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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BS 창사20주년기획, 20부작 EP5. 시청각장애공감프로젝트 [ 어둠과 적막으로부터 ]
2022.7.13.수.제라진day
JIBS 창사20주년기획, 20부작 EP5. 시청각장애공감프로젝트 [ 어둠과 적막으로부터 ]
with. 정우정 실장(제주도농아복지관 기획조정실)

'시청각장애인'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장애인을 말합니다.

김민경의 나우제주는 그동안 잘 모르고 놓쳐왔던
시청각장애인들의 삶을 조명해보려고 합니다.
시청각장애 공감프로젝트 [어둠과적막으로부터]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한 것입니다.

- 인터뷰 전문 -
1. 이번주는 조금 무거운 주제인데요, 시청각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겪게 되는 차별과 부당함, 억울한 사례들이 많다고 하는데 여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네. 시청각장애인 분들이 안보이고 안들린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악용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더 많이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어려웠고 저희를 힘들게 했던 사례가 있었는데요, 시청각장애인 분의 명의를 도용해서 통신기기 개통과 금융 피해를 입혔던 사례였습니다. 저희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정말 놀라기도 했고 분노하기도 했던 일이었어요.

2. 꽤 심각한 사안이었던 것 같은데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복지관에 자주 오시는 시청각장애인 분이신데 어느날 저희 사회복지사 분에게 통장에서 휴대폰 요금이 너무 많이 빠져나간다고 얘기하셨어요. 기초생활수급권자였었는데 통장으로 수급비가 입금되면 다 휴대폰 요금으로 빠진다고요. 그래서 사회복지사와 동행해서 대리점에 가서 확인해봤더니 사용하지도 않는 최신 휴대폰의 기기값과 사용요금이 부과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사용요금이 미납되면서 계속 연체되면 신용불량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어요. 어떻게 된건지 알아봤더니, 평소 자주 가는 가게의 직원이 이 분의 신분증을 가지고 휴대폰을 개통한거였어요. 시청각장애인 분이 혼자 사시고 눈도 잘 안보이고 쉽게 이동하기도 어려우니까, 이 가게 직원이 집까지 물건도 갖다주고 가벼운 심부름도 몇 번 해주고 하면서 친분을 쌓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우편물을 읽거나 서류를 제출하거나 신분증이 필요한 일이 있거나 할 때 이 가게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왔고 그런 부탁들 들어주면서 점점 더 신뢰하게 됐던거에요. 가게 직원이 그 점을 이용해서 신분증이 필요한 일이 있다고 가져가서 휴대폰을 여러 대 개통했던 거에요. 휴대폰 소액결제까지 이용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자세히 알아보는 과정에서 시청각장애인 분께서 이 고지서는 뭐냐고 보여주는데, 정말 기가 막히게도 이 직원이 시청각장애인 분 명의로 신용카드까지 발급해서 사용했더라고요. 카드값도 물론 연체되고 있는 상황이었고요.

3. 있을 수 없는 일이네요. 그래서 해결은 잘 되었나요?

만일 이 가게 직원이 법적으로 실형을 받게 되면 미납되어 있는 휴대폰 요금, 연체된 카드값은 전적으로 시청각장애인 분이 부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사자 분이 신고하지 않기를 원하셨어요. 당장 한달한달을 기초생활수급비로 살아가는 분이신데 그 큰 돈을 부담해야 하고 잘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던거죠. 본인은 아무 잘못도 없고 그 휴대폰이나 신용카드는 써본적도 없는데도요. 그래서 해당 가게 직원에게 카드 사용대금, 미납된 휴대폰 요금, 도용한 휴대폰 해지 처리 등 손실에 대한 모든 처리와 보상을 하도록 하는 것을 요구하셨어요. 물론 차일피일 약속을 미루기도 했지만 저희 기관이 개입되어 있고 저희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계속 노력하셔서 9개월에 걸쳐서 모든 문제 해결이 이루어졌어요. 재발 방지를 위해서 통신사와 금융기관에 개인정보 도용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했고, 당사자 분에게도 신분증이나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나 함부로 알려줘서는 안된다는 것을 여러번 당부 드렸어요.

4. 정말 안타까운 사례입니다. 누군가의 장애를 이용하는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이번 사례는 해결이 완료되어서 다행이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되겠습니다.

다행이 시청각장애인 분이 원하시는대로 해결은 되었지만 뭔가 시원하게 해결된건 아닌거 같아요. 그래도 자주 왕래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텐데, 금전적 피해도 있지만, 이런 사건으로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지 않았을까 걱정도 되고요.
이런 유사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저희 복지관도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권익옹호를 위한 지원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5. 네. 다음은 어떤 사례를 이야기 해주실건가요?

의사소통 문제로 오해와 갈등이 생겼던 사례는 정말 많아요. 일을 할 때 뒤에서 손님이 불렀는데 못듣고 그냥 가버려서 그 손님이 불친절하다고 노발대발하는 경우도 있고요.
시청각장애인 분들 중에서도 청력이 남아있는 경우에는 음성으로 대화가 가능한데, 단둘이 있을 때는 대화가 잘되니까 ‘아, 이 분은 잘 들리는구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거나 주변 소음이 많은 곳에서는 정확히 듣지 못하게 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잘 들린다고 오해해서 당연히 이해했을 거라고 생각하는거에요. 그러면 나중에 분명히 설명했는데 왜 모른척 하냐는 말을 듣게 되는거에요. 이런 일들이 일상다반사에요.
한 분은 이동 지원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차량을 운전하시는 분이 도착했다는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았는데 그냥 끊어버렸다고 해요. 전화해도 의사소통이 안될 거라고 지레짐작하신 것 같아요. 아무말 없이 전화가 끊겼지만 도착했나보다고 생각해서 밖에 나가서 차량 탑승을 했어요.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왜 전화해서 그냥 끊었냐고 물어봤지만 기사 분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고 해요.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분은 눈이 잘안보이고 귀가 잘안들린다고 무시 당했다고 생각하셨어요. 물론 기사분의 입장을 들어보지 못해서 정확한 상황 판단은 할 수 없지만, 시청각장애인의 장애 특성을 고려해서 조금 더 세심하게 배려해 주시면 좋겠어요. 눈이 잘 안보이고 귀가 잘 안들린다고 해서 무시해도 되는 사람처럼 대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또 한분은 혼자 택시를 타고 원하는 곳에 가려고 했었어요. 택시를 잡고 타려는데 택시 기사가 당황하면서 출발을 망설이더라고요. 눈도 안보이고 귀도 안들리는데 혼자 어디를 가려고 하느냐, 혼자 못간다면서 안된다고 했던거에요. 시청각장애인 분들도 계속 연습하고 훈련 받으면 혼자서도 이동할 수 있는데, 그냥 안보이고 안들리니 못갈거라고 단정지어버린거에요.

6. 아, 시청각장애를 잘 모르니까 못할거라고 지레짐작하고 단정지어버려서 차별이 되어버린 사례네요. 그렇지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고 해서 시청각장애인 분들이 집에만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면 안되죠. 함께 사회에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한 환경과 인식이 우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네. 시청각장애인 분들이 보고 듣는데 어려움이 있을 뿐 판단 능력이 없는건 아니에요. 그런데 사회적 제약이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서 경험에서 쌓이는 노하우가 부족하고, 게다가 두 감각 기능의 손실로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려운데 그 상황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면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어려워서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주위에서 이게 맞다고 대신 판단하고 결정해서는 안되고요, 시청각장애인 분들이 제대로 된 배경 지식과 판단 기준으로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 제공을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보통의 사람들이 경험에서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시청각장애인에게도 똑같은 경험의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해요. 그래서 저희 복지관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고요.

7. 또 다른 사례도 있나요?

네. 시청각장애 어르신 이야기인데요, 이 분은 병원을 가거나 집 주변을 산책하는 것이 외출의 전부이고 계속 집에만 계세요. 사람들과 어울리고도 싶고, 혼자 일하면서 생계를 책임지시는 아내 분에게 미안함도 있어서 장애인일자리나 노인일자리를 하시고 싶어하지만 못한다고 자리가 없어서 못한다고 굉장히 속상해 하셨어요. 동사무소에 문의를 했는데 신청기간에 신청해야 한다고 답변을 들으셨어요. 그런데 신청기간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대신 알아봐 줄 사람도 없어서 신청하지 못하신거에요. 그리고 어느날은 한 기관에서 어르신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모습을 우연히 보시고 따라서 도시락을 받아왔는데 기관 직원이 와서 다시 가져가셨다고 해요. 도시락 서비스를 신청한 대상자만 받을 수 있어서 이 분이 가져가시면 다른 분이 못받게 되시니까 다시 가져가신거죠. 그래서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는데 지금은 자리가 없고 연초 신청기간에 신청을 해야 한다고 안내를 받으셨대요. 신청 기간이 되면 연락 달라고 하고 왔는데, 연락은 없었고 신청기간을 놓쳐서 결국 또 신청하지 못하셨어요. 눈도 거의 안보이고 잘 듣지도 못하셔서 정보를 얻을 수도 없고, 정보를 알아봐 줄 사람도 없고, 정보가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토로하셨어요.

8. 네 무언가를 신청하려고 해도 정보가 없으면 신청조차 할 수 없겠네요. 시청각장애로 자기 의사표현이 어려워서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어려웠을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런 사례는 아주 흔한 사례에요. 공공이든 민간이든 대부분의 서비스는 신청을 해야 받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신청기간이나 신청방법을 모르거나, 알아도 그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청을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 서비스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거나, 신청 자격이 된다는걸 모르시거나 그래서 놓치는 부분들이 많아요. 실제로 시청각장애인 분들 중 대다수는 시각이나 청각장애 중 한가지 장애만 등록하시는데 두가지 장애를 모두 등록해도 지금과 다를게 없다고 생각하셔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아니면 장애 등록 절차를 모르셔서 포기하시는 경우도 있고요. 장애인을 위한 많은 서비스와 혜택들이 사실 정말로 필요한 최중증의 장애인 분들은 오히려 몰라서 또는 정보에 느려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9. 네. 시청각장애인 분들은 아무래도 정보 접근에 더 큰 제약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받을 수 있는 혜택조차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겠네요. 이런 부분 또한 개선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시청각장애 공감 프로젝트 <어둠과 적막으로부터> 오늘 다섯 번째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요, 오늘 이야기에 대한 마무리 말씀 부탁드릴게요.

2019년 저희가 시청각장애인 서비스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인데요, 강원도 지역에서 전화가 걸려온 적이 있어요. 시청각장애인의 가족 분이었는데요, 시청각장애인 분과 단둘이 한 집에서 오래 살아오셨어요. 그런데 이 가족 분이 경제활동과 이 분의 케어를 혼자 도맡아 해야 하고, 가족 분이 밖에 나간 시간 동안은 당사자 분은 혼자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지신거에요. 그래서 시설에 입소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여 장애인 시설을 알아보셨는데, 청각장애인 시설은 보이지 않아서 거부하고 시각장애인 시설은 들리지 않아서 거부하고, 많은 시설에 연락해보았지만 모두 받아주지 않으셨대요. 그러다가 저희가 시청각장애인 서비스를 한다는 정보를 듣고 제주까지 연락을 하신거죠. 전화로 하신 말씀은 왜 시청각장애인은 훈련받을 수 있는 시설이 없느냐는거였어요. 단 한달이라도 숙식하면서 점자도 배우고 이동도 배우면서 훈련할 수 있는 곳이 왜 없냐고 물으시는데, 저희도 그에 대한 답변을 드릴 수가 없어 너무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이 현실은 3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죠.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시청각장애는 별도의 장애로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장애에요. 그래서 복지시설이나 기관에서조차도 거절당할 때가 많아요. 시청각장애인으로서 당할 수밖에 없는 차별과 부당함, 억울한 사례의 대표적인 부분입니다. 이런 부당함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법적 근거와 정책이 빨리 만들어져야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시청각장애인의 어려움을 이용한 개인정보 도용이나 금융 피해는 물론이고 시청각장애인의 권익이 침해되는 여러 사례들 또한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제대로 된 지원 체계가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MC: 시청각장애 공감프로젝트 <어둠과 적막으로부터>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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