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지는 제주] ① 회복은 나타났지만, 전환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은 다시 늘고 있습니다. 항공 좌석은 확대됐고, 관광객 수는 회복세로 돌아섰습니다. 숙박·외식·체험 소비도 살아나고 있습니다. 제주는 다시 ‘오는 곳’이 되고 있다는 기대감도 불거지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 흐름이 곧바로 지역 경제의 두께로 키우고 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1편은 관광 회복이라는 표면과, 소득·고용·투자라는 기초 지표가 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를 먼저 살펴봅니다. 회복이 왜 ‘전환’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지 를 구조적으로 짚습니다. 실제 정작 같은 시간,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지표들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소득은 충분히 남지 않고, 일자리는 고정되지 않으며, 투자는 신중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엇갈림이 지금 제주 경제의 상태입니다. 14일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최근 제주 경제가 건설업 부진이라는 제약 속에서도 관광객 증가와 서비스업 고용 개선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관광객 수는 항공 접근성 개선과 국제선 증편으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건설업 부진도 정책 지원으로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물론 이 진단은 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리키지 않는 방향을 함께 보지 않으면, 지금의 회복은 설명되지 않습니다. ■ 체류는 회복됐지만, 소비 방향은 다르다 14일 한국은행의 실물경제동향에 따르면, 제주의 경우 지난해 12월 관광객 수는 111만 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만 1,000명 늘었습니다. 1월(1~13일) 들어서도 전년보다 8만 7,000명 순증세를 보여 증가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내국인은 4개월 연속 늘고 외국인도 중국·대만 노선 확대 영향으로 꾸준히 발길이 몰리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 지표는 다른 방향을 가리킵니다. 지난해 11월 제주 대형마트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10.1% 감소했습니다. 전국 평균(-14.1%)보다는 덜 줄었지만, 감소 자체는 분명합니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관광객 중심으로 증가했지만, 도민 소비는 체크카드 증가를 감안해도 사실상 정체에 가깝다는 분석입니다. 체류는 늘었지만, 소비는 지역 전체로 충분히 전환되지 않았습니다. ■ 고용 늘었지만, 지역에 남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서비스업 고용 개선을 회복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고용의 성격이 바뀌고 있습니다. 수요 변동성이 큰 관광 연동 업종 중심으로 고용이 늘고, 장기 고정 고용을 만드는 건설·제조 부문은 위축돼 있습니다. 이는 고용의 양이 아니라 질적 변화입니다. 일자리는 늘었지만, 지역에 무게를 남기는 일자리 증가 등 취업 유발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 건설, 공사가 아니라 판단이 멈췄다 건축 허가면적은 전년 대비 최대 41.1% 감소했고, 건축 착공면적도 39.3% 줄었습니다. 레미콘 출하량도 감소 흐름을 보였습니다. 단기 침체가 아니라, 투자 판단 자체가 늦춰지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됩니다. 때문에 제주도정은 지방채 발행을 통한 인프라 투자 확대, 240억 원 규모 저금리 신용보증 신설, 지역 제한 경쟁입찰 허용 금액 상향 등으로 건설 부양에 나서고 있습니다. 물론 단기 완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책 행보가 왜 수주와 착공이 동시에 줄었는지까지 설명해주지는 못합니다. 멈춘 것은 공사가 아니라, 판단입니다. ■ 회복은 나타났지만, 순환은 아직 복구 전 그런데 이 모든 엇갈림을 하나로 묶는 공통의 상태가 있습니다. 지금 제주는 ‘유입은 회복됐지만, 순환은 복구되지 않은’ 국면에 들어와 있다는 점입니다. 관광객과 수요는 다시 들어오고 있지만, 그 소비가 지역 안에서 여러 번 돌지 않고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관광 소비는 일부 업종과 특정 구역에만 머물고, 도민 소득으로 충분히 전환되지 않으며, 그 소득이 다시 지역 투자로 이어지는 고리는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 제주는 ‘들어오는 경제’는 회복됐지만, ‘돌아가는 경제’는 아직 작동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회복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회복이 순환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지금 제주는 ‘머물지만’, ‘쌓이는 곳’은 아니다 사람은 늘고 이동은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그 흐름이 지역의 소득으로 충분히 전환되지 않고, 장기 일자리로 고정되지 않으며, 지역 안의 재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돈은 지나가고, 일은 머물지 않으며, 자본은 기다립니다. 이런 조합은 성장이라기보다 통과에 가깝습니다. 제주는 지금 머무르게는 하지만, 지역 안에 소득과 일, 투자라는 형태로 축적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왜 머무는 사람은 늘었는데, 지역에 남는 돈은 늘지 않는가. 왜 관광객은 돌아왔는데, 동네 상권은 살아나지 않는가. 왜 정책은 쏟아지는데, 민간 투자는 여전히 멈춰 있는가. 질문과 답의 향방은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2026-01-14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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