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갑이 남긴 제주… 9만 8천 점, 박물관 문을 열다
김영갑이 남긴 사진은 9만 8,000여 점입니다. 오름과 초지, 바람과 구름, 해안과 마을을 담은 기록입니다. 그 사진들은 오랫동안 김영갑갤러리두모악에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올해 봄, 국립제주박물관으로 옮겨졌습니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은 지난 3월 작품과 필름 9만 8,000여 점을 국립제주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 그저 대표작 몇 점을 옮긴 게 아니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제주를 기록한 방대한 아카이브가 공공의 보존 체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국립제주박물관은 16일부터 특별전 《찰나의 영원, 제주를 담다-고故 김영갑 작가 기증 사진전》을 개최합니다. 전시장에는 〈마라도〉를 비롯한 사진 작품과 유품 등 177점을 선보입니다. 기증 이후 처음 공개되는 전시입니다. ■ 제주를 찍은 게 아니라, 제주를 남기다 김영갑은 1985년 제주에 들어왔습니다. 이후 그의 시선은 오랫동안 제주를 향했습니다. 오름과 들판, 해안과 구름, 마을과 사람들. 관광 안내서에 실리는 장소보다 사람들이 매일 지나던 길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유명한 풍경 대신 평범한 하루를 기록했고, 그렇게 쌓인 사진들은 어느새 제주를 기억하는 중요한 자료가 됐습니다. 이번에 국립제주박물관이 기증받은 자료는 모두 9만 8,542건, 9만 8,652점입니다. 필름으로 9만 4,866점, 인화지 3,253점, 액자 533점에 이릅니다. 그 안에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제주 자연과 생활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길도 있고, 형태가 달라진 마을도 있습니다. 그런 김영갑의 사진은 예술작품인 동시에 제주의 변화 과정을 담아낸 기록으로도 읽힙니다. ■ 두모악 문을 나선 사진들 김영갑이 남긴 기록은 오랫동안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이 보관해 왔습니다. 두모악은 작가가 직접 세운 공간이자 그의 작품 세계를 가장 가까이에서 품어온 장소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두모악은 작품과 필름 9만 8,000여 점을 국립제주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 기증 자료를 보다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연구·활용하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한 공간이 지켜온 기록은 이제 국가의 수장고에서 관리됩니다. 국립제주박물관과 두모악은 앞으로 전시와 조사연구,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전시는 그 기증 이후 처음 마련된 공개 전시입니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은 177점입니다. 그 뒤에는 수만 장의 필름과 수십 년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한 작가의 작업실에 머물렀던 기록은 이제 연구와 보존, 전시의 영역으로 들어섰습니다. ■ 삶과 죽음, 오름과 바람 전시는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됐습니다. 1부 ‘제주인의 삶과 죽음’에서는 입도 초기 흑백사진을 중심으로 제주 사람들과 무덤, 동자석, 무속 신앙 등을 소개합니다. 2부 ‘오름, 영혼의 안식처’에서는 오름과 주변 풍경에 집중했던 시기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흑백에서 컬러로 옮겨가는 변화와 함께 사진의 시선도 넓어집니다. 3부 ‘제주 환상곡’은 김영갑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공간입니다. 〈용눈이오름〉과 〈구름언덕〉 등을 담은 파노라마 작업이 중심을 이룹니다. 가로로 길게 펼쳐지는 화면은 제주 자연이 가진 넓이와 깊이를 전합니다. 4부 ‘남겨진 이야기’에서는 두모악과 김영갑의 삶을 조명합니다. 생전에 사용했던 카메라와 가방 등 유품도 함께 공개되면서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과 작가의 시간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 설명보다 앞서 다가오는 사진 전시에는 작품 설명을 최소화했습니다. 관람객이 사진과 먼저 마주할 수 있도록 한 구성입니다. 또 슬라이드 라이트 액자와 필름 확대경 체험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전시에 걸리지 않은 작품과 두모악을 찾았던 관람객들의 기록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김영갑은 생전에 제주를 기록했습니다. 그 기록은 이제 국립제주박물관의 수장고와 전시실에서 새로운 시간을 맞고 있습니다. 전시장에 공개된 작품은 177점입니다. 국립제주박물관 수장고에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수만 장의 제주가 남아 있습니다.
2026-06-15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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