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사이먼이 ‘나눔명문기업’으로 보여준 출점의 조건
미담으로 끝낼 수 있는 소식입니다. 그런데 흐름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신세계사이먼이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나눔명문기업’ 20호로 이름을 올린 장면은, 한 유통기업이 지금 무엇을 출점의 비용으로 계산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그 답은 가격이 아니라 지역 신뢰입니다. 출점 경쟁이 격화될수록 ‘사회적 허가’는 이제 실제 비용으로 환산됩니다. 20일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19일 가입식을 열고 신세계사이먼을 ‘나눔명문기업’ 정회원으로 지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신세계사이먼은 지역 누적 기부금 1억 원 이상이라는 가입 기준을 충족했습니다. 2021년 제주 프리미엄 전문점 개점 이후 신세계사이먼은 서귀포시와 안덕면을 중심으로 이웃돕기 성금과 제주발전기금 기부를 이어왔고, 산학협력과 초등학교 문화예술 교육 지원 등으로 사회공헌 범위를 넓혀왔습니다. 올해 연말에도 2,000만 원을 추가 기부했으며, 성금은 서귀포시와 도내 도움이 필요한 곳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이 소식이 ‘제주 미담’에만 머물지 않는 건, 같은 시간대 회사의 보폭이 이미 대구를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8년 개장을 목표로 한 대구 프리미엄 아울렛 추진은 유통 3사의 지역 쇼핑 전쟁을 TK에서 재편하는 신호탄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나눔명문기업 가입은 선행 인증을 넘어, 출점 경쟁 국면에서 요구되는 운영 능력을 사전에 증명하는 전주곡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 나눔명문기업은 곧 ‘지역과의 계약’ 나눔명문기업 제도의 취지는 지역 대표 기업의 기부 참여를 선도해 공존과 상생을 실현하는 데 있습니다. 시장 언어로 옮기면, ‘지역에서 벌어들이는 만큼 어떻게 남길 것인가’가 평가 대상이 되는 구조입니다. 신세계사이먼의 제주 기록은 이 기준을 잘 보여줍니다. 누적 1억 원, 연말 2,000만 원. 여기에 생활권에 닿는 사회공헌 포트폴리오가 더해졌습니다. 이는 일회성 미담이 아니라 지역과 오래 갈 설계를 선택했다는 선언입니다. 체류형 공간이 커질수록, 지역의 동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요건이 됩니다. ■ 오프라인의 반격이 아닌, 오프라인의 재정의 지금 유통시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재구매와 가격 비교는 모바일로 이동했고, 시간을 쓸 이유가 분명할 때만 소비자는 오프라인으로 향합니다. 그래서 강해지는 것은 아울렛과 복합쇼핑몰입니다. 판매장은 경험장으로 진화했고, 체류와 동선이 경쟁력이 됐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프리미엄 아울렛과 복합쇼핑몰의 방문 경험률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고물가 추세 속에 일상 소비는 온라인으로 이동했지만, 외식·여가·체험을 묶은 목적형 소비는 오프라인에 남았습니다. 사회공헌은 ‘착한 활동’이 아니라, 갈등 관리와 영업 안정성을 높이는 운영 요소로 작동합니다. ■ 제주에서 만든 신뢰 자본, 지역 출점의 전주곡 대구에서는 2027년 롯데쇼핑의 대형 복합쇼핑몰이 먼저 문을 열고, 2028년에는 신세계사이먼의 대구 프리미엄 아울렛과 현대백화점 계열의 프리미엄 아울렛이 맞붙는 구도가 예고돼 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신세계사이먼은 최근 대구광역시 산격청사에서 대구광역시와 대구도시개발공사, 동구청, 합작법인(JV) 주주사인 ㈜신세계와 사이먼과 함께 안심뉴타운 유통상업시설 부지의 ‘대구 프리미엄 아울렛’(가칭)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경쟁의 핵심은 더 크게 짓느냐가 아니라, 어떤 명분으로 설계하느냐로 이동했습니다. 대형 유통시설은 교통과 상권 재편, 소상공인과의 긴장, 환경·경관 이슈를 한 번에 끌어옵니다. 초기부터 지역과의 관계 설정이 공사비만큼 중요해진 이유입니다. 제주에서 축적한 신뢰 자본은 다른 도시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패턴이 유통의 새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입니다. ■ 제주 유통, 관광 상권 넘어 생활권 소비로 갈 때 제주는 계절과 항공 공급, 금리와 물가에 민감합니다. 관광객만을 겨냥한 전략은 성과의 내구성이 약합니다. 도민이 일상적으로 찾을 이유가 설계의 중심이 돼야 합니다. 대구에서 제시된 ‘일상 속의 프리미엄’과 체류형 소비 구상은, 제주에도 그대로 되돌아오는 질문입니다. 사회공헌이 생활권 연결망으로 작동할수록, 유통시설은 변동성에 덜 흔들립니다. 신세계사이먼이 제주에서 선택해 온 방향은 이 조건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 이제 유통은 ‘가격’이 아니라 ‘함께 갈 수 있느냐’를 증명해야 한다 이번 나눔명문기업 가입은 따뜻한 장면으로 끝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다음 국면을 보고 있습니다. ‘지역과 어떻게 손을 잡는가’가 곧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가’를 결정합니다. 제주에서 찍힌 이 좌표는 전국 출점 경쟁의 기준선으로 읽힙니다. 이제 유통은 얼마나 싸게 파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함께 갈 수 있느냐를 증명해야 살아남는 산업이 됐습니다. 그 실천 모델은 지금, 현장에서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습니다.
2025-12-20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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