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학 나와야 산다”… 국민 열에 여덟, ‘학벌사회’ 개선 기대 접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야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인식이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은 앞으로도 학벌주의와 대학서열화가 유지되거나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학벌주의가 심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8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학력보다 능력을 평가하자는 사회적 요구와 달리, 대학 간판의 영향력이 앞으로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취업 기회와 소득,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여전한 가운데 입시 경쟁과 수도권 대학 쏠림, 지역대학의 경쟁력 문제도 맞물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 학벌주의 심화 전망 34.4%… 8년 전의 1.9배 오늘(26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2025년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19세 이상 75세 미만 성인 4,000명 가운데 48.9%는 앞으로 학벌주의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심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34.4%였습니다. 두 응답을 합하면 83.3%에 이릅니다. 반대로 학벌주의가 약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10.3%에 그쳤습니다. 변화가 두드러진 부분은 학벌주의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었습니다. 2017년 17.8%였던 심화 응답은 2018년 21.3%, 2021년 26.4%, 2023년 34.3%를 기록했고, 2025년에는 34.4%까지 높아졌습니다. 2017년과 비교하면 16.6%포인트(p) 상승했고, 비율로는 약 1.9배에 달합니다. 대학서열화에 대한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응답자의 52.2%는 대학 간 서열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고, 31.6%는 오히려 심화할 것으로 봤습니다. 유지 또는 심화를 전망한 비율은 83.8%였습니다. 대학서열화가 약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10.8%에 머물렀습니다. ■ 대학 졸업자들이 더 비관적… 교육의 영향력도 여전 학벌주의의 미래를 더 비관적으로 바라본 쪽은 대학 졸업자들이었습니다. 학벌주의가 심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고졸 이하 학력자 33.4%, 대졸자 35.0%로 집계됐습니다. 대학서열화가 유지되거나 심화할 것이라는 응답 역시 대졸자 85.2%로, 고졸 이하 학력자 79.4%보다 5.8%p 높았습니다. 교육이 경제적 부와 사회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도 여전히 크다고 평가됐습니다. 교육이 개인의 경제적 부에 미치는 영향이 크거나 매우 크다는 응답은 64.6%, 사회적 지위 향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응답은 65.4%였습니다. 심리적 만족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응답도 56.6%로 나타났습니다. 영향력에 대한 평가는 과거보다 낮아졌습니다. 교육이 경제적 부에 미치는 영향은 5점 만점에 평균 3.77점으로 2010년보다 0.18점 하락했습니다. 사회적 지위 향상은 3.79점으로 0.27점, 심리적 만족감은 3.63점으로 0.29점 각각 떨어졌습니다. 교육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에 대한 평가는 낮아졌지만, 학벌주의가 앞으로 약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 수능 N수생 19만 명 넘어… 사교육비 부담도 여전 대학 진학을 둘러싼 경쟁은 올해 수능 원서 접수 결과에서도 확인됩니다.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원서를 낸 졸업생과 검정고시 출신은 19만 6,473명으로, 2004학년도 이후 23년 만에 가장 많았습니다. 전체 수능 지원자의 35.6%로, 3명 중 1명 이상이 고교 재학생이 아닌 지원자였습니다. 여기에는 대학 진학을 다시 준비하는 졸업생뿐 아니라 검정고시 출신도 포함돼 있습니다. 사교육비 통계에서도 교육비 부담의 차이가 나타납니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의 월평균 지출액은 60만 4,000원으로 전년보다 2.0% 증가했습니다. 월 100만 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학생 비중은 전국 11.6%였지만, 서울에서는 24.6%에 달했습니다. 서울의 고액 사교육비 지출 학생 비중이 전국 평균의 두 배를 넘는 것으로, 지역에 따른 교육비 지출 격차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 취업시장과 맞물린 학벌 경쟁 학벌주의와 대학서열화에 대한 인식은 대학 졸업 이후의 취업 여건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의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300인 미만 기업의 임금 수준은 58.9였습니다.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가 큰 만큼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좋은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임금 격차가 학벌에 따른 채용 차별을 직접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취업 기회와 소득에 대한 기대가 대학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시장 구조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 수도권 대학 쏠림… 지역대학 경쟁력도 과제 대학서열화 문제는 지역 간 교육·취업 여건의 차이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상위권 대학과 주요 기업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제주를 비롯한 비수도권 대학은 학생 모집과 졸업생 취업이라는 과제를 함께 안고 있습니다. 지역대학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노력과 함께 지역에서 선택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문제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학벌주의와 대학서열화가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과 양극화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에서 "학벌주의와 대학서열화로 인한 부적 외부효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며 사회양극화 문제와도 관련되는 등 그 부작용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관련 교육정책은 단기적 처방이 아닌 중장기적 비전과 계획 아래 국민의 지지를 얻으면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26-10-26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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