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우도 / 지난 9일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섬, 제주시 우도입니다.
특산물 땅콩과 함께 보리가 주 재배 작물입니다.
우도에서 보리농사를 짓고 있는 주민들은 매해 이맘때가 되면 근심이 깊어집니다. 애써 파종한 보리밭이 떼까마귀로 새까맣게 뒤덮여 파헤쳐 지기 때문입니다.
고흥범 / 보리 농가
"작년에 4만 평(13만여 제곱미터) 이상 보리농사를 지었는데 까마귀 피해로 인해 2만 평(6만여 제곱미터) 이상 많은 손실을 봤습니다. 보리농사를 짓는 한 까마귀들과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쪽파 농가도 한숨이 깊어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떼까마귀가 벌레를 잡기 위해 밭 곳곳을 헤집는 과정에서, 한창 자라고 있는 쪽파 뿌리까지 뽑혀 나가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 피해가 있었던 거예요?"
쪽파 농가
"3년 전. 다 파 버렸어요, 조금씩 조금씩 다 파 버렸습니다. 이거 까마귀가 해놓은 거예요. 3분의 1 정도 (피해 입었습니다.)"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떼까마귀는 11월부터 이듬해 초봄까지 우도에 머무르면서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떼까마귀로 인한 농작물 피해 신고는 우도에서만 모두 117건. 농가에 지급된 피해 보상금은 1건당 약 160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농민들은 떼까마귀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합니다.
제주시가 매년 11월과 다음 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떼까마귀 포획에 나서고 있지만 농가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거기다가 올해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행정상의 실수로 지난달에 이뤄졌어야 할 떼까마귀 포획작업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제주시와 우도면은 부랴부랴 이달 중 포획 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우도를 찾는 떼까마귀는 해마다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철새 특성상 정확한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입니다.
매년 겨울 '불청객' 떼까마귀가 우도를 찾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도 없어 농민들의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JIBS 권민지입니다.
(영상취재 강효섭)
JIBS 제주방송 권민지 (kmj@jibs.co.kr), 강효섭 (muggi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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