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 분기보다 2만 명 늘어 “역대 최다”
가계대출 5명 중 1명.. 3곳 이상서 ‘빚’
연체율 1.5%.. 2019년 3분기 이후 최고
취약차주 6.5% 달해.. 3년 만 최대 폭↑
생계비 등 제외, 대부분 소득 “빚 상환”
지속되는 고금리 기조 속에 더 이상 돈 빌릴 곳도 없고, 그렇다고 갚을 길도 없는 한계 대출자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450만 명이 3곳 이상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최대한 대출을 끌어썼고, 279만 명은 소득 대부분을 빚 갚는 데 써도 제대로 갚지 못해 빚에 시달리는 처지로 나타났습니다.
빚으로 빚을 갚는 ‘돌려막기’도 한계에 달해, 제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연체하는 비율은 4년 만에 최고 기록을 다시 썼을 정도입니다.
이같은 금융 취약계층이 늘어날 수록 가계 소비는 위축되고, 소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1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 제출한 ‘다중채무자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국내 가계대출 다중채무자는 450만 명으로, 직전 분기 448만 명보다 2만 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역대 최다 수준으로, 다중채무자가 전체 가계대출자 1,983만 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2.7%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차주로, 고금리에 취약해 한은 등 금융당국은 집중 감시·관리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전체 대출 규모(568조 1,000억 원)와 1인당 평균 대출액(1억 2,625만 원)은 직전 2분기(572조 4,000억원·1억 2,785만 원)와 비교해 3개월 사이 4조 3,000억 원, 160만 원이 줄었습니다.
단순히 다중채무자만 늘어난게 아니라, 여러 지표상 상환 능력도 한계치를 드러냈습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인해 대출 한도가 감소하고,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이들 대출자들이 추가로 돈을 빌려 돌려막기가 불가능해진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됩니다.
연체율도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연체 비율)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5%로 추정됐습니다. 2019년 3분기(1.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58.4%로 전분기(61.5%)보다 3.1% 포인트(p) 낮아졌습니다. 소득의 60% 가까이를 대출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는 것으로 셈입니다.
DSR은 대출자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지표로, 연간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입니다.
보통 금융당국 등은 DSR이 70% 안팎이면 최소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 소득을 원리금 상환에 쏟아붓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중채무자 26.2%(118만 명)는 DSR이 70%를 넘고 14.2%(64만 명)는 100%를 웃돌아, 상당수 다중채무자 형편이 사실상 한계(70%) 문턱에 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갚아야 할 원리금이 소득보다 많은 경우도 적잖다는 말입니다.
전체 가계대출자로 대상을 넓히면, DSR이 70%를 넘은 차주는 279만 명(14.0%, 70∼100% 117만 명+100% 이상 162만 명)에 달해, 300만 명 가까이 대출상환 부담에 시달리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각종 공과금과 세금 등이 소득의 30% 가까이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원리금과 세금 등을 내고 난 이후 대출금까지 갚고 나면 이들의 소비 여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다중채무자 가운데 저소득·저신용자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취약 차주’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다중채무자를 의미합니다.
이들 ‘취약 차주’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자 가운데 6.5%를 차지했습니다. 직전 분기(6.4%)보다 0.1%p 늘어난 것으로, 비중은 2020년 3분기(6.5%) 이후 3년 만에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작년 3분기 말 현재 취약 차주의 평균 DSR은 63.6%로 취약 차주 가운데 35.5%(46만 명)의 DSR이 70%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의 대출은 전체 취약 차주 대출액의 65.8%(63조 4,000억 원)를 차지했습니다.
한은은, 지난해 말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가계 상환부담을 높이고 소비를 제약해 성장을 둔화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기존 차주들의 채무상환부담이 늘어나면서 취약가계, 부동산·건설업 등 대출의 신용리스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습니다.
이어 “소비 임계 수준을 웃도는 고(高) DSR 차주가 늘어날 경우, 차주의 소비성향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장기간 가계 소비를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취약 부문의 부실 위험 누증은 소득 대비 채무상환 부담이 큰 데다 대출금리 상승, 소득 여건 제약 등으로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라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정착 등을 통해 가계대출 증가 폭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계대출 5명 중 1명.. 3곳 이상서 ‘빚’
연체율 1.5%.. 2019년 3분기 이후 최고
취약차주 6.5% 달해.. 3년 만 최대 폭↑
생계비 등 제외, 대부분 소득 “빚 상환”
지속되는 고금리 기조 속에 더 이상 돈 빌릴 곳도 없고, 그렇다고 갚을 길도 없는 한계 대출자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450만 명이 3곳 이상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최대한 대출을 끌어썼고, 279만 명은 소득 대부분을 빚 갚는 데 써도 제대로 갚지 못해 빚에 시달리는 처지로 나타났습니다.
빚으로 빚을 갚는 ‘돌려막기’도 한계에 달해, 제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연체하는 비율은 4년 만에 최고 기록을 다시 썼을 정도입니다.
이같은 금융 취약계층이 늘어날 수록 가계 소비는 위축되고, 소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1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 제출한 ‘다중채무자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국내 가계대출 다중채무자는 450만 명으로, 직전 분기 448만 명보다 2만 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역대 최다 수준으로, 다중채무자가 전체 가계대출자 1,983만 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2.7%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차주로, 고금리에 취약해 한은 등 금융당국은 집중 감시·관리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전체 대출 규모(568조 1,000억 원)와 1인당 평균 대출액(1억 2,625만 원)은 직전 2분기(572조 4,000억원·1억 2,785만 원)와 비교해 3개월 사이 4조 3,000억 원, 160만 원이 줄었습니다.
단순히 다중채무자만 늘어난게 아니라, 여러 지표상 상환 능력도 한계치를 드러냈습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인해 대출 한도가 감소하고,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이들 대출자들이 추가로 돈을 빌려 돌려막기가 불가능해진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됩니다.
연체율도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연체 비율)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5%로 추정됐습니다. 2019년 3분기(1.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58.4%로 전분기(61.5%)보다 3.1% 포인트(p) 낮아졌습니다. 소득의 60% 가까이를 대출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는 것으로 셈입니다.
DSR은 대출자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지표로, 연간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입니다.
보통 금융당국 등은 DSR이 70% 안팎이면 최소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 소득을 원리금 상환에 쏟아붓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중채무자 26.2%(118만 명)는 DSR이 70%를 넘고 14.2%(64만 명)는 100%를 웃돌아, 상당수 다중채무자 형편이 사실상 한계(70%) 문턱에 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갚아야 할 원리금이 소득보다 많은 경우도 적잖다는 말입니다.
전체 가계대출자로 대상을 넓히면, DSR이 70%를 넘은 차주는 279만 명(14.0%, 70∼100% 117만 명+100% 이상 162만 명)에 달해, 300만 명 가까이 대출상환 부담에 시달리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각종 공과금과 세금 등이 소득의 30% 가까이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원리금과 세금 등을 내고 난 이후 대출금까지 갚고 나면 이들의 소비 여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다중채무자 가운데 저소득·저신용자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취약 차주’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다중채무자를 의미합니다.
이들 ‘취약 차주’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자 가운데 6.5%를 차지했습니다. 직전 분기(6.4%)보다 0.1%p 늘어난 것으로, 비중은 2020년 3분기(6.5%) 이후 3년 만에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작년 3분기 말 현재 취약 차주의 평균 DSR은 63.6%로 취약 차주 가운데 35.5%(46만 명)의 DSR이 70%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의 대출은 전체 취약 차주 대출액의 65.8%(63조 4,000억 원)를 차지했습니다.
한은은, 지난해 말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가계 상환부담을 높이고 소비를 제약해 성장을 둔화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기존 차주들의 채무상환부담이 늘어나면서 취약가계, 부동산·건설업 등 대출의 신용리스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습니다.
이어 “소비 임계 수준을 웃도는 고(高) DSR 차주가 늘어날 경우, 차주의 소비성향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장기간 가계 소비를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취약 부문의 부실 위험 누증은 소득 대비 채무상환 부담이 큰 데다 대출금리 상승, 소득 여건 제약 등으로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라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정착 등을 통해 가계대출 증가 폭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