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경남 천성산 살던 원고 도롱뇽
시민단체와 함께 소송에 나섰다 패소해
"개발로 도롱뇽 서식지 영향 없다"면서
"자연물인 도롱뇽 소송 주체 될 수 없어"
법인격 추진되는 남방큰돌고래와 연결
제주자치도, 2025년 목표 생태법인 추진[법잇수다는 별의별 사건 중 화제가 되거나 의미 있는 판결을 수다 떨 듯 얘기합니다. 언젠가 쏠쏠하게 쓰일 수도 있는 법상식도 전합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작디작은 동물 도롱뇽이 인간을 상대로 소송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소송에 나선 이유는 개발로부터 자신들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커봐야 15㎝ 남짓한 동물 도롱뇽이 법적 다툼에 뛰어들었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고, 가능한 일일까. 또 소송에서 도롱뇽이 승소하긴 했을까.
그리고 이따금씩 인간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 언젠가 소송의 당사자가 될지도 모르는 ‘남방큰돌고래’는 도롱뇽의 사연을 과연 짐작이나 할까.
■ 원고 도롱뇽 “공사를 중지해 달라”
2003년 동물 도롱뇽과 한 시민단체 등이 경남 천성산에 서식하는 도롱뇽을 앞세워 공기업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법원에 공사착공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천성산은 청정지역에서만 산다는 꼬리치레도롱뇽의 대표 서식지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천성산 일대를 관통하는 터널을 짓기로 하자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결국 천성산 사찰 승려까지 나서 시민단체를 만들었고, 도롱뇽과 함께 소송에 뛰어들게 되는데. 착공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법원에 제기한 것입니다.
최종 결과는 도롱뇽의 패소였습니다.
■ 법원 “자연물인 도롱뇽은 소송의 주체 아니다”
법원은 도롱뇽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우선 법원은 공사가 천성산의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전문기관의 조사 결과를 인정했습니다.
또 법원은 “도롱뇽이라는 자연물이나 자연 자체는 이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도 밝혔습니다. 동물인 도롱뇽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단 얘깁니다.
2003년 시작된 ‘도롱뇽 소송’은 항고와 재항고 끝에 2006년 대법원에서 도롱뇽의 패소로 마무리됐습니다. 이에 따라 터널 공사도 재개됐습니다.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도롱뇽 소송. 제주 연안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남방큰돌고래와 무관치 않습니다. 왜일까요.
■ 남방큰돌고래가 가족 보호를 위해 소송에 나선다면
연안 오염과 해양쓰레기 등으로 서식 환경이 악화되며 멸종위기 국제보호종으로 지정된 남방큰돌고래. 120마리 정도가 제주 연안에 서식하고 있죠.
최근 제주자치도가 대한민국 생태환경 정책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기 위해 국내 최초로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생태법인. 이게 무슨 말이냐.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환경이나 동식물에 사람과 같은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이 부여되면 기업법인이 국가나 개인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처럼 남방큰돌고래도 대리인을 지정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20년 전 도롱뇽이 갖추지 못했던 소송 자격을 갖게 되는 것이죠.
■ 남방큰돌고래 법인격 어떻게 가진다는 걸까?
결론적으로 남방큰돌고래를 대리해 법적 권리를 대신할 수 있는 인간이 뒷받침해야 합니다. 제주자치도는 이를 위해 ‘제주특별법’을 개정한다는 목푭니다.
그나저나 많고 많은 동물 중 제주자치도가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 1호로 지정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건 꽤나 여러 이유가 있고 상징적이기도 합니다.
오영훈 제주자치도지사는 “남방큰돌고래는 해녀들이 물질을 할 때 그 곁을 지키며 상어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막아줬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살고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선박이 남방큰돌고래에 무리하게 접근해 위협하거나 멸종위기종인데도 여러 마리가 국내 수족관에 갇혀 사육되다가 최근에서야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죠.
나름의 사연을 가진 남방큰돌고래에 어떻게 법인격을 부여한다는 말일까요. 두 가지 방법이 제시됐습니다. 먼저 생태법인을 만드는 겁니다.
생태법인 창설안은 제주자치도지사가 의회의 동의를 얻어 핵심종이나 핵심 생태계를 지정하고 이를 생태법인으로 하는 방식입니다.
이를테면 생태법인 남방큰돌고래연대 같은 법인이 나오고 여기에 대리인, 후견인을 지정토록 해 법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다른 방법은 남방큰돌고래에 권리 능력을 갖도록 직접 법인격을 부여하는 방법입니다. 이 역시 대리인, 후견인이 필요합니다.
■ 앞으로 어떤 과제들이 남았나?
과제 적지 않습니다. 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어떻게 부여할지 결정하는 것부터 자연물, 동물에 대한 법적인 권리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정립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추후 법인격이 인정돼 소송까지 발생했을 때 대리인의 역할을 정하는 것도 과제 중 하나입니다.
아울러 바다에서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와 인간이 바다에서 영위하고 있는 어업활동, 해상개발 간 충돌 문제도 떠오를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생태법인 도입을 공식화 한 제주자치도와 생태법인 제도화 워킹그룹이 어떤 구체화된 그림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민단체와 함께 소송에 나섰다 패소해
"개발로 도롱뇽 서식지 영향 없다"면서
"자연물인 도롱뇽 소송 주체 될 수 없어"
법인격 추진되는 남방큰돌고래와 연결
제주자치도, 2025년 목표 생태법인 추진[법잇수다는 별의별 사건 중 화제가 되거나 의미 있는 판결을 수다 떨 듯 얘기합니다. 언젠가 쏠쏠하게 쓰일 수도 있는 법상식도 전합니다.]
제주에 서식하는 도롱뇽 (자료사진)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작디작은 동물 도롱뇽이 인간을 상대로 소송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소송에 나선 이유는 개발로부터 자신들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커봐야 15㎝ 남짓한 동물 도롱뇽이 법적 다툼에 뛰어들었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고, 가능한 일일까. 또 소송에서 도롱뇽이 승소하긴 했을까.
그리고 이따금씩 인간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 언젠가 소송의 당사자가 될지도 모르는 ‘남방큰돌고래’는 도롱뇽의 사연을 과연 짐작이나 할까.
■ 원고 도롱뇽 “공사를 중지해 달라”
2003년 동물 도롱뇽과 한 시민단체 등이 경남 천성산에 서식하는 도롱뇽을 앞세워 공기업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법원에 공사착공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천성산은 청정지역에서만 산다는 꼬리치레도롱뇽의 대표 서식지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천성산 일대를 관통하는 터널을 짓기로 하자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결국 천성산 사찰 승려까지 나서 시민단체를 만들었고, 도롱뇽과 함께 소송에 뛰어들게 되는데. 착공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법원에 제기한 것입니다.
최종 결과는 도롱뇽의 패소였습니다.
■ 법원 “자연물인 도롱뇽은 소송의 주체 아니다”
법원은 도롱뇽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우선 법원은 공사가 천성산의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전문기관의 조사 결과를 인정했습니다.
또 법원은 “도롱뇽이라는 자연물이나 자연 자체는 이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도 밝혔습니다. 동물인 도롱뇽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단 얘깁니다.
2003년 시작된 ‘도롱뇽 소송’은 항고와 재항고 끝에 2006년 대법원에서 도롱뇽의 패소로 마무리됐습니다. 이에 따라 터널 공사도 재개됐습니다.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도롱뇽 소송. 제주 연안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남방큰돌고래와 무관치 않습니다. 왜일까요.
남방큰돌고래
■ 남방큰돌고래가 가족 보호를 위해 소송에 나선다면
연안 오염과 해양쓰레기 등으로 서식 환경이 악화되며 멸종위기 국제보호종으로 지정된 남방큰돌고래. 120마리 정도가 제주 연안에 서식하고 있죠.
최근 제주자치도가 대한민국 생태환경 정책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기 위해 국내 최초로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생태법인. 이게 무슨 말이냐.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환경이나 동식물에 사람과 같은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이 부여되면 기업법인이 국가나 개인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처럼 남방큰돌고래도 대리인을 지정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20년 전 도롱뇽이 갖추지 못했던 소송 자격을 갖게 되는 것이죠.
최근 제주자치도가 공식화한 남방큰돌고래 법인격 부여 관련 브리핑 모습 (사진, 제주자치도)
■ 남방큰돌고래 법인격 어떻게 가진다는 걸까?
결론적으로 남방큰돌고래를 대리해 법적 권리를 대신할 수 있는 인간이 뒷받침해야 합니다. 제주자치도는 이를 위해 ‘제주특별법’을 개정한다는 목푭니다.
그나저나 많고 많은 동물 중 제주자치도가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 1호로 지정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건 꽤나 여러 이유가 있고 상징적이기도 합니다.
오영훈 제주자치도지사는 “남방큰돌고래는 해녀들이 물질을 할 때 그 곁을 지키며 상어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막아줬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살고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선박이 남방큰돌고래에 무리하게 접근해 위협하거나 멸종위기종인데도 여러 마리가 국내 수족관에 갇혀 사육되다가 최근에서야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죠.
나름의 사연을 가진 남방큰돌고래에 어떻게 법인격을 부여한다는 말일까요. 두 가지 방법이 제시됐습니다. 먼저 생태법인을 만드는 겁니다.
생태법인 창설안은 제주자치도지사가 의회의 동의를 얻어 핵심종이나 핵심 생태계를 지정하고 이를 생태법인으로 하는 방식입니다.
이를테면 생태법인 남방큰돌고래연대 같은 법인이 나오고 여기에 대리인, 후견인을 지정토록 해 법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다른 방법은 남방큰돌고래에 권리 능력을 갖도록 직접 법인격을 부여하는 방법입니다. 이 역시 대리인, 후견인이 필요합니다.
■ 앞으로 어떤 과제들이 남았나?
과제 적지 않습니다. 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어떻게 부여할지 결정하는 것부터 자연물, 동물에 대한 법적인 권리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정립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추후 법인격이 인정돼 소송까지 발생했을 때 대리인의 역할을 정하는 것도 과제 중 하나입니다.
아울러 바다에서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와 인간이 바다에서 영위하고 있는 어업활동, 해상개발 간 충돌 문제도 떠오를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생태법인 도입을 공식화 한 제주자치도와 생태법인 제도화 워킹그룹이 어떤 구체화된 그림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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