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처 그리고 구직자간 눈높이, 즉 ‘미스매치(Mismatch)’는 '인력난'을 부추기는 주요인 중에 하나로 꼽힙니다.
수요와 공급에서 빚어지는 고용 불일치를 말하는데, 기업과 구직자 간 정보 격차에 따른 인식의 차이, 수급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어느 한쪽 노력으로만 극복할 문제가 아니라는데서 협업 구도가 절실합니다.
악순환이 거듭되는 관광 고용시장 해법을 살펴보는 시간, 취약한 인재풀(pool) 현황과 대책을 찾아봤습니다.
(1) 학회 1,000명, 수학여행 2만 명 ‘훌쩍’
(2) “10명 공고, 1명 뽑았어요”
(3) ‘미스매칭’ 여전...‘인재풀’ 마른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릅니다. 이번에는 자신이 고사했습니다. K씨(26)씨의 일자리 ‘구애’는 오늘도 이어집니다.
‘스펙’이 달리는건 아니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자리가 보이진 않습니다.
일찌감치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조리사자격증을 갖추고 있지만 제주에서 취업해볼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서울 등 수도권으로 나가볼 생각입니다.
인턴십까지 거치며 오매불망 기다렸던 호텔·리조트에서 받았던 실망감이 가장 컸습니다.
때마침 코로나가 터지자 ‘잠시만’ 약속만 믿고 기다린게 1년, 2년째.
한달 전, 자리가 났다며 연락이 왔지만 원하던 자리도 아닌 현장 예약직 배치라 마음을 접었습니다.
K씨는 “처음엔 자리가 없어 애를 태웠지만 요즘엔 꽤 사람을 구하는 곳이 생겨났다”며 “시야를 넓혀 볼 겸 밖으로 나가, 시간을 두고 원하는 일을 더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단 ‘취준생’ 등 일부 학생들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지역내 인재풀(pool)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사람을 구하려고 해도 마땅히 구할 곳이 없어지고, 너도나도 ‘인력난’에 허덕이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호텔 등 선호도 하락
제주시내 한 4성급 관광호텔 총지배인 J씨는 이같은 상황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호텔 등 관광관련 학과 졸업생 100명이 있다고 하면 2,30명 정도는 호텔 취업을 원하고, 학교에서 지원 연락 등이 오는게 보통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라며 “A대학, B대학에서 10명, 20명씩 지원했던게 올해는 아예 뚝 끊겨 버린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당시 워낙 호텔 등 관광 경기가 워낙 좋지 않기도 했거니와, 이에따른 타격이 여실히 드러났던 것도 한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성종 제주한라대학교 국제관광호텔학부 교수는 “3년여 이어진 코로나19로 예전보다 호텔 등 관광업계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나 취업 희망이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든건 사실”이라며 “노동 강도가 다른 업종 등에 비해 세고, 급여 수준 등으로 인해 다른 업종을 찾는 경우도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제주는 "경유할 뿐"...인력 유출 계속
내부적으로 생겨나는 인력 유출요소 역시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제주에 잇따라 진출하는 신생 호텔·리조트를 비롯한 숙박시설 등 영향입니다.
중문관광단지내 '더쇼어호텔 제주'(옛 '하얏트 리젠시 제주')가 7월 2개동 300여 실 규모 5성급 독자브랜드인 '파르나스 호텔 제주'로 개장을 앞두고 JW메리어트호텔도 하반기, 그리고 중·소규모 호텔들이 속속 들어설 예정입니다.
심지어 기존 특급호텔들도 코로나 시기 구조조정 등을 진행했던 인력 보강이 한창입니다.
호텔 등 구인공고가 넘쳐나지만, 한두 달 연장이 기본인데다 제대로 정원을 채우지도 못하면서 공고 일정이 연장되는 경우가 적잖은 실정입니다.
뽑아도 그만두고 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채용하는 입장에서도 안전장치 마련이 곤혹스러울때가 한두 번이 아닐 때도 많습니다.
제주시 한 복합리조트·호텔 관계자는 “육지에서 오는 경우 기숙사를 비롯해 복지부문 조건 등을 많이 따지는 편”이라며 “인건비쪽으로 충당해보지만, 해보다가 ‘아니면 그만’식으로 그만두는 경우도 허다해, 재차 모집공고를 내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코로나를 버티고 ‘리오프팅(경제 재개)’을 준비 중이라는 서귀포시 한 특급호텔도 각 분야별 전문인력들을 모집 중이지만, 마땅한 인력을 뽑지 못해 고민이 쌓여가는 상황입니다.
이 호텔 관계자는 “한 자리 수 채용인데도 사람이 없어 수소문까지 해가며 인력을 뽑는 상황”이라며 “정 안되면 있는 인력으로 감당해야 할 처지라, 결국 일의 부하만 늘어날까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경력직 등 선호...고용 '니즈' 엇갈려
변화된 구직 트렌드에, 호텔들의 달라진 채용 패턴이 맞지 않는 것도 수급 불안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 호텔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자금 등 재정난은 물론 인력난이 심화된 실정입니다.
외국인 관광객 등 의존도가 높았던데다, 일상회복에 내국인이 많이 들어온다고 당장 경영 안정세로 돌아선 것도 아니라 업계로선 다수 공채보다 일정에 따른 수시 채용에, 여러 업무가 가능한 인재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반면 구직자 입장에선 되도록 안정된 고용조건에, 다양한 직무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서 일하기를 바라다보니 자연 ‘미스매치’가 빚어질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주 한 특급호텔 임원은 “제주칼호텔을 비롯한 대규모 해고사태를 눈앞에서 보고, 서비스업계의 불안한 고용상황들을 직·간접 체감했는데, 자신이 그런 상황에 몸 담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오히려 다른 직종으로 전업을 생각하거나, 제주보다는 넓은 곳으로 가서 일을 찾아보겠다는 의견이 많이 타진되는 편”이라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수급 불안 여전..."고용 안정성 담보돼야"
문성종 제주한라대학교 교수는 “전문성있는 직종으로서, 호텔 등 업계 고용 조건을 상향시키면서 직업 안정성을 제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투자를 통해 적재적소, 전문성있는 인재 확보와 육성에 대한 고민 역시 뒤따라야한다는 얘기로 풀이됩니다.
청년 등 고용시장 불안은 여전합니다.
지난해 제주 청년(19~39세) 고용률과 실업률은 각각 42.6%, 7.5%로 광역시·도중 청년 고용률은 전국 10위, 실업률은 낮은 순으로 전국 17위에 머물렀습니다.
청년 고용률은 2020년(41.6%)보다 개선됐지만 2019년(43.7%) 수준에 못미치고 청년 실업률 역시 2019년 5.3%, 2020년 6.8%로 악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제주 신규 구인이 2,861건으로 지난해보다 22%이상 늘었지만 구직 3,981건으로 -4.4%, 취업 2,013건으로 -14.8% 줄었습니다.
앞서 3월도 구인과 구직이 각각 2.5%, 1.5%로 소폭 증가했지만 취업은 감소세(-4.3%)를 보이며 여전히 위축된 고용시장 수급상황을 반영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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