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빠진 색깔론, 즉각 사과하고 최고의원직 후보 사퇴하라"
국민의힘 태영호 국회의원이 제주4·3이 북한의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는 주장해 논란을 사고 있습니다.
태 의원이 주장한 맥락의 소위 '제주4·3 남로당 중앙당 지령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근거가 없다는 것이 밝혀지며, 사장된 주장입니다.
태영호 국회의원(강남 갑)은 오늘(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제주 4·3 사건, 명백히 北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제(12일)부터 국민의힘 전당대회 일정으로 제주를 찾은 태 의원은 이날 첫 일정으로 제주 호국원을 찾아 참배하고, 이후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분향했습니다.
태 의원은 4·3평화공원에서 "4·3사건은 명백히 김씨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주장하며, "김씨 정권에 몸담다 귀순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희생자들에게 무릎꿇고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시금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됐다"며 "이같은 비극이 없도록 자유 통일대한민국을 이루기위해 목숨을 걸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한라에서 백두까지 자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첫 시발점으로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태 의원의 주장한 제주4·3 북한 지시설 내지 지령설은 이미 4·3계에서 힘을 잃고 사장된 주장입니다.
극우보수단체 등은 이 같은 주장을 하며, 그 근거로 지난 1983년 출간된 『박헌영』이라는 책의 일부 내용을 제시해 왔습니다.
이 책은 남로당 지하총책 출신 박갑동 씨가 저술한 책으로, 1970년대 그가 중앙일보에 연재한 글들을 엮은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 언론 취재에 의해 책의 작가 박갑동 씨가 썼다고 알려진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1990년 제민일보 <4·3취재반>은 당시 박갑동 씨와 직접 인터뷰를 하고, 박 씨로부터 해당 내용이 '내 글이 아니고 당시 정보부에서 고쳐 쓴 것'이라는 내용의 증언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4·3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 중 한 명인 미국의 존 메릴 박사 역시 '4·3 북한 지령설'에 관해 근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태 의원이 이날 어떤 근거로 이런 주장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태 의원의 발언이 전해지자 제주4·3희생자유족회를 비롯한 4·3 관련 기관·단체들은 사실과 다른 발언이라며 일제히 비판하고 즉각 사과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연구소, 제주4·3도민연대,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등 4·3기관·단체들은 오늘(13일) 공동 규탄 성명을 내고, "태영호 의원이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유포시키는 등 경거망동을 일삼았다"며 즉각 사죄하고, 최고위원직 후보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4·3에 대한 왜곡과 망언으로 4·3유족들과 제주도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3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던 약속과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며, 여야 합의로 통과된 4·3 특별법 개정 정신과도 한참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태영호 의원의 이같은 행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낡아빠진 색깔론으로 국민들을 현혹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며, 4·3을 폭동으로 폄훼해 온 극우의 논리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태 의원은 이번 4·3 망언과 왜곡에 대해 4·3희생자 유족들과 도민들에게 즉각 사과하고, 이제라도 국민의힘 최고위원직 후보에서 스스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귀포시)은 제주4·3 폄훼를 사과하고 왜곡된 역사인식을 바로 잡을 것을 촉구했고, 송재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갑)은 국민의힘이 또다시 색깔론으로 국민들을 갈라치고 제주도민의 아픈 상처를 들쑤시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앞서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은 JIBS와의 통화에서 "제주4·3 발발 시기와 김일성의 활동 시기만 확인해도 이런 어이없는 주장을 펼치진 않았을 것"이라며 "공인이 표를 얻기 위해 이런 구태의연한 발언을 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회장은 "지금도 4·3을 이념의 잣대로 바라보는 것이 어이가 없다"며 "우리나라로 월남한 이후 집권여당 국회의원으로서 근거 없고 검증되지 않은 발언을 함부로 내뱉었다. 집권 여당에서 태 의원에 대해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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