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미군들이 전투기 엔진에 무언가 설치합니다.
잠시 뒤 큰 폭발이 일어납니다.
곡사포에도 폭약이 설치되고, 현장 곳곳에서는 파괴된 군사 장비들이 불에 탑니다.
저 멀리 산방산이 뚜렷하게 보이고, 갈옷을 입은 아낙들의 모습도 확인됩니다.
이 영상 기록에는 일본 장비를 뜻하는 영문과 사이슈도 즉 제주에서 촬영됐다는 글자가 나옵니다.
지난 1945년 해방 이후, 미군이 제주 알뜨르 비행장 인근에서 일본군 장비를 철거하는 모습입니다.
이 장면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갑생 /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대형 비행기라든지 곡사포 같은 대형 장비들을 파괴하는 장면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상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고요"
더 중요한 영상도 확인됩니다.
커다란 굴 안쪽으로 미군들이 라인을 설치하기 시작합니다.
잠시 뒤 폭발이 일어납니다.
일제강점기 제주도민들을 강제동원해 만들어진 섯알오름 탄약고입니다.
폭파되기 전 탄약고 모습이 담긴 유일한 영상입니다.
전갑생 /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역사의 현장이 훼손되기 직전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이 영상은 굉장히 중요하고, 아주 희귀하다고.."
이 영상이 촬영된 이후 5년 뒤 이곳에서는 4·3 예비검속으로 200여 명의 주민들이 집단 학살되는 비극의 현장이 됐습니다.
이처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과 제주 4·3은 시공간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JIBS는 국내 언론사 처음으로 한국인 강제징용 생존자들이 머물렀던 하와이 포로수용소를 현장 취재하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중산간 마을 최대 피난처 현장도 처음 발굴해 4·3 당시 밀항과의 연관성까지 추적했습니다.
강제징용부터 4·3, 그리고 밀항으로 이어지는 비극의 동선을 담아낸 JIBS 특집 다큐멘터리 더 루트 사라지는 기억은 내일(28일) 오전 9시 방송될 예정입니다.
JIBS 김동은입니다.
(영상취재 윤인수)
JIBS 제주방송 김동은 (kdeun2000@hanmail.net) 윤인수 (kyuros@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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