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 흔들었다] ② 관광 늘었는데, 산업은 불안해졌다… “회복은 있었고, 안착은 없었다”
연말·연초를 앞두고 하늘길은 다시 붐비고 있습니다. 항공권은 내려가고, 숙박 특가는 쏟아지고, 일본·동남아·유럽 주요 노선의 예약률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회복이 곧 산업의 안정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관광 시장은 ‘회복 이후의 불안정’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①편이 여행을 둘러싼 비용 구조의 변화 를 짚었다면, ②편은 그 변화가 왜 산업을 더 흔들고 있는지 를 들여다봅니다. ■ “사람은 늘었는데, 남는 게 없다” 서울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일본 패키지 상품 예약이 늘었다고 말합니다. “좌석은 잘 팔립니다. 그런데 수익은 늘지 않아요. 특가 경쟁이 심해졌고, 고객은 더 짧게 머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일본행 수요는 늘었지만, 여행사·호텔·항공사 모두가 ‘많이 팔았는데 편하지는 않은’ 상태에 놓였다는 설명입니다. 이게 지금 관광 시장의 모습입니다. ■ 항공은 싸졌지만, 여행은 가벼워지고 짧아졌다 일본 노선 공급 확대와 저비용항공사 좌석 증가로 항공권 가격은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여행의 총비용은 줄지 않았습니다. 출국세 인상 예고, 수하물 요금, 좌석 지정료, 현지 교통비, 혼잡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는 “싸졌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한 국적사 관계자는 “표는 싸졌는데 여행은 더 피곤해졌다”며 “소비자는 이제 가격보다 번거로움을 먼저 본다”고 전했습니다. 그 결과 여행은 더 가벼워졌고, 더 짧아졌습니다. 2박이 1박이 되고, 4일 일정이 3일로 줄어듭니다. 이동은 늘고, 머무름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 특가는 회복을 만들었지만, 정착을 만들지는 못했다 일본 숙박 특가는 분명 수요를 끌어왔습니다. 하지만 이 수요는 오래 머무르지 않습니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일본이 싸지면 일본으로, 혼잡해지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며 “이제 시장은 정착이 아니라 순환 구조”라고 말합니다. 이 구조에서는 관광객은 많아지지만, 산업은 불안정해집니다. 투자도, 고용도, 시설 확장도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렵습니다. 수요는 늘었지만, 예측 가능성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 연말·연초는 ‘기분 소비’가 아니라 ‘구조 검증’의 시즌 이 변화는 특히 연말·연초에 더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말 연시는 항공·숙박·관광 수요가 동시에 몰리는 유일한 시기이지만, 동시에 가장 계산적인 소비가 일어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연말 여행 예약자일수록 취소·변경률이 높고, 일정 단축과 목적지 이동이 더 잦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온라인 여행 플랫폼 관계자는 “연말 여행은 감정 소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계산적인 소비가 되는 시기”라며 “휴가 일정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비용, 혼잡, 피로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는 단기 매출보다 구조 경쟁의 성패가 먼저 드러나는 구간입니다. ■ “이제는 싸게 파는 게 아니라, 설명해야 한다” 정책 당국과 업계도 이 변화를 가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관광 정책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비싸냐 싸냐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왜 이 비용을 내야 하느냐’를 설명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관광은 상품이 아니라 구조라는 점을 정책이 따라잡지 못하면 선택받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한 중견 여행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는 이제 가격보다 피로도, 이동, 혼잡, 번거로움까지 전부 비용으로 계산한다”고 말합니다. 관광은 장소의 경쟁이 아니라 구조의 경쟁이 되고 있습니다. ■ 그래서 일본의 선택은 일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출국세 인상은 일본의 재정 정책입니다. 하지만 그 파장은 국경을 넘습니다. 정책은 곧바로 한국 여행 시장의 비교 기준이 되고, 그 비교는 다시 제주를 향한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제주는 더 좋아졌느냐를 묻는 자리에 서 있지 않습니다. 지금 가격과 조건이 구조적으로 납득 가능한지를 평가받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 제주, 가장 먼저 구조 평가를 받는 곳 제주는 일본과 함께 한국인의 대표적인 근거리 해외·대체 목적지로 묶여 있습니다. 일본 특가가 풀리면 제주 수요는 흔들리고, 일본 비용이 오르면 제주가 반사이익을 기대받습니다. 그러나 이 반사이익은 자동이 아닙니다. 연말·연초처럼 비교가 날카로워지는 시기에는 “제주가 더 좋으냐”가 아니라 “제주가 지금 덜 피곤하고, 덜 비싸고, 덜 번거로운가”가 먼저 질문됩니다. 제주는 목적지가 아니라 선택지이고, 선택지는 항상 비교됩니다. ■ 회복 이후의 질문 관광은 회복됐습니다. 그렇지만 산업은 아직 안착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시장이 묻는 질문은 ‘얼마나 오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유지되느냐’입니다. ‘얼마나 싸냐’가 아니라 ‘얼마나 설명되느냐’입니다. 관광은 다시 성장세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 관광이 산업을 지탱할 수 있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관광 시장의 이름은 ‘성장’이 아니라 불안정한 회복입니다. 그리고 이 불안정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신호입니다
2025-12-30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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