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5일) 열린 노키즈존 금지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정득 제주사회복지연센터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제주에서 노키즈존(NO KIDS ZONE)을 금지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지방의회 차원에서 노키즈존을 금지하는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처음으로 열린 가운데, 아동의 기본권과 영업주의 자율성, 다른 고객의 편의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 사안이 앞으로 어떻게 풀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노키즈존 금지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오늘(15일) 오후 제주자치도의회에서 열렸습니니다.
제주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제주연구원 제주사회복지연구센터 김정득 센터장의 주제발표에 이어, 학계, 인권, 사회복지, 언론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패널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토론회에선 노키즈존에 관한 찬반 여론과 제주도내 노키즈존 운영 실태를 살펴보고, 노키즈존 운영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정책적 대안 등이 제시됐습니다.
토론회 참석자 대다수는 노키즈존을 통해 어린이 등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하는 것은 아동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보호자가 어린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문제가 어린이들의 책임으로 전가된 것이란 지적도 나왔습니다.
또한, 관련 조례 제정에 앞서 명확한 실태조사가 전제되고, 보호자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예절 교육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장려하는 공익 광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소상공인측에서는 큰 틀에서 노키즈존 금지 제정 조례에 대해 반대를 하진 않는다면서도 현실질적으로 노키즈존의 매출이 타 영업점과 비교해 높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오늘(15일) 열린 노키즈존 금지 제정을 위한 토론회.
■ 제주 노키즈존, 인구 대비 압도적 전국 1위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김정득 제주연구원 제주사회복지연구센터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 노키즈존 운영 업소는 모두 78곳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노키즈존은 약 540여 곳으로 알려졌는데, 제주는 경기도(80곳)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지역에서 두 번째로 노키즈존이 많았습니다.
특히, 제주는 인구 10만 명당 11.56곳의 노키즈존이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나, 인구 대비 두 번째로 노키즈존이 많은 경북(1.89)과 비교해 6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 기준으로 노키즈존이 가장 많은 업종은 카페(417곳)였고, 식당(86곳)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출입을 제한하는 연령 기준은 연령기준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가 313곳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13세 이하 어린이에 대한 출입을 제한하는 영업점이 95곳으로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노키즈존 찬성 우세, 찬성 이유는?
김정득 센터장이 인용한 노키즌존에 대한 여론과 관련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노키즈존을 허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노키즈존을 허용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업장 주인의 자유에 해당하고, 다른 손님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반면, 노키즈존을 허용할 수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17%에 불과했습니다.
반대 이유로는 어린이와 어린이 동반 손님을 차별하는 행위이고, 출산 및 양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 조사는 (주)한국리서치가 지난 2021년 11월 12일부터 나흘간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습니다.
김정득 센터장은 노키즈존 관련 설문조사와 관련해 "이제까지 노키즈존 관련 설문조사는 모두 성인이 대상이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당사자의 권리를 간과하고 있다"며 "아동의 문제에 대해 아동의 입장과 시각이 배제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식조사와 별개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의견과 가게 물건의 파손 등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언급됐습니다.
김정득 센터장은 "아동의 안전을 위한 '통제'가 아닌 '보호'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아동 집단 전체에 대한 배재가 아니라 업주의 영업을 방해할 수 있는 특정 행위나 행동에 대한 제재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외국서 본 '노코리안존', 제주는 이러면 안돼
신경근 제주종합사회복지관장은 몇년 전 일본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하며 노키즈존이 제주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스니다.
신 관장은 "몇년 전 일본 대마도를 갔는데 식당에 '노코리안'이라는 것을 봤다"며 "한국 사람들이 시끄럽다는 의미였는데, 이것을 보고 다시는 대마도에 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주도는 관광도시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의 재방문이 중요하다"며, "어릴 때 제주에서 차별을 경험한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다시 제주를 찾을 것인지 의문이다. 이런 부분이 고쳐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노키즈존이 사라져서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주자치도가 추구하는 평화 인권의 도시의 이미지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안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영업장의 배상 책임을 일정 부분 보조하는 생활보험 가입 등의 방법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노키즈존 반대 의견 존중하지만, 현실적 측면 무시 못해
강동우 제주자치도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소상공인의 입장에서 노키즈존 금지 조례에 대해 반대를 하진 않는다"면서도 노키즈존이 고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 부회장은 "업주들이 노키즈존을 왜 운영하는가 알아보니, 최우선적으로 장사가 잘 된다는 것이었다"라며, "고객들이 똑같은 영업점을 방문해도 노키즈존과 그렇지 않은 곳 중에 어디를 선택하는가 하면 노키즈존을 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어린이들의 안전사고 문제가 발생하면 영세한 업주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토로했습니다.
강 부회장은 과거 언론을 통해 접한 사례를 언급하며 영업장에서 어린이들이 다치는 경우 영업주가 직접적인 잘못을 하지 않아도 책임을 물게 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어린이 안전사고와 관련해 업주에게 4,000여만 원의 배상 판결이 나온 것을 봤다. 본인 실수가 아니고 어린이 실수인데 1년 매상이 날아갔다는 내용이었다"며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소상공인들이 법률지원이나 보험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오늘(15일) 열린 노키즈존 금지 제정을 위한 토론회.
이외에도 각 분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안효철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장은 지난 2017년 제주에서 발생한 노키즈존 관련 인권침해 진정사례를 들며, 노키즈존이 아동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금지나 규제를 통해 노키즈존을 없애는 것이 적절한 것이지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히며, 노키즈존의 규모나 실태를 파악하는 전차와 함께 노키즈존 금지와 관련한 공론화가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아동을 동정과 시혜, 배려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관점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면서 "아동들을 성인과 마찬가지로 권리의 주체이자 소비자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CBS 김대휘 기자는 "원칙적으로 약자를 배제하는 문화와 현상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며, "언론에서도 노키즈존 문제에 대해 관심 있게 다루고 있다"고
그러면서도 노키즈존 금지 조례 제정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입법 과잉 논란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기자는 공공의 영역에서 아동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30~40대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갈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놀고 부모들이 쉴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노키즈존이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시설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순 제주자치도 아동보육청소년과장은 제주자치도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정책적인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