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13일.. 제주시 ‘심헌갤러리’서
‘작가와의 대화’.. 10월 6일 오후 4시
# 우리는 흔히 일상에서 눈앞에 보이는 것들만을 바라보고, 사물의 표면적인 형태와 색감에만 주목하며 첫인상에 빠져들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과 기억이 숨 쉬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침묵하던 사물이 어느 순간 그 깊은 이야기를 속삭일 때, 우리는 그 무게와 깊이에 압도당합니다.
빛이 사물 위로 스며들고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감각은 보이지 않는 시간을 포착합니다. 빛과 그림자는 단순한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지나온 세월과 그 안에 축적된 무수한 기억들이 우리의 의식 속에 폭발하듯 스며듭니다. 오래된 벽면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 나무의 단단한 나이테에 기록된 세월의 흐름은 자연의 산물을 넘어 하나의 서사로 다가옵니다. 이러한 사물들이 간직한 고요한 이야기에 매료된 시선이 바로 이번 전시의 출발점입니다.
정미숙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 ‘깊은(Deep)’이 10월 4일부터 제주시 '심헌갤러리'에서 열립니다. 이전까지 제주 자연과 풍광을 사진으로 기록하던 작가는 이번에 전혀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마주하고 렌즈에 담았습니다. 사물의 표면을 넘어 그 속에 깃든 내면의 이야기를 탐구하며, 심리적 변화와 시각적 확장을 담은 신작 33점을 선보입니다
작가는 이제 더이상 기록하는 관찰자에 머물지 않겠다며 제주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삶의 '이유'를 사진 속에 담아, 안개비 속에서 만난 바다에 그 속삭임을 전하는데서 한 걸음 나아가 속 깊은 내면을 담아 펼쳐냈습니다.
그렇다고 자연을 일체 배제한 것은 아닙니다. 자연과의 은밀한 대화는 색감에, 작품이 주는 느낌에 온전히 담아냈습니다. 피사체들은 내면적 만남을 통해 독창적인 세계로 재탄생했습니다.
전시에서 사물의 ‘단면’은 물리적 개념을 넘어 시간의 흐름과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의미합니다.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을 살아온 나무의 단면은 바람과 비, 햇빛을 견뎌온 시간의 기록입니다. 나이테는 세월이 만들어낸 단면으로, 그 안에는 자연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담겨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래된 벽면의 균열과 거친 표면은 그곳을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자, 숨겨진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연의 흔적들은 렌즈를 통해 사물의 내면으로 끌어올려져, 한 편의 서사시처럼 관람객에 말을 겁니다.
제주 자연이 지닌 깊이와 신비로움은 작가의 내면적 시선으로 재해석되고 온갖 사물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을 넘어, 그 속에 담긴 시간을 지신들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보는 이들은 그 속에서 흐르는 시간의 무게와 숨겨진 기억을 느끼며, 마치 사물들이 말을 거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는 사물이 단순히 도구나 기능적인 역할을 넘어, 존재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고 본 독일 철학자인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의 ‘사물의 존재 방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작가의 작품은 이런 사물의 존재성을 빛과 그림자를 통해 드러냅니다.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빛과 그림자의 경계 속에 새롭게 드러나는 사물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빛은 사물을 드러내면서도 그 내면을 감추기도 합니다. 그림자는 그 반대로 사물의 깊이를 드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바르트(Roland Gérard Barthes, 1915~1980)가 ‘카메라 루시다’에 언급한 ‘푼크툼(punctum)’처럼, 있는 그대로 의미인 ‘스투디움(studium)’을 넘어선 작품 속에서 빛과 그림자 자체가 시선을 사로잡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스투디움’을 부술 정도로 개인적인, 그러면서 보는 이마다 다르게, 사물이 지닌 내면의 이야기를 더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이번 전시는 제주의 자연이나 과거의 풍경에서 벗어나 사물의 단면과 그 속에 내재된 기억, 시간, 그리고 내면의 깊이를 탐구하는 과정입니다. 이런 예술적 전환은 단순한 외형적 변화가 아니라, 내면과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입니다.
작가노트에서 작가는 “사람이나 자연이나 우리는 보이는 대로 생각하고 판단했다. 그러나 관심을 갖고 가까이, 자세히, 오랫동안 바라보니 다른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라며 사물의 ‘깊이’에 천착한 계기를 밝혔습니다.
“낡은 벽면, 시간의 빛과 자연의 산물들, 그리고 바람. 그 모든 것이 만나는 순간, 나는 또 다른 형태와 아름다움을 발견했다”라는 작가는, “이제까지는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제주의 풍광을 담아왔다면 그간의 전시와는 사뭇 다를 수 있는 색다른 소재와 주제로 여섯 번째 전시를 펼친다. 새롭게 시도하는 다양성의 작업으로 보아 주길 바란다”라고 전시 취지를 전했습니다.
전시는 10월 13일까지 이어지며, 10월 6일 오후 4시에는 문화기획자 이상엽 삼달다방지기가 진행하는 ‘작가와의 대화’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2017년 ‘색, 삶의 결이 되다’ 전을 시작으로 ‘이유’(서귀포 예술의전당, 2023) 등 꾸준히 개인전을 개최해 왔습니다. 또한 ‘흙심전’(서울, 2010), ‘크리스마스 선물전’(2016), ‘서귀포 빚음 어항당 나누기’(2020), ‘제주동네책방 예술여행 공유회’ 전(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에서도 서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진 동아리 강사, 서귀포시 장애인종합복지관 사진 창작활동 프로그램 강사, 어르신 생일상 촬영 자원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가와의 대화’.. 10월 6일 오후 4시
# 우리는 흔히 일상에서 눈앞에 보이는 것들만을 바라보고, 사물의 표면적인 형태와 색감에만 주목하며 첫인상에 빠져들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과 기억이 숨 쉬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침묵하던 사물이 어느 순간 그 깊은 이야기를 속삭일 때, 우리는 그 무게와 깊이에 압도당합니다.
빛이 사물 위로 스며들고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감각은 보이지 않는 시간을 포착합니다. 빛과 그림자는 단순한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지나온 세월과 그 안에 축적된 무수한 기억들이 우리의 의식 속에 폭발하듯 스며듭니다. 오래된 벽면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 나무의 단단한 나이테에 기록된 세월의 흐름은 자연의 산물을 넘어 하나의 서사로 다가옵니다. 이러한 사물들이 간직한 고요한 이야기에 매료된 시선이 바로 이번 전시의 출발점입니다.
정미숙 作
정미숙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 ‘깊은(Deep)’이 10월 4일부터 제주시 '심헌갤러리'에서 열립니다. 이전까지 제주 자연과 풍광을 사진으로 기록하던 작가는 이번에 전혀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마주하고 렌즈에 담았습니다. 사물의 표면을 넘어 그 속에 깃든 내면의 이야기를 탐구하며, 심리적 변화와 시각적 확장을 담은 신작 33점을 선보입니다
작가는 이제 더이상 기록하는 관찰자에 머물지 않겠다며 제주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삶의 '이유'를 사진 속에 담아, 안개비 속에서 만난 바다에 그 속삭임을 전하는데서 한 걸음 나아가 속 깊은 내면을 담아 펼쳐냈습니다.
그렇다고 자연을 일체 배제한 것은 아닙니다. 자연과의 은밀한 대화는 색감에, 작품이 주는 느낌에 온전히 담아냈습니다. 피사체들은 내면적 만남을 통해 독창적인 세계로 재탄생했습니다.
전시에서 사물의 ‘단면’은 물리적 개념을 넘어 시간의 흐름과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의미합니다.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을 살아온 나무의 단면은 바람과 비, 햇빛을 견뎌온 시간의 기록입니다. 나이테는 세월이 만들어낸 단면으로, 그 안에는 자연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담겨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래된 벽면의 균열과 거친 표면은 그곳을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자, 숨겨진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연의 흔적들은 렌즈를 통해 사물의 내면으로 끌어올려져, 한 편의 서사시처럼 관람객에 말을 겁니다.
제주 자연이 지닌 깊이와 신비로움은 작가의 내면적 시선으로 재해석되고 온갖 사물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을 넘어, 그 속에 담긴 시간을 지신들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보는 이들은 그 속에서 흐르는 시간의 무게와 숨겨진 기억을 느끼며, 마치 사물들이 말을 거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는 사물이 단순히 도구나 기능적인 역할을 넘어, 존재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고 본 독일 철학자인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의 ‘사물의 존재 방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작가의 작품은 이런 사물의 존재성을 빛과 그림자를 통해 드러냅니다.
정미숙 作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빛과 그림자의 경계 속에 새롭게 드러나는 사물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빛은 사물을 드러내면서도 그 내면을 감추기도 합니다. 그림자는 그 반대로 사물의 깊이를 드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바르트(Roland Gérard Barthes, 1915~1980)가 ‘카메라 루시다’에 언급한 ‘푼크툼(punctum)’처럼, 있는 그대로 의미인 ‘스투디움(studium)’을 넘어선 작품 속에서 빛과 그림자 자체가 시선을 사로잡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스투디움’을 부술 정도로 개인적인, 그러면서 보는 이마다 다르게, 사물이 지닌 내면의 이야기를 더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이번 전시는 제주의 자연이나 과거의 풍경에서 벗어나 사물의 단면과 그 속에 내재된 기억, 시간, 그리고 내면의 깊이를 탐구하는 과정입니다. 이런 예술적 전환은 단순한 외형적 변화가 아니라, 내면과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입니다.
정미숙 作
작가노트에서 작가는 “사람이나 자연이나 우리는 보이는 대로 생각하고 판단했다. 그러나 관심을 갖고 가까이, 자세히, 오랫동안 바라보니 다른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라며 사물의 ‘깊이’에 천착한 계기를 밝혔습니다.
“낡은 벽면, 시간의 빛과 자연의 산물들, 그리고 바람. 그 모든 것이 만나는 순간, 나는 또 다른 형태와 아름다움을 발견했다”라는 작가는, “이제까지는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제주의 풍광을 담아왔다면 그간의 전시와는 사뭇 다를 수 있는 색다른 소재와 주제로 여섯 번째 전시를 펼친다. 새롭게 시도하는 다양성의 작업으로 보아 주길 바란다”라고 전시 취지를 전했습니다.
전시는 10월 13일까지 이어지며, 10월 6일 오후 4시에는 문화기획자 이상엽 삼달다방지기가 진행하는 ‘작가와의 대화’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2017년 ‘색, 삶의 결이 되다’ 전을 시작으로 ‘이유’(서귀포 예술의전당, 2023) 등 꾸준히 개인전을 개최해 왔습니다. 또한 ‘흙심전’(서울, 2010), ‘크리스마스 선물전’(2016), ‘서귀포 빚음 어항당 나누기’(2020), ‘제주동네책방 예술여행 공유회’ 전(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에서도 서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진 동아리 강사, 서귀포시 장애인종합복지관 사진 창작활동 프로그램 강사, 어르신 생일상 촬영 자원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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