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 무엇을 성과라 부를 것인가] ② ‘204건’ 뒤엔 참가자·거래자료 있었다… 성과표는 왜 건수에서 멈췄나
관광콘텐츠 17개, MICE 204건, 고부가가치 특수목적 관광상품 6개. 제주도가 지난해 관광정책 성과로 제시한 실적입니다. 앞서 1편에서는 여기서 한발 더 들어가 봤습니다. 관광객이 얼마나 왔는지에서 얼마나 머물고 썼는지로, 다시 그 돈이 제주에 얼마나 남았는지까지 봐야 ‘질적 성장’을 말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실제 사업을 들여다봤습니다. 마이스(MICE)입니다. 제주관광공사의 국내외 회의 개최 지원을 받은 행사는 끝난 뒤 참가자 등록 확인서와 등록대장, 거래내역서, 증빙사진, 설문조사 등을 냅니다. 기업회의와 인센티브 투어도 참가자 명단과 결과보고, 결제 증빙자료 등을 제출합니다. 유니크베뉴와 MICE 관광상품 지원에도 비슷한 절차가 있습니다. 행사 하나가 끝날 때마다 누가 왔고 지원 대상 비용이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할 자료가 남습니다. 지난해 성과지표에는 ‘204건’이 제시됐습니다. ■ ‘204건’ 뒤에 이미 사람이 있다 MICE 지원 절차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 차이가 더 선명해집니다. 국내외 회의 개최 지원 대상에는 행사장 임대료와 오·만찬비, 셔틀버스비, 기념품비 등이 포함됩니다. 행사 뒤에는 참가자 등록 확인서와 등록대장, 지원항목에 사용한 거래내역서, 행사 사진과 설문조사 등을 받습니다. 기업회의와 인센티브 투어는 3일 이상 체류하는 단체가 대상입니다. 끝난 뒤 참가자 명단과 결과보고, 결제 증빙자료 등을 냅니다. 유니크베뉴와 MICE 관광상품 활용 지원은 20명 이상 행사가 대상입니다. 최종 참가자 명단과 결과보고, 거래내역 등을 제출하고 참가자가 줄면 지원금도 다시 계산합니다. 행정이 처음부터 행사 건수만 세는 건 아닙니다. 참가자도 확인하고 지출 자료도 받습니다. “같은 규모의 행사라도 끝나자마자 떠나는 것과 제주에서 하루 이틀 더 머물며 관광하고 소비하는 것은 지역에 미치는 효과가 다릅니다. 몇 건을 유치했는지만으로는 이런 차이가 잘 보이지 않죠.” (제주지역 국제회의기획업체(PCO) 관계자) 여기서 거래내역을 관광 소비와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제출받는 거래자료는 지원 대상 행사비가 어디에 쓰였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입니다. MICE 참가자가 제주에 머물며 숙박과 음식, 교통, 쇼핑 등에 쓴 돈과는 다릅니다. 행사비가 제주에서 집행됐다는 것과 그 행사로 참가자 소비가 얼마 발생했다는 것은 다른 계산입니다. 참가자 명단도 몇 명이 행사에 왔는지는 보여주지만 실제 몇 박을 했고, 행사 앞뒤로 어디를 다녔는지까지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MICE 204건, 목표 달성률 102%. 성과지표는 여기까지입니다. 그 뒤에는 몇 명이 왔고 얼마나 머물렀는지, 제주 어디에서 얼마를 썼는지가 남습니다. ■ ‘체류·소비 넣자’… 누구의 체류·소비인가 도의회에서는 다른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최근 김봉현 제주도의원은 관광정책 성과평가가 사업 건수에 치우쳤다며 평균 체류일수와 1인당 지출액 등을 평가에 반영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사업 실적을 넘어 관광객의 행동과 소비까지 보자는 취지입니다. 방향은 한발 나갔습니다. 하지만 평균값을 추가한다고 개별 정책의 효과까지 드러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제주 전체 관광객의 평균 체류기간이 늘었다고 MICE 204건의 성과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전체 관광객의 1인당 지출액이 올랐다고 특수목적 관광상품 6개가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체류기간은 항공편이나 항공료, 여행 형태에 따라서도 달라져요. 소비액도 물가나 환율 영향을 받고요. 특정 사업의 성과를 보려면 결국 그 사업을 이용한 사람들이 얼마나 머물고 썼는지를 따로 봐야 합니다.” (제주지역 여행업계 관계자) 전체 평균에는 해당 사업을 이용하지 않은 관광객까지 포함됩니다. MICE를 평가하려면 MICE 참가자를 봐야 합니다. 관광상품은 해당 상품 이용객, 관광콘텐츠는 실제 이용객을 따라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전체 관광객의 평균값 몇 개를 성과표에 추가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건수 중심 평가’의 한계를 다른 지표로 옮기는 데 그칠 수 있습니다. 도의회가 행정에 ‘양적 평가를 벗어나라’고 요구했다면 무엇을 재라고 할 것인지도 그만큼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 전체 평균과 개별 정책 사이 자료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방문관광객 실태조사를 통해 관광객의 여행실태와 소비지출 등을 조사합니다. 2025년 조사 결과는 분석편과 통계편으로 공개돼 있고, 응답 원자료를 전체 모집단에 맞춰 가중 처리한 데이터도 공개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관광객이 얼마나 머물고 무엇에 돈을 썼는지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관건은 이 자료를 개별 사업의 성과와 어떻게 연결하느냐입니다. 방문관광객 실태조사는 제주 관광시장 전체를 보여줍니다. MICE 204건과 관광콘텐츠 17개, 특수목적 관광상품 6개는 특정 정책과 사업의 실적입니다. 전체 관광객의 체류기간이 늘어난 것과 특정 MICE 사업이 체류를 늘린 것은 다른 얘기입니다. 관광객의 소비액이 오른 것과 관광상품 하나가 추가 소비를 만든 것도 구분해야 합니다. 전체 평균이 좋아졌다는 사실만으로 개별 정책이 잘됐다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사업을 이용한 사람에게 실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가 그 사이에 빠져 있습니다 ■ 17개 만들었다… 그렇다면 몇 명이 어디에 얼마나 썼나 관광콘텐츠 17개와 고부가가치 특수목적 관광상품 6개도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17개를 목표로 17개를 만들었습니다. 목표 달성률 100%입니다. 6개를 목표로 6개를 개발했습니다. 역시 100%입니다. 문제는 개발이 끝난 뒤입니다. “상품을 하나 만들었다는 것보다 실제 몇 명이 이용하고 얼마나 판매됐느냐가 중요합니다. 상품 이용이 주변 식당이나 관광지 방문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도 봐야 해요.” (제주지역 관광상품 운영업체 관계자) 같은 ‘상품 1개’라도 실제 이용객과 판매량, 체류로 이어진 정도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현재 MICE 관광상품 지원에서도 일부 연결고리는 확인됩니다. 유니크베뉴와 MICE 관광상품을 이용하는 20명 이상 MICE 행사는 지원 대상이 되고, 최종 참가자가 줄면 지원금도 다시 산정됩니다. 몇 개를 만들었는지에서 몇 명이 이용했는지까지는 갈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얼마나 머물렀고 주변에서 무엇을 소비했는지는 다음 문제입니다. ■ ‘몇 건’도 ‘몇 박’도 답은 아니다 204건은 유치 실적을 말해줍니다. 102%는 목표를 넘겼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 행사가 제주 관광에 무엇을 남겼는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도의회가 주문한 평균 체류일수와 1인당 지출액도 필요한 지표입니다. 제주 전체 평균을 개별 사업의 성과로 가져오면 정책과 결과의 연결은 다시 흐려집니다. 봐야 할 것은 그 사이입니다. 어떤 사업을 누가 이용했고, 얼마나 머물렀으며, 어디에서 얼마를 썼는지. 그 소비가 제주 어느 지역과 업종으로 흘러갔는지입니다. 제주 관광은 이미 관광객의 체류와 소비를 조사합니다. MICE 사업에서는 참가자 명단과 거래자료도 받습니다. 자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확보하는 정보를 어떻게 엮어 성과로 보여줄 것인지가 남았습니다. 행정에는 ‘몇 건 했나’보다 더 물어야 합니다. 의회도 ‘체류·소비를 보라’에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몇 건에서 몇 박으로 평가 항목만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누구의 체류가 어떤 사업으로 달라졌고, 그 사람이 쓴 돈은 제주 어디에 남았는지. ‘질적 성장’을 성과라고 부르려면 행정도, 이를 감시하는 의회도 이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2026-09-21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