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3] JIBS 8뉴스
제76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날아라 평화의 씨'
제76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날아라 평화의 씨'
(앵커)
제76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오늘(3) 4·3평화공원에서 엄수됐습니다.

이번 추념식에선 희생자의 얼굴을 AI기술로 복원해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4·3 해결에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창훈 기잡니다.

(리포트)

조용하던 제주에 4·3의 광풍이 몰아쳤던 70여년 전.

당시 어머니 뱃속에서 아버지를 잃었던 김영자 어르신은 평생을 아버지의 사랑을 그리워하며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영자 4·3희생자 유족
다시 찾아온다면 아버지 얼굴을 진짜 한 번 만지고라도 싶습니다. 그게 제일 서럽습니다.

제76주년 제주4·3 추념식에선 이런 유족들의 아쉬움을 달래줄 특별한 순서가 마련됐습니다.

AI기술로 고인의 얼굴을 복원해 얼굴조차 잊고 지냈던 76년 된 유족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었습니다.

제76주년 4·3추념식은 '불어라 4·3의 봄바람, 날아라 평화의 씨'란 슬로건 아래 진행됐습니다.

유난히 추웠던 당시 제주의 봄바람을 기억하며 4·3의 정신을 일깨우고,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년째 불참한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는 추가 진상조사와 세계기록유산 등재 등 4·3 해결에 더욱 힘쓰겠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전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제주도민의 화해와 상생의 정신이 분쟁과 갈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세계 시민들에게 소중한 교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제주자치도도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단 한 분도 소외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제주인들의 평화정신의 가치를 전세계에 알려나갈 것을 약속했습니다.

오영훈 제주자치도지사
4·3의 세계적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승하고 평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곳으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긴 어둠의 터널속에 갇혀 있어야만 했던 제주4·3.

하창훈 기자
"이제는 4·3의 아픔이 희망과 평화의 씨가 돼 기억하고 간직해야 할 대한민국의 역사로 자리잡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JIBS 하창훈입니다."

영상취재 고승한
제주방송 하창훈(chha@jibs.co.kr) 고승한(q890620@naver.com) 기자
[4·3기획] ➂ 더디기만 한 4·3 여성 기록·연구
[4·3기획] ➂ 더디기만 한 4·3 여성 기록·연구
(앵커)
제주 4·3 관련 기획 뉴스 이어갑니다.

4·3 당시 제주에서는 3만 명이 넘는 도민들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희생자 80% 가량은 남성이었지만, 남편과 아빠, 아들을 잃고 삶을 이어간 여성들의 사연도 기구합니다.

4·3과 여성, 그 질곡의 삶은 부족한 조사 속에 이제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권민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스무 명 남짓이 빼곡히 서있는 그림 한 장.

1948년 북촌초등학교에서 집단 학살이 벌어지기 직전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제주 4·3 당시 14살이었던 이영자 할머니.

학살터로 끌려가 희생된 할아버지의 시신을 묻었던 참혹한 기억은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이영자 / 제주시 조천읍
"총 맞았어. 잡아놓고 죽어버리니...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리고 아버지는 살아났어요. 마을 사람 다 죽었어. 재수 좋은 사람들이나 살아났지."

그 참혹함과 원통함 속에서도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물질을 하고, 장사를 하며 살아남은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했습니다.

이영자 / 제주시 조천읍
"사니까 살아있구나 하고 살았지. 다른 건 다 잊어도 4·3은 잊어버리지 못해."

"우리 아버지, 목마르고 춥고 배고프고..."

위령비를 연신 어루만지는 허순자 할머니의 삶도 마찬가지.

4·3당시 아버지를 잃고 사무치는 그리움과 고통 속에 70여 년의 세월을 견뎠습니다.

목포 형무소로 끌려가기 전 당시 4살이던 할머니의 손을 잡았던 아버지의 따스했던 손길을 기억합니다.

허순자 / 제주시 이도2동
"할머니 등에 업혔는데 내 손을 잡아서 울고 말문이 다 막힌 거야. 그런데 배 선장이 "이제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딸 손을 놓으세요."(라고 말했어요.)"

살아남은 어린 소녀에게 삶은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허순자 / 제주시 이도2동
"어린 사람이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느냐고 (묻길래) 나는 어머니도 없고 아버지도 없고 내가 노력 안 하면 내가 살지를 못하게 됐다."

제주 4·3 희생자 결정자 1만4천여 명 가운데, 80% 가량은 남성.

참혹했던 4·3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여성들은 지옥 같은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4·3 이후에도 제주 여성들의 삶과 역사는 4·3의 연장선이었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4·3과 여성, 연좌제 그리고 그 이후 생활상에 대한 조사나 연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김오순 / 제주여민회 4·3과여성위원회 위원장
"연구 관점들이 획일화돼 있어요. (연구 관점 전환을 통해) 역사 기록에서 균형을 잡고 제주 여성의 정체성 정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각한 트라우마 속에서도 황폐화된 제주를 일궈낸 제주 여성들에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제주 4·3.

하지만 부족한 실태 조사 속에 4·3을 겪은 1세대 여성들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JIBS 권민지입니다.

영상취재 오일령
제주방송 권민지(kmj@jibs.co.kr) 오일령(reyong510@naver.com) 기자
정치권 4·3해결 약속.. 홀대론엔 입장차
정치권 4·3해결 약속.. 홀대론엔 입장차
(앵커)
올해 4·3 희생자 추념식에는 총선을 앞두고 정당 인사들도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4·3 문제 해결에는 저마다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윤석열 대통령 불참에 대해선 야당은 강도 높은 비판을, 여당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이효형 기잡니다.

(리포트)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함께 4·3추념식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가폭력 시효 폐지와 역사왜곡에 대한 처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4·3 폄훼 논란 인사를 공천한 국민의힘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
"4·3 학살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정치집단이 바로 국민의힘입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여전히 4·3을 폄훼하고 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불참했지만, 총리와 원내대표가 참석해 문제가 없다며 논란 확산을 경계했습니다.

조만간 제주 민생 토론회를 통해 대통령 메시지가 나오고, 당 차원에선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돕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윤재옥 / 국민의힘 원내대표
"총리께서도 참석하셨고, 저도 참석했고, 민생토론회가 제주도에서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 그때 오시면 4·3을 비롯해서 제주도의 여러 가지 발전에 대해서.."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4·3의 정명과 역사 왜곡에 대한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고,

김준우 / 녹색정의당 상임대표
"5.18 특별법처럼 4·3 특별법에도 역사 부정하는, 역사 왜곡하는 분들에 대한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려서.."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 진보당에선 윤 대통령의 불참을 비판하며 4·3 해결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오영환 / 새로운미래 총괄상임선대위원장
"(윤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 이후로 단 한 번도 4·3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은 제주도민들과 함께 저 역시 충격과 상처가.."

천하람 / 개혁신당 총괄선대위원장
"저희는 그 어떤 선거 유세보다도 우리 제주 4·3의 아픔을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윤희숙 / 진보당 상임대표
"하루빨리 4·3에 대한 정명이 이뤄지고 억울한 분들이 없는 그날을 위해서 진보당도 제주도민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당 차원에선 4.3을 욕보이는 무리를 깨트리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효형 기자
"4·3추념식을 찾은 정치권 모두 4·3해결에 한목소리를 냈지만, 대통령과 정당 주요 인사의 불참을 두고
저마다 다른 해석이 나오면서, 일주일 남은 총선 민심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됩니다.

JIBS 이효형입니다"

영상취재 오일령 윤인수
제주방송 이효형(getstarted@hanmail.net) 윤인수(kyuros@jibs.co.kr) 기자
총선 4·3공약은? 보상 확대 '공감'..처벌 법안 '해석차'
총선 4·3공약은? 보상 확대 '공감'..처벌 법안 '해석차'
(앵커)
4·3 추념일을 맞아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제주지역 후보들의 4·3 관련 정책과 공약을 분석해 봤습니다.

희생자와 유족 보상 확대에 대체로 공감했지만,

4·3 왜곡 처벌 법안을 두고는 해석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안수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번 총선에 나서는 후보들은 저마다의 4·3 정책과 공약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제주시갑 선거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는 4·3보상 대상을 확대하고, 유족 보상금 지급 등 4·3 특별법 개정을 공약했습니다.

국민의힘 고광철 후보는 유족 보상금을 최소 1억 3천만 원 이상 상향 지급하고, 고령 유족을 위한 복지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제주시갑 후보
"4·3에 관한 향후 과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4·3에 대한 관심, 4·3의 추념을 함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주 심각한 제주에 대한 무관심이나 홀대다 이런 평가를."

고광철 국민의힘 제주시갑 후보
"국민의힘이 그렇다고 제주 4·3에 대해서 정말 관심이 없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는 것이고요. 제주지역 공약에도 분명 4·3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 있고요. 4·3 관련된 예산 협의할 때도 국민의힘 최선을 다해서..."

서귀포시 선거구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후보는 4·3 왜곡 폄훼 처벌과 4·3 유족 복지 강화 등을 공약했습니다.

국민의힘 고기철 후보는 4·3트라우마센터 제주분원 운영비 100% 국비 지원과 유가족 의료비 지원 만 65세 하향 조정 등을 다짐했습니다.

유족 지원 확대에 대해선 대체로 비슷했지만 4·3 왜곡 처벌법을 두고는 해석차를 보였습니다.

고기철 국민의힘 서귀포시 후보
"국회에서 이 법이 통과 안된 이유가 명확히 있습니다. 형사 처벌에 관련된 부분은 그 부분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주장을 해요. 저도 공감합니다만은, 그 부분이 해소가 되는 방법을 먼저 찾아야 됩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서귀포시 후보
"진상보고서에 위해를 가하는 허위사실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학자들이 있습니다. 처벌해야죠. 70년동안, 76년동안 어떻게 살았습니까."

제주시을 선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후보는 4·3 유족 결정 간소화와 국립트라우마센터 전액 국비 운영을 약속했고,

국민의힘 김승욱 후보는 고령 유족을 위한 전문 의료 시설과 요양시설 건립, 4·3 평화공원 조성을,

녹색정의당 강순아 후보는 4·3왜곡 금지를 위한 역사부정처벌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다음 국회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남은 과제들을 풀어낼 수 있을지 도민사회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JIBS 안수경입니다.

영상취재 부현일
제주방송 안수경(skan01@jibs.co.kr) 부현일(hiboo@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