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데 왜 가" "곱게 좀 늙지" 황당 댓글
1인가구 절반 50대 이상, 사회 구조 노려
고립감 큰 장애인 피해.. 7천만원 쓰기도
'고작 벌금' 피의자 엄단 위해 오랜 수사[댓글뒤끝은 ‘의미 있는’ 댓글에 답하는 코너입니다. 댓글을 통해 기사에서 다루지 못했던 부분을 파보겠습니다. 마음을 울리거나 ‘아차!’ 싶은 댓글도 기다립니다.]
“아무리 심심하고 외로워도 ‘저런 데’를 왜 찾아다니는지 모르겠어. ‘쓰지도 못할 물건’들을 거금을 주고 구입을 하냐. 늙어갈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왜...”
노인 1,700여 명을 상대로 건강기능식품을 치매나 고혈압 등을 치료하는 약으로 속여 판 떴다방 일당 주범 3명이 지난 23일 구속 송치됐습니다.
노인을 속여 벌어들인 수익만 무려 65억 원이 넘어 제주에서 발생한 떴다방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피해였습니다. 한 피해자는 7,000만 원 넘는 돈을 떴다방에 썼습니다.
■ 어떤 댓글 달렸나 봤더니
그런데 JIBS 뉴스 유튜브에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아무리 심심하고 외로워도 저런 데를 왜 가나. 쓰지도 못할 물건을 거금주고 왜”라거나 심지어는 “곱게 좀 늙으라‘는 황당한 댓글마저 확인됐습니다.
그저 댓글대로 노인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속았던 걸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떴다방 사건을 수사한 자치경찰도 취재한 저 역시도 단순히 노인들이 뭘 모르고 그저 속아서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를 파고들어 피의자들에게 당하기 십상인 사건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 “사회적 고립감 철저히 파고들어”
“자녀들 출가하고 밭일만 하는 노인들이 이제 고립되고 외로우니까 그걸 파고드는 거죠. 얘네들(떴다방 일당)이요 고사리나 감귤 수확철이 끝나면 현금, 시간적 여유가 많은 시기까지 알고 접근하니까 철저하게 계획하는 거죠.”
우선 사회적 고립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제주지역 1인 가구 얼마나 될까요.
2022년 기준 도내 1인 가구는 10만 명에 가깝습니다. 이 중 60대 이상이 33.8%에 달합니다. 중년층에 속하는 50대까지 합하면 절반을 넘어섭니다.
이 중에는 고립감을 느끼는 노인도 상당하다 보니 노인층의 정신건강질환 상담률도 2022년 8%대에서 지난해 30% 이상으로 4배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취약 계층의 고독사 사건까지 이어지면서 1인 가구 노인의 경제, 사회활동 참여 유도가 과제로 급부상했습니다.
동년배가 모인 마을 경로당이나 노인정에 가면되지 않느냐 거기서 밥도 주고 같이 대화도 하면 될 텐데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습니다.
한 사회복지사는 “(경로당에 가라) 권유하면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시설 자체나 프로그램도 여유가 있지도 않거니와 이미 끼리끼리 어울리는 집단이 형성되고 그 나이에 새롭게 누굴 만나고 하는 게 성가시다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 “중증장애인까지 가리지 않고...”
떴다방 피해자 중에는 중증장애인도 있었습니다. 물품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정서까지 쓰게 할 정도로 장애인마저 떴다방 일당에겐 돈벌이 수단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장애인 중 1인 가구는 2011년 17% 수준에서 지난해 26%로 급증했습니다. 장애인 1인 가구 중 65세 이상은 지난해 54%로 노인이 절반 이상입니다.
아프거나 우울할 때 도움 받을 사람이 없는 경우로 판단한 장애인 1인 가구 고립 수준은 42.8%로 비교적 높았습니다. 이런 사회적 구조를 떴다방 일당은 파고들었습니다.
한 피해자 중에는 2년에 걸쳐 7,000만 원을 쓰거나 불과 6개월 만에 3,000만 원 넘게 쓴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는 떴다방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쏟아 붓자 다른 곳에 살던 자녀들이 대신 와서 몇 차례씩 갚아주는 일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이 떴다방 일당. 노인들에게 각종 공연과 화려한 언변으로 웃음꽃을 피우게 만들며 적적한 마음, 고립감을 위로하는 것처럼 다가가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고 합니다.
자치경찰 관계자는 “마음의 문만 열리면 값비싼 사은품까지 공짜로 내걸고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정상가보다 8배 비싼 가격에 팔아도 피해자들이 지갑을 연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한 피해자는 “집에만 오면 (떴다방이) 재밌어서 자꾸 생각나고 가고 싶어진다” 얘기마저 심심찮게 나왔다고 합니다.
■ 반년 가까운 수사 “뿌리 뽑아 엄단”
이 떴다방 일당은 2021년부터 지난 5월까지 무려 2년 6개월 넘게 범행을 이어왔습니다. 지난 5월 일당 검거 후 자치경찰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사건을 수사한 자치경찰도 해당 사안을 접한 제주지방검찰청도 5개월 넘도록 길게 수사를 이어온 이유는 사회 구조를 파고든 취약층 피해가 또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엄벌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이번에 구속된 주범 3명 중에서도 동종 범죄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는 피의자가 있었고, 다른 떴다방 피의자들 역시 ’검거가 되도 벌금형에 그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재범을 저지르는 패턴이 반복돼 왔었다는 게 수사당국 전언이었습니다.
자치경찰 관계자는 “유사 사건 발생 시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엄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수사는 마무리됐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고립되거나 쓸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의 자발적이고 건강한 사회 참여는 아직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인가구 절반 50대 이상, 사회 구조 노려
고립감 큰 장애인 피해.. 7천만원 쓰기도
'고작 벌금' 피의자 엄단 위해 오랜 수사[댓글뒤끝은 ‘의미 있는’ 댓글에 답하는 코너입니다. 댓글을 통해 기사에서 다루지 못했던 부분을 파보겠습니다. 마음을 울리거나 ‘아차!’ 싶은 댓글도 기다립니다.]

노인 1700여 명 상대로 떴다방을 운영해 65억 원을 벌어 들인 일당 구속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아무리 심심하고 외로워도 ‘저런 데’를 왜 찾아다니는지 모르겠어. ‘쓰지도 못할 물건’들을 거금을 주고 구입을 하냐. 늙어갈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왜...”
노인 1,700여 명을 상대로 건강기능식품을 치매나 고혈압 등을 치료하는 약으로 속여 판 떴다방 일당 주범 3명이 지난 23일 구속 송치됐습니다.
노인을 속여 벌어들인 수익만 무려 65억 원이 넘어 제주에서 발생한 떴다방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피해였습니다. 한 피해자는 7,000만 원 넘는 돈을 떴다방에 썼습니다.

도내 역대 최대 피해를 남긴 떴다방 일당 구속 관련 보도에 달린 댓글 (사진, 유튜브.네이버 포털 뉴스 댓글 갈무리)
■ 어떤 댓글 달렸나 봤더니
그런데 JIBS 뉴스 유튜브에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아무리 심심하고 외로워도 저런 데를 왜 가나. 쓰지도 못할 물건을 거금주고 왜”라거나 심지어는 “곱게 좀 늙으라‘는 황당한 댓글마저 확인됐습니다.
그저 댓글대로 노인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속았던 걸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떴다방 사건을 수사한 자치경찰도 취재한 저 역시도 단순히 노인들이 뭘 모르고 그저 속아서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를 파고들어 피의자들에게 당하기 십상인 사건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노인 1700여 명 상대로 떴다방을 운영해 65억 원을 벌어 들인 일당 구속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 “사회적 고립감 철저히 파고들어”
“자녀들 출가하고 밭일만 하는 노인들이 이제 고립되고 외로우니까 그걸 파고드는 거죠. 얘네들(떴다방 일당)이요 고사리나 감귤 수확철이 끝나면 현금, 시간적 여유가 많은 시기까지 알고 접근하니까 철저하게 계획하는 거죠.”
우선 사회적 고립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제주지역 1인 가구 얼마나 될까요.
2022년 기준 도내 1인 가구는 10만 명에 가깝습니다. 이 중 60대 이상이 33.8%에 달합니다. 중년층에 속하는 50대까지 합하면 절반을 넘어섭니다.
이 중에는 고립감을 느끼는 노인도 상당하다 보니 노인층의 정신건강질환 상담률도 2022년 8%대에서 지난해 30% 이상으로 4배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취약 계층의 고독사 사건까지 이어지면서 1인 가구 노인의 경제, 사회활동 참여 유도가 과제로 급부상했습니다.
동년배가 모인 마을 경로당이나 노인정에 가면되지 않느냐 거기서 밥도 주고 같이 대화도 하면 될 텐데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습니다.
한 사회복지사는 “(경로당에 가라) 권유하면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시설 자체나 프로그램도 여유가 있지도 않거니와 이미 끼리끼리 어울리는 집단이 형성되고 그 나이에 새롭게 누굴 만나고 하는 게 성가시다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노인 1700여 명 상대로 떴다방을 운영해 65억 원을 벌어 들인 일당 구속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 “중증장애인까지 가리지 않고...”
떴다방 피해자 중에는 중증장애인도 있었습니다. 물품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정서까지 쓰게 할 정도로 장애인마저 떴다방 일당에겐 돈벌이 수단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장애인 중 1인 가구는 2011년 17% 수준에서 지난해 26%로 급증했습니다. 장애인 1인 가구 중 65세 이상은 지난해 54%로 노인이 절반 이상입니다.
아프거나 우울할 때 도움 받을 사람이 없는 경우로 판단한 장애인 1인 가구 고립 수준은 42.8%로 비교적 높았습니다. 이런 사회적 구조를 떴다방 일당은 파고들었습니다.
한 피해자 중에는 2년에 걸쳐 7,000만 원을 쓰거나 불과 6개월 만에 3,000만 원 넘게 쓴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는 떴다방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쏟아 붓자 다른 곳에 살던 자녀들이 대신 와서 몇 차례씩 갚아주는 일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노인 1700여 명 상대로 떴다방을 운영해 65억 원을 벌어 들인 일당 구속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이 떴다방 일당. 노인들에게 각종 공연과 화려한 언변으로 웃음꽃을 피우게 만들며 적적한 마음, 고립감을 위로하는 것처럼 다가가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고 합니다.
자치경찰 관계자는 “마음의 문만 열리면 값비싼 사은품까지 공짜로 내걸고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정상가보다 8배 비싼 가격에 팔아도 피해자들이 지갑을 연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한 피해자는 “집에만 오면 (떴다방이) 재밌어서 자꾸 생각나고 가고 싶어진다” 얘기마저 심심찮게 나왔다고 합니다.

노인 1700여 명 상대로 떴다방을 운영해 65억 원을 벌어 들인 일당 구속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 반년 가까운 수사 “뿌리 뽑아 엄단”
이 떴다방 일당은 2021년부터 지난 5월까지 무려 2년 6개월 넘게 범행을 이어왔습니다. 지난 5월 일당 검거 후 자치경찰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사건을 수사한 자치경찰도 해당 사안을 접한 제주지방검찰청도 5개월 넘도록 길게 수사를 이어온 이유는 사회 구조를 파고든 취약층 피해가 또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엄벌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이번에 구속된 주범 3명 중에서도 동종 범죄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는 피의자가 있었고, 다른 떴다방 피의자들 역시 ’검거가 되도 벌금형에 그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재범을 저지르는 패턴이 반복돼 왔었다는 게 수사당국 전언이었습니다.
자치경찰 관계자는 “유사 사건 발생 시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엄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수사는 마무리됐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고립되거나 쓸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의 자발적이고 건강한 사회 참여는 아직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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