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로 뛴 성장률… 0.7%p 상향분 절반이 반도체였다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석 달 만에 2.6%에서 3.3%로 0.7%포인트(p) 끌어올렸습니다. 상향 폭의 절반인 0.35%p가 반도체 경기 호조에서 나왔습니다. 수출 물량도 늘었지만 예상보다 가파르게 오른 가격의 영향이 더 컸습니다. 내년 전망도 2.1%에서 2.9%로 0.8%p 높아졌습니다. 한국은행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 부족에 따른 반도체 경기 확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수출과 설비투자에 집중된 호황의 효과가 내년에는 임금과 성과급, 고용을 거쳐 소비와 다른 업종까지 퍼질 것이라고 한은은 전망했습니다. ■ 성장률 0.7%p 올렸더니 0.35%p가 반도체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3%로 제시됐습니다. 지난 5월 전망 2.6%보다 0.7%p 높습니다. 가장 큰 상향 요인은 반도체였습니다. 경기 호조에 따른 성장률 상승 효과가 0.35%p로 추산됐습니다. 전체 상향 폭의 50%입니다. 반도체 수출은 물량과 가격이 모두 기존 전망을 웃돌았고, 한은은 이 가운데 가격 상승이 성장률 전망을 높이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지표에서도 온도 차가 나타났습니다. 올해 재화수출 증가율 전망은 5월 4.9%에서 이번에 9.7%로 높아졌고 설비투자도 4.4%에서 6.8%로 상향됐습니다. 반면 민간소비는 2.0%에서 2.1%로 조정되는 데 그쳤습니다. ■ 한국 경제에서 IT 비중, 9%에서 16.4%로 이번 전망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경제 안에서 IT 제조업이 차지하는 무게입니다. 한은에 따르면 명목 GDP에서 IT 제조업 비중은 지난해 9%에서 올해 1분기 16.4%까지 높아졌습니다. 이동렬 한은 조사국장은 우리 경제 구조가 IT 부문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이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우리 경제 성장률이 한 단계 높아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내놨습니다. 영향력이 커진 만큼 반대 방향의 움직임에 받는 충격도 커질 수 있습니다. 한은이 내년 성장률 전망을 2.9%로 높여 놓고도 AI 투자와 반도체 경기를 별도의 시나리오로 분석한 이유입니다. AI 확산과 수익모델 다변화로 수요가 예상보다 강해지고 국내 업체의 생산능력과 수율 개선까지 빨라지면 올해 성장률은 기본 전망보다 0.2%p, 내년은 0.6%p 더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반대로 AI 투자 수익화가 늦어지고 차입비용 부담으로 글로벌 빅테크가 투자 속도를 상당 폭 낮추면 올해 0.1%p, 내년에는 0.4%p 떨어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내년 기본 전망 2.9%에 이를 적용하면 성장률은 2.5%에서 3.5%까지 벌어집니다. 내년 성장률을 최대 1%p 갈라놓을 수 있는 변수가 글로벌 AI 투자시장에 걸려 있는 셈입니다. ■ 내년 2.9% 다음 관문은 소비 한은이 내년부터 기대하는 것은 지금과 다른 경로로, 올해 수출과 투자에 집중됐던 반도체 호황의 효과가 가계로 넘어오는 과정에 주목했습니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 성과급 지급 규모가 커지고 고용에도 영향을 줍니다. 늘어난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면 반도체와 직접 관련 없는 업종의 매출과 생산까지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한은은 아직 거시지표에서는 이런 효과가 뚜렷하지 않지만 반도체 수혜 지역의 미시자료에서는 일부 소비 품목으로 확산되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내년에는 성과급 지급 규모가 크게 늘고 고용 파급효과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소비 회복 품목까지 넓어지면 수출에서 시작된 호황이 내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에 따라 내년 성장에 대한 내수와 수출의 기여도가 대략 절반씩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변수도 있습니다. 성과급과 임금으로 늘어난 소득이 소비 대신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경우 한은이 예상한 소비 회복의 강도는 약해질 수 있습니다. 한은 역시 어느 쪽으로 더 많은 자금이 이동할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 호황은 내년 상반기까지… 그 뒤엔 AI가 결정 한은은 공급 부족에 따른 반도체 경기 확장 국면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변수가 많아집니다. AI 수요가 어느 정도 지속될지, 반도체 업체들이 공급을 얼마나 빠르게 늘릴지에 따라 수급과 가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 확대에 비해 AI 서비스의 수익화가 늦어질 경우 빅테크의 투자 계획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동 정세도 성장 경로를 흔들 수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빠르게 진전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 여건이 개선되면 성장률은 기본 전망보다 올해 0.1%p, 내년 0.2%p 높아질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습니다. 반대로 협상이 장기간 교착되고 역내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 올해 0.1%p, 내년 0.3%p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물가의 경우 중동 상황이 조기에 진정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본 전망보다 올해 0.1%p, 내년 0.3%p 낮아질 것으로 봤습니다. 교착이 장기화할 경우 각각 0.1%p, 0.4%p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 성장률 높였지만 물가 경계도 커져 빠른 성장에는 통화정책의 부담도 따라붙습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p 인상했습니다.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으로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해진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이 확산될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2.7%, 내년은 2.3%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습니다. 반면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2.4%에서 2.5%, 내년 2.3%에서 2.5%로 각각 높였습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소득이 늘고 소비가 회복되는 과정은 성장에는 힘을 보태지만 수요측 물가 압력을 높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2026-08-27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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