여 산정 기준이 되는 임금일액 상한도 11만 원에서 11만 3,500원으로 상향됩니다. 표면적으로는 인상이지만, 그 배경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320원으로 오르면서, 최저임금의 80%를 적용하는 구직급여 하한액이 하루 6만 6,048원으로 계산됐습니다. 기존 상한액(6만 6,000원)을 넘어서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상한과 하한이 뒤집히는 구조적 오류가 현실화되자, 정부는 상한액 조정이라는 방식으로 이를 바로잡았습니다. 이번 조치는 실업급여 수준을 적극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보기보다, 제도의 논리적 정합성을 회복한 조치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 ‘대체인력 지원금’, 사후 보상에서 즉각 보전으로 육아휴직 제도를 둘러싼 변화는 보다 실질적입니다. 육아휴직 근로자가 발생한 사업장에 지급되는 대체인력 지원금의 지급 방식이 전면 수정됩니다. 기존에는 대체인력 근무 기간 동안 지원금의 절반만 지급하고, 나머지 절반은 육아휴직자가 복직해 1개월 이상 근무해야 지급됐습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먼저 떠안아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개정안은 이를 바꿨습니다. 앞으로는 대체인력 근무 기간에 지원금을 전액 지급합니다. 복직 여부와 시점을 조건으로 묶었던 장치를 제거해, 제도의 무게중심을 ‘사후 보상’에서 ‘즉각적 비용 보전’으로 이동시킨 조치입니다. ■ 지원 기간 확대… 복직 이후의 공백, 제도 안으로 지원 기간도 늘어납니다. 기존에는 육아휴직 시작 전 2개월과 휴직 기간까지만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복직 후 1개월까지 포함됩니다. 육아휴직자의 복귀 직후 발생하는 인수인계와 업무 적응 부담을 제도적으로 인정한 셈입니다. ■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선택 가능한 제도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도 상향 조정됩니다. 주당 최초 10시간 단축분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를 지원하고, 상한액을 월 250만 원으로 설정합니다. 그 외 단축 시간에 대해서도 상한액을 160만 원으로 높입니다. 단축 제도를 선택하면 소득이 줄어든다는 인식이 강했던 만큼, 이번 조정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다만 실제 체감 효과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 형태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 주 4.5일제 지원, 제도 확장의 예고편 정부는 또한 2026년부터 새로 추진되는 ‘주 4.5일제 지원 사업’을 앞두고, 참여 기업 모집과 심사 업무를 노사발전재단에 위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이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시범 단계에서 구조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힙니다. 제도의 안착 여부는 재정 지원 규모와 기업의 실제 부담 완화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25-12-1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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