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미수령 비율 높아
실업급여 하한액 조정, 폐지 등 “안돼”
# 이달 초 회의시간 상급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직장인 A씨. 사직 사유로 ‘개발 미비에 따른 피해’를 적으라는 상사 요구와 사직서 제출을 거부하자, 상사는 지하로 책상을 빼겠다며 협박했습니다.
# 직장인 B씨는 지난해 11월 인사담당자에게 해고 통보를 받으면서, 회사와 퇴사 일정을 조율했습니다. 그러나 사측이 퇴사 사유를 ‘개인 사정’으로 명시하면서 실업급여를 못 받을 처지가 됐습니다.
이처럼 해고를 당했음에도 사측의 협박이나 퇴사 사유 등 수정을 이유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직장인들이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약기간 만료나 권고사직, 희망퇴직 등 자신이 원치 않게 회사를 그만두게 됐는데도 절반 이상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 결과 파악됐습니다. 이른바 ‘비자발적’ 퇴자사들인데 특히나 종사상 위치에 따른 격차가 두드러져, 비정규직의 경우 60% 이상이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습니다.
2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작년 12월 4∼1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작년 1월 이후 123명이 실직을 경험했고, 이 중 계약기간 만료와 권고사직·해고 등 비자발적 퇴사자가 91명(74.0%)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1월 이후 실직을 경험한 이들은 10명 중 1명 이상(12.3%)으로,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 실직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정규직의 3배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직 사유는 ‘계약기간 만료’(35.8%)가 가장 많고 ‘권고사직·희망퇴직’(28.5%), ‘해고’(9.8%)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사실상 실직 경험자의 10명 중 7명 이상(74.1%)이 비자발적 퇴사를 경험하고 있는 셈입니다.
더구나 이들 비자발적 퇴사자 가운데 실업급여를 수령한 적이 있는 경우는 45.1%로, 절반이 되지 않았습니다. 설문에서 54.9%가 ‘받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종사자 지위에 따라 정도가 달라 비자발적 퇴사자 중 비정규직은 63.3%가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정규직(38.7%) 비자발 퇴사자보다도 실업급여 미수령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실업급여는 실업한 국민의 생활안정과 구직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고용보험에 가입된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지급됩니다. 피보험자가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이직일 이전 18개월간(초단시간근로자는 24개월) 피보험단위기간이 통산해 180일 이상일 것’,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취업하지 못한 상태에 있을 것’, ‘재취업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것’, ‘이직사유가 비자발적인 사유일 것’ 등 고용보험법 제40조의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관련해 지난해 7월 정부와 여당은 현재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실업급여가 최저임금으로 집계된 세후 월급보다 많다는 지적에 따른 조처로, 당정은 실업급여 반복 수급과 부정수급, 실업급여 수급자의 낮은 재취업률을 개선해야 한다며 실업급여의 지급요건 강화와 하한액 하향 또는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51.4%는 ‘실직 등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전혀 충분하지 않다’가 8.6%, ‘충분하지 않은 편’이 42.8%로 나타났습니다. ‘매우 충분하다’는 전체 5.6%에 그쳤습니다.
또 정부가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없애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64.0%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직장갑질119는 “실업급여 하한액 하향이나 폐지는 취업과 실직을 반복할 수 밖에 없는 비정규직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 일터 약자들의 삶의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면서 “일터 약자들의 잦은 비자발적 이직과 실업급여 미수급이란 사회적 위험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정책 당국의 고민이 모아져야한다”이라고 주문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미수령 비율 높아
실업급여 하한액 조정, 폐지 등 “안돼”
# 이달 초 회의시간 상급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직장인 A씨. 사직 사유로 ‘개발 미비에 따른 피해’를 적으라는 상사 요구와 사직서 제출을 거부하자, 상사는 지하로 책상을 빼겠다며 협박했습니다.
# 직장인 B씨는 지난해 11월 인사담당자에게 해고 통보를 받으면서, 회사와 퇴사 일정을 조율했습니다. 그러나 사측이 퇴사 사유를 ‘개인 사정’으로 명시하면서 실업급여를 못 받을 처지가 됐습니다.
이처럼 해고를 당했음에도 사측의 협박이나 퇴사 사유 등 수정을 이유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직장인들이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약기간 만료나 권고사직, 희망퇴직 등 자신이 원치 않게 회사를 그만두게 됐는데도 절반 이상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 결과 파악됐습니다. 이른바 ‘비자발적’ 퇴자사들인데 특히나 종사상 위치에 따른 격차가 두드러져, 비정규직의 경우 60% 이상이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습니다.
2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작년 12월 4∼1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작년 1월 이후 123명이 실직을 경험했고, 이 중 계약기간 만료와 권고사직·해고 등 비자발적 퇴사자가 91명(74.0%)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1월 이후 실직을 경험한 이들은 10명 중 1명 이상(12.3%)으로,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 실직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정규직의 3배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직 사유는 ‘계약기간 만료’(35.8%)가 가장 많고 ‘권고사직·희망퇴직’(28.5%), ‘해고’(9.8%)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사실상 실직 경험자의 10명 중 7명 이상(74.1%)이 비자발적 퇴사를 경험하고 있는 셈입니다.
더구나 이들 비자발적 퇴사자 가운데 실업급여를 수령한 적이 있는 경우는 45.1%로, 절반이 되지 않았습니다. 설문에서 54.9%가 ‘받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종사자 지위에 따라 정도가 달라 비자발적 퇴사자 중 비정규직은 63.3%가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정규직(38.7%) 비자발 퇴사자보다도 실업급여 미수령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실업급여는 실업한 국민의 생활안정과 구직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고용보험에 가입된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지급됩니다. 피보험자가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이직일 이전 18개월간(초단시간근로자는 24개월) 피보험단위기간이 통산해 180일 이상일 것’,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취업하지 못한 상태에 있을 것’, ‘재취업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것’, ‘이직사유가 비자발적인 사유일 것’ 등 고용보험법 제40조의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관련해 지난해 7월 정부와 여당은 현재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실업급여가 최저임금으로 집계된 세후 월급보다 많다는 지적에 따른 조처로, 당정은 실업급여 반복 수급과 부정수급, 실업급여 수급자의 낮은 재취업률을 개선해야 한다며 실업급여의 지급요건 강화와 하한액 하향 또는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51.4%는 ‘실직 등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전혀 충분하지 않다’가 8.6%, ‘충분하지 않은 편’이 42.8%로 나타났습니다. ‘매우 충분하다’는 전체 5.6%에 그쳤습니다.
또 정부가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없애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64.0%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직장갑질119는 “실업급여 하한액 하향이나 폐지는 취업과 실직을 반복할 수 밖에 없는 비정규직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 일터 약자들의 삶의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면서 “일터 약자들의 잦은 비자발적 이직과 실업급여 미수급이란 사회적 위험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정책 당국의 고민이 모아져야한다”이라고 주문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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