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통에 가득 차있어야 할 벌들이 텅 비었습니다.
지난해 1월 발생한 갑작스런 기온 변화로 꿀벌들이 집단 폐사하면서 제주지역 양봉 농가 피해액만 14억원이 넘었습니다.
다행히 올해는 지난해 같은 대규모 피해는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단일 작물 재배로 꽃이 한꺼번에 폈다가 사라지거나, 기후변화로 제주지역 꽃 만개 시기도 평년보다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는게 걱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생육 상태가 나빠진 꿀벌에게 병해충이 번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꿀벌의 식량이 되는 꽃이 있는 식물인 밀원수가 계절과 시기에 맞게 다양해져야 한다는 얘깁니다.
제주지역 양봉업계 관계자
"(밀원수가)부족해도 한참 부족하죠. 벌이 겨우 먹고 살 정도 밖에 되지 않아요. 턱없이가 아니라, 턱도 없는 소리죠"
지난해 제주자치도가 발표한 양봉 산업 육성 정책의 주요 내용 중 하나가 밀원수의 단계적 확충이 포함된 이윱니다.
올해부터 15헥타르 이상 면적에 밀원수를 심을 계획이었지만, 아예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업 예산 5천 만원 가량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강원명 제주자치도 친환경축산정책과장
"올해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까 신규 사업을 신청했는데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산림 부서와 협의해서 산림 쪽에 심을 때 밀원수를 우선적으로 식재하도록..."
올해 양봉 산업 관련 예산은 지난해보다 소폭 늘긴 했지만, 2년 전에 비해서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게다가 국비 지원 사업은 우수 여왕벌 보급, 달랑 하나에 그치고 있습니다.
사실상 중장기 계획에 맞춰 예산이 배정되기 보다, 지자체 예산 상황에 따라 관련 육성 사업들이 조정될 수 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박정준 경상국립대학교 식물의학과 교수
"양봉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맞춰서 매뉴얼이 만들어지고, 그 매뉴얼대로 예산이 골고루 사용되는 것이 중요하고, 정말 필요로 하는 곳에 예산이 쓰여졌는지를 관리, 감시하고..."
기후변화로 꿀벌 생육에 악영향이 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계획부터 농약 사용을 줄이기 위한 농업 정책, 산림 분야 등 다각적인 협력 방안 마련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JIBS 김동은입니다.
(영상취재 윤인수)
JIBS 제주방송 김동은 (kdeun2000@hanmail.net), 윤인수 (kyuros@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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