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호해변이에요? 이호테우해수욕장이에요?’
물놀이의 계절, 여름입니다. 제주지역 해수욕장은 지난달부터 일찌감치 문을 열고 피서객들을 맞고 있습니다.
여러 해수욕장만큼 명칭도 다양합니다.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에 곽지해수욕장이 있는데요. 옛 명칭은 곽지과물해변이었습니다. 괴물이 아니라 용천수를 뜻하는 과물입니다.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표선해수욕장은 제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비친다는 특성을 살려 표선해비치해변으로 불렸습니다.
이처럼 해변이 해수욕장으로 변하고 고유 명칭도 바뀐 데에는 지역주민들의 고민과 저마다의 특성이 녹아 있답니다.
■ OOO해변이 아니라 OOO해수욕장이 명칭이라고?
네, 공식적으로 '해수욕장'이 쓰입니다.
우선 제주시에 이호테우, 금능, 협재, 삼양, 곽지, 함덕, 김녕, 월정해수욕장이 있습니다.
또 서귀포시에 화순금모래, 중문색달, 신양섭지, 표선해수욕장까지 총 12개 지정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도내 해수욕장 명칭은 지역명이 먼저 붙습니다. 몇몇 해수욕장은 지역명 바로 뒤에 지역 특성을 살린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호테우해수욕장의 경우 제주시 이호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여기에 뗏목을 의미하는 제주어 테우가 합쳐졌습니다.
과거 이호마을에 살던 어민들이 테우를 타고 고기잡이를 다녀서 테우가 지역 민속 유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름철엔 이호테우축제가 열리기도 합니다.
■ 금능해수욕장은 금능으뜸원해변이었다고?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에 위치한 금능해수욕장. 과거에는 금능으뜸원해변이었습니다. 으뜸원의 으뜸은 최고, 가장 뛰어난 것을 의미합니다. 원은 원담을 상징합니다.
원담은 썰물에 밀려든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해안가에 쌓아둔 돌담인데, 금능해수욕장 가까이에 도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원담이 있습니다.
도내 대표 지역축제 중 하나인 금능원담축제 역시 사라져가는 원담을 널리 알리고 보존하기 위한 축제랍니다.
■ 삼양해수욕장은 삼양검은모래해변, 곽지해수욕장은 곽지과물해변?
도민들은 삼양해수욕장하면 검은 모래를 떠올립니다. 해수욕장 모래에 화산암 부스러기가 섞여 있어 검은 빛을 뽐냈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삼양검은모래해변으로 불렸습니다.
태양빛에 달궈진 검은 모래로 찜질을 하면 관절염이나 신경통이 누그러진다고 해 과거에는 모래에 몸을 파묻고 찜질하는 풍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수면이 점차 높아지면서 검은 빛의 모래 유실이 심각해져 삼양해수욕장은 그 원형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제주 전체가 화산섬이다 보니 삼양해수욕장은 물론 이호테우, 우도검멀레, 하효쇠소깍해수욕장(비지정)에서도 화산암이 잘게 부서진 검은 빛 모래를 볼 수 있습니다.
또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에 있는 곽지해수욕장의 예전 명칭은 곽지과물해변입니다. 과물은 곽지리에서 나는 용천수를 의미합니다.
곽지리는 풍부한 용천수가 지역 명물이자 자랑이었습니다. 현재도 곽지해수욕장에는 과물노천탕이 있습니다.
■ 알고 보면 지역특성 숨겨진 해수욕장 명칭들?
해가 제일 먼저 비치는 곳이라는 뜻의 지역명이 담긴 표선해비치해변은 현재 표선해수욕장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모래사장에서 사금이 나왔다는 유래에서 이름 붙여진 화순금모래해변은 현재까지도 이 이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신양섭지해수욕장은 유명 관광지인 섭지코지를 반영해 예전에 신양섭지코지해변으로 불렸습니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은 근처에 있는 작은 오름인 서우봉을 합쳐 함덕서우봉해변이 명칭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 너무 헷갈리는데?
헷갈릴 정도로 수차례 바뀐 건 맞습니다. 제주자치도 고시에 따라 공식 명칭은 정해져있지만 온라인 등에선 여전히 예전 명칭이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해수욕장 명칭이 바뀐 건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여론을 수합해 제주자치도 해수욕장협의회가 매년 해수욕장 운영과 관련한 내용을 고시합니다.
2010년에는 여름철 한시적 이미지가 강한 ‘해수욕장’ 대신 사계절 휴양지로서의 특색을 살린 ‘해변’ 명칭을 사용하자는 여론이 반영됐었습니다.
그런데 2014년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해변의 명칭이 ‘해수욕장’으로 규정됐습니다.
결국 제주자치도는 더 이상의 혼란을 없애기 위해 2017년 명칭을 ‘해수욕장’으로 변경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유 명칭도 함께 변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호테우해수욕장 (사진, 비짓제주)
‘이호해변이에요? 이호테우해수욕장이에요?’
물놀이의 계절, 여름입니다. 제주지역 해수욕장은 지난달부터 일찌감치 문을 열고 피서객들을 맞고 있습니다.
여러 해수욕장만큼 명칭도 다양합니다.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에 곽지해수욕장이 있는데요. 옛 명칭은 곽지과물해변이었습니다. 괴물이 아니라 용천수를 뜻하는 과물입니다.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표선해수욕장은 제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비친다는 특성을 살려 표선해비치해변으로 불렸습니다.
이처럼 해변이 해수욕장으로 변하고 고유 명칭도 바뀐 데에는 지역주민들의 고민과 저마다의 특성이 녹아 있답니다.
함덕해수욕장
■ OOO해변이 아니라 OOO해수욕장이 명칭이라고?
네, 공식적으로 '해수욕장'이 쓰입니다.
우선 제주시에 이호테우, 금능, 협재, 삼양, 곽지, 함덕, 김녕, 월정해수욕장이 있습니다.
또 서귀포시에 화순금모래, 중문색달, 신양섭지, 표선해수욕장까지 총 12개 지정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도내 해수욕장 명칭은 지역명이 먼저 붙습니다. 몇몇 해수욕장은 지역명 바로 뒤에 지역 특성을 살린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호테우해수욕장의 경우 제주시 이호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여기에 뗏목을 의미하는 제주어 테우가 합쳐졌습니다.
과거 이호마을에 살던 어민들이 테우를 타고 고기잡이를 다녀서 테우가 지역 민속 유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름철엔 이호테우축제가 열리기도 합니다.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바다에 있는 원담 (사진, 네이버 위성사진 갈무리)
■ 금능해수욕장은 금능으뜸원해변이었다고?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에 위치한 금능해수욕장. 과거에는 금능으뜸원해변이었습니다. 으뜸원의 으뜸은 최고, 가장 뛰어난 것을 의미합니다. 원은 원담을 상징합니다.
원담은 썰물에 밀려든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해안가에 쌓아둔 돌담인데, 금능해수욕장 가까이에 도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원담이 있습니다.
도내 대표 지역축제 중 하나인 금능원담축제 역시 사라져가는 원담을 널리 알리고 보존하기 위한 축제랍니다.
과거 삼양해수욕장에거 모래찜질을 하는 모습 (사진, 비짓제주)
■ 삼양해수욕장은 삼양검은모래해변, 곽지해수욕장은 곽지과물해변?
도민들은 삼양해수욕장하면 검은 모래를 떠올립니다. 해수욕장 모래에 화산암 부스러기가 섞여 있어 검은 빛을 뽐냈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삼양검은모래해변으로 불렸습니다.
태양빛에 달궈진 검은 모래로 찜질을 하면 관절염이나 신경통이 누그러진다고 해 과거에는 모래에 몸을 파묻고 찜질하는 풍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수면이 점차 높아지면서 검은 빛의 모래 유실이 심각해져 삼양해수욕장은 그 원형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제주 전체가 화산섬이다 보니 삼양해수욕장은 물론 이호테우, 우도검멀레, 하효쇠소깍해수욕장(비지정)에서도 화산암이 잘게 부서진 검은 빛 모래를 볼 수 있습니다.
또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에 있는 곽지해수욕장의 예전 명칭은 곽지과물해변입니다. 과물은 곽지리에서 나는 용천수를 의미합니다.
곽지리는 풍부한 용천수가 지역 명물이자 자랑이었습니다. 현재도 곽지해수욕장에는 과물노천탕이 있습니다.
표선해수욕장 (사진, 비짓제주)
■ 알고 보면 지역특성 숨겨진 해수욕장 명칭들?
해가 제일 먼저 비치는 곳이라는 뜻의 지역명이 담긴 표선해비치해변은 현재 표선해수욕장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모래사장에서 사금이 나왔다는 유래에서 이름 붙여진 화순금모래해변은 현재까지도 이 이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신양섭지해수욕장은 유명 관광지인 섭지코지를 반영해 예전에 신양섭지코지해변으로 불렸습니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은 근처에 있는 작은 오름인 서우봉을 합쳐 함덕서우봉해변이 명칭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바다 위를 지나는 테우
■ 너무 헷갈리는데?
헷갈릴 정도로 수차례 바뀐 건 맞습니다. 제주자치도 고시에 따라 공식 명칭은 정해져있지만 온라인 등에선 여전히 예전 명칭이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해수욕장 명칭이 바뀐 건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여론을 수합해 제주자치도 해수욕장협의회가 매년 해수욕장 운영과 관련한 내용을 고시합니다.
2010년에는 여름철 한시적 이미지가 강한 ‘해수욕장’ 대신 사계절 휴양지로서의 특색을 살린 ‘해변’ 명칭을 사용하자는 여론이 반영됐었습니다.
그런데 2014년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해변의 명칭이 ‘해수욕장’으로 규정됐습니다.
결국 제주자치도는 더 이상의 혼란을 없애기 위해 2017년 명칭을 ‘해수욕장’으로 변경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유 명칭도 함께 변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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