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 징계 처분 '절차 적법' 두고 다툼
절차 위법해 징계 처분 집행 정지까지 결정돼
징계 결정권 학폭심의위원회 구성도 '법대로'
제주 학폭심의위 개최 매년 수백 건 위험수위
정부, 학폭 가해자에 '불이익' 골자 대책 발표
여기 “친구에게 폭력을 당했다”는 신고로, 징계를 받은 고등학생이 있습니다.
이 고등학생에게는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사과와 접촉, 보복 금지가 결정됐습니다.
학교 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옛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회의를 통해 내려진 징계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이 징계는 ‘없던 일’이 되고 맙니다.
무슨 일이 일었던 걸까?
■ “기숙사에서 같이 살던 친구에게 폭행당했다”
2019년 제주 한 고등학교에 입학한 A군, B군은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B군이 A군에게 폭력을 당했다며 학교 측에 피해 신고를 한 겁니다.
결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봉사활동 5일, B군에 대한 서면사과,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조치가 결정됐습니다.
A군의 학부모는 이 징계 처분을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전에 나서게 됩니다.
■ “징계 인정 못 한다” 학교장 상대 소송
A군 학부모는 징계 처분에 불복했습니다.
“우리 아들(A군)은 학교폭력을 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였습니다.
먼저, A군 학부모는 징계 처분을 모두 취소해 달라며 제주자치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고심 끝에 행정심판위원회는 A군에게 내려진 징계 중 교내 봉사활동 5일을 취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B군에 대한 서면사과,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조치는 유지됐습니다.
A군 학부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학교장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군 학부모는 “학교 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이 위법하게 구성됐기 때문에 여기서 내려진 징계 처분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법원 “A군 학부모 주장 인정”
결과적으로 법원은 A군 학부모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봤고, 징계 집행 정지를 결정했습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구성에 어떤 문제가 있었길래 A군에게 내려진 징계가 없던 일이 됐을까.
알고 보니 자격이 없는 학부모대표와 교사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학부모대표위원이 사임하면서 새로운 학부모대표위원을 선출했습니다.
그런데 이 학부모대표위원이 학부모‘전체’회의가 아니라 학부모‘대표’회의에서 선출돼 적법하게 뽑히지 않았습니다.
또 A, B군 간 학교폭력 사건을 조사한 책임교사가 A군 징계를 결정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으로 들어간 것도 적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교폭력 사건을 조사한 책임교사가 징계를 결정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으로 들어가 위원회 업무수행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해쳤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 사건을 조사한 책임교사는 자신이 조사한 사건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보고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 보고를 토대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징계 수위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 교내 징계 결정도 절차적 정당성 중요
이번 소송은 A, B군 사이에서 빚어진 학교폭력 사건의 경중을 떠나 징계를 결정하는 절차가 적법해야 함을 보여주는 판결입니다.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징계 처분은 졸업 후 기록에 남고, 대입 등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얘깁니다.
징계를 결정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구성부터 운영, 가해학생 조치 방법을 규정한 법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입니다.
■ 제주 학교폭력도 ‘위험수위’
제주에서는 해마다 200건 안팎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에만 제주117학교폭력신고센터에 520건의 신고가 쏟아졌습니다.
신고 유형별로는 폭력·협박 212건, 모욕 등 108건, 성 관련 폭력도 52건에 달했습니다.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도 있습니다.
이처럼 제주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최근 학교폭력 근절대책까지 내놨습니다.
앞으로는 심각한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게 내려지는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의 학생부 기록 보존기간이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됩니다.
또 졸업 전 심의를 통해 학교폭력 징계 처분을 삭제할 수 있는 심의요건도 강화됩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brave@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절차 위법해 징계 처분 집행 정지까지 결정돼
징계 결정권 학폭심의위원회 구성도 '법대로'
제주 학폭심의위 개최 매년 수백 건 위험수위
정부, 학폭 가해자에 '불이익' 골자 대책 발표
여기 “친구에게 폭력을 당했다”는 신고로, 징계를 받은 고등학생이 있습니다.
이 고등학생에게는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사과와 접촉, 보복 금지가 결정됐습니다.
학교 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옛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회의를 통해 내려진 징계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이 징계는 ‘없던 일’이 되고 맙니다.
무슨 일이 일었던 걸까?
■ “기숙사에서 같이 살던 친구에게 폭행당했다”
2019년 제주 한 고등학교에 입학한 A군, B군은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B군이 A군에게 폭력을 당했다며 학교 측에 피해 신고를 한 겁니다.
결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봉사활동 5일, B군에 대한 서면사과,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조치가 결정됐습니다.
A군의 학부모는 이 징계 처분을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전에 나서게 됩니다.
■ “징계 인정 못 한다” 학교장 상대 소송
A군 학부모는 징계 처분에 불복했습니다.
“우리 아들(A군)은 학교폭력을 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였습니다.
먼저, A군 학부모는 징계 처분을 모두 취소해 달라며 제주자치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고심 끝에 행정심판위원회는 A군에게 내려진 징계 중 교내 봉사활동 5일을 취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B군에 대한 서면사과,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조치는 유지됐습니다.
A군 학부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학교장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군 학부모는 “학교 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이 위법하게 구성됐기 때문에 여기서 내려진 징계 처분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더 글로리 2' 스틸컷 (넷플릭스)
■ 법원 “A군 학부모 주장 인정”
결과적으로 법원은 A군 학부모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봤고, 징계 집행 정지를 결정했습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구성에 어떤 문제가 있었길래 A군에게 내려진 징계가 없던 일이 됐을까.
알고 보니 자격이 없는 학부모대표와 교사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학부모대표위원이 사임하면서 새로운 학부모대표위원을 선출했습니다.
그런데 이 학부모대표위원이 학부모‘전체’회의가 아니라 학부모‘대표’회의에서 선출돼 적법하게 뽑히지 않았습니다.
또 A, B군 간 학교폭력 사건을 조사한 책임교사가 A군 징계를 결정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으로 들어간 것도 적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교폭력 사건을 조사한 책임교사가 징계를 결정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으로 들어가 위원회 업무수행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해쳤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 사건을 조사한 책임교사는 자신이 조사한 사건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보고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 보고를 토대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징계 수위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 교내 징계 결정도 절차적 정당성 중요
이번 소송은 A, B군 사이에서 빚어진 학교폭력 사건의 경중을 떠나 징계를 결정하는 절차가 적법해야 함을 보여주는 판결입니다.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징계 처분은 졸업 후 기록에 남고, 대입 등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얘깁니다.
징계를 결정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구성부터 운영, 가해학생 조치 방법을 규정한 법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입니다.
■ 제주 학교폭력도 ‘위험수위’
제주에서는 해마다 200건 안팎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에만 제주117학교폭력신고센터에 520건의 신고가 쏟아졌습니다.
신고 유형별로는 폭력·협박 212건, 모욕 등 108건, 성 관련 폭력도 52건에 달했습니다.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도 있습니다.
이처럼 제주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최근 학교폭력 근절대책까지 내놨습니다.
앞으로는 심각한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게 내려지는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의 학생부 기록 보존기간이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됩니다.
또 졸업 전 심의를 통해 학교폭력 징계 처분을 삭제할 수 있는 심의요건도 강화됩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brave@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대출 안 되지, 잔금 없지.. 이사는 무슨”.. 전국 아파트 입주율 ‘뚝’
- ∙ “정말 떨어졌네” 가을 배춧값 하락, 2,000원대까지... 그래도 온도차 왜?
- ∙ “흔들림은 없었는데, 바다가?”.. 제주,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 낙관은 금물
- ∙ 한동훈 "이재명, 판사 겁박 최악".. 민주당 "3살 아이 생떼 부리나"
- ∙ '2억 지방세 체납자' 가택 수색하자 현금 다발에 귀금속.. "나눠서 낼게요" 늑장도
- ∙ 이재명 "난 결코 죽지 않는다".. 진중권 "죽는 건 주변 사람들"
- ∙ 홍준표, 이재명 유죄 판결에 "대단한 법관.. 사법부 독립 지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