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을 앓으면서도 이웃 사랑을 위한 봉사를 실천해온 정수연씨 생전 모습. 그는 떠나는 길에도 5명에게 장기를 기증했다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희귀병에 걸리고도 이웃을 위한 사랑을 실천해 온 50대 가장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5일 인하대병원에서 정수연씨(52)가 뇌사장기기증으로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고 오늘(19일) 밝혔습니다.
정씨는 지난 2월 29일 거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습니다.
가족의 기증 동의로 정씨는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과 폐, 간, 좌우 신장을 기증하여 5명의 생명을 살렸습니다.
가족들은 정 씨가 평소 이식을 받지 못하고 힘들게 투병하는 환자들을 안타깝게 여기며 나중에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었다고 전했습니다. 가족들은 처음에 뇌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정씨의 바람대로 기증을 통해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정씨 가 기뻐하리라는 생각에 기증을 결정했습니다.
정씨는 20년 전 갑작스럽게 보그트 고야나기 하라다병이라는 희귀질환을 겪게 됐지만, 본인이 앓고 있는 병으로 좌절하거나 세상을 원망하기보다는 현재 주어진 상황 속에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것들을 베풀 수 있을까 고민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사회복지사인 아내를 도와 종종 장애인 목욕 봉사를 하는가 하면, 오랫동안 교회에서 주차 봉사를 했습니다.
강원도 평창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정씨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조용한 성격이었습니다. 젊어서부터 선반 제작 회사에서 기계 설계 근무를 했고, 가정에서는 든든한 아빠이자 가장 역할을 했습니다. 희귀질환 치료로 힘들면 짜증도 낼 법 한데 그러지 않았고, 퇴근 후엔 아이들을 먼저 찾는 다정한 가장이었다고 그의 아내는 전했습니다.
정씨의 아내 김미영씨는 "자기야. 자기는 나에게 가장 다정한 친구였고, 날마다 같이 이야기 나누지 못하는 게 아쉬워. 아픈데도 20년 동안 최선을 다해서 가장으로서, 남편으로, 애들 아빠로서 살아준 게 너무 자랑스러워.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게 되면 나를 제일 먼저 나를 맞아줬으면 좋겠어. 고맙고 정말 사랑해"라고 말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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