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 돌파 직후 500포인트 급락”… 코스피, 시장이 더 불안해진 이유
코스피가 사상 처음 8000선을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시장은 오래 환호하지 못했습니다. 17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15일 코스피는 장 초반 8046.78까지 치솟으며 이른바 ‘팔천피’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상승 분위기는 몇 시간도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외국인 매도세가 급격히 강해졌고,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되면서 지수는 장중 7400선까지 밀렸습니다. 종가는 7493.18. 하루 낙폭만 488.23포인트, 6.12%였습니다. 불과 반나절 전까지 “어디까지 오를까”를 말하던 시장은 순식간에 “지금 빠져야 하느냐”를 고민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급락을 둘러싼 시각은 엇갈립니다.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AI 중심 실적 장세 자체는 아직 살아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 8거래일 만에 21% 폭등… 시장이 속도를 못 버텼다 이번 조정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과열 부담이 꼽힙니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불과 8거래일 만에 21%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 상승률의 3배 수준입니다. AI 반도체 기대감이 시장 전체를 끌어올렸고, 개인과 외국인 자금까지 한꺼번에 몰리면서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가팔라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근 장세는 방향보다 변동성 자체가 더 강합니다. 지난 11일 코스피는 하루 4.32% 급등했고, 15일에는 다시 6% 넘게 급락했습니다. 일주일 사이 대형 변동이 반복된 셈입니다. ■ 유가·환율·중동 리스크 겹쳐… 외국인 자금 방향 급변 외부 변수도 시장을 강하게 흔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했고,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점도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했습니다. 15일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107달러선을 넘어섰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03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점 역시 외국인 수급 부담을 키운 요인으로 꼽힙니다. 환율 급등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손 위험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외국인 매도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시장 충격이 더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 증권가는 목표치 올려… “AI 실적 사이클 아직 안 끝나” 흥미로운 건 급락 이후에도 주요 증권사들이 전망치를 크게 꺾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핵심 근거는 실적입니다. 특히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장기간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강합니다. KB증권은 최근 코스피 목표지수를 기존 7500에서 1만500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합산 영업이익이 2025년 91조 원에서 2026년 630조 원, 2027년 906조 원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제 반도체를 과거처럼 경기순환 업종으로만 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에이전틱 AI와 온디바이스 AI, 피지컬 AI 확산 과정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핵심 인프라 역할을 맡게 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치 평가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상승 동력, 다른 업종으로 확산 상승 동력이 반도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도 증권가가 주목하는 부분입니다. 현대차그룹주는 피지컬 AI와 로봇 모멘텀이 맞물리며 강세를 이어갔고, LG전자와 LG씨엔에스 등 LG그룹주 역시 로보틱스 기대감이 반영됐습니다. 삼성전기는 AI 서버 확대에 따른 MLCC 가격 상승 기대가 부각됐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랠리를 두고 “AI 테마주 급등” 수준이 아니라, AI가 산업 구조 전체의 가치 평가 기준 자체를 다시 쓰기 시작한 흐름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다만 속도에 대한 경계는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4일 기준 133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대기 자금은 넘치는데 시장은 하루에도 수백포인트씩 흔들리고 있습니다.
2026-05-17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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