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제공)
# 길이란 게, 그저 걸어 장소를 옮겨 가는 ‘이동’의 개념을 넘어서면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발견하고 또 공명하고 교감하는 무대로 변모합니다. 자연은, 종전 배경으로서 ‘펼쳐진’ 공간이란 객체에서 나아가, 스스로 주인공이자 주체로서 함께 걸으며 ‘존재’합니다. 숲의 속삭임과 파도의 리듬에 맞춰 울려 퍼지는 음악, 바람에 춤추듯 생동하는 퍼포먼스, 길 위의 모든 것이 거대한 이야기이자 예술 작품으로 펼쳐집니다.
‘2024 제주올레걷기축제’는 이런 길을 캔버스 삼아 예술과 자연이 하나 된 순간들을 그려냅니다. 3~5km씩 걷고 나면 만나게 되는 휴식 지점에선 참가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다양한 공연과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걸음걸음마다 깊은 자연의 호흡에 예술의 맥박을 더하고, 길 위의 모든 만남과 경험을 하나의 서사로 잇는 순간을 선사하는 축제의 시간으로 채워지는 것입니다.
<글 싣는 순서>
① 걸어서 제주 한 바퀴, 437km : "길 위의 사색, 나를 향한 여정"
② 따로 또 같이 걷는 즐거움 : 마을과 함께 만드는 축제
③ 제주의 미래를 걷다: 친환경으로 이어가는 축제
④ 올레길 위에서 문화를 만나다 : 자연이 무대가 되는 길 위의 공연들
⑤ 자원봉사와 후원의 힘 : 올레꾼, 봉사자들이 같이 흥겹게 만들어가는 축제
지난해 제주올레 걷기축제에서 펼쳐진 올레축제 홍보대사 예동어린이합창단의 흥겨운 공연 (제주올레 제공)
■ 첫 날의 서막 “자연을 깨우는 하모니”
축제의 첫날, 저지녹색농촌체험장에서 시작해 한림항까지 이어지는 일정은 개막식에서부터 생동감이 넘칩니다. 14코스 정방향의 여정으로, 개막식 공연에는 매년 축제 때마다 함께하는 올레축제 홍보대사 ‘예동어린이합창단’의 무대가 펼쳐집니다. 흥겨운 리듬과 화려한 퍼포먼스의 크로스오버 풍물밴드 ‘이상’이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강렬한 퍼포먼스로 길 위의 예술적 리듬을 열어줍니다.
길 위에서 처음 공연은 시작점에서 6km지점에 위치한 소낭쉼터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채움’ 극단의 퍼포먼스로, 정교하게 제작한 마리오네트 인형들이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선보입니다.
점심장소인 월령포구에서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제주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합니다. ‘제주어 & 월령리 선인장마을, 얼마나 아시나요?’ 프로그램으로 우리가 걷고 있는 제주 그리고 월령리 선인장 마을에 대해 제주어 퀴즈를 통해 재미있게 알아가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오후 공연에선 비양도 쪽빛 바다가 펼쳐진 금능해수욕장에서는 민족문화유산인 연이 하늘을 수놓는 연 퍼레이드가 진행됩니다. 이어서 한림 옹포리 명월포전적지에선 기타와 건반 듀엣으로 구성된 제주 출신 인디밴드, 싱어송라이터 노을과 김보영의 무대가 펼쳐집니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소소하게 써내려가는 일기처럼 들려주는 음악 공연으로 한 템포 쉬어가는 자리로 꾸며집니다.
첫날 종점 한림항에선 지역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공연이 열립니다. 공연팀은 바로 한림읍 주민들로 구성된 한림합창단과 한림사랑 색소폰 동호회. 이들은 지역 내 각종 연주 행사와 음악 봉사활동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낼 예정입니다. 제주올레는 올해 축제를 위해 지난 8월 무용, 음악, 댄스, 마술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와 아마추어 공연팀을 공개 모집하고 이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열린 제주올레 걷기축제 공연(제주올레 제공)
■ 두 번째 날 “바람을 타고 흐르는 문화의 교류”
둘째 날은 올레 15-B코스(역방향)로 애월읍 고내리 레포츠공원에서 출발해 한림항까지 이어지는 여정입니다. 이 길에선 각양각색의 문화가 자연과 어우러지며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고내리 레포츠공원에서부터 축제 참가자들의 발걸음을 응원하기 위한 공연이 열립니다.
특히 매년 축제에 참가하고 있는 대만천리길에서 가수 펑 자오-홍(PENG,ZHAO-HONG)이 ’얼후‘ 연주와 독특한 음색으로 대만 전통 음악을 선보이며, 참가자들에게 이국적인 문화적 감각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이 무대는 서로 다른 문화가 자연의 맥락 속에서 만나는, 진정한 ‘교류’의 순간을 연출합니다. 참가자들은 대만의 음악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와 정서를 공유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의 의미를 더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다양한 소악기로 무대를 꾸미는 2인조 가수 피그말리온의 공연이 펼쳐집니다. 피그말리온은 기타, 멜로디언, 카주, 쉐이커 등의 다양한 악기를 함께 연주하며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무대를 선보입니다.
이어 성산읍 삼달리에 있는 별꼴학교의 학생들로 구성된 밴드 ‘삼달리 별꼴들’이 10대들의 풋풋하고 열정 넘치는 공연을 선보입니다.
이렇게 시작점에서 공연을 보고 출발해 걷다가 애월어촌계 정자에 도착하면 ‘마임in’ 공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커다란 여행 가방을 활용한 마임의 진수를 선보이면서 음악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지난해 열린 제주올레 걷기축제 (제주올레 제공)
곽지해수욕장에서는 조금 더 느긋하게 ‘놀멍(놀면서의 제주어)’을 즐겨보길 권합니다. 에메랄드빛 해변을 무대로 제주 출신 드러머 '시니'의 독특하고 신나는 타악기 버스킹 연주가 펼쳐집니다. 오로지 리듬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무대가 걸어온 길을 그리고 걸어갈 길을 응원해주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후 공연 프로그램은 종점을 3km 남겨놓고 해운사 앞에서 감성 넘치는 공연이 기대감을 고조시킵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크로메틱 하모니카 연주자 권영철 씨가 무대에 올라 섬세한 테크닉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올레길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렛 잇 비, 엄마야 누나야 등을 연주하며 관객들에게 ‘쉬멍(쉬면서의 제주어)’이란 말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제공합니다. 하모니카 연주가 담아내는 감성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가 제주 자연, 올레 길 정취와 어우러져 참가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2일차 종점에선 14km를 걸어온 참가자들의 피로를 잊게 해주는 공연이 열립니다. 우선 갓대금이 무대에 올라 전통 음악의 경계를 넘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된 새로운 대금 연주를 선보입니다. 이어 코지재즈오피스의 재즈트리오 공연에선 강렬한 피아노 사운드, 리드미컬한 드럼, 균형 잡힌 베이스가 어우러진 구성으로 귀에 익은 곡들을 연주해 흥을 돋으며 재충전을 돕습니다.
지난해 열린 제주올레 걷기축제 (제주올레 제공)
■ 마지막 날 “예술의 향연, 그 결말을 장식하는 서사”
3일차 마지막 날 올레 16코스로 고내리 레포츠공원에서 출발해 항파두리 항몽유적지로 이어지는 여정은, 다양한 악기와 음색이 만들어내는 음악적 서사로 가득 찹니다.
시작점인 고내리 레포츠공원에서는 ‘슬로우어스’가 첫 번째 무대를 장식합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남녀 혼성 밴드로, 어쿠스틱 기타, 카혼, 베이스, 건반, 보컬이 어우러져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음악드로 관객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공연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어 직장인 밴드 ‘할락’이 공연을 펼칩니다. ‘할락’은 제주어로 '같이 하자', '해보자'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밴드의 생동감 넘치는 락 리듬이 참가자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시작점에서 4km 지점에 위치한 애월 구엄포구 역시 아름다운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도민 1악기 오카리나 문화원’의 공연이 기다립니다. 오카리나를 중심으로 한 이 팀은 연주 봉사 활동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오카리나의 매력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렇게 걷다보면 오르기에 어렵지 않은 수산봉을 마주합니다. 수산봉 정상에서는 색소포니스트 레옹의 무대가 등장합니다. 독창적인 음악 스타일과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색소폰의 다양한 음색을 활용한 감정 깊이 있는 연주를 선보입니다.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레옹의 음악에 빠져드는 특별한 순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수산봉에서 내려오면 점심장소인 ‘드르쿰다’ 애월점에 도착합니다. 또 한 번 쉬어가는 시간으로, 발라드와 트로트 장르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가수 정성훈이 독특하고 감정이 풍부한 목소리로 가을날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무대를 선사합니다.
(제주올레 제공)
폐막공연에서는 다채로운 무대가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아마추어와 가수로 구성된 ‘에버그린’ 기타동호회가 첫 무대를 열며 관객들과의 호흡을 통해 대중적인 포크송을 즐겁게 연주합니다.
이어 톡톡 튀는 개성 넘치는 음색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가수 혜이니가 걷기축제만의 특색이 담긴 상큼한 공연을 펼칩니다. 또 개막식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한 예동어린이합창단이 신나고 경쾌한 스탭으로 관객들에게 발랄한 공연을 선보입니다.
다음은 ‘별꼴학교’ 스탭 3인과 북유럽 출신 가수가 함께하는 ‘발틱한밴드’ 순서로 드럼, 기타, 베이스, 보컬로 구성한 다국적 대중음악 공연을 무대에 올릴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우스카니발’이 제주 특유의 자연과 문화를 제주어로 표현하면서 한국형 자메이카 스카와 라틴 음악 등이 어우러진 섬 음악 공연을 선보이는 등, 모든 공연들이 제주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감각과 마음을 하나로 이끌면서 축제는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이사 (제주올레 제공)
■ “자연과 예술, 사람을 잇는 길”
안은주 사단법인 제주올레 대표는 이번 축제에 대해 “길 위에서 자연과 예술이 하나로 공명하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제주의 진정한 매력을 더 많은 이들이 마음 깊이 새길 수 있기 바란다”라고 기대했습니다.
이어 “각종 공연과 프로그램들이 길 위에서 자연과 인간, 전통과 현대를 잇는 다리가 되어 참가자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며 “이는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하나로 연결하고, 나아가 올레 길 위에서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예술적인 서사를 완성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24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11월 7일부터 9일까지 제주도 서쪽 한경, 한림, 애월에 있는 올레 14, 15-B, 16코스 일원에서 열립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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