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사라진 첫날… 고소장 들고 왔는데 “어디로 가야”
검찰청이 사라진 첫날, 고소장 한 장을 내는 일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2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공소청 종합민원실에는 ‘업무 시스템 개편으로 접수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전날까지 사용하던 검찰 인증서가 폐기된 뒤 일부 직원에게 새 공소청 인증서 발급과 업무 권한 설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직장 업무를 조정해 오전 9시에 맞춰 민원실을 찾았다가 서류를 내지 못하고 돌아간 시민도 있었습니다. 공소청은 제출 기한이 있는 항고장 등 중요 서류는 우선 수기로 받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민원은 추후 제출하도록 안내했습니다. 공소청 본청은 시스템 자체의 장애는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일선 청에 인증서 발급 절차를 사전에 안내했지만 일부 직원이 이를 놓쳤고, 인증서 발급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서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민원실에서는 정식 접수증 양식이 마련되지 않아 직원이 고발장 표지에 접수 도장을 찍은 뒤 이를 복사해 민원인에게 건넸습니다. 검찰청은 사라졌고 공소청과 중수청은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고소장을 든 국민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새 기관의 조직도보다 ‘내 사건은 어디에 내야 하는가’에 대한 안내였습니다. ■ 기관 운영기준 있는데…내 고소장은 어디로 2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 제237조는 고소 또는 고발을 서면이나 구술로 사법경찰관에게 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전날까지 조문에 있던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서 ‘검사’가 빠졌습니다. 조문은 짧지만 실제 고소장을 들면 따져야 할 것은 적지 않습니다. 가령 제주에 사는 피해자가 서울에 있는 사람에게 온라인 사기를 당했다면 어느 경찰관서에 고소장을 내야 할지부터 고민할 수 있습니다. 제주에서 접수했다고 제주 경찰이 반드시 끝까지 수사하는 것도 아닙니다. 범죄 발생지와 피의자 소재지 등 사건 관련성에 따라 실제 담당 관서가 달라지고 사건이 이송될 수 있습니다. 경제범죄라면 경찰과 중수청 가운데 어느 기관이 수사할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사기·공갈·횡령·배임 사건에서는 ‘5억 원’이라는 숫자가 등장하지만 이를 ‘5억 원 이상은 중수청, 미만은 경찰’이라고 일률적으로 나눌 수는 없습니다. 적용 죄명과 법률, 범죄로 얻은 이득액, 구체적인 범죄 내용 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피고소인의 신분과 혐의에 따라 공수처 수사 대상 여부가 문제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고소장을 든 국민이 첫 단계에서 확인해야 할 정보는 죄명, 금액과 이득액, 적용 법률, 피고소인 신분, 사건 관련 지역까지 이어집니다. ■ 접수했다고 끝 아니… 움직이는 고소장 사건을 접수한 기관과 실제 수사를 담당하는 기관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경찰에 낸 사건이 다른 경찰관서로 이송될 수 있고, 수사 과정에서 중대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중수청과의 통보·이첩 절차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수사가 끝나 사건이 송치되면 공소청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법이 정한 보완수사·재수사 절차에 따라 사건이 다시 수사기관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소장을 어디에 낼지와 함께 지금 내 사건을 어느 기관이 처리하고 있는지도 중요해졌다는 말입니다. 경찰에는 민원창구와 경찰민원콜센터 182가 있고, 공소청에도 사건조회와 민원 안내가 있습니다. 정부도 중수청 출범에 맞춰 기관 간 사건 처리와 전산 연계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2일 경찰청과 행정안전부, 공소청 등 공식 채널을 확인한 결과, 일반 국민이 자신의 사건 유형과 금액, 피고소인 신분, 지역 등을 토대로 경찰·중수청·공수처 가운데 어디에 고소해야 하는지를 한 번에 판단할 수 있도록 한 통합 안내는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 새 기관은 문 열었는데… 첫날 드러난 틈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은 중대범죄 사건 이첩 수신과 접수·배당 등 필수 기능을 2일 우선 개통했습니다. 사건처리 등 나머지 기능은 오는 12월 초 2단계로 개통될 예정입니다. 출범 첫날 현장에는 옛 제도의 흔적도 남았습니다. 서울중앙지방공소청 민원실 순번 대기표와 일부 신청서에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귀하’라는 옛 기관명이 그대로 적혀 있었습니다. 기관을 나누고 사건을 넘기는 기준은 마련됐습니다. 그러나 고소장을 든 국민이 ‘내 사건을 어디에 내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길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경찰청은 이날도 ‘경찰 개혁의 길, 국민에게 듣습니다’라는 배너를 띄웠습니다. 새 형사사법체계 첫날, 국민은 답을 듣기 전에 길부터 찾아야 했습니다.
2026-10-02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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