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장기기증으로 생명을 살리고 떠난 고(故) 김인태씨와 그의 아내 최순남씨 (사진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30년 넘게 무사고 운행으로 가족을 부양했던 70대 택시기사가 뇌출혈로 떠났습니다.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해 온 그는 마지막 가는 길에도 간장을 기증해 한 생명을 살렸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12월 16일 동아대학교병원에서 김인태(72)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고 오늘(18일) 밝혔습니다.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돼 지난해 10월부터 복막투석관 삽입 수술을 하고 투석을 받기 시작한 김씨는 지난해 12월 3일 자택에서 목욕 후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습니다.
김씨는 가족의 기증 동의로 간장을 기증해 한 명의 생명을 살렸습니다.
그는 생전에 평소 생명나눔에 관심이 있었다고 가족들은 전했습니다. 장기기증을 통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기증 결심에 한몫했습니다.
김씨의 아내 최순남씨는 친오빠가 어릴 적 홍역으로 말을 못 하는 장애를 갖게 돼 아프고 힘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늘 그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경상남도 산청군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씨는 평소 차분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는 못 하는 선한 사람이었습니다.
최순남씨는 "아주 성실한 분이었다. 애들한테 소리를 질러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살면서 부부 싸움은 해본 적이 없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그는 또 묵묵히 가족을 보듬어온 가장이었다. 또한, 낚시를 좋아하여 주말이면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김씨의 아들 영만씨는 "지금 생각나는 건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딱 두 가지. 어릴 때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낚시(같이 간 것)"였다며 "12월 11일에도 낚시를 가기로 했는데 (아버지가 쓰러지셔서)못 갔다. 결국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
김씨는 젊어서 야구용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20년 넘게 근무를 하다가, 택시기사로 30년 넘게 무사고 운전을 했습니다.
아내 최씨는 "하늘나라에서는 건강한 몸으로 아프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지내요. 우리 걱정하지 말고, 함께 했던 시간 고마웠고, 감사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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