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고사리 꺾으러 산으로 산으로
길 잃음 사고 10건 중 4건이 고사리 때문
길 잃어 숨지는 사고까지 안전 대비해야
성묘에 등산에 화재 사고도 취약한 봄철['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4월이면 제주도민들 오름, 초지, 풀숲으로 향합니다. 그러고는 연신 허리를 굽혀 무언가를 주워 담습니다. 허리에 맨 가방은 배가 불룩 나온 것 마냥 가득 찹니다.
직접 발품 팔아 다니며 가방을 한가득 채우려는 생각에 빠졌기 때문일까. 제주도민들은 길을 잃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납니다. 심지어는 며칠 동안 실종됩니다.
봄이 움트는 4월.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수풀로 우거진 산, 오름, 벌판으로 사람들이 발걸음하는 이유. 고사리 때문입니다.
■ ‘산에서 나는 소고기’ 고사리 뭐길래
요새 오름이나 사람 발길이 뜸한 숲속 등에는 장갑과 농기구 가방을 챙긴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풀과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엉켜있어 길이 나지 않은 곳인데도 발길이 이어집니다. 고사리를 캐려는 겁니다.
제사상이나 비빔밥 등에 빠지지 않는 고사리. 단백질과 칼슘, 철분, 무기질 등이 영양소가 풍부합니다. 혈액을 맑게 하고 이뇨작용을 원활하게 해줍니다. 우리나라에 360여 종의 고사리가 자라는데, 이 중 80% 정도가 제주에 자생한다고 합니다.
가격도 쏠쏠합니다. 조금씩 다르긴 해도 100g당 최소 1만 원입니다. 짭짤한 용돈 벌이가 가능해서 고사리 채취객 정말 많습니다. 5월 초, 중순까지 채취 삼매경에 빠집니다. 도민들은 4~5월 자주 내리는 봄비를 고사리 장마라 부르기도 합니다.
꺾여 채취된 고사리는 비가 내린 뒤 다시 자랍니다. 다시 자라는 횟수가 적게는 3~4번, 많게는 8~9번까지 새순이 돋습니다, 보통 고사리는 쓴맛을 빼기 위해 푹 삶습니다. 고사리 육개장을 만들거나 나물로 무쳐 먹는 게 흔합니다. 제사·명절 등에도 자주 쓰입니다.
■ 고사리 찾아 헤매다간 ‘진짜 집 못갈 수도’ 위험
고사리는 오름 깊숙한 곳, 해발 200~600m 지대에서 주로 자랍니다. 고사리가 많은 명당을 찾아 정신이 팔렸다가 길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제주에서 발생하는 길 잃음 사고 10건 중 4건이 고사리 때문일 정도로 많습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길 잃음 안전사고는 459건입니다. 인명피해는 사망 1명, 부상 19명이었습니다. 이 중 고사리 채취객 사고가 190건으로 전체의 41.4%에 달합니다.
지난 5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한 들판에서 6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이달 초 고사리를 꺾고 오겠다며 집을 나선 뒤 귀가하지 않았고 가족이 신고를 해 며칠간 수색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8일에는 서귀포시 안덕면 남송이오름 인근에 고사리를 꺾으러 간 80대 B씨가 실종됐다가 이튿날 돌아왔습니다. B씨가 길을 헤매다 가까스로 상점을 발견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갔습니다.
이에 제주소방안전본부는 고사리철 길 잃음 사고가 빈번한 곳에 119구조견을 전진 배치하는 등 사고 예방에 나서고 있습니다. 고사리 채취객이 몰리는 지역에는 길 잃음 대처키트 보관함도 둡니다. 길을 잃었을 때 대처 방법이 담긴 리플릿과 호루라기, 캔디, 야광스틱 등이 포함됐습니다.
■ 담뱃불 요주의.. 건조해서 더 위험한 오름, 산, 들판
싹이 움트는 봄 고사리 말고도 산에 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라산이나 오름 탐방은 물론 지난 5일에는 한식을 맞아 묘제를 지내러 오름이나 중산간으로 향하는 도민들도 잇따랐습니다. 상대적으로 건조한 제주의 4월 화재 위험 더 커집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들불 화재는 156건 발생했습니다. 해마다 31건 일어난 셈입니다. 인명피해는 부상 6명, 재산피해는 1억 3,701만 원에 달했습니다. 들불 화재의 46.8%인 73건이 3~5월 사이 봄철 집중됐습니다.
특히 불씨 방치, 담배꽁초 등 부주의에 의한 화재가 127건으로 81.4%를 차지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서귀포시 한 가족공동묘지에서는 잡풀을 모아 태우다 불이 번져 묘지 일대 800㎡와 무덤 20여 기 일부가 불에 타는 사고가 나기도 했습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봄철은 고사리 채취로 길 잃음 사고는 물론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야외활동 증가 등으로 화재발생 위험요인이 많은 계절이다. 위험한 행위는 철저히 금지하고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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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음 사고 10건 중 4건이 고사리 때문
길 잃어 숨지는 사고까지 안전 대비해야
성묘에 등산에 화재 사고도 취약한 봄철['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고사리 축제 (고사리축제위원회 홈페이지)
4월이면 제주도민들 오름, 초지, 풀숲으로 향합니다. 그러고는 연신 허리를 굽혀 무언가를 주워 담습니다. 허리에 맨 가방은 배가 불룩 나온 것 마냥 가득 찹니다.
직접 발품 팔아 다니며 가방을 한가득 채우려는 생각에 빠졌기 때문일까. 제주도민들은 길을 잃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납니다. 심지어는 며칠 동안 실종됩니다.
봄이 움트는 4월.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수풀로 우거진 산, 오름, 벌판으로 사람들이 발걸음하는 이유. 고사리 때문입니다.
고사리를 꺾는 모습
■ ‘산에서 나는 소고기’ 고사리 뭐길래
요새 오름이나 사람 발길이 뜸한 숲속 등에는 장갑과 농기구 가방을 챙긴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풀과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엉켜있어 길이 나지 않은 곳인데도 발길이 이어집니다. 고사리를 캐려는 겁니다.
제사상이나 비빔밥 등에 빠지지 않는 고사리. 단백질과 칼슘, 철분, 무기질 등이 영양소가 풍부합니다. 혈액을 맑게 하고 이뇨작용을 원활하게 해줍니다. 우리나라에 360여 종의 고사리가 자라는데, 이 중 80% 정도가 제주에 자생한다고 합니다.
가격도 쏠쏠합니다. 조금씩 다르긴 해도 100g당 최소 1만 원입니다. 짭짤한 용돈 벌이가 가능해서 고사리 채취객 정말 많습니다. 5월 초, 중순까지 채취 삼매경에 빠집니다. 도민들은 4~5월 자주 내리는 봄비를 고사리 장마라 부르기도 합니다.
꺾여 채취된 고사리는 비가 내린 뒤 다시 자랍니다. 다시 자라는 횟수가 적게는 3~4번, 많게는 8~9번까지 새순이 돋습니다, 보통 고사리는 쓴맛을 빼기 위해 푹 삶습니다. 고사리 육개장을 만들거나 나물로 무쳐 먹는 게 흔합니다. 제사·명절 등에도 자주 쓰입니다.
최근 고사리를 꺾다 길을 잃어 이틀 만에 돌아 온 80대 할머니 (사진, 제주소방안전본부)
■ 고사리 찾아 헤매다간 ‘진짜 집 못갈 수도’ 위험
고사리는 오름 깊숙한 곳, 해발 200~600m 지대에서 주로 자랍니다. 고사리가 많은 명당을 찾아 정신이 팔렸다가 길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제주에서 발생하는 길 잃음 사고 10건 중 4건이 고사리 때문일 정도로 많습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길 잃음 안전사고는 459건입니다. 인명피해는 사망 1명, 부상 19명이었습니다. 이 중 고사리 채취객 사고가 190건으로 전체의 41.4%에 달합니다.
고사리를 말리는 모습
지난 5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한 들판에서 6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이달 초 고사리를 꺾고 오겠다며 집을 나선 뒤 귀가하지 않았고 가족이 신고를 해 며칠간 수색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8일에는 서귀포시 안덕면 남송이오름 인근에 고사리를 꺾으러 간 80대 B씨가 실종됐다가 이튿날 돌아왔습니다. B씨가 길을 헤매다 가까스로 상점을 발견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갔습니다.
이에 제주소방안전본부는 고사리철 길 잃음 사고가 빈번한 곳에 119구조견을 전진 배치하는 등 사고 예방에 나서고 있습니다. 고사리 채취객이 몰리는 지역에는 길 잃음 대처키트 보관함도 둡니다. 길을 잃었을 때 대처 방법이 담긴 리플릿과 호루라기, 캔디, 야광스틱 등이 포함됐습니다.
■ 담뱃불 요주의.. 건조해서 더 위험한 오름, 산, 들판
싹이 움트는 봄 고사리 말고도 산에 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라산이나 오름 탐방은 물론 지난 5일에는 한식을 맞아 묘제를 지내러 오름이나 중산간으로 향하는 도민들도 잇따랐습니다. 상대적으로 건조한 제주의 4월 화재 위험 더 커집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들불 화재는 156건 발생했습니다. 해마다 31건 일어난 셈입니다. 인명피해는 부상 6명, 재산피해는 1억 3,701만 원에 달했습니다. 들불 화재의 46.8%인 73건이 3~5월 사이 봄철 집중됐습니다.
특히 불씨 방치, 담배꽁초 등 부주의에 의한 화재가 127건으로 81.4%를 차지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서귀포시 한 가족공동묘지에서는 잡풀을 모아 태우다 불이 번져 묘지 일대 800㎡와 무덤 20여 기 일부가 불에 타는 사고가 나기도 했습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봄철은 고사리 채취로 길 잃음 사고는 물론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야외활동 증가 등으로 화재발생 위험요인이 많은 계절이다. 위험한 행위는 철저히 금지하고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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