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마진까지 내려놨다… 신라면세점이 제주 브랜드에 플랫폼을 연 이유
면세점이 자신의 몫부터 덜어냈습니다.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제주 로컬기업 10곳을 위한 판매 공간을 마련하면서 상품 판매 마진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상품이 팔리면 판매대금 전액이 참여 기업에 돌아갑니다. 면세점은 전기료와 관리비 등 최소 운영비만 정액으로 받고, 여기서 발생한 수입도 연말 지역사회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매장이 들어선 2층 공간은 세관과 협의해 면세구역에서 일반구역으로 전환했습니다. 제주기업이 현장에서 직접 제품을 팔고 판매대금을 가져갈 수 있도록 면세점이 공간의 법적 성격과 유통 조건을 손봤습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통상 면세점에서 상품을 판매하면 마진이 붙지만 이번에는 이를 전혀 받지 않는다”며 “판매대금은 참여 기업이 모두 가져가고, 전기료와 관리비 등 최소 운영비로 받은 금액도 연말 지역사회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운영 기간은 13일입니다. 신라면세점 제주점이 바라보는 시간은 그보다 훨씬 깁니다. 제주자치도에 따르면 연간 약 1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이 공간을 제주기업의 판매장이자 소비자 반응을 읽는 시장, 온라인 재구매와 후속 판로를 여는 접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입니다. ■ 판매대금은 기업에, 운영 수입은 지역사회에 3일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제주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이날부터 15일까지 제주점 2층에서 ‘제주 로컬브랜드×신라면세점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공모와 전문가 심사를 거쳐 식음료·뷰티·라이프스타일 분야 제주기업 10곳을 선정했습니다. 냠냠제주 농업회사법인, 데이오프 스튜디오, 마더웍스, 새오름 영농조합법인, 제주향료연구소, 카카오패밀리, 태반의땅제주, 하이벨라, 한라산과자점, 한라에코푸드가 참여합니다. 운영 구조는 통상적인 면세점 입점 방식과 차이가 있습니다. 면세점 판매에는 유통 수수료와 판매 마진이 붙는 경우가 많지만, 이 행사에서는 상품 판매대금 전액이 참여 기업에 귀속됩니다. 면세점이 받는 금액은 공간 운영에 필요한 최소 비용으로 한정했습니다. 이 수입도 연말 지역사회에 돌려줍니다. 판매 수익은 기업에 남기고,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수입은 지역에 환원하는 구조입니다. ‘지역 상생’을 홍보 문구에 두지 않고 계약과 정산 방식에 반영했습니다. ■ 비어 있던 시계 매장, 지역기업의 직접 판매 공간으로 판매전이 열리는 곳은 신라면세점 제주점 2층의 기존 시계 브랜드 매장입니다. 해당 브랜드가 1층으로 이동한 뒤 남은 공간을 제주기업의 판매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신라면세점은 세관과 협의에 나섰습니다. 면세구역에서는 입점 주체와 상품 판매 방식에 제약이 따릅니다. 이에 따라 해당 공간을 일시적으로 일반구역인 비보세구역으로 전환했습니다. 제주기업은 면세사업자에게 상품을 납품하는 기존 경로 대신 직접 매장을 운영하며 고객을 상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제주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고 직접 판매할 수 있게 하려면 일반구역으로 바꿀 필요가 있었다”며 “세관과 협의해 비보세구역으로 일시 전환하고 업체들이 현장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실 활용과 지역기업 지원을 하나의 해법으로 묶으면서 판매 조건과 수익 배분 방식까지 새로 짰습니다. 비어 있던 매장은 외국인 소비자와 제주기업이 직접 만나는 유통 채널로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 15일 문을 닫아도 구매 경로는 계속된다 판매전은 오는 15일까지 운영됩니다. 신라면세점은 종료 이후에도 해당 공간을 곧바로 원상복구하지 않고, 후속 브랜드가 입점하기 전까지 제주기업 홍보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참여 제품을 전시하고 QR코드를 배치해 각 기업의 온라인 판매처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매장에서 제품을 처음 접한 여행객이 귀국한 뒤에도 다시 구매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노출과 온라인 유통을 잇겠다는 계획입니다. 신라면세점 측은 운영 기간을 더 늘릴 수 있다는 뜻도 전달했지만, 제주도 사업 예산 등을 고려해 우선 13일 일정으로 정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후속 홍보가 현실화하면 매장 운영 기간이 끝난 뒤에도 브랜드 노출은 이어집니다. 현장에서 판매한 물량 외에도 검색과 온라인 유입, 재구매가 별도의 장기 성과로 남을 수 있습니다. 13일 동안 얼마나 팔았는지보다 여행이 끝난 뒤 몇 번 다시 선택받는지가 중요해지는 대목입니다. ■ 글로벌 브랜드와 제주 로컬, 양쪽 문을 열다 이 사업은 신라면세점 제주점이 최근 추진해온 매장 재편 전략과 연결됩니다. 제주점은 글로벌 신규 브랜드 유치와 K패션 확대, 제주 식음료 입점, 체험형 공간 운영을 병행하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넓혀왔습니다. 5년 가까이 비어 있던 별관에는 로컬 디저트와 식음 공간이 들어섰습니다. 온라인 기반 신진 패션 브랜드를 모은 무신사DF를 유치했고, 글로벌 신규 브랜드의 시장 반응을 확인하는 단기 매장과 편집형 공간도 운영했습니다. 본관 4층에는 퐁당과 아일랜드 프로젝트 등 제주 기반 브랜드를 배치했고, 지하 식음 공간에도 지역 F&B 사업자를 들였습니다. 제주점의 전략은 글로벌 브랜드의 인지도와 K패션의 확장성, 제주 브랜드의 지역성, 식음 콘텐츠가 만드는 체류 시간을 한 매장 안에서 조합하는 데 맞춰져 있습니다. 세계 브랜드를 제주로 불러들이는 일과 제주 브랜드를 세계 여행객에게 소개하는 일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는 방문 목적을 만들고, K패션과 신진 브랜드는 고객층을 넓힙니다. 로컬 상품과 식음 콘텐츠는 제주에서만 얻을 수 있는 소비 경험을 더합니다. ■ 공간 운영에서 브랜드 연결로 지난해 제주점의 변화가 공실을 되살리고 매장 동선을 다시 짜는 작업이었다면, 올해는 재편한 공간을 지역기업의 판로와 연결하고 있습니다. 판매 공간을 제공하고 가격과 포장, 향과 맛, 고객 반응을 현장에서 확인하게 합니다. 행사 종료 뒤에는 온라인 구매로 이어지는 경로도 남기는 방안을 검토합니다. 매장 판매와 브랜드 노출, 소비자 반응, 온라인 유통을 하나의 과정으로 묶는 구조입니다. 면세점의 경쟁력은 입점 브랜드 수와 할인율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여행객이 왜 방문하고, 얼마나 머물며, 어떤 상품을 기억하고 다시 구매하는지가 공간의 가치와 직결됩니다.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글로벌 브랜드와 K패션으로 방문 동기를 만들고, 제주 로컬브랜드와 식음 콘텐츠로 체류 경험을 넓히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매전은 그 전략을 제주기업의 성장 경로까지 확장한 사례입니다. ■ 해외 진출 전, 소비자부터 만난다 제주기업은 해외 매장을 열거나 현지 유통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도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 여러 국가의 소비자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어떤 상품에서 발길이 멈추는지, 어떤 향과 포장에 관심을 보이는지, 가격과 용량이 구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외 박람회에서는 바이어가 시장성을 먼저 판단하지만 면세점에서는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고릅니다. 판매 결과는 제품 구성과 포장 크기, 외국어 설명, 선물용 조합을 조정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귀국 뒤 온라인 재구매까지 이어지면 면세점은 첫 구매가 일어나는 장소이자 해외 고객을 확보하는 출발점 역할을 맡게 됩니다. ■ 관광객을 지역기업의 고객으로 바꾸는 과정 제주도가 이 사업에 참여한 배경에도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을 제주기업의 매출과 판로로 연결하려는 목적이 담겼습니다. 관광객 소비가 항공과 숙박, 대형 유통업체에 집중되면 지역기업이 체감하는 효과는 제한됩니다. 제주에서 생산한 상품이 여행객의 가방에 담기고, 귀국 뒤 재구매와 해외 판매로 연결될 때 관광 소비는 지역 산업의 자산으로 축적됩니다. 강애숙 제주도 경제활력국장은 “제주 로컬기업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면세점 팝업을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도록 지역사회가 힘을 모았다”며 “제주 로컬브랜드가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로컬브랜드에는 원료 생산과 제조, 디자인, 포장, 유통, 고용이 함께 연결돼 있습니다. 관광객의 구매는 개별 기업의 매출을 만들고, 지역 농수산물과 제조업, 디자인 산업, 온라인 유통으로 파급될 수 있습니다. 방문객 수와 전체 소비액에 더해 제주기업이 확보한 새로운 고객까지 관광 성과로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 13일 뒤, 다음 유통망까지 이어져야 하는 이유 성과는 행사 종료 뒤 한층 구체화됩니다. 외국인 고객의 반응을 제품 개선에 반영하고, 경쟁력을 확인한 브랜드를 온라인 판매와 상설 입점, 해외 유통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판매 자료와 소비자 반응을 기업별로 축적해 다음 판로를 설계하는 작업도 뒤따라야 합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 마진을 없애고 비보세구역까지 마련한 것은 지역 상생을 유통 구조에 반영한 사례”라며 “외국인 고객의 구매 자료를 제품 개선과 상설 입점, 온라인 재구매로 연결해야 지속 가능한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라면세점이 운영 종료 뒤에도 공간을 홍보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 차례 진열된 브랜드가 다음 매장과 고객을 만날 때 13일의 판매전은 제주기업의 성장 경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세계 브랜드는 들어오고, 제주 브랜드가 나간다 최근 면세시장은 중국 보따리상 중심의 대량 구매가 줄고 개별여행객 비중이 커지면서 브랜드와 공간 구성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명품과 화장품 중심의 매장에는 K패션과 신진 브랜드, 지역 식음료, 체험형 콘텐츠가 함께 들어서고 있습니다. 글로벌 여행유통업체들도 상품 판매와 식음, 체험을 결합하고 오프라인 구매를 온라인 재구매로 잇는 운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글로벌 신규 브랜드와 무신사DF를 유치하면서 제주 브랜드와 지역 식음 공간도 함께 늘려왔습니다. 판매전에서는 면세구역을 비보세구역으로 전환하고 판매 마진을 없애 제주기업이 외국인 소비자를 직접 만나도록 했습니다. 행사 뒤에는 온라인 판매처로 이어지는 구매 경로도 남길 계획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브랜드가 방문 동기를 만들고 K패션과 로컬 콘텐츠가 체류 경험을 넓히는 방식은 최근 여행유통시장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며 “제주 브랜드가 면세점에서 첫 해외 고객을 확보하고 귀국 뒤에도 다시 선택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세계 브랜드를 제주로 불러들이는 한편, 제주 브랜드가 외국인 소비자를 만나는 새로운 상생 창구도 열고 있습니다.
2026-08-03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