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에콜 드 제주' 전시회 개막식 현장.
뜨거운 폭염을 밀어낼 '가을장맛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야외활동하기엔 마땅찮은 날씨, 가볼 만한 전시회를 소개해 드립니다.
■ 제주 근현대 미술의 뿌리를 찾아서
한국전쟁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근현대 미술사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에콜 드 제주' 전시회가 제주도립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3일까지 진행 중인 이번 전시회에선 한국전쟁을 피해 제주에 모여든 예술가들이 제주에서 창작과 미술교육에 몰입하며 빚어낸 회화와 조각 등 67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에콜 드 제주'라는 전시회 명칭은 1차 세계대전을 피해 프랑스 파리로 피난 온 예술가들을 상징하는 '에콜 드 파리'에서 빌려왔습니다. '에콜'은 프랑스어로 학교를 뜻합니다.
전시회는 △한국전쟁과 제주미술 △미술교사, 제주미술을 이끌다 △전문 미술교육의 시작과 학원미술의 재건 등 총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됐습니다.
특히, 제1섹션에선 전쟁을 피해 내려온 홍종명, 이중섭, 장리석, 이대원 등 피난작가들과, 일본 등지에서 유학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조영호, 장희옥 등이 교편을 잡고 제주에 정착하면서 다양성이 꽃을 피운 제주 화단의 작품 19점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전시에서는 제주의 전시문화를 꽃피웠던 다방 전시가 재현됐습니다. 다방은 제주미술 확산에 기여한 공간이자 추억의 장소로, 1950년대부터 전시공간으로 활용된 이래 1960~1970년대 제주미술사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다방전을 거쳤다고 미술관 측은 설명했습니다.
■ "경매 시작가 10억 원" 김창열 화백 전시회
한국 현대미술의 거인 김창열(1929~2021), 권영우(1926~2013) 두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제주에서 열립니다.
김창열 화백은 제주에 그의 이름을 딴 도립미술관이 있을 정도로 제주와 인연이 깊습니다.
김 화백은 1950년대 한때 제주에서 경찰 생활을 하며 당시 서귀포에 살던 이중섭 화백과 교류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달 말 서울에서 열리는 한 예술품 경매에 그의 물방울 유작 경매 시작가가 10억 원에 달하는 사실이 알려져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오는 12월 1일까지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사유의 여정'과 '명경지수(明鏡止水)'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됐습니다.
'사유의 여정'에선 두 작가의 초기 작품과 1970년대 작품을 통해 깊은 사유를 거쳐 변화하는 작품의 양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명경지수'에선 두 작가가 각자의 독특한 창작 오브제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 전시됩니다. 권영우의 한지 작업에선 한지라는 종이의 물성을, 김창열의 물방울 작업에선 자연의 순환과 치유의 메시지를 드러내는 식입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두 작가의 작업 도구를 함께 선보여 작가를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습니다.
■ 101년 전 관동대학살의 증언 '그림 한 점의 소명'
101년 전 수천 명의 조선인 등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일본 관동대학살을 기억하기 위한 전시가 제주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바로 '그림 한 점의 소명' 전시회입니다. 제주시 산지천갤러리에서 오는 10월 6일까지 진행 중입니다.
관동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일본 관동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이 발생해 당시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조선인 등이 학살당한 사건입니다. 당시 지진으로 분노한 민심이 조선인 등 약자에게 쏠리면서 학살이 벌어졌습니다.
이 학살의 시발점은 당시 일본 내무성이 각 경찰지서에 하달한 지침 때문이었습니다. 해당 지침에는 '조선인들이 방화와 폭탄에 의한 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라는 사실무근의 내용이 있었습니다.
전시회에선 당시 상황을 증언하기 위해 그려진 그림들과 역사적 사건을 마주한 개인의 생각을 현대미술로 승화한 정용성, 이지유, 이순력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전시회는 동농문화재단 강덕상자료센터와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 공동주최로, 제주문화예술재단의 2024년 예술창작과 발표공간 공모사업에 선정되며 마련됐습니다. 매주 월요일과 법정공휴일은 쉽니다.
앞서 자세히 소개한 전시외에도 다양한 작품전이 제주 곳곳에서 진행됩니다. 제주현대미술관 1평 미술관에선 내년 3월 2일까지 박길주 작가의 '잃어버릴 새들' 전시화가 열립니다. 미술관 내 여유공간에 마련된 이 1평 미술관에선 박 작가가 자연에서 마주친 새들의 모습을 작품화한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기후 변화로 인해 사라져가는 새들의 모습이 우리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외에도 △'부마, 민주주의의 새벽을 열다' 부마민주항쟁 아카이브展(~10월 20일, 제주4·3평화기념관 기획전시실) △김현성 개인전 '물성의 일기'(9월 21일~11월 14일, 예술공간 이아) △제30회 제주청년작가전-김규리·김지오·이가희 작가(~10월 3일 제주문화예술진흥원) 등 다양한 전시가 열립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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