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열리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 展에 전시된 정선의 '인왕제색도' (촬영, 고승한 기자)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기 전,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시기입니다.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 좋은 책을 읽고 멋진 공연·전시를 다녀와야만 할 것 같은 요즘인데요.
이번엔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음미하면 좋을 전시에서부터, 산책하듯 가볍게 볼 수 있는 전시, 공연 등 흥미로운 문화 행사들을 모아 봤습니다.
■ '어느 수집가의 초대' 展 개최.. 제주에 온 '이건희 컬렉션'
'어느 수집가의 초대' 展이 오는 8월 18일까지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진행 중입니다.
이번 전시에선 고(故)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살아생전에 수집한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국보와 보물 등 26점을 비롯해 총 360점이 전시되는데, 제주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가치 높은 작품들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대표작으론 국보로 지정된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있습니다. 이번 달 말까지 전시되는 이 작품은 비가 내린 뒤 인왕산을 화폭에 담은 것으로 진경산수화의 대표작입니다.
아울러 정약용이 쓴 '정효자전·정부인전'(7월 2일~7월 14일), 김홍도가 그린 '추성부도'(7월 16일~8월 11일), 장승업의 '웅혼하게 세상을 바라보다'(8월 13일~8월 18일) 등의 주요 작품들이 순차적으로 전시됩니다.
19세기 제주 특산의 붉가시나무로 만든 반닫이 '제주궤'와 제주에서 발간한 고서(古書) 중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작품인 '황석공소서(黃石公素書)' 등 제주 관련 작품 11점도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됩니다.
제주에서 열리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 展 (촬영, 고승한 기자)
고려불화로 보물로 지정된 '천수관음보살도'와 국보 '일광삼존상'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 외 조선시대 궁중 장식화인 십장생도를 비롯해, 초상화, 화조화, 영모화 등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자기 작품들도 전시됩니다.
전시는 △제1부 수집가의 환대 △제2부 수집가의 몰입 △제3자 수집가의 성심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입장은 무료입니다. 최대한 많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전시작들이 교체되는데, 모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선 시기에 맞춰 4번 정도 방문해야 한다는 것이 박물관 측의 설명입니다.
한편, 제주도립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선 오는 7월 21일까지 '이건희 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이 열립니다. 이 전시에는 박수근, 장욱진, 이중섭 등 쟁쟁한 화백들의 작품이 전시됩니다.
■ 뉴욕 사진가가 포착한 '이 시대 마지막 인어' 해녀
제주를 찾은 뉴욕 사진가가 조우한 '이 시대 마지막 인어' 해녀를 조명한 사진전도 열립니다.
제주해녀박물관에선 오는 30일까지 사진작가 피터 애시 리(PETER ASH LEE)의 '마지막 인어, The Last Mermaid' 사진전이 진행 중입니다.
이번 사진전의 주요 피사체는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해녀들.
작가는 지난 2018년 제주도를 여행하며 제주의 특별한 여성 공동체인 해녀에 푹 빠지게 됐고, 이후 해녀들을 촬영하고 해녀문화를 접했습니다.
그의 사진 작품 20여점에선 해녀들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이 드러납니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이자 감독인 피터 애시 리는 "해녀들의 독특한 생활방식, 지혜, 전통은 사라져서는 안 되며 미래 세대를 위한 중요한 발자취로 남아야 한다"며 "마지막 해녀를 통해 모든 해녀를 기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주자치도는 "그의 영향력으로 지난해부터 보그(Vouge) 잡지, CNN 방송,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 등에서 작가의 사진작품과 함께 제주의 해녀문화가 소개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제주 관문 산지천의 과거와 오늘 '한눈에'
과거 제주의 관문이자 제주도민의 삶을 함께한 산지천의 과거와 오늘을 소개하는 '산지천:포구, 항구가 되다' 사진전도 눈길을 끕니다.
오는 8월 21일까지 제주 김만덕기념관에서 진행되는 이 전시는 제주항의 과거와 오늘을 비교해,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산지천의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꾸며졌습니다.
1920년대 산지포구의 모습을 담은 사진 (김만덕기념관 제공)
조선시대 김만덕이 장사를 하던 산지천 하류의 건입포(건들개)부터 일제강점기 산지항 개발의 역사, 제주의 관문으로 거듭난 제주항의 오늘날까지 다양한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히, 흩어져 있던 제주항의 사진들을 모아 정리한 것을 물론, 옛 제주항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더욱 자세하게 제주항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됐습니다.
한편, 이 전시는 '산지천 기획전시' 시리즈 두 번째 전시행사로, 김만덕기념관 개관 9주년을 맞아 마련됐습니다.
■ 제주 연극인들이 꾸민 '동물농장' 오브제 음악극
조지 오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오브제 음악극 '동물농장'이 오는 6월 20일부터 22일까지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세 차례에 걸쳐 상연됩니다.
작품은 동물들의 투쟁 끝에 인간인 농장주가 물러났지만, 그 이후 소수의 돼지가 권력을 독점하면서 농장은 부유해졌으나 나머지 대부분 동물이 더 나은 삶을 살지 못하는 전개로 흐릅니다.
이번 공연은 원작의 권력 비판적 메시지와 줄거리를 살리면서도 공연을 기획한 연극공동체 다움의 색을 입혔습니다. 연극공독체 다움은 제주의 젊은 연극인들이 주축인 극단입니다.
공연은 평일인 6월 20일과 21일은 저녁 7시 30분, 토요일인 22일은 오후 3시에 열립니다.
티켓 예매는 네이버를 통해 할 수 있습니다. 티켓값은 성인 1만 원, 청소년 이하 및 장애인은 5천 원입니다. 매 공연 선착순 330명까지 예매할 수 있습니다.
김정문화회관은 "대중이 살아 깨어 있으면서 권력에 대한 비판, 사회의 부조리 등을 감시 비판할 때 좀 더 발전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음을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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