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4.3단체 "형사보상액 산정에 '차별적 기준' 적용" 반발
"5배→1.5배" 판례 깬 '이례적 기준' 적용 배경에 의문 제기
제주4·3 당시 억울하게 죄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에 대한 형사보상이 속속 이뤄지는 가운데, 법원이 보상 액수 산정에서 '차별적 기준'을 적용했다는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법원이 그간 일괄적으로 적용해왔던 기준을 깨고 일부 형사보상 청구자에 대해 보상금 인정액 산정 기준을 낮춰잡았다는 게 핵심입니다.
제주4·3도민연대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망(亡) 고윤섭, 이대성씨의 유족 측은 오늘(17일) 오전 제주자치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씨와 이씨 등 2명에 대한 형사보상 기준 축소에 관한 경위를 밝히라고 법원에 촉구했습니다.
형사보상 제도는 형사 피의자 또는 형사 피고인으로 구금됐던 사람이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았을 경우 국가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구금의 종류나 기간 등에 따라 보상금액이 결정되는데,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구금일수입니다. 보상금은 관련법 시행령에 따라 일급 최저임금액을 적용한 구금일수의 최대 5배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구금일수가 10일이고 최저임금액이 5만 원이라면, 여기에 최대 5배를 곱해 250만 원까지 보상이 가능한 셈입니다.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2019년 4·3수형 생존자 18명을 시작으로 4·3재심에 따른 수형 피해자에 대한 형사보상 청구액 산정 시 일급을 최저임금의 5배로 해 지급해 왔습니다.
법원은 이에 대해 4·3사건의 역사적 의의, 형사보상법의 취지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에 형사보상 청구인 2명에 5배로 지급해 온 기준을 깨고 1.5배를 적용한 것입니다.
관례를 중요시하는 법조계 풍조상 이례적이라 볼 수 이번 사례에 대해, 현 정부 들어 노골화되는 '4·3 흔들기' 분위기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예상됩니다.
고씨와 이씨 유족 측이 이 같은 보상 인정액을 통보받은 건 각각 지난해 12월 7일과 12월 8일입니다. 일반재판 수형 피해자 고윤섭씨는 지난 2022년 3월 29일, 군법회의(군사재판) 수형 피해자 이대성씨는 지난 2022년 10월 4일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복수의 4·3희생자유족회 관계자들도 이 두 사람 이외에 이제까지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제주4·3 당시 억울하게 체포돼 대구형무소 등 국내 각지 형무소에서 7년 6개월씩 복역하고 구사일생으로 생환했습니다.
유족들은 두 수형 희생자 모두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이후 악몽 같은 세월을 보냈다고 증언했습니다.
고윤섭씨의 아들 은상씨는 이날 "아버지가 제주에 와서도 고통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맨날 형사들이 와서 감시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4·3 당시 맞은 총격으로 후유장애인이 된 고윤섭씨는 생전에 가진 4·3평화재단과의 인터뷰에서 "4·3때 소낭굴에서 총 맞아서 쓰러져 낭떠러지로 떨어졌다가 다른 피난민들 도움으로 살아났다"며, "(지금은)바깥에 잘 나기지도 못하고 다리는 특히 절룩거려서 일어서는 것도 불편이 많다"고 했습니다.
이대성씨 역시 질곡의 세월을 보낸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아들 기백 씨는 "마을 1등 청년으로 불렸던 아버지가 복역 이후 너무 괴로워하면서 술을 많이 마셨다"며 "저도 연좌제로 중학교까지만 공부를 하고 학업을 중단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군복무를 산업체로 대체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로부터 이어져 온 '빨갱이 낙인'을 지우기 위해 현역 자원입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4·3도민연대 등은 이날 회견에서 "제주지방법원이 최저임금의 5배를 인용했던 이전 결정들과 1.5배로 축소한 이번 결정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점이 작용했는지 명백히 밝히라"고 촉구했습니다.
또한, 차후 이뤄질 형사보상 재판에서도 이번과 같이 법원의 "오락가락 판결"이 적용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두 유족 측은 법원의 이번 형사보상금 판결을 차별로 보고 즉각 항고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5배→1.5배" 판례 깬 '이례적 기준' 적용 배경에 의문 제기
오늘(17일) 오전 제주자치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열린 제주4·3 단체 및 희생자 유족 기자회견 (사진 = 신동원 기자)
제주4·3 당시 억울하게 죄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에 대한 형사보상이 속속 이뤄지는 가운데, 법원이 보상 액수 산정에서 '차별적 기준'을 적용했다는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법원이 그간 일괄적으로 적용해왔던 기준을 깨고 일부 형사보상 청구자에 대해 보상금 인정액 산정 기준을 낮춰잡았다는 게 핵심입니다.
제주4·3도민연대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망(亡) 고윤섭, 이대성씨의 유족 측은 오늘(17일) 오전 제주자치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씨와 이씨 등 2명에 대한 형사보상 기준 축소에 관한 경위를 밝히라고 법원에 촉구했습니다.
형사보상 제도는 형사 피의자 또는 형사 피고인으로 구금됐던 사람이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았을 경우 국가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구금의 종류나 기간 등에 따라 보상금액이 결정되는데,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구금일수입니다. 보상금은 관련법 시행령에 따라 일급 최저임금액을 적용한 구금일수의 최대 5배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구금일수가 10일이고 최저임금액이 5만 원이라면, 여기에 최대 5배를 곱해 250만 원까지 보상이 가능한 셈입니다.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2019년 4·3수형 생존자 18명을 시작으로 4·3재심에 따른 수형 피해자에 대한 형사보상 청구액 산정 시 일급을 최저임금의 5배로 해 지급해 왔습니다.
법원은 이에 대해 4·3사건의 역사적 의의, 형사보상법의 취지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에 형사보상 청구인 2명에 5배로 지급해 온 기준을 깨고 1.5배를 적용한 것입니다.
관례를 중요시하는 법조계 풍조상 이례적이라 볼 수 이번 사례에 대해, 현 정부 들어 노골화되는 '4·3 흔들기' 분위기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예상됩니다.
고씨와 이씨 유족 측이 이 같은 보상 인정액을 통보받은 건 각각 지난해 12월 7일과 12월 8일입니다. 일반재판 수형 피해자 고윤섭씨는 지난 2022년 3월 29일, 군법회의(군사재판) 수형 피해자 이대성씨는 지난 2022년 10월 4일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복수의 4·3희생자유족회 관계자들도 이 두 사람 이외에 이제까지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습니다.
오늘(17일) 오전 제주자치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열린 제주4·3 단체 및 희생자 유족 기자회견 (사진 = 윤인수 기자)
이들은 제주4·3 당시 억울하게 체포돼 대구형무소 등 국내 각지 형무소에서 7년 6개월씩 복역하고 구사일생으로 생환했습니다.
유족들은 두 수형 희생자 모두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이후 악몽 같은 세월을 보냈다고 증언했습니다.
고윤섭씨의 아들 은상씨는 이날 "아버지가 제주에 와서도 고통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맨날 형사들이 와서 감시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4·3 당시 맞은 총격으로 후유장애인이 된 고윤섭씨는 생전에 가진 4·3평화재단과의 인터뷰에서 "4·3때 소낭굴에서 총 맞아서 쓰러져 낭떠러지로 떨어졌다가 다른 피난민들 도움으로 살아났다"며, "(지금은)바깥에 잘 나기지도 못하고 다리는 특히 절룩거려서 일어서는 것도 불편이 많다"고 했습니다.
이대성씨 역시 질곡의 세월을 보낸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아들 기백 씨는 "마을 1등 청년으로 불렸던 아버지가 복역 이후 너무 괴로워하면서 술을 많이 마셨다"며 "저도 연좌제로 중학교까지만 공부를 하고 학업을 중단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군복무를 산업체로 대체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로부터 이어져 온 '빨갱이 낙인'을 지우기 위해 현역 자원입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4·3도민연대 등은 이날 회견에서 "제주지방법원이 최저임금의 5배를 인용했던 이전 결정들과 1.5배로 축소한 이번 결정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점이 작용했는지 명백히 밝히라"고 촉구했습니다.
또한, 차후 이뤄질 형사보상 재판에서도 이번과 같이 법원의 "오락가락 판결"이 적용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두 유족 측은 법원의 이번 형사보상금 판결을 차별로 보고 즉각 항고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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