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5만 원으론 눈치 보인다”… 부의금까지 번진 ‘10만 원 기준선’
결혼식장에 가기 전, 참석 여부보다 먼저 얼마를 내야 할지부터 계산하는 분위기는 이미 익숙해졌습니다. 장례식장도 이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5만 원이면 괜찮나.” 예전엔 자연스럽게 건네던 금액이지만, 요즘은 한 번쯤 망설이게 됩니다. 축의금에 이어 부의금까지 10만 원이 사실상 새로운 기준처럼 굳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8일 카카오페이가 공개한 송금 서비스 10주년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부의금 송금에서 10만 원 비중이 5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축의금은 이미 2023년부터 10만 원이 가장 많이 보내는 금액으로 올라선 상태입니다. 식대와 물가가 함께 뛰는 사이, 경조사 문화의 기준도 같이 올라갔습니다. ■ “밥값도 안 된다”… 경조사비 체감선 달라져 예식장 식대는 몇 년 새 빠르게 올랐습니다. 서울 주요 예식장의 경우 식사 비용이 1인당 7만~10만 원 수준까지 오른 곳이 적지 않고, 호텔 예식장은 10만 원을 넘기는 사례도 흔합니다. 분위기도 달라졌습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5만 원 내면 괜히 신경 쓰인다”, “이젠 10만 원이 기본 같다”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실제 조사 결과도 비슷합니다. 인크루트가 지난해 직장인 8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식사를 포함한 직장 동료 적정 축의금으로 응답자의 61.8%가 10만 원을 선택했습니다. 2023년 조사에서는 친분이 적은 직장 동료 기준 적정액 1위가 5만 원(65.1%)이었습니다. 불과 2년 사이 체감 기준이 크게 달라진 셈입니다. 특히 부의금 변화는 더 상징적이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결혼식은 관계에 따라 금액 차이가 크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장례식은 오랫동안 ‘5만 원 정도면 무난하다’는 분위기가 비교적 유지돼 왔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유지되던 장례식장 5만 원 기준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체감 부담은 더 직접적입니다. ■ 모바일 송금은 빨라졌고… 금액은 더 오래 남아 경조사 문화 변화 뒤에는 모바일 송금의 일상화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전체 송금 가운데 봉투 기능 사용 비중은 2019년 13%에서 지난해 23%로 높아졌습니다. 송금과 함께 메시지를 보내고, 봉투 이미지를 고르는 문화도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가장 많이 사용된 봉투는 ‘정산완료’였고, ‘축결혼’, ‘고마워요’, ‘내마음’ 같은 감정형 봉투도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다만 모바일 송금은 관계의 부담 역시 더 선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현장에서 봉투를 건네고 지나갔지만, 지금은 송금 기록이 남습니다. 누가 얼마를 보냈는지 기억하기 쉬워졌고, 이전에 받은 금액과 비교하는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따라붙기 시작했습니다. 축하와 위로는 빨라졌고, 얼마를 보냈는지가 더 오래 남고 있습니다. ■ “축하보다 잔고부터 본다”… 청년층 경조사 부담 더 커져 부담은 사회초년생과 청년층에서 더 크게 나타납니다. 취업과 결혼, 돌잔치, 부모상까지 경조사가 짧은 기간 겹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달 경조사비만 수십만 원이 나간다”, “축하하고 싶은데 통장 잔고부터 먼저 보게 된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외식비와 교통비, 생활비까지 함께 오른 상황에서 경조사비 역시 사실상 고정지출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카카오페이 데이터에서도 변화상은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10대 총송금액은 2019년 약 40억 원에서 지난해 6,853억 원으로 급증했고, 50대 이상 이용도 꾸준히 늘었습니다. 실제 2021년에는 103세 이용자의 송금 기록도 확인됐을 정도입니다. 직접 봉투를 건네는 모습은 줄었지만, 디지털 송금은 이제 세대를 가리지 않는 일상이 됐습니다. 사람들은 축하와 위로보다, 얼마를 보내야 덜 부담스럽고 덜 민망한지부터 먼저 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2026-05-08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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