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3일) 제주 알뜨르 비행장 터에서 열린 난징 대학살 86주기 제10회 제주 추모제.(사진, 86주년 난징 대학살을 기억하는 사람들)
86년 전 일제가 중국 난징을 폭격하던 전투기의 기착지 역할을 해야 했던 제주에서 난징 폭격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올해로 10년째는 맞는 이 행사엔 우리나라는 물론, 가해국인 일본과 피해국인 중국의 사람들이 함께해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겼습니다.
중국 난징 대학살 86주기인 어제(13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소재 알뜨르 비행장 터에서 난징 대학살 86주기 제10회 제주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86주년 난징 대학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주관한 이날 행사엔 국내외 40여 명이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희생자 묵념과 평화 연대 메시지 낭독, 공연 등이 이뤄졌습니다.
제주도민 김정임 씨는 최근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 발사된 한화시스템의 위성에 대해 언급하며 "전쟁의 전초기지를 제공할수 있다는 것을 명백히 알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현실은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전쟁기운이 한반도까지 드리우고 있다. 전쟁과 관련된 어떠한 것도 단호히 반대하고 맞서 싸워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제주도민 박성인 씨는 "(알뜨르비행장 일원에서)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평화대공원이 자칫 서부 관광의 중심지로 만든다는 명목으로 난개발 관광지로 휩쓸릴 수 있다. 피스워싱(peacewashing, 평화시늉)에 그치거나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씨는 그러면서 "(제주도가)더 이상 '학살의 전초기지'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알뜨르를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시작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가 미래를 직접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유네스코 평화연구위원장이자 난징대학교 교수인 류쳉 씨는 "평화 구축은 아픔의 역사를 기념하고 회복하는 가장 좋은 길이다. 악을 비판하는 것에 갇히지 않고, 평화를 옹호하는 것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오키나와 주민인 오키모토 히로시, 오키모토 후키코 씨는 "'모조리 죽이고, 모조리 불태우고, 모조리 빼앗는다'는 일본군의 침략과 폭력의 역사는 결코 잊혀져서는 안된다"며 "두 번 다시 아시아가 침략과 전쟁의 무대가 돼서는 안되며 대화와 공존 이외에 평화의 길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성윤 제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1937년 일제의 난징 공습 당시 일본 정부는 군사기지만 폭격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차별 공격이 있었다"며, "그 해 4,900명이 사망했고 중경(충칭)으로 수도가 이전된 1939년, 중경에서는 10배나 많은 폭탄이 투하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일제강점기 일제의 군사팽창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제주 알뜨르 비행장은 1920년대 첫 계획이 수립된 이래 계속된 확장 공사를 거쳐 현재 제주시에 있는 제주국제공항의 절반 정도 규모인 190만여㎡까지 커졌습니다. 당시 인근에 살던 제주도민들은 강제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이주해야 했습니다.
이 비행장은 1937년 일제가 난징대학살 자행할 당시 일본 본토에 있는 오무라항공대에서 출발한 전투기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기술력으로 일본 본토에서 중국 본토까지 한 번에 갔다가 오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제주에 있는 알뜨르비행장에서 급유와 정비를 하는 식으로 활용됐던 것입니다.
전투기 공습은 이 해 여름부터 시작됐습니다. 제주도민들은 본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 동원돼 전쟁기지 역할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1937년 12월 13일부터 약 2~3개월에서 걸쳐 중국 난징에서 벌어진 일제의 학살로 수십만 명의 중국인이 목숨을 잃고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방 이후 땅은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지 않고 국방부 소유가 됐습니다. 1980년대 후반엔 공군기지가 들어설 뻔했으나 주민들의 반대운동으로 무산됐습니다. 이는 정부의 국책사업을 막는데 성공한 유일 사례로 평가됩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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