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한 마리, ‘실제 양’이 공개된다... 정부, 15일부터 ‘조리 전 중량표시제’ 시행
정부가 치킨 한 마리에 들어가는 닭고기의 조리 전 총중량을 공개하도록 강제하면서 외식시장의 기준이 달라집니다. 가격만 보고 선택해야 했던 소비자가 이제는 실제 제공량까지 비교해 판단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됩니다. 최근 치킨 업계에서 제기된 ‘양 축소 논란’이 제도화된 대응을 끌어낸 셈입니다. ■ 프랜차이즈 1만 2,000여 곳부터 의무 적용 2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관계 부처는 ‘식품분야 용량꼼수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오는 15일부터 BHC, BBQ, 교촌치킨, 굽네치킨, 네네치킨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 약 1만 2,000여 곳에 중량 표시제를 우선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들 매장은 메뉴판과 주문 화면에 닭고기의 조리 전 총중량을 반드시 숫자로 기재해야 합니다. 그램(g) 단위 표기가 원칙인데, ‘10호(951~1,050g)’처럼 호 기준도 허용합니다. 배달앱·웹 주문 페이지도 동일 기준을 따라야 하고, 가격과 떨어진 곳에 작은 글씨로 숨기는 방식 역시 허용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프랜차이즈부터 적용한 이유는 매뉴얼 기반 운영, 수급 구조, 가맹본부 지원 체계 등이 갖춰져 있어 제도 정착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 양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렸던 사례가 배경 이번 제도는 프랜차이즈 한 곳이 순살 메뉴의 총중량을 줄이면서 가격은 그대로 유지해 사실상 인상 효과를 만든 뒤 논란이 확산된 사례가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가격표만 보면 아무 변화가 없지만, 소비자가 받는 실제 양이 줄었다면 가성비는 떨어진 것이고, 소비자는 그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정부는 외식업에서 양을 정확히 고지하는 기준이 없다는 점이 논란의 근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치킨처럼 조리 형태가 다양하고 영세 매장이 많은 영역에서는 강제 규제가 늦었고, 그 공백을 이용한 양 조정이 반복되면서 소비자 불신이 커졌습니다. ■ 내년 6월까지 계도… 이후엔 시정명령과 영업정지 가능 정부는 내년 6월 말까지 계도 기간을 운영합니다. 이 기간 부정확한 표기나 누락이 적발돼도 행정처분 없이 개선 안내에 집중하고, 이후 시정명령과 영업정지 처분까지 검토합니다. 공정위와 식약처는 표시 위반 사례를 조사하고, 소비자단체와 함께 주요 브랜드 제품을 직접 구매해 브랜드별 중량·가격 비교 자료를 공개할 방침입니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시장 감시’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또 중량 변동이 있는 경우 “총중량 ○○g에서 ○○g으로 조정돼 g당 가격이 일부 인상됐습니다”와 같은 안내를 권고하기로 했습니다. ■ 프랜차이즈 밖 4만여 곳, 여전히 제외 국내 치킨 전문점은 약 5만 곳이지만 제도 적용 대상은 그 중 4분의 1가량입니다. 독립 매장, 비가맹 업장, 소규모 매장은 일단 제외됐고 향후 확대 여부는 논의 단계에 놓여 있습니다. 외식시장 전반에 중량 표시 기준이 퍼지려면 행정 부담과 표준화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는지 등 구조적 과제가 남아 있고, 정부도 이 부분에 대해 추가 합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입니다. ■ 중량 표기는 시작… 부위·품질 투명성 이어질지 주목 이번 조치는 치킨 업계에서 ‘양을 얼마나 제공했는지’에 대한 기준이 처음으로 제도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식품 분야 ‘용량 꼼수’를 뿌리 뽑겠다”면서 “중량을 5% 넘게 감량하면서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으면 품목제조 중지명령까지 부과할 것”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정부가 예고한 강한 조치가 실제 업계 관행과 소비 경험까지 바꿀 수 있을지는 앞으로 제도의 정착 속도가 가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2025-12-02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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