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밖까지 여행을 팝니다”… 제주, 숙박의 경계가 달라졌다
제주 숙박업체의 경쟁 무대가 객실 밖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좋은 방과 수영장, 조식과 부대시설을 갖추는 데서 더 나아가 투숙객이 숙소 밖에서 보내는 시간까지 상품으로 연결하는 움직임입니다. 관광지까지 이동을 맡고, 오름을 함께 걷거나 요가와 러닝을 숙박 일정에 넣습니다. 숙박업체가 파는 대상이 ‘방’에서 ‘머무는 동안의 경험’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제주신화월드가 오는 19일 시작하는 투숙객 전용 프로그램 ‘렛츠신화(Let’s SHINHWA)’도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리조트 안에 즐길 거리를 하나 더 들이는 방식과는 방향이 다릅니다. 투숙객을 리조트 밖 제주로 보내고 이동과 웰니스, 트레킹, 러닝을 숙박 서비스에 연결합니다. 호텔과 리조트가 어디까지를 자신의 상품으로 볼 것인지, 숙박산업의 경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 객실 다음은 ‘투숙객의 하루’ 호텔과 리조트의 경쟁력은 오랫동안 입지와 객실, 부대시설에 집중돼 왔습니다. 복합리조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수영장과 쇼핑, 식음, 테마파크와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한 공간에 모아 투숙객이 오래 머물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이 공식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시설을 숙소 안에 계속 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밖에 있는 관광자원과 투숙객을 연결합니다. 숙박시설 자체의 규모보다 그곳에 묵었을 때 어떤 하루를 보낼 수 있는지가 상품 경쟁력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3년간 이동통신과 신용카드, 숙박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총 숙박 박수가 5.1% 증가하는 동안 외국인 숙박은 29.0% 늘었습니다. 숙소 주변에서 무엇을 경험할 수 있는지를 중시하는 흐름도 나타났습니다. 골프장 테마 숙소 예약 비중은 3년간 199.3%, 온천은 98.9%, 워터파크는 56.5% 증가했습니다. 숙박상품의 범위가 객실 문 앞에서 끝나지 않는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 숙소가 이동까지 맡는다 신화월드가 내놓은 프로그램 가운데 이런 변화가 가장 뚜렷한 건 ‘렛츠익스플로어(Let’s EXPLORE)’입니다. 투숙객 전용 셔틀이 리조트에서 출발해 제주 주요 관광 거점으로 향합니다. 여행객은 목적지에서 자유시간을 보낸 뒤 정해진 시간에 다시 차량에 올라 다음 일정으로 이동합니다. 동·서부와 야간 일정 등으로 구성됩니다. 숙박업체가 관광지 입구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힌 셈입니다. 제주에서는 이동이 더욱 중요한 변수입니다. 관광지가 섬 전역에 흩어져 있어 숙소를 정한 뒤에도 이동수단을 따로 해결해야 합니다. 렌터카를 이용하지 않는 여행객, 특히 제주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개별여행객에게는 숙소와 관광지를 잇는 이동 자체가 여행상품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숙박업체 입장에서도 고객이 체크인한 뒤 어디로 움직이는지는 더 이상 숙소 밖의 일로만 남지 않습니다. ■ 요가하고 걷고 달리고… ‘체류시간’을 상품으로 서비스의 범위는 이동에서 다시 넓어집니다. ‘렛츠리셋(Let’s RESET)’은 스트레칭과 필라테스 등 웰니스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렛츠클라임(Let’s CLIMB)’에서는 오름과 송악산 등을 걷습니다. ‘렛츠런(Let’s RUN)’은 전문 인스트럭터와 리조트 인근 5㎞를 달립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투숙객이 객실에서 몇 박을 하느냐뿐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까지 숙박업체가 상품으로 구성한다는 데 있습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삼정KPMG도 최근 인바운드 관광시장 분석에서 호텔산업이 숙박 기능을 넘어 문화와 미식, 웰니스 등을 결합한 ‘라이프스타일 체험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관광산업 역시 방문객 수를 늘리는 데서 체류기간과 소비를 확대하고 재방문을 끌어내는 방향으로 경쟁축이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호텔이 객실을 판매한 뒤 서비스가 끝나는 구조에서 투숙객의 체류시간 전체를 놓고 상품을 짜는 구조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 제주 숙박시장, ‘얼마나 좋은 방인가’ 다음 경쟁 제주 숙박업계에 변화의 압력은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제주 관광소비 카드 이용액은 1조 3,14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늘었습니다. 내국인 소비는 1.5% 줄어든 반면 외국인 소비는 44.4% 증가한 3,05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2분기만 보면 내국인 소비는 7.7% 감소했고 외국인은 34.5% 증가했습니다. 관광객 구성과 소비 방식이 달라지면서 숙박업체의 대응 범위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개별적으로 일정을 짜는 여행객에게는 숙소가 어떤 경험을 연결해 주는지, 이동 부담을 얼마나 덜어주는지,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어떻게 접하게 하는지가 숙박 선택의 또 다른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신화월드의 이번 시도도 이 지점에 놓여 있습니다. 호텔과 테마파크, 워터파크, 식음·쇼핑시설 등을 한곳에 모아 투숙객을 리조트 안에 오래 머물게 해온 복합리조트가 이번에는 고객을 밖으로 내보냅니다. 제주의 자연과 관광지를 숙박 경험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입니다. ‘렛츠신화’는 신화월드 투숙객이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관광지 입장료 등 개인 비용은 별도이며 프로그램별 사전 예약을 받아 선착순 운영합니다. 숙박업체의 경쟁 영역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객실의 크기와 전망, 수영장과 조식에 더해 투숙객이 체크인한 뒤 보내는 시간까지 상품의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숙소가 여행의 한 부분이던 때와는 달라진 셈법입니다. 이제는 어디에서 묵느냐만큼, 그 숙소를 선택했을 때 따라올 ‘제주’가 경쟁력이 되는 시장입니다.
2026-10-06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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