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구좌읍 / 오늘(7일) 오전
당근 주산지인 제주시 구좌읍의 한 당근밭.
농사가 한창이어야 할 땅은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졌습니다.
일부 새싹들이 힘겹게 올라왔지만 그마저도 비쩍 말라 쓰러졌습니다.
지난달 중순부터 파종이 시작됐지만, 정상적인 밭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돕니다.
이효형 기자
"지난달 파종이 끝난 당근 밭입니다. 지금쯤이면 새싹이 충분히 돋아나야 할 시기지만, 연이은 폭염에 땅은 갈라지고 씨앗은 땅속에서 그대로 말라버렸습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폭염에 토양 온도가 40~50도까지 올라, 씨앗이 발아하지 못하는 겁니다.
게다가 파종 이후 3주 동안 비도 거의 내리지 않았습니다.
5㎜ 이상의 비가 내린 건 달랑 이틀에 불과합니다.
밭에 댈 물은 진작에 떨어졌습니다.
이영철 / (사)제주당근연합회 사무국장
"물을 주려고 하니까 물이 안 나와요. 물을 주려고 다 설치를 해놔도 물이 없으니까, 물이 안 나오니까"
농협과 제주시에서 부랴부랴 물탱크마다 비상 급수를 지원하고 있지만 턱없이 모자랍니다.
윤민 / 구좌농협 조합장
"우리 지역의 가뭄을 해소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만은 아시다시피 그것도 한계가 있다.. 비가 와줘야 되는데 못 오는 부분이 있어서 우리 농민들이 울상인데.."
이런 상황에서 밭을 갈아엎고 다시 파종을 하는 건 사실상 의미가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올해부터 재해 보험 가입 문턱도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발아가 50% 이상 확인돼야만 가입할 수 있어, 아예 발아하지 못한 농가는 그림의 떡이라는 얘깁니다.
농가에선 벌써 당근 농사를 포기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돕니다.
박순자 / 당근 농가
"상황이 엄청 안 좋아요. 지금도 이렇게 가뭄이니까 지금 파종시기인데 (땅을) 못 가는 밭도 많아요. 우리도 지금 밭 3개 못 갈았어요. 만약에 비가 안 올 경우에는 (농사를) 포기한다는 거지"
현재까지 폭염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당근 농가는 전체의 70%에 달하는 900곳 정도.
전국 당근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최대 주산지인 제주가 폭염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월동채소 전반으로 파장이 커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JIBS 이효형입니다.
(영상취재 윤인수)
JIBS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윤인수 (kyuros@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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