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트 의무휴업 '휴일→평일' 시동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상인 불만 속출
"가뜩이나 불경기에 있던 걸 왜 없애나"
최근 정부의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 폐지 발표에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은 연초부터 뒤숭숭한 분위기였습니다.
토요일인 오늘(27일) 마침 장이 선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은 물건을 구매하거나 장 구경을 하려는 제주도민과 관광객 등의 발길로 붐볐습니다.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은 1,000명이 넘는 상인들의 삶의 터전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 중 한 곳입니다.
오일시장에서 차로 10분이 되지 않는 거리엔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지역 대표 대규모 마트 두 곳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날은 두 곳 모두 의무휴업으로 휴점했습니다.
주말 의무휴업 폐지가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아직 절차가 남았지만 정부 발표에 대해 알고 있는 상인들은 걱정, 분개 등의 심정을 내비쳤습니다. 이제야 소식을 접한 상인들도 덜컥 우려부터 앞서는 모양새였습니다.
상설시장이 아님에도 평일 대비 20~30% 정도 매출이 높은 주말에 손님을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을 보였습니다. '차라리 코로나19 때가 나았다'며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새로 소식을 접한 상인 중엔 이번 설 명절에는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지만, 일부 상인들은 품질과 가격이 대형마트보다 월등한데 큰 타격이 있겠냐며 낙관론을 펴기도 했습니다.
오일시장에서 20년 정도 과일을 팔아온 한 청과상인은 "그나마 주말이 나았는데 아무래도 타격이 있을 것 같다"며, "지금이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 점점 안 좋아지는데 걱정이다"라고 했습니다.
다른 청과상인 김모(47)씨는 "평일 휴일 할 거 없이 장사가 안된다"며 "당장은 모르겠지만 여름이 문제다. 손님들이 에어컨이 있는 시원한 마트에 가려고 하지 시장에 오겠나. 시장에 에어컨이라도 달아주면 모르겠는데 어렵지 않나"라고 토로했습니다.
양말과 속옷 등을 파는 한 백발의 상인은 "정부가 그걸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내 욕심일 수도 있지만 재래시장 입장에선 마트가 주말에 두 번 노는 걸 왜 바꾸려 하나"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생선을 판매하는 문모씨는 "그나마 일본 원전 오염수 문제가 잠잠해지면서 회복되는 분위기인데 당연히 타격이 있을 것 같다"며 "젊은 사람들도 자주 찾는데 다 마트로 가지 않을까"라고 걱정했습니다.
20년 정도 수산물을 팔아온 남모씨는 "소상공인들을 위한다는 정부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반면, 30여 년 동안 건어물 장사를 해온 유모(68)씨는 "주말이 평일보다 20~30% 매출이 높다. 주말엔 젊은 손님들이 평소보다 많다. 젊은 사람들은 상품성이나 가격을 잘 비교해서 시장을 찾는다"며 "어차피 마트 갈 사람은 마트에 , 시장에 올 사람들은 시장에 온다. 평일로 바꿔도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박근형 오일시장 상인회장은 "올해는 더 장사가 힘들거다. 손님들도 경기가 안 좋으니까 씀씀이가 줄어든다. 먹는 거야 사먹지만 겨울도 짧아져서 겨울 옷만 해도 1월만 넘어가면 사지 않는다. 있는 옷 입다가 그냥 봄으로 가고 여름으로 가고 한다"고 했습니다.
박 회장은 "더 늘려주진 못할망정 상인들 죽이는 정책이다. 정부 정책이 전부 다 있는 사람들 위주로 가는 거 같다"며 "최소한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주에선 유통발전산업법과 관련 제주도 조례 제정에 따라 지난 2012년 6월부터 대형마트 의무 휴업을 적용해 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명절 등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매월 두 번째 금요일과 네 번째 토요일 휴업을 합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2일 10년 넘게 시행돼 온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 지정 원칙을 '대형마트 영업규제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한다는 원칙을 삭제해 평일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정부는 이번 발표가 같은 날 오전에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논의된 사항이라고 설명습니다. 토론회 개최 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이뤄진 발표였습니다.
본래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할 예정이었던 이날 민생토론회는 토론회 시작을 30여 분을 앞둔 이날 9시 20분쯤 컨디션 난조를 보인 윤 대통령의 일정 취소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대신 주재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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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상인 불만 속출
"가뜩이나 불경기에 있던 걸 왜 없애나"
오늘(27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고령의 상인이 '할망(할머니)장터'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모습(사진, 신동원 기자)
최근 정부의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 폐지 발표에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은 연초부터 뒤숭숭한 분위기였습니다.
토요일인 오늘(27일) 마침 장이 선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은 물건을 구매하거나 장 구경을 하려는 제주도민과 관광객 등의 발길로 붐볐습니다.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은 1,000명이 넘는 상인들의 삶의 터전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 중 한 곳입니다.
오일시장에서 차로 10분이 되지 않는 거리엔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지역 대표 대규모 마트 두 곳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날은 두 곳 모두 의무휴업으로 휴점했습니다.
주말 의무휴업 폐지가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아직 절차가 남았지만 정부 발표에 대해 알고 있는 상인들은 걱정, 분개 등의 심정을 내비쳤습니다. 이제야 소식을 접한 상인들도 덜컥 우려부터 앞서는 모양새였습니다.
상설시장이 아님에도 평일 대비 20~30% 정도 매출이 높은 주말에 손님을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을 보였습니다. '차라리 코로나19 때가 나았다'며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새로 소식을 접한 상인 중엔 이번 설 명절에는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지만, 일부 상인들은 품질과 가격이 대형마트보다 월등한데 큰 타격이 있겠냐며 낙관론을 펴기도 했습니다.
오늘(27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상인이 자리를 지키며 식사하는 모습 (사진, 신동원 기자)
오일시장에서 20년 정도 과일을 팔아온 한 청과상인은 "그나마 주말이 나았는데 아무래도 타격이 있을 것 같다"며, "지금이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 점점 안 좋아지는데 걱정이다"라고 했습니다.
다른 청과상인 김모(47)씨는 "평일 휴일 할 거 없이 장사가 안된다"며 "당장은 모르겠지만 여름이 문제다. 손님들이 에어컨이 있는 시원한 마트에 가려고 하지 시장에 오겠나. 시장에 에어컨이라도 달아주면 모르겠는데 어렵지 않나"라고 토로했습니다.
양말과 속옷 등을 파는 한 백발의 상인은 "정부가 그걸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내 욕심일 수도 있지만 재래시장 입장에선 마트가 주말에 두 번 노는 걸 왜 바꾸려 하나"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생선을 판매하는 문모씨는 "그나마 일본 원전 오염수 문제가 잠잠해지면서 회복되는 분위기인데 당연히 타격이 있을 것 같다"며 "젊은 사람들도 자주 찾는데 다 마트로 가지 않을까"라고 걱정했습니다.
20년 정도 수산물을 팔아온 남모씨는 "소상공인들을 위한다는 정부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오늘(27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사진, 신동원 기자)
반면, 30여 년 동안 건어물 장사를 해온 유모(68)씨는 "주말이 평일보다 20~30% 매출이 높다. 주말엔 젊은 손님들이 평소보다 많다. 젊은 사람들은 상품성이나 가격을 잘 비교해서 시장을 찾는다"며 "어차피 마트 갈 사람은 마트에 , 시장에 올 사람들은 시장에 온다. 평일로 바꿔도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박근형 오일시장 상인회장은 "올해는 더 장사가 힘들거다. 손님들도 경기가 안 좋으니까 씀씀이가 줄어든다. 먹는 거야 사먹지만 겨울도 짧아져서 겨울 옷만 해도 1월만 넘어가면 사지 않는다. 있는 옷 입다가 그냥 봄으로 가고 여름으로 가고 한다"고 했습니다.
박 회장은 "더 늘려주진 못할망정 상인들 죽이는 정책이다. 정부 정책이 전부 다 있는 사람들 위주로 가는 거 같다"며 "최소한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주에선 유통발전산업법과 관련 제주도 조례 제정에 따라 지난 2012년 6월부터 대형마트 의무 휴업을 적용해 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명절 등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매월 두 번째 금요일과 네 번째 토요일 휴업을 합니다.
지난해 1월 2일 첫 장이 선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새벽 풍경 자료 사진 (사진, 신동원 기자)
한편, 정부는 지난 22일 10년 넘게 시행돼 온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 지정 원칙을 '대형마트 영업규제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한다는 원칙을 삭제해 평일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정부는 이번 발표가 같은 날 오전에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논의된 사항이라고 설명습니다. 토론회 개최 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이뤄진 발표였습니다.
본래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할 예정이었던 이날 민생토론회는 토론회 시작을 30여 분을 앞둔 이날 9시 20분쯤 컨디션 난조를 보인 윤 대통령의 일정 취소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대신 주재했습니다.
지난해 1월 2일 첫 장이 선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자료 사진 (사진, 신동원 기자)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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