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무슨 청첩장이 이래?"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자신의 결혼식 날짜가 적힌 사진을 SNS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새는 모바일로 청첩장을 받는 일도 흔한데요.
그런데 결혼을 앞둔 그 사람이 제주도 사람이라면 프로필 사진이나 청첩장에 뭔가 살짝 다른게 있습니다.
바로 결혼식 날짜만 적혀야하는데, 일주일 단위로 잔치를 한다고 적혀있다는 거죠.
"결혼식이 잔치 아니야? 잔치라는 표현을 쓰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 시간에서 두 번 갸우뚱 하게 됩니다.
분명 결혼식은 '오전'에 하는데, 종료 시간이 오후 '5~6시'로 적혀 있습니다.
제주 지인 결혼 소식을 자주 접해보신 적이 있다면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지인이 '주중'에 결혼식을 한 사람이 있는지, 혹은 '오후'에 결혼식을 한 적이 있는지 말이죠.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 "그래서 결혼식을 언제 한다는 건데?"
결혼식은 개인에 있어서도 큰 행사지만, 집안과 집안의 결합 성격도 있는 만큼 예전 방식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고, 지역의 특색도 강하게 반영되곤 합니다.
물론 시대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도 많이 보이는데, 제주에서는 쉽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가운데 하나가 주말 결혼식, 오전부터 오후까지의 결혼식, 전날 혹은 전주나 다음주 잔치 등입니다.
일반적으로 결혼식은 30~40분에 끝나고, 기념 촬영과 피로연까지 2~3시간 안으로 마무리되지만, 제주에서는 기념촬영 이후부터 시작입니다.
호텔과 예식장, 식당, 마을회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하루 종일 손님을 받습니다.
그래서 주중보다는 주말 결혼식이 많은 겁니다.
하루 종일 하는 결혼식 문화는 더 확대돼 일주일 전이나 일주일 뒤에 하루 종일 '잔치'를 하는 경우가 있고 3일에 걸쳐서 '신랑 잔치', '신부 잔치', '결혼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언제부터 그랬나요? 옛날엔 더 심했나요?"
한국문화원연합회에 따르면, 제주의 전통 혼례는 결혼식 전날 양가 친척들이 모이는 '가문잔치', 결혼식 당일 양쪽 집안에서 각각 치르는 '잔치', 결혼식 다음 날 신붓집에서 치뤄지는 '사돈잔치', 그 다음 날 신랑 집에서 치뤄지는 '사돈잔치'로 이뤄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사흘간 진행됐는데, 잔치 방식은 마을, 집안마다 조금씩 달랐습니다.
1975년 당시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서는 첫째 날에 마을 주민이 함께 모여 돼지를 잡아서 잔치 음식을 준비하고, 둘째 날에 친지와 하객을 접대하는 가문잔치를 열고, 마지막 날 결혼식 의례가 진행됐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왜 이런 문화가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토박이들도 잘 알지 못합니다.
문화원연합회 관계자는 "제주도의 혼례 풍속은 내혼으로 형성된 마을공동체의 결속을 위한 동네잔치이기도 했다"며 공동체문화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 "신랑 신부 뒤에 쫓아다니는 사람은 누구예요?"
제주지역 결혼식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닌데, 축의금 함이 없는 결혼식이 꽤 많습니다.
있어도 쓰지 않습니다.
결혼식 하객은 축의금을 신랑 신부에게 직접 전달합니다.
부모님 손님의 경우 부모님께 드리죠.
보통 결혼식이 끝난 후 피로연, 혹은 잔치 때가 되면 신랑신부는 한복으로 갈아입고 손님들이 식사를 하는 테이블을 도는데, 이 때 가장 많이 축의금을 전달합니다.
그런데 신랑신부가 그 축의금 봉투를 계속 손에 들고 있기 애매한데, 그런 신랑신부 뒤에 가방을 멘 남녀가 따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부신랑'과 '부신부'입니다.
부신랑과 부신부는 이 축의금 봉투를 대신 건네받아 보관하는, 이른바 '걸어다니는' 축의금 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나 하지 못하고, 신랑과 신부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형제·자매나 '절친'이 맡곤 합니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신부의 축의금을 관리하는 '가방순이'가 있기 때문에 '별다른게 없는 것 같은데'하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제주의 부신랑과 부신부는 결혼식 준비 과정부터 끝날 때까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많은 일을 합니다.
부신랑은 결혼식 당일 신랑과 신부, 양가 부모를 예식장까지 모실 차량과 운전자를 섭외하고, 부신부는 예식 과정 촬영, 부신랑과 함께 양가 부모의 의견을 조율하는 일, 심지어 양가 친지들을 모시는 일 등 사소해보일 수 있는 일까지 처리하곤 합니다.
며칠동안 이 일에 매달리기 때문에 자신들도 결혼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죠.
덧붙여서 제주에는 '겹부조'라는 독특한 문화도 있습니다.
신랑신부는 물론 부모나 형제를 알고 지냈다면 그들에게도 축의금을 주는 건데요.
한 사람당 10만 원씩 4명에게 준다고 하면 40만 원이 훅 나가게 되죠.
■ "하루 종일 잔치한다면..비용이 많이 들 것 같은데요?"
제주의 결혼식 비용은 잔치까지 포함하면 정말 많이 듭니다.
2018년 제주가족연구원이 조사한 '제주지역 결혼문화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전국 평균 피로연 비용은 573.8만 원인데, 제주는 평균 1,486.2만원으로 2배 이상입니다.
그러다보니 결혼식과 잔치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는데요.
그래서 하루 종일 잔치를 열지 않고, 다른 지역처럼 결혼식 후 피로연을 2시간 이내로 간소하게 치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JIBS 제주방송 강은희 (eunhe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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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청첩장 사진
■ "무슨 청첩장이 이래?"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자신의 결혼식 날짜가 적힌 사진을 SNS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새는 모바일로 청첩장을 받는 일도 흔한데요.
그런데 결혼을 앞둔 그 사람이 제주도 사람이라면 프로필 사진이나 청첩장에 뭔가 살짝 다른게 있습니다.
바로 결혼식 날짜만 적혀야하는데, 일주일 단위로 잔치를 한다고 적혀있다는 거죠.
"결혼식이 잔치 아니야? 잔치라는 표현을 쓰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 시간에서 두 번 갸우뚱 하게 됩니다.
분명 결혼식은 '오전'에 하는데, 종료 시간이 오후 '5~6시'로 적혀 있습니다.
제주 지인 결혼 소식을 자주 접해보신 적이 있다면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지인이 '주중'에 결혼식을 한 사람이 있는지, 혹은 '오후'에 결혼식을 한 적이 있는지 말이죠.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마을회관에서 열리는 피로연 모습
■ "그래서 결혼식을 언제 한다는 건데?"
결혼식은 개인에 있어서도 큰 행사지만, 집안과 집안의 결합 성격도 있는 만큼 예전 방식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고, 지역의 특색도 강하게 반영되곤 합니다.
물론 시대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도 많이 보이는데, 제주에서는 쉽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가운데 하나가 주말 결혼식, 오전부터 오후까지의 결혼식, 전날 혹은 전주나 다음주 잔치 등입니다.
일반적으로 결혼식은 30~40분에 끝나고, 기념 촬영과 피로연까지 2~3시간 안으로 마무리되지만, 제주에서는 기념촬영 이후부터 시작입니다.
호텔과 예식장, 식당, 마을회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하루 종일 손님을 받습니다.
그래서 주중보다는 주말 결혼식이 많은 겁니다.
하루 종일 하는 결혼식 문화는 더 확대돼 일주일 전이나 일주일 뒤에 하루 종일 '잔치'를 하는 경우가 있고 3일에 걸쳐서 '신랑 잔치', '신부 잔치', '결혼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문화원연합회 '지방문화원 원천콘텐츠 발굴지원사업'의 일환으로 '1975년 제주도 선흘리 가문잔치', 혼례재현 사진자료
■ "언제부터 그랬나요? 옛날엔 더 심했나요?"
한국문화원연합회에 따르면, 제주의 전통 혼례는 결혼식 전날 양가 친척들이 모이는 '가문잔치', 결혼식 당일 양쪽 집안에서 각각 치르는 '잔치', 결혼식 다음 날 신붓집에서 치뤄지는 '사돈잔치', 그 다음 날 신랑 집에서 치뤄지는 '사돈잔치'로 이뤄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사흘간 진행됐는데, 잔치 방식은 마을, 집안마다 조금씩 달랐습니다.
1975년 당시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서는 첫째 날에 마을 주민이 함께 모여 돼지를 잡아서 잔치 음식을 준비하고, 둘째 날에 친지와 하객을 접대하는 가문잔치를 열고, 마지막 날 결혼식 의례가 진행됐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왜 이런 문화가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토박이들도 잘 알지 못합니다.
문화원연합회 관계자는 "제주도의 혼례 풍속은 내혼으로 형성된 마을공동체의 결속을 위한 동네잔치이기도 했다"며 공동체문화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 "신랑 신부 뒤에 쫓아다니는 사람은 누구예요?"
제주지역 결혼식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닌데, 축의금 함이 없는 결혼식이 꽤 많습니다.
있어도 쓰지 않습니다.
결혼식 하객은 축의금을 신랑 신부에게 직접 전달합니다.
부모님 손님의 경우 부모님께 드리죠.
보통 결혼식이 끝난 후 피로연, 혹은 잔치 때가 되면 신랑신부는 한복으로 갈아입고 손님들이 식사를 하는 테이블을 도는데, 이 때 가장 많이 축의금을 전달합니다.
그런데 신랑신부가 그 축의금 봉투를 계속 손에 들고 있기 애매한데, 그런 신랑신부 뒤에 가방을 멘 남녀가 따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부신랑'과 '부신부'입니다.
부신랑과 부신부는 이 축의금 봉투를 대신 건네받아 보관하는, 이른바 '걸어다니는' 축의금 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나 하지 못하고, 신랑과 신부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형제·자매나 '절친'이 맡곤 합니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신부의 축의금을 관리하는 '가방순이'가 있기 때문에 '별다른게 없는 것 같은데'하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제주의 부신랑과 부신부는 결혼식 준비 과정부터 끝날 때까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많은 일을 합니다.
부신랑은 결혼식 당일 신랑과 신부, 양가 부모를 예식장까지 모실 차량과 운전자를 섭외하고, 부신부는 예식 과정 촬영, 부신랑과 함께 양가 부모의 의견을 조율하는 일, 심지어 양가 친지들을 모시는 일 등 사소해보일 수 있는 일까지 처리하곤 합니다.
며칠동안 이 일에 매달리기 때문에 자신들도 결혼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죠.
덧붙여서 제주에는 '겹부조'라는 독특한 문화도 있습니다.
신랑신부는 물론 부모나 형제를 알고 지냈다면 그들에게도 축의금을 주는 건데요.
한 사람당 10만 원씩 4명에게 준다고 하면 40만 원이 훅 나가게 되죠.
서귀포의 한 마을에서 열리는 결혼잔치
■ "하루 종일 잔치한다면..비용이 많이 들 것 같은데요?"
제주의 결혼식 비용은 잔치까지 포함하면 정말 많이 듭니다.
2018년 제주가족연구원이 조사한 '제주지역 결혼문화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전국 평균 피로연 비용은 573.8만 원인데, 제주는 평균 1,486.2만원으로 2배 이상입니다.
그러다보니 결혼식과 잔치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는데요.
그래서 하루 종일 잔치를 열지 않고, 다른 지역처럼 결혼식 후 피로연을 2시간 이내로 간소하게 치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JIBS 제주방송 강은희 (eunhe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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