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돌과 바람, 여자가 많다고 하는 제주도는 삼다도(三多島)라는 별칭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 삼다 풍속에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새 삼다(新三多) 후보들이 떠오르고 있는 것인데요. 자동차, 쓰레기, 유기동물, 중국인, 카페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아쉽게도 현재 제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반영한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이 가운데 반론의 여지가 없는 대표주자가 바로 자동차입니다.
전국에서 차량 밀집도가 가장 높은 제주의 교통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특히, 주차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이어서 오늘 얘기할 '차고지증명제'의 도입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이 제도가 전면 시행되면서 제주에선 차를 사려면 우선 부동산을 알아봐야 한다는 말이 단순 과장 섞인 농담만은 아니게 된 상황입니다.
■ "주차장이 없으면 차를 살 수 없다고요?"
'차고지증명제'는 말 그대로 '차고지'를 '증명'하는 '제도'입니다.
새 차를 구입한 소유자에게 주차장 확보를 의무화 시킨다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집 담장을 허물어 차고지를 만든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주차장을 만들 공간이 없다면 거주지에서 1㎞ 범위 안에서 돈을 주고 공영주차장을 임대하든, 사유지를 빌리든 어떻게든 주차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차고지증명제를 할 수 없으면 구매한 차량을 등록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사를 가더라도 집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이 차고지까지 고려해야 해 전입신고에도 영향을 줍니다.
예외는 있습니다.
차고지증명제가 적용이 이뤄지기 전에 나온 차량이나 사업용차량, 차상위 계층 소유의 1톤 이하 화물차 등 일부 경우는 대상에서 제외입니다.
그렇게 해서 올해 1월 기준, 제주에 등록된 자가용 차량 36만 8,160대 가운데 27.6%인 10만 1,726대가 차고지를 등록했습니다.
■ "제도 적용이 쉽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가능했나요?"
듣기만해도 상당히 '까다로운' 제도인만큼 당연히 도입은 쉽지 않았습니다.
제주에 '차고지증명제'를 처음으로 도입하려 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7년입니다.
이때부터 모든 차량에 도입했던 것은 아니고 적용 범위는 차량이 많은 동(洞) 지역의 대형 차량(배기량 2,000cc)으로 한정했었습니다.
점차 넓혀나간다는 계획이었지만, 도입부터 난항이고 확대도 '겨우겨우'였습니다.
제주도민들은 차고지증명제가 도입되기도 전부터 이 제도에 대해 격렬한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차를 사려면 주차장을 갖춰야 하는 부담이 새로 생기는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죠.
행정에선 제도 도입 한참 전부터 차고지증명제의 필요성을 홍보해왔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또 제도를 적용하기 위해선 조례를 만들어야 했는데, 주민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의회 입장에선 더욱 부담이었습니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일종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였던 셈입니다.
당시 도의회는 차고지증명제 관련 심의 때마다 제주도의 탓을 강조했습니다.
행정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엉망으로 도시계획을 해놓고 나중에야 주차 문제의 책임을 주민들에게 떠넘긴다고 질타했죠.
그런만큼 우선 행정 차원에서 충분한 주차장을 마련한 후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행정에서 주차공간을 만드는데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치솟는 땅 값에 주차장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명확했고, 차고지증명제를 밀어부칠 만큼의 체감도를 높이진 못했습니다.
결국 수년 동안 같은 논리가 반복되면서 제도 도입은 미뤄져왔고, 적용 범위는 최소화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초 관련 조례를 처음 추진한 2005년 당시에는 2007년 대형차량, 2009년엔 중형차량, 2010년엔 소형차량에 차고지증명제를 적용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계획보다 10년 이상 늦은 지난해에야 전면 시행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 "어렵사리 됐다는데.. 효과는 있나요?"
사실 차고지증명제가 도입된 지 15년이 넘은 현재에도 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과연 제도가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해선 부정적 여론이 강합니다.
제도 운영이 오랜 기간 이뤄진 만큼 여러 문제점들이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주택가 자체가 협소해 현실적으로 주차장 임대 외엔 방법이 없는 제주시 구도심권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주차장 부담으로 안 그래도 심각한 인구공동화 문제가 더 심화된다는 것입니다.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비교적 집값이 저렴한 구도심에 둥지를 틀려고 해도 차고지증명제에 막혀 눈길을 돌리는 경우 역시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도심지역에 살면서 실제 차량 등록은 상대적으로 주차공간을 만들기 쉬운 시골 부모님댁으로 하는 등 차량의 '위장전입' 사례도 잇따랐습니다.
동(洞) 지역 기준 연간 90만 원대에 달하는 높은 공영주차장 임대료로 서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보여주기식 차고지증명제용 주차장을 만들더라도 실제 생활할 때는 그대로 집 앞에 주차를 하는 사례도 허다했죠.
차량 대수 증가 억제 효과도 제대로 작용한 건지도 미지수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지역 전체 등록 차량은 모두 68만 9,924대로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현황상 주민인 67만 8,159명을 넘어섰습니다.
아무리 제주도 안에서 오랫동안 운행한 차량이라도 등록지가 제주도외 다른 지역이라면 차고지등록이 필요하지 않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헛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거주지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점과, 자동차 소유 제한에 따른 행복추구권 침해 등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 "그래서 이대로 계속 가나요?"
최근 제주연구원에선 차고지증명제의 문제점 개선을 위한 방안을 내놨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체계적인 차고지 공급 계획 수립과 이를 실행할 담보 방안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있었습니다.
차고지 공급 계획 자체가 없다는 지적에 따른 원론적 제안입니다.
아울러 공영주차장이 구축이 어려운 원도심 등 주택 밀집지에선 해당 지역에 매물로 나온 주택들을 공공 차원에서 적극 매입해 주차장으로 전환해 임대하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당근마켓 등 중고물품 거래 어플리케이션을 적극 활용해 차고지 임차·임대 정보가 보다 활발히 교류될 수 있는 방안도 나왔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현재 제주자치도가 운영하는 차고지증명제 홈페이지 내에도 별도 코너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제주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들이 차고지 임대차 중개 업무를 겸할 수 있도록 협의하는 방안이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실제 차량을 사기 위해 부동산 문을 두드려야 하는 일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시된 것입니다.
일정 기간 이상 제주지역에서 운행하는 제주도외 등록 차량을 차고지 증명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해결책도 제시됐습니다.
이 제도가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자동차 입·출도 신고와 확인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돌과 바람, 여자가 많다고 하는 제주도는 삼다도(三多島)라는 별칭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 삼다 풍속에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새 삼다(新三多) 후보들이 떠오르고 있는 것인데요. 자동차, 쓰레기, 유기동물, 중국인, 카페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아쉽게도 현재 제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반영한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이 가운데 반론의 여지가 없는 대표주자가 바로 자동차입니다.
전국에서 차량 밀집도가 가장 높은 제주의 교통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특히, 주차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이어서 오늘 얘기할 '차고지증명제'의 도입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이 제도가 전면 시행되면서 제주에선 차를 사려면 우선 부동산을 알아봐야 한다는 말이 단순 과장 섞인 농담만은 아니게 된 상황입니다.
■ "주차장이 없으면 차를 살 수 없다고요?"
'차고지증명제'는 말 그대로 '차고지'를 '증명'하는 '제도'입니다.
새 차를 구입한 소유자에게 주차장 확보를 의무화 시킨다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집 담장을 허물어 차고지를 만든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주차장을 만들 공간이 없다면 거주지에서 1㎞ 범위 안에서 돈을 주고 공영주차장을 임대하든, 사유지를 빌리든 어떻게든 주차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차고지증명제를 할 수 없으면 구매한 차량을 등록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사를 가더라도 집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이 차고지까지 고려해야 해 전입신고에도 영향을 줍니다.
예외는 있습니다.
차고지증명제가 적용이 이뤄지기 전에 나온 차량이나 사업용차량, 차상위 계층 소유의 1톤 이하 화물차 등 일부 경우는 대상에서 제외입니다.
그렇게 해서 올해 1월 기준, 제주에 등록된 자가용 차량 36만 8,160대 가운데 27.6%인 10만 1,726대가 차고지를 등록했습니다.
■ "제도 적용이 쉽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가능했나요?"
듣기만해도 상당히 '까다로운' 제도인만큼 당연히 도입은 쉽지 않았습니다.
제주에 '차고지증명제'를 처음으로 도입하려 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7년입니다.
이때부터 모든 차량에 도입했던 것은 아니고 적용 범위는 차량이 많은 동(洞) 지역의 대형 차량(배기량 2,000cc)으로 한정했었습니다.
점차 넓혀나간다는 계획이었지만, 도입부터 난항이고 확대도 '겨우겨우'였습니다.
제주도민들은 차고지증명제가 도입되기도 전부터 이 제도에 대해 격렬한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차를 사려면 주차장을 갖춰야 하는 부담이 새로 생기는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죠.
행정에선 제도 도입 한참 전부터 차고지증명제의 필요성을 홍보해왔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또 제도를 적용하기 위해선 조례를 만들어야 했는데, 주민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의회 입장에선 더욱 부담이었습니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일종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였던 셈입니다.
당시 도의회는 차고지증명제 관련 심의 때마다 제주도의 탓을 강조했습니다.
행정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엉망으로 도시계획을 해놓고 나중에야 주차 문제의 책임을 주민들에게 떠넘긴다고 질타했죠.
그런만큼 우선 행정 차원에서 충분한 주차장을 마련한 후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행정에서 주차공간을 만드는데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치솟는 땅 값에 주차장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명확했고, 차고지증명제를 밀어부칠 만큼의 체감도를 높이진 못했습니다.
결국 수년 동안 같은 논리가 반복되면서 제도 도입은 미뤄져왔고, 적용 범위는 최소화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초 관련 조례를 처음 추진한 2005년 당시에는 2007년 대형차량, 2009년엔 중형차량, 2010년엔 소형차량에 차고지증명제를 적용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계획보다 10년 이상 늦은 지난해에야 전면 시행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 "어렵사리 됐다는데.. 효과는 있나요?"
사실 차고지증명제가 도입된 지 15년이 넘은 현재에도 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과연 제도가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해선 부정적 여론이 강합니다.
제도 운영이 오랜 기간 이뤄진 만큼 여러 문제점들이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주택가 자체가 협소해 현실적으로 주차장 임대 외엔 방법이 없는 제주시 구도심권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주차장 부담으로 안 그래도 심각한 인구공동화 문제가 더 심화된다는 것입니다.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비교적 집값이 저렴한 구도심에 둥지를 틀려고 해도 차고지증명제에 막혀 눈길을 돌리는 경우 역시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도심지역에 살면서 실제 차량 등록은 상대적으로 주차공간을 만들기 쉬운 시골 부모님댁으로 하는 등 차량의 '위장전입' 사례도 잇따랐습니다.
동(洞) 지역 기준 연간 90만 원대에 달하는 높은 공영주차장 임대료로 서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보여주기식 차고지증명제용 주차장을 만들더라도 실제 생활할 때는 그대로 집 앞에 주차를 하는 사례도 허다했죠.
차량 대수 증가 억제 효과도 제대로 작용한 건지도 미지수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지역 전체 등록 차량은 모두 68만 9,924대로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현황상 주민인 67만 8,159명을 넘어섰습니다.
아무리 제주도 안에서 오랫동안 운행한 차량이라도 등록지가 제주도외 다른 지역이라면 차고지등록이 필요하지 않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헛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거주지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점과, 자동차 소유 제한에 따른 행복추구권 침해 등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 "그래서 이대로 계속 가나요?"
최근 제주연구원에선 차고지증명제의 문제점 개선을 위한 방안을 내놨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체계적인 차고지 공급 계획 수립과 이를 실행할 담보 방안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있었습니다.
차고지 공급 계획 자체가 없다는 지적에 따른 원론적 제안입니다.
아울러 공영주차장이 구축이 어려운 원도심 등 주택 밀집지에선 해당 지역에 매물로 나온 주택들을 공공 차원에서 적극 매입해 주차장으로 전환해 임대하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당근마켓 등 중고물품 거래 어플리케이션을 적극 활용해 차고지 임차·임대 정보가 보다 활발히 교류될 수 있는 방안도 나왔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현재 제주자치도가 운영하는 차고지증명제 홈페이지 내에도 별도 코너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제주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들이 차고지 임대차 중개 업무를 겸할 수 있도록 협의하는 방안이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실제 차량을 사기 위해 부동산 문을 두드려야 하는 일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시된 것입니다.
일정 기간 이상 제주지역에서 운행하는 제주도외 등록 차량을 차고지 증명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해결책도 제시됐습니다.
이 제도가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자동차 입·출도 신고와 확인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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