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성마을 일부 주민들 "마을 역사 함께한 벚나무, 보존 약속해 놓고 기습 공사"
식목일 행사 참석 제주시장 "얼른 자라서 벚꽃 숲산책길이 되길"
시민단체 "환경 생각하는 시장으로 포장? 가로수 보존 의지 명확히 해야"
도로 확장을 위해 마을 입구에 있는 벚나무를 벌채하면서 빚어진 제주시 제성마을 문제가 1년째 지속되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벚나무를 둘러싼 마을의 생채기가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행정이 기습적으로 중장비까지 투입해 나무를 옮기려 한다는 것이 일부 주민들의 주장인데, 같은 시각 제주시장은 벚나무 심기 식목일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오늘(14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제성마을 입구에서는 마지막 남은 벚나무 그루터기를 지키기 위한 일부 주민 측과 벚나무를 이전하려는 시공사 측이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 나무는 제성마을이 세워질 당시 주민들이 심은 10여 그루의 나무 중 마지막으로 남은 나무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행정에서 나무 기둥을 잘라버려 그루터기만 남은 앙상한 모습이었지만, 일부 마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그루터기에서 맹아가 돋아나는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뿌리 부분은 한눈에 보기에도 흙이 마르고 뿌리줄기 일부가 훼손되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전 제성마을회 회장이기도 한 오면신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마을이 생길 때 심은 벚나무 중 마지막 남은 벚나무를 아무 말 없이 잘라내려고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오면신 위원장은 "지난 7일에도 나무를 옮기려고 하길래 시장실에 전화해서 공사를 중단시켰는데, 오늘 또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오면신 위원장은 "마을의 역사를 상징하는 정주목이나 다름없는 나무"라며, "마지막 남은 나무 그루터기에 가지치기도 하고 맹아가 잘 자라도록 관리도 했다. 시청 담당자도 이 나무를 보존하겠다고 말했는데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벚나무를 지키려는 주민 측은 "조경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나무를 옮길 때 뿌리를 보존하기 위해 톱질을 하는 등 세심한 작업이 필요한데 이런 것들을 무시하고 곡갱이와 중장비로 나무를 옮기려고 한다"며, "이럴 경우 나무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마을 주민들이 관심을 기울여 그루터기에서 새 벚나무 맹아가 돋아나고 있는데 나무를 이런 식으로 무작정 옮기면 결국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제성마을 입구 등 마을 일대에는 왕벚나무 등 10여 그루에 나무가 있었는데 지난해 3월경 도로 확포장 공사 과정에서 이번에 그루터기가 남은 한 그루를 제외한 모든 나무가 벌채돼 옮겨졌습니다.
이 나무들은 제주국제공항 확장으로 이재민이 된 사람들이 40년 전쯤 일대에 터를 잡아 마을을 만들 당시 직접 심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을 일부 주민들은 나무가 벌채되자 마을의 역사와 추억이 서린 나무를 행정이 일방적으로 없애버렸다며 제주시청을 방문해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현 제성마을회 측은 지난 19일 마을총회를 통해 '마을 도로변 벚나무 그루터기 제거의 건'으로 안건이 정식 통과됐고, 벚나무 이전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오면신 위원장은 마을주민들에게 "이 사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고 안건을 통과시켰다“며 ”일부 주민들이 이 사실을 나중에 알고 반발하는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같은 시각 강병삼 제주시장은 제성마을에서 6km 정도 떨어진 사라봉공원에서 열린 식목일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강 시장은 본인의 SNS를 통해 "제주는 지금이 나무심기에 좋은 절기라고 한다"며, "작년에는 아내와 함께 편백묘목 800그루를 심었는데, 오늘 간만에 삽질을 좀 했다. 얼른 자라서 좋은 벚꽃 숲산책길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초기부터 문제 제기를 해온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오늘(14일) 성명을 내고 "사라봉에는 벚나무를 심으면서 제성마을 벚나무는 학살하는 거짓환경 강병삼 제주시장 규탄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단체는 "주민들이 심어 수십 년 키워온 벚나무를 뿌리까지 뽑아 없애더니, 주민들이 겨우 지킨 벚나무 한그루의 그루터기에서 맹아가 나오자, 이마저도 인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없애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성마을 왕벚나무대책위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제주시는 한그루 남은 벚나무 그루터기를 보존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며 "그러나 오늘 갑자기 주민들 모르게 공사를 강행했고, 벚나무 그루터기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했지만, 뿌리를 곱게 잘라 분을 뜨는 것이 아니라 곡괭이로 뿌리를 내리치면서 자르고 있었다. 이미 상당수 뿌리는 곡갱이와 포크레인으로 잘려서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그런 중에 강병삼 제주시장은 사라봉에 벚나무를 심으러 갔다고 한다"며, "벚나무 한그루를 이처럼 마구 학살하듯 처리하는 시장을, 환경을 생각하는 시장으로 포장하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힐문했습니다.
이어 "시장이 오늘 사라봉에 벚나무를 심는 것이 민낯을 감추려는 거짓 가면이 아니라면, 도시의 환경과 시민의 건강과 밀접한 가로수에 대한 보존 의지를 명확히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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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 행사 참석 제주시장 "얼른 자라서 벚꽃 숲산책길이 되길"
시민단체 "환경 생각하는 시장으로 포장? 가로수 보존 의지 명확히 해야"
오늘(14일) 오전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이전 시도 현장.
도로 확장을 위해 마을 입구에 있는 벚나무를 벌채하면서 빚어진 제주시 제성마을 문제가 1년째 지속되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벚나무를 둘러싼 마을의 생채기가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행정이 기습적으로 중장비까지 투입해 나무를 옮기려 한다는 것이 일부 주민들의 주장인데, 같은 시각 제주시장은 벚나무 심기 식목일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오늘(14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제성마을 입구에서는 마지막 남은 벚나무 그루터기를 지키기 위한 일부 주민 측과 벚나무를 이전하려는 시공사 측이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 나무는 제성마을이 세워질 당시 주민들이 심은 10여 그루의 나무 중 마지막으로 남은 나무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행정에서 나무 기둥을 잘라버려 그루터기만 남은 앙상한 모습이었지만, 일부 마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그루터기에서 맹아가 돋아나는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뿌리 부분은 한눈에 보기에도 흙이 마르고 뿌리줄기 일부가 훼손되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전 제성마을회 회장이기도 한 오면신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마을이 생길 때 심은 벚나무 중 마지막 남은 벚나무를 아무 말 없이 잘라내려고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오면신 위원장은 "지난 7일에도 나무를 옮기려고 하길래 시장실에 전화해서 공사를 중단시켰는데, 오늘 또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오면신 위원장은 "마을의 역사를 상징하는 정주목이나 다름없는 나무"라며, "마지막 남은 나무 그루터기에 가지치기도 하고 맹아가 잘 자라도록 관리도 했다. 시청 담당자도 이 나무를 보존하겠다고 말했는데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벚나무를 지키려는 주민 측은 "조경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나무를 옮길 때 뿌리를 보존하기 위해 톱질을 하는 등 세심한 작업이 필요한데 이런 것들을 무시하고 곡갱이와 중장비로 나무를 옮기려고 한다"며, "이럴 경우 나무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마을 주민들이 관심을 기울여 그루터기에서 새 벚나무 맹아가 돋아나고 있는데 나무를 이런 식으로 무작정 옮기면 결국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늘(14일) 오전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이전 시도 현장. 마지막 남은 벚나무 그루터기.
제성마을 입구 등 마을 일대에는 왕벚나무 등 10여 그루에 나무가 있었는데 지난해 3월경 도로 확포장 공사 과정에서 이번에 그루터기가 남은 한 그루를 제외한 모든 나무가 벌채돼 옮겨졌습니다.
이 나무들은 제주국제공항 확장으로 이재민이 된 사람들이 40년 전쯤 일대에 터를 잡아 마을을 만들 당시 직접 심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을 일부 주민들은 나무가 벌채되자 마을의 역사와 추억이 서린 나무를 행정이 일방적으로 없애버렸다며 제주시청을 방문해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현 제성마을회 측은 지난 19일 마을총회를 통해 '마을 도로변 벚나무 그루터기 제거의 건'으로 안건이 정식 통과됐고, 벚나무 이전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오면신 위원장은 마을주민들에게 "이 사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고 안건을 통과시켰다“며 ”일부 주민들이 이 사실을 나중에 알고 반발하는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병삼 제주시장 SNS 갈무리
한편, 같은 시각 강병삼 제주시장은 제성마을에서 6km 정도 떨어진 사라봉공원에서 열린 식목일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강 시장은 본인의 SNS를 통해 "제주는 지금이 나무심기에 좋은 절기라고 한다"며, "작년에는 아내와 함께 편백묘목 800그루를 심었는데, 오늘 간만에 삽질을 좀 했다. 얼른 자라서 좋은 벚꽃 숲산책길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초기부터 문제 제기를 해온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오늘(14일) 성명을 내고 "사라봉에는 벚나무를 심으면서 제성마을 벚나무는 학살하는 거짓환경 강병삼 제주시장 규탄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단체는 "주민들이 심어 수십 년 키워온 벚나무를 뿌리까지 뽑아 없애더니, 주민들이 겨우 지킨 벚나무 한그루의 그루터기에서 맹아가 나오자, 이마저도 인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없애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성마을 왕벚나무대책위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제주시는 한그루 남은 벚나무 그루터기를 보존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며 "그러나 오늘 갑자기 주민들 모르게 공사를 강행했고, 벚나무 그루터기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했지만, 뿌리를 곱게 잘라 분을 뜨는 것이 아니라 곡괭이로 뿌리를 내리치면서 자르고 있었다. 이미 상당수 뿌리는 곡갱이와 포크레인으로 잘려서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그런 중에 강병삼 제주시장은 사라봉에 벚나무를 심으러 갔다고 한다"며, "벚나무 한그루를 이처럼 마구 학살하듯 처리하는 시장을, 환경을 생각하는 시장으로 포장하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힐문했습니다.
이어 "시장이 오늘 사라봉에 벚나무를 심는 것이 민낯을 감추려는 거짓 가면이 아니라면, 도시의 환경과 시민의 건강과 밀접한 가로수에 대한 보존 의지를 명확히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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