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주로 부는 북서계절풍
남북활주로 항공기 이륙 유리
기상조건 따라 사용돼 제한적
북쪽으로 뜨는 민항기 봤다면
겨울 북서풍 세게 불 가능성↑['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크리스마스였던 지난 25일. 제주국제공항 항공기 이·착륙 ‘맛집’으로 불리는 제주시 용담동의 한 산책로는 제법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동서 방향으로 3㎞ 넘게 쭉 뻗은 활주로를 가로지르며 이륙하는 항공기가 끊이지 않았고, 진풍경을 본 듯 들뜬 관광객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공항청사가 있는 쪽으로 조금 고개를 돌리니 굉음을 내며 남쪽에서 북쪽으로 활주로를 질주하는 항공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동서 방향 활주로보다 짧은 거리를 순식간에 내달려 지면을 딛고 비상했습니다. 알고 보니 북쪽으로 이륙하는 항공기, 그렇게 쉽게 못 본다는데. 왜일까.
■ 남북활주로 이륙 장면 겨울에만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유는 바람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겨울에 많이 부는 북서계절풍 때문입니다. 북서풍이 남북활주로의 문을 가끔 열어준다고 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항공기를 위로 뜨게 하는 양력은 이륙하는 항공기 정면으로 강한 바람이 불수록 잘 생깁니다. 남북활주로에서 항공기 정면으로 불어 이륙에 유리한 바람이 바로 북서풍입니다.
특히 겨울철 북쪽의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할 때 북서풍이 강해집니다. 크리스마스였던 지난 25일에는 기압골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일시적으로 강한 북서풍이 이어졌습니다.
크리스마스 당일 제주공항의 평균풍속은 초속 4.6m였습니다. 10분 평균으로 산출한 최대풍속은 초속 8m, 최대순간풍속은 초속 14m에 달했습니다.
■ 그럼 다른 계절에는 남북활주로 이륙 항공기 구경 못하나?
구경하기 힘듭니다. 여름만 해도 남풍이 주로 붑니다. 남풍이 주로 부는 여름철의 최근 10년(2014~2023)간 평균풍속은 초속 3.5m 수준입니다. 겨울철은 초속 4.5m입니다.
겨울철 바람이 세긴 하나 별 차이가 없죠. 이 때문에 강풍이 불 때, 그것도 겨울철에 주로 부는 북서풍이 있을 때 제한적으로 이륙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그제(26일)까지 제주공항에서 이륙한 항공기는 모두 5,813편. 이 중 446편만 남북활주로를 이용해 바다 방향인 북쪽으로 이륙했습니다.
항공당국 관계자는 “연간으로 분석하면 남북활주로 이륙 비율이 0.1~0.2% 수준인데 반해 계절풍 영향으로 겨울에 남북활주로 사용 비중이 확연히 늘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 그렇다면 남북활주로로 착륙은 못해?
그렇습니다.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착륙용으로 사실상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남북활주로는 북쪽인 바다 쪽에서 착륙도, 이륙도 모두 어렵기 때문입니다.
북쪽인 바다 쪽에서 착륙하려는 항공기가 예측 못한 돌풍 등에 의해 착륙을 못하고 다시 떠오를 때 하늘길이 확보돼야 하는데 제주시 도심권 시가지 건물로 방해를 받습니다.
바다 쪽에서 출발해 제주시 도심권인 남쪽 방향으로 이륙할 때도 마찬가집니다. 시가지 건물이 장애물이 되고, 소음 피해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레이더 시설 등을 통한 계기정밀 비행절차 시스템이 남북활주로에는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성능상으로도 착륙이 어렵다고 항공당국은 밝혔습니다.
■ 제주공항 최초 활주로는 동서활주로? 남북활주로?
남북활주로가 운영을 시작한 건 1973년 5월입니다. 동서활주로는 이보다 늦은 1982년 2월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제주공항의 역사는 위 활주로가 운영을 시작한 것보다 역사가 더 깁니다. 또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났던 곳입니다.
제주공항은 제주4·3 당시 최대 민간인 학살터 중 한 곳입니다. 1940년대 초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면서 군사적인 목적으로 처음 개항됐죠.
개항 당시 ‘정뜨르 비행장’이라고 불렸습니다. 당시 제주시 도두봉 가까이 있는 활주로 부근에 작은 군용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시설이 전부였습니다.
1950년대 중반 활주로를 증설하며 민간항공기가 취항했고, 1968년 국제공항으로 승격됐습니다. 1982년에 확장공사로 국제공항으로서의 규모를 갖추게 됐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북활주로 항공기 이륙 유리
기상조건 따라 사용돼 제한적
북쪽으로 뜨는 민항기 봤다면
겨울 북서풍 세게 불 가능성↑['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크리스마스였던 지난 25일. 제주국제공항 항공기 이·착륙 ‘맛집’으로 불리는 제주시 용담동의 한 산책로는 제법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동서 방향으로 3㎞ 넘게 쭉 뻗은 활주로를 가로지르며 이륙하는 항공기가 끊이지 않았고, 진풍경을 본 듯 들뜬 관광객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공항청사가 있는 쪽으로 조금 고개를 돌리니 굉음을 내며 남쪽에서 북쪽으로 활주로를 질주하는 항공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동서 방향 활주로보다 짧은 거리를 순식간에 내달려 지면을 딛고 비상했습니다. 알고 보니 북쪽으로 이륙하는 항공기, 그렇게 쉽게 못 본다는데. 왜일까.
(사진, 제주자치도)
■ 남북활주로 이륙 장면 겨울에만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유는 바람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겨울에 많이 부는 북서계절풍 때문입니다. 북서풍이 남북활주로의 문을 가끔 열어준다고 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항공기를 위로 뜨게 하는 양력은 이륙하는 항공기 정면으로 강한 바람이 불수록 잘 생깁니다. 남북활주로에서 항공기 정면으로 불어 이륙에 유리한 바람이 바로 북서풍입니다.
특히 겨울철 북쪽의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할 때 북서풍이 강해집니다. 크리스마스였던 지난 25일에는 기압골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일시적으로 강한 북서풍이 이어졌습니다.
크리스마스 당일 제주공항의 평균풍속은 초속 4.6m였습니다. 10분 평균으로 산출한 최대풍속은 초속 8m, 최대순간풍속은 초속 14m에 달했습니다.
지난 25일 남북활주로에서 북서풍을 받고 바다 방향인 북쪽으로 이륙하는 항공기
■ 그럼 다른 계절에는 남북활주로 이륙 항공기 구경 못하나?
구경하기 힘듭니다. 여름만 해도 남풍이 주로 붑니다. 남풍이 주로 부는 여름철의 최근 10년(2014~2023)간 평균풍속은 초속 3.5m 수준입니다. 겨울철은 초속 4.5m입니다.
겨울철 바람이 세긴 하나 별 차이가 없죠. 이 때문에 강풍이 불 때, 그것도 겨울철에 주로 부는 북서풍이 있을 때 제한적으로 이륙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그제(26일)까지 제주공항에서 이륙한 항공기는 모두 5,813편. 이 중 446편만 남북활주로를 이용해 바다 방향인 북쪽으로 이륙했습니다.
항공당국 관계자는 “연간으로 분석하면 남북활주로 이륙 비율이 0.1~0.2% 수준인데 반해 계절풍 영향으로 겨울에 남북활주로 사용 비중이 확연히 늘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 그렇다면 남북활주로로 착륙은 못해?
그렇습니다.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착륙용으로 사실상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남북활주로는 북쪽인 바다 쪽에서 착륙도, 이륙도 모두 어렵기 때문입니다.
북쪽인 바다 쪽에서 착륙하려는 항공기가 예측 못한 돌풍 등에 의해 착륙을 못하고 다시 떠오를 때 하늘길이 확보돼야 하는데 제주시 도심권 시가지 건물로 방해를 받습니다.
바다 쪽에서 출발해 제주시 도심권인 남쪽 방향으로 이륙할 때도 마찬가집니다. 시가지 건물이 장애물이 되고, 소음 피해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레이더 시설 등을 통한 계기정밀 비행절차 시스템이 남북활주로에는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성능상으로도 착륙이 어렵다고 항공당국은 밝혔습니다.
■ 제주공항 최초 활주로는 동서활주로? 남북활주로?
남북활주로가 운영을 시작한 건 1973년 5월입니다. 동서활주로는 이보다 늦은 1982년 2월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제주공항의 역사는 위 활주로가 운영을 시작한 것보다 역사가 더 깁니다. 또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났던 곳입니다.
제주공항은 제주4·3 당시 최대 민간인 학살터 중 한 곳입니다. 1940년대 초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면서 군사적인 목적으로 처음 개항됐죠.
개항 당시 ‘정뜨르 비행장’이라고 불렸습니다. 당시 제주시 도두봉 가까이 있는 활주로 부근에 작은 군용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시설이 전부였습니다.
1950년대 중반 활주로를 증설하며 민간항공기가 취항했고, 1968년 국제공항으로 승격됐습니다. 1982년에 확장공사로 국제공항으로서의 규모를 갖추게 됐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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