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까지 제주시 산지천갤러리
소장 그림, 시각예술작품 등 다수
이순려·이지유·정용성 작가 20여 점
#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일본 관동지역을 강타한 M7.9의 대지진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역사적, 사회적 충격을 안겼습니다. 도쿄와 요코하마를 불바다로 만든 지진은 9만 9,331명 사망자와 수많은 부상자, 실종자를 남겼습니다.
수백만 명의 이재민과 함께 일본인들에게 물질적, 정신적으로 깊은 상처를 남긴 대참사였습니다. 이 사건은 그저 자연재해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혼란 속에 벌어진 조선인 학살에 역사의 한 장은 비극으로 얼룩졌습니다.
이같은 역사를 증언하고, 현장을 기록한 그림들은 단순한 예술작품이 아닙니다. 말과 글로는 다 설명할 수 없어 스케치북으로 옮긴, 예술가들의 침묵의 증언입니다.
한 점의 그림이 역사와 감정을 담아내는 방식은 예술적 표현을 넘어서기도 합니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를 향한 길을 밝히는 책임있는 ‘소명(召命)’ 의식과 접점을 공유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예술의 소명을 감각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사실에 대한 증언, 개인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두 가지 방식으로 역사를 만납니다.
지난 1일 시작해, 제주시 산지천갤러리에서 10월 6일까지 이어지는 ‘그림 한 점의 소명’ 전입니다.
■ 증언하는 그림.. “기록 넘어”
4층 전시장은 1923년 9월 1일에 발생한 일본 관동지역 대지진의 역사적 참상을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당시 화가들은 악몽과도 같은 재앙을 순간을 그림으로 기록하며, 참혹함과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하려 했습니다.
1920년대 일본에서 출판된 화집 수록 그림 121점을 비롯해 당시 촬영된 사진 5점 그리고 관동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 사진 3점 등을 전시합니다.
■ 기억하는 그림.. “현재, 과거를 잇다”
3층에선 참여 작가 3인의 작품 20여 점을 소개합니다.
검정을 주색으로 하는 작품들로, 4층 전시물들이 강렬한 색 조합으로 당시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를 드러냅니다.
직접 겪지 않은, 먼 과거를 수렴한 시간은 어디에 닿을 수 있을지 또 어둠에 의한, 기억을 위한 그림이 우리에게 전하는 의미는 무엇일지 관람객들은 작가의 시선과 의식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 사건의 잔상을 붙잡아 형상을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4·3희생자 유해발굴 작업에서 영감을 받은 ‘멜젓처럼’, ‘망천’, ‘감긴 눈’ 등 어둠 속에서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역사 속 사건과 인물들에 대한 깊이 있게 공감하거나(정용성), 제주 근현대사를 바탕으로 한 ‘군대환’, ‘흩어진 몸’ 시리즈 등 제주 섬과 그 안의 사람들의 이야기(이지유), 또는 검정 비닐봉투에서 영감을 받은 추상적인 대상에 인간과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내면서(이순려) 작가들의 깊은 성찰과 기억을 투사합니다.
■ “다시 기억 그리고 잊지 않기 위해”
2층은 역사적 사실이 잊히지 않도록 분투하는 사람들의 흔적을 담고 있습니다. 학술 교양 자료들을 열람할 수 있는 공간과 사회 운동 구호 소개 공간, 픽셀아트로 구성한 참여 공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과거와 현재의 접점을 모색하면서 차별과 폭력의 역사를 넘어 평화적인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13일 오후 4시 개막식과 전시 해설 시간을 갖고, 31일과 9월 1일 오후 관련 강연 일정과 상영 등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번 전시는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동농문화재단 강덕상자료센터 공동 주최, 제주특별자치도·제주문화예술재단·천주교제주교구 공동 후원했습니다.
전시 기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해야 합니다. 무료 관람이며, 자세한 사항은 산지천갤러리로 문의하면 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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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그림, 시각예술작품 등 다수
이순려·이지유·정용성 작가 20여 점
‘다이쇼진재화집(大正震災畵集) 도쿄(東京)’(日本版畵社, 1926) 내 목판화 (동농문화재단 강덕상자료센터 소장)
#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일본 관동지역을 강타한 M7.9의 대지진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역사적, 사회적 충격을 안겼습니다. 도쿄와 요코하마를 불바다로 만든 지진은 9만 9,331명 사망자와 수많은 부상자, 실종자를 남겼습니다.
수백만 명의 이재민과 함께 일본인들에게 물질적, 정신적으로 깊은 상처를 남긴 대참사였습니다. 이 사건은 그저 자연재해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혼란 속에 벌어진 조선인 학살에 역사의 한 장은 비극으로 얼룩졌습니다.
이같은 역사를 증언하고, 현장을 기록한 그림들은 단순한 예술작품이 아닙니다. 말과 글로는 다 설명할 수 없어 스케치북으로 옮긴, 예술가들의 침묵의 증언입니다.
한 점의 그림이 역사와 감정을 담아내는 방식은 예술적 표현을 넘어서기도 합니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를 향한 길을 밝히는 책임있는 ‘소명(召命)’ 의식과 접점을 공유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예술의 소명을 감각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사실에 대한 증언, 개인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두 가지 방식으로 역사를 만납니다.
지난 1일 시작해, 제주시 산지천갤러리에서 10월 6일까지 이어지는 ‘그림 한 점의 소명’ 전입니다.
‘관동대진재화첩(関東大震災畵帖) 동경10화백실사(東京十畵伯實寫)’(1923) 표지 (동농문화재단 강덕상자료센터 소장)
■ 증언하는 그림.. “기록 넘어”
4층 전시장은 1923년 9월 1일에 발생한 일본 관동지역 대지진의 역사적 참상을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당시 화가들은 악몽과도 같은 재앙을 순간을 그림으로 기록하며, 참혹함과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하려 했습니다.
1920년대 일본에서 출판된 화집 수록 그림 121점을 비롯해 당시 촬영된 사진 5점 그리고 관동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 사진 3점 등을 전시합니다.
이지유 作 ‘흩어진 몸’ 시리즈
■ 기억하는 그림.. “현재, 과거를 잇다”
3층에선 참여 작가 3인의 작품 20여 점을 소개합니다.
검정을 주색으로 하는 작품들로, 4층 전시물들이 강렬한 색 조합으로 당시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를 드러냅니다.
직접 겪지 않은, 먼 과거를 수렴한 시간은 어디에 닿을 수 있을지 또 어둠에 의한, 기억을 위한 그림이 우리에게 전하는 의미는 무엇일지 관람객들은 작가의 시선과 의식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순려 作 ‘외할머니’
역사적 사건의 잔상을 붙잡아 형상을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4·3희생자 유해발굴 작업에서 영감을 받은 ‘멜젓처럼’, ‘망천’, ‘감긴 눈’ 등 어둠 속에서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역사 속 사건과 인물들에 대한 깊이 있게 공감하거나(정용성), 제주 근현대사를 바탕으로 한 ‘군대환’, ‘흩어진 몸’ 시리즈 등 제주 섬과 그 안의 사람들의 이야기(이지유), 또는 검정 비닐봉투에서 영감을 받은 추상적인 대상에 인간과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내면서(이순려) 작가들의 깊은 성찰과 기억을 투사합니다.
정용성 作 ‘멜젓처럼’
■ “다시 기억 그리고 잊지 않기 위해”
2층은 역사적 사실이 잊히지 않도록 분투하는 사람들의 흔적을 담고 있습니다. 학술 교양 자료들을 열람할 수 있는 공간과 사회 운동 구호 소개 공간, 픽셀아트로 구성한 참여 공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과거와 현재의 접점을 모색하면서 차별과 폭력의 역사를 넘어 평화적인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2층 전시장은 역사적 사실이 망각되지 않도록 분투하는 사람들의 흔적을 담았다. 다양한 학술 교양 자료 열람이 가능하고, 관람객들이 과거와 현재의 접점을 모색하며 평화의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장으로 구성했다.
13일 오후 4시 개막식과 전시 해설 시간을 갖고, 31일과 9월 1일 오후 관련 강연 일정과 상영 등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번 전시는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동농문화재단 강덕상자료센터 공동 주최, 제주특별자치도·제주문화예술재단·천주교제주교구 공동 후원했습니다.
전시 기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해야 합니다. 무료 관람이며, 자세한 사항은 산지천갤러리로 문의하면 됩니다.
‘그림 한 점의 소명’전, 4층 전시 공간은 관동대지진 참상을 담은 목판화와 사진, 스케치 등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작품들은 당시의 참혹함과 절망을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관람객들에게 그 순간을 마치 직접 목격하는 듯한 경험을 전한다.
산지천갤러리 전경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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