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에서 개별로”.. 관광 트렌드 변화
체험상품 발굴, 다양한 선택지 제공돼야
‘맞춤형’ 콘텐츠 등.. 경쟁력 강화 주문
* ‘쇼핑’ : Shopping. 물건을 사러 백화점이나 상점에 가는 일. ‘물건 사기’, ‘시장 보기’, ‘장(場)’보기로 순화해볼 수 있다(표준국어대사전).
‘쇼핑’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구매를 목적으로 백화점이나 상점 등을 찾아 특정 재화와 용역을 사되, 그 과정과 경험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찾는 수요가 제법 늘어나는 모습입니다.
단순히 제품을 구경하고 구매하는데서 나아가 ‘쇼핑’이 하나의 소비 경험이 되게 하는 능동적인 소비 콘텐츠 발굴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핫플레이스’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듯, 잘 만든 ‘쇼핑 콘텐츠’ 하나가 연 수백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매출 급증세를 이끄는 효자 노릇까지 거뜬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비단 방한 외국인 관광객만이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급속히 위축된 국내 관광시장 회복을 위한 체질 개선에도 고민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특히나 동북아 국제관광 허브를 자부하면서도, 정작 외국인 관광 성장세가 지지부진한 제주는 해외여행이 큰 인기를 끄는 사이 국내여행 수요까지 위축되면서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물론 2024년 새해 들어, 항공사들이 지속적으로 제주기점 항공 노선을 증편하고 해외여행에 소극적이던 중국인 관광객들도 해외여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 기대감이 불거지고 있지만 이대로는 아니라는 전망도 지배적입니다.
하늘길에 이어 크루즈까지 뱃길 방문도 늘고 내수 증진을 위한 다방면의 마케팅이나 인바운드 상품 개발이 속도를 내겠지만, 1명이 더 들어오더라도 제대로 씀씀이를 키울 ‘쇼핑’, 구체적으로 경쟁력 있는 ‘쇼핑 콘텐츠’를 갖추는데서 성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급변한 여행 트렌드 속에서, 외국인 특히 중국 MZ세대가 주도적인 소비 주체로 떠올랐습니다. 방한 여행을 늘리기 위한 타깃 상품 개발과 마케팅도 분주해졌습니다. 이들을 겨냥한 국내 그리고 해외 대응 방향을 살펴보고 해법을 타진했습니다.
① ‘핫플레이스’ 만들었더니 “1년 500만 명 찾았다”
② ‘쇼핑 콘텐츠’의 재발견.. ‘랜드마크’가 필요해
# 지난 달, 겨울 해외여행지로 방한 관광을 택해 한국을 찾은 30대 중국인 A씨. 최근 즐겨본 K-드라마에 나온 콘텐츠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5년 만에 방한을 결심했습니다. A씨는 성수동에 가서 수 많은 팝업스토어를 마음껏 구경하고, 명동에서 K-팝 굿즈를 구매하는데 하루 일정을 보냈습니다. 여의도의 대형 쇼핑시설에서 한국의 MZ세대가 즐기는 K-패션 브랜드 옷을 사고, 평소 SNS에서 보고 저장해둔 압구정로데오 거리 맛집도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는 여유도 만끽했습니다. 5년 전 단체관광 패키지로 방문해서 즐겼던 한국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스스로' 찾아 경험한 셈입니다.
■ 새로운 관광 물결 “개별 경험으로의 전환”
전통적인 단체관광에서 보다 개인화된 개별체험(FIT. Free(Foreign) Independent Tour)으로 전환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한 대표적인 외국인 관광시장 변화로 꼽힙니다. A씨의 일정에선 이같은 트렌드가 잘 드러납니다.
중국관광연구원도 최근 중국인의 해외여행이 인기 관광지를 구경하는 주유(周遊)나 단순 쇼핑에서 현지 생활과 문화, 음식 등의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특정 취미나 레포츠 등 테마가 있는 체험형 등 특수목적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봤습니다.
특히 방한여행의 형태도 ‘개별화’, ‘소규모화’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관광문화관광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의 방한 개별여행 비중은 2019년 82.5%에서 2023년 97.9%로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입니다. 또 동반 인원도 5.1명에서 2.1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깃발’을 따라 20~30명씩 무리지어 다니는 중국인 관광단체를 보기 쉽지 않아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 중심엔 중국 젊은 MZ세대(1980년~2000년대생) 부상을 중심으로 팬데믹 이후 외국인 관광의 변화한 패턴이 자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에루샤(에르메스, 루비이통, 샤넬)’를 비롯해 고급 명품을 찾는 수요가 없진 않지만, 방한 관광에서 한국 문화를 직접 보고 체험하는 ‘K-콘텐츠 쇼핑’을 즐기는 중국인이 부쩍 늘었습니다. 중국인 관광 트렌드 변화 중심에는 A씨와 같은 MZ세대가 자리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이들은 중국 인구 34% 정도, 특히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완화와 해외 관광시장 개방 이후 중국인 해외여행객 중 92.2% 비중을 차지하면서 인구 수로나 소비·구매 핵심 주도층으로 떠오른 것으로 파악됩니다. 실제 방한 중국인 관광객 가운데 중국 MZ 비중은 68.4%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 기준, 지난해 8월까지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105만 명으로 이 가운데 10명 중 6명(60%)이 ‘2030’세대로 분석됐습니다. 20대 여성이 23만 3,403명(23%)으로 가장 많고 30대 여성 16만 7,406명(16.5%), 30대 남성 10만 8,323명(10.7%), 20대 남성 9만 1,129명(9%)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같은 중국 MZ세대의 방한 비중 증가는, 해외여행 트렌드를 기존 ‘단체 패키지’나 ‘싹쓸이 쇼핑’ 문화에서 ‘개별’ ‘체험 소비’로 바꾼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중국 MZ세대 또한 우리나라 MZ처럼 핫플레이스를 방문하고 사진을 찍어 인증합니다. 이를 SNS에 공유하면서도 또래들과 소통합니다.
또한 A씨와 같은 일상은 한국관광공사와 에어비엔비가 공동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국인 방한 여행 트렌드 보고서’에도 잘 드러납니다. 보고서에선 코로나 이후 중국인 관광객은 ‘특색 있는 음식, 숙소’ 그리고 ’야경‘, ’쇼핑‘, ’문화체험‘ 등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체관광의 쇠퇴 그리고 FIT의 부상은 중국인 관광객의 여행 선택에 독립성을 증대시켰고 외식과 쇼핑,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뚜렷한 선호도를 높였습니다.
■ 中 MZ ‘핫플레이스’주목.. “라면만 모았을 뿐인데”
중국인 관광객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업계에서도 ‘맞춤형 서비스’를 앞세워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다양한 수요층에 맞게 다채로운 즐길거리를 제공해 체류시간을 늘리거나, 대표 먹거리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면서 중국 MZ 눈길을 사로잡는데 초점을 맞추는 모습입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의 인기 관광지 1위(공항·기차역 등 교통시설 제외)는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이 차지했습니다. ‘더현대 서울’엔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등 70여 개 국가에서 외국인이 찾았고 지난 한 해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10배 가량 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3,100만 명이 찾았는데 외국인 구매 비중이 11%인 점을 감안해 추산하면 연간 약 500만 명 정도 외국인이 방문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내국인 구매 고객 가운데 서울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고객이 55%에 달하는 ‘전국구 핫플레이스’로 거듭났고 제주나 강원 지역 등 고객의 구매 비중도 4.3%로 조사됐습니다.
중국 MZ세대들이 주로 쓰는 SNS 플랫폼인 ‘샤오홍슈’(소홍서·小紅書) 내에 수십만 건 관련 태그가 달리면서 ‘서울에 가면 꼭 들어야할 핫플레이스’로 인식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체 측에선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실제 중국인 인기 상품군(2023년 누계)에서도 주로 K-패션과 K-팝 팝업스토어가 최상위권을 차지해, 실질적인 씀씀이를 이끄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기에 더해 ‘실속형’ 쇼핑을 즐기는 여행 행태가 늘면서 아울렛이나 편의점을 찾아 소비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증가세로 파악됩니다.
지난해 1~2월 수도권 현대프리미엄아울렛 3개점(김포점·송도점·스페이스원)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전년 대비 6배 증가해 1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제주를 찾은 외국인 방문객(2만 8,000명)의 3.5배 수준에 이릅니다.
편의점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12월 CU가 서울시 마포구 홍익대 근처에 연 ‘라면 특화 편의점’의 경우, 외국인 고객 매출 비중이 62%로 내국인 매출 수준을 넘어서는 기록까지 냈습니다.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SNS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제작한 한국 여행 브이로그 영상을 보면 국내 편의점에서 독특하고 트렌디한 상품을 구매하고, 즉석에서 제조해 먹는 장면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면서 “이처럼 K드라마와 콘텐츠를 통해 라면을 접한 외국인들이 몰린 효과도 적잖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지난해말, 달라진 중국 관광객들의 여행 트렌드 변화에 주목한 보고서에서 “중국인 관광객 특성이 유커(游客. 단체 관광객)에서 싼커(散客. 개별 관광객)로 변화한 만큼 코로나 이전과 다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예를 들어) 지자체나 관광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지역별 핫플레이스나 원데이클래스 등 체험 상품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변화한 관광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 외국인 관광객 확대.. “관광 정상화 열쇠”
2023년 한 해 제주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은 1,338만여 명에 달했고 내국인은 2019년 코로나 이전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코로나 이전보다 100만 명 넘게 줄어 71만 명 수준에 그쳤습니다. 전년도와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코로나 이전보다 꽤 감소했습니다.
제주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2016년 36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9년에도 172만 명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 이전 줄곧 100만 명 이상을 유지했습니다. 그만큼 아직 여력이 많이 남아있고, 외국인 관광객을 얼마나 더 유치하느냐가 사실상 관광 회복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광시장 전반을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해 외국인 뿐 아니라 내국인 대상 제주의 관광 매력도를 한층 끌어올려야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관련해 지역 내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가까이는 중국 춘절 연휴가 다가오며 외국인, 특히 중국 관광객 방문이 늘 것으로 보고 관련 상품이나 마케팅 고민을 하지만 사실 숙박이 중심이다. 대부분 개별 자유여행이 대세이기 때문”이라면서 “전과 달라진 방문형태와 소비패턴 변화에 걸맞은 인프라를 갖추고, 또 접점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선 좀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 ‘눈높이’ 맞는 ‘쇼핑 콘텐츠’ 무엇?
외국인 관광객들도 국내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브랜드와 아이템을 선별해 구매를 즐기는 성향은 뚜렷해지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비씨카드 통계를 보면 중국인이 유니온페이를 이용해 한국에서 1~9월 쓴 돈 중 면세점 비중은 35.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시기 이전인 2019년(63.1%)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준으로, 예전처럼 돈을 쓰지 않는 경향과 더불어 기존 명품 쇼핑에나 틀에 박힌 투어보다 자신만의 투어와 현지 경험 등에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점을 주요 쇼핑센터 등 업계에선 반영해 K-패션이나 K-뷰티, K-팝 굿즈 등 활용 가능한 K콘텐츠를 통해 씀씀이를 확대하고 관광객들의 수요(Needs)를 충족시키고 나섰습니다.
지난달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K-패션 전문 쇼핑몰인 한 컬렉션 제주 드림타워점에 K-뷰티 매장 내 K-뷰티 전문 편집숍을 오픈했습니다.
‘드림 뷰티(Dream Beauty)’로 론칭한 매장은 국내 디자이너 300여 명이 참여해 운영 중인 ‘한 컬렉션(HAN Collection)’ K-패션몰의 16번째 매장으로 메이크업부터 스킨, 바디, 헤어, 향수 등 K-뷰티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제품력을 자랑하는 국내 인디 화장품(Indie Beauty)들로 매장을 채웠는데 최근 미국, 일본, 동남아 등 해외 각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뷰티 브랜드 31곳의 600여 종 제품을 모았습니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K-뷰티를 찾는 해외 고객들의 국적이 다변화되면서 선호하는 브랜드, 제품들이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라며 “K-뷰티 제품을 활용한 영상 콘텐츠들이 해외 SNS를 통해 공유되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를 찾는 글로벌 팬덤 형성과 함께, K뷰티 매력을 알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역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지역에 ‘외국인 관광객이 매력을 느끼는 쇼핑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이 있는가’ 자문해 보자면 선뜻 답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라면서 “유·무료 관광지가 있고 지역 상권이 있지만 씀씀이를 키우는데 분명 한계가 있다. 면세점이나 아울렛도 수도권 등 다른 지역과 역량 비교는 물론, 달라진 여행트렌드에서 경쟁이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글로벌 관광지에 걸맞게 외국인 눈높이에 맞는 쇼핑 콘텐츠 발굴과 강화 방안을 고민하고 실천하는게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체험상품 발굴, 다양한 선택지 제공돼야
‘맞춤형’ 콘텐츠 등.. 경쟁력 강화 주문
K-쇼핑 성지로 각광받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 팝업스토어를 오픈, 진행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렸다.
* ‘쇼핑’ : Shopping. 물건을 사러 백화점이나 상점에 가는 일. ‘물건 사기’, ‘시장 보기’, ‘장(場)’보기로 순화해볼 수 있다(표준국어대사전).
‘쇼핑’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구매를 목적으로 백화점이나 상점 등을 찾아 특정 재화와 용역을 사되, 그 과정과 경험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찾는 수요가 제법 늘어나는 모습입니다.
단순히 제품을 구경하고 구매하는데서 나아가 ‘쇼핑’이 하나의 소비 경험이 되게 하는 능동적인 소비 콘텐츠 발굴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핫플레이스’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듯, 잘 만든 ‘쇼핑 콘텐츠’ 하나가 연 수백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매출 급증세를 이끄는 효자 노릇까지 거뜬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비단 방한 외국인 관광객만이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급속히 위축된 국내 관광시장 회복을 위한 체질 개선에도 고민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특히나 동북아 국제관광 허브를 자부하면서도, 정작 외국인 관광 성장세가 지지부진한 제주는 해외여행이 큰 인기를 끄는 사이 국내여행 수요까지 위축되면서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물론 2024년 새해 들어, 항공사들이 지속적으로 제주기점 항공 노선을 증편하고 해외여행에 소극적이던 중국인 관광객들도 해외여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 기대감이 불거지고 있지만 이대로는 아니라는 전망도 지배적입니다.
하늘길에 이어 크루즈까지 뱃길 방문도 늘고 내수 증진을 위한 다방면의 마케팅이나 인바운드 상품 개발이 속도를 내겠지만, 1명이 더 들어오더라도 제대로 씀씀이를 키울 ‘쇼핑’, 구체적으로 경쟁력 있는 ‘쇼핑 콘텐츠’를 갖추는데서 성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급변한 여행 트렌드 속에서, 외국인 특히 중국 MZ세대가 주도적인 소비 주체로 떠올랐습니다. 방한 여행을 늘리기 위한 타깃 상품 개발과 마케팅도 분주해졌습니다. 이들을 겨냥한 국내 그리고 해외 대응 방향을 살펴보고 해법을 타진했습니다.
① ‘핫플레이스’ 만들었더니 “1년 500만 명 찾았다”
② ‘쇼핑 콘텐츠’의 재발견.. ‘랜드마크’가 필요해
지난해 ‘더현대 서울’ K-컬쳐 팝업스토어를 찾은 MZ세대 외국인 관광객들이 굿즈를 교류하고 있다.
# 지난 달, 겨울 해외여행지로 방한 관광을 택해 한국을 찾은 30대 중국인 A씨. 최근 즐겨본 K-드라마에 나온 콘텐츠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5년 만에 방한을 결심했습니다. A씨는 성수동에 가서 수 많은 팝업스토어를 마음껏 구경하고, 명동에서 K-팝 굿즈를 구매하는데 하루 일정을 보냈습니다. 여의도의 대형 쇼핑시설에서 한국의 MZ세대가 즐기는 K-패션 브랜드 옷을 사고, 평소 SNS에서 보고 저장해둔 압구정로데오 거리 맛집도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는 여유도 만끽했습니다. 5년 전 단체관광 패키지로 방문해서 즐겼던 한국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스스로' 찾아 경험한 셈입니다.
■ 새로운 관광 물결 “개별 경험으로의 전환”
전통적인 단체관광에서 보다 개인화된 개별체험(FIT. Free(Foreign) Independent Tour)으로 전환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한 대표적인 외국인 관광시장 변화로 꼽힙니다. A씨의 일정에선 이같은 트렌드가 잘 드러납니다.
중국관광연구원도 최근 중국인의 해외여행이 인기 관광지를 구경하는 주유(周遊)나 단순 쇼핑에서 현지 생활과 문화, 음식 등의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특정 취미나 레포츠 등 테마가 있는 체험형 등 특수목적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봤습니다.
특히 방한여행의 형태도 ‘개별화’, ‘소규모화’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관광문화관광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의 방한 개별여행 비중은 2019년 82.5%에서 2023년 97.9%로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입니다. 또 동반 인원도 5.1명에서 2.1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깃발’을 따라 20~30명씩 무리지어 다니는 중국인 관광단체를 보기 쉽지 않아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 중심엔 중국 젊은 MZ세대(1980년~2000년대생) 부상을 중심으로 팬데믹 이후 외국인 관광의 변화한 패턴이 자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에루샤(에르메스, 루비이통, 샤넬)’를 비롯해 고급 명품을 찾는 수요가 없진 않지만, 방한 관광에서 한국 문화를 직접 보고 체험하는 ‘K-콘텐츠 쇼핑’을 즐기는 중국인이 부쩍 늘었습니다. 중국인 관광 트렌드 변화 중심에는 A씨와 같은 MZ세대가 자리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이들은 중국 인구 34% 정도, 특히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완화와 해외 관광시장 개방 이후 중국인 해외여행객 중 92.2% 비중을 차지하면서 인구 수로나 소비·구매 핵심 주도층으로 떠오른 것으로 파악됩니다. 실제 방한 중국인 관광객 가운데 중국 MZ 비중은 68.4%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 기준, 지난해 8월까지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105만 명으로 이 가운데 10명 중 6명(60%)이 ‘2030’세대로 분석됐습니다. 20대 여성이 23만 3,403명(23%)으로 가장 많고 30대 여성 16만 7,406명(16.5%), 30대 남성 10만 8,323명(10.7%), 20대 남성 9만 1,129명(9%)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같은 중국 MZ세대의 방한 비중 증가는, 해외여행 트렌드를 기존 ‘단체 패키지’나 ‘싹쓸이 쇼핑’ 문화에서 ‘개별’ ‘체험 소비’로 바꾼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중국 MZ세대 또한 우리나라 MZ처럼 핫플레이스를 방문하고 사진을 찍어 인증합니다. 이를 SNS에 공유하면서도 또래들과 소통합니다.
또한 A씨와 같은 일상은 한국관광공사와 에어비엔비가 공동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국인 방한 여행 트렌드 보고서’에도 잘 드러납니다. 보고서에선 코로나 이후 중국인 관광객은 ‘특색 있는 음식, 숙소’ 그리고 ’야경‘, ’쇼핑‘, ’문화체험‘ 등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체관광의 쇠퇴 그리고 FIT의 부상은 중국인 관광객의 여행 선택에 독립성을 증대시켰고 외식과 쇼핑,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뚜렷한 선호도를 높였습니다.
지난 1월 초 크루즈를 타고 입도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귀포 안덕면 한 쇼핑센터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다.
■ 中 MZ ‘핫플레이스’주목.. “라면만 모았을 뿐인데”
중국인 관광객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업계에서도 ‘맞춤형 서비스’를 앞세워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다양한 수요층에 맞게 다채로운 즐길거리를 제공해 체류시간을 늘리거나, 대표 먹거리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면서 중국 MZ 눈길을 사로잡는데 초점을 맞추는 모습입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의 인기 관광지 1위(공항·기차역 등 교통시설 제외)는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이 차지했습니다. ‘더현대 서울’엔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등 70여 개 국가에서 외국인이 찾았고 지난 한 해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10배 가량 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3,100만 명이 찾았는데 외국인 구매 비중이 11%인 점을 감안해 추산하면 연간 약 500만 명 정도 외국인이 방문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내국인 구매 고객 가운데 서울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고객이 55%에 달하는 ‘전국구 핫플레이스’로 거듭났고 제주나 강원 지역 등 고객의 구매 비중도 4.3%로 조사됐습니다.
중국 MZ세대들이 주로 쓰는 SNS 플랫폼인 ‘샤오홍슈’(소홍서·小紅書) 내에 수십만 건 관련 태그가 달리면서 ‘서울에 가면 꼭 들어야할 핫플레이스’로 인식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체 측에선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실제 중국인 인기 상품군(2023년 누계)에서도 주로 K-패션과 K-팝 팝업스토어가 최상위권을 차지해, 실질적인 씀씀이를 이끄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기에 더해 ‘실속형’ 쇼핑을 즐기는 여행 행태가 늘면서 아울렛이나 편의점을 찾아 소비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증가세로 파악됩니다.
지난해 1~2월 수도권 현대프리미엄아울렛 3개점(김포점·송도점·스페이스원)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전년 대비 6배 증가해 1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제주를 찾은 외국인 방문객(2만 8,000명)의 3.5배 수준에 이릅니다.
편의점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12월 CU가 서울시 마포구 홍익대 근처에 연 ‘라면 특화 편의점’의 경우, 외국인 고객 매출 비중이 62%로 내국인 매출 수준을 넘어서는 기록까지 냈습니다.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SNS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제작한 한국 여행 브이로그 영상을 보면 국내 편의점에서 독특하고 트렌디한 상품을 구매하고, 즉석에서 제조해 먹는 장면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면서 “이처럼 K드라마와 콘텐츠를 통해 라면을 접한 외국인들이 몰린 효과도 적잖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지난해말, 달라진 중국 관광객들의 여행 트렌드 변화에 주목한 보고서에서 “중국인 관광객 특성이 유커(游客. 단체 관광객)에서 싼커(散客. 개별 관광객)로 변화한 만큼 코로나 이전과 다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예를 들어) 지자체나 관광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지역별 핫플레이스나 원데이클래스 등 체험 상품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변화한 관광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중국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샤오홍슈(小红书)’에 제주 관련 소개물들이 게시돼 있다.
■ 외국인 관광객 확대.. “관광 정상화 열쇠”
2023년 한 해 제주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은 1,338만여 명에 달했고 내국인은 2019년 코로나 이전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코로나 이전보다 100만 명 넘게 줄어 71만 명 수준에 그쳤습니다. 전년도와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코로나 이전보다 꽤 감소했습니다.
제주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2016년 36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9년에도 172만 명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 이전 줄곧 100만 명 이상을 유지했습니다. 그만큼 아직 여력이 많이 남아있고, 외국인 관광객을 얼마나 더 유치하느냐가 사실상 관광 회복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광시장 전반을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해 외국인 뿐 아니라 내국인 대상 제주의 관광 매력도를 한층 끌어올려야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관련해 지역 내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가까이는 중국 춘절 연휴가 다가오며 외국인, 특히 중국 관광객 방문이 늘 것으로 보고 관련 상품이나 마케팅 고민을 하지만 사실 숙박이 중심이다. 대부분 개별 자유여행이 대세이기 때문”이라면서 “전과 달라진 방문형태와 소비패턴 변화에 걸맞은 인프라를 갖추고, 또 접점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선 좀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 ‘눈높이’ 맞는 ‘쇼핑 콘텐츠’ 무엇?
외국인 관광객들도 국내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브랜드와 아이템을 선별해 구매를 즐기는 성향은 뚜렷해지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비씨카드 통계를 보면 중국인이 유니온페이를 이용해 한국에서 1~9월 쓴 돈 중 면세점 비중은 35.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시기 이전인 2019년(63.1%)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준으로, 예전처럼 돈을 쓰지 않는 경향과 더불어 기존 명품 쇼핑에나 틀에 박힌 투어보다 자신만의 투어와 현지 경험 등에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점을 주요 쇼핑센터 등 업계에선 반영해 K-패션이나 K-뷰티, K-팝 굿즈 등 활용 가능한 K콘텐츠를 통해 씀씀이를 확대하고 관광객들의 수요(Needs)를 충족시키고 나섰습니다.
한 컬렉션 K-뷰티 매장 ‘드림 뷰티’ 내부 (롯데관광개발)
지난달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K-패션 전문 쇼핑몰인 한 컬렉션 제주 드림타워점에 K-뷰티 매장 내 K-뷰티 전문 편집숍을 오픈했습니다.
‘드림 뷰티(Dream Beauty)’로 론칭한 매장은 국내 디자이너 300여 명이 참여해 운영 중인 ‘한 컬렉션(HAN Collection)’ K-패션몰의 16번째 매장으로 메이크업부터 스킨, 바디, 헤어, 향수 등 K-뷰티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제품력을 자랑하는 국내 인디 화장품(Indie Beauty)들로 매장을 채웠는데 최근 미국, 일본, 동남아 등 해외 각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뷰티 브랜드 31곳의 600여 종 제품을 모았습니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K-뷰티를 찾는 해외 고객들의 국적이 다변화되면서 선호하는 브랜드, 제품들이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라며 “K-뷰티 제품을 활용한 영상 콘텐츠들이 해외 SNS를 통해 공유되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를 찾는 글로벌 팬덤 형성과 함께, K뷰티 매력을 알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역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지역에 ‘외국인 관광객이 매력을 느끼는 쇼핑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이 있는가’ 자문해 보자면 선뜻 답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라면서 “유·무료 관광지가 있고 지역 상권이 있지만 씀씀이를 키우는데 분명 한계가 있다. 면세점이나 아울렛도 수도권 등 다른 지역과 역량 비교는 물론, 달라진 여행트렌드에서 경쟁이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글로벌 관광지에 걸맞게 외국인 눈높이에 맞는 쇼핑 콘텐츠 발굴과 강화 방안을 고민하고 실천하는게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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