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진, 우주언, 김근정 작가
“도민, 이주민, 관광객의 시선”
‘가상의 점’ 전시.. 12일~ 21일
제주시 ‘아트스페이스 빈공간’
# 전통적인 ‘인식’이란 제약을 무시하고, 똑같이 멀리 떨어져 있는데 가까운, 역설적인 어느 섬을 향한 여행입니다. 단절됐으나 연결되려 하는, 복잡다단한 문화적 정체성을 풀어내려는 어느 도민과 이주민, 관광객의 시선을 엮었습니다.
‘현실’이란 세계에서 바라보는 제주는 실체는 있는데 수수께끼입니다. 신화와 오해, 상업주의에 겹겹이 싸여 끊임없이 성장하는 관념의 울타리 안에 갇힌, 어쩌면 고고한 오아시스 같은 역설일지도 모릅니다.
섬의 본질을 제압하는 전형적인 구조물의 집합과 온갖 해석들을 헤집고 과감히 깨쳐, 복잡한 정체성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외부의 압력과 변덕에 시달려온 섬은 이야기가 변용되고 조작되는 상황에서도 침묵을 강요당하고, 스스로 침묵을 지켜왔습니다.
그 안에 내재된 미묘한 징후를 감지하고 또 이를 증폭시킨 결과물입니다. 강요된 서사의 거미줄에서 직조한 이야기들입니다.
■ 상상과 현실을 직조한다는 것.. “드러내다”
송유진·우주언·김근정 작가 3인의 ‘가상의 점’ 전입니다.
일상회복이 완연해진 시기, 다시 적절한 거리두기를 통한 ‘바라보기’로서 회화,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에 제주를 표현한 신작 9점을 선보입니다.
송유진 작가는 2021년 무렵부터 제주에서 진행된 야자수 이식사업에서 비롯된 회화 작업을 전시합니다. 관광도시 이미지 구축을 위해 1980년대부터 90년대 도심 곳곳에 심은 야자수가, 오늘날 순차적으로 퇴출당하는 현장을 통해 도민인 자신도 익숙해지기 어려운 ‘낯섦’을 형상화했습니다.
자신과 함께 성장했던 야자수의 추방이 또 하나의 낯섦으로 머물러 재차 다음 작업을 이끄는 동력이 됩니다.
의인화된 야자수의 살해현장을 그린 ‘사건일지 2021.11.03.’(2023)부터 ‘비 오는 날의 이사’(2023) 등을 통해 제주란 입지가 처한 현실적 취약성, 정치적 의제와 충돌하며 빚어지는 정체성의 혼란을 그렸습니다.
우주언 작가는 ‘제주’라는 장소에 대한 비본질적 태도가 언어와 이미지를 통해 드러나는 지점을 짚어냅니다. ‘둘나섬의 짧은 역사’(2023)는 스톡 영상과 촬영본으로 구성한 ‘페이크 다큐멘터리’입니다.
인공적인 플롯선 상에서 제주는 ‘둘나섬’이란 가상의 섬으로 거듭나고, 관객은 관념의 공간을 경유해 실제 공간을 향합니다. 외부 시선에 의해 가공된 정체성을 보유한다는 점에서는 두 섬이 다를 바 없다는데서 비롯되는 시도입니다.
역사의 나열일 뿐인 내레이션, 포장된 이미지들 틈 사이를 비켜가는 말들의 표류이자 예술적 표현을 통해 제주의 본질을 가린 환상에 맞서고, 섬에 대한 이해를 재평가해볼 기회를 이끌어냅니다.
‘제주 자연환경 콜라주’(2023)를 선보이는 김근정 작가는 풍경이 보존하는 감각에 대한 실험을 선보입니다. 주변 경험과 매체에 의해 노출되는 이미지들만으로 인식한 제주로, 추상적·선험적 모델로서 수용하는, 관념적인 ‘제주’입니다.
통상적 의미의 이미지와는 다른 층위에 자리한 ‘제주’를 채우기 위해 지형과 물, 바람, 열대식물 등에서 제주의 표상을 찾습니다. 유사-콜라주 방식의 작품은 니스 등 프랑스 몇몇 소도시, 서울, 강화도에서 촬영한 이미지 중 제주와 조우하는 시감각적 체험을 일으키는 것들의 병치를 시도합니다.
이미지에 균열을 낼 정도의 응시와 의심으로 '풍경 저편 보존된 내밀한 감각’으로 ‘제주’와 마주하길 권합니다.
■ ‘진짜’ 제주를 향한 시선.. “재생’을 위한 안무”
송유진·우주언·김근정 작가로 구성한 그룹 ‘그러므로(∴)’는 일상의 이슈를 여러 시선이 바라보는 프로젝트 전시를 기획하면서 이번 첫 그룹전을 선보입니다.
‘그러므로’란 그룹명은 수학과 증명 등에 사용되는 기호에서 유래했습니다. 3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기호는 하나의 정답이 아닌 다양한 해결책과 가능성이 논의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면서, 동시에 다양하고 입체적인 시선으로 사회적 이슈를 바라보기를 희망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은 “관광 산업이 시작된 1950년대 중반 이후로, 관광산업의 부흥을 위해 제주에 대한 수많은 이미지와 텍스트 정보들이 생성되고 공유되었다”면서 “작가들은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 제주가 ‘환상의 섬’, ‘신비의 섬’ 등으로 표현되며 소비되어 온 점에 주목하며 전시를 기획했다”고 전시 취지를 밝혔습니다.
더불어 “전시는 제주가 어떻게 인식되는지 고유한 시선으로 질문한다. 관람객은 제주의 현 좌표가 어디인지, 실제 존재하는 제주와 사람들의 인식 속 제주가 일치하는지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더 나아가 앞으로 제주가 어떠한 정체성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함께 그려 나갈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가상의 점’ 전시는 ‘2023년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공모선정’전시로 12일부터 21일까지 제주시 관덕로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관람은 전시기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전 예약제로 운영합니다. 문의는 ‘빈공간’ 인스타그램이나 유선전화로 하면 됩니다.
송유진 작가는 개인전 ‘판타지 인 제주’(2019), ‘송유진 첫 개인전’(2016. 미국)을 개최했고, 단체전으로 ‘손이 닿지 않는’(2021), ‘SUPER META POST BORDERS’(2019. 독일), ‘YCK 2018’(2018) 등에 참가했습니다.
우주언 작가는 개인전으로 ‘언어게임’(2022), ‘머물거리는 몸’(2022)이 있습니다. 주요 단체전으로 ‘너의 이름을 지은 이들의 이름’(2023), ‘오해·오역·오독의 시’(2023)에서 작업을 소개했습니다.
김근정 작가는 ‘Sous les Paves, Les caves du roi’(2018. 프랑스), ‘Au pays de Herr Joseph Beuys. Context(s)’(2017, 독일) 등 주요 단체전에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민, 이주민, 관광객의 시선”
‘가상의 점’ 전시.. 12일~ 21일
제주시 ‘아트스페이스 빈공간’
김근정 作
# 전통적인 ‘인식’이란 제약을 무시하고, 똑같이 멀리 떨어져 있는데 가까운, 역설적인 어느 섬을 향한 여행입니다. 단절됐으나 연결되려 하는, 복잡다단한 문화적 정체성을 풀어내려는 어느 도민과 이주민, 관광객의 시선을 엮었습니다.
‘현실’이란 세계에서 바라보는 제주는 실체는 있는데 수수께끼입니다. 신화와 오해, 상업주의에 겹겹이 싸여 끊임없이 성장하는 관념의 울타리 안에 갇힌, 어쩌면 고고한 오아시스 같은 역설일지도 모릅니다.
섬의 본질을 제압하는 전형적인 구조물의 집합과 온갖 해석들을 헤집고 과감히 깨쳐, 복잡한 정체성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외부의 압력과 변덕에 시달려온 섬은 이야기가 변용되고 조작되는 상황에서도 침묵을 강요당하고, 스스로 침묵을 지켜왔습니다.
그 안에 내재된 미묘한 징후를 감지하고 또 이를 증폭시킨 결과물입니다. 강요된 서사의 거미줄에서 직조한 이야기들입니다.
송유진 作
■ 상상과 현실을 직조한다는 것.. “드러내다”
송유진·우주언·김근정 작가 3인의 ‘가상의 점’ 전입니다.
일상회복이 완연해진 시기, 다시 적절한 거리두기를 통한 ‘바라보기’로서 회화,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에 제주를 표현한 신작 9점을 선보입니다.
송유진 작가는 2021년 무렵부터 제주에서 진행된 야자수 이식사업에서 비롯된 회화 작업을 전시합니다. 관광도시 이미지 구축을 위해 1980년대부터 90년대 도심 곳곳에 심은 야자수가, 오늘날 순차적으로 퇴출당하는 현장을 통해 도민인 자신도 익숙해지기 어려운 ‘낯섦’을 형상화했습니다.
자신과 함께 성장했던 야자수의 추방이 또 하나의 낯섦으로 머물러 재차 다음 작업을 이끄는 동력이 됩니다.
의인화된 야자수의 살해현장을 그린 ‘사건일지 2021.11.03.’(2023)부터 ‘비 오는 날의 이사’(2023) 등을 통해 제주란 입지가 처한 현실적 취약성, 정치적 의제와 충돌하며 빚어지는 정체성의 혼란을 그렸습니다.
우주언 作
우주언 작가는 ‘제주’라는 장소에 대한 비본질적 태도가 언어와 이미지를 통해 드러나는 지점을 짚어냅니다. ‘둘나섬의 짧은 역사’(2023)는 스톡 영상과 촬영본으로 구성한 ‘페이크 다큐멘터리’입니다.
인공적인 플롯선 상에서 제주는 ‘둘나섬’이란 가상의 섬으로 거듭나고, 관객은 관념의 공간을 경유해 실제 공간을 향합니다. 외부 시선에 의해 가공된 정체성을 보유한다는 점에서는 두 섬이 다를 바 없다는데서 비롯되는 시도입니다.
역사의 나열일 뿐인 내레이션, 포장된 이미지들 틈 사이를 비켜가는 말들의 표류이자 예술적 표현을 통해 제주의 본질을 가린 환상에 맞서고, 섬에 대한 이해를 재평가해볼 기회를 이끌어냅니다.
‘제주 자연환경 콜라주’(2023)를 선보이는 김근정 작가는 풍경이 보존하는 감각에 대한 실험을 선보입니다. 주변 경험과 매체에 의해 노출되는 이미지들만으로 인식한 제주로, 추상적·선험적 모델로서 수용하는, 관념적인 ‘제주’입니다.
통상적 의미의 이미지와는 다른 층위에 자리한 ‘제주’를 채우기 위해 지형과 물, 바람, 열대식물 등에서 제주의 표상을 찾습니다. 유사-콜라주 방식의 작품은 니스 등 프랑스 몇몇 소도시, 서울, 강화도에서 촬영한 이미지 중 제주와 조우하는 시감각적 체험을 일으키는 것들의 병치를 시도합니다.
이미지에 균열을 낼 정도의 응시와 의심으로 '풍경 저편 보존된 내밀한 감각’으로 ‘제주’와 마주하길 권합니다.
■ ‘진짜’ 제주를 향한 시선.. “재생’을 위한 안무”
송유진·우주언·김근정 작가로 구성한 그룹 ‘그러므로(∴)’는 일상의 이슈를 여러 시선이 바라보는 프로젝트 전시를 기획하면서 이번 첫 그룹전을 선보입니다.
‘그러므로’란 그룹명은 수학과 증명 등에 사용되는 기호에서 유래했습니다. 3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기호는 하나의 정답이 아닌 다양한 해결책과 가능성이 논의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면서, 동시에 다양하고 입체적인 시선으로 사회적 이슈를 바라보기를 희망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은 “관광 산업이 시작된 1950년대 중반 이후로, 관광산업의 부흥을 위해 제주에 대한 수많은 이미지와 텍스트 정보들이 생성되고 공유되었다”면서 “작가들은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 제주가 ‘환상의 섬’, ‘신비의 섬’ 등으로 표현되며 소비되어 온 점에 주목하며 전시를 기획했다”고 전시 취지를 밝혔습니다.
더불어 “전시는 제주가 어떻게 인식되는지 고유한 시선으로 질문한다. 관람객은 제주의 현 좌표가 어디인지, 실제 존재하는 제주와 사람들의 인식 속 제주가 일치하는지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더 나아가 앞으로 제주가 어떠한 정체성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함께 그려 나갈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가상의 점’ 전시는 ‘2023년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공모선정’전시로 12일부터 21일까지 제주시 관덕로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관람은 전시기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전 예약제로 운영합니다. 문의는 ‘빈공간’ 인스타그램이나 유선전화로 하면 됩니다.
송유진 작가는 개인전 ‘판타지 인 제주’(2019), ‘송유진 첫 개인전’(2016. 미국)을 개최했고, 단체전으로 ‘손이 닿지 않는’(2021), ‘SUPER META POST BORDERS’(2019. 독일), ‘YCK 2018’(2018) 등에 참가했습니다.
우주언 작가는 개인전으로 ‘언어게임’(2022), ‘머물거리는 몸’(2022)이 있습니다. 주요 단체전으로 ‘너의 이름을 지은 이들의 이름’(2023), ‘오해·오역·오독의 시’(2023)에서 작업을 소개했습니다.
김근정 작가는 ‘Sous les Paves, Les caves du roi’(2018. 프랑스), ‘Au pays de Herr Joseph Beuys. Context(s)’(2017, 독일) 등 주요 단체전에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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