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필리핀 출신 가사근로자 도입 '속도'
정부 인증 기관 통해 시범사업.. 서울시 지원
노동계 "내국인 근로자 차별, 고용 등 악영향"
저출생 문제 해결, 비용 저렴 등 추이 '불투명'
"내 손으로 키우는 환경, 우선 마련" 지적도
저출생 해소와 비용 문제 해소 등을 앞세운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 구체적인 궤도에 접어드는 모습입니다. 이르면 연내 필리핀 등 외국인 가사 근로자 100명이 우선 서울 내 가정집에서 가사와 육아를 맡아 일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용자의 서비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1억 5,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시범사업 추진 결과에 따라 확대 추이가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업 전부터 비용 부담이나 실효성 측면을 둘러싸고 여전히 물음표가 붙고 있습니다. '대신 키워주고 일하는 정책'에서 나아가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는 정책' 마련에도 보다 관심과 지원이 모아져야 한다는 주문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 인증기관 고용, 가정 파견 형식.. "최저임금 적용, 통근"
오늘(31일) 고용노동부는 로얄호텔서울에서 개최한 외국인 가사 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이 같은 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시범사업 대상 지역은 서울시 전체로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20∼40대 맞벌이 부부, 한 부모, 임산부 등이 이용할 수 있고 가사인력 관련 자격증 제도를 운영 중인 필리핀에서 우선 인력을 공급할 것으로 보입니다. 외국인 가사 근로자는 최소 6개월 일하게 됩니다.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 근로자 서비스 제공 기관이 외국인 가사 근로자(E-9 비자)를 고용하면, 근로자가 해당 기관과 계약을 맺은 가정으로 출퇴근하면서 가사·육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인증기관은 작년 6월 가사근로자를 법적 근로자로 인정하고,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내용의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되면서 도입됐습니다.
종전 가사도우미들은 직업소개소 차원의 일자리 알선 후 이용자와의 계약으로만 고용돼 기본적인 근로자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가사근로자법 시행 후에 정부 인증기관과 계약을 맺고 최저임금 보장, 4대 보험 가입 등이 가능해졌습니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정부에 ‘인증’을 신청하면 정부는 이들 기관에 사회보험료 등을 지원하게 됩니다.
이들 외국인 가사 근로자들에겐 국내 근로자와 마찬가지 최저임금 이상 임금이 적용됩니다.
출신국으로는 가사서비스 관련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가 우선 검토 중입니다. E-9 비자가 적용되는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송출국가는 모두 16개 나라로 특히 필리핀 출신 가사 근로자는 자국 직업훈련원에서 6개월간 훈련받은 뒤 수료증을 발급받아야 외국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외국인 가사 근로자의 관련 경력·지식, 연령, 한국어·영어 능력, 범죄 이력 등을 검증하며 정신 질환자, 마약류 중독자이거나 범죄 이력이 있으면 선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국내 입국 전후 한국 언어·문화, 노동법 등을 교육받습니다. 국내 가사 근로자 서비스 제공 기관에 배정된 뒤에는 국내 가정으로 실무 투입 전 아동학대 방지를 포함한 가사·육아, 위생·안전과 관련한 교육을 받게 됩니다.
이들의 서비스는 가사근로자법상 청소, 세탁, 주방일과 가구 구성원 보호·양육으로 이용 시간은 하루 중 일부, 하루 종일 등 이용자가 다양하게 선택 가능합니다.
이들의 숙소는 서비스 제공 기관이 마련하며 숙소 비용은 근로자 부담 원칙입니다.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 근로자가 국내 정착하는 데 필요한 숙소비·교통비·통역비 등을 초기 지원할 예정입니다.
고용부는 시범사업 종료 후 의견을 수렴하고 3분기 외국인력정책위원회 의결을 거쳐 시범사업 사업 계획안을 확정할 방침입니다.
이르면 연내 시범사업 내용대로 외국인 가사 근로자 서비스를 국내 제공하고 내년에 운영 성과를 분석하고, 우리 사회에 가장 적합한 방안을 찾기로 했습니다.
관련해 고용부는 공청회에서 외국인 가사 근로자 도입 필요성도 상세히 전했습니다.
남의 집에서 빨래·청소·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하거나 아이를 돌보는 게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한 탓에 내국인 가사·육아 인력 취업자는 지속 감소세입니다.
고용부에 따르면 가사서비스 종사자는 2017년 16만 4,000명에서 지난해 11만 4,000명으로 5년 만에 30.5% 감소했습니다. 또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가사서비스 종사자 59%가 60대, 그리고 50대는 33.2%를 차지하는 등 고령화도 심화되는 양상입니다.
고용부 측은 내국인 종사 인력이 줄고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여건에서, 저출산에 대응하고 여성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고 도입 취지를 전했습니다.
■ 외국인 근로자 비용 부담 등 관건.. 내국인 노동계 반발도
하지만 여러모로 도입 과정에 과제 역시 적잖을 것이란 시각이 제기됩니다.
내국인 가사 인력 채용 때 투입되는 비용 역시도 관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용부에 따르면 내국인 가사 인력은 통근형(출퇴근형)의 경우 시간당 1만 5,000원 이상 지급하는데,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으로 이보다 더 많은 급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부대 비용도 만만치 않아 고용주인 업체가 의무 부담하는 보험료와 가사노동자 교육비가 서비스 이용료에 반영될 수 있고 중개 수수료도 지불해야 합니다. 이같은 비용이 전가되면 각 가정에서 실질적으로 매달 부담하는 비용은 200만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필요 가정마다 고용이 현실적으로 힘들고, 결국엔 고소득층 위주로 가사노동자 고용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1970년대부터 해당 제도를 도입한 싱가포르의 경우 6가구 중 1가구(2019년 기준)가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하지만, 월 1만 5,000 싱가포르달러(약 1,470만 원) 이상 고소득 가구에선 6가구 중 2가구가 가사노동자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또 입주형 내국인 가사 근로자에겐 서울 기준 한 달 350만 원에서 450만 원 정도 소요돼, 평균 봉급 생활자는 월급 대부분을 내국인 가사 근로자에게 줘야하는 셈이라 부담 또한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칫 값싼 인력이라는 생각 만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받아들일 경우 되레 인권침해와 미등록 노동자 양산이란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도 불거집니다.
나아가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 애초 취지인 저출생 문제 해결에 실제 도움이 될지 역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옵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각각 0.7명과 1.0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 한국(0.78명)과 꼴찌를 다투는 실정으로, 가사도우미 도입이 자칫 돌봄을 개인 부담으로 전가시키고 가사·육아를 여성의 몫으로 돌리는 인식만 강화시킬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관련해 전문가들은 "무조건 '가사·돌봄'을 분리해 외주화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면서 "근본적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유연근무 활성화 그리고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노동시장 내 성평등, 공공보육 확대 등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관련해 앞서 내국인 가사근로자 중심의 노동계도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낮은 임금의 동남아 가사근로자로 인해 내국인 일자리가 잠식될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또 교통비와 교육비 등은 내국인 가사근로자도 똑같이 필요로 하는데도 외국인 근로자에게만 지원하는 등 임금 수준의 격차를 보이는가 하면, 최근 급증하는 60대 여성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 포괄적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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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인증 기관 통해 시범사업.. 서울시 지원
노동계 "내국인 근로자 차별, 고용 등 악영향"
저출생 문제 해결, 비용 저렴 등 추이 '불투명'
"내 손으로 키우는 환경, 우선 마련" 지적도
저출생 해소와 비용 문제 해소 등을 앞세운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 구체적인 궤도에 접어드는 모습입니다. 이르면 연내 필리핀 등 외국인 가사 근로자 100명이 우선 서울 내 가정집에서 가사와 육아를 맡아 일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용자의 서비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1억 5,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시범사업 추진 결과에 따라 확대 추이가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업 전부터 비용 부담이나 실효성 측면을 둘러싸고 여전히 물음표가 붙고 있습니다. '대신 키워주고 일하는 정책'에서 나아가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는 정책' 마련에도 보다 관심과 지원이 모아져야 한다는 주문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 인증기관 고용, 가정 파견 형식.. "최저임금 적용, 통근"
오늘(31일) 고용노동부는 로얄호텔서울에서 개최한 외국인 가사 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이 같은 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시범사업 대상 지역은 서울시 전체로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20∼40대 맞벌이 부부, 한 부모, 임산부 등이 이용할 수 있고 가사인력 관련 자격증 제도를 운영 중인 필리핀에서 우선 인력을 공급할 것으로 보입니다. 외국인 가사 근로자는 최소 6개월 일하게 됩니다.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 근로자 서비스 제공 기관이 외국인 가사 근로자(E-9 비자)를 고용하면, 근로자가 해당 기관과 계약을 맺은 가정으로 출퇴근하면서 가사·육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인증기관은 작년 6월 가사근로자를 법적 근로자로 인정하고,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내용의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되면서 도입됐습니다.
종전 가사도우미들은 직업소개소 차원의 일자리 알선 후 이용자와의 계약으로만 고용돼 기본적인 근로자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가사근로자법 시행 후에 정부 인증기관과 계약을 맺고 최저임금 보장, 4대 보험 가입 등이 가능해졌습니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정부에 ‘인증’을 신청하면 정부는 이들 기관에 사회보험료 등을 지원하게 됩니다.
이들 외국인 가사 근로자들에겐 국내 근로자와 마찬가지 최저임금 이상 임금이 적용됩니다.
출신국으로는 가사서비스 관련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가 우선 검토 중입니다. E-9 비자가 적용되는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송출국가는 모두 16개 나라로 특히 필리핀 출신 가사 근로자는 자국 직업훈련원에서 6개월간 훈련받은 뒤 수료증을 발급받아야 외국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외국인 가사 근로자의 관련 경력·지식, 연령, 한국어·영어 능력, 범죄 이력 등을 검증하며 정신 질환자, 마약류 중독자이거나 범죄 이력이 있으면 선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국내 입국 전후 한국 언어·문화, 노동법 등을 교육받습니다. 국내 가사 근로자 서비스 제공 기관에 배정된 뒤에는 국내 가정으로 실무 투입 전 아동학대 방지를 포함한 가사·육아, 위생·안전과 관련한 교육을 받게 됩니다.
이들의 서비스는 가사근로자법상 청소, 세탁, 주방일과 가구 구성원 보호·양육으로 이용 시간은 하루 중 일부, 하루 종일 등 이용자가 다양하게 선택 가능합니다.
이들의 숙소는 서비스 제공 기관이 마련하며 숙소 비용은 근로자 부담 원칙입니다.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 근로자가 국내 정착하는 데 필요한 숙소비·교통비·통역비 등을 초기 지원할 예정입니다.
고용부는 시범사업 종료 후 의견을 수렴하고 3분기 외국인력정책위원회 의결을 거쳐 시범사업 사업 계획안을 확정할 방침입니다.
이르면 연내 시범사업 내용대로 외국인 가사 근로자 서비스를 국내 제공하고 내년에 운영 성과를 분석하고, 우리 사회에 가장 적합한 방안을 찾기로 했습니다.
관련해 고용부는 공청회에서 외국인 가사 근로자 도입 필요성도 상세히 전했습니다.
남의 집에서 빨래·청소·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하거나 아이를 돌보는 게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한 탓에 내국인 가사·육아 인력 취업자는 지속 감소세입니다.
고용부에 따르면 가사서비스 종사자는 2017년 16만 4,000명에서 지난해 11만 4,000명으로 5년 만에 30.5% 감소했습니다. 또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가사서비스 종사자 59%가 60대, 그리고 50대는 33.2%를 차지하는 등 고령화도 심화되는 양상입니다.
고용부 측은 내국인 종사 인력이 줄고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여건에서, 저출산에 대응하고 여성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고 도입 취지를 전했습니다.
■ 외국인 근로자 비용 부담 등 관건.. 내국인 노동계 반발도
하지만 여러모로 도입 과정에 과제 역시 적잖을 것이란 시각이 제기됩니다.
내국인 가사 인력 채용 때 투입되는 비용 역시도 관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용부에 따르면 내국인 가사 인력은 통근형(출퇴근형)의 경우 시간당 1만 5,000원 이상 지급하는데,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으로 이보다 더 많은 급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부대 비용도 만만치 않아 고용주인 업체가 의무 부담하는 보험료와 가사노동자 교육비가 서비스 이용료에 반영될 수 있고 중개 수수료도 지불해야 합니다. 이같은 비용이 전가되면 각 가정에서 실질적으로 매달 부담하는 비용은 200만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필요 가정마다 고용이 현실적으로 힘들고, 결국엔 고소득층 위주로 가사노동자 고용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1970년대부터 해당 제도를 도입한 싱가포르의 경우 6가구 중 1가구(2019년 기준)가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하지만, 월 1만 5,000 싱가포르달러(약 1,470만 원) 이상 고소득 가구에선 6가구 중 2가구가 가사노동자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또 입주형 내국인 가사 근로자에겐 서울 기준 한 달 350만 원에서 450만 원 정도 소요돼, 평균 봉급 생활자는 월급 대부분을 내국인 가사 근로자에게 줘야하는 셈이라 부담 또한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칫 값싼 인력이라는 생각 만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받아들일 경우 되레 인권침해와 미등록 노동자 양산이란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도 불거집니다.
나아가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 애초 취지인 저출생 문제 해결에 실제 도움이 될지 역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옵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각각 0.7명과 1.0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 한국(0.78명)과 꼴찌를 다투는 실정으로, 가사도우미 도입이 자칫 돌봄을 개인 부담으로 전가시키고 가사·육아를 여성의 몫으로 돌리는 인식만 강화시킬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관련해 전문가들은 "무조건 '가사·돌봄'을 분리해 외주화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면서 "근본적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유연근무 활성화 그리고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노동시장 내 성평등, 공공보육 확대 등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관련해 앞서 내국인 가사근로자 중심의 노동계도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낮은 임금의 동남아 가사근로자로 인해 내국인 일자리가 잠식될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또 교통비와 교육비 등은 내국인 가사근로자도 똑같이 필요로 하는데도 외국인 근로자에게만 지원하는 등 임금 수준의 격차를 보이는가 하면, 최근 급증하는 60대 여성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 포괄적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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