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움직이는 동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인구지형이 급변하며 제주가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년층은 늘고 청년들의 혼인, 출산이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경험해 본 적 없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구소멸 위기의 그림자가 짙어진 제주의 현실을 조명합니다.]
인구소멸의 다른 이름은 '고령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신생아 출생이 줄어들게 되면서 그만큼 사회 구성원의 평균 연령대가 높아지기 때문입이다.
이에 출생 증가만큼 중요한 화두가 사회 구성원 상당수를 차지하는 노인들의 '행복한 삶'일 것입니다.
제주도엔 과연 얼마나 많은 어르신이 있는가? 어르신들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앞으로 더 행복해지기 위해선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하는가?
이번 [인구소멸, 짙어진 위기의 그림자] 신년 기획의 일환으로 이 물음들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봤습니다.
■ 정말 노인만을 위한 걸까? 모두를 위한 고령친화
"고령친화를 영어로 하면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예요. 전 연령 친화적이라는 의미인데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노인만 친화적이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돼요."
김재희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장은 지난 19일 JIBS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고령친화사회는 모든 사람이 연령에 제한 없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고 역설했습니다.
김재희 센터장은 "노인시설이라고 하면 노인만을 위한 시설을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노인을 비롯한 전 연령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인을 정책적 시혜의 대상으로 가두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11월 경기도에서 공포한 '선배시민 지원 조례'를 예로 들며 "사회적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노인을 동료, 선배 시민으로 대우하며 그들이 가진 역량을 지역사회를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요즘은 70대도 노인이라고 하기엔 정정하고 건강한 분들이 많다. 이런 분들이 계속 생산인구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현장에서 본 노인을 위한 행복의 조건은?
김 센터장은 연구 현장에서 많은 어르신을 만나며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일자리(경제력), '주거', '건강' 세 가지를 노년층의 행복을 위한 최소한 조건으로 꼽았습니다.
김 센터장은 "사실 어르신들 현장에서 많이 만나면 옛날에 비하면 지금 너무 살기 좋아져서 이만 해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며 "그럼에도 가장 많이 말씀하는 게 노인 일자리"라고 했습니다.
이어 "제주 어르신들은 자기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 계속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욕구들이 되게 굉장히 강하다"며 "자녀들한데 손 벌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제주지역 60대 이상 경제활동 참여율과 고용률은 전국 평균보다 10%p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 센터장은 "생계를 위해 필요한 일자리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사회 참여를 위한 욕구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점을 생각했을 때 어르신들의 좀 더 행복한 삶을 위해선 노인일자리가 더 지원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주거와 건강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자가 주택이 없는 노인은 소득 발생이 없는 노년기에 월세나 연세가 낮은 집을 찾아다니면서 매우 열악한 삶을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실제 홀로 사는 어르신 실태조사를 하며 벌인 면접 조사에서 자가 주택이 있는 경우 큰 어려움 없이 살고 계시는 분들이 많았다"면서도 "자가가 없는 경우 연세 130~150만원대 저렴한 주택으로 옮겨 다니면서 좁은 방 한 칸에 난방도 안 되는 곳에서 사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같은 조사에서 혼자 살면서 생활에서 어려운 점 1순위로 '몸이 아프고 위급할 시 대처의 어려움'의 응답이 49.2%로 가장 많았다"며 "어르신들은 건강이 악화됐을 때 적절한 돌봄과 간병을 받을 수 있길 원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행복을 위해 최소한의 조건을 보장하는 정책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노인이라고 다 같은 노인 아니...연령·출신지별 대책도
노인 집단 내 연령이나 출신지 등 다양한 특성을 구분한 정책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건강하고 활동적인 전기 노인(75세 미만)을 대상으로는 보다 활기찬 노년의 삶을 보내기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를 위해 고령친화 여가서비스 산업의 확대와 발전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문화, 관광, 스포츠 영역에 대한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제주의 주력 산업인 관광서비스 산업과 연계하면 고령 소비자들의 방문을 늘려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후기 노인 등 고연령 노인을 위해선 "원래 살던 지역사회에서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돌봄 등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며, "마을 단위 돌봄 공동체, 홀로사는 노인 지원을 위한 공동생활가정 등 주거와 돌봄이 융합된 다양한 돌봄서비스 모형이 제주에 맞게 개발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은퇴 후 제주로 이주한 정착주민 노인과 제주에서 태어난 노인들이 어울릴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에도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제주로 이주한 어르신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제주 태생 어르신들과 어울리기 어려워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반대로 읍면지역에선 육지 사람들이 그룹을 지어서 어울리다 보니 제주 출신으로 소외감이 든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주도가 은퇴 후 살고 싶은 지역 1위로 꼽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구소멸의 다른 이름은 '고령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신생아 출생이 줄어들게 되면서 그만큼 사회 구성원의 평균 연령대가 높아지기 때문입이다.
이에 출생 증가만큼 중요한 화두가 사회 구성원 상당수를 차지하는 노인들의 '행복한 삶'일 것입니다.
제주도엔 과연 얼마나 많은 어르신이 있는가? 어르신들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앞으로 더 행복해지기 위해선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하는가?
이번 [인구소멸, 짙어진 위기의 그림자] 신년 기획의 일환으로 이 물음들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봤습니다.
■ 정말 노인만을 위한 걸까? 모두를 위한 고령친화
지난 19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재희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장 (사진 = 신동원 기자)
"고령친화를 영어로 하면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예요. 전 연령 친화적이라는 의미인데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노인만 친화적이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돼요."
김재희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장은 지난 19일 JIBS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고령친화사회는 모든 사람이 연령에 제한 없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고 역설했습니다.
김재희 센터장은 "노인시설이라고 하면 노인만을 위한 시설을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노인을 비롯한 전 연령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인을 정책적 시혜의 대상으로 가두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11월 경기도에서 공포한 '선배시민 지원 조례'를 예로 들며 "사회적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노인을 동료, 선배 시민으로 대우하며 그들이 가진 역량을 지역사회를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요즘은 70대도 노인이라고 하기엔 정정하고 건강한 분들이 많다. 이런 분들이 계속 생산인구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현장에서 본 노인을 위한 행복의 조건은?
김 센터장은 연구 현장에서 많은 어르신을 만나며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일자리(경제력), '주거', '건강' 세 가지를 노년층의 행복을 위한 최소한 조건으로 꼽았습니다.
김 센터장은 "사실 어르신들 현장에서 많이 만나면 옛날에 비하면 지금 너무 살기 좋아져서 이만 해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며 "그럼에도 가장 많이 말씀하는 게 노인 일자리"라고 했습니다.
이어 "제주 어르신들은 자기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 계속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욕구들이 되게 굉장히 강하다"며 "자녀들한데 손 벌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제주지역 60대 이상 경제활동 참여율과 고용률은 전국 평균보다 10%p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 센터장은 "생계를 위해 필요한 일자리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사회 참여를 위한 욕구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점을 생각했을 때 어르신들의 좀 더 행복한 삶을 위해선 노인일자리가 더 지원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주거와 건강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자가 주택이 없는 노인은 소득 발생이 없는 노년기에 월세나 연세가 낮은 집을 찾아다니면서 매우 열악한 삶을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실제 홀로 사는 어르신 실태조사를 하며 벌인 면접 조사에서 자가 주택이 있는 경우 큰 어려움 없이 살고 계시는 분들이 많았다"면서도 "자가가 없는 경우 연세 130~150만원대 저렴한 주택으로 옮겨 다니면서 좁은 방 한 칸에 난방도 안 되는 곳에서 사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같은 조사에서 혼자 살면서 생활에서 어려운 점 1순위로 '몸이 아프고 위급할 시 대처의 어려움'의 응답이 49.2%로 가장 많았다"며 "어르신들은 건강이 악화됐을 때 적절한 돌봄과 간병을 받을 수 있길 원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행복을 위해 최소한의 조건을 보장하는 정책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노인이라고 다 같은 노인 아니...연령·출신지별 대책도
노인 집단 내 연령이나 출신지 등 다양한 특성을 구분한 정책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건강하고 활동적인 전기 노인(75세 미만)을 대상으로는 보다 활기찬 노년의 삶을 보내기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를 위해 고령친화 여가서비스 산업의 확대와 발전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문화, 관광, 스포츠 영역에 대한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제주의 주력 산업인 관광서비스 산업과 연계하면 고령 소비자들의 방문을 늘려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후기 노인 등 고연령 노인을 위해선 "원래 살던 지역사회에서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돌봄 등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며, "마을 단위 돌봄 공동체, 홀로사는 노인 지원을 위한 공동생활가정 등 주거와 돌봄이 융합된 다양한 돌봄서비스 모형이 제주에 맞게 개발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은퇴 후 제주로 이주한 정착주민 노인과 제주에서 태어난 노인들이 어울릴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에도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제주로 이주한 어르신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제주 태생 어르신들과 어울리기 어려워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반대로 읍면지역에선 육지 사람들이 그룹을 지어서 어울리다 보니 제주 출신으로 소외감이 든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주도가 은퇴 후 살고 싶은 지역 1위로 꼽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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