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으로 받은 생두를 로스팅하고 있는 김 씨
■ "공정무역에 대해 아시나요?"
제주시 연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커피 향기가 가득 풍깁니다.
냄새가 나는 곳을 따라갔더니 작은 카페가 눈에 들어옵니다.
문이 열린 카페 안에선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중년 남성이 눈에 띕니다.
원두를 만들기 위해 220도 이상의 고열로 생두를 볶는 로스팅 작업입니다.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기계 앞에 있다보니 남성의 이마엔 땀이 맺히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3시간. 옷이 땀으로 젖었을 때 작업이 끝났습니다.
10년째 직접 로스팅해서 커피를 팔고 있는 김 모씨의 카페는 조금 특별합니다.
제주에서 2개뿐인 공정무역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정무역은 경제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불공정 무역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부의 편중, 환경파괴, 노동력 착취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일어난 사회운동의 한 형태입니다.
생산자에게는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노동착취 등의 차별을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르완다 지역의 아이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오랜시간 생두를 줍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말에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정무역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는 김 씨.
"석유 다음으로 거래량이 많은 커피는 작황 상황에 따라 가격의 폭락과 폭등이 심한 편입니다. 커피 재배 농가는 대부분 빈민국에 있어요. 선진국의 커피 확보를 위해 불평등한 구조에 놓여있죠. 그래서 공정무역 커피가 필요한 겁니다."
이렇게 김 씨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맛과 함께 커피의 생산 과정을 알리는데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김 씨는 "10년 전에는 10명 중 1명만 공정무역에 대해 알았지만, 지금은 10명 중 3명이 알고 있죠.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라고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또 "공정무역 카페가 늘어났으면 좋겠는데, 공정무역 원두가 일반원두보다 4배가량 비싸서 쉽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아메리카노 1잔에 4,000원. 김 씨는 일반카페와 비슷한 가격으로 커피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윤이 많이 남지 않지만 공정무역 커피는 비싸다는 인식이 생길까봐 가격을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커피 재배 농가에서 일을 하는 아이들이 정당하게 교육을 받고, 일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카페 운영을 계속 할 겁니다."
제주 노형의 한 로컬푸드 매장
■ "농업 경제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랍니다." 확대되고 있는 공정무역
국내에서는 생활협동조합이 공정무역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시장 개방이 확대되고,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국내 농업 분야도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농민이 줄어들면서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생활협동조합이 생겨났습니다.
한살림과 아이쿱, 행복중심 등의 생활협동조합은 소비자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생산자에게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을 목표로 친환경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처음으로 제주에 들어선 로컬푸드 매장은 11곳으로 늘었습니다.
로컬푸드는 탄소배출을 줄여 기후 위기를 예방하고, 지속가능한 농업 경제를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로컬푸드 사업 규모가 확대되어야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한살림제주 강순원 전무는 "다양한 먹거리를 얻기 위해서는 계절에 따라 생산 작물을 다르게 해야 한다. 하지만 제주의 경우, 생산 구조가 5~6개 품목에 집중되고 있다. 또 규모를 늘리게 되는 형태로 바뀌고, 생산하시는 분들도 한꺼번에 생산하고 돈이 많이 들어오는 걸 희망하고 있다. 다른 계절에 농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생겨나서 한계가 있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담을텃밭에서 농산물 수확하고 있는 어르신들(사진, 한살림제주)
■ "생산 중심의 농업이 아닌 지역의 삶의 질을 높이는 농업"
"지역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내에서 먹거리가 도는 순환적 경제를 만들고 싶습니다."
제주시 노형의 한 로컬푸드 매장 뒤편에는 작은 텃밭이 있습니다.
7,80대의 지역 어르신들이 직접 가꾸는 공동체 텃밭입니다.
비가 오는 날에도 7명의 어르신들은 이곳을 찾아 상추와 배추 등의 농산물을 기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매주 토요일 열리는 장터에서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취약계층을 위해 나눔을 하고 있는 '나눔냉장고'에 전달되고 있습니다.
비가 오는날 나눔냉장고에 전달할 농산물을 포장하기 위해 모인 어르신들
한살림 제주는 "생산 경제 중심의 농업 한계에서 벗어나 지역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담을텃밭’을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일을 하는 것에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강효순(76) 씨는 "집에만 있기 심심했는데, 밖에 나와서 조금이라도 일을 하니까 좋죠. 용돈벌이도 되고..또 우리가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도 하고, 어려운 이웃들한테 나눠주기도 하니까 재밌어요."라고 밝혔습니다.
어르신들이 수확한 농산물은 제주시 노형동 주민센터 나눔냉장고로 전달되고 있다.
JIBS 제주방송 강은희 (eunhe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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