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만들어지고 마을이 생겨났다… 제주를 이루는 것들
제주에는 오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밭담이 있습니다. 하나는 땅이 솟아오르며 생겨났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 돌을 쌓으며 만들어졌습니다. 지금 제주는 그 두 과정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22일부터 7월 8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제1·2전시실에서 열리는 박석신·정은아 초청전 《주름진 땅-제주》입니다. 화산섬 제주가 형성돼 온 시간과 그 위에서 이어진 삶의 흔적을 도자와 회화라는 서로 다른 예술 언어로 풀어낸 전시입니다. ■ 땅이 만들어지는 순간 정은아의 작품 앞에 서면 가장 먼저 표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분출하며 갈라지고 겹쳐진 결들입니다. 작가는 분화구나 해안 절벽을 굳이 재현하려 하지 않습니다. 눈앞의 풍경보다 그 풍경을 만들어낸 근원적인 움직임 자체를 좇습니다. 분화와 침식, 융기와 균열. 수천 년 동안 반복된 변화가 흙을 만나 새로운 형태를 얻습니다. 물레 대신 손으로 형태를 빚는 핀칭 기법 역시 자연이 만들어내는 불규칙한 리듬을 품고 있습니다. 대표작 〈파도〉에는 밀려오고 부서지고 다시 쌓이는 흐름이 응축돼 있습니다. 흙은 손을 만나 형태가 되고, 불을 지나 또 다른 표정을 얻습니다. 정은아의 관심은 완성된 풍경이 아니라 그 풍경을 만들어낸 힘에 있습니다. 제주를 하나의 결과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 쓰이고 있는 지질학적 기록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 사람이 남긴 자리 박석신의 시선은 자연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사람에게 가닿습니다. 작업에 등장하는 밭담과 다랑이논, 마을과 길은 그저 배경으로 머물지 않습니다. 그 자체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구현합니다. 누군가 돌을 옮기며 밭을 일궜고, 그곳에서 살아왔습니다. 전시에 선보이는 〈돌봄의 숲〉에는 수많은 존재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서로 기대고 연결되며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합니다. 화산이 지형을 만들었다면 사람들은 그 위에 삶의 질서를 세웠습니다. 그림 속에는 땅 위에서 살아낸 날들이 켜켜이 남아 있습니다. 제주는 하나의 장소 이상, 사람들이 함께 살아온 기록으로 각인됩니다. ■ 서로 다른 두 시선이 만나다 흥미로운 건 두 작가가 같은 제주를 바라보면서도 서로 다른 층위를 응시한다는 점입니다. 정은아는 제주 자연을 눈에 보이는 풍경으로 옮기기보다 그 안에 축적된 힘과 움직임을 조형으로 풀어내는 작가입니다. 박석신은 삶의 기억과 관계의 결을 여러 장면의 이야기로 엮어내며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한 사람은 땅이 생겨난 자리를 따라가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위에 남겨진 삶을 읽어냅니다. 전시에서 공개하는 공동작업 〈땅 위에 쌓인 시간〉은 그런 두 시선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정은아의 도자 위에 박석신의 선과 흔적이 더해지면서 자연과 인간, 땅과 삶은 한 작업 안에서 공명합니다. 제주자치도 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주관하는 《주름진 땅-제주》는 7월 8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제1·2전시실에서 이어집니다. 개막식은 22일 오후 3시 열립니다.
2026-06-20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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