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6월 20일, 올해 양력으로 오늘(6일)
제주 전통 복날.. 농사주기와 밀접 연관['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삼복지간(三伏之間)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
1년 중 가장 덥다는 초복·중복·말복엔 기운이 저절로 약해져서 입술에 붙은 밥알마저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복날에는 삼계탕과 같은 보양식을 먹으며 힘을 내죠. 달력을 보니 마지막 삼복인 말복이 오늘(6일)로 나흘 남았네요.
그런데 제주만의 고유한 ‘복날’이 있는거 아시나요. 언제냐하면, 바로 오늘입니다. 말복이 코앞인데 제주의 복날이 있다니 무슨 말일까.
■ 그나저나 초복·중복·말복.. 왜 삼세번, 삼복이지?
삼복이 왜 삼복인지는 고대 중국 진나라 풍습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덕공이라는 왕이 여름철에 삼복 제사, 즉 세 차례 제사를 지내면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제사는 해충을 없애려 지냈습니다.
단순히 제사만 지낸게 아니라 제사 뒤 나온 고기를 여러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는데서 삼복의 기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이야기는 조선시대 세시풍속지 ‘동국세시기’에 나옵니다.
■ 제주 고유의 복날이 있다던데.. 그게 오늘?
네, 음력 6월 20일(양력 올해 8월 6일) 오늘입니다. 제주대학교박물관이 펴낸 ‘할망 하르방이 들려주는 제주음식 이야기’를 보면 촌로(村老) 강상우 씨의 생생한 설명이 나옵니다.
“일월에 난 병아리가 유월 스무날 되면 딱 먹을만큼 커. 닭이 너무 늙어도 약이 안 되어. 또 농사가 딱 끝난 때가 유월 스무날이라. 막 버치지(힘들지). 콩, 조, 팥, 고구마 같은거, 그 때 딱 끝나. 가을에 거둬들이지만...(중략)...농사가 다 끝나면 유월 스무날이 되어, 음력으로”
이 같은 세시풍속은 농사주기와 연관돼 있습니다. 땀흘리며 여름 농사를 지은 뒤 떨어진 체력을 때마침 육질이 좋고 훌륭한 맛이나는 잘 큰 닭으로 보충하는 거죠.
■ 옛 농사꾼, 도민들도 삼계탕을 먹었어?
옛 농민들은 어떤 방식으로 요리를 했을까요. 백숙부터 죽, 엿 등까지 참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게 ‘닭제골’이라는 음식입니다. 제주식 삼계탕입니다. 육수에 푹 담궈 고아내는 기존 삼계탕과 달리 닭제골은 중탕으로 만들어집니다.
손질한 닭 속에 참기름을 바르고, 마늘을 채워 넣습니다. 이 닭은 뚝배기로 들어갑니다. 또 이 뚝배기를 솥에 넣되 물에 잠기지 않게 즉, 중탕으로 조리합니다.
이렇게 닭제골을 만들면 뚝배기에는 닭의 영양분만 담긴 진액이 남는데, 기운을 북돋아 약처럼 먹었다고 전해집니다. 전통 방식이라 요즘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 닭 몸보신 여름에만 한게 아니라고?
겨울철 보양식으로도 닭이 많이 쓰였습니다. 매서웠던 제주의 겨울을 건강하게 나도록 ‘닭엿’을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절기상 동지(冬至)가 지나고 셋째 날이 되면 수수, 좁쌀, 찹쌀 등으로 엿을 곤다고 합니다. 여기에 닭고기도 찢어서 넣습니다.
이 엿은 겨울 몸보신으로도 좋고, 종기를 치료하거나, 속에 탈이나면 소주에 타서 먹기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 닭이 예전에 그렇게 흔했어?
1950~1960년대만해도 닭은 집집마다 마당이나 텃밭 등에 몇 마리씩 풀어놓고 기르는 정도였습니다. 양계장에서 대규모로 사육되는 현재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죠.
특히 토종닭유통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던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는 주민들이 1970년대 말부터 토종닭을 집 마당이나 텃밭 등에 풀어 사육해 관광객과 도민들에게 토종닭 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마당이나 텃밭에서 길러졌던 닭들은 돌아다니면서 떨어진 보리나 약재로 알려진 지네를 쪼아먹으면서 저절로 건강해졌습니다.
이는 곧 사람들에게 달걀과 고기를 선사했습니다. 이 때문에 고기가 현재처럼 흔하지 않던 과거에는 귀중한 존재였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주 전통 복날.. 농사주기와 밀접 연관['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삼복지간(三伏之間)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
1년 중 가장 덥다는 초복·중복·말복엔 기운이 저절로 약해져서 입술에 붙은 밥알마저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복날에는 삼계탕과 같은 보양식을 먹으며 힘을 내죠. 달력을 보니 마지막 삼복인 말복이 오늘(6일)로 나흘 남았네요.
그런데 제주만의 고유한 ‘복날’이 있는거 아시나요. 언제냐하면, 바로 오늘입니다. 말복이 코앞인데 제주의 복날이 있다니 무슨 말일까.
■ 그나저나 초복·중복·말복.. 왜 삼세번, 삼복이지?
삼복이 왜 삼복인지는 고대 중국 진나라 풍습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덕공이라는 왕이 여름철에 삼복 제사, 즉 세 차례 제사를 지내면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제사는 해충을 없애려 지냈습니다.
단순히 제사만 지낸게 아니라 제사 뒤 나온 고기를 여러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는데서 삼복의 기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이야기는 조선시대 세시풍속지 ‘동국세시기’에 나옵니다.
■ 제주 고유의 복날이 있다던데.. 그게 오늘?
네, 음력 6월 20일(양력 올해 8월 6일) 오늘입니다. 제주대학교박물관이 펴낸 ‘할망 하르방이 들려주는 제주음식 이야기’를 보면 촌로(村老) 강상우 씨의 생생한 설명이 나옵니다.
“일월에 난 병아리가 유월 스무날 되면 딱 먹을만큼 커. 닭이 너무 늙어도 약이 안 되어. 또 농사가 딱 끝난 때가 유월 스무날이라. 막 버치지(힘들지). 콩, 조, 팥, 고구마 같은거, 그 때 딱 끝나. 가을에 거둬들이지만...(중략)...농사가 다 끝나면 유월 스무날이 되어, 음력으로”
이 같은 세시풍속은 농사주기와 연관돼 있습니다. 땀흘리며 여름 농사를 지은 뒤 떨어진 체력을 때마침 육질이 좋고 훌륭한 맛이나는 잘 큰 닭으로 보충하는 거죠.
■ 옛 농사꾼, 도민들도 삼계탕을 먹었어?
옛 농민들은 어떤 방식으로 요리를 했을까요. 백숙부터 죽, 엿 등까지 참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게 ‘닭제골’이라는 음식입니다. 제주식 삼계탕입니다. 육수에 푹 담궈 고아내는 기존 삼계탕과 달리 닭제골은 중탕으로 만들어집니다.
손질한 닭 속에 참기름을 바르고, 마늘을 채워 넣습니다. 이 닭은 뚝배기로 들어갑니다. 또 이 뚝배기를 솥에 넣되 물에 잠기지 않게 즉, 중탕으로 조리합니다.
이렇게 닭제골을 만들면 뚝배기에는 닭의 영양분만 담긴 진액이 남는데, 기운을 북돋아 약처럼 먹었다고 전해집니다. 전통 방식이라 요즘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 닭 몸보신 여름에만 한게 아니라고?
겨울철 보양식으로도 닭이 많이 쓰였습니다. 매서웠던 제주의 겨울을 건강하게 나도록 ‘닭엿’을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절기상 동지(冬至)가 지나고 셋째 날이 되면 수수, 좁쌀, 찹쌀 등으로 엿을 곤다고 합니다. 여기에 닭고기도 찢어서 넣습니다.
이 엿은 겨울 몸보신으로도 좋고, 종기를 치료하거나, 속에 탈이나면 소주에 타서 먹기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닭이 예전에 그렇게 흔했어?
1950~1960년대만해도 닭은 집집마다 마당이나 텃밭 등에 몇 마리씩 풀어놓고 기르는 정도였습니다. 양계장에서 대규모로 사육되는 현재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죠.
특히 토종닭유통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던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는 주민들이 1970년대 말부터 토종닭을 집 마당이나 텃밭 등에 풀어 사육해 관광객과 도민들에게 토종닭 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마당이나 텃밭에서 길러졌던 닭들은 돌아다니면서 떨어진 보리나 약재로 알려진 지네를 쪼아먹으면서 저절로 건강해졌습니다.
이는 곧 사람들에게 달걀과 고기를 선사했습니다. 이 때문에 고기가 현재처럼 흔하지 않던 과거에는 귀중한 존재였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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