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감각이다… 끝났는데 사라지지 않는다
익숙한 방식으로 시작하지만, 전개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갑니다. 작품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 앞서 본 인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한 작업을 지나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스쳐간 요소들이 다시 끼어들며 흐름을 바꿉니다. 전시는 그 지점을 중심에 둡니다. 순서대로 본다는 감각보다, 서로 다른 작업이 겹치며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제주시 갤러리 이호에서 20일 개막한 《레아(REA) 국제 기획 초대 교류전: 제주에서 세계로》는 개별 작품의 완결성보다 작업 간 관계를 전면에 내세운 전시입니다. 관람은 하나씩 이해하는 과정에서 출발하지만, 곧 여러 인상이 동시에 작용하는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보는 방식 자체가 다시 조직됩니다. ■ 작품보다 연결이 먼저 작동한다 이번 전시는 ㈔레아글로벌문화교류협회와 갤러리 이호가 공동 기획했습니다. 한국과 중국, 미국, 프랑스 작가 29명이 참여해 회화와 도자, 혼합매체 50여 점을 선보입니다. 참여 작가는 이수목, 김수현, 양영심을 비롯해 홍일화, 전설(JEON, Sur), 신정재와 함께 미국 작가 다니엘 베이커(Daniel Baker), 중국 작가 린하이용(Lin Haiyong), 샨쩡(Shan Zeng), 푸셔우판(Fu Xiupan), 왕수이(Wang Shui), 바오야오쥔(Bao Yaojun), 샤오웨이페이(Xiao Weifei), 웨이신(Wei Xin), 샹마오(Xiang Mao), 샤오산(Xiao Shan) 등입니다. 작품은 국가나 장르로 구분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작업이 끊기지 않도록 이어지며 하나의 흐름 안에서 맞물립니다. 이수목은 자연과 우주의 시간을 중첩시키고, 김수현은 분청사기의 표면에 남은 흔적으로 시간의 결을 드러냅니다. 양영심은 오름과 마을의 길을 따라 축적된 공간의 기억을 화면에 풀어냅니다. 다니엘 베이커의 〈Emergence XII〉는 형태가 고정되기 전의 상태를 붙잡고 있으며, 린하이용의 〈Time is a Great Line〉은 시간을 선의 흐름으로 확장합니다. 서로 다른 작업이 이어지면서 관람객은 개별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을 따라가게 됩니다. ■ 이 전시, 이해보다 오래 남는 감각을 만든다 전시는 메시지를 정리해 전달하기보다 감각의 축적에 무게를 둡니다. 하나의 작업을 완전히 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앞선 인상이 다음 경험과 맞물리면서 전체를 다시 구성합니다. 전시장 안에서 형성된 인상은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떠오르며 다른 맥락에서 재해석됩니다. 이 과정까지 포함할 때 비로소 전시 경험이 완성됩니다. ■ 전시는 교류의 장으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는 《2026 레아 글로벌 비전 아트 페스티벌 in 제주》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갤러리 이호와 레아 컨벤션홀을 중심으로 포럼과 퍼포먼스, 국제 교류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됩니다. 특히 중국 후베이성 징저우시 정부 대표단이 제주를 찾아 문화와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전시는 민간 차원의 국제 교류로 이어지는 접점을 형성합니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홍일화와 미국의 다니엘 베이커, 한국의 전설과 신정재, 그리고 중국 항저우·닝보·징저우 지역 작가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권의 작업이 한 공간에서 교차합니다. ■ 출발점으로 기능하는 전시 갤러리 이호 대표 양영심 관장은 “작가들이 걸어온 과정에 공감하며 앞으로 함께 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양 관장은 한국미술협회 제주자치도지회, 한중문화우호협회, 제주국제화랑협회 등에서 활동하며 지역 기반 전시를 이어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 간 연결이 실제 만남과 이후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무게를 두고 기획됐습니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제주시 백포서3길 갤러리 이호에서 진행됩니다. 같은 기간 레아 컨벤션홀에서는 국제 미술 포럼과 작가 교류 프로그램이 함께 열립니다. ■ 관람 이후에 다시 떠오르다 이 전시는 의미를 즉각적으로 정리해 제시하지 않습니다. 전시장 안에서 스쳐 지나간 인상은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떠오르며 다른 맥락에서 새롭게 읽힙니다. 관람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기억 속에서 재구성됩니다. 그래서 이 전시는 보는 순간보다, 그 이후에 더 오래 남습니다.
2026-03-20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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