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친족 간 강제추행 사건
"피해자 저항 곤란했나"가 쟁점
1심 유죄였다가 2심 무죄 반전
대법 "다시 심리.. 원심 판결 깨"
"공포감 들 해악 고지로도 유죄"
40년 만에 새로운 판례 세워져[법잇수다는 별의별 사건 중 화제가 되거나 의미 있는 판결을 수다 떨 듯 얘기합니다. 언젠가 쏠쏠하게 쓰일 수도 있는 법상식도 전합니다.]
“한 번만 안아줄 수 있느냐?”
2014년 현역 군인이었던 A씨. 자신의 방에서 15살이었던 사촌 여동생 B양을 침대에 쓰러뜨려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30초가량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당시 A씨는 “만져 달라” “안아봐도 되냐”고 했습니다. B양은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A씨는 뒤따라가 1분 동안 끌어안은 것으로도 드러났습니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A씨. 그런데 2심에서 벌금 1,000만 원으로 형량이 확 줄었습니다. 대법원까지 가서야 다시 뒤집힌 이 사건. 40년 만에 새로운 판례가 됐습니다.
■ 강제추행 혐의.. 왜 1심은 유죄고, 2심은 무죄?
1심 군사법원은 A씨의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피해자의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해 추행행위를 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강제추행을 무죄로 본 2심 군사법원은 “피해자는 저항하지 않아서 A씨 힘의 정도가 당시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또 “A씨의 말은 객관적으로 피해자에게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말이라 보기 어렵다”고도 판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A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계 등 추행 혐의만 적용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 '피해자의 저항 곤란' 따진 40년 전 판례
1, 2심 법원은 ‘피해자가 저항하기 곤란할 정도의 폭행, 협박이 있어야 강제추행죄가 성립된다’는 40년 전 판례를 따랐습니다.
다만 여기서 피해자가 저항하기 곤란할 정도였는지를 두고 판단이 엇갈렸습니다. 1심은 저항하기 곤란할 정도의 폭행, 협박이 있다고 본 것이고 2심은 달리 본 것이죠.
앞서 언급했듯 2심은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다' '피고인의 힘이 피해자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왜 법원 판결이 갈릴 수밖에 없었을까.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은 '친족 관계인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제추행한 경우에는 5년 이상 유기 징역에 처한다'고만 규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폭행·협박의 수위에 대해서는 기준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저항하기 곤란할 정도의 폭행, 협박이 있어야 강제추행죄가 성립된다’는 40년 전 판례를 1, 2심 법원이 달리 적용한 것입니다.
■ 대법원 “공포 일으킬만한 행동이나 말이 있으면 강제추행 성립”
대법원은 이런 기준이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9월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새로운 판례를 세우며, 40년 전의 기존 판례를 폐기했습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피해자의 저항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강제추행죄에 대해 피해자의 정조 수호를 요구하는 과거 관념의 잔재라고 해석했습니다.
이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여한 총 13명의 대법관 중 12명은 다수 의견에서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것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새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기존 판례보다 낮은 수준의 말과 행동을 포함한 폭행, 협박으로도 강제추행이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죠.
대법원 관계자는 "종래 판례 법리를 40여년 만에 변경한 것"이라면서도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을 법 문언 그대로 해석하자는 취지이지 법 해석만으로 '비동의 추행죄'를 인정하자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피해자 저항 곤란했나"가 쟁점
1심 유죄였다가 2심 무죄 반전
대법 "다시 심리.. 원심 판결 깨"
"공포감 들 해악 고지로도 유죄"
40년 만에 새로운 판례 세워져[법잇수다는 별의별 사건 중 화제가 되거나 의미 있는 판결을 수다 떨 듯 얘기합니다. 언젠가 쏠쏠하게 쓰일 수도 있는 법상식도 전합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한 번만 안아줄 수 있느냐?”
2014년 현역 군인이었던 A씨. 자신의 방에서 15살이었던 사촌 여동생 B양을 침대에 쓰러뜨려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30초가량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당시 A씨는 “만져 달라” “안아봐도 되냐”고 했습니다. B양은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A씨는 뒤따라가 1분 동안 끌어안은 것으로도 드러났습니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A씨. 그런데 2심에서 벌금 1,000만 원으로 형량이 확 줄었습니다. 대법원까지 가서야 다시 뒤집힌 이 사건. 40년 만에 새로운 판례가 됐습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강제추행 혐의.. 왜 1심은 유죄고, 2심은 무죄?
1심 군사법원은 A씨의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피해자의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해 추행행위를 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강제추행을 무죄로 본 2심 군사법원은 “피해자는 저항하지 않아서 A씨 힘의 정도가 당시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또 “A씨의 말은 객관적으로 피해자에게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말이라 보기 어렵다”고도 판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A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계 등 추행 혐의만 적용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 '피해자의 저항 곤란' 따진 40년 전 판례
1, 2심 법원은 ‘피해자가 저항하기 곤란할 정도의 폭행, 협박이 있어야 강제추행죄가 성립된다’는 40년 전 판례를 따랐습니다.
다만 여기서 피해자가 저항하기 곤란할 정도였는지를 두고 판단이 엇갈렸습니다. 1심은 저항하기 곤란할 정도의 폭행, 협박이 있다고 본 것이고 2심은 달리 본 것이죠.
앞서 언급했듯 2심은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다' '피고인의 힘이 피해자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왜 법원 판결이 갈릴 수밖에 없었을까.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은 '친족 관계인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제추행한 경우에는 5년 이상 유기 징역에 처한다'고만 규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폭행·협박의 수위에 대해서는 기준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저항하기 곤란할 정도의 폭행, 협박이 있어야 강제추행죄가 성립된다’는 40년 전 판례를 1, 2심 법원이 달리 적용한 것입니다.
■ 대법원 “공포 일으킬만한 행동이나 말이 있으면 강제추행 성립”
대법원은 이런 기준이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9월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새로운 판례를 세우며, 40년 전의 기존 판례를 폐기했습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피해자의 저항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강제추행죄에 대해 피해자의 정조 수호를 요구하는 과거 관념의 잔재라고 해석했습니다.
이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여한 총 13명의 대법관 중 12명은 다수 의견에서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것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새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기존 판례보다 낮은 수준의 말과 행동을 포함한 폭행, 협박으로도 강제추행이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죠.
대법원 관계자는 "종래 판례 법리를 40여년 만에 변경한 것"이라면서도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을 법 문언 그대로 해석하자는 취지이지 법 해석만으로 '비동의 추행죄'를 인정하자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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