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단체 "2분 이상 따라다니며 과도하게 접근"
관광업체 "돌고래 인지 후 스크류 작동 중지"
'단속 의지 있나' 단속 권한 가진 제주도에 일침도
제주도 해상에서 관광선박이 남방큰돌고래에 위협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또 포착됐습니다.

선박이 돌고래 반경 50m 이내로 접근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법령이 생긴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8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스'에 따르면, 전날(7일) 오후 3시 40분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환태평양공원 앞 해상에서 관광선박이 돌고래 무리에 접근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해당 모습이 담긴 영상을 살펴보면, 해당 선박은 바다에서 유영하는 돌고래 무리를 가로지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선체 앞쪽에 있던 돌고래가 뱃머리에 부딪힐 듯 선체와 가까워진 위태로운 장면도 연출됐습니다. 배의 옆쪽과 뒤편으로도 여러 마리의 돌고래가 보였습니다.

해당 선박이 돌고래들을 2분 넘게 따라다니며 과도하게 접근해 뱃머리에 부딪혀 생기는 물살에 따라 돌고래들을 헤엄치게 하는 '선수파(船首波) 타기'를 유도하기도 했다고 단체는 설명했습니다.

돌고래가 선박에 접근하거나 부딪히는 경우, 선박 속력을 천천히 줄여 정지했다가 돌고래가 멀어지면 다시 출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날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지근거리에서 돌고래가 헤엄치는 것을 목격한 선박 탑승객들이 탄성도 들렸다고 단체는 전했습니다.

영상에 나오는 대정읍 앞바다는 멸종위기 보호종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자주 목격되는 '돌고래 스팟'으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관광선박들의 무리한 돌고래 접근 문제 제기가 빈발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돌고래 관광선박의 접근은 돌고래와 충돌해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직접적 위험요소인 것은 물론, 생태적 관점에서도 장기적으로 돌고래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 단체는 "개정된 해양생태계법 시행규칙이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되면서 보호종 돌고래에 과도하게 접근하는 관광선박에 대해 과태료 부과가 가능해졌지만, 현장에선 제도를 비웃듯 업체들의 규정위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최근 선박관광업체들은 서귀포시 대정읍 노을해안로에서는 보는 눈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규정을 지키는 경우도 있으나, 이번 영상을 촬영한 송악산 주변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는 보는 눈이 없다고 착각한 업체들이 이처럼 규정을 무시한 채 마구 운항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단체는 단속 권한이 있는 제주자치도가 소극 행정을 펼쳐 이 같은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지난 수년간의 호소와 현장 고발로 인해 비로소 처벌이 가능한 제도는 만들어졌으나, 어이없게도 공무원들의 단속 의지 부재로 인해 지역적 멸종위기종이자 국제보호종 남방큰돌고래들은 오늘도 과도하게 접근하는 관광선박들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장 단속 권한을 가진 제주도청이 나서서 규정 위반 관광선박 업체에 대해 과태료 부과, 영업정지 등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통해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해당 영상에 나온 관광업체를 당국에 신고했습니다.

반면, 해당 업체 측에서는 "물 속에 잠수해 있던 돌고래 무리가 선박 근처 수면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선박을 운항하던 선장이 돌고래를 확인한 후에 스크류 중립 기어로 놓고 작동 중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양보호생물의 관찰이나 관광을 하려고 할 때는 해양보호생물의 이동이나 먹이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선 안되며, 이를 어기면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특히, 돌고래 반경 50m 이내로 선박이 접근하는 행위(선박이 정지한 상태에서 돌고래가 접근하는 경우는 제외)를 비롯해, 돌고래 300m 이내에 3척 이상의 선박이 동시에 위치하는 행위, 돌고래 가까이에서 일정 이상의 속도로 운항하는 행위 등은 해수부의 '남방큰돌고래 선박 관찰가이드라인'에 의해 엄격히 제한됩니다.

멸종위기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해역에만 약 130여 마리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반도 해역엔 약 30여 종의 고래류가 서식하는데,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그중에서도 개체 수가 가장 적은 종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상 제공 핫핑크돌핀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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