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제공
# 하나의 ‘점’에서 시작한 여정은 단순한 종착지로 끝나는 듯하지만, 그 점들이 ‘선’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걷는 이들의 발길은 더 깊어집니다.
한 발 한 발, 길 위에 남긴 발자국은 바람을 따라 마을과 마을을 잇는 선이 되고, 그 선들이 얽히고 맞물리며 ‘면’으로 확장할 때 제주 올레 길이 품은 진정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바로 이 점과 선, 면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마을과 함께 나누는 축제입니다.
각자 발걸음(점)이 모여 긴 ‘선’을 이루고, 나아가 다채로운 ‘면’으로 펼쳐질 때 그 길은 더 이상 개인의 여행이 아닙니다. 마을 주민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저마다의 이야기와 삶이 얽히고설킨 고유한 공동체적 서사입니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가는 길은 흔한 연결이 아닌, 그 안에 수많은 이야기를 품었고 각 마을은 그 이야기의 일부로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저 오가는 발길만 모은 게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함께 나누는 축제의 시작입니다.
<글 싣는 순서>
① 걸어서 제주 한 바퀴, 437km : "길 위의 사색, 나를 향한 여정"
② 따로 또 같이 걷는 즐거움 : 마을과 함께 만드는 축제
③ 제주의 미래를 걷다: 친환경으로 이어가는 축제
④ 올레길 위에서 문화를 만나다 : 올레 위 문화 공연
⑤ 자원봉사와 후원의 힘 : 올레꾼, 봉사자들이 같이 흥겹게 만들어가는 축제
제주올레 제공
■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이어가는 도보여행 길
제주올레는 푸른 바다와 오름, 검은 현무암으로 쌓은 돌담, 사시사철 푸르른 들, 주황색 과실이 주렁주렁 달린 귤나무 밭 등 제주도의 빼어난 풍광 속으로 우리의 발걸음을 이끕니다.
자동차를 타고 유명 관광지를 찾아가는 여행이 '점의 여행'이라면, 제주올레는 그 점들을 잇는 '긴 선의 여행'입니다. 올레를 걸을 때면, 점 찍듯 둘러볼 때는 미처 보지 못한 아름다운 자연, 문화 그리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제주올레가 코스를 엮을 때 고수해온 몇 가지 원칙들이 있습니다. ▲사라진 옛길을 찾고, 되도록 아스팔트 길은 피한다 ▲새로운 길을 만들 때는 친환경적인 방식을 쓰고 인공적인 설치물은 자제한다 ▲각 코스 시작점, 중간점, 종점은 가능한 마을을 통과하도록 한다 ▲인근에 있는 주요 관광명소, 유적지, 고유의 히스토리 공간을 연결하되 도보여행 루트로서의 퀄리티가 보장돼야 한다 등입니다.
이렇듯 제주올레 길은 제주의 자연과 사람을 잇는 길로 '점' 찍듯 둘러보는 여행을 넘어 긴 '선'의 여행을 만들고, 나아가 길을 이어주는 마을에 도보여행자들이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면'으로서 여행을 지향합니다.
제주올레 1코스에서 바라본 제주 동쪽 바다. 제주올레 제공
그 결과 제주올레 437km, 27개 코스는 129개 마을과 함께 호흡하는 길동무가 됐습니다. 올레 한 코스당 평균 3개 이상의 마을을 지나면서 그 안에서 머물고 교감하는 여행지로 거듭났습니다.
1코스가 지나는 성산의 종달리 마을은 한적한 해안을 배경으로 개성 넘치는 카페, 식당,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책방이 자리 잡으면서 활기를 띱니다. 제주시 한경면의 외진 낙천리 마을은 올레 13코스를 걷는 여행자들의 발길로 다시금 생동감을 되찾고 있습니다.
무릉외갓집. 제주올레 제공
이처럼 오늘날 ‘올레 길‘의 생명력은 길을 내어준 주민들과 마을이란 존재가 있어 가능했습니다. 때문에 제주올레 역시도 ‘마을이 행복해야 제주도가 행복하다’는 철학 아래, 지역 공동체와 함께 발전해 나가며 지속 가능한 여행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1사 1올레’ 결연 프로젝트가 지역 사회와 협력하는 공동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면서, 서귀포시 대정읍의 무릉외갓집은 지역 농산물을 꾸러미로 제공하는 회원제 서비스를 통해 성공적인 사례로 자리 잡았습니다.
눈에 띄는 또다른 모델로는 ‘족은(’작은‘의 제주어) 안내소’가 있습니다. 제주올레 27개 코스 가운데 12개 코스에는 공식 안내소가 없는데, 마을 주민들이 자신의 가게 일부를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안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관광정보는 그 지역의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이 제공합니다.
이런 주민들의 배려와 관심이 현재 ‘안내소’ 모델로 이어졌고, 이 공간은 마을의 중심에서 여행자와 주민을 잇는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교류의 장이자 도보 여행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제주올레 '족은 안내소' 등 위치도. 제주올레 제공
■ 올해 축제는 어떤 마을이?...”올레축제 기대만발“
11월 7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올해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지역 마을과의 협업을 통해 더욱 특별한 경험의 장을 제공합니다.
참가자들은 마을 주민들의 손맛이 담긴 제주 전통 음식을 만날 수 있고, 비건 메뉴 또한 준비되어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미 1,000명분 사전 예약이 끝난 점심 메뉴 외에도 현장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구매할 수 있도록 마을 주민들이 준비 중입니다.
올레축제 1일차 점심 메뉴인 뿔소라강된장톳비빔밥(일반식)과 표고장아찌비빔밥(채식). 제주올레 제공
축제 1일차 14코스(점심장소 : 월령포구)에서는 월령리부녀회에서 일반식으로 뿔소라강된장과 톳 비빔밥, 채식 메뉴로 표고장아찌비빔밥 그리고 2일차 15-B코스(점심장소 : 영등할망신화공원)에서는 돼지고기카레와 채소튀김카레, 3일차 16코스(점심장소 : 물미삼동밭-드르쿰다 애월점)는 하귀농협농가 주부모임이 돼지국밥과 버섯들깨국밥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코스 선상에 있는 식당을 이용하거나, 혹은 식당이 없는 코스를 걸을 때는 미리 도시락을 준비하길 당부하고 있습니다.
제주올레 제공
마을과 함께 하는 축제답게 주민들이 주축이 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눈길을 끕니다.
축제 1일차 점심장소인 월령포구에서는 제주어 퀴즈로 월령리 선인장 마을을 알아보는 '제주어&월령리 선인장 마을, 얼마나 아시나요?' 프로그램, 그리고 2일차 점심장소인 영등할망신화공원에서는 '영등할망이 전하는 오늘의 운세, 포춘쿠키로 확인하세요!'를 진행합니다.
3일차 점심장소인 물미삼동밭(드르쿰다 애월점)에서는 ’초당 옥수수‘ 고장으로 유명한 수산리에서 참가자들이 즉석 2행시를 지으면 마을 이장이 감사의 의미로 초당옥수수찐빵을 선물하는 이색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또 마을의 상징인 곰솔 이야기와 산책하기 좋은 코스를 이장이 직접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하는 등 마을과 연결된 이색 체험들을 다채롭게 준비해 걷는 즐거움을 더할 전망입니다.
폐막장소인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에서는 '광령 2리 부녀회와 함께 하는 감물염색체험'을 준비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즐겨 입는 갈옷을 비롯해 감물 염색 제품들은 물론 염색공정까지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전통 갈옷의 매력을 느껴볼 흔치 않은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2024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11월 7일부터 9일까지 제주도 서쪽 한경, 한림, 애월에 있는 올레 14, 15-B, 16코스 일원에서 열리며 공식꾸러미를 받을 수 있는 사전 참가신청은 11일 마감합니다. 신청은 제주올레 공식 앱 올레패스로만 가능합니다.
2024 제주올레 걷기축제 포스터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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